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수물&산란플
잠이 든 것도 정신이 멀쩡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도로를 달려 나가는 소리와 이따금 신호에 걸린 듯한 정차 소리를 들으며, 난 집으로 가고 있구나, 이번 외출에도 도망은 꿈도 못 꿔 봤구나 하는 태연한 생각을 했을 뿐이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조수석 문을 열었을 때는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고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꽉 잡던 내 손을 제 어깨로 올려 낸 남자가 다리 밑과 등 뒤를 받치더니 성큼성큼 집으로 이동했다.
집에 도착한 뒤에는 남자의 손 아래 온몸을 깨끗하게 씻어 냈는데 여태 그래 온 것과는 다르게 샤워 가운을 주지 않았다. 설마 맨몸으로 있게 되는 건지 걱정을 하고 있을 무렵, 남자가 흰 티셔츠와 고무줄 바지를 들고 왔다.
“가요.”
“……?”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로 향하던 내 어깨를 잡아챈 남자가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엉덩이 사이가 쓸려서 아파 죽겠는데 또 어딜 가. 물론 외출을 하는 거라면 도망칠 기회가 생길 테니 나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 외출이랍시고 이상한 플레이만 당했기에 하루, 이것도 많다면 반나절 정도는 쉬고 싶었는데 이조차도 불가능하다니.
“한율 씨는 왜 차려입었어요?”
“제가요?”
남자가 의아한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내 눈에는 운동복을 입은 나와는 다르게 검은 면바지와 하얀 셔츠, 화려한 손목시계를 찬 남자가 훨씬 더 꾸민 것처럼 보였다.
“왜 저는 운동복이고 한율 씨는 면바지에 셔츠인데요.”
“아, 벗기기 쉬워서요.”
“…….”
아, 이 새끼가 또 무슨 플레이를 하러 가는구나. 아찔함에 휘청거리는 몸을 잡아 준 남자가 에스코트랍시고 차까지 나를 거의 껴안듯 데려갔다. 조수석에 앉았을 땐 벨트까지 꼼꼼하게 매 줬는데 역시나 창밖을 볼 수는 없었다. 잠깐 하늘을 바라봤다가 자신이 저 까만 하늘보다 못한 게 뭐냐며 급발진을 하기에 이동하는 내내 검은 머리칼만 눈에 담았다.
“아, 기대된다.”
남자는 신호에 걸릴 때마다 뜻 모를 말을 내뱉으며 끈적이는 눈길을 보내왔다. 도대체 뭘 하러 가냐는 질문에는 변태 같은 웃음으로 답을 했을 뿐이다. 그냥 뛰어내릴까. 잠시 차가 멈추는 순간마다 몇 번이고 뛰어내릴지 말지를 고민해 봤으나 달리기로 이기지 못할 바에는 시도하지 않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이 섰다.
괜히 초조해져서 발끝을 달달 떨고 있는데 남자가 미소를 싹 지우더니 차에서 내렸다. 그 후로는 남자의 옆에 딱 붙어 붉은 건물의 지하실로 들어갔다. 간판이나 창문 없이 정말 딱 입구만 있는 건물이었는데 조명하나 없이 캄캄해서 혹시, 이곳에서 생체 실험이라도 하는 건 아닐지. 남자가 나를 팔아먹고 돈을 챙기려는 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그러다 지하실의 끝,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섰을 땐 생체 실험보다는 평범한 실험실이라는 것을 유추해 냈다. 테이블마다 놓인 투명한 통 안에는 여러 식물로 가득했고 통마다 다른 색의 용액이 투입되고 있었다. 남자는 그중 시들어 버린 파란 꽃을 잡아 보더니 무심하게 휴지통으로 던져 버렸다.
“매정하네요…….”
“쓸모없는 건 바로 버려야 해요.”
저러다 내가 질리면 쓸모없다며 바로 묻어 버릴 것 같은데. 순수한 표정으로 잔인한 말을 하는 남자의 뒤를 얼떨떨하게 따르다가 구석진 곳에서 작은 지렁이를 발견했다. 지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통통하고 녹색에 가까웠는데 난생처음 보는 생물이었다.
“마음에 들어요?”
한참을 구경하고 있으니 남자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집중하느라 코앞까지 다가오는 것을 몰랐기에 손을 휘저으며 물러났는데 남자가 다시 나를 이끌어 통을 잡도록 했다. 뚜껑을 열어 보라는 듯 턱짓을 하기에 슬쩍 위로 올렸다. 그러자 꿈틀거리던 생물이 위로 몸을 길게 늘어트렸다.
