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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플&장내 배뇨 (2/11)

체벌플&장내 배뇨

훤칠하게 생긴 이 남자의 눈은 골목길에서 보았던 그 느낌과 흡사했다.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독자님 중 하나인데 왜, 왜 이런 짓을? 내가 이벤트를 한 것처럼 독자님께서도 이벤트를 한 건가……는 무슨, 이게 정상이냐고.

“누구세요?”

“팬이요.”

“……아니, 그러니까 팬인 건 아는데 누구…… 아니, 이것도 아니고. 음, 그래. 당신이 왜 저를 이곳에 납치했냐는 건데요.”

“속박플 좋아하시잖아요.”

“뭐? 내가 왜 그딴…….”

[작가님 취향이 어떻게 되세요? 산란플? 도구플? 아니면.. 작가님은 정석대로 무난하게 하시는 스타일인가?]

[ㅋㅋㅋㅋ격한거 좋아해서 누가 저 좀 가둬놓고 저런 상큼한 플레이들 다 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늑한 쓰레기통=저의 바람...이랄까요♡]

하필이면 그 댓글이 떠올라 버렸다.

“댓글 다신 분이에요?”

“맞아요! 이제 기억나시나 봐요. 아, 다행이다…… 그러면 저희, 할까요?”

“뭐, 뭘…….”

“속박플이요. 그 외에도 플레이란 플레이는 다 해 드릴게요. 작가님 좋아하시는 하드코어…… 그거, 많이 보고 배웠어요. 잘할 수 있어요!”

“아, 아니, 잠깐만!”

묶여 있는 내 옷을 벗기려 드는 남자에게 절박하게 외쳤다. 나도 모르게 말까지 놔 버렸으나 개의치 않는지 상큼하게도 웃어 보이던 남자가 얼굴을 붉혔다.

“아, 정말 죄송해요! 독자로서 이건 실수였어요…….”

“그래요! 그러니까 이것 좀 풀고 대화를…….”

“작가님 첫 작이 도망플에 장내 배뇨로 시작했죠?”

뭐, 이 자식아?

내 첫 작을 기억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제발 정신을 차려 달라며 따귀라도 때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이, 남자가 밧줄과 수갑을 전부 풀어내고는 어디선가 가져온 안대로 제 눈을 가렸다.

“60초 셀게요! 그 후로 10분간 제게 들키지 않으시면 이 플레이는 다음으로 하고, 들키면…….”

아니야, 말하지 마. 다음 말은 하지 마!

“체벌플과 장내 배뇨랍니다!”

…씨발.

이 남자 정말 제정신일까. 생각을 하면서도 현관으로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집은 왜 이리도 넓은지. 눈을 가린 채 60초를 세고 있던 남자를 바라보다가 본능적으로 달려 나왔는데, 기다란 복도가 보여서 잠시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게 사람 사는 집이냐, 호텔이냐. 방문은 왜 이리 많고? 금수저 자식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가도 내가 지금 이렇게 구경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허겁지겁 발을 놀렸다.

그렇게 도착한 현관 앞.

덜그럭―.

이게 왜 헛돌아 가냐.

아무래도 현관을 나서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10분이라는 넉넉한 시간을 줬겠지. 여자는 만나 봤어도 남자에게 박아 본 적이 없으니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들켜서는 안 된다. 시간을 버텨서 이 망측한 플레이를 넘겨 버리는 수밖에.

게다가 저 거구를 내가 눕힐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잘생긴 건 둘째치고 남자의 그곳에 내 거를 넣……. 으, 이럴 때가 아니지. 내 밑에서 신음을 흘리며 다리를 오므리는 남자를 상상하다가 질색하며 다른 방으로 도망쳤다.

“2분!”

“……!”

