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6/13)

<아르카디우스 풀케르>

너를 사랑하고 있어, 아케론.

‘그날부터 지금까지 쭉.’

그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장군.

‘당신이 내 삶의 이유였어, 게르마니쿠스.’

내뱉지 못했던 말.

내뱉을 수 없었던 말.

루키우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왜….’

숭고한 영웅을 사랑했다.

‘왜…?’

그러나 그의 사랑을 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대는?’

차라리 그가 저를 증오하길 바랐다!

무수히 많은 사내들을 거친 몸이라 경멸하길 바랐다.

제 몸을 요구하고 자존심을 깔아뭉갠 파렴치한 주인을 혐오하길 바랐다.

‘아, 아케론!’

헌데 너는 왜 지금 그리하고 있는 건가?

루키우스가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은 통곡에 가깝게 변했다. 흐느끼고, 흐느끼고, 흐느껴서 마침내 눈물은 강이 되었다. 뜨거운 불구덩이를 목구멍에 삼킨 것만 같아. 혀를 섞으며 루키우스는 열기를 참지 못해 헐떡거렸다.

‘네가 나를 사랑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

울음이 입술 사이로 터져 나갔다.

‘내가 네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데!’

루키우스는 흐느꼈고, 그러나 정열을 삼키길 멈추지 못했다. 아케론의 영혼을 빨아들일 듯이 루키우스는 그의 몸에 매달려 숨을 들이켰다. 그를 탐욕했다. 각진 어깨를 손으로 단단히 부여잡고, 허리에 팔을 두른 채 혀를 물고 빨고 깨물었다.

욕망을 내보였다.

느릿하게 떼어지는 입술.

뜨거운 숨결이 흘러나왔다.

열정을 품은 사내의 눈과 마주하며 루키우스가 얼굴을 무너트렸다.

루키우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현실에서 회피하려 했으나, 거부할 수 없이 말은 내려앉았다.

얼음처럼 투명한 눈을 빛내며 아케론이 속삭였다.

“내가 장군입니까?”

사랑스러운 뺨에 핏기가 가셨다.

아케론은 파르스름한 뺨을 엄지로 비비며 루키우스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처음 만난 순간 털공 같은 흰 고양이를 만지작거리며 놀던 사랑스러운 금발의 청년. 게으른 나귀같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던 그는 제게 몸을 내어달라 탕부처럼 말했다.

그러곤 애타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아, 장군….’

애정이 스며든 눈.

탄식이 흘러나오는 작은 입술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목소리는 왜 그리도 서글펐는가?

입술을 조르는 몸짓은 왜 그리도 조급했는가?

아케론이 고요히 불타는 눈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보았다.

뜨거운 손바닥이 창백한 뺨에 온기를 전하고 있었다.

나직한 목소리가 흘렀다.

“개선식.”

“…….”

“내 개선식이 널 살렸어?”

루키우스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처연한 얼굴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아케론은 그의 뺨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어 그의 고개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

젖은 보라색 눈을 마주했다. 참을 수 없어진 아케론이 그의 소금기가 물든 입술을 다시 거칠게 탐했다. 입술이 떼어 내지고 그는 숨을 헐떡거렸다.

두 눈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날 사랑한 거야?”

루키우스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케론의 얼굴이 일그러져 가고 있었다. 그의 눈은 절박함을 담았고,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각진 턱은 악물린 채 툭 튀어나왔다. 불이 타오르는 눈이 루키우스를 응시했다.

루키우스와 멀어진 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를 강간한 후 일의 선후 관계가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뜨거워진 머리를 다스리고, 흔들리는 저를 직시했다.

그리고 서서히 느끼게 된 이질감.

“그 장군이….”

“…….”

“당신이 애타게 부르는 장군이….”

“…….”

“…네가 내게서 찾았던 자가.”

너는 내게서 투영한 그자를 애틋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사실은….

“그자의 이름이 게르마니쿠스입니까?”