“으으, 가까이서 보니 좀 그래요.”
작게 웅크려 있을 때는 큰 거부감이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몸을 부풀려 늘어나는 걸 보니, 곳곳에 실타래 같은 것들이 얽혀 있었다. 언뜻 보면 거기서 뭔가가 또 자라나는 것처럼 보여서 급히 뚜껑을 닫아 버렸다. 퍽 소리를 내며 아래로 다시 떨어진 생물이 항의하듯 통을 두들겼으나 돌아보지 않고 다른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어라, 이곳에도 비슷하게 생긴 생물이 있다.
“이건 빨간색이에요.”
뒤따라온 남자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설명을 늘어놓더니 뚜껑을 확 열었다.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생물은 처음 보았던 자리에서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괜찮으니 구경해 봐요.”
“안 튀어나와요……?”
“지금은요.”
평온한 얼굴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푸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생물체가 뭔가를 쏘아 댔다.
“읏!”
“하하!”
뺨을 타고 흐르는 기분 나쁜 액체를 닦아 내는데 미끈거리고 끈적이는 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만진 손까지 끈적거렸다. 튀어나오지 않는다면서! 내게 거짓말을 한 남자를 원망스레 노려봤다. 왜인지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작가님 향에만 반응하게 만들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것들은 작가님이 다가가야 크기를 부풀리고 움직이고 조금 전처럼 체액을 쏘기도 하죠.”
“…….”
“번식 본능이랄까요.”
아,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것들이 내게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하다가도 여태의 일을 되돌아보면, 남자가 갈 때와는 다르게 확실히 내가 가까이 다가갈 때만 움직임을 보였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대체 언제 이런 걸 만들어 냈냐고, 그 전에 당신은 과학자라도 되냐고. 이 건물을 전용 실험실로 쓸 정도의 돈은 대체 어디서 났냐고. 묻고 싶은 건 참 많았지만 그 모든 걸 거슬러 올라가니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게 남자의 존재였다.
뭐 하는 사람이에요. 내 말을 따라 읊조리던 남자가 이제 막 벽을 넘으려 들던 붉은 생물을 한 손에 쥐고 터트렸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생물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실험체라고 할지라도 심혈을 다해 키워 냈을 텐데 한순간에 부숴 버리고도 태연할 수 있다니. 무섭다 못해 소름 끼치는 남자를 피해 문을 나서려 했으나 언제부터인지 문고리가 고정되어 있었다.
막연한 두려움에 손을 떼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자,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남자가 정수리로 턱을 괴고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 부모님은 밭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지렁이가 많이 돌아다니거나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며 제 잠을 깨우더라고요. 듣다 보니 그게 너무 짜증 나는 거야.”
“…….”
“그러다 돌 위에 홀로 앉은 개구리를 잡게 됐어요. 더는 울지 못하게 배를 들쑤신 다음, 본래의 자리에 돌려놨거든요? 그런데 이게…… 몇 분이 지나도 살아 있는 거야. 작가님은 알았어요? 개구리는 배를 파내고 바로 죽지 않는다는 ㄱ…….”
“그만, 그만 듣고 싶어요.”
“그래서 살려 주기로 했어요.”
남자가 귀를 틀어막은 내 손을 꽉 잡아 내리더니 자신을 보게 했다.
“내장을 넣어 주고 열심히 꿰매 줬어요. 그런데 내가 도와주자마자 목숨이 끊길 듯 위태롭게 숨을 몰아쉬는 거예요. 동정은 아니고, 그냥…… 살려 보고 싶어서 집에 있는 온갖 약품을 먹여 봤어요.”
“정말 듣고 싶지 않…….”
“그런데 살아나더라고.”
대단한 것을 말하듯 목소리를 높인 남자가 제 배를 잡고 한참을 웃어 댔다. 뭐가 그렇게나 웃긴지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달고는 내게로 다가와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
“개구리에게 먹인 것 중 하나가 아버지가 실험실에서 빼내 온 약품이었지 뭐예요.”
“……밭일하신다면서요.”
“음,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젊었을 때는 나라와 연관된 일을 했던 사람이래요. 그럼 뭐 해, 퇴물이 되어서는 돈이라도 뜯어보겠다며 약품을 들고 도망친 놈인데.”
“아버지에게 말이 너무…….”
“그 약품을 주입하면 죽은 게 다시 살아나요. 아, 이해하기 어려우시죠? 살아난다기보다는 드라마에 나오는 좀비처럼 몸만 살아나요. 뇌와 장기는 다 썩어 버리는데 움직인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내가 봐 왔던 남자의 모습 중에서 가장 들떠 있고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앞에 있는데도 다른 곳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남자는 곧, 손뼉을 치며 나를 어디론가로 이끌었다.
