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플&크림파이
드디어 이 지독한 플레이가 끝난 모양이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남자가 내 몸을 안아 들고는 씻겨 주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체력이 너무 약해요.”
욕조에 두 팔을 걸친 채 느릿한 숨을 뱉어 내고 있는 나를 뒤에서부터 끌어안고 있던 남자가 속삭여왔다. 황당해서 뒤를 돌아보니 짐짓 속상하다는 표정이더라.
“약한 게 아니라 뭘 할 때마다 쉬는 시간을 한 시간 이상 준 적이 없잖아요.”
“그 정도로 회복 못 하는 게 약한 거예요.”
“평범한 사람들은 다 당신처럼 체력이 강한 줄 알아요?”
“그러니까 작가님 말은 내가 당신과 다르다, 다른 부류다 뭐 이런 건가요.”
아뿔싸. 또 괜한 말로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그러게 왜 나를 갈구는데. 평범한 만남이었다면 다시는 안 볼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떼어 내려야 떼어 낼 수가 없었기에, 작게 심호흡을 한 뒤 가장 나을 법한 문장을 만들어 냈다.
“당신은 나보다 더 뛰어나다는 말이에요.”
“네,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내 이름을 몇백 번이나 알려 주는데도 또 이렇게 짜증 나게 만들다니.”
“아, 그…… 한율 씨. 그러니까 이건 한율 씨 이름이 너무 예뻐서 부르면 닳기라도 할까 봐…….”
“그걸 믿으라는 거예요?”
“내 사랑을 의심해요?”
씨발, 몰라. 보통 이런 걸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고들 하던데 이따위 말이 아니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 난 최선을 다했다고.
“아아 미안해요! 작가님은 나를 정말 사랑하셨지…….”
새하얀 남자의 피부는 작은 수줍음에도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그 꼴이 우스웠지만 비웃기까지 해 버린다면 더는 핑계 댈 것이 없었기에 묵묵히 앞을 바라봤다.
“사랑해요, 정말…….”
물기에 젖은 목소리가 욕실을 울렸다. 작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 이 남자가 내게 지닌 마음은 동경하는 연예인을 만났을 때의 감정이려나.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진득하고 깊었기에 사랑으로 치부해야 하나 싶다가도 그렇다면, 이 사랑은 언제부터 피어난 건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이제 나갈까요?”
“……네.”
그러나 그 질문까지 해 버린다면 더 얽히게 될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기에 눈치껏 말을 아끼기로 했다.
중요한 생물을 보살피는 듯한 몸짓으로 물기를 닦아 주고 침대 위로 앉혀 준 남자가 대뜸 옷장을 열었다. 열어 볼 일이 없어서 뭐가 들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의외로 여러 스타일의 옷들이 많았다.
간단한 무지 티부터 화려한 무늬 또는 무지 셔츠, 가볍게 꾸밀 수 있는 모자들까지. 열려 있는 서랍을 보니 브랜드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비싸 보이는 시계나 여러 반지, 목걸이가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그 옷들과 장식품들이 남자보다는 나의 체격에 더 맞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생각이 맞았음을 알리듯 몇 가지 옷과 악세서리를 골라 온 남자가 내게 차례대로 입혀 주었다.
이것저것 대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 오고. 인터넷 게임 속, 옷 입히기 캐릭터라도 된 것처럼 나는 멀뚱히 서서 입혀 주는 대로 입었고, 다른 것을 가져오면 잠자코 갈아입었다.
“아 이것도 이쁘고 저것도 이쁜데 작가님은 뭐가 더 나아요?”
“음……저도 둘 다 이쁜데요.”
“하나만 골라 봐요.”
“……그럼 저거?”
“아아 역시 나와 보는 눈이 같아!”
때때로 내 의견을 묻게 되면 이렇듯, 보는 눈이 같다거나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친구들이었다면 왜 그렇게 웃냐며 비꼬았을 텐데 잘생긴 얼굴로 하면 뭔들 화보가 되는 듯하다. 불쾌하기보다는 이런 표정도 잘 소화하는구나라는 태평한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큐빅이 잔뜩 박힌 시계까지 차고 있더라.
“큐빅이 과한 것 같은데…….”
“하지만 작가님께서 다이아로 두른 시계를 차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
맙소사, 내 손목에 집 몇 채가 묶여 있다니. 독자님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장난스러운 말로, 다이아를 두른 시계나 옷을 구매하여 입는 게 목표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속에서도 함께하고 있던 남자가 내 바람을 이뤄 주기 위해 이것을 사 둔 건가.
“한율 씨, 부자예요?”
“부자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요.”
“이 시계를 바로 다 결제했다면 인정할게요.”
“……이깟 걸 바로 다 안 사는 사람도 있어요?”
“…….”
