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청게물&친구에게 뒤를 따였…… (8/11)

청게물&친구에게 뒤를 따였……

한순간에 변해 버린 눈빛은 남자가 연기에 들어갔다는 걸 알게 했다. 이 상태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여태의 경험으로 알게 됐기에 남자가 연기 중인 소설 속 스토리를 떠올렸다.

“내가 혼자 살기에는 너무 넓은데 네가 오니까 딱 좋다.”

“혼자 넓은 곳 쓰면 더 좋지…….”

“좋다가도 외롭고, 쓸쓸하다가도 편하고. 아 맞다, 영화 볼래? 두 시간 동안 수다 떨기도 어렵고 해서 영화를 준비해 뒀어.”

“여, 영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아주 예전에 쓴 부분이라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는데 저 영화를 시작으로 덮침을 당하게 되는 스토리였던 것 같은데. 그러나 내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 남자가 먼저 영화를 틀었다. 미리 준비해 둔 건지 버튼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영화의 초입부가 재생되고 있었다. 영화까지 같이 봐야 한다니. 어정쩡한 자세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팔을 잡아채는 힘에 끌려가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남자의 다리 위로 앉아 영화를 시청하고 있었다.

<하아…… 하! 흐으응! 철수 씨! 하앙!>

<영희 씨…… 사랑해요. 흣……!>

<하앗, 하, 아앙! 아아앙!>

<으흐…… 읏!>

“하아, 재밌다, 도영이 넌 어때?”

“……등이 아파.”

왜 벌써 섰냐고.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건지, 벌어진 내 입에서 흐른 건지. 아니면 뒤에서 자꾸만 허리를 찔러 대는 남자에게서 들린 건지는 모르겠다.

너무 오래 해서 남자가 안을 차지할 때면 배가 아플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다 장기가 다 손상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기에 최대한 늦게 시작이 되도록 유도해 보기로 했다. 흥분이 식을 만한 노잼 개그라도 던져 보려고 고개를 살짝 틀었는데 남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왜, 왜 보고 있…….”

“못 보겠어.”

“끌까?”

“도영아, 너도 발기했어?”

“아니…….”

“서 있는데?”

피하려 했으나 남자는 그대로 내 몸을 돌려 똑바로 눕히더니, 어깨를 눌러 일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같이 뺄래?”

“……아니.”

“빼고 싶으면서.”

남자는 가까이 다가온 내 뺨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해 점점 올라가서는 귀를 깨물었다. 아흣― 입에서 나온 소리를 막으려 손을 올렸으나 턱이 붙들렸다. 강한 악력에 볼이 눌려 입이 벌어지고, 그 안으로 들어온 남자의 혀가 멋대로 자리를 차지하며 이곳저곳을 문질렀다. 자세가 너무 밀접한 탓에 배를 찔러 오는 성기가 부담스러워 머리를 빼려 했으나, 그럴수록 집요하게 파고들어 와서는 얽혀 들었다.

애를 써 빠져나온 손으로 어깨를 두들겨 봐도 상대는 반응조차 없이 제 할 일만을 고집했다. 입 안의 침을 모조리 가져가고서야 입을 떼어 낸 남자는 턱선을 강아지처럼 간지럽게 핥더니, 목선을 주욱 타고 내려가 이를 세웠다. 깨문 부위의 통증보다 그곳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더 강력했다.

“흐읏! 그, 그만……!”

단단한 손이 옷을 비집고 들어와 허리를 쓸어내릴 때면 입술을 꾹 깨물어 버티려 했다. 그러나 미끄러지듯 바지 속을 파고든 손에 성기가 붙들렸을 땐 누르지 못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새어 나갔다.

“정말 그만하고 싶은 거야?”

뜻을 묻는 말이었으나 남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발딱 일어나 액을 흘려 대는 내 아래를 잡고 있었으니까.

“거짓말만 하네.”

남자가 그대로 나를 안아 들고는 침대로 이동했다. 움직이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도 호흡이 가빠져 어지러웠다. 누운 채로 다리가 확 벌어지자 기립한 성기가 파르르 떨렸다. 내 성기를 바라보며 머리를 숙인 남자가 혀를 내밀어 샅샅이 핥아 왔다.

