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성적 취향이 어떻게 되십니까?’ 라고 물으면 나는, 남자가 느낄 대로 느껴서 질질 싸는 거요, 라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여러 성적 취향이란 게 존재한다. 성별, 인종, 나이, 파트너, 사람의 수, 복장, 분위기, 장소, 행위의 목적, 방법 등등….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도대체 어디까지 변태인지, 혹은 AV 메이커인지 뭘 저렇게까지 구분하고 생각을 하는지 많은 생각들이 들 텐데. 뭘 생각하는 모두 아니다.
일단 나는 현재 18살이다. 직업은 당연히 학생. 학생 주제에 무슨 성적 취향을 논하고 있냐. 그냥 큰 가슴만 있으면 장땡 아니냐, 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텐데. 음,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나는 여자랑 남자가 하는 것보다는 남자랑 남자가 하는 게 좀 더 관심이 가는 편이고. 아, 오해 마라, 난 남자다. ‘왜 게이물에 흥미를 가지는데? 너 게이야?’ 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노말물도 보긴 본다, 꼴리면. 레즈물은 굳이 찾지는 않지만 거부감은 없다. 그저 그중에서 게이물이 가장 내가 보고 꼴렸다고 해야 하나. 좆 달린 여자가 남자한테 박는 것도 괜찮은 걸 보니, 그냥 남자가 깔리는 게 꼴리는 거일 지도.
그중 가장 많이 찾는 건 어떤 식으로든 남자가 느낄 대로 느껴서 질질 싸는 거. 소설이나 만화 속에 많이 나오는 그거. 이것도 왜냐고 물으면 그냥 그게 제일 흥분되고 꼴리니까. 음, 뭔가 그런 거 같다. 어떤 남자는 여장을 했을 때에 가장 꼴린다고 하고 어떤 여자는 남자한테 박았을 때 제일 꼴린다고 하는 그거. 취향 존중.
내 취향이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아니, 무슨 경기 보고 직업 삼는다는 소리 하고 자빠졌는지. 느끼는 쪽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쪽이 되고 싶은 거다. 그리고 박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박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느끼는 걸 보고 싶은 거니까. 이야, 내가 생각해도 내 취향 참 변태적이구나. 다행인 건 내가 현실과 망상 그리고 범죄에 대해서 잘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리만족을 위해 영상을 포함해 각종 매체를 모으는데. 여기서 문제가 좀 많이 생겼다. 사람들의 주 장르와 내가 꼴리는 방향이 다른 게 가장 크긴 했는데. 뭘 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 가는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보통 질질 싸네, 분수네 하는 것들은 분위기가 하드하다. 난 그렇게 많은 사람들하고 하는 걸 원한 것도 아니고, 하드 SM을 원한 것도 아니고, 좆으로 느끼는 걸 보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물론 이 부분은 나의 판타지일 수도 있긴 한데. 뒤로만 가네 뒤로 느끼네, 명기네 뭐네 하는 것들 중에서 진짜 완벽히 뒤로만 가는 장르를 본 적이 없다. 박히는 순간 억 소리를 내면서 시든다고. 그리고 꼭 좆을 손으로 열심히 흔들지.
그래도 그나마 비슷한 장르라고 생각했던 건 최면 관련 장르였는데 이것도 다 달라서 문제였다. 그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것도 성적 쾌감이 될 거다! 라면서 발로 밟고 기구나 좆 외에 이상한 걸 쑤셔 넣고. 암캐다 뭐다 드립 치면서 동물이랑 붙여 놓는 것들은 다 지뢰에 개인적으로 보는 사람이나 그린 사람의 인성이 보이는 기분이라 불쾌한 수준이었다. 성적 욕구 한 번 빼기 더럽게 힘들었다. 보통 성행위에 흥분해서 어떻게든 끝을 본다고들 하는데 난 한 번 흥이 식고 지뢰를 밟으면 욕구가 떨어져 나가는 것에 더불어 화까지 났다.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더라. 나도 내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때마다 이상한 새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자, 그럼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이제 왜 이런 이야기를 줄줄이 풀었냐, 하면. 내가 이상 성욕을 가진 미친놈이며 이를 위해서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푸는 이상적인 AV라인이나 소설 같은 스토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차라리 그런 거면 그냥 전 그런 범죄자입니다! 하고 끝나는데. 하여튼. 위와 같은 이유들로 성욕을 만족스레 풀지 못하고 성에 대한 궁금증이 쌓여 있는 나한테 최면 앱이란 게 생겼다.
‘최면 앱이란 게 뭔데? 어떻게 얻었는데? 그거 가짜 아니야?’ 라고 물으면 일단 최면 앱은 말 그대로 최면 앱이다. 최면 앱이 최면 앱인데 왜 최면 앱이냐 물으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믿냐고 물으면 난 저게 해킹인 줄 알고 약 2시간 동안 저걸 지우기 위해 온갖 쌩쇼를 다 해봤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앱이 실행된 휴대폰은 홈 버튼도 전원도 먹히지 않아 배터리를 뽑아 전원을 끄고 다시 키려고 했는데 배터리를 빼도 내 휴대폰은 꺼지지 않은 채 앱을 실행시키고 있더라. 아무리 날고 긴다는 해커들이라도 배터리 뽑힌 휴대폰 전원을 좌우지할 수는 없잖아. 심지어 데이터 로딩까지 하고 있어. 이 휴대폰 공기기라 와이파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내 책상 앞은 딱 와이파이 커트 존이다. 딱 여기서부터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 이미 뭔가 상식에서 벗어난 상황인데 여기서 뭘 더 따지고 생각해야 하나 싶어서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상식 영역에서 많이 벗어난 듯한 상황으로 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뭔지는 사용을 해 봐야만 알 수 있는 상황. 이거 어찌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로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사용자 데이터 로딩이라는 문구가 떠오르며 스파크가 튀었다. 화면에 이미지 효과인 스파크가 아니라 휴대폰에서 진짜 스파크가 튀었다. 손끝에서 느껴진 찌릿한 감각이 온몸에 파르륵 퍼지고 작은 솜털까지 부르르 서는 게 느껴지며, 쌍코피가 터졌다. 찰나의 순간에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난 휴대폰을 반쯤 내던지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삐 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세면대에서 고개를 숙인 채 지혈을 하고 있자 서서히 삐 거리는 소리도 사라지고 머리가 점점 맑아지면서 저 앱의 사용 방법이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뭐? 아니면 무슨 짓을 하려고? 같은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말 그대로 갑자기 앱의 조작 방법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니, 진짜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뜬금없는 이 상황에 제일 어이없고 제일 멘붕인 건 나란 말이야. 나름 사실만을 전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일단 어디서 감전을 당했을 때에는 물을 많이 마시라고 들었던 것 같아 생수병을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모든 작업이 끝났는지 앱 명 같은 건지 쓸데없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필기체로 쓰인 ‘Making Thoughts’라는 타이틀과 터치하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진짜 믿을 만할 것 같은데. 아직 꽂지 않은 배터리와 누가 박아 놓은 것만 같은 앱 조작법.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었지. 어차피 뒈질 인생 손해 보는 것만 아니라면 막 살아 보라고.
나는 화면을 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