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메가가 된 베타를 강간플 (6/11)

오메가가 된 베타를 강간플

그렇게 잠시 잠에 빠져들었다가 정신을 차린 후에는 뽀송뽀송한 샤워 가운을 두른 채 방 안에 앉혀져 있었다.

기절한 사람을 눕혀 놓기는커녕 의자에 고정해 두다니. 남자의 정신세계를 의심하기도 지쳐 버렸기에 내 몸부터 차근차근 살폈다. 어떻게 앉아 있나 했더니 양발이 의자 다리에 밧줄로 묶여 있었고, 허리 또한 의자에 딱 붙은 채 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유일하게 자유로운 두 손으로 뭔가를 해 보기도 전, 있는 줄도 몰랐던 문이 열렸다.

“깨어나는 걸 보고 바로 달려왔어요.”

“……CCTV라도 있어요?”

“당연하죠.”

너무 당당하고 태연한 목소리였다. 남자는 그대로 다가와 밧줄과 천을 만져 보며 내 몸이 제대로 고정되었는지를 확인하고는 책상을 끌고 와 노트북을 놓아 줬다. 입을 쩍 벌린 노트북에는 한글 파일이 켜져 있었다.

“사랑 이야기를 쓰셔야죠.”

“……그걸 왜 묶어 두고 말해요?”

“작가님께서는 혼자 있어야만 글을 쓰시니까요.”

“…….”

개 같은 독자 같으니라고. 내 사랑스러운 독자님들 사이에 이딴 응큼하고 음침한 놈이 섞여 있는 줄 알았다면, 혼자 있을 시에만 글이 써진다는 말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유히 제 할 일만을 하고 나가 버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문이 닫힌 후에야 노트북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러니까 내가 혼자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으니 자리를 비켜 주겠다는 거고, 혼자 두기에는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할지 불안하니까 글 쓰는 데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부분만을 제외하고 전부 묶어 두겠다는 거잖아.

“미친 새끼!”

노트북을 던져 버리기 위해 번쩍 올렸으나 바로 앞에서 매섭게 노려보는 카메라를 보니 힘이 쭉 빠졌다. 보통 CCTV는 천장이나 안 보이는 곳에 숨겨 두지 않나. 왜 내 얼굴 바로 앞 벽에 떡하니 붙여 놓고 지랄인데.

하아,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어디에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남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면 꺼내 주지 않겠지.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를 말도 안 되는 주제까지 정해 놨으니까.

“존나 사실적으로 적어 봐?”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남자가 읽게 될 글에서라도 내 뜻을 전해 보기로 했다.

<20XX년. 잡다한 일로 돈을 벌고 바로 다 써 버리던 나는 막 성공에 발을 디딘 찰나에 웬 남자에게 납치당했다. 얼굴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상대에게 끌려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성관계를 하게 됐는데 그건 명백한 강간이었다. 그런데도 죄책감 따위를 느끼지 않는다니 남자는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ㅍ…….>

쾅―!

“……!”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을 깨 버릴 만큼 강렬한 소리가 들렸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남자는 조금 전 카메라처럼 매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왜 그래요.”

“몰라서 물어요?”

“……네.”

“씨발, 작가님, 내가 사랑 이야기 쓰라고 했지 없던 일을 지어내라고 했어요?”

“지어낸 적이…….”

“우리의 이야기를 쓰랬더니 왜 소설을 써 내려가는 건데요?”

물음표 살인마에게 해 줄 답을 고르고 있다가 양 볼이 붙잡혔다. 엄지와 검지로 볼을 뚫어 버릴 듯이 누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아픔을 호소하고 있으니, 몇 번의 긴 숨을 내쉬던 남자가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와 볼을 쓸어내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성관계?”

이제야 남자가 화가 난 원인을 알 수 있었는데, 나로서도 조금은 억울했다. CCTV는 바로 앞, 나는 보이지만 노트북 화면은 보이지 않는 위치였기에 무슨 내용인지를 알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남자에게 보여 주기 직전에는 조금씩 문장을 수정해서 예쁘게 포장된 엿같은 진심을 느끼게 해 주려고 했다.

“내가 쓴 내용이 보일 줄은 몰랐어요.”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요.”

“그, 그건 그러니까…….”

“…….”

“……소설의 재미를 위한 장치? 그뿐이에요.”

남자가 더해 보라는 듯 눈썹을 치켜들기에 내가 쓴 글을 읽으며 하나하나 해명을 시작했다. 마음에 들도록 해명해 주지 않는다면 울긋불긋하게 핏줄이 서 있는 남자의 주먹이 다가올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건 명백한 강간이었다는 것도…… 음, 어…… 그래, 긴장감!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서 쓴 거였어요.”

“또.”

“또……? 아, ……이 문장, 그러니까…… 어, 남자는 죄책감을 못 느낀다는 부분이요?”

“그 아래.”

“그 아래…… 어, 어…… 아 소시오패……스는 아닌 것 같다고 쓸 생각이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소시오패스까지는 아니신 것 같아서…….”

“작가님. 왜 그렇게 덜덜 떨어요?”

“…….”

“어차피 소설일 뿐이었다면서요.”

남자가 웃으며 내게 답을 강요했다. 어차피 소설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내가 써 놓은 남자에 관한 이야기들도 거짓으로 치부될 게 뻔했다.

“……맞아요.”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던 나는 남자의 밀착 감시 아래, 하나둘 내용을 수정해 나갔다.

<20XX년. 잡다한 일로 돈을 벌고도 바로 다 써 버리던 나는 막 성공에 발을 디딘 찰나에 웬 남자에게 납치당했다. 얼굴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상대에게 끌려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성관계를 하게 됐는데, 그건 내 생에 처음 겪는 쾌락이었다. 남자는 내 글을 보면서 내가 어떠한 취향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헤아려 주었으며 그건 마치, 바람을 이뤄 주는 지니와도 같았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고 보살펴 주는 신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나는 그와의 하루하루가 너무 기대된다. 이런 내가 미친 거라고 생각했지만 남자의 말을 들어 보니, 이 감정은 여태 바라 온 것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흥분과 설렘, 그리고 기대였다.>

“잘했어요.”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시간부터는 섹스하던 그 순간들, 쾌락을 느끼며 울부짖던 작가님과 그런 작가님을 보며 더욱 흥분해 가던 제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는 걸 써 주세요.”

“……말을 참 잘하네요.”

“사실을 말하는 건 쉽잖아요?”

많은 감정을 억누르다가 소심하게 비아냥거렸으나 남자는 해맑게 대답했다. 글이 담긴 노트북을 소중하게 끌어안은 채로 말이다.

노트북에 입까지 맞춰 보이던 남자는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내 몸을 풀어 줬다. 묶여 있어서 몰랐는데 일어나자마자 척추가 부서진 것처럼 아파서 한 걸음도 채 내딛지 못했다. 그 상태로 남자에게 안겨 침대로 이동한 뒤, 직접 먹여 주는 진통제를 삼켰다. 한참 누워 있으니 약 효과가 도는지 고통이 차츰 줄어들기에 편안하게 잠을 청하려는데.

“작가님은 베타예요. 저는 우성 알파인데 심심풀이로 베타인 작가님을 납치해 와서 오메가가 되는 약을 주입하는 거죠. 오메가가 된 작가님은 액을 질질 흘려 댈 거고 저는 그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좆질을 할게요!”

씨발, 또 이상한 개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이 내용은 나의 세 번째 작품 줄거리였다.