하아―.

주름을 펴듯 사이사이를 문지르는 느낌에 입이 벌어졌다. 고개를 젖혀 침을 삼키려 해 봐도 남자가 입 속에 머금은 선단을 쪽쪽 빨며 이성적인 사고 회로를 막았다. 그러다 형광등이 터지듯 팟, 정액이 분출됐다. 비위가 상하지도 않는지, 제 입 안으로 쏟아진 정액 일부를 손에 뱉어 낸 남자가 주름진 구멍으로 문질렀다.

“으흑!”

“살살할 테니까…….”

아래를 볼 수 없으니 자극을 받는 모든 부위가 예민하게 다가왔다. 사정한 흔적이 없어질 정도로 남은 정액을 핥아 내던 남자의 얼굴이 갈라져 있는 엉덩이 골에 닿을 때면, 손안 가득 들어온 시트가 볼품없이 구겨졌다.

“흣, 으!”

항문 주위를 살살 긁어내던 손가락 하나가 아래를 밀고 들어왔다. 어느 정도 들어온 정액을 여기저기 펴 바르더니 손가락은 단숨에 세 개가 되어 앞뒤로 움직였다. 성기가 드나드는 것처럼 안을 쳐올리다 밀려나더니 다시 들어와 깊숙한 곳을 문질렀다.

“하응! 으, 으읏!”

지렁이가 꿈틀대듯 가려워 엉덩이를 뒤로 빼자 남자는 순순히 손가락을 거뒀다. 하아, 하― 숨을 내쉬며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을까. 바지를 벗어 낸 남자가 울긋불긋 핏줄이 서 있는 성기를 잡고는 조금 전까지 휘젓던 안으로 침입했다.

힘을 빼는 법도, 숨을 쉬는 법도 기억나지 않았다. 발버둥을 치며 몸을 물렀으나 붙잡힌 다리가 당겨졌다. 남자가 내 등 뒤로 팔을 두르더니 허리를 들어 제게로 밀착시켰다.

쿵. 쿵. 쿵. 맞물린 가슴에서 거센 심장 소리가 들렸다. 붉은 혀가 눈가를 쓸어내리면, 여태껏 흘려 낸 눈물이 순식간에 먹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가슴을 문지르는 동작에 차츰 호흡이 돌아와 시선을 바로 하니 붉은 머리가 살랑이며 목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으!”

“쉬이, 괜찮아. 안 아파.”

내가 박히는데 지가 왜 괜찮아!

숨 막힐 정도로 밀착해 오는 남자의 목에 자연스레 손을 둘렀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이 짓눌려 질식사할 것 같았다. 쭉 뻗은 팔 위로 남자의 입술이 닿을 때면 붉은 흔적이 남았다. 허리는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만 집요하게 애무하던 남자는 늘어진 내 등을 꽉 끌어안고는 허리를 쳐올렸다.

“흐아! 아, 아앗! 앗! 흐윽, 흣!”

척추뼈를 따라 내려가던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부르튼 입술을 단단한 어깨에 문지르며 머리를 흔들어도 봐주는 기색 없이, 옆으로 당겨 틈을 만들어 내고는 더 깊은 곳까지 성기를 박아 넣어 잘게 떨며 사정을 했다.

“도영아…….”

“흐으, 그만, 빼…… 빼고……흣!”

“도영아…….”

“더는……!”

물러나지 않고 크기를 키우는 것을 빼 달라 애원했으나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퍽, 퍽! 퍽! 잔뜩 젖은 내벽을 쳐올리는 감각에 아랫배가 당겨와 눈물을 흘렸다. 확인하지 않아도 붉어진 항문이 잔뜩 부어올라 있을 것 같았다. 결합한 자세 그대로 앉아 버린 남자의 팔에 당겨져 잠시 수축하던 구멍이 거대한 기둥을 삼켰다. 거듭하여 안을 쑤시는 성기에 들러붙은 내벽이 밀려 나가다가 돌아오기를 여러 번. 절정에 다다른 순간 엉덩이를 잡아 성기를 빼내는가 싶더니 허리를 당겨 강하게 밀어 올렸다.

