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수업이 모두 끝나고 잠시 선생님께 가서 왜 다른 시간에 참석하지 않았는지 변명을 한 뒤 종례를 듣고 나자 성지훈이 곧바로 우리 반 교실로 찾아왔다. 이를 보고 선웅이 놈이 지훈쓰라며 소리치기 전에 주둥이를 틀어막아 준 뒤 나는 성지훈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를 탔다. 차에 탄 성지훈은 프레이로 간다 이야기했다. 프레이라면 저번에 갔던 펍인 것 같은데. 기사 아저씨는 무언가 분위기를 느꼈는지 고개만 까딱인 후 바로 출발했다. 한참을 달렸을까 목적지에 도착한 차는 부드럽게 주차장으로 들어갔고 문을 연 성지훈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꼭 에스코트해주는 것 같은데. 이건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겠지 생각하며 성지훈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성지훈이 이끄는 대로 안쪽으로 들어가자 저번에 만났던 성지훈의 친척 형인 세월형이 우릴 반겼다. 머리색은 저번과 다르게 핑크빛으로 반짝인다.
“이렇게 자주 오다니 무슨 바람이 불었대 정말로. 아, 계인이도 안녕.”
“안녕하세요.”
“룸 비었어?”
“비어 있어. 밥은 아직이지? 먹고 갈 거야?”
나를 향해 묻는 세월형에게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자 성지훈이 날 이끌고 이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봬요 약간 다급하게 하는 인사에도 세월형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줄 뿐 크게 기분 상해하거나 하지 않았다. 성지훈은 날 이끌고 저번의 그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날 그 자리에 날 앉혔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 좋으려나…. 난 일단 두 개의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마음 쓰지 말고 꼼수 부리지 말고 이참에 다 터놓자. 변명하고 누굴 속이고 우위에 억지로 올라가서 떵떵거리는 거에 지쳤잖아.
성지훈은 어떻게 반응할까. 화내겠지. 분명 화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게 보살이지 사람이냐. 좀 더 많은 걸 성지훈하고 하고 싶었는데. 좀 더 평범하게 대했으면 좋았으려나 일상에 녹아나듯이 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이. 아니, 그랬다 한들 나중에 양심이 아파지는 것은 똑같았을 것이다. 결국 어중간한 양심을 가진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 아 무언가에 금이 간 것 같은 기분 무언가 안에서 깨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윤계인.”
“…응.”
“왜 그딴 얼굴이야.”
성지훈이 물었다. 왜 그런 얼굴이냐고
“아, 응 미안… 기분 나빴지?”
나도 모르게 절로 나온 말에 성지훈이 인상을 쓴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그 녀석들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
“아니야… 내가 괴로운 건 그 녀석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야.”
나는 최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래 내 탓이다. 스읍 하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 뒤 난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뭐랄까…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한 바가지라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한테 듣고 싶은 주된 내용 있어? 그것부터 천천히 이야기할게.”
“지금 널 힘들게 하는 거.”
“어… 내 양심과 도덕성?”
“장난치지 말고.”
“진짠데… 뭐랄까. 몹쓸 짓을 해서 말이야… 저번에 봐서 알겠지만 그 녀석들은 내 누나를 가지고 성희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할 생각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개인적으로 불러내서 한 번 주의를 줬는데. 그다음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해서 오늘 작정하고 보복을 했어. 그런데 그 방식이 정말 저열하고 비겁해서… 그래서… 사실 나한테는 말이야…….”
남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어 최면이라는 걸로 그 녀석들을 조종해서 희롱하고 보복했어. 너한테도 마찬가지야 너한테도 최면을 걸어서 섹스 프렌드 같은 관계로 만들어서 널 희롱하고 있었어. 그렇게 말을 이어야 하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아 다시 숨을 내뱉고 마른 세수를 하자 성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성지훈?”
“마실 거 가져온다.”
“어, 응…….”
“그 사이 정리해.”
생각을 정리하라는 거지. 배려 받아버렸네. 밖으로 나가는 성지훈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가 되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었지만 실제론 아니었던 거다. 으아아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커진 거지?! 이건 다 최정민 때문이야! 그 새끼가 나대지만 않았어도 조용히 행복 라이프였을 텐데! 소파를 팡팡 치며 내 처지에 대해서 한탄을 하고 있을 때에 문이 열리고 성지훈이 안으로 들어왔다. 소파를 팡팡 치던 나는 그대로 멈추어 성지훈을 바라보았다. 청포도 에이드와 레몬 에이드 한 잔씩과 잼쿠키 몇 개를 들고 들어온 성지훈은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손놀림으로 그걸 테이블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거기에 살짝 쫄은 나는 성지훈의 안색을 살폈다. 무슨 일 있었나?
“성지훈?”
“왜.”
“뭔가 기분 나빠 보여서…….”
“쓸데없는 소릴 들어서 그래. 넌.”
“나? 나는…….”
머리를 몇 번 긁적인 나는 편하게 자세를 잡았다. 모르겠다.
“진지하게 들어줘… 나한테는… …최면… 앱이란 게 있어. 그걸로 녀석들을 조종해 보복해 버렸고. 나는 그렇게 내 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휘두른 것에 후회하고 있어.”
눈을 딱 감고 내뱉은 말은 묘하게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 그만큼 후련했다. 하아… 숨을 내뱉은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최면 앱을 이용해서 너랑 섹스 프렌드가 된 거야. 너한테 내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듣게 만들어서… 지금까지 그런 관계로 지낸 거야… 미안해…….”
최면 앱이란 건 나처럼 미묘한 양심을 가진 녀석이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던 거다. 결국 그 미묘한 양심으로 인해 모든 것을 고백하고 이렇게 모든 것을 고백해버리게 되니까. 되어버리니까.
“네가 날 좋아하는 것도 아마 그 여파일 거야.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으니까 좋아하는 걸로 착각해서…….”
“웃기지 마.”
“성지훈?”
갑자기 시야가 바뀌었다. 성지훈에게 목깃이 잡혀 당겨진 것이다.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서 성지훈이 말했다.
“내 감정이 최면이라고? 그럼 지금 내가 키스하는 것도 다 최면 때문이겠네.”
“어? 아니, 최면은 부탁밖에 읍!”
입술과 입술이 겹치고 거칠게 성지훈의 혀가 입안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내 혀를 옮아 매고 거칠게 빨아들이며 입안 깊숙이 들어왔다. 그 우악스러움에 놀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지훈은 한 손으로는 내 목깃을 잡고 한 손은 아래로 내려 바지를 잡았다. 어? 하는 사이 바지로 파고든 손은 곧바로 내 성기를 잡아 문질렀다. 이에 나는 다급하게 성지훈의 손을 잡고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자 목깃을 잡고 있던 성지훈의 손이 뒤통수를 잡아 겹쳐진 입술이 떼어나지 않게 누르며 한 손으로는 능숙하게 바지 버클을 풀고 내 바지와 속옷을 벗겨냈다.
“푸하… 서, 성지훈? 뭐 하는 거야…….”
“네 말대로. 최면 때문이야.”
“아니, 내가 너한테 건 최면은 딱 하나뿐 으읏!”
아래로 내려간 성지훈은 그대로 내 성기를 핥았다. 아니, 그 더러운 걸 왜 핥아!
“아니, 그 더러운 걸 왜 핥아?! 그만둬 성지후으읏!”
“최면 때문이야.”