질색하며 대답하는 남자를 보니 정말 부자인 듯한데. 그런 사람이 이제 겨우 소설로 돈을 벌기 시작한 나를, 얼굴을 보며 대화해 본 적도 없는 나를 이렇게나 원한다니.
“무슨 생각 해요?”
침묵을 깬 건 남자의 날이 선 목소리였다.
“네? 아…… 이렇게 입고 어디를 가는 걸까 해서요.”
“쇼핑이요.”
“쇼핑……?”
“네, 작가님께 어울릴 예쁜 옷을 사 드리고 싶어서요.”
쇼핑이고 뭐고 밖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기회였다. 마음이 바뀔세라 웃음을 장착하며 남자를 재촉하니,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어깨를 감싸 이끌었다.
현관에 도착했을 때도 정말 놀라웠는데, 신발장을 반으로 나눠, 남자의 것과 내 것으로 가득 채워 놓은 것이다. 소름이 끼쳤지만 애써 신경 안 쓰는 척, 고마운 척 주는 대로 신어 보다가 하나를 선택하고 문턱을 넘었다. 발밑에서 으깨지는 흙과 볼을 툭 건들며 지나가는 바람, 나를 눈부시게 만드는 햇살까지도 너무나 소중했다. 이 소중한 걸 왜 이제야 알았나 싶을 정도로. 나는 세상의 빛과 생물들에 감사해하며 남자에게 이끌려 갔다.
전용 차고지에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차들로만 가득했는데 내게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보아, 이것마저도 전부 남자의 소유물인 듯하다. 빨리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가야겠다는 마음에 손을 뻗어 아무거나 가리켰다. 노란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루는 오픈카. 쇼핑을 가는데 너무 과한 걸 고른 게 아닌가 싶었으나 이미 조수석 문은 열린 뒤였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문을 닫아 준 남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운전대를 잡았고, 차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렸다.
이번에도 나는 창밖을 구경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받지 못했기에 남자의 옆얼굴만을 바라봐야 했다. 오랜 시간을 달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남자의 얼굴 특징들을 알게 됐는데, 속눈썹이 긴 편이었다. 무쌍인 줄 알았던 눈은 미세한 속쌍꺼풀이 있었고 시원하게 트인 눈 주위에는 아주 가까이서 봐야 느껴질 만한 작은 점이 있었다. 눈동자는 너무 까매서 동공과의 구별 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 이따금 나를 돌아볼 때면 반짝임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나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를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이후로도 남자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 가던 중 차가 멈췄다. 시동을 끈 남자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보니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듯했다.
“작가님.”
“네?”
“휴대폰은 돌려주세요.”
“같이 있을 때는 써도 된다면서요.”
“혹시 모르잖아요.”
“……저를 못 믿어요?”
“작가님은 믿는데 가끔 튀어나오는 작가님의 또 다른 자아는 못 믿어서요.”
뭔 개소리야 진짜. 도망칠까 봐 가져가겠다는 말을 열 바퀴는 돌려 말한 남자가 끝내 내 주머니를 뒤져서는 휴대폰을 가져갔다. 아직 이걸로 뭘 해 보겠다는 생각도 못 한 상태에서 뺏겨 버리니 박탈감이 상당하더라.
“딱 붙어 다녀요.”
어느새 조수석으로 걸어와 문을 열어 준 남자가 내리기를 재촉했다. 딱 붙은 거리에서 도망쳐 봤자 금방 잡힐 거라는 걸 알면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남자와 이동한 곳은 건물 9층에 있는 백화점이었다. 영화관에서의 트라우마가 있기에 최대한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로 남자의 등이나 옆구리, 대화할 때의 얼굴 정도만 보았다. 그 외에는 곁눈으로나마 백화점의 구조라던가 어디에 어떤 매장이 있는지를 조금은 파악했다.
“여기예요.”
“여기를 왜……?”
“작가님 옷 사 드린다고 했잖아요?”
그런 내 모든 기억이 삽시간에 날아가 버린 건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행동이었다. 남성용 매장들을 무심히 지나가기에 어떤 좋은 곳에 데려가려나 했더니 남성이 아닌, 여성 전용 매장에 도착했다.
누군가의 선물을 같이 골라 달라는 건가. 잠시 내 귀를 의심했으나 여자 옷들을 몇 개 가져와 내게 대보는 것을 보니 앞이 막막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여자 옷을 입어야 하는 건데요.”
“음, 밖에서 그런 이야기 하는 거 안 좋아하시잖아요.”
그 한마디에 모든 게 성립됐다. 이러한 행동은 분명 또 이상한 플레이에 집착하는 것일 텐데, 순간 내 작품 중, 여장플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저기…….”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
“그게 아니라 인터넷이나 뭐, 그런 사이트에서도 살 수 있잖아요. 왜 굳이 화려한 백화점에서 제게 여자 옷을 대보려는 건데요. 직원들이 다 이상하게 쳐다보잖아요.”
