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303)

"계속 할 거에요. 이젠 돌이킬 수 없어."

"그래그래. 일기는 써왔고?"

"..... 여기요."

노트 한 권을 건네는 하영이.

녀석은 담배 한 모금을 스읍 들이킨 뒤, 하영이의 노트를 받았다.

-휘릭

-휘릭.

-휘릭.

그렇게 하영이의 일기를 읽어가는 녀석.

한장, 한장 하영이의 일기를 읽을 때마다, 녀석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솔직하게 적었군. 이거 아주 미움 받고 있구만. 역겹다. 혐오스럽다. 수치스럽다. 죽이고 싶다. 그냥 확 죽어버리고 싶다."

-탁.

녀석은 일기를 덮으며 하영이를 바라보았다.

하영이도 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럼 이 감정이 언제까지 갈지 두고 보자고."

그렇게 녀석은 다시 하영이를 덮치기 시작했다.

거의 첫 번째 동영상과 비슷한 과정의 섹스. 아니, 강간에 가까운 행위.

달라진 게 있다면 하영이가 울지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입술을 꾹 닫은 채,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지."

그렇게 두 번째 영상도 끝났다.

동시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대로라면 하영이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될 리가 없는데, 대체 뭘까.

결국 난 세 번째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러나 두 번째 영상과 비슷했다.

다시 네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허나 이번에도 세 번째 영상과 비슷했다.

다섯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녀석이 하영이의 일기를 낭독하고 있는 부분에서 말이다.

"이번에도 그 괴물은 나를 강간했다. 옷을 찢고, 강제로 키스를 하고, 그 거대한 것을 내게 들이밀었다. 나는 수치심에 죽고 싶었다. 이 시간이 너무나 힘든ㅡ. 하아. 이봐."

돌연 일기를 읽다 말고 일기장을 덮어버리는 녀석.

하영이의 어깨가 움찔 떨리며 녀석을 조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난 분명 솔직한 심정을 적으라 했을 텐데? 너의 솔직한 심정을 적으라고. 솔직한 심정을."

"무ㅡ 무슨! 솔직하게 적은 거예요! 당신의 강간이 역겨웠다고! 당신이 싫다고!"

"그래? 그럼 조건을 하나 추가하지. 네가 정말로 솔직한 심정의 일기를 적으면, 그때마다 봉사기간을 일주일씩 줄여주겠다. 덤으로 현금 200만원을 용돈으로 주지."

녀석의 제안에 동공이 크게 뜨이는 하영이.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솔직하게... 적은 거 맞아요."

"킥킥. 그러시겠지. 그럼 이만 시작하지. 오늘은 더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녀석과 하영이의 섹스는 시작되었다.

이제는 강간이라기보다 일방적인 섹스에 가까운 모습.

하영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아프다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다만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참는듯한 얼굴로, 끙끙 앓을 뿐이었다.

"....."

다섯번째 영상이 끝난 뒤, 축축하게 젖은 바지가 느껴졌다.

빳빳하게 굳은 내 성기가 느껴졌다.

난 바지를 벗은 뒤, 여섯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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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섹스에 저항감이 옅어지고 있다. 이제 그 녀석의 추잡스러운 행위가 익숙해졌는지, 내 그곳이 타는 듯한 고통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보다는 버티는 게 쉬워졌다."

이번에도 하영이의 일기를 낭독하는 녀석.

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일기장을 탁- 덮은 다음.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말했다.

"큭큭. 반 정도는 솔직해졌군 그래. 그런데 그렇게 내숭을 떨어봤자 좋을 거 없어. 난 솔직하게 적으라고 했다. 그편이 너도 빨리 해방될 수 있는 길이고, 네 가족에게도 좋을 거야. 날 만날 때마다 200만원을 받는다면 네 가족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는 하영이.

놈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낸 뒤, 하영이의 가슴 사이에 끼워 넣었다.

"오늘은 백만원만 주지. 기한도 4일만 깎아주겠다. 다음에 제대로 적어오면, 큰 선물을 줄 테니 이제 솔직해지라고."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하영이의 엉덩이를 툭-툭 두들기곤, 침대로 데려갔다.

그리고 둘은 섹스를 시작했다.

나는 하영이의 발끝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손으로 침대시트를 꽉 움켜쥐는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하영이는 분명,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아.... 하아...."

그렇게 6번째 영상이 끝난 뒤, 난 내 호흡이 거칠어 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나는 분명, 흥분하고 있다.

가슴 가득한 울분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내 그곳은 빳빳하게 굳어있고, 머리는 근미래에 벌어질 일들로 흥분에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나는 7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그 괴물의 삽입이 힘겹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그 녀석의 삽입에 흥분을 느끼고, 오르가즘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녀석을 혐오한다. 난 그 녀석의 남근과 숙달된 기술에 자연스러운 흥분을 느낄 뿐, 여전히 녀석을 혐오하고 있다."