“아니, 읏 너한텐 하아… 하나밖에 읏 안 걸엇!”
“쭙 하아… 가만히 있어.”
그렇게 말한 성지훈은 내 성기를 입안으로 밀어 넣고 그대로 쭙쭙 빨더니 성기를 입에 넣은 채로 쭉 고개를 빼더니 그대로 다시 고개를 내 사타구니에 박았다. 읏 빨면서 침을 삼킬 때마다 허리가 벌벌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아니,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아, 잠깐 이 방안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든 나는 신음 소리를 막기 위해 입을 막고 성지훈에게 말했다.
“왜… 왜… 으읏 이런 짓을 하는…….”
“푸하… 전부터 하아… 이러고 싶었어…….”
“뭐?”
“네… 최면 때문이겠지.”
“하아… 읏… 장난… 치지 말고옷……!”
“하아… 진지하게 들었어. 쭙… 네가 그랬지 최면의 여파라고… 하아… 이것도 쭙 쪽 최면의 여파… 인 거겠지…….”
내가 말한 건 나한테 가지는 감정이지 이런 성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전부터 이러고 싶었다니 무슨 소리야. 읏 기분 좋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하지만… 아니야 아니야! 진짜 성지훈… 뭘 어쩌고 싶은 건데. 날 깔고 싶은 거면 얼마든지 깔려 줄 수 있으니까 제발 이제 그만… 허리를 흔들 것 같은 기분을 최대한 참으며 성지훈의 머리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성지훈이 성기를 뱉고 뺨으로 비비며 날 올려 보았다. 아, 시발 이 상황에서 꼴린다고 생각하다니 니가 인간이냐 윤계인 미친 새끼.
“그런… 하아… 그런 최면은… 건 적…읏 없어…….”
“그럼… 쭙… 어떤 최면을 걸었는데.”
“풀게… 최면 풀게… 그러니까 멈춰…….”
“안 풀어도 돼. 난 지금 생활에 만족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성지훈은 내 음낭을 핥았다. 잠깐만 거기 진짜 위험해! 나는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성지훈의 머리를 잡고 멈추게 했다. 성지훈 제발…….
“제발… 그만…….”
“…내 감정이 네 말대로 최면이면 내 행동 역시 최면이지. 그럼 내 존재 자체도 최면이냐.”
“무슨 소리인지 읏… 잘 모르겠어… 그런데 하아… 네 존재가 최면이라니… 뭔… 소리야…….”
“풀어보면 알겠네. 최면이란 거.”
“읏…….”
“나랑 내기하자. 니가 최면을 풀었을 때. 내가 그대로 널 좋아하면 넌 내 게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최면을 걸어서 네 걸로 만들어.”
“그게 뭐야… 그거 너한테 엄청…….”
“이득인 거지.”
그렇게 말하는 성지훈은 한 치 망설임 없는 올곧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성지훈이 저런 눈을 한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성지훈은 두 개의 휴대폰을 들어 내 양손에 쥐여주었다. 너의 선택이야. 성지훈의 눈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나의 선택. 여태까지 했던 선택들은 대부분 끝에서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꼈었다. 지금의 선택은 어떻지? 나는… 나는… …나는 공기계를 들어 성지훈의 항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성지훈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성지훈은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천천히 ‘윤계인의 부탁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항목을 지웠다. 짧게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은 나는 성지훈의 행동을 기다렸다. 그러고 잠시 있었을까 성지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지훈은 일단 내 양손에서 휴대폰들을 들고 갔다. 이에 내가 잠깐 허우적거리자 목깃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 넥타이는 왜 하는 순간 양손이 성지훈에게 잡히고 넥타이로 묶여 버렸다. 거기에 놀란 내가 눈을 떴을 땐 또다시 시야가 휙 바뀌어 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넥타이로 양손이 묶인 내가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성지훈이 내 입에 입을 맞추었다. 어, 어? 하는 순간 입안으로 성지훈의 혀가 부드럽게 들어와 내 혀를 얽매고 구석구석을 핥으며 쭉쭉 빨아들였다. 그러기를 한참 숨이 막히다 싶을 때 즈음 입을 뗀 성지훈은 길게 이어지는 은실을 내 입에 입을 맞춰 끊어냈다.
“내가 이겼어.”
“성지훈…….”
“넌 내 거야.”
최면 따위가 아니었어. 그냥 내가 널 좋아하는 거야. 내 위에 올라탄 성지훈이 말했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성지훈은 살면서 처음 보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는 성지훈은 너무나도 눈이 부셨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 미소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성지훈을 올려 보았다. 뭔가… 허탈해진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모든 긴장이 풀려버렸다. 저도 모르게 하하 소리 내서 실웃음을 내뱉으니 성지훈이 픽 웃음을 흘린다.
“응… 졌어. 네 거야.”
네 거야, 성지훈. 그렇게 이야기함과 동시에 성지훈이 입을 맞추며 한 손으로 내 성기를 쓰다듬었다. 아니, 아까 그거 계속하게? 파고드는 혀를 혀로 맞이하며 깊게 빨아 삼키니 혀가 더욱 깊숙이 침투하며 치열을 훑고 입천장을 비빈 뒤 혀를 감아 빨아들인다. 성기를 쓰다듬는 손은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듯이 삭막하다 곧 무언가 짜내는 것처럼 기둥 전체를 잡아 아래에서 위로 힘을 주며 성기를 짜내기 시작했다. 입안에서 벗어나는 혀가 아쉬워 혀를 내밀자 마치 어린아이를 칭찬하는 듯한 잘은 입맞춤이 내려온다. 그리고 천천히 입맞춤이 아래로 내려가 뺨에 목에 가슴에 배에 도착하는 곳은 성기였다. 나는 손을 내밀어 성지훈의 뺨을 매만졌다.
“안 해도 괜찮아. 더럽잖아.”
“시끄러워.”
그렇게 말한 성지훈은 내 성기를 길게 핥았다. 읏 기둥 핥아지는 거 기분 좋아…. 절로 나오는 신음 소리에 입을 막으려고 손을 들자 성지훈이 묶여 있는 두 손을 한 손으로 잡아 끌어내렸다. 이건 소리를 참지 말란 뜻이겠지. 몇 번이나 성기를 길게 핥던 성지훈은 그대로 귀두부터 입에 담아 기둥까지 목으로 삼켰다. 그러고 보니 성지훈 혼자 자위할 때 아네로스를 핥았었지. 그건 나름의 연습이었던 걸까. 아 입안 조여 기분 좋아…….
“성지후운……!”
“쭙 쭈웁 쭙…….”
“으읏… 하아… 잠깐… 읏 잠까안만.”
성지훈의 머리를 잡으며 달달 떨리는 허리를 흔들지 않도록 주의하고 성지훈을 불렀지만 성지훈은 머리로 추삽질을 하며 내 사정감을 돋울 뿐이었다. 으읏 안 돼 참아야 참아야… 응읏… 추삽질을 하던 것을 멈추고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입안 깊숙이 내 성기를 빨아들인 성지훈이 혀로 기둥을 훑으며 쪽쪽 소리가 나게 성기를 빨아들이는 것에 결국 사정을 해버렸다. 그제야 성지훈은 입안에서 내 성기를 꺼냈다. 쪽 소리가 나게 성기를 빨아들이며 입 밖으로 성기를 내보낸 성지훈의 입안에는 내 정액이 가득 했다. 아니,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뱉어.”