“아 여기에 누가 또 있었구나. 나는 작가님 외에는 안 보였는데 하아, 역시 작가님께서는 지나가던 개며 고양이며 하다못해 들러리에게도 정을 베푸나 봐요.”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요. 저는 사회적 체면을 위해…….”
“여기 사시는 것도 아닌데 왜요?”
“혹시 모르잖아요! 어디에서 만날 수도 있ㄱ……!”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이가 생겼나요? 다시 만날 생각까지 하다니 제 선에서 미리 해결해야겠어요. 그리고 왜 저딴 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어요. 작가님은 제 것이라는 걸 여기에서 보여 주고 싶어져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을 주고받다 보니 대화의 흐름이 또 이상해졌다. 남자가 당장에라도 내게 달려들 듯 눈을 치켜뜨기에 조금 전 권유받았던 옷을 품으로 가져왔다.
“이, 이거 이쁜데요?”
“…….”
“저랑 어울리는 거로 잘 골라 주셨네요!”
“마음에 드니 다행이네요.”
새침한 말투였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 남자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7세 아이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게 더 쉽겠네.
“구두는 어떤 디자인으로 할까요?”
“……구두.”
이번에는 색색별의 구두가 놓였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면 다 발로 차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사회적 체면 따위 없는 남자에게 뭔 짓을 당할지 모른다.
어떤 정신으로 집었는지도 모를 구두와 옷을 들고 있다가 남자에게 등을 떠밀려 탈의실까지 들어와 버렸다. 문이 닫힌 후에야 전신 거울을 보게 됐는데 여자 옷과 구두를 들고 서 있는 꼬락서니가 변태, 그보다 더 후하게 쳐주자면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 같았다.
“들어가도 돼요?”
“자, 잠시만요!”
하필 옷을 내팽개친 찰나에 문을 두들기기에 서둘러 다시 주워 들었다. 간발의 차이로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문부터 잠가 버리고는 내게 밀착해 왔다. 혼자 서 있기에도 좁은 공간이었는데 장신의 남자가 함께하니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애꿎은 발만 노려보다가 눈앞에 뭔가가 흩날리기에 시선을 바로 하니 커피색 스타킹을 든 변태 새끼가 보였다.
“입혀 드릴게요.”
“괜찮은ㄷ…….”
“해 주고 싶어요.”
“자, 잠깐!”
“쉿, 방음이 안 되는 곳이라서요.”
“……!”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때를 노려, 남자가 거침없이 바지와 속옷을 벗겨 냈다. 휑해진 다리를 오므려 봤으나 애초에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치마를 주워 든 남자가 옷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지퍼를 찾아내더니 활짝 벌린 채 내 다리로 들이댔다.
“발 넣어요.”
“집에서 입으면 안 될까요……?”
“역시 그 직원이 마음에 드는 거죠? 이런 모습 보이기 싫은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짜증 나요. 당신 몸을 훑어 내리는 그 새끼 시선도 짜증 나고 그걸 의식해서 마음 흔들리는 작가님도 짜증이 나요. 씨발 다 짜증 나는ㄷ…….”
“그게 아니라니까!”
벌겋게 눈이 충혈된 남자가 주먹을 쥐고 나가려기에 황급히 허리에 매달렸다. 높은 확률로 직원에게 화풀이한 뒤 돌아와 내게도 화를 낼 게 뻔했기에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몸이 먼저 나아가 버렸다.
“하라는 거 다 할게요……. 그냥 제발 이 옷만이라도 집에서 입게 해 줘요. 나는 저 직원 얼굴도 기억 안 나고 목소리도 몰라요! 그냥…… 내가, 내가 부끄러워서 그래요…….”
“……부끄러워요?”
다행히 나를 뿌리치지 않고 멈춰 준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았다. 얼결에 정면에서 남자를 안는 꼴이 되었기에 민망해서 물러나려 했으나 그보다 더, 내게로 가까이 다가오는 탓에 거울이 등에 닿았다. 더는 물러나지 못하는 내게 몸을 붙여 온 남자가 제 아래를 비벼 댔다.
“여, 여기서는!”
“뭐든 하겠다면서요.”
내가 뱉은 말이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남자가 저렇게 말한다는 건 지금 이 상황만 받아들인다면 여자 옷을 입혀서 내보내는 일은 없을 듯했다.
반항을 멈춘 내게 긍정의 뜻을 읽은 남자가 벗기지 않은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간지럽혔다. 볼록 튀어나온 곳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문지르는 야릇한 감각에 다리가 절로 오므라들었으나, 내 다리 사이로 제 허벅지를 밀어 넣은 남자 탓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흐으…….”
