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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대로 (Making Thoughts) 2권-6화(2) (8/11)

#006 (2)

「온몸을 애무하는 무수한 촉수에 여성은 울부짖었다.

“앗 안 돼…! 그만둬…! 아앗! 앗! 거긴 소중한 곳이란 말이야…! 소중한… 소중한 아기씨가 들어있는 곳인데에, 흐으응…!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기분 좋은 거야. 안 돼! 안 돼! 하아아. 들어와, 흐응. 아직 안에 있는데, 흐응! 아아, 안 돼. 아기씨가, 아기씨가 수정당해…!”

그녀는 자신의 난자가 정자와 수정되는 것을 느끼며 절정에 이르렀다.」

거기까지 본 나는 그만 보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NL로 빼보려 했더니 하필이면 걸려도 이런 게 걸려. 뭐 여자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걸 느끼면 남자는 뭐 정자가 분열하는 걸로 서고 임신 중인 여자는 세포 분열로 느끼겠냐. 얼마나 빻은 장르야, 이거. 임신 테스트기가 필요 없는 세계구만. 물론 이런 동인지에 현실 대입 같은 거 하는 게 아니지만 너무 빻았잖아. 한숨을 내쉬며 이미지를 끄고 폴더를 삭제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빡치는 내가 싫다, 진짜.

‘윤계인… 좋아해.’

하아. 숨을 내뱉으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난 성지훈에게서 고백을 받았다. 문제는 그 고백이 성지훈의 진심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 생각해봐라 무얼 하든 들어주고 싶은 애가 있다 처음엔 의문을 가질 것이다 내가 왜 얘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 하지? 그다음엔 이유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가 없다? 그럼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내가 쟤를 좋아하나 보네. 그래서 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은가 보다. 그렇게 되겠지. 한마디로 내가 건 최면으로 인해 얻어진 오해라는 거다. 그래서 그런 섹스를 한 거겠지. 진짜 ‘섹스 프렌드’가 할 만한 섹스 말이다.

그럼 이제 어쩌면 좋지? 성지훈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도 되는 걸까? 아, 이래서 어중간한 양심이 있는 게 싫다는 거라니까. 차라리 제대로 된 양심이었다면… 성지훈과 이런 관계도 되지 않았겠지. 그건 싫다. 역시 욕심이 너무 과했나… 아니야, 그러기엔… 아니, 애초부터… 하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 기억에서 지워버릴까? 아니, 분명 되풀이될 거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원래 목적은 성지훈이 애널로 마구잡이로 느끼고 가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뭔가 목적의 반은 이루었지만 끝까지 가지도 못했고, 성지훈과의 관계가 성지훈의 착각으로 복잡 미묘해졌고, 더 나쁜 건 그 고백에 순간 설레었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착각하게 만들어 놓고서 거기에 설레면 어쩌자는 건데. 거기까지 생각하니 뭔가 우울했다. 아, 몰라. 나중에 최면을 없애고 기억을 지우면 될 거다. 아마도. 뭔가 더 서글퍼진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3반 6반이랑 축구!”

곧 있으면 열릴 체육 대회로 인해 수업은 엉망진창인 상황이다. 수시로 열리는 경기에 이선웅은 눈을 빛냈고 준서는 앞으로 시끄러워질 것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니가 체육대회에 가만히 있으면 이선웅이 아니지. 저 미친개가 먹이를 물었으니 한동안은 시끄러울 것이다.

그날 이후로 삼일 째 나와 성지훈은 묘한 관계가 되었다 뭐랄까 같이 밥은 먹는데 같이 있질 않는다고 해야 하나. 진도 빼는 것도 일시적으로 멈추었고, 성지훈은 평소와 똑같다. 문제는 나다. 아직도 나는 망설이고 있다. 성지훈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이론상으로는 성지훈의 마음을 접게 하는 것이 정답인데. 관계도 그만두고. 문제는 하나는 내가 건 최면으로 인해 성지훈의 마음을 접기가 어렵다는 것이며 둘은 내가 관계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무슨 이기적인 생각인지 나 스스로 양심통을 앓아가며 생각을 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냥 성지훈한테 나 사실 널 최면으로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었어! 라고 최밍아웃 하는 편이 더 속이 편할 정도로 내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윤계인 뭐 하냐?”

“수신.”

“빨리 와. 이선웅이 지랄한다.”

“쟤가 지금 내가 보이겠냐.”

“아, 하긴 나도 안 보이는 것 같으니까…….”

묘한 말에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자 준서가 가자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아니, 뭔데. 뭐야 그 말은. 너네 무슨 관계. 아니, 너무 많이 봤나. 무슨 친구랑 친구를 엮고 있어 병신같이. 뒷목을 쓰다듬으며 준서를 따라갔다. 6반 녀석들은 선웅이 녀석과 얽혀 뭐라 뭐라 떠들고 있었다. 딱히 주의 깊게 볼 생각은 없어 학교를 바라보며 우리 반 교실이 어디쯤 있나 살펴보고 있는 사이 정렬을 시작하여 다른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모였다. 체육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뒤 우리는 각자 자리로 갔다.