어……?

잠깐만, 그거 존나 하드한 거잖아.

* * *

내가 무슨 말을 했었지?

아, 생각났다.

아마 남자의 말을 비웃어 주면 정말로 미친 거냐고, 당신이 내 팬은 맞냐고. 팬이라면 당신 멋대로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나를 괴롭히지는 않을 거라며 따져 댔던 것 같다.

그 대가로 주어진 건 기절. 어디를 어떻게 맞은 건지는 몰라도 깨어나자마자 온몸이 욱신거렸다.

“미친…….”

내가 갇혀 있는 공간을 둘러봤을 때는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는데, 남자는 내 소설 속, 알파가 심심풀이로 베타를 납치해 온 공간을 똑같이 재현해 놨다.

침대에 눕혀진 내 몸을 중심으로 벽면에는 각종 성인 도구가 붙어 있거나 걸려 있었으며 바닥에는 언제든 나를 묶을 수 있도록 사슬과 수갑, 밧줄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심지어 피 냄새가 나는 것까지 재현해 놔서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달칵―.

한참을 패닉 상태로 앉아 있으니 굳게 닫혀 있던 문틈으로 남자가 발을 들였다.

“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았어?”

목소리와 말투를 들으니 확실해졌다. 저 미친놈은 소설 속 알파의 성격이나 말투까지도 따라 하고 있다. 심지어 톤까지도 완벽했다.

“자는 건 아닐 텐데 대답을 안 하네. 왜? 아직 화났어?”

“ㅇ…….”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물으려 했으나 웃는 얼굴 속 가려진 살벌한 남자의 본모습과 마주하고 얌전히 입을 닫았다. 여기서 당신, 한율 씨 등의 호칭을 쓴다거나 소설 중 베타와 다른 행동을 한다면 남자는 상황극을 깨 버린 내게 벌을 줄 것이 뻔했다.

“앞으로 함께할 사이인데, 서먹한 관계는 별로잖아.”

“이거 풀어.”

다행히 3번째 작품은 최근 내가 수정 작업을 하던 것이기에 베타가 지껄이던 말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풀어 주면 얌전히 실험에 함께해 줄 거야?”

“빌어먹을! 빨리 풀어!”

“내 실험에는 네가 필요해.”

“……개소리.”

내 모든 답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정성을 보아서일까.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상황을 이어 갔다. 그것에 안심하는 내 처지에 자괴감이 드는 건 덤이었다.

“내게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봐도 좋아.”

“여기가 어디야.”

“내 실험실. 앞으로 함께할 사람이니 잘 부탁해. 너는 내 첫 실험 대상자니까 제로라는 이름을 줄게. 너도 내게 이름을 줄래?”

요즘 빙의물 소설이 많이 나오던데 그 주인공들은 이러한 기분이었을까.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정말 세뇌라도 당할 삘이었다. 어쩌면 내가 알던 세상이 더 거짓되었다고 믿을 수도 있…….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

……기는 무슨, 이 새끼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여태 벗어나지 못하고 각종 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나 역시도 멍청한 새끼가 따로 없고.

“대답.”

“나,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인데……?”

“우선은 네 존재부터 알려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너는 알고 싶지 않아? 베타인 네가 어떠한 과정으로 오메가가 되는지 말이야.”

탁, 소리가 나더니 방 안이 더욱 환해졌다. 그러자 남자의 날렵한 턱선이 눈에 확 들어왔다. 실험자에 빙의한 남자는 자신이 쓰고 온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는 하얀 장갑을 껴 뭔가를 집어 들었다. 비커처럼 생긴 병에는 붉은 액체가 넘실거렸다.

“자, 이게 알파의 향이야.”

코앞으로 내밀어진 탓에 원하지 않아도 맡아야 했다. 달짝지근한 향이었는데 그 원인을 찾아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발끝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이, 이게 무슨?”

알싸한 향은 몸속까지 들어와 심장을 자극했으며 그로 인해 정상적인 맥박을 유지해야 할 심장 박동이 점차 빨라져 숨을 쉬는 것이 괴로웠다. 심장 안쪽을 누군가 긁어내듯 미칠 듯한 간지러움에 입술을 깨물어, 터져 나오려는 소리를 참아 냈다. 어깨를 으쓱여 보인 남자가 비커를 떼어 냈다.

“자극적이지?”

씨발, 이거 최음제 아니야? 구멍 안쪽이 간지러운 게 제대로 좆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딴 약물인지도 모르고 달큼하다며 몇 번을 맡아 대다니.

힘을 줄 때마다 아래가 벌름거리는 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어 치욕감을 숨기지 못한 채 남자를 응시했다. 웃음을 참는 듯한 얼굴에 순간적으로 울컥해 버렸고 그대로 침을 뱉어 버렸다. 제 얼굴에 닿은 축축하고도 더러운 것에도 인상을 쓰기는커녕, 더욱 깊은 보조개를 만들어 낸 남자가 비커를 던지듯 두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오메가라는 사실이 그렇게나 싫어?”

“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딴 약을 먹이는 게 할 짓이에요? 씨발, 상황극이고 뭐고 그만…… 흡!”

성기를 꽉 쥐어 온 남자의 손을 밀어내려 해 봤으나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미안하다며 한참을 빌어 댄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는데 남자는 내게, 또 한 번 상황극을 무시한다면 거꾸로 매달아 놓고 며칠간 박아 버리겠다는 경고를 했다. 남자의 체력과 정력이라면 가능할 법한 내용이었기에 나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켜 내며 다시 이 비현실적인 공간에 발을 들여야 했다.

“흥분제라고 믿고 싶겠지만 이건 내 향이 맞아.”

아까와 같은 비커를 다시 가져오기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남자가 그걸 자신의 몸에 흩뿌렸다.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나보다 더 많은 양을 뿌려 대던 남자는 눈을 붉게 물들인 채 거칠게 몸을 잡아 왔다. 밀착해 온 몸 탓에 남자에게 뿌려진 향을 나 또한 다시 맡게 됐으며 더욱 빠르게 몸이 뜨거워졌다.

“흐으…….”

항문 근처는 계속해서 간지러웠으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조차 자극이 되어 하체가 뜨거워졌다.

“예쁘다…….”

“흐으, 아!”

흥분에 젖은 몸이 이리저리 뒤틀렸다. 붙잡힌 다리가 아니었더라면 남자의 앞이라는 것도 잊고서 사정을 위해 성기를 손에 쥐고 흔들어 댔을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걸까. 불현듯 다가온 남자의 손이 언제 입혀 놨는지도 모를 바지를 벗겨 냈다. 속옷만 남은 곳에 서늘한 바람이 닿자 액이 줄줄 흘렀다. 젖어 든 속옷 위, 농밀한 손길이 가운데만을 피하며 느리게 원을 그렸다.

“알파인 내 향을 맡고 발기해 버리는 이 몸이, 아직도 베타라고 생각해?”

“하…… 흐으…….”

“나는 고집부리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ㅎ……흑, 읏……!”

“내가 아니었더라면 뒤늦게서야 발현이 되어 정부가 알게 될 수도 있었어. 그렇게 된다면 나처럼 착하게 대해 주지만은 않았겠지.”

“흐앗!”

주변을 배회하던 것이 가운데를 지그시 눌러 왔다. 그것만으로도 사정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배출을 끝낸 성기가 줄어들지 않고 더욱 압박감을 주었다. 천 자락에 닿는 성기의 끝이 아려 왔다.