나름 거리를 벌렸는데도 소리가 왜 저리 우렁차게 들리는 걸까. 혹시, 내가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고 생각해서 크게 외친 건가…? 만약 그러하다면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까운 곳에 숨는 게 안전할지도 모른다. 남자의 체격이나 긴 다리를 떠올려 보면 밖으로 나가더라도 금방 붙잡혀 버릴 테니 말이다. 게다가 시간도 짧아서 남자의 눈을 피해 긴 복도를 가로질러 문턱을 밟을 수는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래.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고. 가장 가까운 곳에 숨는다면 의외로 못 찾지 않으려나. 나는 남자에게 잡히면 그대로 끔찍한 일을 겪게 될 거라는 공포심과 조바심에 더 깊이 고민할 수 없었다.

남자로서는 제게서 도망치던 이의 발소리가 멈춘 것으로 인해 가까운 곳에 숨었다는 걸 쉽게 추측해 낼 수 있다는 걸. 내게만 낯선 장소일 뿐, 집주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장소인지라 숨는다고 한들 독 안에 든 쥐라는 걸. 사실상 성공률이 전혀 없다는 걸 패닉 상태인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4분! 하하하!”

왜 저렇게 웃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두렵게 하려는 거면 성공이었다. 남자는 어딘가 미쳐 있었다. 사실 이건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느껴졌던 거였다.

끼이이―.

어두운 방으로 들어와 최대한 조용히, 아주 살짝 문을 닫았다. 그 후로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캄캄해서 뭐가 있는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는 창문이라는 게 없었다. 창고라도 되나…… 하는 순간, 무릎에 닿는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느껴졌다. 손을 아래로 뻗으니 시트가 한 움큼 잡히기에 서둘러 다시 정갈하게 펴 놨다. 이 흔적으로도 나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후우, 좁은데.”

내가 택한 건 벽에 바짝 붙어 있는 책장의 뒤였다. 마른 체형인 내가 들어가기에도 조금 벅찬 공간이었지만 숨을 아주 미약하게 쉰다면 겨우 몸을 구겨 넣을 수는 있었다.

숨을 한가득 들이켰을 때.

“5분이요~!”

‘뻥이요~!’를 외치던 뻥튀기 아저씨를 연상케 하는 외침과 함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났다. 자신이 있던 방을 기준으로 하나씩 열어 보는 것 같았으나 점점 더 멀리, 더 멀리 나아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이동 경로를 예상하고 나는 남자가 있던 방의 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통로가 아닌, 그 뒤로 작게 뚫린 곳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작전이 통하다니. 60초를 세고도 모자라 5분이라는 시간을 더 줬을 정도로 나를 기다려 준 상대의 여유가 괘씸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었다. 그렇게 이 플레이를 넘긴 다음에는 잘 설득해서 나가면 되겠지.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조금 굽히고 들어가며 동정심을 자극하면 한발 정도는 물러나 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며 여러 방법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8분.”

바로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하마터면 헉 소리를 낼 뻔했으나,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 봤자 벽이라 더 도망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나를 찾은 건 아니었는지 방 안을 돌아다니는 소리만 들렸다. 긴 침묵. 제발 빨리 나가 주기만을 바라며 온 신경을 청각으로 몰두했다. 침대 시트를 넘겨 보는 소리와 바닥을 쓸어 보는 소리. 사람을 찾는데 왜 온갖 것들을 만지고 쓸어내리는 건데. 빨리 나가.

탁―.

그리고 드디어 인기척이 사라졌다. 고개를 조금 내밀어 보니 정말로 나간 듯했다.

“와, 씨 살 것 같다.”

지금 나가서 들킨다 해도 10분은 이미 지나 있을 것이다. 배짱 좋게 책장을 밀고 나오며 문고리를 돌리자마자 입이 틀어막혔다. 커다란 손으로 나를 누른 남자는 위압적으로 내려다보며 그대로 나를 밀쳐 냈다. 조금 전까지 숨어 볼까 고민했던 침대 위로 말이다.

“10분.”

“으브븝!”

“딱 10분이었는데 먼저 나와 줘서 고마워요. 역시 작가님도 이 플레이를 원했던 거죠?”

내가 못 찾을까 봐 나와 주고.