설렁설렁 공이 오면 오는 대로 선웅이 놈한테 패스를 하고 대충 골대 옆에 서 있으니 경기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눈에 보였다. 이미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다른 반 선수들이랑 우리 반 녀석들이랑 뒤얽혀서 공 하나를 노리고 달려간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선웅이 녀석. 피지컬도 좋고 실력도 탁월하고 그 존재로 어그로를 끄는 녀석이기에 패스도 많아 골도 많이 넣어 눈길을 끈다. 나는 내 쪽으로 굴러오는 축구공을 발로 차 날린 뒤 주변을 다시 살폈다. 그다음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준서 녀석이려나. 선웅이 녀석이 자꾸 패스해대니까. 아니, 준서가 막히면 다른 곳으로 패스하면 될 것이지 왜 꼭 준서한테만 패스를 하는 것인지 준서 밖에 안 보이나. 나는 다시 나한테 날아온 축구공을 멀리 차 날렸다.

결국 중간에 선웅이 놈을 붙잡는 우악스러운 손길이 있었지만 선웅이 녀석은 개의치 않고 달려가 골을 넣었다. 아니, 저거 심판 제대로 안 보네. 그러고 보니 심판 누구지? 하고 찾아보니 호루라기를 손에 든 선생님이 눈에 보였다. 아니, 그래, 고등학생 축구에서 프리킥 같은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봐달라고요. 선생님. 내 쪽으로 굴러온 축구공을 뻥 차며 속으로 투덜거리자 골대를 지키고 있는 녀석이 하품을 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야, 네가 있으니까 공이 와도 지루하다 야.”

“그럼 바꿀래?”

“뛰고 싶지는 않음.”

“어쩔.”

“그나저나 이선웅 존나 잘 뛰네.”

“공에 미친개잖아.”

“그냥 미친개 아니었어?”

“잰 공은 물어도 사람은 안… 무나?”

“물어 물어.”

내 말에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는 선웅이 녀석이 날린 공을 받아 저 멀리 차 날리고 자리로 돌아왔다. 저 자식은 축구로 될 놈이다. 어떻게 백패스할 생각을 다 하지? 보통 학교 공차기에서 그 정도 생각하는 새끼 없잖아. 질린다는 얼굴로 선웅이 놈을 보고 있는데 옆으로 시선이 느껴져 옆을 보니 나랑 똑같은 얼굴로 골키퍼 녀석이 날 보고 있었다.

“왜.”

“아니, 될 놈은 되는구나 싶어서.”

“뭐래. 곧 있으면 끝나는데 다음 시간 뭐지?”

“미술.”

미술이면 체육복 갈아입지 않아도 되려나. 선웅이 놈이 마지막 골을 넣는 것을 보며 바닥을 툭툭 차고 선생님 앞으로 모였다. 다음엔 4반과 경기를 한다는 말을 끝으로 교실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은 우리는 학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 나 화장실.”

“바로 수업인데 괜찮겠어?”

“좀 늦는 거 가지고 뭐라 하진 않겠지.”

“아 그것보다 개 더워!”

“가서 머리 적셔.”

“난 먼저 간다.”

“이응이응.”

개수대로 가는 선웅이와 준서를 뒤로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대부분 다른 녀석들은 곧바로 교실로 올라가는 듯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빠져나와 곧바로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화장실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함께 매캐한 담배 냄새가 났다. 이야, 수업 시간에 대놓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새끼들이 있어? 환풍기가 있는 좌변기 끝자리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수상했다. 아마 담배를 피우고 물을 내리면서 연기를 내뱉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 같은데. 머리는 좋은데 모습은 깬다. 아니, 그렇게까지 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을까.

딱히 고발할 생각도 들지 않고 측은하기만 해서 소변을 누고 손을 닦는데 안에서 떠드는 녀석들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숨길 생각 전혀 없잖아. 무슨 똥배짱이야. 혀를 차고 손을 터는데 익숙한 이름이 낯선 목소리에서 들렸다.

“야, 그래서 윤계을하고 어디까지 갔어?”

손을 터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섰다. 아, 이 목소리. 최정민이다. 그럼 여기에 같이 있는 건가.

“어디까지 가긴… 그렇게까지 갈 사이는 아니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있었다. 강연우가. 나는 잠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 뒤 주머니를 뒤졌다. 양쪽 주머니에서는 각각의 휴대폰이 나왔다. 최면 앱이 깔려 있는 공기계과 평소에 사용하는 휴대폰. 어느 쪽으로 뭘 어떻게 할까. 난 일단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하고 세면대에 기댔다.