“으아……!”

부르르, 소변을 보듯 떨리는 성기가 정액을 쏟아 내니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덩달아 조여진 구멍에 끼어 있던 성기가 질퍽한 소리를 내며 안을 누르더니 천천히 빠져나갔다. 눈을 뜰 힘도 없어 그대로 넘어가는 몸을 받쳐 준 남자는 곱게 이불을 덮어 주기까지 하고는 짧게 입을 맞췄다. 억지로 눈꺼풀을 올린 내게, 그 누구보다 상냥한 어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으…… 자, 잠시……!”

“하……. 너무 참아서 힘들어.”

남자는 무작정 나를 뒤로 누르더니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래로는 발기한 제 성기를 문지르고 있었는데 팬티 한 장 없이 맨몸으로 붙어 있으려니 까끌까끌한 음모가 따가울 만큼 쓸리기도 했다. 끝도 없이 살덩이가 비벼지고 있으니 몸도 점차 달아올랐다.

하아― 뜨거운 숨결이 귀에 닿았다. 나를 끌어안은 남자의 손이 아래를 지분거리며 들어오려 했다. 성기 끝을 타고 흐른 쿠퍼액으로 구멍을 문지르더니 조금 이완되자 손가락 두 개를 넣고 안을 쑤셨다. 느리지만 깊게 파고들어 입이 바짝 말랐다.

찌걱이는 소리가 날 때까지 밀어 넣기를 반복하던 남자는 뚝뚝 액을 흘리는 성기로 주름을 밀었다. 손가락 굵기만큼 벌어져 있던 아래는 고작 선단만이 들어올 크기였다. 그러나 축축해진 내벽은 안으로 들어온 성기를 빨아들였다.

악― 억눌린 소리를 뱉어 내자 남자의 손이 허리를 문질렀다. 느끼는 부위만을 문지르며 뼈 사이사이를 찔러 왔다. 흐읏― 읏― 목에 매달려 있던 손이 풀릴 정도로 느슨해진 몸을 뒤로 눕히는 때에 맞춰, 남자가 골반을 잡은 손에 힘을 주더니 단번에 쳐올렸다.

“아학!”

“도영아 끝까지 다 들어갔어……. 이제 힘을 빼면 돼.”

“흐으, 으…….”

“안 아플 때까지 그대로 있을게.”

이미 겪어 본 행위지만 남자의 성기는 너무 커서 안을 풀어줬다고 해도 들어올 때마다 아픔을 주었다. 조금만 참으면 쾌락이 되어 나를 잡아 삼킬 것을 알면서도 힘이 풀리지 않았다. 가슴을 토닥여주던 남자는 내가 조금 진정되었다는 게 느껴지자마자 허리를 밀착시켰다.

“흐, 흐아! 다, 넣었…… 흑, 다고……!”

다 넣었다고 방심했다가 아래가 찢어질 뻔했다. 퍽― 소리를 내며 들어온 남자는 침 묻은 입가를 핥아 주며 결합한 부위를 매만졌다.

“도영아 사랑해.”

“아, 아앗! 아! 흐, 흐아!”

내 손으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을 쉽게 찔러 온다. 벼락을 맞은 것처럼 꿈틀거리는 몸으로 엉덩이를 당겼으나 등받이에 걸려 한계에 다다랐다. 남자가 본격적으로 내 허리를 잡고는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내게서 나왔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젖어 버린 안에선 성기가 들어올 때마다 물 같은 것을 밖으로 밀어냈다. 한곳만 찌르는 것도 아닌데 닿는 곳곳마다 짜릿했다.

“흐읏! 으, 흑!”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다. 자위할 때의 느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내 멋대로 통제할 수 있는 감각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몸조차도 남자의 뜻대로 흔들리고 있다. 가쁘게 숨을 뱉으며 필사적으로 손에 닿는 이를 끌어안았다. 최대한 함께 흔들려서 쾌감을 줄이고자 했으나 뒤틀리던 중에 어딘가를 찔리자 힉― 소리가 날 정도의 전율이 솟았다.

