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4/11)

#003

성지훈네로 오자마자 성지훈의 방으로 들어가 다짜고짜 그를 벽으로 밀쳤다. 보통 이런 경우 키스를 하곤 하던데. 난 여기서 무얼 하면 좋을까. 숨은 가쁘고 상황이 급하다. 몸이 뜨거운 것 같다. 아 조금은 섰을지도. 그러한 것들을 느끼며 성지훈과 가만히 아이컨택을 하던 나는 그대로 고개를 붙여 그와 코가 맞닿게 해 비볐다. 성지훈의 냄새가 느껴진다. 아, 기분 좋다.

“병신 새끼…….”

“하하, 미안 읍!”

날 병신 새끼라 하던 성지훈은 내 멱살은 잡더니 그대로 입과 입을 부딪쳤다. 몰캉 닿아온 입이 그대로 벌려 내 입술을 삼키자 나도 모르게 눈을 말똥히 떴다. 난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없는데…? 아니, 그럼 지금 성지훈이 먼저 나한테 키스하는 거야? 하는 사이 성지훈이 다시 사이를 벌린 뒤 말했다.

“키스.”

“어, 어.”

“할 줄 몰라?”

“아니, 그건 아닌데… 처음이라…….”

당황한 나머지 처음이네 어쩌네 횡설수설 말을 꺼내자 성지훈이 픽 웃음을 흘린 뒤 다시 날 잡아당겼다. 이번엔 입을 벌리자 입안에 깊숙이 성지훈의 혀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상하다. 난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성지훈의 혀가 깊이 들어와 내 혀를 감싸자 야릇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성지훈은 그대로 내 입을 빨아들이며 혀를 몇 번 얽은 뒤 내 입천장을 뭉근히 문질렀다. 그러면서 동시에 손으로 내 버클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내가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내 바지 버클이 풀렸다.

“뭐, 뭐 하려고…….”

“쪽, 쪽…. 뭐 하긴.”

성지훈이 옅게 내 입가에 입을 맞추며 버클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한순간에 페니스가 잡힌 내가 흠칫 굳자 성지훈이 하하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선 거 다 알아.”

“어, 응… 당연히 서지 안 서겠어.”

“그렇지…….”

“으음… 아니, 만지지 마 더럽잖아.”

귀두를 문지르는 손길에 내가 말하자 성지훈이 묘한 얼굴을 지으며 이를 거부했다.

“싫어.”

이상하다. 내가 성지훈한테 건 최면은 ‘윤계인의 부탁은 무엇이든 들어준다’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바뀌었… 아니, 바뀔 리가 없다 애초에 내가 수정도 하지 않았으며 설명서도 꼼꼼히 읽어 보았었다. 그런데도 최면과 다른 행동을 한다고? 왜? 어째서? 애초에 나와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내가 만지고 즐기고 성지훈은 당하는 역 외에는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런 상황이.

“…나도. 널 만질 거야.”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성지훈 역시 나를 만지고 싶은 듯했다.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클럽에서 무얼 잘못 먹었던 것인지 성지훈은 연신 내 입가에 자잘히 키스를 남기며 내 귀두를 뭉그적 훑고 모양을 가늠하듯 더듬더듬 페니스를 만지며 아래로 내려가 음낭에 닿았다.

“서, 성지훈…….”

“…….”

성지훈은 답변하지 않고 그대로 내 하의를 한 번에 모두 벗겨 내렸다. 그러자 내 성기가 살짝 튀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내 성기를 성지훈 방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성지훈과 유사 성행위는 하고 있지만 실질적 섹스를 할 생각은 여태까지 전혀 없었고, 유사 성행위마저 내 개인적 성향에 의해 내 성기를 꺼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더 말하자면 난 내 만족감만 충족시킨다면 이 관계를 성지훈 머릿속에서 지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니. 성지훈이 내 앞에 주저앉더니 후하고 성기에 입바람을 불었다. 이건 위험하다. 이 이상 관계를 나가선 안 된다!

“그, 그것보다 너 아네로스 연습 잘 하고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해?”

“중요해! 중요하니까 부탁이야! 보여줘!”

내 성기를 가만히 보던 성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재빨리 하의를 다시 입고 버클을 잠갔다. 그 사이 성지훈은 옷을 모두 벗은 다음 서랍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내가 갖다 주었던 아네로스가 들어 있었다. 주도권이 나에게 넘어왔음을 확인하고 나는 성지훈을 침대 쪽으로 불렀다. 평소에 하던 대로 보여주라. 그렇게 말하자 성지훈이 내 앞에 주저앉더니 아네로스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았다. 아니, 젤을 안 쓰고? 분명 처음 알려 줬을 때 젤을 전해줬었다. 그런데 왜.

“쪽 쮸웁 쪽쪽.”

방 안에는 성지훈이 아네로스를 빠는 소리만 울렸다. 빨기만 했을까. 마치 펠라치오를 하듯 고개를 흔들며 정성스럽게 아네로스를 애무하더니 혀를 내밀어 아네로스를 핥았다. 그러다 문뜩 눈치를 챘다. 그의 시선이 내 버클로 향해 있다는 것을.

“…이게 평소에 하던 대로야?”

“…어. 잠깐 기다려… 읏…….”

그렇게 말한 성지훈은 몸을 돌려 엉덩이를 들고 내 쪽으로 향하게 하더니 천천히 아네로스를 안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에 난 헛웃음을 지었다. 미치겠네 안 그래도 좋아 죽겠는데 아주 대놓고 유혹을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아, 그래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잖아 왜 나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건가! 어차피 나중엔 다 지워질 관계이니…. 하여튼 간에 나 혼자 앓아 봤자인 문제다. 얼른 해결하고 얼른 다음 진도를 빼야지.

“…있잖아. 어떤 생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거야? 부탁이야 알려줘.”

내 부탁에 성지훈은 아네로스를 천천히 밀어 넣고는 달뜬 숨을 내뱉으며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너한테… 만져진 이후로… 몸이 이상해. 읏. 그래서 그 이후로… 여러모로… 찾아보니 하아… 너랑… 하고 싶어졌어. 으응!”

아네로스가 좋은 곳을 눌렀는지 성지훈이 몸을 크게 튕겼다. 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들어 올려진 엉덩이에 손을 올린 채 뭉근히 돌렸다. 움찔움찔 앞으로 떨리는 엉덩이가 너무나 귀엽다.

“왜 나랑 하고 싶어졌어?”

대답해줘. 나의 말에 성지훈은 하아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네… 기분 좋다는 얼굴이 흐읏… 더 보고 싶…어…. 응.”

아네로스를 잡아 안에서 크게 돌리자 성지훈이 허리를 크게 비틀었다. 기분 좋다는 얼굴을 보고 싶다니 그런 걸 보고 싶은 건 오히려 이쪽이라고, 그리고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마치 추삽질을 하듯 아네로스를 넣었다 뺐다 하자 느끼는 것인지 성지훈은 허리를 세우고 신음을 내뱉었다.

“기분 좋은 얼굴을 보고 싶다니… 그건 이쪽이 할 말이라고. 난 네가 기분 좋아하는 얼굴 좋아하니까… 하아.”

“응, 읏읏 하앗.”

“몸 돌려줘. 이러면 얼굴 못 보잖아.”