“거기까지 갈 사이가 아니라니 뭔 소리야. 복도에서 징하게 러브씬 찍었잖아.”

“맞아맞아 키스만 안 했지 완전 드라마 한 편이더만.”

“누가 알아? 뒤에서 진하게 키스했을지.”

“야 할 거면 키스만 했겠냐! 할 거 다 해야지!”

“윤계을 걔 가슴도 크잖아. 가슴으로 대딸 안 해줘?”

“야야 그것보다 언제쯤 대줄 거야?”

“그만해…….”

“그만하긴 뭘 그만해. 그으마안해애-푸하하하! 그것보다 진짜 언제 대줄 거냐고.”

“아니 우리 그렇게까지 안 갈 거라니까.”

“안 가긴 무슨. 야 우리가 무슨 친구냐 비밀까지 서로 나누는 저얼친한 친구 아니냐고. 여자친구도 나눠야지.”

“여자친구도 나눈대 푸하하하.”

낄낄거리는 소리가 화장실 안을 메운다. 나는 일단 침착하게 앱을 켰다. 화장실에 누가 들어오면 난감하다. 저 녀석들은 괜찮겠지만 내가 괜찮지 않다. 천천히 1층 화장실을 택하고 내용을 적었다. [화장실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누가 무어라 하지 않겠지. 그 뒤 날 보는 사람이 걸리는 최면을 걸었다. 이런 최면 성지훈에게도 건 적이 없는데. [윤계인의 말은 무엇이라도 몸으로만 따른다.] 최면을 걸고 난 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문을 발로 깠다.

“아 시발 깜짝이야 누구야 시발…….”

“아까 누구 들어온 것 같던데 걔인 듯.”

“와 시발 개념 없게.”

개념 없는 게 누군데 적반하장인지 원 혀를 대놓고 차니 안에서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그 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장실 문이 열렸다.

“누구야 시팔!”

“윤계인이다 개새끼야.”

“윤계인? 아, 윤계을 동생 외계인.”

“야, 우리 이야기 들었나 본데.”

“들어서 뭐. 어쩌라고. 왜? 기분 나빠? 응?”

“어 존나 더러운데? 아 됐고 다 튀어나와 얼굴들 좀 보게 시발.”

“이 새끼가 어디서 선배한테 반말질에 시발? 시이바알?! 이 새끼 말하는 꼬라지 보게 이게 선배한테 할 행동이야?!”

“야, 정민아… 그만해.”

강연우가 녀석들을 말린답시고 말했지만 녀석들은 듣지 않았다. 화장실 칸 안에서 하나 둘 나오는 녀석들을 보며 이름을 하나 둘 외웠다. 최정민 한성진 민하늘 그리고 강연우. 총 네 명. 그 좁은 공간에 네 명이나 들어가 있던 거냐. 내가 눈동자를 굴리며 녀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니 최정민이 눈 굴리는 것 보라며 낄낄거렸다.

“왜 이제 와서 쫄리냐?”

“하, 대가리나 박아 씹새끼야.”

“이 새끼가… 어……?”

내 말을 최정민 일행의 몸은 착실히 이행했다.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녀석들이 대가리를 박는 것을 보며 나는 느긋하게 세면대 위에 앉았다.

톡 토독 토도독 휴대폰을 터치하는 소리만 화장실 안에 울려 퍼지는 상황. ‘1층 화장실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새로운 조항을 추가한 나는 깊게 숨을 내뱉고 더러운 바닥에 대가리를 박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무얼 어째야 이 녀석들한테 복수가 될까? 녀석들이 무얼 하든 나랑 상관은 없다. 이렇게 살다 디지라고 해. 그런 운명인가 보지. 문제는 이 녀석들이 건드리려는 게 내 누나라는 것과 그걸 발견한 것이 나라는 것이고 발견한 나는 이 상황을 가만히 두질 못하겠다는 게 문제지.

“시발, 이게 뭐야 몸이 왜 말을 안 들어……!”

“윤계인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두 번 다신 이런 일 없게 할 테니까 제발…….”

“상황 파악 못 해? 아님 되게 해줄까? 일어서 차렷 열중 쉬엇 차렷 다시 대가리 박아.”

내 말대로 움직이는 몸에 녀석들이 말이 안 된다는 얼굴로 대가리를 박은 채 욕지거리를 계속해서 내뱉었다. 어디까지 하려나 하고 그걸 내버려 두니 점점 말이 진화해서 내가 널 가만히 둘 것 같냐 널 가만두지 않은 두 윤계을을 니 앞에서 따먹을 거라는 말까지 나왔을 때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부터 느꼈는데 얼마나 섹스에 목이 말랐으면 따먹는다고 지랄들을 하는지.