“흑…… 쓰, 라려…… 놔……줘…….”

“오메가라는 걸 인정해.”

“하읏!”

한껏 발기한 성기를 쥐어 잡고 흔들어 대는 손길에 불빛이 튀었다. 생각이 비워진 머리가 발악하고 있었다. 해서는 안 될 말이 입 안을 굴러다닌다. 절대 해서는 그 말이…… 조금씩,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왔다.

“오, 오메가…….”

“뭐?”

“오메가…… 흐으윽…… 오, 메가라고…….”

“그래, 착한 대답을 했으니 상을 줄게.”

“하악!”

단번에 속옷이 내려가 액에 젖은 성기가 드러났다. 장갑을 벗어 던진 남자의 손이 성기를 쥐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성기의 끝은 액을 질질 흘리며 핏대를 세워 가고 있다. 손가락 하나가 선단을 비벼 댔다. 미끈한 것이 구멍을 문지를 때마다 화려한 불꽃이 튀듯 시야가 변해 갔다.

“허윽! 읏! 그, 그만…… 아니…… 더! 하아…… 앗! 아, 아아!”

탁하게 흐려진 곳에서도 맑게만 보이는 남자의 얼굴은 내게 중심이 되었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하얀 스파크가 앞을 가려 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으며, 내 것을 입에 무는 남자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앗! 앙…… 아앗!”

절정에 다한 순간, 위로 올라간 허리가 전기를 맞듯 파르르 떨리며 정액을 분출했다. 남자의 입은 여전히 내 것을 머금었다. 꿀꺽, 적나라한 소리에 눈을 크게 뜨며 아래를 확인했다.

“달다.”

하얗게 얼룩진 입을 닦아 내며 손에 묻은 것조차 핥아 내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거 봐, 오메가 맞잖아.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

“네가 맞은 주사는 할리트, 잠재워진 호르몬을 자극하여 발현되게 만드는 약이야. 성장기가 느린 아이들이 주로 맞는 제품이지.”

“…….”

“오메가의 성분인 만큼 알파나 베타가 맞게 되면 반응이 없는 게 정상이지. 그런데 너를 봐, 이걸 맞은 후에는 알파의 향에 반응하기까지 했잖아?”

한참 제멋대로 중얼거리던 남자가 눈으로 내게 압박감을 주기에 드문드문 말을 꺼냈다.

“나는…… 성인인데, 이렇게까지 늦게 발현이 되는 경우는…….”

“희박하지. 아주 희박해. 그 희박한 사람들조차 스물둘이 되기 전에는 발현이 되는 게 대부분이야. 스물셋이 되고도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는 오메가는 기록에도 없어.”

말을 할 때마다 보이는 남자의 혀가 정액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보고 있는 내가 더 비위가 상할 지경이었다. 그 후로도 계속 보이던 그 광경은 남자의 입술이 몇 번을 더 움직인 뒤에야 안쪽으로 넘어갔고 마침내 붉은 혀가 드러났다.

“물어볼 건 더 없어?”

“…….”

애초에 남자에게 묻고 싶은 말은 없었다. 기계처럼 모든 대사를 기억하고 있는 이와는 달리 이따금 생각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었으니까.

“물어볼 게 없어?”

“그, 그러니까. 그게…….”

“그게?”

“실……험에 참여할 테니, 다리 좀 놔줘.”

“정말 참여해 줄 거야?”

“……그래.”

“혹시라도 탈출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곳은 쉬운 곳이 아니거든.”

손자국이 남도록 꽉 잡혀 있던 다리에 해방감이 느껴졌다. 몇 번 사정했다고 뜨거웠던 몸도 서서히 진정되어 가고 있음에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남자의 손이 허리께에 닿았다.

“운 좋게 여기서 나가더라도 정원에는 사냥에 특화된 개들이 우글거리고 있어. 탈출할 거라면 개들에게 걸리거나 순찰하는 직원들에게 걸리는 게 좋을 거야.”

이 대사는 잔인하면서도 집요한 캐릭터의 설정을 살리기 위해 여러 차례 수정했던 결과물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나직하면서도 힘이 실린 강인한 목소리였기에 캐릭터와 너무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더 빙의된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도망을 가고 싶다면 내가 아닌 다른 것들에게 잡히도록 해.”

탁, 남자가 문을 나섰다. 조명은 여전히 켜져 있어 시야가 밝았다. 내던져진 바지를 주워 입고 문가에 귀를 가져다 대자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완전히 끊길 때가 되고서야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려 보니.

달칵―.

손쉽게 문이 열렸다. 내가 갇힌 곳은 외딴곳의 밀실이 아니었는지 문을 열자마자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공간이 보였다.

“왜 이리 넓어……?”

로비처럼 생긴 곳의 규모는 한없이 달려 나가도 출입구에 닿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달려가는 도중, 많은 수의 정장 사내들이 나를 잡아채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이 정도 규모면 단순 플레이가 아니라 거금을 들인 상황극이라고 해도 무방할 터.

삐걱대는 문 틈새로 사람들의 수를 세었다. 어림잡아 서른 명은 넘어 보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만은 없다. 나는 어떻게든 탈출을 해야 하니까. 세 번째 소설 자체가 주인공이 탈출하게 됨으로써 챕터 1이 끝나게 된다. 나는 그 지점을 노려 잠시나마 현실로 돌아올 남자에게 설득을 해 보려 한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시늉을 하면서 튀어 버리기 작전.

“저, 저기요…….”

상황을 살피던 나는 문 바로 가까이 지나던 한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 빨랫감이 담긴 바구니를 열심히 옮기던 이는 놀란 얼굴로 몸을 멈췄다. 나는 급히 입술 위로 손가락 하나를 올리며 조용히 할 것을 부탁하였으나, 여자는 뭐가 그리도 불안한지 경련을 일으키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잡고 있는 팔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외부인을 만났다고 한들 이렇게나 떨림을 보일 수는 없다. 목숨이라도 끊길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여자를 방으로 데려왔다.

“저기…… 괜찮아요?”

“흐윽…… 흑…… 거, 건들지 마!”

“…….”

“……나, 나는…… 나는…… 아니야…….”

시선이 엇갈렸다. 아니, 눈을 보고 있는데도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여자의 눈 절반이 흰자를 보였을 때가 되고서야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달려 나가 문을 열었다. 벌컥! 크게 열린 문소리에 각자의 길을 가던 모두가 발을 멈추고 돌아섰다.

“여기 환자가 있어요!”

누군가는 이것을 윤리적인 일이라 생각할지언정, 내게 있어 쓰러진 환자는 이용 수단에 불과했다. 어차피 다 연극일 테니 말이다.

철컥, 그러나 방향이 이상했다. 모두가 내게 총을 겨누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밖으로 통할 것 같은 문의 방향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떨고 있다. 여자처럼, 당장에라도 죽을 사람처럼 떨어 대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총은 뭔데? 장난감 총치고는 퀄리티가 상당하다. 아이들용이 저렇게 고급지게 나올 수가 있냐고……. 그러나 남자의 행동으로 봤을 때 어떻게든 진짜를 구해 놨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러한 생각을 하니 모두의 눈이 이상해 보였다.

철컥.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총구가 정확히 내 머리를 조준했다.

탕―!

이윽고 총성이 울렸다. 눈을 감지도 못하고 상대를 바라봤다. 그러나 총성이 울린 건 다른 방향이었다. 나를 노리던 이의 몸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ZERO.”