“여기야?”

“아, 아니…… 흐, 흐아아! 아아! 앗!”

꽉 잡은 남자의 등을 박박 긁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라고, 여기가 아니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았다. 같은 곳만을 찌르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애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 가는 건 당연한 일. 넝쿨에 감긴 듯 꽉 잡혀 끊임없이 박히는 건 정말이지 괴로웠고, 피가 지나는 모든 부위가 찌릿했다.

흣―.

남자도 짧은 탄식을 뱉으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엉덩이를 쑤시는 속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숨을 뱉는 것도 힘겨웠다. 여러 번 사정을 한 것 같은데 기억이 흐릿했다. 남자는 맑은 액이 흐르는 성기를 손에 잡으며 남은 것까지 탈탈 털어 내듯 당겼다. 통증에 눈을 찌푸리자 그제야 놓아주고는 나를 당겨 자신의 위로 앉혔다. 엉덩이에 닿은 허벅지가 딱딱했다. 눈을 감고 어깨에 기대자 닿는 곳마다 입을 맞추던 남자가 다시 움직였다. 벌어진 다리로 들어오는 성기에 힘이 실려 있었다. 푹― 비겁하게 똑같은 곳을 노리는 노골적인 의도는 수그러든 성기를 자극했다. 오줌처럼 질질 흐른 정액이 남자의 배와 다리를 잔뜩 적시고, 결합한 부위는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주고 있었다.

“흣……, 나 이제……. 그만하……. 아. 아아!”

콱 박힌 몸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남자는 으스러트릴 듯 나를 꽉 잡아 밑으로 내렸다. 격한 동작에서도 가슴에 이를 박아 넣고는 열렬히 허리를 흔들었다. 어느 순간 피가 빠지는 기분이 들더니 울컥한 성기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정액을 토했다. 남자는 가장 안쪽에 자신을 묻고는 구멍이 조여드는 때에 맞춰 열렬한 정사를 끝냈다.

“씻으러 갈까?”

“쉬고 싶은데…….”

“내가 안고 갈 테니까 무리하지 마. 푹 쉬어도 돼.”

그럴 거면 뭐 하러 물어본 거지. 남자는 나를 안은 채로 일어나 욕실을 향했다. 잠시 변기에 나를 앉혀 두고는 물 온도를 맞추는가 싶더니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웠다. 팔꿈치를 넣어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야 내게 돌아왔다.

“안 빼고 자면 배 아파.”

나를 욕조에 앉혀 준 남자가 샤워기를 틀어 물 온도를 체크하더니 레버를 돌렸다. 그러자 욕조와 가까운 곳에서 적당한 온도의 물이 떨어졌다.

“이 정도면 괜찮지?”

“따듯해…….”

좁은 욕조에 발을 들인 남자가 나를 제 위로 앉히며 공간을 확보했다. 두 사람이 들어오니 물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살짝 다리를 벌려 낸 남자는 내 엉덩이를 잡더니 옆으로 벌렸다. 구멍 안으로 뜨끈한 물이 들어와 거북함을 들게 했다.

“안 빼면 안 된다니까.”

“내가 할게! 그, 그만하, 흣!”

물속에서 더 수월하게 들어온 손가락이 느리게 안을 긁었다. 움직일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들어 주먹을 말아 쥐고 버텼다.

“앗!”

“왜 그래?”

“이…… 일부러…….”

“내가 뭘.”

남자가 뻔뻔한 낯으로 웃으며 손톱을 세웠다. 가장 느낌이 이상하던 부분을 정확히 찔러 내며 순진한 척 묻는 얼굴이 얄미워 밀어 버렸다. 아프지도 않은지 더 크게 웃어 대던 남자가 수치도 모르고 또 일어나 있는 성기를 잡아챘다.

“흣!”

“흥분했으면 빼야지.”