큭큭 웃어대며 하영이의 일기장을 읽는 녀석.

녀석은 이번에도 일기장을 탁- 덮은 뒤, 하영이의 머리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솔직하니 얼마나 좋아. 앞으로도 이렇게 적어. 그래야 네가 빨리 해방되니까"

녀석의 의도대로 되는 게 싫었는지, 하영이는 녀석을 쏘아보며 반격했다.

"그래, 당신이 혐오스럽고, 역겨운 것도 솔직한 내 심정이지."

녀석은 여유로운 태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곤 자신의 지갑에서 수표 5장을 꺼낸 뒤, 하영이의 가슴에 꽂아 넣었다.

"아까 일기를 보니 집안형편 때문에 동생이 대학 다니는 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이걸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거야."

하영이는 자신의 가슴에 꽂힌 수표 다발을 손으로 집었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가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난 더 많은 보상을 주도록 하지. 오늘은 간단하게 얘기나 할까."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 어떤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그의 부하로 보이는 몇몇 녀석이 술과 음식을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놓고 갔다.

"샴페인이야. 네 입맛에 맞을 만한 거로 준비했지."

-쪼르르르륵.

녀석의 하영이의 잔에 샴페인을 따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잔을 하영에에게 건네며 다음 말을 이었다.

"안주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고."

"됐어. 술만 마시면 되는 거죠?"

하영이는 그렇게 샴페인을 원샷으로 들이마셨다.

그리고 순간, 하영이의 표정으로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큭큭. 생각보다 맛있지? 네 입맛에 맞을 거라고 했잖아."

"....."

조용히 녀석을 노려보는 하영이.

녀석은 큭큭 웃어대며 하영이에게 술을 권했다.

이윽고 취기가 오른 두 사람은 자연스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당신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난 이해가 안돼."

"취미라고 봐야지. 너 같은 애를 떨어뜨리는 게 내 인생의 낙이거든"

"푸하하. 떨어뜨려? 당신이? 나를?"

"음.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네 가면을 벗기는 거지. 난 본성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을 좋아하거든. 다소 그 모습이 천박할지라도, 사랑스러운 법이지."

"..... 가면. 가면이라.... 그렇게 말하니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하네..."

그렇게 녀석과 하영이는 꽤 오랜 시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 날 둘은 섹스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오히려 이런 일상적인 대화에서 더욱 큰 불안감을 느꼈다.

아마 타락의 전환점을 굳이 하나 꼽으라면, 아마 난 이 별 것 아닌 대화를 꼽았을 것이다.

"하하... 이, 씨발새끼..."

그렇게 난 타오르는 분노와 묘한 기대감을 품으며, 8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이번에도 녀석은 하영이의 일기를 낭독하고 있었다.

"그 녀석이 바쁜 바람에 2주동안 만나지 못했다. 2주나 녀석을 만나지 못해 어찌나 행복한지, 나는 오랜만에 되찾은 일상을 맘껏....."

순간, 녀석은 돌연 낭독을 멈춰버렸다.

그리곤 그저 말없이 일기장을 눈으로만 읽을 뿐,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 아니."

그리고 다시, 녀석은 '아니'로 운을 떼며 일기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 뒤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아니. 아니. 이하영. 솔직해지자. 그래야 빨리 해방되잖아. 그냥 솔직하게 적자.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난 2주 동안 매일 밤 자위를 했다. 확실히 녀석의 섹스는 굉장하다. 이제 신음을 참는 것도 한계다. 혐오감이 많이 옅어졌다. 여전히 녀석이 싫지만.... 아. 그냥 이런 내가 혐오스럽다. 녀석보다 이런 내가 더 혐오스럽다. 남자친구를 만날 자신이 없다."

-탁.

녀석이 일기장을 덮었다.

그리고 하영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영이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눈동자는 호수가 넘실거리듯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반면, 녀석의 얼굴은 백사처럼 창백했다.

흔들림이 없었다.

표정에 어떤 확신이 있었다.

그 특유의 간사한 미소도 짓지 않고,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하영이를 바라보았다.

하영이의 눈동자가 더욱 불안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읍-!"

그리고 어느 순간.

실이 탁- 끊어지듯, 한순간에 상황이 발생했다.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녀석은 격정적으로 하영이의 입술을 탐했고, 하영이도 이를 받아들이듯 녀석의 목을 감싸 안았다.

둘은 자연스레 침대로 다가가며, 서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촤악!

놈은 하영이의 스타킹 팬티를 찢어버릴 기세로 벗겼다.

그러자 팬티와 하영이의 음부 사이에 기다란 실이 주욱- 늘어났다.