절망이 물드는 루키우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케론이 숨을 헐떡거렸다.

이를 악물고, 충혈된 눈을 부릅떴다.

거친 손바닥 안의 루키우스의 뺨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거친 숨결이 흘렀다. 루키우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샘솟는 자색 눈을 노려보며 아케론이 연이어 속삭였다.

“나를 사랑해?”

벌어진 입술은 다물리지 않았다.

내려간 턱은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무어라 말하려던 루키우스가 결국 말을 내뱉지 못했다. 호흡을 멈춘 채 백지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아케론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

아케론의 얼굴에 조급함이 스쳤다. 혼백이 나간 듯 벌어진 입술 사이로 끄윽 희미한 신음만을 흘리는 루키우스는, 대답을 할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케론이 그의 귀에 닿은 손바닥을 움직였다.

루키우스의 머리를 단단히 손으로 틀어쥐고, 그가 입술을 열었다.

답을 재촉하려던 그때였다.

“으아아악! 의원!”

아케론이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는 저를 향해 달려오는 대여섯 명의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반사적으로 그들을 처리할 방법을 가늠했다. 그들은 쓰러진 달마티카 의원을 바라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고, 그에 아케론은 그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선두에 선 사내가 주검 앞에 머리채를 부여잡으며 울부짖었다.

“안 돼!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아케론이 고개를 돌렸다.

푸른 눈이 루키우스를 내려다보았다.

루키우스는 멍한 눈으로 아케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케론은 고개를 숙여 루키우스의 입술에 짧고 강렬한 입맞춤을 했다.

“당장! 당장 저놈을 잡아!”

그러곤 손에 쥔 루키우스의 머리통을 놓고 몸을 돌렸다.

차가운 푸른 눈이 긴장이 스며든 사내들을 응시했다. 그들은 달마티카 의원을 호위하는 사내들이었다. 아케론은 그네들에게서 검투사나 군인과 비슷한 냄새를 맡았다. 그들 또한 그러한 듯했다.

강자의 냄새를 맡은 듯 달마티카의 호위가 마른침을 삼켰다. 망설이던 그들 중 성격이 폭급한 이가 아케론에게 다가와 검을 뽑으려 했다.

“그만.”

그때 흘러나온 담담한 말이었다.

“내 발로 가겠다.”

멈칫한 사내가 고개를 들어 아케론을 바라보았다. 이스카리아의 왕이라 불리던 검투사가 차분한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리를 세운 사내에게서는 부정할 수 없는 위압감이 흐르고 있었다.

사내는 생전 처음으로 타인을 두려워했고, 그에 아케론의 말을 따르고야 말았다.

주춤거리며 그가 아케론을 바라보았다.

그때 아케론이 말없이 고개를 돌려 루키우스를 응시했다.

탁자 위에 쓰러진 루키우스가 홀린 듯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케론이 웃은 순간이었다.

웃음이 거짓말처럼 지워진 순간 아케론은 굳건히 지면에 박혀 있던 발걸음을 떼고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

헬리오스 축일에 들떴던 이스카리아 섬에 죽음과도 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로마 본토 원로원 의원의 죽음이 퍼져 나간 까닭이었다. 죽음의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파장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다. 로마 원로원 의원은 하나하나가 로마를 상징하는 이들이었으므로. 로마 본토에서 이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을 예감한 것이었다.

재수도 없게, 도대체 왜 그 의원이라는 자는 이곳에서 죽은 거야?

그리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자세한 원인을 아는 자는 드물었다. 마르쿠스를 비롯한 이스카리아 섬의 귀족들이 그 사유를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집정관 마르쿠스는 귀족 의회에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살해를 당한 이는 로마 원로원 의원!

다름이 아니라 로마인을 범하려 하던 와중에 그 노예에게 변을 당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마르쿠스는 끝장이었다.

로마 시민권을 가진 로마인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았다.

그러니 루키우스를 재판 없이 처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나 그를 재판대에 올린다면?