탁, 탁. 탁. 주름이 팽팽하게 펴질 정도로 꽉 틀어잡혀 흔들리는 성기를 따라 허리가 들썩였다. 후에는 소량의 정액을 쏟아 내며 줄어들었다. 강제 자위를 시켜 준 남자는 제 손에 묻은 정액을 핥으며 입욕제를 꺼냈다. 대체 왜 자꾸 먹는 건데. 표정 관리도 못 한 채 응시하는 나와는 다르게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거품까지 채워 놓은 채, 엉거주춤 일어나던 내 몸을 밑으로 당겼다. 철썩이며 빠져나간 물에는 누군가의 씨가 섞여 있었다.

“잠들어도 돼. 늦지 않게 깨워 줄게……. 피곤하면 자고…… 일…… 서…….”

한 번에 너무 많은 사정을 했다. 졸리다는 기분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남자의 말소리가 작아지더니 사방이 캄캄해졌다.

사람이 너무 피곤하면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잠들 수가 있나 보다.

검게 물들었던 세상에서 깨어나니 팬티 한 장만 걸친 남자가 이불 속에서 나를 껴안고 있었다. 본인도 대충 덮은 이불을 내게는 목까지 올려 주며 꼭 끌어안는 게 살짝 부담스러워 어깨를 밀었더니, 흥― 답지 않은 소리를 내며 몸을 당겼다.

틈도 없이 바짝 붙은 남자의 가슴이 등에 닿았다. 탄탄한 가슴에서 울리는 맥박이 자장가처럼 등을 두들겼다.

그러다 엉덩이로 딱딱한 것이 닿았을 때.

“도영아.”

“…….”

존나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살려 줘……. 너무 아파.”

그러면서 자꾸만 밑을 비벼 대는 남자의 허벅다리를 붙들었다.

“잠깐이라도 쉬고……! 흣!”

가슴을 배회하던 손이 젖꼭지를 꾹 누르며 비틀었다. 가슴을 꾹꾹 눌러 대던 손은 서서히 아랫배까지 내려가더니 빳빳한 털에 닿았다.

다른 손으로는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젖꼭지를 짓누르다가 손톱을 세워 긁어내리는가 하면, 아릿한 고통을 느끼기 전에 손을 떼고는 달래듯 살살 어루만졌다.

“……흐.”

“반대쪽도 세워 줄게.”

남자는 반쯤 풀어진 샤워 가운을 벌리더니, 내가 반항할 틈도 주지 않고 손이 닿지 않은 곳을 입술로 눌렀다. 손가락과는 다른 축축하고도 야릇한 감각에 가슴이 위로 들렸다.

“그, 그만.”

“하기 싫어?”

노골적으로 엉덩이 사이를 찔러 오며 가슴을 주무르는데, 자극을 받고도 멀쩡한 몸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머리를 들고 있는 내 성기도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워 놓고 뭘 물어.”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나는 이미 쾌락을 알아 버린 뒤였다.

“허억, 흑! 흡……!”

다리 사이로 보이는 남자가 열렬히 나를 바라보며 허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꽉 잡힌 허벅지는 부어올라 통증을 주었으나, 지금 상태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이에게 놓아 달라는 말을 해 봤자 이미 수차례 시도하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퍽―.

“어흑!”

“무슨 생각 했어?”

내 상태를 바로 알아차린 남자가 힘차게 아래를 박아 왔다. 다른 핑계를 부리려다가도 날카로운 눈빛에 변명하기를 포기했다.

“……허벅지가 아파서.”

“아.”

아. 짧은 단말마를 던진 남자는 손가락이 눌릴 정도로 잡고 있던 다리를 놓아주었다. 이제는 허리를 잡았으나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젠장. 힘이 똑같잖아.

“이제는 허리가 아……. 앗! 아……!”

퍽퍽퍽. 연달아 같은 지점에 찾아든 쾌락과 압박감에 고개를 젖혔다. 터져 나온 신음은 다가온 남자의 입술에 전부 먹혔지만, 벼락에 맞은 듯 떨리는 팔다리는 남자도 어떤 대처를 할 수 없었다.