“응, 아. 하아… 응 기다…려.”

내 말에 성지훈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대로 아네로스를 깊게 찔러 넣고 성지훈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성지훈이 내 뒷목을 잡아 그대로 키스했다. 보통 남의 입속이 이렇게 달지 않을 텐데. 성지훈의 입속은 달았다. 내가 키스에 응하자 성지훈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내 입안을 탐했다. 키스만 보자면 내가 압도당해 리드당하고 있다. 실상 성행위에서는 아니지만.

맞닿는 혀의 온도가 뜨거워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츄웁 츕 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성지훈은 내 입을 미친 듯이 탐했다. 마치 내 입속에 생명수가 있다는 듯이 절박하게. 그러다 입이 떨어지면 계속 잘게 키스를 하며 부족함을 표한다.

“기분… 좋아?”

“어, 좋아… 하아. 미친 듯이 좋아. 어떻게 해. 키스가 이렇게 기분 좋은 거였어?”

“으응… 나도 읏, 기분 좋아…….”

오늘따라 적극적인 그의 모습에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이것저것 묻고 싶고 여기저기 건드려 보고 싶고 깨물고 빨아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군침이 절로 나와 성지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보들보들한 입술을 느끼며 인내심을 되잡았다. 아직 아니야. 아직 거기까지 갈 수 없어. 아직 부족하다. 도달하고 싶은 경치가…….

“…혼자 할 때는… 읏, 이렇게 좋지 않았는데…….”

미칠 것 같다. 계속해서 시험에 드니 정신이 아득하다. 순간적으로 마주친 눈은 욕망과 열기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날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그 눈빛을 피해 시선을 아래로 내리다가 잔뜩 성이 나 돌출된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이 뒤의 행동은 충동적이었다. 나는 성지훈의 허락도 맡지 않은 채 고개를 내려 성지훈의 꼿꼿이 선 유두를 입에 담았다. 동글동글 돌출된 그것을 쪽쪽 빨고 혀로 굴린 뒤 이로 잡아당기자 성지훈이 달뜬 숨을 내뱉더니 곧 두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바짝 밀착된 몸이 뜨겁다.

혀를 내밀어 성지훈의 유륜과 유두를 동시에 핥자 앓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를 한 번에 입에 담아 빨아내면 달뜬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가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유두를 빨고 있었다.

“윤계인… 그만… 하아…….”

좋다고 두 팔을 풀지 않으면서 그렇게 잘도 말한다. 빨지 않는 유두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다 그대로 긁어 버리니 날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갔다.

“흐읏…! 앗 아… 와… 읏……!”

성지훈의 고개가 뒤로 넘어가며 얼굴에 무언가 튀었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문지르는 하얗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손에 묻어났다. 전부터 얼마나 힘이 좋으면 얼굴까지 튀는 것인지. 뺨을 닦아 내고 계속 흔들었던 아네로스를 꺼냈다. 옴칠옴칠 거리는 항문에 흥분감이 동했다. 상체가 완전히 젖은 채 숨을 헐떡이는 성지훈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아, 목마르다.

“너…….”

“아, 괜찮아 보기 흉하지?”

“…아니…….”

성지훈이 움찔거리는 몸을 일으켜 내게 다가왔다. 뭐지 싶을 때 성지훈이 내 바지와 성기를 동시에 잡았다. 움찔 허리가 뒤로 물려 지려는 것을 성지훈이 성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막는다.

“아, 아파 아파 아파!”

“…말했지… 네 기분 좋다는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아…….”

“아니, 그건 이미 봤을 거 아냐.”

“…제대로 못 봤어.”

못 보기는. 잔뜩 느끼는 성지훈을 보며 똑같이 느끼는 나를 못 본 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아니, 집중하고 있었다면 말이 되긴 한데 하여튼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라고!

“성지훈 부탁이야. 난 그냥 내가 알아서 빼게 해줘. 그게 내가 편해.”

“…그럼… 지금 빼.”

“뭐?”

“지금 빼라고.”

성지훈과 나의 관계는 내 억지와 약간의 꼼수로 이루어진 관계이다. 내 억지로 인해 성지훈은 본래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당했고 나는 이를 지켜봄으로써 만족감과 충족감을 얻는 그런 관계.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기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양심이 아예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양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천천히 성지훈을 생각하며 진도를 나갔을까. 그렇다. 난 성지훈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이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성지훈의 거친 행동이나 언사나 부탁 같은 것은 모두 자잘하게 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라니. 심지어 성지훈은 막 나로 인해 유사 성행위가 끝난 상태. 하아. 깊게 숨을 내쉬니 성지훈이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너. 설마 다른 상대한테 가서…….”

“너 말고 다른 상대가 있겠냐 너 하나만으로도 오감이 만족하고도 벅찬데.”

“그럼 뭐가 문제인데.”

그렇다 문제는 없다. 그냥 내가 내키지 않을 뿐. 심지어 그게 이유라 부탁으로 피하기도 애매하다. 아니, 이 경우는 직구에서 변화구로 들어온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얼마나 내 성행위가 보고 싶으면 부탁권을 이용해 피한 것을 다른 루트를 통해 다시 치고 들어오는 것인가.

“벗어… 나도 네 몸… 보고 싶어.”

“…너보다 볼품없을 텐데.”

“알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실실 웃으며 상황을 끌자 얼른이라는 말을 하며 성기를 꽉 잡아온다. 아파. 아프다고. 나는 결국 항복했다. 내 개인적인 심미안으로 내 몸과 성행위가 차지 않아 성지훈 앞에서는 자위를 자제하고 있었지만… 혹시 알까 이번 자위로 인해 내 몸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질지. 나는 상의를 걷어 올려 벗었다. 그러자 따끔거리는 눈길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성지훈이 내 몸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살펴볼 줄은 몰랐는데. 마치 시간당하는 느낌에 움츠려 들 뻔했지만 생각해보니 성지훈도 느꼈을 감각에 괜스레 미안해져 몸을 쭉 피고 버클을 풀었다. 그러자 눈빛이 더더욱 뜨거워지고 노골적이 되었다. 상체를 핥듯이 진득하게 훑고 바지춤을 잡은 손을 재촉한다.

후우. 숨을 내뱉고 하의를 모조리 벗어 보였다. 그러자 털이 단정하게 정리된 음부와 뻣뻣이 고개를 선 내 성기가 보인다. 보통 때 같으면 반갑기 그지없는 녀석인데 지금 같은 상황이 되니 반갑기는커녕 뻣뻣이 서 있는 녀석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네 녀석 좀 자제를 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잖냐. 하지만 하체는 남자의 또 다른 인격이라고 잔뜩 성이 난 녀석은 어서 만져 달라 재촉하고 있었다.

“좀… 뵈기 싫지?”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슬쩍 말을 던지니 성지훈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긴. 한 손으로 꺼떡거리는 성기를 잡고 엄지로 천천히 귀두를 문지르자 끈적한 선액이 만져졌다. 어째 성지훈을 질질 싸게 만들고 있었는데 반대가 된 기분이다. 약간 달뜬 숨을 내뱉으며 앞을 슬슬 문지르다 기둥을 잡아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는 뭘 생각하고 보면서 자위를 해야 하려나. 노골적으로 성지훈을 보면서 자위를 하면 기분 나빠 할 것 같은데. 아니, 애초에 성지훈도 내 자위감이 된다는 걸 알면서 자위를 하라고 했던 거였던가. 마른 입술을 혀로 훑은 뒤 성지훈을 보니 눈이 마주쳤다.