셈프로니우스 씨족은 감히 마르쿠스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로마인에게 명예 관념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던가?

같은 로마인을, 그것도 사내를 강간하려다가 응징을 당했다는 지독한 오명을 셈프로니우스 씨족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달마티카 분파23)뿐만 아니라 셈프로니우스 씨족의 사내 전원이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오명을 진 그들이 마르쿠스를 살려 주려 할까?

마르쿠스는 똑똑한 사내였으므로 제게 닥친 죽음의 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몇 되지 않았다.

‘묻자!’

가장 좋은 방법은 루키우스를 얽지 않고, 그 노예를 처형하는 수순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것.

마르쿠스는 그것을 루키우스 또한 받아들이리라 여겼다.

일이 커지면 곤란한 것은 마르쿠스뿐만이 아니다.

루키우스 또한 셈프로니우스 씨족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마르쿠스의 생각에 루키우스가 그 노예를 처분하는 선에서 일을 끝마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그런 연유로 마르쿠스는 루키우스가 그 방법을 거부할 것이라 한 치도 예상을 하지 않은 채 아케론을 지하 감옥에 가두었던 것이다.

그를 로마 원로원 의원을 살해한 죄목으로 처형할 생각이었다.

“너는 채찍질을 당할 거다. 그리고 십자가에 오를 거다!”

그런 마르쿠스의 결정에 달마티카 의원의 보좌관은 분노를 하면서도 토를 달지 못했다. 그 날 호위와 함께 현장에 들이닥치고 울부짖었던 사내인 보좌관은, 저를 공직으로 이끌어 줄 든든한 후원자의 죽음에 울분을 금치 못했다.

“감히 로마 그 자체인 로마 원로원 의원을 죽여? 그것도 노예 놈이!”

창살을 움켜쥔 채 보좌관이 핏발 선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평소라면 발걸음을 하지도 않을 열악한 지하감옥. 썩은 물이 바닥에 고여 있고 악취가 감도는 그 감옥까지 내려와 보좌관은 증오심을 토해 냈다.

내 인생을 망가트린 그 노예 놈이 절망하는 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겠다!

“너는 일주일 내내 죽지 않고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거다, 이 건방진 노예 놈아….”

그런 마음으로 지하 감옥에 내려와 십자가형의 끔찍함과 잔인함을 토설하였건만, 보좌관은 그토록 원하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아케론의 무너지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으아아!”

결국 참다못해 울분 어린 비명을 내지르는 보좌관을 사내는 감옥의 벽에 기대어 앉은 채 바라볼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푸른 눈이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아케론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차분한 빛만 가득할 뿐이었다.

“끔찍한 죽음을 기다려라!”

마지막 말을 남기고 보좌관이 감옥을 빠져나갔다.

아케론은 눈을 지그시 감고 한 사람을 떠올렸다.

하염없이 울던 루키우스.

다물지 못한 입술 밖으로 꺽꺽 소리만을 흘리던 금발의 아름다운 청년을 생각하다가, 문득 속으로 중얼거렸다.

‘결국 답을 듣지 못했군.’

그러나 그리 생각하는 아케론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그곳에는 아쉬움이 없었다.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샛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는 사실 확신하고 있었다.

‘개선식.’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았을 때 더욱 뚜렷해지는 사건의 본질.

아케론은 그를 엿본 후였다.

시간이 흘렀다.

“네…… 까짓 게!”

어느 날은 보죄관이 감옥에 찾아와 광인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네놈……. 네놈 때문에 내가! 내가 쌓은 모든 게 무너져 내렸어!”

어느 날은 마르쿠스가 찾아가 울분을 터뜨렸다.

“배은망덕한 놈!”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창살 안 사내에게 윽박지르는 마르쿠스에게선 이전의 품위를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내게 자비를 기대하지 마라!”

마르쿠스는 침을 튀겨가며 윽박질렀다.