“흐윽…….”

“아파?”

“직접 박혀 보면 말이 달라질…….”

“그건 싫은데.”

“…….”

“미안해.”

전혀 미안한 것 같지 않은 말투로 속삭인다. 귓가로 언뜻 킥킥거리는 소리도 들은 것 같아 인상을 찌푸렸으나 남자는 어느새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침대에 꽉 눌려 있는 허리로 남자와 밀착해 있으니 벌써 근육통이 느껴졌다. 남자가 움직이는 내 팔을 제 목에 두르도록 하더니 허리를 끌어당기며 깊게 삽입했다.

“윽!”

여태 내게 파고들던 성기의 크기가 끝이 아니었는지 꾸역꾸역 크기를 키우는 거대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꽉 잡힌 엉덩이가 아렸다.

남자가 내 엉덩이를 잡은 채로 벌떡 일어나더니 벽에 등을 기대도록 했다. 공중에 들린 아찔함에 감각이 더 생생해졌다.

내벽을 쳐 대는 성기의 움직임도, 따라 늘어나는 내벽의 점막도.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쾌락을 주는 어느 지점까지도. 남자를 따라 흔들리는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떨어지지 않으려 목을 꽉 끌어안고 있으니 땀이 줄줄 흘렀다. 미끄러울 법한데도 남자는 내 다리를 더욱 벌리며 변함없이 성기를 밀어 넣고 있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이따금 눈이 마주칠 때면 혀를 내밀어 내 눈물을 핥아 내거나, 가슴을 깨물어 붉은 멍울을 남겼다. 세차게 빨아들이는 아릿함에 눈을 찌푸리면, 남자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안을 밀어붙여 정신을 지배했다.

“……잠시, 흣, 잠시만!”

“거의 끝이야. 기다려.”

“흐윽, 아니……! 아아, 아! 으읏!”

“흣……!”

이제야 한 번을 싸지른 남자와 달리 셀 수도 없이 사정해 버린 나는 정신이 아득해질 때가 되어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졸리면 그냥 자.”

“…….”

“빨기만 할 테니까.”

어차피 남자의 뜻대로 가는 거라면 오기를 부려서라도 내가 느끼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허무함을 느끼도록 다른 생각을 하며 발기하지 않으려 했으나, 남자는 내 몸에 관한 연구라도 했는지 얼마 사이에 내가 느끼는 부분을 모조리 습득했다.

밑에 달린 구슬부터 입으로 쭈욱 빨아서는 침을 잔뜩 묻혀 놓고, 그대로 위를 훑으며 올라와 선단 끝을 꾹 누른다. 손가락으로 연신 구멍을 누르며 싸한 자극을 주고 있다.

“흐읏, 으.”

“피곤하다며.”

달린 입으로는 나를 놀리는 것에 한참이다. 소리를 낼 때마다 저렇게 약 올리는데, 발이라도 넣어 주려 다리를 올렸더니,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 하나가 쏙 들어왔다.

“흐아!”

“괜찮아.”

“내가 안 괜찮, 흐…….”

“몇 번 했다고 알아서 오물오물 잘 먹고 있는걸.”

하나를 빼내더니 세 개가 들어와 안을 헤집었다. 뻑뻑함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때면 침을 적셔 넣고는 안이 흐물흐물해지도록 꼼꼼히도 문질렀다.

계속되는 자극에 허리를 들썩이며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 푹― 안을 채우는 굵기에 이를 세워 목을 깨물었다.

“윽…….”

이거 봐라. 나를 물어 댈 때는 언제고, 내가 무니까 아프다고 인상을 써?

더 당해 보라는 심정으로 입을 크게 벌렸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린 남자가 한발 더 빨리 허리를 쳐올렸다. 퍽, 퍽―! 퍽퍽! 규칙도 없는 거친 허릿짓에 내벽이 전부 내장까지 밀려 버리는 건 아닐까. 크기를 자랑하는 흉기는 두려움까지 주며 쉴 새 없이 나를 몰아붙였다.