쓰러진 이를 발로 짓이기며 남자가 존재를 드러냈다. 매정하게 발을 털어 낸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턱을 붙들었다. 강한 악력에 절로 벌어진 입으로 총구를 들이민 남자가 유쾌한 장난을 치듯 총알을 장전했다.

“다른 새끼에게 잡히라는 말은, 고통 없이 총 하나로 보내 주는 놈들이니 그랬던 거야.”

“……으읍.”

“나는 그렇지 않아. 개미 한 마리를 죽여도, 팔다리를 태우고 눈을 후벼 파서 죽어 가는 입에 넣어 주거든. 느낄 수 있는 고통을 다 주고자 아껴 가며 찔러 대거든.”

“흐윽…… 윽…….”

“어라. 침까지 흘리는 거야? 너무 박아 뒀나?”

입 안을 채우던 총구가 빠져나갔다.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굽혔다. 남자는 그런 내 몸을 밀어내 넘어지도록 유도한 다음, 일어서지 못하도록 발을 잡아당겼다.

“무, 무슨……!”

“나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난 남자에게 멱이 잡힌 채 방으로 끌려갔다.

“뭐야, 이건.”

벽에 기대어 있던 여자는 남자의 등장에 무릎을 꿇고는 살려 달라 빌었으나 매정한 총구가 이마에 닿았다.

탕! 이질적인 소리였다. 가까이서 총을 맞은 여자를 볼 틈도 없이 대기하던 사람들이 둘러매듯 데리고 나갔다. 총은 쏜 건 몇 번 봤어도 직접적으로 피를 흘리거나 어딘가 관통된 모습을 본 적은 없으니, 나는 내 정신 상태를 위해서라도 모두 뛰어난 연기자라고 결론을 지었다.

“벌받을 시간이야.”

“하윽!”

시트에 나를 누른 남자가 단번에 바지를 벗기고는 얼얼한 구멍을 잡아 벌렸다. 비집고 들어오는 손가락의 느낌이 생생했다. 살을 도려내듯 긁어내리는 손톱에 다리를 뒤틀었으나 남자의 무릎이 발목에 닿았다.

“으으…….”

“그래, 네 몸은 오메가라고 하기엔 이상한 부분이 많을 거야.”

구멍을 휘젓던 손가락이 거칠게 빠져나갔다. 벌려졌던 곳이 빠르게 닫혀 가는 느낌이 너무 생소하여 시트에 눌린 얼굴을 들다가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줄곧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이성을 앗아 가던 독한 향이 폐부를 가득 채웠다. 이 미친 새끼가 비커의 내용물을 내 몸에 쏟아부은 것이다.

“하악…….”

“향만 맡고도 발정하는 주제에.”

다시 구멍이 벌려졌다. 제 속옷을 내려 성기를 꺼낸 남자가 급한 몸짓으로 선단을 밀어 넣었다.

“아, 아아!”

내벽을 긁던 손톱과는 느낌이 달랐다. 더 아프고, 더 짜릿한 감각. 뒤로 빠졌다 들어올 때마다 메마른 내벽이 그것을 밀어내려 꿀렁였다.

“벌써 뒤가 젖어 들었네.”

“……흐아악! 아, 아파! 아파! 아…… 아!”

“내 향이 그렇게 좋아?”

“악! 하악! 아, 아악! 흐윽!”

간혹 손톱을 세워 항문 위를 긁어내리는 오싹한 감각에 허리가 들렸다.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면, 구멍을 쑤시던 성기가 빠질 듯 도망치다가 방심한 때를 노려 단번에 밀려들어 왔다.

“끄…… 흑! 하아, 악!”

퍽퍽, 퍽, 끝까지 삽입한 성기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같은 곳을 찍어 댔다. 그에 따라 흔들리는 몸이 잔인한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렸다. 등 뒤로 남자의 체중이 실렸다. 뒤에서부터 뻗어 온 손이 위로 올라와 가슴을 자극했다. 여러 번의 자극에 발딱 서 있던 돌기가 틀어잡혀 옆으로 당겨졌다.

“아학!”

“내 밑에서 엉덩이나 흔들어 대면서, 네가 왜 오메가가 아니야?”

“윽! 흐윽! 놔, 놔주…… 학! 아학!”

“이렇게나 좋아 죽잖아.”

“끄으윽…… 으…… 흑! 흐, 흐아! 앗!”

남자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가슴을 당기던 손가락은 옆구리를 쓸며 내려가 엉덩이를 활짝 벌렸다. 굵은 성기로 꽉 차 있던 곳을 억지로 벌려 틈을 만들어 낸 남자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안을 누볐다.

“허ㅇ…… ㄲ……!”

크게 벌어진 입에서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숨을 쉬지 못해 꺽꺽거리는 소리만이 목구멍을 타고 흘렀다. 한순간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비린 향을 맡지 않으려 코를 파묻었으나 모든 걸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정액으로 가득 찬 아래는 수월하게 길이 뚫렸다. 무너지던 허리가 다시 붙들렸다.

“흐윽! 으! 으윽!”

아래를 쑤셔 댈 때마다 벽에 머리가 닿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언제 사정했는지도 모른 성기가 움직임을 따라 비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흐으, 으아! 아!”

멈추지 않는 허릿짓에 불꽃이 튀었다. 통제에서 벗어난 다리는 멋대로 흔들리며 의지를 따라 주지 않았다. 부러진 발목조차 더는 아픔을 주지 않았다. 오직 쾌락만이 가득한 아래는 남자가 주는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잔뜩 머금었던 액을 뱉어 내려 들었다.

“흣, 흐으! 읏! 하흑! 흑, 흐윽!”

“오메가가 아니야?”

“……너, 가만…… 학!”

“가만 안 둔다고? 해 봐. 재밌겠네.”

“아! 아학!”

줄곧 잡혀 있던 가슴은 바람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쓰라렸다. 앞으로 뻗어 온 남자의 손이 손톱을 세워 긁어내리면, 입술을 깨물어 애원의 소리를 내지 않으려 버텨 냈다. 픽, 웃는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명백한 비웃음. 내게로 기대 온 남자가 허리를 밀어붙이며 귓불을 깨물었다. 뱀처럼 기어 오는 혀가 귓속에 들어와 훑어 내렸다.

“흐으…… 하, 하지…….”

“대답해. 네 존재가 뭐야.”

“흐윽, 읏, 하앗!”

적응을 못 하도록 박는 속도가 매번 달랐다. 빠르다가도 느리게, 느리다가도 빠르게. 규칙을 주다가도 어느 한 지점만을 찔러 오거나. 사정에 이르기 전, 뒤로 빼내어 분출을 막아 버린다. 미칠 것만 같다. 입구를 막고 있는 남자의 손을 떼어 내고 성기를 휘어잡아 흔들어 대고 싶다.

“노, 놔…… 놓고…… 학! 아아, 아! 악!”

“대답해.”

“하아, 핫! 아! 아윽!”

성기를 쥔 손아귀에 힘이 점차 실려 와 절로 눈이 뒤집혔다. 남자의 손을 떼어 내려 해 봐도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버틸수록 더 세게 쥐어 오는 감각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오메…… 흐으.”

끝까지 말은 하지 않았어도 남자는 그저, 내 자존심이 무너진 데에 의미를 두었다.

“그래, 넌 오메가야.”

“흣…….”