“나는 너를 다리를 떨어트리지 않고 매달 거다. 네가 뒈질 때까지 끔찍하게 고통스럽도록 할 거야!”

마르쿠스가 쾅! 창살을 발로 치며 소리쳤다.

“죽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 버려!”

아케론은 담담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게는 죽음이란 너무나도 가까운 것이었으므로.

벗처럼 함께해 온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만 아쉬워할 뿐이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 볼걸….’

아케론이 눈을 감았다.

‘단 한 번만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

루키우스는 왜 오지 않는 것인가?

그는 왜 저를 위해 희생한 나를 찾지 않는 것인가?

사람들이 아케론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자연스레 품을 의문을 아케론은 품지 않았다.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단지 갈망할 뿐이었다. 이슈타르의 눈. 그 사람을 홀리는 보라색 눈을 보고 싶다.

루키우스를 보고 싶다.

“그날의 답을 해 주러 왔어, 아케론.”

그리고 어느 날 루키우스는 감옥을 방문했다. 저벅거리는 발걸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던 아케론은 갈망했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눈을 번쩍 뜨고 몸을 일으켰다.

팔리움이 걷어지고, 아케론이 마주하길 원했던 요요한 보라색 눈동자가 음습한 지하감옥을 밝혔다.

아케론은 그 눈을 마주한 순간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얼어붙고야 말았다.

“아케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경직시켰다.

“…주인님.”

그러니까 그것은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 눈이었다….

“맞아.”

아스라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아케론의 심장이 내려앉은 때였다.

“네가 내 마음에 있는 그 사람이다.”

아케론이 숨을 멈췄다.

감옥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순금을 녹인 듯한 화려한 금발이 물결쳤다. 루키우스가 창살을 손에 쥐고 얼굴을 창살 가까이 들이밀고 있었다. 아케론이 있는 장소였다.

숨결이 섞이는 거리에서 루키우스가 속삭였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얼이 나가 그를 바라보던 아케론의 몸이 뻣뻣이 굳어진 순간이었다.

루키우스는 힘없이 웃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루키우스가 눈을 감았다. 투명한 눈물이 뺨을 가로질렀다.

아케론이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문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는 그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거 놔!”

날카로운 목소리가 감옥 안을 울렸다.

아케론의 손을 매정하게 쳐낸 루키우스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아케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아케론은 그 감정의 연원을 짐작하지 못했으므로. 분노에 치밀어 올라 소리치는 루키우스를 달래지 못했다.

“너는… 너는…!”

루키우스가 주먹을 움켜쥔 채 아케론을 노려보았다. 실핏줄이 터져나간 눈. 증오와 원망 사이를 오고 가는 감정이 서린 눈.

그런 눈으로 아케론을 담은 채 루키우스는 눈물을 터뜨렸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울었다.

아케론은 그가 흐르는 눈물의 의미를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루키우스가 미래를 예견하고 흘린 눈물이었다.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흘린 눈물.

*

마침내 재판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이스카리아의 왕의 재판식은 맑고 화창한 날에 이루어졌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 한 점도 없었다.

그날 아침부터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스카리아 섬의 역사에 남을 재판을 두 눈으로 지켜보려는 관중들이 광장을 채웠다. 시장은 오랜만에 한가했고, 항구는 텅텅 비었다.

재판이 시작하기 세 시간 전부터 이미 광장은 인파로 꽉꽉 채워진 후였다.

“잘 봐.”

집정관 마르쿠스는 아케론에게 그 사실을 알리며 비웃었다.

“다들 네 죽음을 보러 온 거야.”

아케론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말을 들었다. 그 무너지지 않는 꼿꼿한 사내의 모습에 마르쿠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쾌한 티를 얼굴 위로 드러냈다. 그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

“똑똑히 기억해.”

아케론을 향해 성큼거리며 다가간 마르쿠스가 창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네 주인이 네 죄에 얽힐지 안 얽힐지가 결정될 거다. 이 건방진 노예 새끼야.”