구석으로 던진 하영이의 팬티는 물기로 축축히 젖어있었다.

녀석은 다시 하영이의 입술을 덮치며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렸다.

그러자 녀석의 남근이 탄력적으로 아래위로 튕기며, 그 위용을 자랑했다.

"하응!"

이윽고 삽입되는 녀석의 남근.

연이어 파멸적인 피스톤질이 시작되었다.

이제 더 이상 하영이는 아파하지 않았다.

울부짖기는 하나, 그것은 잔뜩 고조된 신음에 불과할 뿐이다.

하영이는 더 이상 신음을 참지 않고 미친듯이 교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으응! 흐응! 응! 흐응! 응! 응!"

녀석의 목덜미를 감싸 안은 하영이

녀석과 뜨거운 시선을 교환하는 하영이.

이윽고 고개를 들어올려 녀석과 입을 맞추며 혀를 집어넣는 하영이.

난 그 모든 하영이를 바라보며, 팬티를 내렸다.

녀석과 하영이의 정사를 바라보며, 내 초라한 남근을 미친듯이 흔들어댔다.

"으윽! 으윽! 흐으윽! 흡!"

사정감이 올라온 녀석의 표정.

나 또한 사정감으로 음부가 잔뜩 팽창했다.

녀석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이듯, 내 왼손 또한 거침없이 흔들어댔다.

"크흐흐으으읏!!"

이윽고, 하영이의 질내에 잔뜩 사정하는 녀석.

나 또한 내 초라한 남근에서 정액이 위로 파앗 솟아올랐다.

이윽고 스마트폰의 액정엔 하영이의 얼굴이 풀샷으로 전환되며, 내 정액이 그 위를 덮었다.

"하아.... 하아...."

그리고 다시 전환되는 화면.

이번에는 하영이의 음부를 비추고 있었다.

하영이의 음부엔 녀석과의 정사로 인한 냉자국과, 보지 사이로 흘러나오는 정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동시에, 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곳엔 내 초라한 남근에서 질질 새어 나오는 정액이 보였다.

비참할 정도로 극명한 대비.

하지만 이러한 비참함을 느끼면서도, 내 남근은 다시 활기차게 솟아오른다.

이윽고 나는 묘한 기대감을 안으며, 남은 동영상의 갯수를 세아려 본다.

무려 36개의 동영상 파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

광소가 터져 나왔다.

내 자지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흥분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다음 동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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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9번째 영상을 클릭했다.

이번에도 영상의 첫 시작은 녀석의 낭독으로 시작됐다.

"그놈의 섹스는 이성으로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섹스가 이렇게 굉장한 것이었다니. 밤이 되면 문득 그놈과의 섹스가 떠오른다. 특히 이렇게 일기를 적을 때면, 그놈과의 섹스가 떠올라서.... 또 자위를 하고 만다."

녀석은 읽다말고 눈을 치켜 떠 하영이를 바라보았다.

하영이는 오줌이라도 마려운 것처럼 다리를 베베 꼬며 녀석을 흘겨보고 있었다.

녀석이 피식 웃으며 다시 낭독을 시작했다.

"이제는 혐오감보다 그놈과의 섹스가.... 오히려 기대된다. 나도 이런 내가 무섭다. 분명 그 남자는 정말 죽도록 싫은데, 그놈과의 섹스는 싫지 않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탁.

녀석은 일기장을 덮었다.

하영이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녀석이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좋아. 솔직하다는 건 이런 거야. 이 얼마나 사랑스러워."

녀석은 이번에도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하영이의 가슴에 꽂아넣었다.

가슴에 꽂힌 돈을 바라보는 하영이의 눈동자에 잠시간 탐욕이 서렸다.

"잠시 앉아서 얘기나 할까."

안달난 듯한 하영이와는 다르게, 녀석은 시공일관 여유로웠다.

녀석이 드르륵- 의자를 꺼내서 앉아 하영이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맞은편의 의자에 착석했다.

그 사이 녀석은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깊게 들이마시곤, 후~우- 내뿜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내가 그동안 네 일기를 보면서 느낀건데 말이야, 넌 참 인생을 재미없게 사는 거 같더군."

녀석이 꺼낸 첫마디.

그 첫마디는 하영이의 인생을 부정하는 첫마디였다.

하영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 그럼! 당신처럼 섹스에 미쳐사는게, 그게 즐거운 인생인 건가?"

녀석은 하영이의 반격이 가소로운듯 큭큭 웃어댔다.

녀석이 답했다.

"섹스는 그저 즐기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지.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야.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들여다 보는 거지."

놈과 어울리지 않게,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인 대답을 했다.

이에 하영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녀석을 지긋이 노려보았다.

녀석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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