최대한 목소리를 감추려 입술을 깨물어 봐도 자극에는 어쩔 수가 없는지 자꾸만 신음이 새어 나갔다. 남자는 그 반응을 즐기는지 귀엽다며 볼을 핥아 왔다. 쭙―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갈 때마다 붉은 자국이 남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됐다. 그 뒤로도 목과 팔, 손 곳곳에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어느덧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가는 손길을 느끼며 눈을 크게 뜨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남자가 뒤로 물러났다.
“하아, 작가님이 부탁을 하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고…….”
“고, 고마워요.”
“하지만 좆이 너무 아파요.”
“…….”
“한 발은 빼야겠어요.”
이제 겨우 호흡을 진정시켰는데 남자가 잡아끄는 바람에 벗어 둔 속옷과 바지를 대충 꿰어 입고 탈의실을 나섰다. 직원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계산은 된 건지, 쇼핑백을 손에든 남자를 따라 바삐 걸음을 옮겼다.
“빨리 와요.”
걸음이 느린 내게로 다시 돌아온 남자가 손목을 움켜쥔 채 속도를 높였다.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찬 남자의 두 눈이 나를 담고 있지 않았기에 주변을 더 둘러볼 수 있었는데, 들어오면서 봤던 길과는 또 달랐다. 이곳저곳의 구조를 알게 됐으니 내게는 잘된 셈이다.
또 한 번 이곳을 가고 싶다는 요구를 하여 남자를 데려온 뒤, 외워 둔 길을 따라 달려 나갈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자의 말을 잘 따르며 내가 도망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 놔야 한다.
띠릭―.
“흐아!”
남자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옷을 벗기고 아래를 꿰뚫었다. 무작정 안을 헤집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자, 끈적한 혀가 가슴골을 핥으며 흥분을 유도했다.
잠시 힘이 풀린 찰나.
“흐읏!”
남자가 같은 지점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 아앗!”
“후으…….”
오로지 내가 반응하는 지점만을 노리고 빠른 속도로 몰아붙였다. 절로 움츠러드는 발가락에 힘을 주며 쾌락을 분산시켜 봤으나, 성기가 꽉 붙잡히는 알싸함에 탁한 액들을 쏟아 내고야 말았다.
그 뒤로 몇 번이나 더 거센 움직임이 반복된 후에야 남자도 사정액을 쏟아 냈다. 사정 후에도 여운을 빠져나가지 않고 여운을 즐기던 남자가 예고 없이 안을 파고들었다.
“흐윽! 읏, 으흑! 아!”
“숨, 내쉬고.”
“아아!”
숨쉬기가 힘들어 입을 쩍 벌릴 때는 진정되도록 기다려 준 다음, 약간 느슨해진 틈을 타 무작정 허리를 올려붙였다.
뒤가 쑤셔지며 세 번의 사정에 다다르니 속절없이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도 남자는 그에 따른 행위를 이어 가려는지 누워 있는 내 다리를 옆구리에 끼고는 내벽을 들쑤셨다. 오랜 시간 동안 놔주지 않던 남자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쾌감에 몸서리를 치고 나서야 두 번째 사정을 끝마쳤다. 나는 이미 묽은 액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성기가 쥐어짜인 뒤였다.
한평생 할 섹스를 이 남자와 다 하게 된 것 같은데. 그것도 강제로. 널브러진 상태로 자괴감에 빠져 있으니 남자가 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백화점에서 사 온 옷을 입혔다. 커피색 스타킹과 빨간 구두, 하얀 셔츠로 된 원피스를 입힌 뒤에는 억지로 일으켜 테이블에 엎드리도록 했다. 엉덩이만 쭉 빼낸 상태였는데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작은 반항이나 말조차 하지 못했다.
“작가님이랑 있으면 항상 몸이 뜨거워요. 365일 마약을 한 사람 기분이 이럴까요? 박는데도 더 박고 싶어요. 모자라, 너무 모자라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안 할 때는 온몸이 아플 거예요. 그러니 얼른 안으로 들어갈게요, 그래야만 작가님께서도 흥분만을 느끼실 테니까요.”
“저는…… 흐, 읏……!”
어떻게든 일어나 보려는 내 등을 눌러 낸 남자가 엉덩이 사이의 스타킹을 찢어 냈다. 세차게 뜯겨 나가는 스타킹에 살이 쓸렸는지 주변에 따끔거렸다.
손을 뒤로하여 피가 안 나는지 확인해 보려는데 남자는 이마저 제지를 했고, 노골적인 욕망을 담아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조금 전의 정사로 온갖 미끌미끌한 것들이 묻어 있는 손이었기에 잠시 수축해 있던 구멍이 스스럼없이 열렸다.
“하읏!”
남자가 딱 붙인 손가락을 쑤셔 넣고는 양옆으로 벌리며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다 단번에 손가락을 빼내고는 달아오른 열 덩이를 밀어붙였다.
“헉……!”