아케론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마르쿠스가 흥분에 젖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재판에서 혹여 딴소리를 하지… 컥!”

그때였다.

“큭, 커흑!”

“마, 마르쿠스 님!!”

감옥의 입구에 서 있던 경비병들이 경악이 서린 얼굴로 뛰쳐 들어왔다. 마르쿠스가 창살 밖에서 무릎을 꿇은 채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알고 있으니까….”

창살 사이로 뻗어진 손의 주인이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마르쿠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닥쳐.”

음울한 목소리가 흐르고, 멱살이 잡혀 목이 졸린 사내의 입술 밖으로 컥컥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흘렀다. 경비병이 빠르게 달려와 아케론의 손에서 마르쿠스를 떼놓았으나, 그는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목을 잡은 채 바닥을 뒹구는 마르쿠스를 아케론은 멸시의 눈으로 응시했다.

컥컥대던 마르쿠스가 정신을 차리고 벌겋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이 새끼가!”

그는 핏줄이 터진 눈을 부릅뜨며 아케론에게 손가락질했다.

“너는 편히 죽지는 못할 거다. 너는 반드시…!”

그때 나직한 목소리가 감옥을 울렸다.

“반드시 날 죽여라.”

경비병의 몸이 움찔했다. 손가락질을 하던 마르쿠스가 그 순간 굳었다.

“반드시 날 죽여라.”

창살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그극,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리고 창살이 휘어졌다.

그 광경을 마르쿠스는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좋을 거야.”

담담한 말을 끝으로 정적이 내려앉았다.

감옥에서는 더 대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케론이 심판대 앞에 설 때까지.

그 사내는 내외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죄인 아케론! 신과 로마 대중 앞에 서시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운명의 시간.

수갑에 묶여 심판대 앞에 서기 전 아케론은 고개를 돌려 배심원석을 훑어보았다. 그곳에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사내를 찾았다. 그러나 자색 눈동자는 없었고, 아케론은 얼굴 위에 드러난 감정의 파편을 수거한 채 다시금 무심한 얼굴을 되찾았다.

그는 오지 않았다.

그 사실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아케론은 어쩔 수 없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 위대한 아테나 여신이여. 인간의 이성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지성의 소유자시여. 당신의 위대함이 부디 지상에 닿아 불완전한 인간의 지성을 채워 주기를 소망하노니….”

재판 내내 아케론은 루키우스를 생각했다.

입술을 열지 않고, 혐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제 귓가에 내려앉은 말들, 죽음을 확정 짓는 혐의의 열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무심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눈썹을 간지럽히는 햇살에 문득 고개를 들어 청명한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신께서 내 죽음을 바라는 건가.’

죽음을 환영하기라도 하는 듯이 저리 하늘은 맑고 또 푸르다.

귓가에 떠드는 말들을 흘려보내며 그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하기야, 모든 것은 다 미신이지.

‘오랫동안 죽음을 유예하긴 했다.’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아케론이 눈을 감았다.

오래된 과거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오래된 과거와 가까운 과거.

빛나는 과거와 빛바랜 과거.

명예로운 과거와 불명예스러운 과거.

시간을 훑던 아케론이 문득 헛웃음을 흘렸다.

‘웃기는 인생이었어.’

그래, 많은 것을 겪었다.

정말로 다사다난했지.

“…이런 연유로 노예 아케론을 로마 원로원 의원 아울루스 셈프로니우스 달마티카를 살해한 혐의로 고발하노니. 영광스러운 배심원 이하 대중께서는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겨울 하늘처럼 청명한 눈이 스륵 떠졌다.

“아케론! 할 말이 있소?”

아케론이 로마의 대중들을 돌아보았다. 로마를 응시했다. 무심한 얼굴에는 감정이 엿보이지 않았다. 집정관 마르쿠스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리며 그가 침묵을 지켰다.

“아케론?”

재판관이 짜증을 설핏 내며 되물었다.

“아케론! 답변을 하시오.”