양손을 성지훈의 입 바로 아래에 대고 말했지만, 씩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은 성지훈은 그대로 내 정액을 삼켰다. 아니,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거냐고. 야하지만… 그렇지만… 그게… 그러니까… 아 젠장 뭐라고 해야 해! 성지훈이 포도 에이드를 손에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보니 역시 역겨웠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런 걸 왜 삼켜…….
“속 울렁거리거나 하지 않아? 괜찮아?”
“윤계인…….”
“으으… 더 참았어야 하는데…….”
“넣고 싶어…….”
“…뭐?”
어… 나한테? 라고 되묻는 말에 성지훈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귀까지 빨개졌어. 귀여워…. 아니, 이게 아니라 넣고 싶다고? 어디에 뭘? 그렇게 되묻기에는 부끄러워하는 성지훈의 기세가 어마 무시했다. 그러니까 이건 그러니까 상황상 내 성기 같지? 내 성기를 어디에 넣고 싶다는 건데. 설마… 나는 공기계를 들어 성지훈 항목에 들어가 보았다. 모든 최면이 지워진 새카만 창에 나는 성지훈과 최면 칸을 몇 번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시끄러워. 할 거야 말 거야.”
“…그… 어… 여기선… 못하지.”
“뭐?”
내 대답에 성지훈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나는 그런 성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다 묶인 두 손을 들어 성지훈의 목을 끼운 뒤 바짝 성지훈에게 다가가 말했다.
“여기선 못하지…. 콘돔도 없고, 젤도 없잖아.”
“…하아.”
“성지훈?”
내 부름에 성지훈은 나와 똑같이 날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강세월네 가게네 뭐네 그딴 핑계 대면 죽여 버리려고 했다.”
“그거 핑계가 아니라 정당한 이유 아닌가…….”
“젤이랑 콘돔만 있으면 되는 거지?”
“거기에 너희 집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 네 방에 걸어 놓은 최면이 좀 있거든.”
“무슨 짓 하려고 했냐 변태 새끼.”
성지훈의 말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자 성지훈이 입을 몇 번 맞추며 팔을 풀고 손을 아래로 내렸다. 잘그락 소리가 들려 아래를 내려 보니 성지훈이 자신의 바지 버클을 풀고 있었다. 어? 하는 사이에 바지를 내리더니 속옷에서 성기를 꺼내 내 성기에 비볐다. 하아 들뜬 숨을 내뱉고 성지훈의 입술에 입술을 비비며 이야기했다.
“한번 빼게?”
내 물음에 성지훈은 행동으로 대답했다. 커다랗고 힘줄 돋은 성기를 반쯤 서 있는 내 것에 비비던 성지훈은 내 성기와 자신의 성기를 같이 잡아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손에 유분기가 없어 퍽퍽했지만 성지훈의 능동적 행위는 날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서서히 서기 시작하는 내 성기를 보며 나 역시 손을 바둥거렸지만 묶여 있던 탓에 어떻게 하질 못했다. 성지훈은 그런 날 보더니 씨익 웃음을 짓고는 손을 움직였다.
“아니, 풀어 달라고… 읏…….”
“하아… 좋은 꼴이네.”
“좋은…읏 꼴…이라니…….”
살면서 성지훈이 이렇게 자주 웃는 걸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나름 감격이다. 하아. 달궈지는 숨을 내뱉으며 성지훈에게 맡긴다는 의미로 두 손의 힘을 풀고 성지훈에게 슬쩍 기댔다. 성지훈은 한 팔로는 나를 지탱하고 한 손으로는 성기를 잡은 채 움직였다. 위에서 아래로 손을 놀리던 성지훈은 전처럼 마치 젖을 짜듯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때에 손을 조이고 풀었다. 그게 기분 좋아 나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이자 성지훈이 허리를 잡아 내렸다.
움직이지 말라는 뜻인가. 윽 조금 힘들 것 같은데. 특히나 퍽퍽했던 손이 성지훈과 내 성기에서 나온 선액으로 축축해져 더욱더 큰 쾌감을 부르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허리를 흔들지 않게 버텨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흔들지 못하게 붙들고 있는 성지훈의 팔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애가 타고 갈증이 났다. 제발 제발 제발, 성지훈의 손은 점점 더 빨라졌고 동시에 성지훈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성지훈이 흥분하고 있어. 나랑 똑같이 흥분했어.
“하아… 윤계인…….”
“으읏… 성지훈……!”
콩 하고 머리가 맞닿았다. 그리고 서로의 입술이 맞닿게 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섹스를 하듯이 얽혀드는 혀와 아릿할 정도로 자극이 오는 성기. 만지고 싶다. 만지고 싶어. 성지훈에게 맡긴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졌다. 바스락바스락 움직이는 손에 성지훈이 칭칭 둘러 두었던 넥타이가 쓸려 조금 아팠지만 나름 절박했기에 무시하고 손을 억지로 빼내어 자유를 되찾았다. 자유를 찾은 손은 망설임 없이 성지훈이 쥐고 있는 성기로 향했다.
“너…! 읍.”
다른 손으로는 성지훈이 늘 하듯이 성지훈의 뒤통수를 잡아당겨 입을 맞추며 손을 움직였다. 성지훈의 손과 겹쳐 잡은 손을 비틀며 올라가 귀두를 자극하며 아래로 내려갈 때 강하게 조인다. 그걸 몇 번 반복하니 성지훈이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내 성기도 같이 비벼졌다. 읏 기분 좋아… 하아 입이 떨어지며 들뜬 숨을 내뱉자 다시 성지훈이 입을 맞춘다. 잠깐, 숨이 좀 부족한데. 그런 생각 할 틈 없이 입안으로 들어온 혀는 내 혀를 얽매고 깊게 빨아들이며 잘게 씹었다. 아 갈 것 같아… 라고 생각한 순간 뺨에 뜨거운 게 튀었다. 어? 하는 순간 성지훈이 허리를 당겨 더욱더 깊게 들어오며 내 성기만 잡은 채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잠깐, 가… 가버린다고……!
“푸하… 성지후운…….”
“…하… 꼴사나운 모습…….”
그렇게 말하며 성지훈은 정액으로 질척한 손으로 내 얼굴을 닦으려다 말고 입으로 자신의 정액을 핥았다. 아니, 아까부터 비위도 좋네! 내 거에, 자기 거에! 레몬 에이드를 입에 털어 넣고 성지훈의 입술에 그대로 입을 박았다. 스스럼없이 열리는 입에 레몬 에이드를 불어넣자 꿀꺽꿀꺽 넣어주는 것을 그대로 삼킨 입은 마무리로 내 혀를 빨아들이고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쪽 소리가 귓가를 간질여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성지훈이 물었다.
“기분… 좋았냐?”
“…어… 어… 그런데… 왜 이렇게 됐지? 난 분명 내 인생 최대 고백을 하는 거였는데… 맞을 각오까지 했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넌 이제 내 거야.”
-똑똑.
성지훈의 으르렁대는 듯한 말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나는 허겁지겁 성지훈의 바지를 먼저 추슬렀고 성지훈은 척 봐도 짜증 난다는 얼굴로 벌컥 열린 문을 노려보다 소리쳤다.
“꺼져 강세월!”
“젊은 게 좋네. 젊은 게 좋아.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세월형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다시 나갔고 으르렁거리던 성지훈은 정액투성이의 손과 문을 번갈아 보더니 성질을 내며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나는 주섬주섬 바지를 챙겨 입으며 현타에 빠졌다.