완전히 팽팽하게 기립한 성기를 받아들인 적은 몇 번 없었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에 의지와 상관없이 힘을 조이니 반쯤 걸려 있던 성기가 더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남자에게선 앓는 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끝까지 쳐올리면 찢어질까요?”
“찢어져요…… 푸, 풀어 주세요…….”
지금 오기를 부려서는 나만 더 힘들어질 것을 알기에 최대한 남자가 바라는 대로 말을 해 줬다. 지금 내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고. 그런데도 남자는 성에 차지 않는지 찌를 듯 말 듯 어설픈 힘을 주며 같은 구간만을 배회했다. 덜덜 떨리는 턱에 힘을 주며 시선을 맞추니 붉은 입술이 휘는 게 보였다.
“풀어 주는 방법을 몰라서요.”
아, 남자는 내가 수치스러워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상스러운 말들로 내 안을 풀고 부드럽게 안아 달라는 말을 해 달라는 눈으로. 금방이라도 웃음소리가 새어 나올 듯한 입술에 힘을 주며 원하는 답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풀어 달라면서.”
“흐윽!”
“왜 말이 없어요?”
“으흑, 아……악!”
반쯤 걸쳐 둔 성기를 빼내지도 않고, 남자는 좁은 틈새로 다시 손가락을 끼워 넣고는 조금 전보다 더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생살이 벌어지는 아찔한 감각에 도리질을 치며 말려 봐도 힘을 더 가했을 뿐이다. 나를 봐주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땐 억지로 입을 벌리며 바라는 말을 뱉어 내야만 했다.
“한율 씨 손가락으로요!”
“제 손가락을요?”
“손가락으로 풀어 주세요…….”
“넣고 멈춰 있으면 돼요?”
“……우, 움직여서요.”
“말을 왜 하다가 말아요.”
“마, 말할게요!”
나름 용기를 낸 거였지만 남자는 손가락을 넣은 채로 단번에 뿌리까지 처넣을 듯 자세를 잡았다. 이러다 잘못되면 평생 구멍이 벌어진 채 살아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눈앞이 아찔해져서 얼얼한 입을 닫지도 못하고 되는 대로 전부 쏟아 냈다.
“손가락으로 안을 쑤셔 주세요! 여러 번 쑤시다가 늘어나서 한율 씨 서, 성기를 넣을 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성기라는 표현은 너무 순하다.”
“그, 그럼…….”
“더 상스럽고 거친 말 있잖아요. 한 글자.”
“좆, 넣어 주ㅅ…… 아, 악!”
한 글자.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것을 뱉어 내니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숨을 쉴 틈도 없이 안을 채워 오는 것에 입술을 꽉 깨물며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후우, 왜 조이고 그래요.”
“아파요…….”
“힘 풀면 안 아파요.”
“뜻대로 되는 게…… 흐……!”
앞으로 뻗어 온 남자의 두 손이 가슴을 쥐고 흔들었다. 모을 것도 없는데 억지로 살을 당겨 부풀어 오르게 하고서는 돌기를 지분거리니 몸이 자꾸만 뒤틀렸다. 쓰라리면서도 아찔한 느낌에 고개를 저어 봤으나 가슴을 놓아주지 않았다.
“흐아아!”
안을 채우던 것이 서서히 빠져나가기에 잠시 시간을 주는 줄 알았다. 이런 나를 비웃듯 온 힘을 다해 들어온 남자의 성기 끝이 결장을 쾅 때렸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서 비릿한 피 냄새가 났는데 목 옆에서 숨을 몰아쉬던 남자도 그 향을 맡았는지, 제 손을 이 사이로 밀어 넣고는 대신 깨물도록 했다.
뻔뻔한 낯짝에 있는 힘껏 깨물어 피를 내줬음에도 빠져나가기는커녕,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 손길에 치가 떨렸다.
“너무 따듯해요.”
“흐읏, 으…….”
“최대한 오래 머물다가 진하게 채워 드릴게요.”
그냥 빨리 싸고 나가 줬으면 좋겠는데. 목가에 코를 묻은 남자가 숨을 한껏 들이켜며 가슴을 당겼다. 흣― 터져 나온 내 신음을 자장가 삼아 눈까지 감더니 허리선을 따라 내려와 아랫배를 지그시 눌러 왔다. 안에서도 압박감이 상당한데 밖에서까지 힘을 주니 내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힘을 꽉 주며 버티고 있는데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거 알아요? 힘줬을 때가 더 쉽게 부서져요.”
그 뜻을 알아내기도 전, 체중을 가한 남자가 몸을 세게 끌어안았다. 또다시 뿌리 끝까지 틀어박힌 성기에 벌어진 입에서는 쉬어 빠진 울음소리만이 흘렀다.
“살살 해 줄게요. 내 이름 불러 봐요, 빨리.”
“으윽! ……흣, 아아! 한율 씨! 한율ㅆ…… 아! 악!”