“얼마나 섹스에 목이 말랐으면 따먹는다네 대딸이네 섹스네 말들이 많아?”

“왜? 쫄리냐?”

“아니,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윤계인 제발…….”

“너네 따먹히는 기분이란 거 알아? 오늘 한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수치란 게 뭔지 느끼게 해줄게. 속옷까지 전부 벗어.”

시발 시발 거리면서 옷을 모두 벗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강연우와 눈이 마주쳤다. 이 녀석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지켜볼까. 옷을 모두 벗어 던진 녀석들의 성기는 절대로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크기로 누굴 범한다네 뭐네 그딴 소리가 나오는지 대놓고 비웃음을 흘리니 얼굴이 울긋불긋해져서 온갖 괴성을 질러 대는 게 귀가 아파 입을 닥치라 했다.

“그 크기로 누굴 범하네 뭐네 느끼기나 하는지 모르겠네. 아, 그래서 같이 하려고 했던 거야? 네 걸로는 못 느끼니까 강연우걸로 느끼게 한 다음 박으려고? 와 더러워. 왜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뭐라고 해봐. 아, 맞다 시끄러우니까 닥치라고 했지? 그냥 그대로 닥치고 있어. 아가리 열면 담배 똥내 때문에 코가 아리거든.”

아 강연우 넌 저기에서 짜져 있어.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하자 강연우가 불안한 얼굴로 구석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강연우는 불안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한 채 날 지켜보았다. 그 상황에서 나는 철저히 강연우를 무시한 채 내 앞에 있는 세 명을 얼굴과 성기가 제대로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녀석들의 더러운 모습이 내 휴대폰에 담기게 되었다. 하핫 일부러 웃는 소리를 내며 얼굴과 성기를 확대해서 몇 장 더 찍은 뒤 공기계를 꺼내 조작을 했다.

이 정도면 머리 좋은 강연우는 내가 어떻게 사람을 조종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봤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나는 몇 번의 터치로 항목을 추가한 뒤 세면대에서 엉덩이를 떼었다.

“어쩔까나? 아, 옛날부터 잘못한 아이는 엉덩이를 맞곤 했지? 일단 엉덩이부터 맞을까? 어때? 너희 생각은? 말해봐.”

“죽여버린다 윤계인!”

“아 그런 소리 말고 시끄러우니까 다시 닥쳐. 그러고 보니 내가 성적 수치심을 같이 준다고 했었지? 그러니까 우리 엉덩이 말고 항문을 맞는 거 어때? 물론 내 손으로 맞으면 내 손이 더러워지니까…….”

나는 청소함에서 플라스틱 빗자루를 하나 꺼냈다. 속이 텅 비어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를 손바닥에 몇 번 쳐보니 소리도 크고 제법 알싸하게 아픈 게 적당해 보였다.

“이걸로 맞는 거야. 자. 최정민. 아 선배 취급해달라고 했었나? 선배부터 맞도록 하죠. 나머지는 기다려. 세면대 앞에 서서 허리 내밀고 엉덩이 벌려요.”

내 말대로 최정민은 세면대 앞에 서서 허리를 뒤로 쭉 뺀 채 엉덩이를 벌렸다. 그러자 최정민의 시커먼 항문이 눈에 들어온다. 아, 더러워. 그렇게 생각하며 최정민에게 이쪽을 보라고 했다. 내 말에 착실히 따르는 몸 그리고 몸과는 반대로 인상을 찌푸릴 대로 찌푸린 얼굴. 나는 다시 말한다. 웃어. 그리고 내 말에 녀석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는다. 찰칵. 더러운 치부와 얼굴이 휴대폰에 쌓인다.

“이거 완전 선배가 보는 잡지에서 나오는 그런 자세네요. 섹스하는 자세. 그렇죠? 아, 표정은 이제 풀어도 돼요. 필요 없거든. 한 대 때릴 때마다 크게 숫자 세는 거 잊지 말아요. 까먹으면 처음부터 다시 때릴 거니까. 일단 15대를 맞을 거예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까지 환히 웃는 최정민의 얼굴에 똑같이 웃어 주고 한 손으로는 최정민의 허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플라스틱 빗자루를 잡아들었다. 그리고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앗! 라는 소리가 울렸다. 놀랐다는 듯이 펄쩍 뛴 허리를 잡아 누르며 말했다.

“뭐예요? 느꼈어? 지금? 맞는 걸로?”

당연히 느끼겠지. ‘맞을수록 느낀다’라는 항목을 추가해 넣었으니 맞는 것에 환장할 거다. 이렇게 행동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한껏 녀석을 비웃으면서 말했다.

“묻잖아요. 지금. 맞아서 느꼈냐고. 왜 대답을 못 해!”