흐뭇하게 웃는 저 표정이 무척이나 재수 없었다. 절대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읍읍, 읍! 아무리 외쳐 봐도 이딴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

몸으로라도 전해 보자며 두 손을 붙이고 싹싹 빌었다. 우선은 손 좀 떼어 줘. 입에 붙은 손을 툭툭 두들기며 나름의 부탁을 해 봤으나 도리어 더 힘이 가해졌다. 악력은 또 왜 이리 좋은지. 코까지 막혔다면 지금쯤 숨이 차서 기절했을 정도였다.

“저도 좋아요.”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해석하더니, 벌어진 내 입으로 뭉친 천 조각을 구겨 넣었다. 뱉어 내려고 힘을 줘 봤으나 테이프까지 붙여져서는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두 손은 남자가 들고 온 넥타이에 묶여서는 침대맡에 고정됐다. 이게 대체 무슨 플레이야. 아, 속박플? 체벌플? 뭐랬지. 아무튼 그걸 내가 정말 당하게 된다니 믿기지 않았다.

아, 다리! 아직 다리가 자유로웠다……라고 생각하자마자 남자의 양 무릎에 짓눌렸다. 억울하게도 피지컬부터가 달랐기에 내 힘으로 밀어내기는커녕, 반항한 만큼 더 강하게 제압당했다.

아, 안 돼.

“으흡!”

“입부터 맞출까요? 음, 막혀 있구나……. 뭐, 다른 구멍에 맞춰 줄까요?”

그러다 엉덩이가 세게 잡혔다. 바지를 입은 상태인데도 맨살에 닿는 것처럼 소름이 끼쳐서 고개를 마구 저어 댔다.

그러나 여태 그랬듯 내 반항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바지가 조금씩 벗겨지던 찰나, 남자가 뭔가를 떠올린 듯 손뼉을 치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멍하니 상대를 응시했다. 또 뭘 하려고 저러지. 게슴츠레 뜬 눈으로 행동을 지켜보고 있으니 대뜸 방을 나가 버렸다.

대체 뭘 가져오려고. 아니면 그냥 가둔 건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며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 떨어진 가위가 보였지만 내 손이 닿지는 않는 거리였다. 발이라도 뻗어서 주워 와야 하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을 놀린 대가였을까. 발끝에 가위가 걸렸다.

‘나이스!’

후들거리는 발로 겨우 집어 들고는 침대 가장자리, 나름의 두께감이 있는 시트 밑으로 최대한 밀어 넣었다. 왜인지 남자가 다시 나타날 것 같아서였는데, 판단을 잘했는지 문고리가 세차게 돌아갔다.

“이거 맞죠!”

……응?

기다란 채찍을 들고 돌아온 이에게 절대 아니라며 부정의 뜻을 전했으나 입은 막히고 손은 묶여 있는 상황.

아, 다행이다. 표정만으로나마 내 마음을 알아줄…….

“역시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

……리가 없었다.

혼란에 빠져 있던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린 건 모든 옷이 벗겨진 후였다. 능숙하게 나를 뒤집어 개구리 자세로 만들어 낸 남자는 도망을 못 치도록 뒤에서 누르며 엉덩이를 조금씩 벌려 왔다.

뭔가 잘못됐다.

이 남자와 관계를 갖게 되는 건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 속에서의 내 포지션은 위였다. 아래가 아니라. 이 자세를 남자가 하고 내가 그 위에 올라타 있었단 말이다.

“으읍! 읍! 으으읍!”

“안 아파요! 아니, 작가님은 아픈 거 좋아하실 텐데 왜 그러지…….”

“으으으읍!”

“흥분하셔서 그런가?”

팽팽하게 솟아오른 건 내가 아닌 자신의 아래인데도 뻔뻔하게 말을 잇는 꼴이 가증스러웠다. 손이 묶이고 등이 눌려서 제대로 된 반항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뭘 해야 하는 거지.

“으븝!”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 면봉을 아주 조금, 끄트머리만 넣었던 것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온 적이 없는 은밀한 곳에 뭔가가 자꾸 들어오고 있었다. 나도 안 넣어 본 손가락을 두어 개 넣고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메마른 땅에 송곳을 박아 넣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다.