아케론의 얼굴에 이채가 설핏 서렸다. 재판관 때문이 아니었다. 뻗어져 나간 생각의 줄기가 어느 한 부근에 이른 탓이었다.

‘참….’

기분이 묘하다.

‘…날 사랑한다고 했지.’

전장에서 살았다. 피와 야만을 가까이하며 살았다.

“아케론! 전 검투사 아케론!”

그런데 갑자기 달콤한 이름을 가진 감정.

사랑.

사랑이 그의 인생에 다가왔다.

‘사랑.’

아케론이 눈을 빛냈다.

‘사랑이라.’

그가 숨을 들이켰다.

눈을 감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최후도 나쁘지 않노라고.

아니, 어쩌면 전장에서의 죽음보다 이것은 더….

“아케론! 변론할 말이 없으면 그대의 차례는 넘어가겠소.”

아케론은 눈을 감는 것으로 답변을 했다.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케론의 뻣뻣한 태도가 그네들의 분노를 샀는지 재판은 안 좋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마르쿠스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 일이었다.

“그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자입니다, 재판관님!”

마르쿠스가 뇌물을 먹인 사람들이 잔혹한 의도를 띠고 그를 비난했다.

“그가 무대 위에서 저지른 일들을 떠올리시길 바랍니다.”

“그는 사람들을 학살했습니다!”

“검투사 양성소에서 기른 제자들을 망설임 없이 죽였어요.”

아케론은 무덤덤한 얼굴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비난이 솟구쳤다.

“그는 악한입니다!”

아케론은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떠들어라! 나에 대해서 마음껏 지껄여라.’

왁자지껄한 광장 한가운데서 재판관이 엄숙히 말을 내뱉었다.

“아케론. 변론할 말이 있소?”

아케론이 섬광이 번뜩거리는 눈을 뜨고 답했다.

“없소!”

심판관은 그의 칼 같은 대답에 불쾌함을 고스란히 얼굴 위로 드러냈다. 노예 주제에, 라는 말이 적힌 듯한 얼굴을 아케론은 차디찬 눈으로 좌시했다.

재판관의 입술이 우물거렸다.

분노가 일견 스치던 그의 얼굴이 다시금 침착해지고, 우렁찬 말이 쏟아졌다.

“영광스러운 로마 원로원의 일원, 아울루스 셈프로니우스 달마티카 의원의 불운한 죽음에 관련된 재판을….”

그것은 죽음을 선언하기 위한 말이었다.

“잠깐!”

만약에 변수가 없었다면 실로 그리했으리라!

“멈춰!”

그러나 재판관은 그리하지 못했다.

“멈춰! 멈추시오!”

사람들 사이로 술렁거림이 퍼져 나갔다.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으려던 재판관의 눈이 크게 떠지고, 몸이 굳었다.

“뭐, 뭐야?”

광장에는 감정의 동요가 파도가 치듯 퍼져나가고 있었다.

재판관 호라티우스가 두 눈을 끔뻑거리며 군중들 한가운데를 꿰뚫고 뛰어오는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아케론의 턱이 그 순간 희미하게 떨렸다.

‘루키우스?’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눈이 물결치는 금발의 주인을 담았다. 그는 토가 자락을 흩날리며 흑발의 중년인과 함께 걷고 있었다.

제비꽃색 눈과 마주하는 순간 아케론의 숨이 멎었다.

심장이 떨어지고 이명이 울렸다.

한순간 세상의 시간은 멈추었다.

루키우스는 아케론과 눈을 마주한 채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허리를 세운 채 대중 앞에 선 루키우스의 얼굴에는 불안이 없었다.

고요한 얼굴을 마주하고 아케론은 멍한 표정을 짓고야 말았다.

“재판을 멈추시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증인이 있소.”

아케론은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증인이 여기에 있소.”

어째서 저 흑발 사내는 땀범벅이 된 채 소리를 치고 있는 건가?

“루키우스! 노예의 주인이 증언을 할 것이오.”