성지훈이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너의 치부를 제대로 보여 달라고. 그 짐승 같은 눈빛에 순간 뒤가 싸했다. 동시에 아, 난 저런 녀석을 길들이고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으로 묘한 쾌감이 올라왔다. 조금만 움직여도 나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는 힘에 잘빠진 근육들, 무뚝뚝하고 냉철한 성격. 하지만 날 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손이 조금씩 빨라졌다.

“하아… 읏…….”

“후우…….”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신음 소리에 성지훈이 깊게 숨을 내뱉는다. 듣기 싫나 싶어서 성지훈을 살피니 내가 자위하는 모습을 뜨겁게 살펴보며 성기를 잡고 자위를 하고 있었다. 아, 지금 내 자위에 흥분한 거야? 뭔가 묘한 흥분감이 올라온다. 손이 더 빨라진다. 읏 갈 것 같아.

“성지훈… 티슈…….”

“그냥… 후우… 싸.”

“너한테 튈 수도 있잖아.”

‘괜찮아.’ 앓는 듯이 나온 한마디에 한번 동해서 쌀 뻔했지만 입구를 꾹 막아 불발시켰다. 열이 가득한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젓자 성지훈이 손을 흔들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티슈를 들고 와 줬다. 의외로 친절한 모습이 귀엽다. 티슈를 받아 들고 불발했던 것을 다시 싸려고 했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져서 그런지 금방 사정하지 못했다.

“후우…….”

나는 다시 성지훈을 살펴보았다. 노골적인 시선으로 팔뚝에 있는 근육을 따라 올라간 뒤 목젖이 툭 튀어나온 목을 훑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팅팅 부운 유두를 핥듯이 진득하게 본 뒤 아래로 내려가 아직 축축이 젖어 번들거리는 복근을 따라간 뒤 한참 흔들리고 있는 성지훈의 성기를 보았다. 붉게 물들어 있는 그것은 내 것보다 크기가 크고 길쭉한 게 모양새가 좋았다. 툭 튀어나온 혈관까지 있는 훌륭한 것을 이럴 때를 제외하곤 사용하지 못할 그를 생각하니 무언가 짜릿해졌고 그와 동시에 사정했다.

“후우…….”

“…변태 새끼 읏…….”

그렇게 말한 성지훈은 내 뒷목을 잡아당겨 키스를 하며 사정을 하고. 엄청난 양의 정액이 손을 적셨다. 난 살짝 성지훈을 밀어낸 뒤 티슈로 내 손을 닦아 내고 성지훈 손에 새 티슈를 쥐어준 뒤 침대에 앉아 숨을 돌렸다. 그러자 성지훈이 날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더럽게. 씻어.”

“어… 남의 집에서 씻는 건 좀 실례가 아닐까…….”

“씻어.”

그냥 집에 가서 씻어도 된다고 하는 날 그대로 복도로 밀어내려는 행동에 알겠다 알겠다 대답하고 겨우 옷을 입은 뒤 욕실로 갈 수 있었다. 만약에 복도에서 누굴 만나면 어쩌려고 그렇게 밀어 대는지. 그렇게 되면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지 않았는지. 나야 뭐 위기 상황에는 앱을 사용해서 타파해나가면 되지만 성지훈은… 어쩌겠어 내가 챙겨야지. 내가 시작한 일이니 그를 챙겨야 하는 것은 결국 나다. 욕실은 우리 집 화장실의 몇 배는 더 컸고 커다란 욕조와 샤워 부스가 있었다. 내가 사용할 건 샤워 부스 하나지만. 이런 욕실이 있다면 목욕이 즐겁겠구나 생각하며 옷을 벗고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샴푸, 린스, 바디 워시가 다섯 종류는 족히 넘게 있어 꽤 헤매었다. 향별로 사용하는 것인지 뭔지. 원래 재벌 집들은 이런 식인가? 샴푸를 조금씩 짜서 향을 맡아보다 성지훈의 향과 비슷한 샴푸를 찾아내었다. 이게 성지훈 건가 보네.

금방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성지훈이 상체를 벗은 상태로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안은 이미 깨끗해져서 정액투성이었던 이불은 사라지고 뽀송한 새 이불이 덮어져 있었으며 퀴퀴했던 냄새도 사라져 시원했다. 혹시 혼자 청소를 한 건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아주머니가 와서 치워 주셨댄다. 아, 아주머니. 정액투성이 이불을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됐어. 우리 집에선 흔한 일이야.”

“어, 응.”

뭐가 흔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성지훈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아주머니 상태를 살펴서 최면을 새로 걸든가 해야 할 것 같다. 괜히 추잡스러운 소문이 성지훈의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침대에 앉자 성지훈이 의자에 앉아 날 살펴본다. 눈을 훑고 코를 지나 입을 보고 얼굴 전체를 훑은 뒤 입술을 혀로 축인다. 그러고 보니 성지훈은 왜 갑자기 나한테 키스를 했을까. 왜 갑자기 내가 자위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으며 왜 내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 문뜩 궁금해졌다. 궁금하면 물어봐야지. 난 입을 열었다.

“있잖아 솔직하게 대답해줘.”

“어.”

“그… 왜 나한테 키스했어?”

“…키스하고 싶었으니까.”

내 물음에 성지훈은 솔직히 대답했다. 키스를 하고 싶었다고?

“왜? 왜 키스하고 싶었어?”

“…시발. 네가… …네가 키스할 것처럼 굴었으니까.”

“내가? 언제? 아.”

그렇게 말하고 난 뒤 내가 성지훈에게 키스하고 싶을 때마다 코를 비볐던 것이 생각났다. 난 그저 성지훈 입장에서는 나한테 당하는 것인데 첫 키스까지 빼앗기면 기분 나쁠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성지훈한테는 그것이 애태우는 것이었다! 아니, 그전에 나랑 키스가 하고 싶었다는 거야?

“나랑 키스하고 싶었어? 왜?”

“…네가 기분 좋아하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왜? 왜 내가 기분 좋은 얼굴이… 보고 싶어?”

“…몰라.”

그 대답을 끝으로 나도 성지훈도 아무 말없었고,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뭔가… 뭔가 많이 달라졌다. 대체 그 짧은 사이에 뭔가 있었는지. 내 계획하고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데 성지훈이 뭔가 달랐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한참을 고민했다. 이대로 진도를 빼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멈춰야 하는 것인가 한참을 고민해 보았다.

