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꿈의 끝
검게 죽어 버린 숲 근처에는 막사가 차려져 있었다. 마물들은 숲 전역에 퍼져 있다가, 밤에만 막사로 집결했다. 돌아올 때는, 각각의 손에 제물이 하나씩은 들려 있었다. 벌레처럼 흩어져 여기저기 숨어 있던 인간 사내들이었다.
“도, 도와주세요…. 저희 말이 통하잖아요…?! 제발, 저, 저 괴물들 몰래 풀어 주십시오! 흡, 읍! 윽, 으극…!”
마물들이 젊고 순진한 인간 사내를 잡아 오면, 마물 혼혈들은 우선적으로 그들의 입에 재갈을 채웠다. 포로의 말대로 언어가 통하기 때문에, 듣다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는 아니었다.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마물과 번식 가능한 인간 사내는 하나하나가 소중한 노동력이었다. 포로의 두 손을 등 뒤로 묶고, 도망칠 수 없도록 두 발도 묶는다. 그 후 짐승 우리 안에 모아 둔다.
인간 사내 중에는 포박을 하지 않은 ‘노예’도 있었다. 노예들은 수족이 자유로웠으나 하나같이 초점을 잃은 눈으로, 어딘지 꿈을 꾸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알파가 제 몸에 칼로 숫자나 글씨를 새기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밤이 무르익자 막사 곳곳에 횃불을 올렸다. 인간이 휴식을 취하고 잠드는 것과 달리, 마물은 더욱 기가 살고 활성화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물 혼혈은, 본성이 인간보다는 마물에 훨씬 더 가까워진다.
알파로 그득한 막사에는 수컷 냄새가 그득했다. 알파들은 직접 잡아 오거나 배당받은 인간 사내들을 데리고 각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그만…. 으, 아악!”
“아, 흐읏, 흐으읍! 끄으, 윽!”
이때가 되면, 잡혀 온 인간 사내들은 본격적으로 발작하기 시작했다. 평생을 수컷인 줄 알고 살았기에, 설마 자신이 더 강한 수컷의 짝이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탓이었다. 이런 전쟁의 시대인데도.
알파는 헐떡이며 사내의 다리에 묶인 줄을 풀고, 바지를 벗겼다. 반항이 극심한 탓에 마물은 사내의 바지를 거의 찢다시피 했다.
“으읍, 으으—!”
인간의 급소인 성기가 훤히 드러나자 사내는 버둥거리며 다리를 모으려 했다. 알파는 사내를 제 성기가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다. 사내의 다리가 마물의 허리를 감쌀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흐, 아아….”
젊은 사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엉덩이골 사이로 거대한 성기가 비벼졌다. 알파의 성기는 보통 인간 수컷과는 크기에서부터 현저히 달랐다. 이런 것을 몸속에 넣었다가는 죽을 것이 분명했다.
“끄아악!”
준비도 없이 마물의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성기가 몸 안으로 박혀 들었다. 몸이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알파는 체중을 실어 가며 삽입에만 열중했다. 사내는 마물의 육중한 몸에 깔려 버둥거렸다.
“아악, 으윽, 악!”
실제로 삽입 중에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사내도 더러 있었다. 막사 여기저기서 고통이 섞인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끔찍한 비명도 잠시였다. 시간이 지나자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가 대체했다. 마물과 인간의 어울리지 않는 결합이었다.
온갖 짐승의 형상이 섞인 거대한 마물과 달리, 인간 사내는 그들보다 작았고 몸에도 털이 훨씬 적었다. 사내들은 압도적인 힘에 차이에 굴복하며 마물의 성기를 입으로, 그리고 뒷구멍으로 받아 내야만 했다. 마물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뱃가죽이 불룩 솟아오르며 성기가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훤히 보였다.
“히, 이익, 크으으, 흐읏…!”
처음에는 온몸에 힘을 주며 거부하던 사내들도 곧 정신을 놓고 숨만 할딱거렸다. 도망칠 수도, 죽을 수도 없으니 현실을 포기한 것이다. 흥분한 마물들이 퍽, 퍽 소리가 날 정도로 허리짓을 할 때마다 사내들은 힘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포기한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알파의 성욕은 인간보다 훨씬 거칠고 길었다. 사내의 몸으로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정도였다. 혹이 흉측하게 솟아오른 거대한 성기는 몸 안을 꽉 채우다 못해 전립선을 짓뭉개 버렸다. 그 자극으로 인해 기절조차 할 수 없었다. 마물 아래에서 흔들리던 사내는 정액을 오줌 싸듯이 픽, 픽 쏘아 댔다.