아케론이 그 순간 얼굴을 무너트렸다.

‘안 돼!’

그는 이 죄에 얽히면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 심판대 앞에 선 사내는 다급히 말을 내뱉으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케론은 벌린 입술 사이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너희가 감히 재판을 훼방을 놓으려 해?!”

그에 앞서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른 사내 때문이었다.

아케론이 고개를 돌렸다. 마르쿠스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루키우스와 흑발 사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감히 집정관(Archon)24) 앞에서….”

“감히 전집정관(Proconsul)25) 앞에서 목소리를 올리지 말아 주겠나?”

그리고였다.

“한낱 촌구석의 소꿉놀이 시장 주제에 그만 그 입 다물어! 셈프로니우스 씨족의 분노를 받기 싫으면!”

흑발 사내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마르쿠스에게 쏘아붙였다.

“네가 공화정에 대해서 무얼 알지? 로마 시민과 대중의 의미를 뭐라 생각하는 거냐! 닥쳐! 닥쳐라! 이 정의롭지 못한 자리엔 내가 정의를 세울 거다.”

그에게 다가오던 마르쿠스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프, 프로콘술?”

그 순간 마르쿠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동공이 확장되고, 피가 식어 내렸다.

프로콘술!

그것은 로마의 권력자를 뜻하는 말이었다.

‘프로콘술이… 여기엔 왜?’

얼어붙은 마르쿠스의 앞에서 흑발 사내, 그나이우스 셈프로니우스 그라쿠스26)가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늦지 않았군.”

정말 열이 올라 쓰러질 뻔했다.

“돌이킬 수 있어. 충분히 돌이킬 수 있어….”

비틀거리는 몸을 간신히 다잡은 그나이우스가 심호흡을 했다. 루키우스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이우스가 새파란 입술을 달싹거렸다.

“모두 자네 덕이네, 루키우스. 정말 자네 덕분에 살았어.”

군중의 웅성거림을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씨족의 불명예를 잘 처리할 수 있게 되었군.”

위대한 셈프로니우스 가문의 명예가 훼손이 될 뻔했건만!

그게 대수인 건가?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멍청히 그나이우스를 바라보던 마르쿠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때까지 침착한 얼굴로 상황을 좌시하던 루키우스가 제비꽃색 눈을 반짝거리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내 노예의 일에 주인인 내가 변론해도 되겠습니까, 집정관?”

부드러운 목소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르쿠스는 당장 ‘아니! 절대 안 돼!’라 대답하고 싶었으나, 그나이우스의 형형한 눈빛에 사로잡혀 말을 내뱉지 못했다.

목구멍에 말이 걸렸다.

마르쿠스는 제 발목을 휘어 감아 조르는 무언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가 눈을 떨고 숨을 들이켰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미친 듯이 불안했다.

“그가.”

어쩐지 일이 잘못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그가 누굽니까?”

그리하여 마르쿠스는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당황한 재판관의 앞에 선 루키우스를 묵묵히 바라보며 그나이우스는 침묵을 지켰다.

마르쿠스의 말에 대한 답변은 루키우스에게서 직접 돌아왔다.

“그대는 누구요?”

재판관의 말에 금발의 청년은 바람에 펄럭거리는 토가 자락을 손에 쥔 채, 짤막한 말을 내뱉었다.

“루키우스 아르카디우스 풀케르.”

그 말은 마르쿠스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세 마디의 이름이 마르쿠스를 절망으로 이끌어 갔다.

“풀, 풀케르?”

멍한 얼굴로 그가 읊조린 말에 뒤늦게 그나이우스 셈프로니우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변했다.

“그래.”

조소와 함께 흐른 말이었다.

“카이사르의 사촌이다.”

그리고 그건 아케론의 원수의 동생의 이름이었다.

-공금&갠소—

주석

1)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불명예스럽게 살아가는 패배자의 삶이 고될 뿐이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어록.