성지훈은 왜 갑자기 내가 기분 좋은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는 것일까. 호기심에? 아니면 걔도 나랑 비슷한 성향인가? 내는 성지훈이 기분 좋음을 떠나 완전히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성지훈이 내가 기분 좋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니. 억지로 하게 만드는 입장에서 애매한 양심을 가진 내가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최대한 들어주고 싶지. 들어주고 싶은데 내가 기분 좋은 얼굴이라니. 상상도 하지 못한 그런 난제였다. 나는 성지훈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고 성지훈은 내가 기분 좋은 모습을 보고 싶고. 물론 지금 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 어떻게든 이루어질 수 있긴 하지만 그 기분 좋음의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고, 하물며 왜 갑자기 그런 심정이 되었는지 이해를 하질 못하겠다. 성지훈은 오히려… 어… 나를 좀… 싫어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철렁했다. 성지훈이 나를… 싫어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성지훈이 나를 좋아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싫어하면? 싫어하면… 그것도 그거대로 문제다. 싫어하는 상대한테 그렇게까지 당해야 한다니 그것만큼 최악은 없잖아. 좋아하면… 이 관계가 끝나고 난 뒤가 문제다. 아니. 아니, 좋아할 리는 없잖아. 일방적인 변태 새끼를 누가 좋아해.

“계인아! 내 착한 동생!”

미친 저게 있었지 참.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며 들어오는 누나의 행동에 자리에서 일어나 허겁지겁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자 술에 잔뜩 찌든 누나가 비틀거리며 신발을 벗고 있었다. 아니, 기우제 지내다 제삿술 얻어먹고 들어왔나, 왜 이 모양으로 들어오는지. 심지어 자기가 들키면 죽는다네 뭐네 하더니 엄마 아빠 다 깨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내가 바로 누나 입을 막으며 조용히 하라 하자 누나는 꿍얼거리며 나한테 얽혀왔다.

“내애애애가 오늘 클럽에서 말이야!”

“어 누나 좀 조용히 하자 엄마 아빠 다 깨겠어.”

“우으으으으응? 우응? 내애애가 클럽에서 말이야- 연우랑 꼭! 닮은 애를 봤다? 웃기지 않냐 연우가 그런 데에 올 리가 없는데 말이야 푸하하하! 구래서 내가 연우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연우가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응? 연우가. 연우가 전화를 안 받아!”

누나의 말에 클럽에서 있었던 일이 다시 생각났다. 누나를 보며 희롱하던 새끼들이. 그 사이에 있던 학생회장. 성지훈의 한마디에 넘어가 홀랑 까먹고 있었지만 누나의 말에 또렷이 생각이 났다.

‘얼른 따먹고 버리든가 해야지.’

여상스럽게 말하던 그 목소리가. 후우. 깊게 숨을 내뱉자 누나가 우리 동생 왜 그러냐며 치근덕거린다. 난 누나를 끌고 누나 방으로 가서 누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누나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다행히 누나 친구들이 잘 챙겨 주었는지 술을 마신 점 빼고는 어디 한 곳 상한 곳이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누나한테 물었다.

“누나. 그 형 이름이 뭐더라. 연우?”

“우리 연우!”

“성은 뭐야?”

“우리 연우 말이야? 우리 연우는- 강씨! 영어로는 캉! 캉여누! 여누. 여누야- 전화 받어.”

다시 학생회장한테 전화를 걸려는 누나를 말리고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준 뒤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름 오래간만에 휴대폰을 들어 앱에 들어갔다. 입력 이름은. ‘강연우.’

❖ ❖ ❖

<3교시 음악→체육>

다른 반 주번이 쓰고 간 공지에 우리 반 사내놈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일수록 선웅이 저 새끼가 비범한 놈이란 게 눈에 확 보였다. 말춤을 추며 온 교실 안을 누비는 선웅이 놈 뒤를 몇몇이 말춤을 추며 쫓고 있었는데 돌연 선웅이 놈이 선두를 이탈해 교실 끝으로 달려가더니 말춤 기차로 슬라이딩을 했다.

“비범한 새끼.”

“이선웅도 이선웅인데 저기에 좋아 미치는 우리 반 놈들은 뭐냐.”

“피타고라스가 말했어. 내가 보기엔 이건 답이 없다.”

“피타고라스가 말할 정도면 리얼 노답인데.”

한참이나 그 난리를 치던 놈들은 교실로 들어온 선생님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한 대씩 맞고 자리로 돌아왔다. 왜 저렇게 체육을 좋아하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이유 같은 건 필요 없고 저 개초딩들은 그냥 체육시간에 하는 축구에 환장한 거다. 무슨 고딩이 저렇게까지 좋아해? 라고 하면 그러게. 왜 저렇게 좋아할까. 분명 체육은 3교시건만 1교시가 끝나자마자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우리 반 사내놈들을 보고 2교시 담당이었던 담임선생님과 여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체육의 여파인지 담임선생님 시간이자 지루하기로 top 랭킹에 드는 사회 시간에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채 수업에 열중했다. 물론.

“이 문제 답 말해 볼 사람? 오, 이선웅.”

“모르겠습니다!”

“나가.”

제대로 된 태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참여하려 하는 자세에서 가산점을 받아, 담임선생님께서는 수업을 5분 정도 단축시켜 주셨다. 5분의 여유로 나와 준서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뻔한 이야기지만 선웅이 놈은 선생님의 수업 끝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운동장으로 전력 질주했다. 그걸 보던 선생님 눈이 심상치 않던데. 나무 막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운동장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운동장 쪽으로 오니 우리 반뿐만 아니라 다른 반 애들도 보였다. 이거 삘이 오네. 수업은 뒷전이고 저쪽 반이랑 우리 반이랑 축구나 한 판 하겠구나.

“어, 저기 성지훈 있다.”

다른 반은 1반이었나 보다. 준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교복을 입은 채 스탠드에 앉아 한껏 인상을 찌푸린 성지훈이 있었다. 쟤 체육 안 하나? 성지훈에게 잠깐 다가가려고 했더니 타이밍 나쁘게 선생님이 내려오셨다. 준서는 성지훈 쪽으로 몸을 튼 내 팔을 잡고 슬슬 줄을 서는 애들 사이로 갔다. 아, 눈 마주쳤다.

어디 아파? 입으로 물었다. 성지훈은 인상을 쓴 채 날 가만히 바라만 본다. 못 알아들었나 싶어 다시 입을 뻐끔거리는데 옆에서 준서가 준비 운동에 집중하라며 발을 툭툭 쳤다. 운동장만 돌고 나면 축구고 족구고 그냥 가봐야지. 체조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성지훈을 살펴봤는데 계속 보고 있었는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는 거야 쟤가 날 의식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것보단 안색이나 앉아 있는 폼은 아픈 건 아닌 것 같은데. 표정으론 구분을 잘 못 하겠다. 성지훈이 인상을 펴고 있던 적이 없어서.

운동장을 크게 돌고 오자 그사이 눈 만난 개 마냥 뛰어다니던 선웅이 놈이 축구공을 들고 왔다. 그걸 그냥 지나쳐 성지훈에게 가려는데 혼자 죽을 순 없다는 준서가 날 잡아 이끌었다.

“진 팀이 아이스크림 쏘기!”

“콜!”

쟤네 저런 이미지 아니었었는데. 1반 놈들이랑 이선웅이랑 너무 잘 맞는다. 쓸데없이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 반 애들은 더 이상의 언급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쟤네 통키 아빠가 어쩌다 죽었는지 재현할 것 같은데. 적당히 타이밍 봐서 뒤로 빠져나가야겠다. 설렁설렁 움직이며 공 쫓는 개들과 성지훈을 살펴보는데 갑자기 성지훈이 놀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뒤통수에 둔통이 느껴졌다. 발 밑을 데구루루 구르는 축구공. 가만히 그걸 바라보자 선웅이 놈의 째진 목소리가 들렸다. 너구나.