“으흐윽…… 으…… 읍!”

“더? 더요? 으음…… 아플 텐데. 하지만 작가님이 좋아하신다면 저도 너무 기쁜걸요.”

“으으읍!!”

“그래도 피 나는 건 제가 마음이 아프니까 풀어 드릴게요.”

그거 아니라고!!

피가 나는 건 원하지 않는다는 말 따위로 위로를 삼게 될 줄은 몰랐다. 저건 또 어디서 가져왔는지, 남자는 로션 통 입구를 내 안에 박아 넣더니 밑에서부터 쭉 짜 버린다. 텅 비어 버린 통을 던지고는 손가락이 재차 들어와 안을 들쑤셨고, 그 움직임에 따라 찔걱, 찔걱거리는 망측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내가 적응하기도 전에 손가락 개수를 늘려 버리는 남자의 행태에 눈물을 머금은 채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매우 감동한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무는 게 아닌가.

“너무 좋으신 거죠? 저도요……!”

그리고 그 순간, 난 앞을 보느라 언제 드러났는지 모를 남자의 아래를 마주하게 됐다. 저게 사람이냐. 아니 괴물 크기라는 건 아닌데, 평균 크기에서는 꽤 벗어나 있었다. 예전 여자 친구와 성인용품점을 갔었을 때 직원이 외국인 사이즈라며 소개해 준 그것. 그래 딱 그 크기인 듯하다.

여자 친구도 질색하던 사이즈였는데 나는 오죽할까. 게다가 나는 배설을 목적으로 한 구멍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아, 목소리 듣고 싶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남자가 입을 막았던 테이프를 떼어 주고는 침으로 젖은 천들까지도 전부 끄집어냈다. 자유를 되찾은 내 입에서 나온 건 질책이나 호통, 울분 따위가 아닌…….

“……커헉!”

아래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고통에 차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나를 두고.

“체벌을 해야겠죠?”

채찍을 높게 치켜든 남자가 단번에 내 몸을 뒤집었다. 경악에 찬 내가 도망을 시도해 보기도 전, 빠르게 내려앉는 바람 소리와 함께 찢어질 듯한 고통이 엉덩이를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 * *

짝―!

“흡!”

짜악―!

“흐읏!”

짝――!

“아흑!”

욱신거리는 엉덩이. 그보다 더 괴로운 건 내 아래를 무식하게 파고드는 남자의 살덩이였다. 차라리 남자가 빠르게 사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나 한 손으로는 내 허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성기를 쥔 채 흔들어 대는 통에 드문드문 찌릿한 감각이 느껴져 버린다는 게 문제였다.

“좋으신 거죠?”

남자가 발기한 내 성기를 보며 물었다. 아니라고 답해야 하는데. 바짝 선 성기가 아랫배를 문질러 대는 선명한 느낌에 미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쟁이.”

“흐아!”

“여기는 그렇다잖아요.”

“흐읏, 자, 잠ㄲ…… 헉!”

강한 악력에 붙들린 것도 괴로운데 선단을 지그시 누르며 돌리기까지 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끈적하게 묻어 나온 쿠퍼액은 곧 윤활제가 되어 남자의 움직임을 도왔다. 자위는 해 봤어도 남의 손에 강렬하게 잡혀 흔들리는 건 처음이었기에 자극이 배로 다가왔다.

“흐으으!”

“어어, 나온다. 나왔어요! 역시 작가님도 제가 좋은 거죠!”

“이제 놔……! 아흑!”

“아아, 부드럽다…….”

사정의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다시 한번 선단을 자극하는 손놀림에 시트로 얼굴을 묻어 버렸다. 허리를 더 숙인 꼴이 되었는데 그게 남자에게 더 자극이 되었는지, 남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윽! 아! 아!”

무작정 안을 짓이기는 것 같으면서도 집요하게 여러 부위를 쳐올리는 듯한 움직임. 아, 빌어먹게도 남자는 내가 느끼는 부위가 어디인지를 찾아내려는 듯했다.