“짜잔~”
벽의 끝자락. 남자가 가운데를 누르니 큰 기계음과 함께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생겼다. 발을 딛는 것이 두려웠지만 등을 떠미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한 걸음씩 아래로 향했다.
바로 뒤에 선 남자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둑해지고 나서야 발을 멈추게 됐는데 그곳에는 전구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 너무 작은 전구라 그 주변만이 눈에 들어왔다. 손톱 크기만 했던 녹색 생물이 여기서는 사람보다도 커져 있었다.
“이, 이게 뭐…….”
“제일 시간과 돈을 많이 쓴 플레이예요.”
“…….”
“그러니 촉수플은 더 오래 즐겨 주셨으면 해요.”
“제가 왜, 왜요. 저는 촉수플 안 좋아해요. 나는 사실 다 안 좋아해요…… 안 좋아해, 안 좋아해! 제발! 제발…… 제발요, 제발…….”
자꾸만 등을 떠미는 남자의 손목을 붙든 채 무릎을 꿇었다. 거대한 촉수가 흐물거리며 이상한 체액을 쏘아 대고 있는 걸 보니 속이 자꾸만 뒤틀려서 더 이상 다가가기 싫었다. 남자가 만들어 낸 괴이한 생물.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촉수는 끈적한 체액으로 뒤덮여 있었고 굵직하면서도 핏줄이 서 있었는데 끝이 봉긋하여 남성의 무언가를 연상케 했다.
이것마저 당하면 나를 포기해 버릴 것만 같아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건 아니라고,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계속 소리치며 발악했지만 남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따라가기 위해 힘 풀린 다리로 기어가고 있으니 남자가 어둠을 뚫고 다시 다가왔다. 손에는 두 손으로 펼쳐야 할 정도의 커다란 족쇄가 들려 있었다.
“걱정하시지 않아도 돼요. 제 성기를 본 뜬 거라서 익숙한 감각일 테니까요, 저 역시도 제 성기로 쑤시는 느낌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싸지를 것 같네요.”
“ㅇ……읍!”
입을 벌린 순간 둥글게 뭉친 천 조각이 들어왔다. 뱉어 내기도 전에 테이프로 입이 막혔고 커다란 족쇄는 허리에 고정됐다. 길게 이어진 사슬 끝에는 그보다 더 작은 족쇄가 달려 있었는데, 그걸로 양 손목이 묶였다.
그 상태로 위에 달려 있던 고리에 고정되었고 또 한 번의 기계음 소리가 나며 몸이 점차 위로 솟았다. 어느새 달라붙은 촉수에게 다리까지 잡힌 상태였다. 공중에 강제로 눕혀진 채 촉수가 이끄는 방향대로 다리가 벌어졌는데, 아무리 힘을 주고 빼려 해 봐도 조금의 미동조차 없었다. 단단한 돌. 촉수의 가죽은 그러한 촉감이었다.
“으읍! 읍!”
놔! 놔 제발!
입이 막혀 있어서 뭐라고 소리를 쳐도 들어 주는 이가 없었다. 들린다고 한들 눈앞의 인간이 아닌 생물체에게 뜻이 전해질지도 모르겠고. 그냥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촉수가 옷을 다 찢어 놓을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스물스물 가슴을 타고 올라온 줄기가 뭉근하게 문지르다가 옆구리를 타고 넘어가 등뼈를 샅샅이 매만졌다. 남자가 애무하는 패턴과도 닮아 있어서 정말 소름끼쳤다.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 생물이라니. 이 정도면 내 뒤를 뚫는데 사용할 게 아니라 세상에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저 잘난 머리를 플레이 구성에만 사용하려는, 하필이면 그 대상인 내게 사용하려는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언제 바지를 벗었는지 성기를 쥐고는 내 몸을 훑고 있다.
저게 사람이냐. 시선만으로도 범해지는 기분이라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리니 가슴을 배회하는 것보다는 더 두꺼운 줄기가 목으로 감겼다. 조이는 건가 싶어 긴장했지만 느리게 원을 그릴 뿐 힘을 가하지는 않는 듯하다. 가끔은 얼굴을 타고 올라와서 역한 냄새가 풍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꺼풀을 눌러 대는 탓에 채액으로 뒤덮여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머리가 아파 올 정도로 얼굴을 흔들어 대니 체액이 조금 떨어져서 다시 눈을 뜨는데 성공했다. 빌어먹게도 촉수의 얇은 돌기가 요도 구멍으로 들어오던 타이밍이었다. 흡― 숨을 참는 것과 동시에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던 촉수가 한 지점에서 멈췄다. 꿈틀거릴 때마다 오줌을 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팔과 허리에는 족쇄보다 더 강력한 줄기들이 얽혀 있어 미세한 움직임까지 차단당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로 끝이 보이지 않는 줄기를 받아들인다는 건 극심한 공포이자 고문이었다.