성지훈에게 말하면 말하는 순간 멱살이 잡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도리어 내기를 하게 되고 성지훈의 것이 되었다. 이거 내 상상 아니지? 얼음이 잘그락거리는 유리잔을 들어 볼에 갖다 대자 시원함에 몸이 떨린다. 뭐지 처음 목적은 분명 성지훈을 항문으로만 엉망진창 갈 수 있게 만들고 기억을 지운 뒤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제 최면이건 뭐건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어버렸잖아. 우리 관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성지훈 너 그래도 괜찮은 거야?
“후우…….”
“계인아 들어갈게.”
또다시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세월형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룸의 냄새를 킁킁 맡은 세월형은 창문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러자 시원한 바람이 안으로 들어와 축축하고 뜨거운 나의 몸을 시원하게 스쳐 지나갔다. 뭔가 후련한 듯 안 후련한 그런 기분. 내 옆에 앉은 세월형이 내 얼굴을 살피다 살포시 웃음을 짓는다.
“표정 변화가 정말 미묘하구나.”
“네?”
“아니, 지훈이가 종종 그랬거든.”
“어… 뭐라고요?”
뭐라고 했길래 저런 눈으로 보는 건지 뭔가 묘하게 신경 쓰여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세월형이 키득키득하며 말을 잇는다.
“정말 표정 변화가 없구나.”
“어… 죄송합니다.”
“아니, 혼내려는 게 아니라. 지훈이가 그랬거든. 자기랑 있을 땐 표정 변화가 있다고. 그게 귀엽다고.”
“…네?”
“지훈이가 많이 이야기했었어.”
“…어… 뭔가… 걔가 딴 사람한테 말하는 거 상상 안 가네요.”
“나도 이번에 알았어. 지훈이가 그렇게 말이 많은지. 뭐, 이야기라도 해도 대부분 네 이야기들이었지만.”
“제 이야기를 하던가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거야.”
이건 또 뭔 소리인지 이제 와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거라네 뭐라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이 사람.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요.”
딱딱한 소리였지만 두리뭉실한 의도를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머리나 눈치가 좋은 쪽은 아니라 말했다. 눈을 몇 번 깜빡이며 가만히 세월형을 바라보고 있자 그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지훈이 잘 부탁할게. 그렇게 안 보여도 자기 거엔 집착이 강한 아이라 말이야.”
“아뇨 그건 잘 보이는데요.”
“그런가? 집안에서는 욕심 없기로 소문난 앤데 학교에선 또 다르나 보네.”
욕심이랑 집착은 엄연히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해 가만히 있었다. 욕심은 없지만 자기 거엔 집착이 강한 스타일 같던데 아닌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성지훈이 언제 오나 생각을 하는데 세월형이 말을 이었다.
“하긴 나도 걔가 그런 애인 줄 몰랐는데 말이야. 그거 아니? 지훈이는 종종 나한테 전화해서 너희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말해 줬었어. 진도가 너무 느린 거 아니네 뭐네 말이 많았었지.”
“네?!”
아니, 그걸 왜 말해 기겁해서 세월형을 바라보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히죽 웃은 세월형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 애 나름의 상담이었던 것 같아.”
“그렇…군요.”
“응. 귀엽지 않아?”
어느 부분이 차밍 포인트지? 잠깐 생각하다가 한 번 상상해 보았다. 그날 있었던 일을 나한테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어떠냐고 묻는 성지훈… …귀엽다! 뭔가 오밀조밀하게 이야기하는 입이라던가 자존심 때문에 크게 묻지는 못하고 대충 둘러 이야기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우물쭈물하는 모습이라든가 심각하게 귀여운데…….
“심각하게 귀여워요.”
“그러니? 그렇게 말하는 너도 귀여워.”
“그래요? 이상하네. 친척들은 귀염성 없다고들 하던데.”
“친척들이 보는 눈이 없나 보다. 자 봐 얼마나 귀여운데…….”
“강세월!”
“어이구. 아직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벌컥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온 성지훈은 버럭 성을 내며 내 뺨에 손을 대려는 세월형의 어깨를 잡아 확 사이를 벌렸다. 놀란 눈으로 껌뻑거리는데 성지훈이 내 팔을 잡아 일으킨다. 어어 하는 사이에 가볍게 들어 올려진 몸은 강한 힘에 이끌려 간다. 이거 인사 안 해도 돼? 라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니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하는 세월형을 보고 급하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성지훈의 뒤를 따랐다. 아 끌려 나오니까 꼭 결혼식장을 뛰쳐나가는 것 같…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하여튼 날 끌고 나온 성지훈은 그대로 차가 있는 곳을 찾아 나를 뒷자리에 태웠다. 차에 기대서 우리가 나오길 기다리던 기사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차에 탄 채 나를 집으로 모시냐 물었고 성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집으로.”
“예?”
“아뇨 저희 집으로요.”
“윤계인.”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
불만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성지훈의 모습에 슬쩍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끼우고 거리를 벌렸다가 좁히며 엄지손가락으로 성지훈의 손바닥을 간질였다. 응? 되물음에 성지훈은 신상을 더 쓰다가 고개를 픽 돌렸다. 그 모습에 하하 머쓱한 미소를 지으신 기사 아저씨는 그럼 우리 집으로 간다며 차를 몰기 시작하셨다. 성지훈은 그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는 동안에 성지훈을 좀 살펴보자 하고 고개를 돌려 성지훈을 살펴보았다. 집으로 간다고 해서 기분이 별로일까? 아니, 그냥 집으로 가기엔 내 상황이 포화 상태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시간도 시간이라 어쩔 수 없는데. 그런 걱정을 하며 성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성지훈이 고개를 돌렸다. 딱 마주친 눈동자에 몸을 움찔거렸지만 그 눈빛을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냥 성지훈을 살펴보는데 뭔가 점점 성지훈의 기분이 좋아져 보인다.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성지훈이 코웃음을 치더니 앞을 바라본다. 역시 기분 좋아졌잖아.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일세. 푹신한 시트에 기대며 성지훈에게서 시선을 뗐다.
앞으로 뭘 어쩌고 싶은 걸까. 어디서 어떻게 날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그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성생활 상담까지 받았다니.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니까. 앞으로 성지훈한테 최면을 걸 일은 없겠지. 솔직히 원래 하던 거 외에는 딱히 성지훈한테 쓰고 싶은 최면은 없고…. …없지? 어…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그냥 단계를 밟아가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이니까… …이제 앞으로 못하는 건가…! 아니, 그러기엔 성지훈이 나한테 섹스어필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문답에 끙끙거리고 있자 성지훈의 커다란 손이 내 머리를 부스스 쓰다듬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으음…….”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한 채 성지훈을 바라보자 성지훈이 쯧 혀를 차고 내 머리를 빙빙 돌렸다. 정말로 머리를 잡고 빙빙.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빙빙 돌려진 나는 그냥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하고 가만히 있는데 성지훈이 날카로운 눈동자로 날 훑어보며 말했다.
“이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뭐든 대답해줄 용의는 있는데…….”
“뭐든?”
“응 뭐든. 어…단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선에서.”