2) 새하얀 튜니카 위엔: 남자들이 입는 튜니카는 통상 하얀색을 사용했다.

3) 세레스: 한나라.

4) 엘리시온: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묘사되는 천국의 들판.

5) 팔레르눔: 최고급 와인.

6) 로라: 포도 껍질 절임으로 만든 최하층민 전용의 값싼 와인. 검투사들이 주로 마심.

7) SPQR의 붉은 깃발: Senatus Populusque Romanus(로마의 원로원과 대중)의 약자를 쓴 깃발. 로마를 상징하는 깃발이었다.

8) 바바리안: 이민족.

9) 클라데스 바리아나의 치욕: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 벌어진 토이토부르크 전투를 뜻함. 이 전투에서 로마군은 대패하여 라인강 방면의 영토 팽창을 멈추고 게르만을 영구히 복속시키지 못한다.

10) 에라스테스: 사랑을 주는 자. 고대 그리스에서 삽입하는 역할을 했던 남성.

11) 에로노메스: 사랑을 받는 자 에라스테스의 후원을 받는 소년.

12) 명예로운 경력: 로마 시민이 공직에 나설 때 밟아야 되는 코스.

13) 아이를 한 명 제대로 키우는 데~: 로마 상류층이 아이 한 명을 기르는 데 지불하는 돈은 상상을 초월했다. 황족이 다니는 귀족 학교를 보내고, 제대로 된 가정교사를 초빙해야 했으며, 공직에 나갈 때 제 기반이 되어줄 ‘클리엔테스’라 불리는 식객을 양성해야 했는데, 아무리 뼈대 깊은 명문가라도 둘 이상의 자식을 감당하지 못해 피임을 하거나, 양자로 대를 잇곤 했다.

14) 식민지의 농장: 그 당시 로마 귀족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식민지의 대농장이었다.

15) 아이깁토스: 이집트.

16) 아이깁토스가 아우구스투스령이 되고: 제정 초기 이집트가 로마 황제 직할령으로 변경되면서 이집트산 저렴한 농작물들이 로마로 유입되어, 로마 귀족들의 기반인 대농장 제도가 흔들리게 됨.

17) 모이라 신: 운명의 신.

18)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19) 헬리오스 축일: 작중 배경이 되는 시기에는 로마의 큰 축제인 ‘솔 인빅투스’ 신앙이 없었다. 단지 관습적으로 12월 25일에 태양신을 모시는 축일이 열렸다는데 이 신앙이 에르투리아 전통 신앙인지 그리스 계열의 신앙인지는 추측 불가능하다. 작품에서는 임의적으로 헬리오스 축일이라 칭한다. 그리스의 신명을 차용한 까닭은 이스카리아 섬이 네오폴리스처럼 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신의 이름을 그리스의 것으로 사용한다는 설정.

20) 아카이아: 그리스.

21) 옥타비아누스: 로마 제정 초대 황제.

22) 데나리우스: 은화.

23) 달마티카 분파: 로마인의 이름은 [프라이노멘/노멘/코그노멘]으로 이어지는데 노멘은 씨족의 이름이고 코그노멘은 분파다. 즉 [아울루스 셈프로니우스 달마티카]는 셈프로니우스 가문의 달마티카 분파인 아울루스라는 뜻.

24) 집정관(Archon): 아르콘은 그리스 지방의 도시 국가를 다스리는 선출직 지도자를 뜻한다. 선출직 지도자라는 의미에서 로마의 콘술과 같이 집정관으로 번역이 되지만 위상과 권한은 사뭇 다르다. 콘술은 로마 전역의 집정관. 이스카리아 섬의 아르콘은 로마의 한 지역구를 다스리는 집정관이다.

25) 전집정관(Proconsul): 집정관을 한 번 거친 원로원 의원은 로마에서 존중을 받는다.

26) 그라쿠스: 그라쿠스 형제. 로마 공화정 시기 농지법을 발의하고 개혁을 꾀했던 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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