다시 찰싹 소리가 나며 항문을 맞은 최정민이 두울이라며 허리를 펄쩍 뛴다. 나는 다시 그 허리를 누르며 더럽지만 녀석의 성기를 살폈다. 두 대 만에 서다니 이 자식도 쾌락에 엄청 약하구만.

“섰네?”

일부러 말했다. 최정민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날 바라본다. 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세. 다시 잡아요. 엉덩이 잘 잡아서 벌리라고. 항문 잘 보이게. 그러다 엉덩이랑 손 치겠어?”

내 말에 최정민은 착실히 자세를 다시 잡는다. 세엣! 네엣! 다서어엇! 다섯 번째에서 자세가 무너지는 최정민을 보며 나는 말했다.

“자세 무너졌네요? 처음부터 다시. 일어나.”

내 말에 부들부들 일어나는 최정민의 성기는 바짝 선 채 질질 선액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대놓고 비웃으며 자세를 잡으라며 그를 독촉했다. 결국 다시 자세를 잡는 최정민. 나는 녀석을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민하늘과 한성진 역시 성기를 바짝 세운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남이 느끼는 것을 보면 느낀다’라는 항목을 집어넣은 보람이 있다. 나는 최정민에게 녀석들 쪽을 보라고 했다.

“봐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그 친구에 그 친구들인가 봐. 지금 선배가 맞는 걸 보고 선배 친구들이 바짝 세우고 있네요.”

내 말에 녀석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했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키득키득거리며 말했다.

“어차피 선배가 다 맞을 때까지 할 짓도 없을 텐데 선배 보면서 딸이나 치고 있지 그래요? 그래, 그게 좋겠다. 서로 대딸 해주는 거야. 엄청 좋죠? 서로 대딸 해. 상대가 갈 것 같으면 멈춰.”

그래도 다시 최정민의 항문을 때렸다.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아앗 하는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두 대 세 대 네 대. 네 대에서 최정민은 결국 사정했다. 사정을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꼴을 보니 치욕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다시 최정민에게 활짝 웃으면서 이쪽을 보라 이야기하고 녀석이 싼 정액과 몸이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확인하니 더러운 항문이 붉게 달아오른 채 잔뜩 풀린 얼굴로 활짝 웃는 최정민의 모습이 똑똑히 찍혀 있다. 난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최정민의 부들부들 떨리는 허리를 쓰다듬은 뒤 다시 항문을 내려쳤다. 다섯 여섯 일곱. 다시 서기 시작한 성기를 플라스틱 빗자루로 툭툭 건드리며 좋냐고 물어봐도 나오는 대답은 없다.

“대답해봐.”

“잘못… 잘못했어… 잘못했어…….”

“아니, 그런 대답 말고 좋냐고 묻잖아.”

찰싹 다시 항문을 내려치며 말하자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던 입이 그렇지 않다 부정을 한다. 그래?

“아 숫자 안 셌어요. 선배.”

“여… 여덟……!”

“이미 늦었어. 처음부터 다시.”

내 말에 최정민인 세상 무너진 얼굴을 했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자세를 제대로 잡으라고 명한 뒤 서로 대딸을 해주며 신음소리만 흘리고 있는 민하늘과 한성진을 보았다.

“아니면 선배만 맞고 있으면 힘드니까 잠깐 교대할래요? 둘 중 교대해 줄 사람? 대답해도 되니까 말해봐.”

두 사람은 내 시선을 피하면서 신음소리를 내며 서로 쥐고 있는 성기만 흔들고 있었다. 아무도 없네. 선배 정말 저 둘이랑 친구 맞아요? 내 말과 동시에 딩동댕동 종이 울렸다. 쉬는 시간 종인가? 생각할 때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맞춰 최정민이 소리쳤다.

“살려줘! 살려줘! 윤계인이!”

“어라, 선배 이 모습 보여줘도 돼요?”

“살려줘! 이 새끼가 미쳤어! 누가 선생님 좀 불러와!”

아무래도 보여줘도 상관없나 보다. 나는 앱을 다시 켜서 화장실에 입력 사항을 넣었다. [화장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최정민 민하늘 한성진 강연우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새로 적어 내려갔다. ‘그 누구도 당사자를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그 뒤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항목을 지워버렸다. 그러자 잠시 후 누군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가서 선생님 좀 모셔와!”

최정민이 소리쳤지만 들어온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안으로 들어와 소변을 누고 밖으로 나갔다. 최정민과 그 친구들이 아무리 소리를 쳐도 그 누구도 아무 반응하지 않고 자기 볼일만 보고 나가는 꼴이 우스웠다. 나는 천천히 그 꼴을 보다가 우르르 몰려온 남자애들 앞에서 대놓고 최정민의 항문을 때렸다.

“아흑!”

“참 웃기다. 장난치는 거 가지고 무슨 선생님까지 불러요 선배. 안 그래? 강연우.”