내 말에 성지훈은 날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 역시 녀석의 질문을 기다리며 가만히 성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차가 멈추고 기사님이 뒤를 돌아 우리 집에 도착했다 알려 주셨다. 음, 일단 성지훈이 중요하지. 난 성지훈의 질문을 계속 기다렸고 곧 성지훈은 픽 실 웃음을 흘리며 여전히 잡고 있던 내 머리를 놓아주고 말했다.
“됐다. 그럼 의미 없어.”
“의미라니… 아무거나 물어봐도 되는데. 곤란한 건 이미 다 말했어.”
아니, 다 말 안 했나? 잠깐 생각해 보았다. 음, 대충 다 말한 것… 음… 최면 빼고 다 말 안했구나. 음, 곤란하지만 말하지 않을 것은 없긴 한데. 내가 잠깐 고민하는 기세를 보이자 성지훈이 톡 내 코를 건드렸다.
“됐어.”
“어… 응. 그럼, 나 간다.”
내 말에 성지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물을 열고 나와 기사님한테 꾸벅 인사를 한 뒤 성지훈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곧 차가 가벼운 엔진 소리를 내며 우리 동네를 벗어났다. 나는 가만히 서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우리 집으로 올라갔다.
“다녀왔습니다.”
“어, 계인아 어서 와…….”
나를 반겨주는 엄마는 뭔가 눈치를 보는 듯했다. 내 눈치는 아니고 뭔가 다른 눈치를. 뭔가 싶어서 뭐냐고 물어보자 엄마가 입모양으로 너희 누나. 라고 이야기한다. 누나? 누나가 왜? 아, 갑자기 생각나는 오늘 낮의 일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누나 방으로 향했다. 가볍게 문을 두들이자 누구야! 라는 앙칼진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라는 것을 알리고 문을 열었다.
“아 왜!”
“무슨 일인가 하고…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지 뻔히 보였지만 애써 인상을 펴며 누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냐냐고. 그 한마디에 누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헤어졌기에 이 난리가 났는지. 한숨을 내뱉으며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 응?”
“연우가…! 연우가 흐어어엉……!”
“어 강연우가 왜.”
“강연우 아니거든! 연우 선배거든 개새끼야!”
“이 상황에 이게 중요해? 그래서 뭐라고 했길래 그래.”
“중요해 시발!”
“아 알겠어 알겠어. 연우 선배가 뭐랬는데.”
내 물음에 누나는 다시 엉엉 울었다. 잠시 누나가 말을 하길 기다리자 서서히 울음을 그친 누나가 말했다.
“나는… 나는 아직 헤어지기 싫은데… 진짜 좋아하는데… 난 연우밖에 없는데… 그런데… 크흡… 그런데 헤어지재… 사귀기 전에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내가 이제 여자로 흐어어엉… 여자로 안 보인대애애애…….”
그렇게 누나는 다시 울음을 터트리며 두 팔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천천히 누나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밑도 끝도 없이 여자로 보이지 않다는 소리라니. 참 급하긴 더럽게 급했나 보다. 그렇게 만든 건 나지만. 누나의 사랑이 얼른 식기를 바랐다.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누나를 위로하는 것은 위로하는 거고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이니까. 컴퓨터와 휴대폰을 USB선으로 연결하고 휴대폰 안에 있는 더러운 사진들을 백업했다. 생각 같으면 그냥 지워버리고 싶지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약점을 만들어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니까. 녀석들의 더러운 치부와 얼굴이 또렷이 보이는 사진들을 따로 저장해서 폴더를 숨겨 놓은 뒤 컴퓨터를 껐다.
약간 쓰레기가 된 기분이다. 자신은 연애랄까 유사 연애? 아직 사귄다고는 안 했긴 한데. 일단 내가 성지훈의 것이 되었으니 음, 이걸 뭐라고 표현하는 편이 좋지. 하여튼 그러고 있는데 정작 누나의 연애를 파탄 냈다는 점이 참. 하지만 이렇게 파탄을 내지 않았다면 누나가 큰일을 당했을 것이란 걸 생각하면. 하아…. 사람이 능력이 좋다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모 영화에서 그랬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맨 처음 능력이 생겼을 때는 마냥 좋았는데 이제는 꽤나 무거워졌다. 아 몰라 생각 그만할래 이 이상 생각해 봤자 결론은 죄책감행 외에 더 있어? 이 세상에 필요악이 왜 있겠냐 이런 상황 때문에 필요악이란 게 있는 거지. 난 필요악을 행한 거야 그런 거니까 그만 생각해!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어쩔 수 없던 거라고.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눈이 퉁퉁 부은 누나는 아침부터 아이스팩을 찾아 눈 위를 덮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해치운 누나는 드물게 이른 아침부터 학교를 갈 준비를 마치고 곧장 집을 나섰다. 나는 그런 누나의 뒤를 쫓으며 엄마한테 걱정하지 마라 이야기를 했다. 학교를 가는 내내 앙 다물어진 누나의 입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런 누나의 곁을 가만히 지키다 학교 바로 앞에서 누나를 붙잡았다.
“누나.”
“왜.”
“강연우 선배한테 가서 따질 거 아니지?”
“…….”
침묵은 긍정이라고 누나는 아무 말없이 나한테 붙잡힌 팔을 놓으란 듯이 비틀었다. 이에 난 힘을 약간 더 줘 팔을 단단히 붙잡고 말했다.
“그러지 마. 누나.”
“…….”
“그러지 마. 괜히 누나만 더 힘들어지잖아.”
“…팔 아파… 놔줘…….”
“어… 미안.”
누나의 팔을 놓아주자 누나는 내가 잡았던 부위를 매만지고는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깐 멈춰 슥슥 소매로 눈가를 훔친 뒤 누나는 강연우가 서 있는 교문을 향해서 척척 걸어갔다. 강연우는 누나를 살짝 훑어보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멀쩡히 걸어가던 누나는 마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나는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간은 좀 힘들겠지만 나중엔 왜 그런 녀석 좋아했지? 라며 한순간의 치기로 넘어 갈 것이다. 그래야 할 텐데…. 걱정되는 마음 반 싱숭생숭한 마음 반으로 뒷목을 쓰다듬으며 강연우 앞으로 갔다. 아직 들어오는 학생이 드문 상황. 날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강연우에 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잘했어요. 선배. 앞으로도 잘 해줘요.”
내 말에 강연우는 대답이 없었지만 상관이 없었기에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색하게 올라갔던 입꼬리가 아리는 것만 같아 입 주변을 매만지며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 둘 인사를 건넨다. 그 인사에 일일이 반응을 해주고 자리에 앉아 자세를 잡은 뒤 그대로 얼굴을 책상에 묻었다. 이래저래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조금은 쉬어도 되겠지. 떠들썩한 소리들이 귓가를 간질이다가 사라진다. 그것이 몇 번인가 반복되고 난 뒤에는 머리를 누군가 간질이는 기분에 고개를 들었다.
“…성…지훈…….”
“…….”
아무도 없는 교실 안에서 성지훈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가만히 성지훈을 바라보다 물었다.
“지금 몇 시…….”
“12시 40분.”
“아아….”
점심시간이었나. 난 또 학교 끝난 줄.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니 정확히 12시 42분으로 넘어가는 시간과 잔뜩 쌓인 카톡들이 보였다. 내용을 확인하니 대부분 선웅이 놈이 야야 거리는 말들이었고 나머지는 준서의 먼저 내려간다는 통보와 선생님들한테는 대충 아프다고 말해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냥 나도 모르게 지친 거였는데 말이지. 수업을 꽁으로 보냈구만. 깨어 있어도 할 일은 없었겠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 성지훈을 바라보다 앞자리의 의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성지훈이 의자를 빼주고 나는 그 자리를 툭툭 치며 녀석에게 자리를 권했다.