“으흐, 흡, 흐브…….”
이제 놔, 제발 놔줘. 이번에도 내 뜻은 전해지지 않았고 촉수는 점차 크기를 부풀렸다. 요도구를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 앞만 쑤셔지는데도 사정감에 다다라서 머리를 뒤로 꺽어 버리니 줄기가 잠시 빠져나갔다. 사람이 아닌 것에게도 느끼고 싸 버린거야? 내가? 떨리는 시야를 바로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쏟아져 나온 정액이 촉수의 몸 일부에도 묻어 있었다.
진짜 말도 안 된다. 이딴 게 살아 움직인다는 것도, 촉수플 현대판이 존재한다는 것도. 성기를 본 뜬 촉수가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도, 전부 다.
“으으읍!”
푹―.
미끌미끌한 촉수가 단번에 안까지 처박혔다. 미끄러운 촉수는 단 한 번의 걸림도 없이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와 안을 헤집고, 또 다시 헤집었다. 몸 속이 이상한 체액으로 가득차고 있음에 밀어내려 힘을 줘 봤으나 빈틈없이 꽉 맞물린 접합부에서는 아주 조금이라도 그것을 빼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힘을 주자, 가슴에 닿은 줄기가 돌기를 꼬집고 비틀어 힘을 빼도록 유도했다. 계획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성감대만을 만져 오는 탓에 녀석이 원하는 대로 힘이 쭉 빠졌다. 거대한 촉수는 계속해서 안을 찌르고 있었는데 더 깊숙이 들어와 결장을 때려 오면 공중에 매달린 몸이 크게 흔들렸다. 얼굴 위를 돌아다니던 촉수의 줄기들이 테이프를 떼고 천 조각을 빼냈다. 벌어진 입에는 천보다 더 독한, 집요한 여러 갈래의 줄기가 자리를 꿰찼다.
“으극…… 읍…… 흐!”
어느새 성기까지 틀어잡혀 격하게 흔들렸다. 사정을 하면서 지쳐 가는 나를 만류하듯 선단을 감싸며 요도구까지 들어온 가느다란 줄기가 느리게 회전하며 싸한 자극을 주었다. 흐으으, 으……. 입에서 흐르는 억눌린 신음이 듣기 싫었지만 몸 중 하나 자유로운 부분이 없어서 이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격하게 흔들리며 뒤를 내어 주고, 체액을 뿜어내고 나간 촉수는 크기를 더 키워서 안을 침범했다. 꾹 누르며 둥그렇게 비벼 오기도 하고 전립선만을 집요하게 자극하기도 하다가 가장 겉에서부터 안까지 단번에 쳐올렸다. 초마다 달라지는 행위에 적응할 수도 없이 소리만 질러 대다가 탈진하다시피 늘어지자, 몸을 옥죄던 촉수도 슬쩍 힘을 풀었다. 그럼에도 단단하고 견고해서 내가 빠져나갈 틈은 없었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남자는 사정을 했는지 하얀 정액으로 범벅된 손으로 갈망하듯 내게 뻗고 있었다. 다른 손으로는 여전히 기립해 있는 제 성기를 잡고 흔들며 촉수와 함께 나를 능욕했다. 반쯤 체념하며 촉수와 남자를 번갈아 보다가 잠깐 의식이 흐려졌다.
“읏! 아학!”
푹―.
더 굵어진 촉수가 내벽을 긁어내렸다. 빠져나가는 척 하다가 머리가 지끈 울릴 만큼 안을 쑤셔 대니 흐려지던 정신이 다시 맑아졌다.
“아, 아아! 아! ㅎ……!”
목이 메말라서 기침을 쏟아 냈는데 입술을 벌리고 있는 줄기가 목구멍 가까이를 누르며 미끌미끌한 액체를 뿜어냈다. 뒷머리까지 잡혀 있는 채라 강제로 그것들을 삼켜 내니 칼칼했던 목이 조금은 진정됐다. 촉수는 내 몸이 고장 나면 행위를 이어 가기 위해서라도 여러 번 고쳐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벗어나야 해.