“…그…그래… 장난 가지고…….”

“이게 장난이야?! 이게?!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게 장난이냐고?!”

“니들이 하려고 했던 그대로 하는 건데 장난이 아니고 뭐겠어. 그것보다 숫자 또 안 셌죠? 처음부터 다시.”

“안 건드린다고! 두 번 다신 니 그림자도 안 밟을 테니까 제발 용서해줘!”

“용서해 줘 라는 소리가 나오는 지경이면 아직 덜 맞았어요 선배.”

난 니 입에서 더 때려 달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때릴 거라니까. 또다시 종이 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번 시간은 그냥 빠지지 뭐. 지금 중요한 게 수업이냐. 보복이지. 이번 시간은 미술이기도 하고 여차하면 앱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괜찮다. 다시 최정민의 항문을 때렸다 하나아앗 하는 소리가 다시 화장실 안을 가득 메우고 나는 계속해서 최정민의 항문을 때렸다.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에 녀석은 다시 가버렸고 자세가 다시 틀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항문을 맞으면서 느끼다니 진짜 변태네요 선배.”

“아니야… 아니야… 이건… 이건 네 짓이잖아… 네가… 네가 우리한테 이상한 짓을…….”

“했죠 하지만 그래서? 네가 아니, 선배가 항문을 때리면 느끼는 변태라는 사실이 달라져요? 기분 좋죠? 사정할 때마다. 아니, 오히려 더 쌓였으려나? 선배 혹시 여기에 박아주길 바라는 건 아니죠?”

플라스틱 손잡이를 항문에 갖다 대며 말하자 최정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제발 부탁이야 내가 다 잘못했어 제발 넣지 말아 줘!”

당장이라도 최정민의 항문에 플라스틱 손잡이를 박을 듯이 들고 있던 나는 그걸 그대로 내리다가 최정민의 항문을 다시 때렸다.

“아흑……!”

“그럼 자세나 똑바로 잡아. 숫자 또 안 셌지? 처음부터 다시.”

“제발……!”

“제발 그딴 거 없어. 다시 잡아.”

최정민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자세를 다시 잡았다. 나는 그 몰골을 보며 키득거리며 조롱하고 철저히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성적으로든 녀석을 무너뜨렸다. 중간중간 최정민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민하늘과 한성진 강연우에게 주의를 준 뒤 다시 처음부터 다시 최정민을 때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셋에 가버린 녀석은 어떻게든 자세만은 제대로 잡고 있다. 넷 다섯 여섯 일곱. 일곱에서 한 번 더 간 녀석은 제발 그만둬 달라고 애원했다. 흐르는 눈물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어느새 잔뜩 싸지른 정액이 바닥을 뒤덮는다. 상체는 어느새 아래로 내려가 당장이라도 바닥에 닿을 것 같았다. 닿아도 상관은 없지만.

“하아… 하아…….”

“자기한테 솔직해지지 그래? 기분 좋지?”

“아…니야… 아니야… 나는… 맞으면서 느끼는 변태 따위가 아니야…! 응흣…! 여덟……!”

그래 원래는 아니야. 그런데 그게 이 상황에서 중요해? 아홉 열 하악하악 열띤 숨을 내뱉는 녀석의 성기는 다시 바짝 섰다. 나는 그것을 보며 대놓고 비웃으며 항문을 마저 때렸다. 열 하나. 다시 사정을 한 녀석은 그대로 상체가 꼬꾸라져 자신이 사정한 더러운 바닥에 얼굴을 비볐다. 그럼에도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그 정신은 감탄을 할 정도여서 저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

“잘못…했어… 두 번 다신… 안…그럴게… 제…발…크흐읍…….”

“마저 맞아야죠 선배. 앞으로 네 대 밖에 안 남았어요.”

“네 대…? 네 대면… 그만두는… 거야……?”

“글쎄… 그런데 갑자기 때릴 기분이 영 들지 않네요. 어쩔까…….”

훌쩍훌쩍거리며 바닥에 얼굴을 비비던 최정민은 나의 말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거기에 대고 ‘어떻게든 해보세요’ 라고 이야기하니 절망하던 녀석은 곧 자신의 하체를 내 쪽으로 돌리고 교태롭게 엉덩이를 흔들며 말했다.

“때… 때려주세요……!”

“어디를 왜 때려 달라는 건지 제대로 이야기 해야죠. 선배.”

“제, 제 항문을… 때… 때려주세요…….”

“왜요? 이 상황을 끝내고 싶어서? 미안한데 난 그러긴 싫은데 어쩌지?”

내 말에 녀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맞, 맞으면서… 느끼는… 변태입니다…! 때려주세요!”

“거 봐 결국 순순히 인정할 거면서 자 숫자 세요.”

“아흑! 열두울!”