“풉, 푸하하하하! 거 봐! 외계인! 통신 좀 작작하라니까! 푸하핡!”

척 보아도 원흉으로 보이는 선웅이 놈 얼굴에 골을 먹여 주고 뒤통수를 터니 선웅이 놈 바로 옆에 있던 녀석이 공을 스틸 해 달려갔다. 얼굴을 문지르다 말고 다시 공을 쫓아가는 선웅이 놈을 뒤로하고 뒤통수를 털며 성지훈 쪽으로 다가갔다. 성지훈은 아까 일어났었던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 마냥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잘생긴 놈은 뭘 하든 화보라더니 이대로 사진 찍어서 모델 샷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것 같네.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뭐?”

성지훈이 뭐라고 하려 한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다. 아까부터 좀 답답했어. 입을 뻐끔거리는 걸로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 있으면 그게 대단한 거긴 한데. 답답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 질문에 성지훈의 인상이 짙어졌다. 나 저 표정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설명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가끔씩 준서나 엄마가 짓는 표정이랑 느낌이 비슷했다.

“어제 좀…….”

“안 아파.”

성지훈이 주변을 살피며 대답했다. 반 안에서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관심을 가지겠지만 여긴 운동장이고 평소 성지훈에게 공포건 호기심이건 관심을 가지는 녀석들은 모두 축구에 미친 상태다. 여자애들은 뭐. 사람은 일단 기본적으로 자기가 보는 이미지가 진리인 지라 자기들이 알아서 색안경을 껴줄 거고. 그런고로 신경 쓸 것 없다고 생각한 나는 말을 이었다.

“앉을 때 불편하지 않고?”

“……!”

노골적인 물음에 성지훈은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내게 고정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행이다. 체육시간인데 스탠드에 앉아 있어서 어디 아픈 줄 알고 놀랐어.”

“…안 아파.”

아, 그럼 성질과 빽으로 체육 자체 불참가였구나. 부러운 놈. 성지훈의 옆에 앉아 숨을 후 내뱉자 성지훈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이 녀석 남들하고 교류를 안 하다 보니 옆에 누가 있으면 긴장을 한다. 찌푸린 인상과 기세로 티가 나지는 않았는데. 최면 앱의 여파인지 뭔가 묘하게 느껴졌다. 그런 기능도 있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잠깐 앱 정보를 떠올려 봤지만 그런 기능은 확실히 없다. 다시 천천히 비슷한 기능이라도 있는지 정보를 정리하며 정리하며 떠올려 봤지만 없다. 확실히 없다.

다시 한번 앱을 확인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지훈의 반응도 그렇고 내가 눈치채는 것도 그렇고, 물론 관계를 가지는 이상 내가 남들의 비해 성지훈의 상태를 좀 더 요긴하게 살피고 눈치를 채야 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눈치가 빨랐던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난 눈치가 남들보다 느리면 느렸지 이렇게 세세하게 신경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눈치가 좋지 못하다. 그리고 여러모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그래도 무리한 건 맞으니까 오늘 학교 끝나고 집에서 푹 쉬고…. 다음에 너희 집에 갈게.”

“…오늘은…….”

“오늘은 아네로스 연습. 부탁할게.”

부탁이니 성지훈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지만 무언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이건 또…. 내가 앱으로 최면을 수정하기 전까지는 반응이 똑같을 텐데.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성지훈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돌렸다. 부탁에 대한 반응이 아닌가. 어제부터 정말 알 수 없는 일들뿐이다.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지훈은 그대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 이대로면 멋대로 이탈하는 건데 괜찮나 하고 분위기를 살피니 상대가 재벌 3세 성지훈이라 그런지 선생님은 아무런 제재 없이 녀석을 보내 주었다. 이거 뒤에서 말이 많이 돌겠구나 생각하며 숨을 깊게 내뱉었다. 이걸 뭐라고 변명을 해주면 좋을까. 어디 아프다고 하는 건 녀석하고 맞지 않는데 말이야. 아니, 내가 뭐라고 이걸 변명… 최근에 성지훈하고 다니는 게 나구나. 싸웠다네 뭐네 말이 돌면 귀찮은데 말이야. 그리고 다행히도 성지훈이 그렇게 들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닌지 그 어떤 말도 돌지 않았다.

점심시간엔 평범하게 성지훈과 식사를 하자 준서가 아까 둘이 싸운 게 아니냐며 카톡을 해왔다. 거기에 그런 거 아니라고 해명을 하는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나름 평범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하교 시간이 되어 성지훈이 오지 않자 준서가 정말 무슨 일이 있던 게 아니냐고 물어왔다.

“그런 거 아니야. 오늘 내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라고 했어.”

“오, 일이면 우리랑 함께!”

“아니야.”

“존나 단호하네 단호박이세요?”

“언제 적 드립입니까 그거 진심 소오름.”

“아오, 아재들. 얼른 들 꺼져. 나까지 물들라.”

우리 둘의 말에 준서가 등짝을 팍팍 치며 말했다. 아니, 쓸 수도 있지! 왜 내 기를 죽이고 그래! 한 대 더 맞았다. 다시 한번 나를 붙잡는 선웅이를 뒤로하고 2층으로 내려와 3학년 1반으로 향했다. 3학년 1반은 아직 종례 중이었다. 그 사이에서 난 학생회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저기 있네. 창가 쪽 맨 앞자리. 얼굴이 반지르르한 게 기분이 나빠졌지만 휴대폰을 들어 필요한 사항을 하나하나 입력한 뒤에 당당히 앞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당장 학급에서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갔음에도 학생회장을 제외한 그 누구도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선생님은 계속 종례를 하시고 선배들은 계속해서 종례를 듣고 있다. 그럼, 당연하지. 지금부터 이 반에서 ‘윤계인이 하는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으로 강연우 외에는 신경 쓸 수 없다’라는 법칙이 존재하니. 내가 그대로 걸어 학생회장 앞으로 걸어가자 학생회장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그래, 이게 무슨…….”

“연우아 왜 그러니?”

“아뇨 아니에요.”

이런 내 행동은 다른 이들에겐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학생회장은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말았다. 난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아직 서툴러서.”

내 말에 학생회장은 내 눈치와 선생님 눈치를 동시에 살피며 입만 벙긋거렸다. 나는 항목에 하나 더 추가했다. ‘윤계인과 강연우가 하는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으로 강연우 외에는 신경 쓸 수 없다.’ 항목을 추가하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됐다 이제 말해도 돼요.”

“…….”

“어, 정말인데. 진짜예요. 영 안 믿기면 선생님이라도 불러 보든가.”

학생회장 책상에 앉으며 말했지만 학생회장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난 휴대폰을 주머니 안에 넣고 학생회장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역시 그날 봤던 사람은 이 인간이 맞았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죠?”

내 말에 학생회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솔직히 그렇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이유? 그야 학생회장이 우리 누나를 너무 가볍게 보고 따먹고 버릴 거라는 막말을 해서였지. 그렇다면 그런 일로 내가 학생회장에게 보복해도 되는 것인가. 보복할 수도 있지. 왜냐하면 가족이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이니까. 여기에서 보복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게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나 확실한 건 나는 지금 학생회장에게 앱의 힘을 남용하며 실험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 하여튼. 선배 어제 클럽 갔죠?”