“아… 앗…! 으응….”
마물에게 처음 뚫리는 사내들과 달리,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노예들은 좀 더 유순했다. 그들은 두 손으로 다 잡히지도 않는 성기를 열심히 감싸며 애무하고 입을 쓰기도 했다. 노예 사내는 기꺼이 마물의 배 위에 올라타 그들이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자위 기구가 되어 주었다.
“하아, 아…. 오늘도, 히익, 알파님의 정액…. 정액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기, 기뻐요…. 아, 아악!”
마물의 성기에 익숙해진 사내들은 이제는 뒤로 삽입 당하지 않으면 발기조차 되지 않았다. 배 속이 뭉개질 정도로 거세게 박히면서도 그들은 희미한 미소를 잊지 않았다. 이들은 한때는 자식을 둔 한 가정의 아버지였고,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기도 했고, 마을 처녀와 결혼을 약속한 사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물의 밤 시중을 드는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 천천히….”
쾌락에 젖은 신음은 막사 바깥이 아닌 안에서도 울렸다. 거대한 뱀 형태의 마물이 하얀 사내를 탐하고 있었다. 땀이 밴 하얀 몸 위로 붉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어 유독 자극적이었다. 뱀 마물은 두툼하고 긴 제 몸체로 그를 꽁꽁 옭아매었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붙잡혀 숨을 쉬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마물과 사내는 한 몸처럼 얽힌 채였다.
희고 가는 다리 사이로는 뱀의 검붉은 성기가 쑤걱거리며 묵직하게 오가고 있었다. 뱀에게는 사내의 몸 안을 오가는 성기 외에도 하나가 더 존재했다. 그것은 사내의 허벅지 안쪽을 문지르며 다음 삽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쪽의 성기가 사정을 마친 후에는 그것이 바로 사내의 몸속으로 들어가 노팅을 할 것이다.
“아, 아…! 거… 거기…. 으…. 좋아, 거기….”
성기가 두 개인 탓에 교미가 유독 길어졌다. 그러나 뱀 마물 아래에서 신음하는 사내는 포로나 노예와는 달랐다. 마물을 받아들이는 일을 고통스러워하지도,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두 눈이 흐리지도 않았다.
“하, 읏…. 아아….”
유려한 얼굴 위로는 꽃이 피듯 쾌감이 퍼져 있었다. 그는 숨을 쉬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묶여 있는 와중에도 최대한 허리를 움직여 깊이 품었다. 쭈걱, 쭙, 성기가 움직일 때마다 꽉 맞물리는 내벽에서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히, 히윽…. 흐으…. 거, 거기… 더… 좀 더, 쑤셔 봐….”
붉은 머리의 오메가는 무슨 일에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평소보다 들뜬 신음이 그 증거였다. 오메가는 마물의 성기에 맞춰 벌어질 대로 벌어진 입구는 길고 굵은 성기를 삼켰다가 뱉기를 반복했다.
“…아!”
교미가 계속되던 중, 뱀 마물이 가는 목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목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곳을 물었는지, 하얀 피부는 붉은 잇자국으로 울긋불긋했다.
“아, 아읏…. 좋아…. 더 깊이 넣어….”
날카로운 이가 피부 속을 파고들자, 좁은 입구는 성기를 부러뜨리기라도 할 듯 꽉 조여 댔다. 뱀은 오메가의 몸 안에 옅은 독을 주입했다. 먹잇감을 잡아먹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독이었다.
“흐응, 아, 아앗…!”
독이 핏줄을 타고 몸 속에 빠르게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오메가의 두 눈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고통이 흐릿해지고 쾌감이 배로 커졌다. 그는 헐떡이며 뱀의 성기를 몸 안으로 빨아들였다. 간지러운 뱃속을 긁어 주는 길고 뾰족뾰족한 성기가 더없이 소중했다.
“……하.”
어디선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한창 교미가 진행 중인 막사 안에는, 그들 외에 다른 사내가 한 명 더 있었다. 눈부신 금발을 어깨 위로 늘어뜨린, 훤칠한 체격의 사내였다. 그는 다른 마물이나 마물 혼혈들과 달리 밤이 와도 인간 사내를 품지 않았다.