“배고프지 않아?”
“어.”
“그래? 그럼 좀 더 노닥거리다 가자 지금쯤이면 애들 안으로 들어가 있을 거야. 치이기도 귀찮고.”
“치여?”
“어… 음… 네가 있으니 별로 안 그럴 것 같긴 하다만.”
보통은 치이겠지. 하지만 누가 성지훈을 칠 수 있을까. 오히려 저 넓은 어깨로 치고 다니면 모를까. 어, 그런데 그것도 상상이 안 가는… 아냐 된다. 돼. 어깨빵으로 상대를 가볍게 날리는 성지훈이 상상된다.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을 흘리자 내 앞에 앉은 성지훈이 가만히 날 바라본다. 분명 상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치겠지. 일단 피지컬에서 달릴 테니.
“그냥, 너라면 치이는 게 아니라 치고 다닐 것 같아서.”
“…….”
내 말에 성지훈은 날 가만히 바라보더니 곧 손을 뻗어 내 코를 한번 툭 쳤다.
“실없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설마 성지훈과 있으면서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들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늘 성지훈을 능욕한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했는데. 자 이제 무얼 할까. 딱히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은 없고 지금쯤이면 애들이 다 급식실에 있을 테니 매점이 조금은 한산하겠지. 그럼 매점이나 갈까? 자리에서 드르륵 소리를 내며 일어나자 성지훈이 날 올려 본다.
“매점 가자.”
내 말에 성지훈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앞서가란 듯이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실실 웃고 성지훈과 함께 교실 밖으로 나와 한산한 복도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이제 두 번 다시 보지 않아도 될 줄 알았던 얼굴들이 있었다. 최정민 일행이 1층 복도에 있던 것이다. 녀석들은 저들끼리 무어라 이야기하다 발걸음 소리를 듣고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를 발견하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만 벙긋거렸다. 내 근처에 두 번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럼 알아서 잘 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에 헛웃음을 내뱉자 녀석들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파랗게 뜬 얼굴로 허겁지겁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나는 성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갈까?”
성지훈은 녀석들이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싶어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아무도 없는 빈 복도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성지훈? 부르는 소리에 성지훈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내 볼을 쭉 당기며 말했다.
“궁금한데.”
“머가.”
볼이 당겨진 탓에 발음이 새어 나왔다. 그럼에도 성지훈은 내 볼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런 순해 빠진 녀석이. 대체 뭘 했기에. 저런 모양으로 도망치는지.”
그렇게 말하는 성지훈의 눈은 무언가가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꺽 아라야 해?”
이놈의 발음. 손을 들어 성지훈의 손을 잡자 내 볼을 잡은 손을 놓은 녀석은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윤계인. 넌 누구 거지?”
“어… 성지훈 거?”
내기에 의해서 나는 어떻게 되었든 성지훈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게 여기서 나오는 거지? 궁금해진 나는 가만히 성지훈을 바라보았다. 저번에는 딱히 상관없다는 듯이 굴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래, 그러니 이제. 니가 무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그런…가? 음, 들어 봤자 기분만 나빠질 이야기일 텐데. 거의 정신 승리적인 이야기라 말이야.”
솔직히 말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고. 성지훈에게 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또 다른 면모라기엔 좀 부족하지만. 더러운 이야기이니 들려주고 싶지 않다. 물론 성지훈한테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지만 하여튼.
“상관없어.”
“으음, 일단 매점부터 다녀오지 않을래?”
“회피하지 말고.”
결국 곤란해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뒷목을 쓸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 일단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남에게 들려져 봤자 좋지 않은 이야기이니. 그렇게 사람이 없는 빈 교실을 찾아갔다. 다행히 선객은 없었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설명을 할까.
“음, 일단 클럽에서 있었던 일 기억하지?”
“어.”
“그때의 연장이야. 녀석들은 우리 누나를 건드리려고 했고. 그 저에 나한테 걸려서 개쪽 당한 거지. 그런데 그 수법이 좀 정신 승리적인 거라…….”
“자세히 이야기해.”
“하아… 내가 선빵 쳤어.”
“…….”
“…선빵 쳐서 녀석들을 거의 강간하듯이 했어.”
“강간? 하?”
내 말을 들은 성지훈은 나한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정나미가 떨어지려나. 아무리 그래도 거의 강간이나 다름없는 짓을 했다고 하는데.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 해봐.”
“어?”
“나한테 다시 해보라고.”
“뭐?”
“나한테. 다시. 해봐.”
파든? 아니, 강간하듯 했다니까 다시 해보란 소리가 왜 나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성지훈을 바라보자 성지훈이 헛웃음을 픽 흘렸다. 아니, 웃지만 말고, 인마. 너 내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너한테 다시 해 보라는 소리가 나와. 여태까지 너한테 많은 짓을 했지만 다 나름의 애정을 담아서 했었지 그런 모독적인 마음으로 한 적은 없단 말이야. 아랫입술을 깨물고 손을 들어 올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니 성지훈이 내 입술을 잡아 더 이상 깨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싫어?”
“좋겠냐. 거의 강간이었어. 그것도 스팽킹이었다고.”
“네가?”
“그래, 내가. 내가 녀석들이 항문을 맞으면서 느끼게 만든 다음 항문을 때리면서 협박했었어. 그런 걸 너한테 하라고? 장난해?”
“하…….”
내 말을 들은 성지훈은 입으로 길에 숨을 내뱉은 뒤 두 팔로 날 가두었다. 정말 종잡을 수가 없네. 뭐가 그렇게 만족스러운지 사냥감을 산 채로 잡은 사자처럼 미소를 띤 녀석을 보며 생각했다. 하, 시발 잘생겼네. 이래서 성지훈을 처음에 생각했던 거지만. 나는 손을 들어 성지훈의 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어?”
“나도 아직 맛보지 못한걸. 별 볼 일없는 녀석이 맛봤다고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
“맛보지 못 한 거라니…….”
그게 뭔데. 내 질문에 성지훈은 헛웃음을 흘리더니 그대로 내 뒤통수를 잡아 그대로 키스했다. 겹쳐지는 말캉거리는 입술이 갈라지며 성지훈의 혀가 입안으로 침투해온다. 거칠게 입안으로 침투한 혀는 내 혀를 옮아 매고 비벼 온다. 그런 혀를 깊게 빨아들이자 혀를 옮아 맸던 혀가 입안을 훑더니 입천장을 지그시 누르고 비비다 떨어져 나간다. 하아. 숨을 내뱉자 성지훈이 말한다.
“이런 걸. 녀석들하고 했냐고.”
“역겨운 소리 하지 말아라.”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이 녀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성지훈의 입술을 앙 깨물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 벌이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 녀석들한테 이런 짓을 했겠냐.”
“그래…….”
“어. 다시 깨물리고 싶으면 그런 소리 또 해봐.”
내 말에 성지훈이 뒤로 살짝 물러나 날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목을 감싼 넥타이를 내리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성지훈? 되묻는 말에 성지훈이 실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녀석한테도 했어?”
“…어딜 물릴지 선택 가능한 거 아니거든.”
“그래서. 어딜 물려고?”