“어, 그래 읍!”

내 말에 자기도 모르게 대답한 학생회장은 다급한 얼굴로 입을 막아 버렸다. 난 실실 웃으며 학생회장의 입을 막은 손을 내렸다. 학생회장은 마치 말을 잘 듣는 개처럼 순순히 손을 내리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한지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 주변이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나한테 말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말이 너무 솔직하게 나와서 놀랐나 봐. 하긴 나도 어제 놀랐어. 정민이랑 말을 참 편하게 하더라고. 우리 누나 보고 그랬지? 얼른 따먹고 버려야겠다고.”

‘최정민. 그 쓰레기랑 말이야. 엄청 친해 보이더라?’ 활짝 웃으며 말하자 학생회장이 말한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거기에 난 입을 삐죽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슥 반 안을 둘러보니 cctv가 보인다.

“포스트잇 내놔.”

내 말에 학생회장의 몸이 절로 움직여 포스트잇을 꺼내 주었다. 나는 그것을 한 장 뜯어 끄는 소리 나게 책상을 끌어 cctv 아래 놓은 뒤 책상을 밟고 올라가 카메라 렌즈를 포스트잇으로 가리고 내려왔다. 쿵 소리가 나게 책상 위에서 내려오자 의자만 딸랑 남은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회장이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 우리 누나를 강간하려고 한 거잖아.”

“그러려고 한적 없…….”

“따먹고 버린다. 쪽팔리니까 치워야지.”

이제 다른 선배들은 하나 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선생님은 종례를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가 버렸다. 하나 둘 우르르 반 안을 빠져나가는 선배들을 떨리는 동공으로 보고 있던 학생회장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앞문으로 나가려 했다. 난 그것을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지금처럼 마치 무언가에 튕겨내진 것처럼 반으로 굴러들어 오게 될 것을 내가 왜 힘 빠지게 붙잡을까. 몇 번이나 온몸으로 밖으로 나가려던 학생회장은 몇 번이나 온몸으로 반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되자 학생회장은 몇 배는 더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은. 좀 많이 했지.”

귀 뒤를 긁으며 여상스럽게 말하자 학생회장이 얼굴을 붉힌 채 가만히 날 노려보았다. 그래 무슨 짓 많이 했다. ‘강연우는 윤계인의 질문에 무엇이든 대답한다’부터 ‘강연우는 윤계인이 있는 공간을 나갈 수 없다’까지. 그 외 이것저것 많이 했다. 그래 난 오늘 작정하고 온 것이다. 성지훈까지 보내 버리고 생각도 정리할 겸 동시에 내 앱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

“한마디로 넌 좆 된다는 거야.”

“나한테 왜 이래?”

“그냥 잘못 걸린 거지. 자, 와서 앉아.”

내 말에 강연우의 몸은 착실히 움직여 의자에 착석한다. 정신과 몸의 괴리에 기분이 나쁜 듯 한껏 찡그려진 얼굴을 보니 이건 역시 성지훈에게는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우의 몸은 윤계인의 명령에 복종한다.’

“이 다음은 내가 뭘 할 것 같아?”

“내가 알아?”

“와, 막 나오는 것 봐. 난 지금부터 너한테 따먹히고 버려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 줄 거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미친 새끼 게이였어? 더러운 새끼.”

“그러지 마 듣는 게이 상처받아 새끼야. 그리고 게이한테 강간당할 새끼도 말이야.”

“하지 마. 하지 마!”

“니가 하지 말라고 소리쳐도 듣는 사람 없어요 선배님.”

‘벗어.’ 그 말에 강연우의 몸은 착실히 움직여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까지 모두 벗어 알몸이 된 녀석은 굉장히 수치스러워하며 자신의 성기를 가리고자 했다. 물론 내 한마디에 정 자세로 서 있어야 했지만. 사실 많은 생각을 했다. 강연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 망가 같은 전개면 여기서 강연우를 따먹겠지.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따먹히고 버려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 성향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내 성기로 강연우의 애널을 뚫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난 이번에 겸사겸사 앱을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한계 실험 및 효과 실험. 과연 앱이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어디까지가 사람에게 적절한가. 성지훈한테는 절대로 하지 못하는 짓이니까. 휴대폰을 꺼내 앱에 들어가 새로운 문장을 작성했다. ‘강연우의 몸은 공기만 스쳐도 느낀다.’ 과연 이 정도는 어떤 느낌이며, 강연우는 어디까지 견딜 것인가. 작성한 것을 입력하고 나니 강연우가 몸을 움찔거렸다.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못해? 뭘 그리 꼼지락거려요.”

“너… 나한테… 읏… 뭐 했어…….”

“생각해보니 나 같은 변태한테 당하는 것보다 혼자 발정하는 게 더 수치스러울 것 같아서 말이야. 걱정 마. 이 눈으로 꼼꼼히 봐줄게.”

그렇게 말하고 본격적으로 강연우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혼자 들뜬 강연우는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며 신음소리를 느끼더니 곧 허리를 숨이며 달뜬 숨을 계속 내뱉다 혼자 가버렸다. 하얀 정액이 교실 바닥을 적셨다.

“야해 빠졌네요 선배.”

“아읏… 흐응…….”

“혼자 움직이는 것도 자극이죠?”

“너… 너… 흐으읏……!”

공기만 스쳐도 느끼는 강연우의 몸은 말을 하는 진동과 움직일 때마다 스치는 자신의 살갗에도 느껴 붉게 물든 채 식은땀만 흘리기 시작했다. 꼿꼿이 서는 유두와 땀에 번들거리는 질척거리는 몸은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었다. 강연우 역시 자기 생활을 철저히 하는 타입인지 몸의 균형이 좋아 보는 맛이 더 있었다. 후우… 숨을 내뱉으니 청각 역시 자극이 되었는지 강연우가 몸을 비틀며 사정을 했다. 교실 바닥은 강연우가 질질 싼 정액과 선액으로 잔뜩 젖어 버렸다. 강연우는 어느새 몸을 웅크린 채 자기 성기를 바닥에 비비기 시작했다.

“쾌감에 맛이 갔나? 선배?”

“학… 하앗… 그만… 제발 그만…….”

“아 다행이다 아직 정신 있네. 그럼 좀 더 있어봐요 선배.”

난 질질 싸며 성기를 바닥에 비비는 강연우 뒤로 가서 등허리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히앗……!”

그러자 강연우가 등을 활처럼 휘며 크게 가버렸다. 제발 그만… 괴로워… 힘들어… 하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천천히 등허리를 계속 자극하자 몇 번이나 연속으로 가버려 성기에서는 정액인지 선액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줄줄 새어 나올 뿐 제대로 사정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나는 말했다.

“선배 아직 정신 있으시죠?”

“하앗… 하아… 제발… 응, 읏… 내가… 잘못해앳…어… 응… 앗…….”

“응, 착하다 우리 선배. 유두가 툭 튀어나온 게 귀엽다. 그런데 만져 주질 않아서 애가 닳은 것 같은데 좀 만져주죠.”