촉수가 뭔가를 준비하듯 몸을 웅크리는 것을 보며 발을 버둥거리다가 문득, 내게는 줄기 외에도 족쇄가 감겨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허망함에 행동을 멈춘 나를 지켜보던 남자가 버튼을 눌러 아래로 조금 내려줬다. 발끝이 닿을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엉덩이를 벌려 낸 남자가 줄곧 발기해 있던 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앞에 있는 촉수는 연신 몸을 부풀리며 줄기를 계속 생성해 냈다.
“궁금하지 않아요? 저렇게 만들어서는 뭘 할지.”
“흐읏……!”
귓속으로 혀를 밀어 넣은 남자가 비밀 이야기를 속삭이듯 자꾸만 말을 전해 와 발끝이 저릿했다. 음모가 닿도록 찍어 올리는 탓에 아랫배로 자꾸만 힘이 들어가자, 남자가 재촉하는 거냐며 골반을 틀어잡고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아악! 흡, 흐윽! 아흐…… ㄱ……!”
“읏…….”
남자가 가장 안쪽에서 뜨거운 것을 내뿜었다. 촉수가 뱉어 낸 차가운 체액과 뒤엉키는 거북함에 힘을 꽉 주니 벌름거리는 구멍 사이로 줄줄 흘러내렸다.
“풀어 줘요…….”
“음, 아직 산란플이 남아 있어서요.”
“설마…….”
“준비가 끝났나 보네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요.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춘 남자가 버튼을 눌러 다시 공중으로 나를 올리고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까와 같은 장소에서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보다 앞에서 거대한 몸을 부풀린 채, 볼록해진 줄기를 가까이로 가져오는 촉수의 존재가 더욱 겁났다. 반투명한 줄기 속에서 주먹만 한 알들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럽게도 내 아래에 자리를 잡은 채 조금씩 밀고 들어왔다.
“시, 싫어! 으윽!”
온갖 액체들로 더럽혀진 내벽이 또 다른 줄기의 출입까지도 수월하게 받아들였다. 더 들어오지 말라며 다리를 모아 봐도 주변에서 흔들리고 있던 줄기들에 얽혀 다시 벌어졌다.
“아, 안 돼…… 안 ㄷ…… 히익!”
설마 하는 그 일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금방 나갈 거야. 제발 그렇다고 해 줘, 제발. 빌어먹게도 내벽에 들어와 관처럼 몸을 이은 촉수에서는 꿀렁꿀렁 알이 올라왔다. 이윽고 거대한 알이 배 속을 침범했다.
배 안을 채우는 알의 개수가 점차 늘어난다는 건 육체적으로도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이길 수는 없었다. 묵직하게 떨어진 알은 처음에는 하나였으나, 반투명한 줄기가 꿀렁일수록 알이 점점 더 떨어졌다. 전립선을 누르고도 더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알끼리 서로 밀어 대고 자리를 차지했다.
“흐익…… 읏…… ㅇ…… ㄲ……!”
단어가 되지 못한 것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아무리 꺽꺽대며 비명을 질러 봐도 남자는 도와주지 않았고 괴생물체 역시도 이런 내가 방해된다는 듯 몸을 조여 왔다. 이대로는 배가 터질 거야. 촉수의 알을 품다가 배가 찢어져 버리는 끔찍한 상상을 하던 중, 관처럼 이어져 있던 줄기가 떨어져 나갔다.
뭐지? 왜 갑자기…….
“으읏! 악!”
툭―.
멀어진 줄 알았던 굵은 줄기가 아랫배를 꾹 눌렀다. 툭― 끝자락에 있던 알이 떨어졌는데 촉수를 닮은 초록빛 원형이었다. 겉은 체액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이따금 흔들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허망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촉수가 계속 배를 눌렀다.
“흐읏!”
툭―.
“아악!”
툭―.
“아, 아아!”
툭―.
그 후로도 수없이 떨어지던 알들이 모여 여섯 개가 되었을 때. 촉수는 실망한 듯 그것들을 내리쳐 버렸고, 그것들은 끈적한 액체들을 뿜어내며 뭉개졌다.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마치 내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에 몸을 떨어 대고 있으니 어느새 다가온 줄기 하나가 엉덩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번에도 꿀렁이며 알을 하나씩 밀어 넣고 있었다.
“그마…… ㄴ…… 끄…… 그만해…… 그만…….”
촉수가 다시 아랫배를 누른 순간.
“흐아아!”
다시 시작된 빌어먹을 산란의 고통을 느끼며 세상이 까매졌다.
* * *
“작가님은 너무 아름다워요.”