열셋 열넷 열다섯! 열다섯에 풀 스윙으로 항문을 가격하니 그대로 한 번 더 가버려 쓰러져 버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휴대폰을 들어 촬영을 하고 바로 옆에서 하악하악거리고 있는 민하늘을 불렀다.

“봤죠? 열다섯 대, 다 때릴 때까지는 절대 안 끝나. 자세 틀리고 숫자 안 세면 처음부터 다시예요. 자 나한테 할 말 있어요?”

“제, 제 항문을… 때려… 때려주세요…….”

“응 착하다. 스무스하게 가자고요 스무스하게.”

민하늘의 항문이 그대로 보이는 자세에 나는 최정민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웃으면서 이쪽을 보라고 이야기하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최정민과 똑같은 최면이 걸려 있는 녀석은 다섯 대쯤 때리자 그대로 사정해버렸다. 민하늘의 흐트러진 자세에 나는 다시 처음부터 녀석의 항문을 때렸고 세 번째에서 다시 성기를 세운 녀석은 네 번째에서 사정을 했다. 이번엔 숫자를 세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때리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처음부터 다시를 5번 정도 했을까. 이제는 퉁퉁 부은 항문에 질질 선액을 흘리는 성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얼굴로 내게 잘못했다고 비는 민하늘을 보며 다시 처음부터 항문을 내려쳤다.

“아호오옵!”

“하, 이 정도도 못 견디는 성기가 무슨 섹스를 해 섹스를. 안 그래요? 누가 누구를 범한다고.”

“죄송합니다… 잘못…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발… 때려주세요…….”

이제는 끝내 달라는 소리 말고 때려 달라고 대답하는 민하늘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 민하늘의 항문을 때렸다.

열, 열하나 열둘. 다시 사정.

하지만 제대로 숫자도 세고 자세도 잡고 있어 재개한다.

열셋 열넷 열다섯.

열다섯에서 풀 스윙으로 항문을 내려치자 그대로 쓰러지는 민하늘을 보며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찍어 놓고 한성진을 불렀다. 그때 또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와 한 교시를 이렇게 넘어가냐. 픽 하고 웃음을 흘리며 한성진에게 자세를 잡으라고 이야기하자 한성진이 자세를 잡는다. 빨리빨리 끝내자고 여기 들어올 새끼들 때문에 정신도 없을 텐데. 예상대로 화장실을 오가는 녀석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고 한성진이 자세를 잡았다.

“자 이쪽 보고 웃어.”

한성진이 웃는 것을 보고 찰칵 또다시 사진을 찍었다. 한성진은 들어오는 녀석들이 신경 쓰이는 것인지 계속 눈동자를 굴려 안으로 드나드는 녀석들을 훑었다. 그럴 정신이 계속 남을까 찰싹하고 항문을 때리는 소리가 또다시 울린다 하나에 싸버렸지만 자세도 그대로고 숫자도 제대로 셌다. 이번엔 좀 스무스하게 갈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플라스틱 빗자루를 휘둘렀다.

둘 셋.

셋에서 다시 성기가 선 녀석은 넷에서 바로 싸버렸고 엉덩이를 놓쳤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 한성진이 죄송하다며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다시 처음부터 하나 둘.

“세엣!”

“자세.”

“죄송…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으읏… 하아… 때, 때려주세요……!”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 계속 이러고 싶어요? 자세.”

“아니… 아니에요… 아니에요…….”

“뭐가 아닌데? 맞는 걸로 느끼는 거? 변태란 거? 종합적인 변태 맞잖아 맞는 걸로 느끼는 변태. 얼른 자세나 잡아. 끝내고 싶잖아? 안 그래?”

“크흡… 크윽 하나아앗!”

다시 종소리가 울리고 우르르 화장실로 몰려왔던 녀석들은 우르르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뭐가 그렇게 서러운 지 한성진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속 숫자를 셌다.

“울어? 왜 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내 말에 한성진은 고개를 저었지만 고개를 젓자 후드득 눈물이 아래로 떨어진다.

“운다고 봐주는 일은 없어. 애초에 니들도 이랬을 거 아니야. 안 그래? 자세 잡아 이제 둘이야.”

자기 합리화를 동시에 시키며 한성진의 항문을 내려쳤다. 둘 셋 넷, 사정.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자세가 흐트러지고. 다시 처음부터. 하나, 사정. 둘 셋 넷… 한참 그 짓을 반복하고 난 뒤에야 열다섯 대가 끝났다. 이번에도 마지막에는 풀 스윙으로 항문을 내려쳤다. 아래로 꼬꾸라지는 한성진에게 이쪽을 보며 웃으라 이야기한 뒤 또다시 찰칵 사진을 찍었다. 더러워진 플라스틱 빗자루를 물로 씻은 뒤 청소함에 다시 넣어 두고 아직까지 바닥에서 설설 기고 있는 녀석들에게 휴대폰을 흔들며 이야기했다.