“계속 불러야죠.”
“부르고, 흑…… 있는데 왜…… 아흑!”
“빨리요.”
“한ㅇ……윽, 한, 한율…… 아읏! 한율 씨! 한율 씨!”
이름을 불러 주는데도 더해 달라는 재촉을 하던 남자는 숨을 쉬지 못해서 잠시 말을 멈출 때마다 응징하듯 아파하는 곳만을 찔러 댔다. 아픔에 지쳐,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이름을 불러 줄 때가 되어서야 천천히 움직여 주는 듯하더니 힘이 풀릴 때 맞춰 콱, 쳐올렸다.
“흐으…… ㅇ…… 으흑…….”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느껴 버린 뒤에는 끈적한 점액질을 쏟아 내며 늘어지려 했으나 이조차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너지는 찰나에 남자의 손이 허리를 꽉 잡더니 수축하는 안을 부숴 버릴 듯 쳐 대서 눈물 콧물을 쏟아 내야 했다.
잘못했다고.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용서를 구하며 두 손을 싹싹 빌어 대니 손을 낚아채서는 잇자국을 냈다. 남자의 이가 닿는 곳마다 통증이 몰아쳐서 팔에 힘을 줘 봐도 애초에 이길 수 없는 힘. 손장난을 치듯 휘저어 대기만 하다가 다시 잡혀 가서는 같은 부위를 깨물렸다.
“사랑해요.”
“아흑……!”
“대답해 줘요, 빨리.”
“흐아아, 사, 사랑, 사랑해요! 사랑ㅎ…… 아윽!”
“나도 사랑해요.”
남자는 격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입을 맞춰 왔다. 과격하게 안을 쑤셔 대는 움직임과는 다르게 숨을 불어넣듯 정중한 입맞춤이었다. 입 속을 샅샅이 누비면서도 손은 여전히 가슴골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흐아아……!”
좋으면서도 때때로 지독한 것. 나는 그렇게 쾌감의 정의를 내렸다. 작은 틈도 보이지 않도록 나와 밀착한 남자가 세차게 움직였다.
“앗, 아아! 흐, 으윽……!”
“너무 조이지는 말아요. 진하게 가득 채워 드리려고 참는 거니까.”
“참지 말고, 으흑, 빠, 빨ㄹ… 아! 하윽!”
“으응, 알겠어요, 진하고 길게. 응. 그럴게요.”
변태 같은 새끼.
소리를 낼수록 남자가 더욱 흥분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쏟아졌다. 내 예상대로 이러한 소리가 남자를 더욱 부추기게 됐고, 나중에는 입구가 퉁퉁 부어서 남자의 것을 강하게 조이고 나서야 잠시 휴식 시간이라는 게 생겼다.
그런데도 혼자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어디선가 빨간 립스틱을 가져온 남자가 내 입술 곳곳에 묻히더니 방으로 데려가 거울 앞에 앉혔다. 들어와 본 적 없는 또 다른 방이었는데, 벽면이 전부 거울로 되어 있어서 어디를 보더라도 아래를 드러낸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 안 볼래요. 나 여기서 나가게 해 줘요!”
“부끄러워요?”
거울 속의 나는 가슴을 훤히 드러낸 채 남자에게 만져지고 있었다.
“흐으, 으…… 나, 나 싫어요, 이거…….”
“예쁜데.”
“나는…….”
“마치 쾌락에 찌든 여왕님 같아요.”
아래로 내려간 남자가 발바닥에 입을 맞추더니 조금씩 핥기 시작했다. 간지러움과 짜릿한 전율이 뒤섞여 몸부림을 쳤으나 꽉 잡힌 발이 빠지지 않았다. 반항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남자가 남은 발까지도 잡아채서는 양쪽을 번갈아 핥았다.
“흐읏, 아……앗, 흐아, 앗, 아……!”
“기분 좋은가 봐요?”
아래가 또 서 있었는지 남자가 선단을 살살 긁었는데 그 아찔함에 눈이 절로 감겼다. 나이답지 않게 도리질까지 쳤으나 여전히 내게 자극을 주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속옷도 사 줄게요. 살을 억지로 끌어모으면 작게나마 솟아오르는 게 너무 아름다워서요.”
“흐으으…….”
“이거 봐, 만지기만 해도 느끼잖아.”
남자에게 쥐고 흔들려서 꼿꼿하게 서 있는 가슴이 다시 잡혔다. 여장플을 시작한 뒤로 이상하리만치 가슴을 괴롭히는 남자를 말려 보려 해도, 그럴 때마다 아래를 지분거려 와 힘이 쭉 빠져 버렸다.
“힘 잘 주면 빨리 끝내 줄게요.”
누워 있는 내 다리를 굽히도록 유도하더니 발끝을 두들겼다. 힘을 주니 뾰족한 구두 굽이 느껴지는 듯했다.