여태껏 몸을 괴롭히던 열기가 모두 빠져나갔다. 축 늘어진 몸을 따라 기절하듯 엎어졌다. 비틀린 고개로 남자의 다음 행동을 살폈다. 남자는 서랍을 뒤적여 주사기를 꺼내 들더니 용액을 채워 넣었다. 주사기 끝을 두어 번 손가락으로 쳐 낸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팔을 잡았다.

“잘 부탁해, ZERO.”

주삿바늘이 혈관을 뚫고 들어왔다.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용액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럴수록 혈관을 타고 퍼지는 싸한 감각에 진저리를 쳤다. 용액을 전부 주입한 남자가 칭찬하듯 머리를 만져 왔다.

몸이 예민해서일까. 혈관이 닿은 자리가 모두 차갑게 식어 갔다. 모든 게 마비된 것처럼 통증도, 온기도 사라진 내 몸을 지켜보던 남자가 무릎을 굽혀 눈을 맞췄다.

“좋은 꿈 꿔, 내 오메가.”

* * *

다시 눈을 떴을 땐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밧줄로 칭칭 감긴 두 발은 침대와 고정되어 있었다.

“실험을 시작해 볼까?”

“흐익!”

침대 헤드에서 불쑥 머리를 내민 남자가 비커를 내게 기울였다. 약물 과복용으로 죽는 게 아니냐며 악을 써 댔지만 묶여 있는 내 몸은 미약한 반항이 전부였고, 남자는 당신을 위해 천연 성분으로만 이뤄진 최음제를 비싸게 구해 왔다는 정성스러운 소리를 지껄이며 용액을 전부 쏟아 냈다.

“허억…… 헉…….”

서서히 숨이 가빠졌다. 수갑을 당겨서 길이를 줄인 탓에 조금의 움직임조차 불가능해졌다. 다리 사이로 자리 잡은 남자의 곁에는 이전에 보았던 도구들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흐, 으…….”

“우와 몸도 붉어졌네?”

남자의 손이 닿는 곳마다 불에 닿듯 뜨거웠다. 거칠게 잡혀 벌어진 구멍에선 오줌도 아닌 것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하, 아앗!”

잠시 허공을 노려보는 사이, 무언가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뭐, 무, 흐, 무슨……!”

핏줄까지 재현한 징그러운 성기 모형. 고개를 내려 그것을 눈에 담던 나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남자의 것보다는 작았으나 그렇다고 마냥 작은 사이즈는 아니었다. 억지로 주름을 펴고 들어오는 압박감에 힘을 주며 버텨 보려 했으나, 질퍽해진 내벽을 보란 듯이 밀고 들어온 모형이 안쪽까지 자리 잡았다. 손잡이를 잡은 남자의 손가락 마디가 피부에 닿았다.

“흐읏…….”

안을 파고드는 모형보다 살아 있는 남자의 체온이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간질거리는 구멍이 꿈틀거리며 모형을 조여들었고, 틈조차 없는 구멍에 꾸역꾸역 들어오는 손가락에 안을 채우던 끈적한 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 뒤에서 나왔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양이었을뿐더러, 애초에 이런 액은 진짜 오메가나 가능한 일이다.

“읏, 마, 말도…… 하악!”

안을 채우던 것이 날뛰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센 진동은 내벽 안쪽을 찌르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기계를 작동시킨 남자가 또 다른 버튼을 누르자, 강도가 더 높아졌다.

“변하다 보면, 너도 애를 낳기 위한 구멍이 생길 거야.”

“흐아아! 아아! 하악!!”

“더러운 씨를 토해 내던 네 것도, 이제는 맑고 투명한 물만 질질 흐를 거고.”

“으응…… 으흐…… 흣, 흐아, 앗!”

“음란한 몸으로 평범한 관계를 맺기는 어려울 테지.”

“……아아아!! 꺼, 꺼내…… 흐, 흐아아! 아아!”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한곳을 찌르던 모형이 뱅글뱅글 돌아가며 세기를 더해 갔다. 눈을 뜰 때마다 검은 별이 반짝였다. 머리털이 박혀 든 두피가 감전되는 듯한 찌릿함을 주었으며, 간지러운 자극이 벌레처럼 온몸을 기어 다녔다.

“아아! 아! 흣, 흐윽! 흐아, 악! 아학!!”

“뒤로만 느낀다는 건, 오메가들이나 하는 짓이지. 특히나 조절 따위 못 하고 앙앙거리는 너는.”

“흐, 흐으으!”

“열성 오메가. 내가 내린 결론이야.”

“아, 아니, 하앗!…… 아! 아아!”

“씨도 못 뱉을 불알은 수술로 제거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는 마.”

“아아! 제발…… 멈, 추…… 후으읏.”

“기계를 멈춰 줘?”

“흐윽…… 응, 응…… 으흑!”

발작 수준에 이르고서야 진동이 멈췄다. 남자는 손이 가차 없이 손잡이를 당겼다. 안을 채우던 모형이 빠져나가다 여린 살을 건들 때면 허리를 뒤틀며 소리 질렀다. 입으로 뱉고 있는 신음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으으…… 흐…….”

“새롭지?”

작은 경련이 계속됐다. 모형이 자극하던 부위보다 더 깊은 어딘가에서 풀리지 못한 욕구를 해소하기를 원하고 있다. 남자만이 알고 있는 곳. 빠짐없이 긁어 주는 굵고 강한 성기가 들어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남자도 그런 나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이 관찰하듯 뻐금거리는 구멍을 말없이 바라보다 손을 뻗어 왔다. 느슨해진 구멍을 열고 들어온 손가락이 내벽의 생김새를 찾아내듯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만…… 흣…….”

“질이 생겨야 할 위치는 여기야.”

가려움에 애가 타던 부근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내면서도 안으로 더 들어오지 않는다. 애가 타는 나를 즐거워 보이는 눈이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

“흣, 으읏…… 아, 아!”

미친 듯이 긁고 싶다. 피가 나도 좋으니 손가락을 넣어 가려운 지점을 쑤셔 대고 싶다. 그 순간, 휑하니 남자의 손이 빠져나갔다. 후끈거리는 감각은 여전히 눌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새로운 용액을 담은 주사기가 안을 밀고 들어와 조금 전까지 자극에 눌리던 여린 살에 박혀 들었다.

“아악!!”

끔찍한 고통에 팔다리가 저릴 지경이었다. 다리가 활짝 벌어진 채 아픔을 그대로 받아 내야만 한다는 지독한 현실을 마주하며 입을 벌린 순간, 내게서는 뜻을 배신한 목소리가 멋대로 튀어 나갔다.

“흐윽…… 넣어, 줘…….”

“뭘 넣어 줘? 방금 빼냈던 거?”

불투명한 액으로 범벅된 모형으로 입구를 누르는 행위에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네 거! 흣, 하지…… 하지, 으아아, 그거…… 그거 싫, 어…… 네 걸로……!”

“오메가는 아니라며?”

“나쁜 새……끼.”

“아직도 아니야?”

“흐……으윽, 지금은…… 오, 메가…… 아, 하앗!”

“지금은 오메가라니. 웃기는 소리네? 귀여움으로 넘어가는 건 이번뿐이야.”

“아아!!”

내부를 휘젓던 모형이 빠져나가고 남자가 자세를 잡았다. 바지를 벗어 던지는 소리와 함께 허리를 붙들려 아래로 당겨졌다. 엉덩이를 빼낸 상태로 얼굴만 처박은 자세가 되어 다음 행위를 기다렸다.

