소설리스트

9화 (9/303)

"그래. 새로운 자아엔 새로운 모습이 필요하지. 일단 네 가슴부터 키워야겠어."

"아~ 예전에 말했던 그 F컵으로? 히히 자궁문신도♥"

"그래. 그걸 다 하고 나면, 네가 쌓아왔던 인연을 모두 다 파괴하는 거야."

"키히히히. 어디부터 할까요? 가족? 친구? 남친?"

"일단 네 남친부터 박살내볼까."

"좋아요♥"

나를 파멸시키겠다는 그들의 대화.

그것이 내가 해킹한 까톡의 마지막 동영상이었다.

나는 멍한 눈으로 자취방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벌써 오전 11시.

원래라면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다시 동영상의 처음으로 돌아와 울고 있는 하영이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타락한 하영이의 영상을 보며, 자지를 흔들었다.

나는 그렇게 자지가 서지 않을 때까지 자위를 하다가,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

4일이 지났다.

그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는 자취방에 처박힌 채 대학에 나가지 않았다.

만약 학교에 가면, 이하영 그 썅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까톡.

까톡 알림이 울린 건 그때였다.

내 동공은 크게 확대되었다.

하영이에게 온 까톡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까톡의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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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만에 받은 하영이의 까톡.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까톡의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울마눌님 하영♥]: 다 봤지? ㅋㅋ

남친이 4일이나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보낸 까톡이라곤 고작 '다 봤지? ㅋㅋ'

그 까톡을 보자마자 사고가 멈췄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가슴에 돌이 낀 듯 답답했다.

"허어억....허억....."

나는 폰을 쥔 채 잠시 호흡을 골랐다.

심호흡을 반복하고, 흐르는 눈물을 팔등으로 닦았다.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까.

...... 일순간, 강한 충동이 나를 지배했다.

나는 뒤는 생각지도 않은 채 폰을 들고 어떤 단어를 빠르게 타이핑해 하영이에게 보냈다.

[나:]: 이 씨발년아.

"허억...크흐흐흐흑...."

그렇게 보내고 나니 조금은 후련해졌지만,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는 무릎을 감싸 안은 채 흐느껴 울었다.

-까톡.

그 순간, 답장이 왔다.

나는 울음을 멈추고 서둘러 까톡을 확인했다.

[울마눌님 하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하...하........흐어..."

허탈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 그러다 일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며, 기압이 상승해 코가 막히고 귀가 먹먹해지며 이명이 삐- 울렸다.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토해내려고 노력해보았다.

"끄으어어어.....끄허어어억...."

사랑했다.

정말 사랑했다.

그렇게 정말 사랑했는데, 이제 그녀는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녀석에게 완벽하게 개조당해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로 타락한, 그런 '악'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어억...어어억......"

그녀를 잃음으로써 내 모든 게 부숴졌다.

내게 쉐프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그녀.

평범했던 내게 너무나도 특별했던 그녀.

한평생을 함께 하고 싶었던 너무나 소중했던 그녀.

사귄 지 일주일만 에서야 겨우 용기 내어 내 손을 잡아주던 그녀.

"끄어어억....끄윽....."

시야가 점점 암전되어간다.

정신적 고통을 넘어 몸이 탈듯한 육체적 고통이 나를 엄습했다.

나는 그렇게 내 전부였던 그녀를 잃음으로, 이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까톡.

그때였다.

다시 까톡이 울렸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폰의 액정을 바라봤다.

이렇게 죽어가는 순간에도, 끝끝내 그녀의 까톡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울마눌님 하영♥]: 미안. 나는 이렇게 변해버렸어. 그래도, 나도 널 정말 사랑했어. 비록 지금은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

그렇게 그녀의 까톡을 보는 순간, 거짓말처럼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가슴이 얹히어 있던 억겁의 짐이 동시에 사라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까톡을 다시 보았다.

[울마눌님 하영♥]: 미안. 나는 이렇게 변해버렸어. 그래도, 나도 널 정말 사랑했어. 비록 지금은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나는 이 활자를 두 눈 가득히 담았다.

다시 보고, 또다시 보고, 또또 다시 보았다.

하영이가 보낸 게 분명한 메시지.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답장을 보냈다.

[나:]: 그럼 아까 그 까톡은 뭐야. 갑자기 왜 이런 까톡을 보내는 건데.

-까톡

[울마눌님 하영♥]: 아깐 주인님이 보고 있었어. 미안.

"하, 하, 하영아...내 하영이...내 하영이"

희망이 샘솟았다.

아직 그녀를 되돌릴 여지가 남아있다.

나는 미친놈처럼 웃으며 그녀에게 까톡을 보냈다.

[나]: 그럼 지금은 어떤 상태야? 만날 수 있어?

[울마눌님 하영♥]: 지금은 안돼. 나 까톡 나갔다 와야 돼. 주인님이 이거 보면 의심할 거야. 그러니까 연기 좀 맞춰줘 지금부터 내가 보낼 까톡은 진심이 아니니까.