“어쩜, 종아리도 이렇게 매끄러워서는. 구두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하응!”
종아리를 타고 매끄럽게 올라온 손이 고환을 꽉 쥐었다. 투박한 신음이 새된 교성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눈까지 접어 가며 웃던 남자가 고환을 살살 주무르니 겨우 돌아오던 이성이 다시금 흐려졌다.
“으응, 읏!”
“속옷이랑 같이 가발도 사 와요.”
“……흐응으!”
“긴 생머리로, 아 작가님이라면 무슨 머리를 해도 예쁘겠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긴 머리부터 시작해요.”
“흐아앙! 아!”
부르르 떨리는 몸을 따라 위로 튀겨 버린 정액이 남자의 얼굴에 닿았다.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닦아 낸 남자가 그것들을 부어 있는 입구로 문질렀다. 명백한 의도가 느껴지는 손길에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으나 기다란 손가락들이 제 고집대로 들어왔다.
“흐윽! 처……천천히……!”
남자는 이미 수차례 시달려 부어 있는 부위로 출입을 해 오면서도 일말의 자비가 없었다. 자석에 이끌리듯 내가 미쳐 하는 구간만을 쏙쏙 잘 찔러 오는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성기를 따라 내벽이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게 느껴졌다. 굵은 성기가 긁어내리는 곳은 꿈틀거리는 전율이 찾아와 뇌를 쥐고 흔들었다.
“후…….”
나른한 숨을 내쉰 남자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조여드는 안을 깨부수며 속도를 가했고 질퍽한 정액을 흩뿌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 계속된 사정을 했으니 그 양 또한 상당했을 터. 천장까지도 거울로 되어 있어서 의도치 않게 내 아래를 보게 됐는데 교접한 부위에서 하얀 거품이 흘러나와 아래를 적시고 있었다. 엉덩이 사이는 박혀 있는 남자의 성기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희고 탁한 점액질이 가득했다. 일부는 밖으로 흘러내릴 정도로 양이 많아서 마치, 터진 빵 사이로 크림이 빠져나오는 듯한 괴이한 모습이었다.
“집중해요.”
“흐읏! 나, 나올 것 같은데…… 화장실을…… ㅇ……아!”
“그거 쉬 아닐 텐데.”
“흐어엉, 그만, 그만…… 나올 것 같은, 흣, 데…… 흐으, 아앙!”
결국 남자 앞에서 오줌까지 싸지른 꼴이 되어 애처럼 울고 말았다. 이 순간만큼은 쉬를 싼 것보다 쪽팔린 게 없었기에 울음소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자는 당황하지 않았고 내 턱을 눌러서 아래를 보게 했다.
“쉬 아니라니까.”
들려온 말대로 내 아래를 적신 건 노란빛이 아니었다. 투명하고 묽은 액체. 남자의 손 아래 맑은 액을 쏟아 내기는 했었지만 배뇨감처럼 찾아온 건 처음이었기에 제대로 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바라보기만 할 뿐, 말도 못 하고 있으니 상냥하게 등을 쓸어내린 남자가 늘어진 팔을 잡아서는 제 어깨를 두르게 했다. 잠시 비워졌던 곳도 활력을 되찾은 남자의 성기로 가득해졌다.
“흐, 그만…….”
“으응 내가 미안해요.”
거의 실신한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는데도 흔들림이 없다니. 열이 가득한 남자의 검은 두 눈은 쉽게 뜻을 굽히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더 빨리 싸 볼게요.”
그딴 저질스러운 말을 뱉어 낸 남자는 아래로 쌓인 정액이 목구멍에서 나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격하게 안을 쳐 댔다.
“흑! 왜, 왜이……. 흐아! 앗!”
한순간 성기를 빼낸 남자가 벌어진 내 입에 무작정 제 것을 집어넣고는 비릿한 정액을 쏘아 댔다. 밀어내려던 두 팔은 잡힌 지 오래였다. 뒤로 빠지지 않고 계속 목구멍을 누르는 선단에 결국 그것을 삼켜 버리니 그제야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흐아아!”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왜 또, 갑자기 왜 안을 헤집어 대는 건지. 가슴과 배, 허리, 등에는 남자의 잇자국으로 가득했다.
“아, 앗!”
벌써 세 개나 넣었던 손가락을 빼낸 남자가 반쯤 일어난 성기를 음모가 닿도록 끝까지 밀어 넣었다.
“흐…….”
예고 없는 삽입에 고개를 젖혀 압박감을 호소하던 내 입술을 그대로 삼켜 낸 남자는 허리 뒤, 척추뼈 모양을 따라 느리고 집요하게 어루만졌다.
다시 시작된 허릿짓에 대체 왜 안 끝내 주냐며 따지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뒤로 젖히자, 단단한 품으로 껴안아 오더니 어깨로 입술을 묻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수없이 뿌려진 정액들로 인해 몸 전체가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부족한 걸까. 남자는 깊은 곳만을 찔러 댔다.