“하악!”

“네가 하도 흘려 대서 풀어 줄 것도 없어.”

어설프게 안을 찌르던 모형도, 날카로운 표면으로 긁어 오던 손가락도 이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못에 박힌 파리처럼 몸을 퍼덕이며 전율을 분산하려 했으나 집중적인 공격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갔다. 내벽은 이미 질척해져 출입자를 받아들였다.

“흣, 흐, 흐아…… 아, 아! 핫! 아읏! 아! 아…… 학!”

손톱에 살갗이 베일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떨어져 내린 핏방울이 눈으로 들어와 세상이 붉어졌다. 시야로 보이는 적색의 짐승은 욕구를 풀기 위해 쉬지 않고 허리를 흔들어 댔다. 아파질 정도로 세게 잡힌 허리에는 남자의 손자국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냉정한 눈이 아니었다. 욕망에 들끓어 타오르는 눈동자가 나를 탐하려 든다.

“하악! 악! 아, 아학!”

한순간 다리가 높게 들렸다. 서로의 살이 닿을 정도로 힘주어 올려친 남자가 긴 숨을 토해 내며 몸을 빼냈다. 이제 끝난 건가. 흥분이 가신 몸이 축 늘어지던 와중, 난 남자의 행동을 보며 다시 기겁해야만 했다.

“뭐, 하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구슬 모양의 모형을 내게로 집어넣고 있었다.

“허, 허윽……!”

수그러든 감각이 피어올랐다. 다리가 활짝 벌려져 모형을 받아들였다. 가장 안쪽으로 밀어 넣은 남자가 손을 빼내어 버튼을 눌렀다. 불쾌한 진동이 내부를 가득 채웠다.

“흐, 후그…… 으, 으윽!”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조금 늦을 거야.”

“흣, 으……!”

모호한 말을 흘리던 남자가 유유히 방을 나갔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구슬은 반응이라도 하듯 사방 곳곳을 찔러 와 멋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흥건히 젖어 든 아래를 느끼지 않으려 방 안을 크게 둘러봤다. 시야에 잡힌 건, 열쇠를 넣어 두던 서랍장.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지잉―.

“흐아아!”

몸을 조금 틀었을 뿐인데도 구슬은 강렬한 움직임을 보이며 안을 파고들었다. 손이나 발, 무엇이든 하나는 풀어야 탈출이 가능하다. 보기에는 밧줄의 탈출이 더 가능해 보이지만…… 수갑은, 손가락만 조금 희생한다면 탈출이 쉬워진다.

다만 내가 주사를 맞는 것도 무서워하는 놈이라는 것이다.

“아아, 앙!”

진동의 세기가 멋대로 변해 갔다. 안 돼, 더 있다가는 이 쾌락을 잊지 못해서 남자에게 뒤나 대 주면서 살게 될 수도 있다. 제대로 이 더러운 길에 빠져 버리기 전에 나가야 해.

간절한 상황 속, 영화에서 보던 수갑 탈출 방법이 떠올랐다. 보통 엄지손가락을 눌러 탈골 시키고 쏙 빼내는데…… 작은 상처에도 아파하는 내가 가능할 리가.

그래도 안 해 보는 것보다는 나은가? 하아, 내가 왜 이딴 고민을 하는 건데. 이번에야말로 저 새끼가 내 팬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이 들었다. 괴로워하는 나를 보면서 다음 플레이나 기획하고 소설을 쓰라고 하는 미친놈이 팬일 리가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교차해 있는 양손을 있는 힘껏 벌려 보았다. 겨우 틈이 나 손을 구부릴 수 있기에 힘이 가장 들어가는 쪽으로 반대편의 손가락을 잡았고,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힘이 손가락을 세게 눌렀다.

“흣, 으…… 할, 수 있……!”

달칵―.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에 지레 놀라 힘을 더 실어내다가 삐끗해 버렸으며.

뚜둑―.

“……!!”

손가락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아, 아닐 거야. 내 손가락이 진짜로 왜……. 떨리는 시선을 바로 하여 손가락을 움직여 보는데 감당하지 못할 통증이 찾아와 오줌을 지릴 것만 같았다.

“흐, 읏!…….”

안을 마구잡이로 휘저어 대는 모형까지 더해지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남자는 말없이 내게 다가와 구속구들과 모형을 빼내 주더니 이를 악문 채로 내 손을 감쌌다.

“조금 아플 거예요.”

“흐으, 놔, 놔…… 으읍!”

입 속으로 천이 밀려들어 왔다. 불안함을 느낀 순간 남자가 그대로 내 손가락을 눌렀고, 나는 흰자가 뒤집힐 정도의 통증에 잠시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눈을 뜬 줄만 알았는데. 손에 붕대를 감아 주고 있는 남자를 보니 10분, 또는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흐으…….”

“일어났어요? 이제 안 아플 거예요.”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숨을 고르고 있는데 남자가 내 손목을 부여잡은 채 양옆으로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님.”

“ㄴ, 네?”

“살 만하면 다시 해야죠.”

“…….”

“아직 조금 더 남았잖아요?”

뒤로 자리 잡은 남자가 옷을 단번에 벗겨 내고는 엉덩이를 벌렸다. 피부 속까지 얼얼해질 정도의 힘이었다. 그러나 용액으로 인해 달아오른 피부는 그것마저 쾌감이라 여기며 뒤를 적셨다.

“하읏!”

남자의 손이 주름을 펴듯 사이사이를 자극했다. 출입 없이 입구만을 자극하는 손길에 애가 탔다. 굴러다니는 옷을 삼키듯 입에 구겨 넣었다. 범해 달라 애원할까 두려워 막아 버린 것이다.

의도를 알아차린 걸까.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들렸다.

“귀여운 짓을 하는군.”

“……아. 아학!”

깊게 들어온 손가락이 내벽을 찌르며 올라왔다. 흥건하게 젖어 있던 터라 반항 없이 받아들였다.

“오메가의 액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있어?”

“……핫! 아, 알고 싶, 지…… 않! 흐읏, ㅈ……아!”

알고 싶지 않아……! 도리질을 쳐 봐도 속수무책이었다. 예고 없이 다시 플레이를 이어 가는 남자는 여태 그래 왔듯 내 의견을 묻던 게 아니었다.

“하으, 아, 아앗! 학……!”

안을 휘젓던 손이 빨라졌다. 멋대로 안을 긁으며 찔러 대던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그보다 굵은 것이 들어왔다.

“아학!”

“힘을 빼.”

“흐윽…… 지, 진짜 화낼 ㄱ……!”

“이런, 무서운걸?”

“……아아아!!”

차라리, 구슬 모형을 내장에 처박는 게 덜 아플 것 같았다. 벌려질 공간도 남아 있지 않던 아래가 찢어질 것만 같다.

“흑, 흐윽, 하…… 아! 핫!”

“지금은 미세하지만, 곧 아이를 품을 질이 온전하게 자리 잡을 거야.”

“흣, 그런…… 말도 안, 흐, 읏! 아읏!”

등이 무거워진다 싶더니 단번에 시야가 바뀌었다. 남자와 결합한 주름이 꼬여 버린 듯, 소리도 뱉어 내기 힘든 고통에 눈앞에 보이는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남자가 허리를 단단하게 붙들어 오더니 그대로, 배려 따위 없는 무자비한 삽입을 시작했다.