"하, 하하하! 하영아! 하하 그래! 그래!! 괜찮아!"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이윽고 하영이의 까톡이 왔다.

[울마눌님 하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전의 그 까톡.

난 하영이의 연기에 맞춰 답신을 보냈다.

[나]: 좋냐? 씨발, 그 새끼 밑에서 그러고 있으면 좋냐?

[울마눌님 하영♥]: ㅋㅋㅋㅋ 병신ㅋㅋㅋ

[나]: 너랑은 이제 끝이야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울마눌님 하영♥]: 좆도 모기좆도 안되는 새끼가ㅋ 나도 너 필요 없어. 지금 주인님 뒷구멍 봉사 중이니까 귀찮게 더 까톡하지 말고♥

..... 씨이발.

아무리 연기라곤 하지만, 그래도 가슴이 쑤실 듯이 아프다.

나는 그대로 폰을 끈 뒤 침대에 돌아누웠다.

그래도 아직 하영이가 되돌아올 여지가 남아있으니,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아니면 하영이 부모님에게 연락을 할까.

아니, 일단은 그 녀석에게서 하영이를 떼어 놔야 한다.

하영이를 데리고 먼 곳에 잠시 피신해서, 한 1년 정도만 떨어져 있다 보면 그녀도 괜찮아질 거다.

그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 그렇게 3시간이 지났다.

-까톡.

드디어 왔다.

계속해서 기다리던 하영이의 까톡이 왔다.

나는 서둘러 폰을 확인했다.

[울마눌님 하영♥]: 미안해.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너무너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그녀의 말.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가 지은 그 죄악들은 겨우 저 3글자만으로도 용서가 되는 것이다.

그저 저 한마디면 족했다.

[나]: 지금 어디야? 만나서 얘기해. 내가 갈게.

[울마눌님 하영♥]: 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그냥 날 잊어줘.

[나]: 일단 만나. 네가 하려는 그 말. 만나서 얘기해.

[울마눌님 하영♥]: 네 자취방으로 갈게.

내 자취방으로 오겠다는 그녀의 말.

나는 황급히 일어나 거울을 확인했다.

거지새끼가 한 마리 있었다.

나는 서둘러 샤워를 시작했다.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몸 구석구석을 씻었다.

머리를 말리면서 모양도 잡아주고, 고데기도 살짝 했다.

물론 방도 싸그리 다 치웠다.

정액 닦은 휴지를 모조리 모아서 변기물에 내렸다.

"하아....하아...."

괜히 긴장이 됐다.

그녀를 기다리는 이 시간.

첫 데이트보다도 설레고, 긴장되었다.

그렇게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

인터폰을 확인해보았다.

어딘가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녀.

그 새끼한테 얼마나 시달렸으면.

-벌컥.

문을 여니, 불안한 동공으로 날 바라보는 하영이가 있었다.

우린 잠시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 들어와."

밖은 춥다.

우선 그녀를 안으로 들리자.

"....."

하영이는 말없이 내 방에 들어왔다.

단지 그것만으로 방의 분위기가 화사해지는 기분.

"뭐라도 좀 마실래?"

냉장고 안엔 허겁지겁 사 온 커피와 생수, 쥬스가 있었다.

하영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좀 전에 편의점에 뛰어갔다 오길 잘했다.

"뭐 마실래? 생수랑 커피... 쥬스도 있는데."

"그냥 아무거나..."

이왕 주는거 제일 비싼 쥬스를 줬다.

그녀는 쥬스를 든 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지금... 무슨 상황이고."

내 질문에도 하영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계속 쥬스 포장지를 손톱으로 긁으며, 무언가를 고뇌하는 듯 보였다.

이윽고 그녀가 꺼낸 첫마디는 충격적이었다.

"나는 주인님을 사랑해."

그 새끼를 사랑하다는 그 말.

머리가 어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너도 사랑하고 있어."

나를 사랑한다.

하영이가 아직 나를 사랑한다.

충분하다.

그것으로 나는 충분히 족하다.

"그런데.... 나는, 나는 널 사랑할 자격이 없어.... 나는 이미....!"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어깨를 들썩이며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흐느껴 울었다.

"....."

나는 말 없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이다가, 그냥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그녀의 온기에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내 손을 꽉 쥔 채 한참을 울었다.

"괜찮아?"

어느새 울음이 멎은 그녀.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멍해 보이는 표정의 그녀.

그녀의 입술이 내 눈 가득히 들어왔다.

우리의 얼굴을 서서히 가까워졌다.

"흐읍-!"

그렇게 시작된 키스.

내 운명의 사랑.

나는 하영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다시는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녀를 꼭 안은 채 키스했다.

"파하...하아...."

잠시 얼굴을 떼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엔 아직 사랑의 불씨가 남아있었다.

나에 대한 마음이 꺼지지 않은 것이다.

"미안해....."

다시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답은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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