“흐으, 아……!”
아래가 찢어지는 듯해서 엉덩이를 빼 봤으나 남자가 더욱 수월하게 출입할 수 있는 몸짓이 될 뿐이었다.
“아흣!”
안이 가득 차 있는데도 손가락 하나가 모습을 감췄다. 안 그래도 방망이를 쑤셔 넣은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돌멩이로 가득한 기분이었다. 말리려 하면 골반을 당겨 아래로 내리는 탓에 제발 두 개는 넣지 말아 달라며 매달렸다. 끝없는 부탁 속에서 이것 하나만큼은 들어주기로 했는지 다행히 손가락 개수가 더 늘어나지 않았고, 하나 들어와 있던 것도 순순히 빠져나갔다. 정작 제일 부피가 큰 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아악! 악, 하으, 읏! 응……!”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거센 자극이 올 때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는데, 그때마다 가슴을 잡아 비틀거나 아랫배를 눌러서 머릿속이 흐려지도록 했다. 젖은 살끼리 부딪히는 야릇한 소리를 듣고 있으니 찬 바람이 닿는 가슴조차도 묘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흣, 하아! 앗, 하아, 아!”
“후으, 이렇게 예뻐서, 매일, 도망갈 궁리나 하고.”
“으아, 하아아……, 아! 흐읏! 으응……, 흣!”
“나랑만 있어요, 평생.”
“흐으윽!”
“아무도 안 줘.”
그 후로도 남자는 한동안 내 안을 침범하여 멋대로 공간을 만들어 나갔다.
침실로 옮겨진 후에는 창밖의 시간이 자꾸만 달라졌다. 구름이 가득한 흐린 하늘이었다가 맑아진 푸른 하늘, 그러다 다시 어두워진 하늘로. 다시 파랗게 물든 하늘을 봤을 때는 도대체 이게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난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계속된 마찰로 녹아내린 내벽은 버겁게만 느껴지던 성기의 출입을 몇 번이고 수월하게 받아들였고, 끝없이 사정한 성기는 더 이상 서지 못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흐으, 읏…….”
“깼어요?”
나는 앞으로 기어가고 있는데 왜 몸은 움직이지 않을까. 고개를 돌려 보고 싶지만 누가 끊어 놓은 것처럼 힘이 실리지 않았다.
“흐…… 빨리…… 빨리…… 싼다고…….”
“그러려고 했는데 작가님 안이 너무 따듯해요.”
“미……친, 진짜…….”
“응 나도 사랑해요.”
움직이지도 못하는 손에 힘을 주며 출입을 거부하려 했으나, 단번에 뿌리까지 밀려들어 오는 이질적인 감각에 입을 쩍 벌리며 고통을 토해 냈다.
침이 줄줄 흘러 베개를 적시는데도 추삽질을 이어 나가는 걸 보면 이러다 진짜 죽더라도 시체플이라며 좋아할 게 뻔했다.
나름 노려본 거였으나 눈을 바라봐 주니 더 힘이 솟는다며 입을 맞췄다. 마치 불을 지지는 듯한 뜨거움이었다.
시야가 흐릿해져 정신을 놓을 때는 가슴을 비틀어 고통을 주기도 했다. 어떻게든 나는 남자를 바라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계속된 자극에 통증이 무뎌질 때면 또 다른 곳을 집요하게 공격하여 꺼이꺼이 울음을 토하며 목에 매달렸다.
“아! 아아! 아, 아흑!”
이윽고 벼락에 맞은 듯 허리가 튕겼다. 몸이 밀착될수록 다리가 오므라들었으나 가운데 자리 잡은 남자로 인해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대로 내 엉덩이를 잡아 옆으로 벌리더니 내리찍듯 몸을 맞붙였다.
“아…… 읏!”
방 안을 채우는 질척한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나 진짜 죽을 것 같, 흣, 같아……요, 읏으…….”
“아니야, 작가님 몸은 좋아하고 있어요.”
“아니라ㄴ……!”
의도적으로 말을 끊는 동시에, 크기를 더한 성기가 한계에 다다른 몸을 몰아붙였다. 머리를 울리는 현기증에 남자의 얼굴의 여럿으로 흩어졌다. 시야가 아득해져 정신을 놓고 싶었으나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달려드는 큼직한 손이 아랫배를 세게 눌렀다.
“……으흣, 흡!”
“거봐, 그만하라는 건 다 거짓말이야.”
“흐앗, 아!”
“사랑해요.”
투둑, 흩어진 정액이 서로의 배를 적셨다. 사정 후에도 느릿하게 허리를 쳐 대던 남자가 이내, 진득한 숨을 뱉어 내는 걸 보며 시야가 다시 캄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