한율은 배 속 가득 촉수의 알을 받아들이다 기절해 버린 이를 바닥으로 내렸다. 하얀 피부와 대조적인 초록색 액체와 돌기들은 전부 잡아 뜯었다. 괴로운 듯 몸을 비틀어 대던 촉수가 제 먹이를 앗아 간 한율에게 날카로운 줄기를 뻗었으나, 민첩하게 그것을 피해 낸 한율이 미리 준비해 둔 망치로 수차례 찍어내렷다. 끄으으, 끄― 끄극―. 마치 칠판을 긁어내리는 듯한 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한율이 한 번 더 그것을 으깨어 놓자 작은 소리마저 멎었다.
“내가 씨발, 알 까라고는 안 했잖아.”
처음에는 알을 까도록 해서 산란플까지 시도할 예정이긴 했으나 제가 아닌 다른 것에게 범해지는 도윤을 보며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그런 와중에 감히 제 명령 없이 멋대로 알을 까 버린 촉수는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무생물체가 되어 버린 것에게 짓씹듯 말을 뱉어 낸 한율은 목적을 떠올리며 도윤에게로 향했다. 걸리적거리는 족쇄를 풀어내자 바닥으로 축 늘어지는 도윤의 다리를 잡으며 가운데로 자리 잡았다. 도윤의 종아리를 제 어깨로 올려 둔 한율은 가장 안쪽까지 손가락을 밀어 넣어 촉수가 남긴 알을 모조리 꺼냈다. 자면서도 몸을 비트는 도윤의 엉덩이를 꽉 잡았다 놓았을 뿐인데, 꿈속에서라도 자신을 만난 것처럼 반항을 멈추는 게 귀여웠다.
“당신을 이래서 못 놔.”
본격적으로 안을 탐할 차례였다. 더 오래 즐기기 위해 반 정도 걸친 뒤 허리를 살살 쳐 대던 중 눈을 뜬 도윤과 마주했다. 이번에는 충격이 조금 컸던 걸까. 초점 없는 도윤의 눈을 들여다보던 한율이 크게 웃으며 그를 껴안았다. 자신이 하는 대로 얌전히 따라와 주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황홀했다. 이번 같은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종종 정신을 잃도록 만들어서 순한 양처럼 저를 따르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했다.
[친구로 추정되며 성별은 남자.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 껴안듯 들어갈 정도로 친밀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호선을 그리던 한율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어 갔다. 도윤이 도망플을 하자며 멀리 도망가 버린 날. 진즉 붙여 놨던 감시인이 전했던 보고 내용이었다.
말을 들었던 당시에는 다른 이를 만났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으나 평온함을 유지하려 애를 먹었다. 인대를 끊어 어디로든 갈 수 없도록 만들고 싶은 욕망 또한 가까스로 참아 냈다.
“나쁜 사람 만들지 말아요.”
도윤이 자지러지도록 격하게 움직이던 한율이 사정감을 참으며 뒤로 물러났다. 이번 목적지는 도윤의 입술. 양 볼을 꾹 누르며 조금씩 제 분신을 밀어 넣었다. 끝부터 천천히 들어가 더는 들어갈 곳이 남아 있지 않아서야 숨을 고른 한율은 부풀어 오른 그의 양 뺨을 붙든 채 뜨거운 안을 느꼈다.
가장 기분이 좋은 건 그를 엎어 놓고 마음껏 자신을 박아 넣는 행위지만, 입 속에 들어가 이따금 반듯한 이에 닿는 기분도 꽤 마음에 들었다.
흐― 숨이 막히는지 인상을 찌푸린 도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났다. 잠시 허리를 뒤로한 한율은 아주 조금의 틈을 벌려 주며 충분한 산소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구겨진 미간이 펴지고 다시 고른 숨소리를 뱉어 내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참았던 인내를 터트리며 목구멍까지 성기를 밀어 넣고 힘차게 쳐 댔다. 그러다 목젖을 찌를 때면 제대로 된 호흡이 되지 않아 컥컥 숨을 뱉어 대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의 꾹 감은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으나 한율은 무덤덤한 눈으로 바라봤을 뿐이다.
유린당하고 있음에도 도윤에게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간혹 눈을 뜨는 것처럼 눈꺼풀이 올라가기는 해도 흰자만을 보이며 금방 눈을 감았다.
한율은 꿈을 꾸듯 우물거리는 입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크게 벌린 뒤, 고환 바로 위까지 삽입한 성기를 세차게 흔들며 사정했다. 그 후에는 입을 맞춘 채 숨을 불어넣어, 혀에 고여 있는 자신의 씨를 삼키도록 했다. 하얗게 물들었던 혀가 분홍빛을 띠는 것을 본 뒤에야 잡았던 볼을 놔주고는 자세를 달리했다.