“허윽! 컥, 허억, 흑…… 아, 아악!”

어디를 찔려도 액이 줄줄 흘렀다. 내게도 느껴질 정도로 물처럼 흘러내린 액이 뻑뻑하던 성기를 적셔, 들어오는 데에 수월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들어가기 쉬워지니 박아 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흐아아!…… 아, 하아!”

사정하면서도 허리를 멈추지 않는다. 찔리고 찔려 닳아 버렸을 곳을 몇 번이고 다시 찔리는 동안, 캄캄해진 시야로 별이 통통 튀었다.

“흐응……!”

그러다가도 남자의 입술이 가슴에 닿았을 땐, 요사스러운 목소리가 목구멍을 비집고 나왔다. 남자의 혀가 가슴을 배회하다가도 끝을 뾰족하게 세워 솟아오른 돌기를 찔러 올 때면 생선처럼 허리가 튀었다.

“ZERO. 내 몸을 전부 적실 셈이야?”

“아흑! 흑! 하아, 아……!”

이제는 제대로 된 사고가 힘들 정도로 뇌가 흐려졌다. 그저 흔들리는 대로 몸을 따르며 쾌락을 좇아 달려 나가고 싶었다. 간지러운 부분을 강하게 긁어 주는 전율에 모든 걸 맡기고 싶었다.

“흐아아!”

경련이 나듯 떨어 대며 사정을 마쳤다. 여태까지의 사정은 지그시 눌린 손가락에 거부당했었다. 드디어 풀려난 성기가 정액을 뱉어 내며 수그러든 것이다.

“흐으…….”

끝없이 눌리던 곳이 아닌, 더 안쪽의 어딘가가 가려웠다. 빠져나가려는 남자의 성기를 물며 놓지 않는 구멍은 내 의지가 아닌, 야릇한 감각을 원하는 육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다리를 움직였다.

남자는 안달 난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수술용 장갑을 끼고는 엉덩이를 한껏 벌렸다.

“읏!”

최대한 힘을 빼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남자의 정수리가 보였다. 신중한 눈으로 구멍을 벌려 바라보는 손에는 호스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뭐, 무슨……! 악!”

끝도 없는 호스가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도망친 대가로 내장을 뚫리는 것이다.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막혀 오는 숨을 어떻게든 쉬어 보고자 입을 크게 벌렸다.

듣기 싫은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남자의 손에 턱이 붙들려 위로 밀려났다. 들려진 시야로 조그마한 모니터가 보였다.

아래를 자극하는 방향을 따라, 보이는 화면의 그림이 달라졌다. 선홍빛의 피부가 자잘한 주름을 내며 번들거리고 있었으며, 밀고 들어오는 호스가 느껴질수록 어둡고 습한 곳과 가까워졌다.

“질이 형성되고 있어.”

“흐…… 읏!”

동시에, 호스가 빠져나갔다. 바닥에 던져진 호스는 묽은 액으로 광을 내고 있었다. 새것으로 장갑을 교체한 남자가 입구를 파고들었다. 들어온 손가락이 여태 괴롭히던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봐, 이제는 젖는 양도 늘었어.”

내벽을 휘젓던 남자가 손을 빼내어 내밀었다. 눈앞에 보이는 손가락이 뭔가에 젖어 있었다. 비릿한 냄새를 피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끈질기게 따라온 손이 액을 문지르듯 뺨을 타고 옮겨 갔다. 스쳐 지나간 자리는 끈적하고도 더러운 느낌을 주었다.

“더, 러워…….”

“네게서 나온 거잖아?”

또 한 번의 사정으로 늘어진 성기를 남자가 잡아당겼다. 눈물이 고여 제대로 앞을 노려볼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한 힘으로 쥐어 대는 손길이 무자비했다.

“놔, 놔……!”

“ZERO. 애를 품을 오메가로 만들어 주겠다는데, 왜 도망치려 들어.”

“흣…… 놓으, 아…… 학!”

“잘 따라오면, 특별히 우성 알파의 씨를 받게 해 줄게.”

“아흑!”

쪼그라들었던 성기가, 남자의 손에 흔들리며 모양을 갖춰 갔다. 선단을 문지르듯 점액을 곳곳에 문질러 올 때면, 분출감을 시작으로 쏟아져 나온 정액이 배를 뜨듯하게 적셔 왔다.

3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다시 사정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말해. 오메가가 되고 싶다고.”

“……흐윽.”

“고집부린다면 이대로 내 것을 넣어 안을 휘저어 달라는 걸로 들을게. 깊은 곳 질을 향해 끝을 누르고 비벼 대다가 싸 버리는 거지. 씨를 잔뜩 머금은 네 아래가…….”

“제, 제발 그만 좀…… 하악!”

남자가 가차 없이 안을 파고들었다. 밀고 들어오는 소름 끼치는 감각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윽……! 흑, ……아!”

“기분이 어때?”

“하앗, 앗!”

느리게 들어온 주제에 안을 놀리는 행위는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이 빠르기만 하다. 퍽, 퍽. 쳐올릴 때마다 몸이 함께 들렸다. 묶인 팔다리가 쇠에 자극되어 붉게 물들 정도의 격렬한 움직임에, 내벽 어딘가가 욱신거리며 더 강한 자극을 쫓으려 들었다.

“흐읏, 그만, 그, 그만!”

“그만하고 싶어?”

“제…… 제발 그…… 아, 아아!”

말을 끊어 가며 허리를 박아 오는 탓에 말이 어설펐다.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이성이 점차 사라지려 든다. 엉덩이를 꽉 쥐며 본격적인 허릿짓을 시작했다.

느리게 원을 돌리다가도 깊숙한 곳을 쉬지 않고 찔러 댔다. 눈을 뜰 때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삼켜 내며 볼을 따라 혀를 굴렸다.

엉덩이를 쥐어 대던 손이 가슴으로 올라와 솟아오른 돌기를 꼬집듯 당겨 낼 때면, 모든 부위로 퍼져 가는 고통 서린 전율에 침을 흘리며 남자에게 애원했다.

“흐어엉……그만 좀 해요…… 그만…… 제발 그만해…….”

“말만 그렇게 하시고, 제 좆을 오물오물 물고 안 놔주잖아요.”

남자가 나를 능욕하며 추삽질을 이어 갔다.

“흐앗! 아, 아! 하응!”

뱉는 숨이 뜨거웠다. 헐어 버린 내벽이 쓰라림을 주는데도, 뒤섞인 쾌감을 느끼고자 난 다리를 벌려 출입을 요구했다.

“하아! 아!”

“하…… 느껴지는 것 같아, ZERO. 너의 벌어진 질이, 나를 삼키려 들어.”

“으응! 흑, 아, 아앗! 하……!”

“언젠가 너도, 나를 만난 것에 감사할 일이 올 거야.”

“흐읏…… 으, 으아아!”

“열성 오메가라면 칼에 맞아 죽어도 수사 따위 해 주지 않아.”

“으, 읏! 으응!”

“다만, 우성 알파의 짝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

“흐으읏……!”

“영광으로 알아야 해. 너를 품어 주는 나라는 잘난 남자를.”

“흐아, 아, 흐윽!”

“나와 함께하며 온전한 오메가로 거듭나는 거야.”

“흐아악!!”

차갑게 식은 액들이 불에 닿은 듯 뜨거워졌다. 사정하고도 몇 번의 추삽질을 끝낸 성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입구를 배회했다. 다림질하듯 주름을 누르고 찌르며 자극을 시도했다.

