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
2부
프롤로그. 결말
1. 왕성 탈환
2. 왕성 탈출
3. 거미줄의 성 上
4. 왕성 북문 방어전
5. 거미줄의 성 下
6. 피와 꽃 (1)
프롤로그. 결말
모든 것이 끝났다.
세상은 온통 붉었다. 무너진 왕성은 피로 물들고 검은 숲은 불탔다. 불길이 치미는 곳에서는 검붉은 연기가 피어올라 하늘을 뒤덮는다. 비명은 쌓이고 쌓여 하나의 거대한 소음이 되었다. 사람 하나 죽는 것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감상이 들 정도로 도처에 죽음이 넘쳐흘렀다.
인간이 세운 법과 질서, 기준은 의미를 잃고 말았다. 아이를 잃은 어미는 두려움에 곡은커녕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남을 도우려는 자는 가장 먼저 죽었다. 인간은 인간을 죽이고, 마물은 그들을 죽이고… 서로를 잡아먹고 잡아먹힐 뿐이다.
흔히들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을 간다고들 한다. 천국을 위안으로 삼거나 지옥을 양심의 근거로 내세우며.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이곳이 바로 살아 있는 지옥이었다. 저주를 받고 태어난 자들이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는 땅이다. 신이 있다고 한들,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어 이곳까지는 시선조차 닿지 않을 것이다.
단말마의 비명과 울음소리 사이로, 비가 내렸다. 숲과 왕국을 집어삼킨 거대한 불길을 끄기에는 더없이 가는 빗물이었다.
비는 물의 표면 위로 크고 작은 동심원을 그렸다. 호수는 황금을 녹인 거대한 그릇처럼 보였다. 그것은 푸른 새벽녘에서 아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으며, 호수에 선 한 사내 때문이기도 했다. 그의 몸은 호수에 몸이 반쯤 잠겨 있었다. 황금빛의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호숫물에 잠겨 흩어졌다.
“칼….”
빗물이 호수의 수면에 부딪히는 소리만큼이나 작고 애처로운 부름이었다. 눈가에 고인 눈물은 빗물과 함께 호수로 떨어져 내렸다. 어느덧 호수 주변까지 태우기 시작하는 불길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 금세 증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칼리번, 나는….”
황금빛 물에 가라앉은 이를 품에 안은 그는 속삭였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나는,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