“흐읍, 아! 아아! 흣, 흐아, 으흑!”

“안 하려고 했는데 도영이 네가 자극한 거야.”

“읏, 하아. 하……. ㅎ……나 주, 죽…… 흐아……!”

“이거 조금 했다고 안 죽어.”

“흐으윽!”

“죽어서도 안 버릴 테니 걱정하지 마.”

아주 빌어먹을 친절이다.

찌르르― 찌르르― 콱, 성기가 박힐 때마다 뼈를 울리는 전율에 눈물을 흘리며 목을 더 세게 끌어안자, 남자의 눈이 길게 휘어졌다.

푹―.

“흐읏!”

내가 사정하는 것을 따라 안쪽에서도 정사를 끝냈는지 막 생성된 남자의 씨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기분 좋은 거야?”

“아흣! 으…… 제발 입 좀 다물어…….”

“내숭 떨기는.”

남자는 자신의 손에 성기를 잡혀 흔들린 채 눈을 감은 내 귓가로 조용히 속삭였다.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남자가 목소리를 낮추니, 괜히 긴장되어 나까지 입을 다물게 됐다.

그러자 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작은 바람까지도 흥분제가 되어 몸을 뜨겁게 만들었으며, 주름을 비집고 들어오는 아픔에도 다리를 벌리려 했을 정도였다.

사정에 다다를 때쯤 남자는 내 몸을 돌려 벽을 짚게 했다. 그 상태로 엉덩이를 벌리더니 별로 풀어 주지도 않은 구멍으로 굵은 성기를 아무렇게나 밀어붙였다.

“자, 잠…… 흣!”

“힘 풀면 괜찮아.”

박히는 입장도 모르면서 멋대로 판단한 남자는 그대로 힘을 줘 허리를 튕겼다. 양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넣고 벌리자 엉덩이가 확 벌어졌다. 활짝 열린 구멍으로 단번에 뿌리까지 파고든 성기는 가차 없이 안을 누볐다.

퍽, 퍽― 남자의 고환이 아래를 때려 올 때마다 나는 벽을 짚은 채 헐떡이는 숨을 토해 냈다. 무너지지 않으려 힘을 준 다리가 떨려 왔다. 조금만 천천히 해 달라 뒤를 돌아봤으나, 남자는 내 말을 들은 체도 안 하며 입술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숨을 쉬려고 입을 벌린 건데 남자의 혀가 빈틈없이 안을 채워 왔다. 벽을 지탱하는 손을 뗄 수가 없어 눈으로 욕을 하고 있자, 길게 눈꼬리를 휜 남자는 대뜸 허리를 잡아 돌려 자신을 보게 했다.

결합한 채로 몸이 돌려지니 살이 쓸려 죽을 맛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핏줄까지 곤두설 정도의 전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영악한 몸은 고통 속에서도 쾌락을 좇아 달렸다.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으니 행위가 더 거세졌다. 몸이 들리더니 땅에서 발이 떨어졌다. 등에 딱딱한 벽이 닿은 채로 남자의 손에 들려 박히는 체위는 두려움을 주면서도 색다른 감각을 느끼게 했다.

“아흑! 흣! 아아! 앗!”

언제 쏟아 냈는지도 모른 채로 두 번째 발기를 맞이한 내가 또다시 사정감을 느끼자, 남자는 줄곧 전립선을 노렸다. 나와 달리 한 번의 사정도 하지 않은 짐승 같은 놈에게 지고 싶지 않았지만, 머릿속이 흐려질 정도로 안이 마찰하자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너 되게 야해 빠진 거 알아?”

“그런, 얘기는…… 흣, 그만하…… 으응, 읏! 흐아……!”

등골이 서릴 정도로 긴 사정이었다. 축 늘어진 성기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몸이 떨렸다. 여태까지 내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던 남자는 첫 사정만큼 길고 진한 액을 뿌려 대며 빠져나갔다. 안을 꽉 채우던 성기를 따라 고여 있던 정액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작가님은 언제나 사랑스럽네요.”

마침내 남자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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