도윤에게 삽입하는 것과 동시에 허벅다리에 앉혀서 완전히 맞물리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정사로 매끄럽게 길을 튼 내벽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한율은 잠결에도 엉덩이를 조이는 도윤을 보며 만족한 듯 웃음을 흘렸다. 가지 말라며 저를 붙들고 있는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매번 깨물고 핥아 대서 팽팽하게 부어오른 가슴을 쭉 핥으며 배꼽 언저리로 내려왔다.
“이러다 우유가 나오겠어요.”
으흐― 일자로 닫혀 있던 도윤의 입이 벌어졌다. 솔직하게 반응하는 목소리를 더 들으려 이를 세운 한율은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한 도윤의 성기를 잡아당겼다.
“흐읏!”
눈을 부릅뜬 도윤이 발작을 일으키듯 허리를 떨어 대며 기대고 있던 목에 팔을 둘렀다. 한율은 제게 매달린 몸이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등을 받치며 안을 살살 눌렀다.
“흐윽, 아……! 하, 한율 씨…….”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린 건 아닌지 도윤이 허공을 잡으려 들었다.
“나 여기 있잖아요.”
투정 부리듯 도윤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댔다. 깨물리면서도 반항하지 않고 한율의 어깨를 꽉 붙든 도윤은 두 다리를 힘껏 벌려 탄탄한 그의 허리를 조였다. 탁한 눈은 계속해서 먼 곳을 응시했다.
“흐아! 아!”
“나 여기 있다니까.”
한율이 같은 말을 되뇌며 신경질적으로 허리를 쳐 댔다. 나를 봐요. 누가 당신에게 들어가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죠. 저를 볼 때까지 끈질기게 속삭이던 한율에게로 드디어 눈길이 닿았다.
도윤의 눈에는 욕망으로 뒤덮인 한율의 광적인 모습이 담겼다. 한율은 그가 제대로 자신을 마주했다는 것에 한껏 더 단단해진 성기로 내벽을 찌르며 박차를 가했다. 탄력적으로 달라붙는 점막에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쉬지 않고 안을 비벼 오는 성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도윤의 몸 전체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흔들렸다.
“아아, 앗! 아학!”
“내가 누구예요?”
“흐윽, 흐…….”
“작가님 젖을 빨아 주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잖아요.”
“흣, 한율 씨……. 한율 씨. 흑! ㅎ, 한율……!”
“절대 잊지 마요.”
철퍽, 철퍽. 한율이 뿌린 씨가 좁은 공간을 버티지 못하고 밑으로 흘러내렸다. 뼈가 도드라진 골반을 붙잡은 한율의 손등으로 울긋불긋한 핏줄이 돋아났다.
경직된 몸을 풀어 주기 위해 도윤의 가슴을 입에 물었다. 힘을 빼고 깨물어 주니 벌어진 입에서 가녀린 신음이 흘렀다. 한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리를 잡아 올렸다가 재빠르게 내려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거친 숨소리와 신음이 뒤섞였다. 너무 달아올라 뜨거워진 몸에 괴로워하던 도윤은 점차 고통보다는 다른 감각으로 몸이 뒤덮이는 것을 느꼈다.
한율은 쿠퍼액을 흘리는 도윤의 성기를 형체가 무너지도록 짓누르며 사정을 유도했다. 선단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위로 올라가 구멍을 유린하다가도 손톱을 세워 자국을 냈다. 흔들리는 고환도 주무르다가 제게 잡혀 있는 도윤의 성기가 잔뜩 부풀어 올랐을 때가 되고서야 힘을 풀었다. 축축한 내벽에서 나온 한율은 사정 직전에 다다른 도윤의 성기를 제 것과 함께 붙들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한율의 손에서 두 개의 성기가 마찰했다.
“흣, 하앗, 앗!”
“작가님 세상에는 나뿐이어야 해요.”
“아흐, 흡!”
“친구도 뭣도 용납할 수 없으니 알아 둬요. 뭔가가 생긴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지워 버릴 테니까요.”
“흐아악!!”
서로의 배가 끈적일 만큼 길게 이어진 정사 후 한율은 손을 떼어 냈다. 배에 묻은 정액을 긁어 와 제 성기에 바르고는 기절하듯 잠든 도윤의 다리를 당겼다.
“……하아.”