알테르 프리드웬. 그는 그저 정교하게 조각된 의자에 앉아, 방탕한 밤의 난교를 지켜볼 뿐이었다. 푸른 보석안은 관음을 즐기는 자 특유의 번들거림이나 정욕 없이 냉철하고 차가웠다. 고아한 자태는 타락한 땅에 유일하게 남은 천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쓰러진 의자와 탁상이 놓여 있었다. 붉은 머리의 사내가 앉아 있던 자리였다. 그들은 체스 중이었는지, 체스판 위로 희고 검은 체스 말들이 흩어진 채였다. 붉은 오메가가 교미를 마치고 돌아와도 게임이 재개되기는 요원해 보였다.
“…….”
알테르는 길고 우아한 손으로 체스 말을 만지작거리며 무료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검은 왕비의 말이었다. 막사 밖에서 난교가 벌어지든 말든, 세상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푸른 눈은 왕비만을 한없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음.”
툭, 그의 손에서 체스 말이 떨어졌다. 그 작은 소리가 모든 행동을 멈추는 기폭제가 되었다.
“하아…….”
뱀 마물이 안겨 주는 쾌감에 푹 빠져 있던 붉은 오메가도 늘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막사와 그 주변을 이루던 공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훨씬 예민한 쪽은 인간의 피가 섞인 마물 혼혈보다는 마물이었다. 차가운 피부를 에어리얼의 몸에 부딪치던 뱀 마물은 꼬리를 파르르 흔들며 벌써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난교가 벌어지던 막사 밖은 언제부터인가 비명과 신음이 뚝 끊겼다.
“그가 왔어.”
붉은 오메가, 에어리얼은 침상에 누운 채로 중얼거렸다. 뱀 마물이 스르르 그의 몸에서 내려왔다. 연결되어 있는 성기가 가장 늦게 빠져나갔다.
“그가……. 아, 하읏…!”
에어리얼은 뱀의 성기가 배 속에서 빠져나가는 감각에 낮은 신음을 흘렸다. 마물의 성기는 빠져나갔지만, 그것이 남긴 정액이 다리 사이에서 흘러내렸다. 에어리얼은 몸을 떨며 그 여운을 즐겼다. 에어리얼이 느끼는 쾌감은 뱀 마물이 아닌, 지금 막 도착했다는 ‘그’가 남겨 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알테르는 말없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어깨에 걸쳐진 망토가 우아하게 흘러내렸다. 에어리얼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안, 알테르는 검은 망토를 남겨 두고는 먼저 막사를 나왔다.
“…….”
막사 밖에는, 여전히 알파들이 인간 사내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다들 인간과 이어진 상태에서 천벌이라도 받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것이다. 마치 돌덩이들 같았다. 마물의 거대한 성기를 품은 인간 사내들만이 꺽꺽거리며 괴로워할 뿐이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느릿한 발소리가 들린다. 단순하게 쿵, 쿵 거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질질 끌고 있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알파가 모두 그것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화르르 타오르는 횃불이 연회 중간에 난입한 그 존재를 비추었다. 밤의 연회에 가장 마지막으로 당도한 주인공은, 황소처럼 거대한 마물이었다. 근육질의 사내를 서너 배로 키워 놓은 듯한 모습이나 피에는 갈색 털이 돋아 있었고 머리에는 두꺼운 뿔이 달렸다.
소 마물은 한 팔이 잘리고 얼굴의 반이 날아간 채였다. 온몸은 당연히 피로 얼룩져 있었다. 보통 사나운 전투를 치르고 온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알파들은 영웅의 귀환에 집중하는 것인가?
알테르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긴 머리카락이 따라서 흔들렸다. 소 마물의 남은 팔은 인간의 발목을 단단히 쥔 채였다. 마물이 걸을 때마다 땅에 얼굴을 처박은 사내가 함께 끌려오고 있었다. 흙 위로 피의 융단을 깔며….
그 피에서는 냄새가 풍겼다. 마물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체취였다. 한번 그 향기를 맡으면, 어떤 알파든 당장 품고 있는 인간 사내는 성에 차지 않게 되었다. 마물들은 제 성기를 인간 사내의 몸에 쑤셔 넣고 있으면서도, 굶주린 것처럼 씩씩거리고 흥분했다. 횃불에 비치는 마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마물에게는 이성이 존재하지 않으니, 당장 전리품에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느새 막사를 나온 에어리얼이 알테르의 곁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 마물은 전리품을 알테르의 앞에 내던졌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산처럼 거대한 몸이 바닥에 떨어지니 땅이 일순 울렸다.