“이대로 더 해봤자 사람 잡는 꼴밖에 안 되니 일단은 여기서 그만둘게요. 일단은. 아, 예상은 하지만 우리 누나 근처나 내 근처에 다시 나타나거나 저급한 소문이 돌거나 이상한 일이 생기면 다 당신들이라고 생각하고 사진부터 하나하나 퍼트려 줄 거니까. 꽤 좋은 사진이잖아? 섹스 어필도 되고 말이야. 아 참고로 내 휴대폰을 어떻게 해도 내 사진첩은 컴퓨터에 자동으로 저장이 되는 기능이 있으니까. 어떻게 안돼요. 그리고… 나한테 덤빌 수 있겠어?”

내 물음에 대답하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내 눈빛을 피하며 눈치만 살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녀석들하고 어울리다니 강연우 수준도 참 대단하다. 나는 아직도 홀딱 벗고 있는 강연우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녀석을 바라보다가 옷을 입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하는 강연우. 강연우가 옷을 모두 입고 난 뒤 내가 말했다.

“한 번 치워봤으니 잘 치울 수 있죠? 치워.”

“알겠어…….”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들 알아볼 테니까. 그 전까지 알아서 치워요. 그럼.”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와 ‘윤계인의 말은 무엇이라도 몸으로 듣는다.’를 해제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니 긴장감이 조금씩 풀린다. 이걸 이렇게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하아. 깊은숨을 내뱉고 쭈그려 앉을 때에 종이 쳤다. 아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점심시간인데 빈 교실이 어디쯤이지? 우리 교실이 비겠구나. 그 속 빈 짐승들이 교실에 남아 있을 리가 없지. 급식실과 반대되는 계단을 이용해 위층으로 올라가 교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준서과 선웅이한테서 몇 개의 카톡이 와 있었다. 그것 중 몇 개를 읽어 보니 어디 있냐, 수업 시작했다, 빨리 들어와라, 저번 시간 빼먹은 거 담임에게 들켰다. 등등의 말이 있었다. 그중 마지막 카톡은 내가 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준서: 성지훈 왔음. 나랑 이선웅은 먼저 간다.>

교실 문을 벌컥 여니 텅 빈 교실 안에는 내 자리에 앉은 성지훈이 있었다. 숨을 헐떡이고 있으니 드르륵 의자를 끄는 소리가 났다. 성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너. 어디 있었냐.”

“아… 그게… 좀 일이 있어서…….”

정신이 팔려도 너무 팔렸다. 자학을 하느라 성지훈이 나랑 같이 점심 식사를 하는 것까지 까먹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니야 나?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려는 데 성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번에 그 녀석들이냐.”

“아…. 응.”

뒷목을 쓸며 대답했다. 내 대답에 성지훈은 그 잘생긴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나는 그런 성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가 이겼어.”

치졸한 승리였지만. 치졸하다 못해 비겁한 승리였다. 제대로 운신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때리는 것과 같은 그런 치졸하고 비겁한 승리.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으려나. 강연우만으로 막을 수 없는 최정민이 누나를 어떻게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서 나는 누나를 지키느라 그랬다는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은 이 미묘한 양심. 하아 한숨을 내쉬니 성지훈이 내 팔을 잡았다.

“그런데 왜 그 꼬라지야.”

“어……?”

“이겼다며.”

“응. 이겼어. 이겼는데 뭐랄까… 음, 정신 승리라는 느낌?”

“제대로 이야기해.”

그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라고 하는 편이 좋을까. 그게 그러니까… 라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성지훈은 조용히 내가 이야기하기를 기다렸다. 무어라 이야기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무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성지훈에게 나쁜 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남을 속이는 것도 슬슬 지치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 지치고 피곤한 것이다. 나는 계속 고민했다. 그렇다고 해서 성지훈에게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그래 그런 것이다. 그러하다면 이 상황에서 무어라 대답하는 편이 좋을까.

“이야기하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성지훈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성지훈이 점점 내 쪽으로 더 다가오더니 날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성지훈? 부르는 이름에 성지훈은 날 당장이라도 뜯어 삼켜버릴 것 같은 눈으로 내려 보며 말했다.

“날 피하고 있는 거야?”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돼. 나 너 피한 적 없어.”

“그럼 내가 고백한 뒤부터 왜 아무것도 안 하는데. 피하는 거 맞잖아.”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래, 미안 니가 피했다고 느꼈다면 피한 거겠지. 그런데.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말이야….”

우리 사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성지훈과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성지훈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성지훈은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이야기해. 난 숨을 천천히 들이 마시고 배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이따 학교 끝나고 이야기하자. 어디든 갈게. 피하는 게 아니야.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거야. 나 믿어?”

“…믿어.”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성지훈의 뺨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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