도발적인 성지훈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신성한 학교에서 뭐 하는 짓이냐 이 관능적인 자식아. 물론 학교에서 한 짓이 더 많은 건 나긴 하지만 한 게 많아서 뭘 반박할 수가 없어. 난 성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다 성지훈의 손을 잡아들었다. 그러자 성지훈은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이 날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성지훈의 손을 이끌며 고개를 숙여 성지훈의 손가락을 앙 깨물었다. 도발에 도발이라니 나도 참 만만찮은 녀석이라니까. 성지훈의 손가락 끝을 깨물자 성지훈은 그대로 손가락을 내 입속으로 집어넣어 혀를 꾹 눌렀다. 이에 나도 지지 않고 성지훈의 손가락을 깨물며 혀로 손끝을 핥았다. 그러자 성지훈의 다른 손이 천천히 움직여 내 바지 버클을 잡았다.
“잠깐 어디까지 하게?”
“어디까지?”
“학교에서 끝까지 할 정도 양심 없진 않아.”
“그딴 양심 필요 없어.”
“아니, 나름의 배려 같은 거라고…….”
내 말에 성지훈은 날 가만히 바라보다 곧 버클에서 손을 떼고 내 손을 잡았다.
“…….”
“성지훈?”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온 성지훈은 날 이끌고 성큼성큼 걸어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아니, 그런 거 아니라고!
“집에 가자는 뜻은 아니었어!”
“그럼?”
“나머지는 학교가 끝난 다음에…….”
“…….”
성지훈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눈치 없는 나도 알 정도로 욕구에 가득 찬 눈빛에 난 결국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다행히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두 손을 들어 망정이지 하마터면 성지훈네 집으로 곧장 갈 뻔했다. 나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 성지훈을 이끌고 행정실로 향했다. 지금 시간이면 양호 선생님도 자리를 비웠을 시간. 당연히 양호실 문은 잠겨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양호실 열쇠다. 행정실 앞에서 멈춘 나는 성지훈에게 기다리라고 이야기한 뒤 공기계를 꺼내 토독토독 자판을 두드렸다. ‘성지훈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윤계인이 선생님으로 보인다’ 그렇게 설정을 한 뒤 드르륵 행정실 문을 열자 안에 있던 담당자분들이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해왔다. 나는 양호실 열쇠를 태연하게 받아 나오며 점심 맛있게 드시라 인사까지 하고 밖으로 나와 다시 공기계를 톡 토독 두드려 최면을 해제했다.
“가자.”
“어.”
성지훈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갈 뿐이었다. 성지훈과 양호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다시 공기계로 조작했다. ‘점심시간 동안 성지훈과 윤계인을 제외한 그 누구도 양호실로 들어올 수 없다’, ‘양호실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커튼을 친 뒤 침대로 가서 모든 이불과 시트를 걷어 냈다. 음, 일단 이 정도면 되겠지. 나머지 튈 것들을 예상해 휴지를 가져오는 것으로 준비를 마무리하고 성지훈 앞에 섰다. 그러자 성지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팔을 내 목에 둘렀다.
서서히 내려오는 성지훈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성지훈이 내 입을 격렬하게 탐하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입을 맞대며 벌어진 입의 틈을 놓치지 않고 들어오는 혀가 입안을 격하게 헤집었다. 이에 맞춰 마치 도망치듯이 혀를 이리저리 피하자 입술을 이로 콱 찍은 성지훈은 그대로 도망치던 혀를 혀로 옭아매고 혀를 끌어당기며 깊게 빨아들였다. 거기에 맞춰 혀를 잘근잘근 씹자 성지훈이 목구멍에서부터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두 손을 천천히 내려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거기에 맞춰 나도 두 손을 성지훈의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옷 속에 입은 속옷 너머로 성지훈의 탄탄한 근육들이 느껴졌다. 거침없이 속옷 역시 파고 들어가 성지훈의 매끄러운 맨살을 만지자 성지훈이 입을 떼었다. 긴 은사가 성지훈과 나를 연결하다가 뚝 끊어지고 거기에 맞춰 내 옷 속에서 손을 뺀 성지훈은 하아 옅은 숨을 내뱉고 천천히 셔츠의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다. 그 퇴폐적인 모습에 나는 멍하니 성지훈을 바라보았다. 톡 톡 소리를 내며 단추가 모두 풀어지고 셔츠를 벗은 성지훈은 그대로 안에 입고 있던 속옷까지 한 번에 벗었다. 갈증이 나는 기분에 입술을 혀로 핥았다.
“윤계인…….”
“응…….”
이름을 부르는 것을 신호탄 삼아 나는 성지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단단한 복근부터 천천히 올라간 손을 가슴에 닿아서 멈추었다. 가볍게 가슴을 주무르고 유두를 쥐며 손끝으로 유두를 뭉개자 성지훈이 달뜬 숨을 내뱉었다. 반대쪽 유두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고개를 들어 성지훈의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춘 뒤 그대로 입을 벌려 유두를 입에 앙 물자 성지훈이 가볍게 비음을 냈다. 이에 유두를 혀로 데굴데굴 굴리고 혀로 지그시 누르다 이로 잡아 죽 당겼다.
“흐읏…….”
“아허?”
“…계속…해…….”
이로 잡아당겼던 유두를 놓고 혀로 낼름낼름 핥자 성지훈의 몸이 움찔거린다. 귀여워. 할짝할짝 핥던 유두를 혀로 원을 그리며 굴리고 꾹 누르며 성지훈의 반응을 살피다 그대로 입안에 넣어 춉춉 소리가 나도록 깊게 빨자 성지훈이 앓는 소리를 낸다. 듣기 좋다. 원래부터 남자 신음소리도 잘 듣던 나이지만 특히 성지훈의 신음소리는 듣기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생각을 해봐도 성지훈의 목소리가 좋으니까. 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 낮고 무뚝뚝한 저음이지만 굉장히 듣기 좋은 목소리니까. 아니, 이제 보니 어디 하나 빼놓을 곳이 없잖아. 아니, 빼놓을 곳이 있긴 하네. 성격…은 음… 나한테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 날 좋아한다고 했으니 당연한 건가…….
나는 춉춉 빨던 유두를 혀로 길게 핥으며 천천히 위로 올라가 가슴을 핥고 더 위로 올라가 쇄골을 핥다가 콱 쇄골을 가볍게 물어버렸다. 그 뒤 살을 가볍게 빨았다. 입을 떼자 붉은 자국이 성지훈의 쇄골에 남은 것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더니 성지훈이 내 옷깃을 잡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당기더니.
“악……!”
내 목을 세게 물었다. 역시 자국 남긴 게 싫었나? 싶을 정도로 세게 물어서 바짝 긴장했는데 입을 뗀 성지훈은 몇 번 더 내 목 근처를 물어뜯더니 만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너무 환해서 뭐라고 불만 불평도 하지 못하게 된 내가 어버버 거리고 있자 성지훈은 다시 내 옷깃을 잡아당겨 입을 맞추었다. 입에 닿는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벌리고 입안으로 침투하는 혀를 감미롭게 맞이했다. 혀와 혀가 맞닿아 서로 얽히며 짜릿함을 입속에 남긴다. 꿀꺽 소리를 내며 서로의 타액을 삼키고 쪽 입술이 맞닿은 소리를 남기며 서로 떨어지자 긴 은사가 서로를 이어주다 끊어진다. 서로를 마주 보며 촉촉한 입술을 혀로 훑고 있자 성지훈이 물었다.