찾더라도 티 내지 말아야지.

“흐앗!”

그러나 내 몸은 너무 솔직했다.

“아아, 찾았다.”

“아니야, 거기 아니야. 제발…… 나, 나 좀…… 으응, 읏! 하윽!”

골반 양쪽이 세게 잡히는 듯하더니 무차별하게 내 안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시트를 박박 긁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날 아래로 끌어내렸고, 벌을 주듯 세차게 쳐올렸다. 이따금 채찍질도 이어졌다. 내가 잘못했다며 빌어 댈 때까지 멈추지 않았기에 치욕은 배가 됐다.

나조차도 몰랐던 괴이한 기분. 남자의 음모가 느껴질 정도로 세게 처박힐 때마다 새된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짜릿하면서도 오싹한, 발가락이 절로 굽어 드는 미칠 듯한 쾌감에 침까지 줄줄 흘렀다.

“흐으…… 읏, 응…… 아아……!”

정자세로 나를 돌려 눕힌 남자가 어깨 위로 손을 짚고는 내가 밀려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퍽, 세차게, 또는 느리고 끈적하게 멋대로 안을 헤집었다.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서 퉁퉁 부어 버린 눈을 감아 버리거나 얼굴을 가려 버리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안을 쑤셔 대는 탓에 억지로 눈을 맞춰야 했다.

그 시간 속에서도 남자는 쉬지 않고 내 성기를 흔들어 댔고, 세 번째의 사정에 다다랐을 땐 아랫배를 움켜쥔 채 바들바들 떨어야 했다. 하지만 다리가 활짝 벌어져 있어서 멋대로 몸을 웅크릴 수도 없었다. 그 상태로 또 한 번 선단을 문지르는 남자의 팔을 두 손으로 간절히 붙잡았다. 그때가 되고 나서야 내 손이 풀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만해…….”

“힘들어요?”

“제발, 제발…… 제ㅂ…… 흣!”

“뭐, 오늘은 처음이니까.”

슬슬 마무리해 볼까요?

선심 쓰는 듯한 말투에 짜증이 솟았지만 지금은 반항할 때가 아니었다. 괜히 덤볐다가 남자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얌전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던 남자가 입술 위로 몇 번의 입맞춤을 하더니, 허리를 더욱 숙여 왔다. 제 어깨 위로 내 두 다리를 얹은 남자는 엄지손가락으로 구멍을 더 옆으로 벌리더니 반쯤 빼낸 성기를 뿌리 끝까지 박아 넣었다.

“하윽……!”

내가 괴로워하거나 말거나. 허리를 잘게 쳐 대던 남자가 가장 안쪽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와서는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낮은 탄식과 함께 안을 채우는 뜨거운 것. 끝을 직감하며 내가 온몸의 힘을 푸는 순간, 방금과는 달리 더 묽고 뜨거운 것으로 가득 차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밀쳐 내려 손을 뻗었으나 남자에게 바로 붙들렸다.

설마, 아니겠지. 액체 같은 무언가가 내 안을 가득 채워 가는 느낌은 정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하고 양 또한 많았다. 과한 쾌감으로 인해 나오는 묽은 액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웠다. 그 모든 걸 제외하면 떠오르는 건 딱 하나. 제발, 이 미친 남자가 화장실에서나 해결해야 할 법한 그런 걸 내 안에 싸지르는 것만은 아니기를 빌었다.

[체벌플과 장내 배뇨랍니다!]

그 순간 내게 달려들며 외치던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그럼 이게 정말로…….

“빼! 빼라고!”

남자는 취한 듯한 표정이었다. 굵은 성기를 내 안에 박아 놓고 배뇨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태연하면서도 느긋한 얼굴로…….

“씨발, 너…….”

“작가님…… 저, 너무 좋아요…….”

패닉에 빠져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더러운 행위가 끝나고 노래진 시트를 걷어 내는 남자를 보면서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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