“죽었군.”
에어리얼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하얀 나신 위로는 알테르가 두고 간 망토를 걸친 채였다. 자신의 명령을 따르다 죽음에 이른 마물을 보고도 그는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
“흠….”
알테르는 몸을 숙여 마물이 가져온 전리품을 살폈다. 여기까지 온 마물이 워낙 체격이 커서 그렇지, 그가 가져온 전리품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인간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었다.
던져진 것은 검은 머리카락에 짙은 피부를 지닌 사내였다. 알테르는 그의 머리를 움켜쥐고는 우악스럽게 들어 올렸다. 어두운 밤에도 눈에 띄는 금발이 살랑거리며 흔들렸다.
“…으…, 허억….”
전리품은 두 눈두덩이가 부풀어 있어 눈을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다만 알테르의 숨결이 닿자, 입술을 조그맣게 달싹거렸다. 알테르는 전리품의 입에 손을 댔다. 그것의 입을 벌리고는, 입 안을 살폈다. 그러나 부러진 이빨과 혀 아래의 피 웅덩이, 그러나 간신히 꼴깍거리는 목구멍이 전부였다.
“…나를 속였군.”
알테르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미련 없이 손에 쥔 전리품을 바닥에 내던졌다.
“속이다니?”
에어리얼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네가 찾는 건 숲을 뒤져 보면 곧 나올 거야. 정 아니면, 불을 지르면 알아서 뛰쳐나오겠…. 으윽!”
에어리얼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알테르가 전리품을 살피던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쥔 탓이었다.
“내 동생을 어디다 숨긴 거지?”
“자, 잠깐, 내, 내 말을……. 윽, 아윽…!”
알테르는 목을 쥔 그대로 에어리얼을 들어 올렸다. 에어리얼의 체격은 알테르에 비하면 소년이나 다름없었고, 그의 두 발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더러운 체취가 나까지 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알테르는 서늘한 목소리로 위협했다.
“헉, 아, 알, 고 있어……. 크흑, 알고, 있…다고!”
에어리얼은 숨도 쉬기 버거우면서도 눈웃음을 짓는 여유를 보였다.
“…그 혀로 변명할 여유는 주지.”
알테르는 한숨을 쉬고는 에어리얼을 바닥에 내던졌다.
“하아, 아아…….”
에어리얼은 바닥에 쓰러진 채 크게 숨을 헐떡였다. 알테르에게 목을 붙잡혔을 때부터 엉성하게 둘러쓴 망토는 몸에서 떨어진 채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하얀 나신이 그대로 알파들에게 노출되었다.
“하아, 하아……. 에레즈…라고 하던가? 하아…. 어린애 하나 놓친 게 그렇게 무서워?”
“…….”
“지금 잡혀 온 저 녀석은 말이야, 여태까지 에레즈 프리드웬을 보호하고 있었어. 아마… 하아, 왕자를 도망치게 하고 혼자 시간을 번 거겠지. 그 정도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잖아?”
에어리얼이 목이 조였던 탓에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하고는, 웃었다.
“그깟 애새끼는 마물을 풀면 당장 내일이라도 잡을 수 있어. 하지만 ‘오메가’는 다르지.”
그 말에 알테르의 시선이 에어리얼에게서 전리품으로 옮겨졌다.
“알테르, 알다시피 나는 더는 마물을 낳을 수 없어. 이대로라면 먼 후일에는 벌레처럼 번식하는 인간에게 패할 수밖에 없지만….”
에어리얼은 망토로 제 몸을 감싸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새로운 오메가가 있다면 다르지.”
그의 붉은 두 눈이 번뜩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마물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거기다….”
에어리얼은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알테르를 스치며 일부러 그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전리품에게 다가가 기꺼이 두 무릎을 꿇었다.
“게다가 지금 이 오메가는 새끼를 뱄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던 알테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래, 다름 아닌 네 동생의 씨지.”
에어리얼은 확실하게 선고했다. 그럼에도 알테르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죽어 가는 검은 오메가를 내려다보았다.
“……푸흡.”
알테르의 반응에 에어리얼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작은 비웃음에 지나지 않았다.
“하하, 아하하…! 큭, 큭큭, 크흐흐…….”
그러나 그 웃음은 점점 거세지고 목이 찢어질 정도로 거칠어져, 고요해진 주변을 찢어 버릴 듯 퍼져 나갔다.
“여자아이일지, 남자아이일지…. 궁금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