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11)

프롤로그

자수성가.

그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이자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어떤 일을 해야 평생 놀고 살 만큼의 돈을 벌 수가 있을까. 아마 특출난 능력이나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부지런하게 일만 해서는 대출 빚을 갚거나 신용 카드 돌려 막기로 다 떨어져 나갈 돈들만 모일 테니까.

그래서 난 나만의 능력과 재능을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막노동. 그래, 갓 스무 살이 된 내 또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었다. 몸은 정말 힘들지만 짧은 시간 내 주어지는 돈이 많은 일. 주 6일제로 3개월간 빡세게 일하던 나는 몸이 다 망가진 뒤, 벌어들인 돈을 치료비로 다 쓴 뒤에야 이곳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두 번째는 심리상담가. 단순한 아르바이트였다. 친구의 고모가 상담사의 일을 하는데 내가 말주변이 좋다며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것이다. 나름 고가의 일이었다.

나에게도 운명이라는 게 있구나, 하며 사람들의 상담을 해 주던 나는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그들의 감정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이 납득할, 또는 위로받을 수 있는 말을 골라야 한다는 것. 또 하나, 상담사는 단순히 겉치레의 말만 건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입장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며 말을 꺼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가볍게만 여겼던 나 스스로를 질책하며 이 일을 접게 됐다.

물론 벌어들인 돈은 친구 몇몇과 술을 먹다 보니 싹 사라지고 말았다. 아, 학자금 대출 갚는 데에도 나름 돈을 쓰긴 했다.

또 다음으로는 뭘 했더라. 서비스직부터 사무직, 이외에도 정말 많은 일을 겪어 봤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약속을 잡다가도 나는 당연히 일이 있을 거라며 배제했을 정도. 그 서운함으로 일을 더 해서 성공을 하고자 했으나,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면 나처럼 돈에 쪼들리는 사람들이 없었겠지. 일을 짧게만 다녔던 탓에 경력이라고는 전혀 없던 나는 스물일곱 살에 거의 인생을 포기했었다.

되는대로 살자. 하루하루 벌어 가며 대충 살다가 나중에 일 못 하는 몸이 되면 굶어 죽어 버리자.

……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쪽팔렸다. 이따금 연락 오는 친구들은 대리 또는 팀장, 그게 아니더라도 서비스직의 매니저, 담당자 등 나름의 직책이 다 있었는데 나 홀로 무직이라니. 내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이 나처럼 안 살기를 잘했다며 비웃는 상상을 해 보니 먹은 것도 없는 속이 뒤틀렸다.

살아오면서 열등감이라고는 못 느끼고 살았으나 30대가 가까워지는 시점이다 보니 위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마지막으로 택한 건 프리랜서. 맛집이나 화장품, 가 볼 만한 여행지나 자동차 등등, 돈만 준다면 원고를 작성했다. 장점이라면 쓰는 대로 돈을 준다는 것과 잘만 찾으면 글자 수대로 많은 돈을 쳐주는 데가 있다는 것 정도? 다만 글을 쓰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그러나 내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빠르면 한 시간 만에 몇천 자를 쓸 만큼 손이 빨랐으니까. 그런데도 이 길로 더 나아갈 수 없었던 건, 여러 주제를 사용하더라도 결국 비슷한 문맥의 글로만 써야 하니 점차 지루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지루함은 손이 느려지는 단계로 이어졌고 결국, 하루에 두 건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 정도면……. 한 달 내내 쓴다고 해도 20만 원 정도. 물론 더 주는 데도 있겠지만 내가 찾아간 곳들은 다 그랬다.

아, 진짜 이제 뭐 하지.

진짜 다 때려치워?

진짜 이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띠링-!

“뭐야?”

절망 속에서 나를 꺼내 준 건 한 통의 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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