“ZERO.”

“시, 싫…….”

“평생을 내 곁에서 살아.”

더는 힘들다며 몸을 빼면서도, 내벽을 채우는 열 덩이에 반응하듯 허리를 튕겼다.

* * *

“쉬는 시간이에요.”

“…….”

“몸이 개운하죠? 자는 동안 힘들어하길래 진통제를 강하게 넣었어요.”

“…….”

“음, 사실 저는 더해도 되지만 기절한 작가님께 수액만 놓는 거로는 심각한 영양 부족이 될 것 같아서요.”

“그만해요, 이제…….”

“저도 이제 이 플레이는 실컷 즐겼으니까요. 다 먹으면 끝내 줄게요.”

접시를 내려놓은 남자가 내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더니 숟가락까지 건네줬다. 끝도 없이 시달리는 것보다 얌전히 밥을 받아먹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상황이 끝나는 게 이득일까. 냉큼 숟가락을 들어 밥을 퍼 올리는데 젓가락을 들 새도 없이 반찬이 올라왔다.

“제가 먹…….”

“입으로 먹여 드려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남자가 올려 주는 반찬을 씹어 삼켰다. 한 입만 더, 한 입만 더. 배부르다는 나를 계속 앉혀 놓고 밥을 먹이던 남자는 정말로 그릇이 싹 비워진 후에야 자유를 허락했다. 관절이 끊어진 인형처럼 멍하니 누워 있는데 남자는 징글맞게도 노트북을 가져왔다. 그 다음은 자신의 위로, 정확히는 알몸인 내 엉덩이 사이로 성기를 욱여넣은 채 앉히고는 글을 써 내려가기를 요구했다.

“글 쓸 때만이라도 빼 줘요…….”

“그사이에 다시 좁아지면 관계 시에 생살이 찢기는 느낌이 들 거예요. 작가님께서는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이 좋은 거예요?”

“…….”

“이렇게 해 둬야 또 할 때도 찢어져서 피 보는 일 없이 매끄럽게 들어가니까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아 주시는 게 좋아요.”

“……네.”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싫은 소리만 골라 뱉는다면 이 자리에 엎어 두고 좆질을 할 수도 있는 남자였기에 손에 쥔 마우스만 꽉 쥐어 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도 용납하지 못하는 남자가 내 두 손을 자판 위로 안착시켰다.

“빨리 시작해 주세요.”

“오늘 날짜가…….”

“몰라도 쓸 수는 있잖아요.”

남자에게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를 가늠해 보려 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원래는 노트북에도 날짜가 보여야만 하지만 어떤 설치를 해 놓은 것인지 도통 파악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시간만이 깜빡이고 있을 뿐. 목 끝까지 차오른 탄식을 다시 삼켜 내고는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최근 남자와의 행위가 많아졌다. 어떤 날에는 도구를 이용한 플레이를 해 보고, 또 어떤 날에는 판타지스러운 일들에 빙의되는 것처럼, 장소도 인격도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그게 사랑 이야기예요?”

“이제 나와요…….”

글을 쓸 때만큼은 주변을 잊는 성격이라 무심코 이 뒤로 남자의 개념 없는 짓들에 대해 써 버릴 뻔했다. 큼,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멈췄던 손가락에 힘을 실었다.

<그의 손이 내 아래를 침범하여 안을 누빌 때면 나도 모르게 신음이 쏟아졌다. 그 소리가 민망해 귀를 막아 보려 했으나 두 손이 묶이고 다리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명백한 강간…….>

“흐아!”

“제대로.”

자신 꼴리는 대로 글을 써 달라는 남자는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내 허리를 잡아 올렸다가 세차게 내리기를 반복했다. 겨우 진정되어가던 내벽을 콱, 찍어 올리는 힘에 남자의 체력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용이 궁금해지도록 정성 들여 글을 쓰며 시간을 더 벌어야 했다. 남자가 지적했던 강간이라는 단어를 지우며 새로운 문장을 작성했다.

<수차례 관계를 맺던 난 갑작스러운 불안감에 남자를 기다리는 것도 잊고 내 손가락을, 바보처럼 정말로 그 세계관에 빙의하여 손가락을 부러트려 버렸다. 억 소리도 나지 않는 고통이 찾아들어 옴에 눈물을 머금고 발버둥을 쳤다. 남자는 태연하게 다가와 내 입에 천을 물렸으며 기이하게 구부러진 손가락을 단번에 밀어 넣었다. 거짓말처럼 통증은 사라졌고 붕대가 감겼는데 지금 다시 보니 붕대를 풀어 준 모양이다. 지금에야 내 뼈를 다시 맞춰 줬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때만큼은 피를 뒤집어쓴 한 마리의 맹…….>

‘피를 뒤집어쓴 맹수’를 작성하던 중에 지나쳤던 장면이 스멀스멀 그려졌다. 선호를 찾으러 나갔다가 만나게 된 남자의 얼굴에는 분명 피가 묻어 있었다. 선호를 건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피는 누구의 것이며 어디에서 묻어난 걸까. 절대로 누군가에게 당하지 않을 것만 같은 남자를 제외하면 후보는 단 한 명이었다.

“왜 멈췄어요?”

“저기, 그…… 아, 아학! 한율 씨! 한율 씨!”

“잊을 만하면 사람을 화나게 해요, 왜.”

“흐으…… 미안해요. 나 너무 힘들어서 진짜 그만…….”

“그래서 왜요?”

씨발, 내가 아프다는 데도 뭉근하게 허릿짓을 하며 귀를 깨물고 있다. 답을 들을 때까지는 한동안 이 행위를 이어 갈 듯하기에 다급하게 본론을 꺼냈다.

“도망간 나를 찾으러 왔던 날에…… 얼굴에, 피 묻어 있던 건 뭐예요?”

“피?”

“얼굴 반이 물들어 있었잖아요. 그거, 누구 거예요……?”

“누구일 것 같아요?”

남자가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마치 재미난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움푹 들어간 허리를 손가락으로 짓눌러 가며 내게 답을 요구했다.

“……나, 나는 몰라요. 그래서 물어본 거잖아요…….”

“그러니까 왜 궁금한데요.”

“……그야.”

“그야?”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요.”

어느새 내 목을 움켜잡고 있는 남자에게 그러한 답을 던지자, 그제야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나를 품에 안았다.

“그렇구나! 작가님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어……! 역시 내 플레이가 마음에 든 거죠? 사랑하게 된 거야, 나를…….”

남자의 얼굴이 닿은 어깨가 자꾸만 축축해졌다. 그 한마디가 뭐라고 내게서 숨은 채 울고 있는 건데. 이 남자는 정말로 내가 이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사랑을 느낀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작가님, 제가 더 잘할게요! 이번에는 무슨 플레이를 할까요? 여장플? 원 홀 투 스틱? 또 뭐가 있지? 아아 제일 우리가 만족할 만한 게 뭐더라, 음…….”

“저, 저 글부터 쓰…….”

“벽고물!”

“……그건 아니에요.”

“작가님은 싫다면서 다 느끼잖아요. 그게 애정 표현이라는 걸 저는 아니까요, 이번에도…….”

“으악!”

갑자기 노트북을 닫은 남자가 나를 안아 들고는 긴 복도를 가로질렀다. 남자에게 강제로 안겨 가는 내내 비명을 지르며 내려 달라 하였으나,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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