“그거. 나도 할 수 있는 거야?”
“그거? 아 최면?”
“어.”
“왜? 뭐 하고 싶어? 뭐해 줘?”
“…그냥… 궁금해서.”
궁금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시선을 피하는 성지훈을 보니 무언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나는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나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볼 수는 있지만 나 이외에는 입력할 수 없어. 그러니까 뭘 원하면 내 손을 거쳐서 하는 편이 좋을 거야.”
“아아….”
“어떤 원리인지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나도 모르거든. 하여튼 덕분에 이 기계는 망가지거나 배터리가 닳거나 하지 않아. 그 대신에 휴대폰으로써의 기능은 완전히 손실되었지. 잃어버리거나 남의 손에 들어가도 내 의지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손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어.”
내 말에 성지훈은 가만히 날 바라보았다. 나 역시 성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물었다.
“그래서 무얼 하고 싶은데?”
“…….”
내 물음에 성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성지훈에게 대답을 기다리다가 천천히 움직여 성지훈의 유륜을 긁었다.
“하아… 읏… 그냥…나중에.”
“응, 나중에.”
그렇게 말한 나는 쪽쪽 소리를 내며 얼굴에서 목으로 쇄골로 가슴으로 내려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며 살을 핥았다. 단맛이 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쭉 내려가 배꼽을 진득하게 원을 그리며 핥고 툭 튀어나온 골반뼈에 입을 맞춘 뒤 바지춤 바로 위로 내려왔다. 두 손으로 바지춤을 잡자 성지훈이 상체를 일으키며 일어나 자신의 버클을 풀어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그러자 깨끗한 치골과 바짝 성이 난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크고. 솔직하네. 나는 치골에 입을 맞춘 뒤 혀를 내밀어 핥았다. 그러자 성지훈의 몸이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깨끗하게 만든 건 나를 위해서였지. 그래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역시 나 때문인가.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의외로 부끄럼이 많은 녀석이기에 답변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질문을 말았다.
잔뜩 성이 나 있는 성지훈의 성기를 손으로 잡자 성지훈이 손을 내려 내 손을 잡았다. 만지지 말라고? 성지훈을 올려 보자 목까지 붉어진 녀석은 알몸인 상태로 날 내려보고 있었다. 아, 귀엽다. 그리고 야해. 성지훈 혼자 벗었을 뿐인데 양호실 안은 퇴폐미가 가득해졌다. 그런 성지훈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성지훈이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어 하는 사이에 자리가 바뀌어서 당황하는데 내 바지춤으로 내려온 성지훈이 찌익 소리를 내며 내 바지 지퍼를 내린 성지훈은 속옷 사이로 내 성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서, 성지훈?”
성지훈은 날 슥 올려 보더니 그대로 내 성기를 길게 핥았다. 읏, 소리를 내며 성지훈의 머리를 잡자 그게 마치 증폭제라는 듯이 내 성기를 입안으로 밀어 넣는 성지훈의 행동에 들뜬 숨을 내뱉으며 허리를 흔들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에 긁히건 말건 상관이 없지만 다짜고짜 목에 처박을 수는 없잖아. 혀로 내 성기를 크게 돌린 성지훈은 그대로 혀로 내 성기를 감아 깊게 빨았다. 윽, 기분 좋아. 축축하고 따뜻하고 조여. 하아. 숨을 내뱉자 성지훈은 천천히 머리를 움직이며 본격적으로 내 성기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런 성지훈에 어쩔 줄 모르고 있던 나는 보았다. 성지훈의 다른 손이 아래로 내려가 자신의 항문을 건드리는 것을 보고 성지훈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성지훈이 날 올려 본다.
“손… 하아… 하나도 안 젖었잖아… 다쳐…….”
이걸 어떻게 적셔야 하나 생각할 때에 문뜩 생각이 난 것이 바셀린이었다. 양호실이니까 바셀린 정도는 있겠지. 싶어서 성지훈을 가볍게 밀어내고 바셀린을 찾았다. 다행히 응급 상자 안에 바셀린이 들어 있었고 난 그것과 선생님의 의료 장갑을 가져와 손에 끼우고 손에 바셀린을 듬뿍 묻혔다. 그 뒤 성지훈에게 다가가자 성지훈은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아 항문을 내게 보였다. 그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진 나는 엉덩이 골을 부드럽게 지나 항문 주변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고 천천히 내부로 침투했다. 듬뿍 묻힌 바셀린 덕분에 손가락은 부드럽게 성지훈의 내부로 들어갔다.
“내장은 섬세한 곳이니까. 건조한 손으로 건드리면 다칠 수도 있어.”
“하아… 읏… 네가… 알아서 해…….”
“하아… 응… 걱정 마 다치게 내가 둘 것 같아?”
성지훈의 내부에서 손가락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내부를 긁자 성지훈이 허리를 휘며 신음 소리를 흘렸다. 거기에 손가락으로 피스톤 질을 하니 성지훈의 상체가 무너져 내리며 자연스럽게 허리가 올라간 자세가 되었다. 나는 손을 멈추지 않고 더 깊숙이 성지훈의 성감대까지 들어가 내부를 크게 돌리고 문질렀다.
“앗… 하읏… 으응…….”
밑에서 꺼떡거리는 성지훈의 성기가 이 눈에 보여 성기를 잡은 채로 흔들며 동시에 전립선을 강하게 문지르자 앞과 안에 쾌감으로 성지훈이 길게 사정했다. 그럼에도 내 손은 멈추지 않았다. 성지훈의 내부에서 손끝까지 길게 뺐다가 그대로 다시 손이 닿을 정도로 피스톤 질을 하자 성지훈이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흔드는 것 같은데. 아, 귀엽다. 그 모습 또한 사랑스러워 내 성기가 성이 났다. 그럼에도 난 내 성기를 무시한 채 성지훈의 몸 상태에 집중했다. 손가락을 마디 하나 남긴 채 쭉 빼고 다시 세게 박아 넣고. 그 과정을 몇 번 거치자 성지훈의 성기가 다시 꺼떡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성지훈의 정낭을 잡아 데굴데굴 굴리며 자극하다가 또다시 천천히 성기를 잡아 흔들자 성지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아… 으응… 하앗…! 윤…계인… 으읏… 넣어줘…….”
아래로 시선을 내린 성지훈은 꺼떡 선 채 밖으로 고개를 삐죽 내민 내 성기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한순간 동한 내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급한 손놀림으로 거칠게 성지훈의 내부에서 손가락을 뽑은 뒤 내 성기를 잔뜩 풀어져 뻐끔뻐끔거리는 항문 앞에 대었을 때 급식 시간을 끝내는 종이 쳤다.
“어…….”
“됐어… 무시해… 얼른 박아……!”
그 반응에 나는 다시 상황이 눈에 보였다. 잔뜩 녹아내려 흐물거리는 성지훈과 바짝 선 채 꺼떡거리는 내 성기 뻐끔뻐끔거리는 성지훈의 항문. 아.
“콘돔 없다……!”
“그딴 거… 필요 없어… 하아… 얼른, 윤계인……!”
성지훈의 재촉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은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성지훈을 일으켰다. 성지훈이 인상을 쓴 채 날 바라보자 나는 성지훈의 입에 입을 맞추고 천천히 성지훈의 속옷을 입혀 주었다.
“하아…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잖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
쪽쪽거리며 말하자 성지훈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다 고개를 픽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