유두를 만지라는 나의 말에 강연우의 몸은 착실히 따른다. 두 손이 마치 의지가 있는 듯이 움직여 강연우 스스로 가슴을 만진다. ‘둥글게 굴려 줘요.’ 라는 나의 말에 손가락이 유연히 유두를 굴리며 만진다. 그러자 강연우는 계속 앓는 소리를 내며 죽을 것만 같은 쾌감에 상체를 숙였다. 나는 상체를 들라 말했고 강연우는 어쩔 수 없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얼굴로 상체를 들었다. 잡아당겨 봐요. 내 말에 강연우의 손이 유두를 잡아당긴다.

“흐읍… 후으……!”

“응 잘한다. 다른 곳 느끼는 것보다 더 느끼죠? 남자도 말이야 가슴이 성감대거든. 물론 개발시켰을 때 이야기긴 하지만. 지금의 선배는 다 느끼잖아.”

“아아… 제발… 그만… 너무 기분 좋아… 안 돼 미칠 것 같아 제발… 잘못했어!”

“이참에 말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란 걸 느끼고 있어? 솔직히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야.”

“아앙… 느껴… 흣… 느끼고 있어…….”

“응, 몸은 착실히 느끼고 있어. 쾌감을 말이야.”

“…제…발… 응…! 이제… 하아… 흡… 윤계…을한테… 접근도 안 할게… 제발…제발… 하앗!”

“와 웃기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 소리 하면서 우리 누나 옆에 있으려고 했어? 이렇게 당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야지 그게 무슨 조건인 것 마냥 말하고 있어요?”

어이가 없네. 하고 등을 짝하고 치니 또다시 등이 활처럼 휘며 크게 가버린다. 일부러 그런 감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나는 때린 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건 어때요. 나도 슬슬 가야 하니. 선배가 시오후키 하면 이제 그만해 줄게요.”

“시오… 시오훗…! 키! 응…앗…….”

“선배 시오후키가 뭔지 몰라요? 시오후키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여기로 하는 거야.”

하고 성기를 툭 치니 질질 흐른 액체가 손에 묻었다. 그걸 대충 강연우의 교복으로 닦아내고 말했다.

“오줌도 아니고 정액도 아닌 걸 싸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흐응… 흐읏… 어떻…어떻게에! 하아…하는 건데…흣.”

“싸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흔들어야지. 끝에서 끝까지 닿아야 할 수 있는 거야. 할 수 있겠어요?”

“하악…흣ㅇ…흔들…엇……!”

흔들라는 나의 말에 강연우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길로 자신의 성기를 잡아 마구잡이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구 흔들어서야 되겠어? 제대로 훑어야지 자 따라 해 봐. 한 손으로는 성기를 잡고. 응, 잘하네. 한 손으로는 귀두를 문질러.”

사실 애널 자위를 시킬까 싶었지만 초심자가 함부로 애널을 건드렸다가 찢어지거나 상처가 나면 곤란하니 쉽게 가는 방법을 택했다. 강연우의 몸이 착실히 내 말을 따른다. 한 손으로는 성기를 잡아 흔들고 한 손으로는 귀두를 문지르며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던 강연우는 그대로 몇 번이나 더 가다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얼굴을 비볐다. 그러자 바닥을 적신 정액과 선액이 얼굴에 범벅이 된다.

“누가 멈춰도 된다고 했어요? 아, 거기에 가슴 문질러봐 미끌미끌해서 기분 좋을 거야.”

“하아…하아… 읏… 제…발 가…가아아앗… 응흣……!”

쪼르륵. 강연우는 결국 실금을 하고 말았다. 시오후키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되었나 싶어 난 앱을 실행해 항목을 몇 개 지웠다. 그럼에도 강연우는 자신의 것을 마구잡이로 흔들고 가슴을 비비고 있었다. 난 그런 강연우를 내려보며 말했다.

“끝났어.”

“끝났… 응읏… 아냐… 아직… 아직… 읏… 기분 좋앗…….”

“그건 선배 몸이 몇 번이나 가서 잔열이 남은 거야 진정하고 기다려요.”

“…제발… 응읏… 그만… 하아… 기…분… 좋아…….”

“하아. 기다려.”

강연우는 몸에 잔열이 남아 움찔거리더니 깊게 숨을 내뱉었다. 결국 기다리란 명령을 하고 자리에 앉아 앱을 확인했다. 분명 민감도를 올려주는 것은 확실히 끝나 있다. 중간중간 확인했었지만 이번엔 정말로 쾌락으로 맛이 가버린 것 같았다. 설명에도 항목을 지우면 항목의 최면이 사라진다는 경고문이 있고. 어차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에 난 이참에 앱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하아… 하아… 하아…….”

강연우의 거친 숨소리만 울리는 교실 안에서 한참을 앱을 들여다본 뒤에 나는 깊은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최면이 변형된다는 항목은 없다. 그렇다면 성지훈의 행동은 성지훈의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것인데. 걔가 왜? 나한테 억지로 당하고 있던 거잖아. 그런 거에 관심 하나 없었잖아. 어느 날 갑자기 듣보잡이 나타나 섹스 파트너가 되자고 부탁했고 이를 수긍했다. 딱 그뿐이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이제… 하아… 어쩔 거야…….”

내 상념을 깬 것은 강연우의 목소리였다. 쯧. 혀를 차자 몸을 움찔 떠는 것이 보였다.

“이 이상 아무것도 안 해.”

“…….”

“그래도 다행이네. 더러운 게이 손이 아니라 스스로의 손으로만 만져져서.”

“…읏…흐으읍…….”

내 말에 강연우는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난 가만히 그 꼴을 보다 또다시 깊은숨만 내뱉었다. 역시 이런 관계는 옳지 않다. 내 마음도 찝찝하고 불편하고, 하나도 즐겁지 않다. 심지어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제대로 마무리도 짓지 못한 채 대충 끝내버린다. 내가 왜 그렇게 성지훈에게 공을 들였는데. 다 이런 관계가 싫어서였잖아.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 만족해?

아니. 난 이 상황에 대해서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잖아. 결국 힘을 휘두른 것에 후회를 하고 찝찝해하고 갖가지 의문만 남은 채 끝나버린 이 상황에. 내가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 더 큰 수치라는 듯이 강연우는 입을 틀어막은 채 울고 또 울었다. 그래, 악당이라면 확실히 악당으로 남는 편이 좋겠지. 그 누가 봐도 난 강연우를 강간했고. 성적으로 치욕을 줬다. 누가 봐도 확실한 악당이다. 후회를 하든 말든 악당이면 악당답게 굴어야지.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신 잘해. 앞으로 누나나 날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선배. 이 정도로 안 끝나.”

“내가…흡 내가 무얼…….”

“최정민 관리 잘하라고 선배님. 선배가 목줄 쥐고 있잖아. 그 자식 퇴학 안 당한 것도 선배네 집이 뒤 봐줘서죠? 잘해. 다음엔 진짜 더러운 게이가 뭔지 느끼게 해 줄 테니까.”