도윤의 안은 몇 번을 들락거려도 쉬지 않고 조여 왔다. 나른함에 눈을 감은 한율은 거의 다 들어가던 성기를 조금 빼내 손가락의 출입을 시도했다. 힘이 실린 손길을 따라 조금씩 벌어지던 찰나, 가차 없이 파고든 손가락이 성기와 바짝 붙어 깊이 들어갔다.
서로의 배가 닿을 때마다 하얗게 일어난 거품이 빠져 나와 음모를 젖게 했다. 늘어진 도윤의 몸이 자꾸만 위로 올라가자,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움직임을 차단한 한율이 마음 편히 허리를 쳐올렸다. 관계를 맺는 동안 피가 날 정도로 깨물어 댄 도윤의 가슴에 또다시 이를 박아 넣으며 비릿함을 삼켜 냈다.
“작가님은 피에서도 향이 나요.”
사정을 마친 한율이 벌어진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벌리더니, 헐어 버린 내벽을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야 하나. 그러기에는 조금 미련이 남았다. 상처만 나지 않게 아주 살짝만 더 누려도 되지 않을까. 안을 들여다보며 잠시 갈등하던 한율은 생각만으로도 다시 서 버린 제 성기에 곤란한 듯 웃어 보였다. 그 후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아 홀로 움찔거리는 도윤의 아래를 헤집었다. 식어 버린 정액을 빼내기 위해 미끈거리는 내벽을 구석구석 누르고 긁어내던 한율은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한 뒤, 고환이 닿도록 세차게 몰아붙였다.
창밖으로 해가 세 번이나 떠오를 때까지 밥, 섹스, 샤워 세 가지만을 반복하는 바람에 축 늘어진 몸을 껴안은 한율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반복되는 고통과 쾌락, 전율에 제대로 된 말조차 할 수 없는 도윤은 제 안을 파고드는 한율의 얼굴이 어떠한지도 모른 채 본능에 따라 다리를 조였다. 몸을 간지럽히는 감각에서 빨리 깨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더…… 더 빨리……!”
“이렇게요?”
퍽퍽, 퍽―!
“으응! 응…… 흣!”
“하아…….”
“아흑!”
한껏 몸을 떨어 대며 사정을 마친 도윤은 흐릿한 눈으로 제 아래를 확인했다. 성기는 크게 부풀었다가 다시 줄어들고 있었으나 수없이 쏟아 내고, 지칠 때쯤 한율의 손에 붙들려 강제로 쥐어짜인 바람에 더는 나오는 게 없었다.
그러다 턱을 잡아 오는 거센 힘에 이끌려 억지로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여전히 제 아래를 헤집어 대던 한율이 치켜뜬 자신의 눈 위로 입을 맞추고는 비밀을 전하듯 속삭여 왔다. 당신이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끝없는 속삭임에 도윤은 눈을 질끈 감아냈다. 얼굴이 구겨질 만큼 눈에 힘을 준 도윤을 바라보던 한율이 삐딱하게 웃으며 허릿짓을 빨리했다.
사랑하게 만들 것이다. 자신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어떤 수를 써서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도윤을 망가트린 다음 텅 빈 껍데기에 제 사랑을 쏟아부으면 되니까. 자신 만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걸 알려 주면 된다.
모르면 알 때까지 계속, 어쩌면 평생토록. 영원히 도윤의 곁에 머물 테니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다. 끝없이 도망치려 든다면 외딴 섬에 가둬 버리거나 도망갈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영원히 제 아래 누워 예쁜 얼굴로 울어 댈 도윤을 떠올리다 보니 사정감이 몰려들었다. 잠시 눈을 뗀 사이 기절해 버린 도윤을 다시 깨우려다가 차라리 먼저 잠들어 버린 벌로, 다음 날 더욱 많은 플레이를 해 볼 수 있겠다는 행복한 계획을 세우며 손에 잡힌 다리를 더욱 벌려 냈다. 안으로, 더 깊숙한 곳으로. 도윤이 잠든 상태에서도 눈물을 흘리도록 안을 파고들던 한율은 결장까지 파고든 후에야 제 모든 것을 쏟아 냈다.
더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내일 도윤이 깨어나지 못할까 봐. 그로 인해 제 계획이 틀어질까 봐 억지로 몸을 빼낸 뒤 벌어진 곳에서 흘러내리는 사정액을 모아 붉어진 도윤의 얼굴에 발랐다. 격한 행위로 인해 잔뜩 상기된 두 뺨에 제 정액이 묻어 있는 걸 보니 아랫배가 뻐근해졌다.
“사랑해요.”
미약한 숨을 내쉬는 도윤의 가슴 위로 얼굴을 묻은 한율은 내일을 기약하며 탐욕에 젖은 두 눈을 감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