처리는 선배가 알아서 해요. 교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시원한 공기를 맞으니 기분이 숭하다. 난생처음으로 타인을 강간하고 성적으로 수치를 주고 협박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 누나가 여러모로 위험했을 것이다. 내 가족이. 성적으로 위협받고 수치를 당했을 것이다. 이 무슨 독을 독으로 치료하는 꼴인지. 하아. 내뱉는 공기가 까끌하다. 기분이 한참 떨어진다. 이다음엔 무얼 해야 하지? 아, 집에 가야지. 집에 가서 씻고 밥 먹고 잠을 자자. 그리고 날이 밝으면 다시 학교에 오고 준서와 선웅이를 만나고 성지훈을…….

만나도 되는 걸까. 이런 관계 더 이어가는 거 괜찮을까? 문뜩 창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허탈하다. 성지훈과의 관계에서 결국 남는 것이 뭐지? 내 성적 취향을 보는 것? 그만큼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있지만 모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질 그런 관계? 이젠 슬슬 내가 다 나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나쁜 새끼가 맞긴 하지. 내가 아니었다면 멀쩡히 인생 살고 있었을 인간이 지금 둘이나 있는데. 아 시발 왜 또 강연우 생각이 나는지.

마른세수를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내가 쓰레기가 된 대신에 누나를 지켰다고… 생각하기에는 강연우의 울던 얼굴이 눈에서 떠나질 않는다.

“후우… 시발…….”

“윤계인.”

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성지훈이 눈앞에 있었다. 어? 쟤 먼저 간 거 아니었어? 눈을 감았다 떠도 성지훈은 눈앞에 있었다. 진짜야?

“성지훈?”

“볼일.”

“어… 끝났어.”

“얼굴이 왜 그 따우야.”

“어? 어… 일이 좀… 안 좋게 끝나서…….”

“무슨 일이었는데.”

어… 그 물음에 난 난감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그런 일이 좀 있었다고 말하자 성지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날 내려다보았다. 난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 그 이상의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 이미 성지훈한테 나는 변태 새끼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이미지를 남겨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좋게 포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난감하다는 표현에도 성지훈은 삐딱하게 선 채 내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냥… 좀… 그렇게 끝났어.”

“제대로 말해.”

“그냥… 너무 안 좋게 끝나서 그래.”

“저번에 클럽에서 봤던 새끼 때문이야?”

“어…어?”

내 되 물음에 성지훈이 거칠게 욕을 내뱉으면서 갑자기 계단으로 올라가려 했다. 아, 안 돼 그쪽에는 강연우가 아직도 있을 거다. 난 급하게 성지훈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성지훈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당장 누구 하나는 죽칠 것 같은 그 얼굴에 잠깐 압도당했지만 얼른 페이스를 끌고 와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

“아니, 그래. 그런 거 맞아. 그런데 제대로 처리했어. 그러니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처리해서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거야.”

설마 성지훈 역시 그들을 보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야 누나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지만 성지훈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횡설수설하며 제대로 처리를 했다 이야기하자 성지훈이 깊게 숨을 내뱉었다.

“그… 음… 넌 이 시간까지… 어, 뭐 하고 있었어?”

“…….”

어떻게든 상황을 넘기기 위해 물어보자 성지훈이 말이 없어졌다. 어, 그런데 진짜 얘 왜 여기 있지? 학교는 진즉에 끝나고 남은 것은 부 활동을 하는 녀석들밖에 없을 시간이다. 아니, 부활동을 하는 녀석들도 슬슬 돌아갈 시간대다. 진짜 왜 여기 있지?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지만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나는 그저 뒷목만 문지르며 상황을 살필 뿐이었다. 그러자 성지훈이 몸을 틀어 날 잡고 주차장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 어디 가?”

“우리 집.”

“어, 왜?”

성지훈은 또다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입을 다물었다. 얘는 생각이 있는 걸까. 내가 자기네 집에 갈 때마다 무슨 짓을 당하는지 뻔히 알면서 날 데리고 자기네 집으로 가려고…….

“…너, 내가 너희 집에 가면 무슨 짓 하는지 알잖아.”

“…….”

“…….”

그러니까 이건 알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 거란 거야? 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자 성지훈 역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 그럼 지금 이거… 성지훈 나름의 그…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위로? 유혹? 나는 잡히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뭐야, 나 방금 전까지 성지훈과의 관계를 어째야 하는지 고민했었잖아. 그런데 성지훈의 행동 하나로 동하고 있다고? 세상에. 그 어떤 말도 형용사로 튀어나오지 못한 채 어버버거리며 공중에 흩어졌다. 그러자 성지훈이 날 잡은 손에 힘을 줘 날 당겼다. 성지훈의 잘난 뒤태를 보니 귀가 새빨개져 있다.

“성지훈 너…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미친 새끼… 내가 널 왜……!”

버럭 소리 지르던 성지훈은 급하게 입을 틀어막더니 곧 자신의 눈을 가리고 이를 꽉 문 채 말했다. 넌 싫어하는 새끼랑 섹스하냐? 아니. 그럴 리 없지. 그런데 우리 관계는 그런 식으로 시작한 게 아니잖아. 내가 최면 앱을 사용해서 시작된 관계라고 그런데도 내가 싫지 않아? 분명 앱으로 감정 역시 조종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성지훈에게 그러고 싶지 않아 감정을 조종하는 최면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부탁권이라는 것은 긍정이라는 감정을 억지로 불러일으키는 것. 과연, 성지훈이 날 괜찮다 여기는 감정은 그 최면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성지훈 개인의 감정인가.

나는 알 수가 없다.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마 최면이 걸리지 않은 성지훈밖에 없겠지. 나는 어쩌면 좋을까.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대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있잖아. 오늘은 너희 집 말고. 카페로 가자.”

“왜?”

“오늘은 육체적인 관계 말고 정신적인 관계를 가져볼까 해서.”

“…네 맘대로 해.”

부탁이 아니었음에도 성지훈은 순순히 알았다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얼른 가자 그를 이끌었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그럼 일단 제일 해야 할 것 같은 행동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그럼 대화를 해봐야지 어쩌겠어. 성지훈과 함께 차를 타고 기사님에게 근처 카페 아무 곳이나 말하려 했더니 성지훈이 능숙하게 프레이로 가자고 했다. 거긴 또 어디야. 카페 하면 유명한 체인점이나 학교 근처밖에 모르는 난 어리둥절한 얼굴로 성지훈을 바라보았고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세월 도련님께 가시는군요.”

“어, 너희 형이야?”

“친척.”

네 친척이 왜 카페를 해. 네 친척이면 재벌 3세 아니냐고. 아니, 그것보다 갑자기 분위기 가족이요? 왜 가족이요? 중요해서 두 번 말했다. 내가 동공 지진을 일으키자 성지훈이 똑바로 앉으라며 날 밀어 시트에 기대게 만들었다. 내가 당황해하든 말든 능숙한 기사님은 처음 내 존재를 묻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묻지 않고 운전을 하실 뿐이었다. 아니, 물어봐 주세요. 제가 물어볼 용기가 없으니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그대로 차는 한참을 달려 해가 어둑하게 진 뒤에야 도착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긴… 펍…이지?”

“어.”

2층 라운드가 있는 이태리식 건물에 영어로 ‘Pray’ café & Pup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묻자 성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2층 라운드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당황해 기사 아저씨를 보니 아저씨는 정말 친절하게 같이 올라가시면 된다며 손짓까지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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