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 (16/34)

제 4 장 : 세상에 미련 두는건 그녀밖에 없기 때문에... 

#... 2 

한참을 얌전하게 그의 점퍼 속에서 울던 혜연은 

차츰 진정을 하고나자 자신이 민혁의 품에서 너무 편하게 울었다는게 민망한지 

그의 품에서 떨어져 나오며 양쪽 손바닥으로 아무렇게나 얼굴을 닦아 낸다 

“이리로 앉아봐” 

비닐하우스 안에서 굴러다니던 박스를 접어 

봉긋이 올라와 있는 바닥에 내려놓은 민혁이 혜연의 팔을 잡아끌어 앉힌다 

얇게도 입고나온 그녀의 어깨위에 

민혁의 점퍼를 벗어 걸쳐주고는 그도 혜연의 옆에 앉는다 

“됐어요. 이거 가져가요” 

“왜 저렇게 얇게 입고 나온거람..” 

“유정이네 가려고 나오던 중이었단 말에요” 

“승식이네가 경태네 옆집 이라며? 

유정씨가 경태네 뒷집이라고 했으면 바로 알았을텐데” 

“경태네? 경미네 큰 오빠 말에요?” 

“이런 이런.. 여기서 나이차를 실감하게 되는군 

서로 자기 또래 친구 이름으로 말하니..” 

스웨터 하나만 입고 있는 민혁이 추워 보인다 

비닐하우스 안이라고는 해도 뿌연 입김이 나오고 있다 

“안 추워요?” 

“내가 로봇이야? 안 춥긴 왜 안 추워?” 

“그냥 이거..” 

“됐어요. 내가 추운게 낫지... 

추워 보이는 혜연씨 쳐다보는게 틀림없이 더 추울거야” 

말끄러미 쳐다보는 혜연의 시선을 받던 민혁이 

그녀가 걸치고 있는 점퍼 쪽으로 손을 뻗는다 

마주 안듯 가까이 다가와 혜연이 걸친 점퍼 속주머니를 뒤지는 민혁에게서 

은은하게 밀려오는 향이 스킨이나 샤워코롱 향인지 향수인지 모르겠다 

긴장한 채로 몸을 굳히고 있는 혜연과 달리 민혁은 

자연스럽게 담배 갑을 꺼내들어 속에 함께 들어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담배 연기 싫어?” 

“상관없어요” 

“담배를 끊긴 끊어야겠는데... 

이렇게 끊기 힘들어서야 큰일이야” 

“그까짓거 안 피면 그만이지 뭐가 힘들대요?” 

“뭘 모르는 소리를 하는군 

제대로 피는 사람들은 지독히 끊기 힘들다구” 

“사람 관계보다 힘들까..” 

“......” 

“제대로 깊어진 관계를 끊는 건... 

그 어떤 것보다 힘든 것 같아요” 

“힘내.. 권민혁이 혜연씨한테 조금이라도 

의지가 됐으면 좋겠는데 말야.. 

되도록이면 귀찮게 안하고 힘이 되줄 방법을 찾아야지” 

민혁이 귀찮거나 한건 아니다 

처음처럼 단호하게 그를 밀어내지 않는 것은 

민혁이 그녀의 마음에 딱히 남자로 들어와서가 아니라 

밝고 유쾌한 사람이면서도 그 마음씀이 크고 깊다는걸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대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일거다 

꼭 연하라서가 아니라 강유와의 관계는 받아주는 입장 이었다 

그의 투정을 받아주고 그의 소유욕을 받아주고 

그의 거침없고 지독한 사랑까지도 모두 받아주느라 자신의 감정은 누르게만 됐었다 

“그만 가요. 우리 둘이 여기있는거 마을 사람들이 보면 

병원집 막내아들이랑 감 나무집 이혼녀랑 연애 한다고 

순식간에 소문 쫘악 날거에요” 

“여기 노인네들 대부분 진즉 잠자리에 들었을걸?” 

“노인네들만 눈 있어요? 지나다니는 애들이라도 보면..” 

“차라리 소문이나 확 나버리라지” 

혜연은 먼저 일어나 그에게 점퍼를 내밀었다 

두툼한 점퍼가 등에서 떨어져나가자 서늘한 냉기가 온몸을 감싸는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혁이 다시 그녀의 어깨에 점퍼를 걸쳐준다 

“혜연씨 집 앞에 가서 받을께” 

“유정이네로 갈거에요” 

“그럼 경태네 뒷집 유정이네 가서 받지 뭐” 

민혁이 비닐하우스 쪽문을 열어주며 혜연을 내보낸 후 따라 나오더니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던 개 한 마리를 보고는 그녀에게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어.. 절봉이가 봤다” 

“예?” 

“절봉이가 우리 둘이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거 봤다구 

저 녀석 입 다물게 뇌물이라도 써야하는거 아냐?” 

“쟤 이름이 절봉이에요? 누구네 개인데요?” 

“모르지” 

“그런데 이름은 어떻게 알아요?” 

“나중에 결혼하면 키울 개 이름 입니다” 

“정말 엉뚱하다니까” 

민혁의 입가에 걸려있는 미소가 그녀를 향하고 있다 

그가 스웨터를 입은 팔을 쓸어내리며 몸을 조금 움츠린다 

의연한척 하지만 혜연에게 점퍼를 씌우고는 꽤 추운가보다 

그녀는 유정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민혁에게 점퍼를 건네주고 그를 돌려보냈다 

민혁은 마치 시험을 치르러 가는 수험생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듯이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기만 하고는 돌아서 갔다 

혜연이 강유와의 일을 이야기하는 동안 조용히 듣기만 했던 유정은 

마치 난해한 영어문장을 번역해내라는 과제라도 받은 것처럼 심란해 하면서도 

큰소리를 탕탕 치며 모든게 다 잘될거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녀는 알수가 없다 

모든게 다 잘된다는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걸 말하는 건지는... 

하지만 나란히 벽에 기대앉아 혜연의 등을 두드려대며 어깨를 꽉 끌어안아주는 

유정의 팔 만큼은 조금 전 감싸주던 민혁의 품보다 훨씬 더 

그녀를 맘 편히 울수있게 만들어주었다 

혜연의 눈물은 그녀 자신의 아픔으로 인한 눈물 이라기보다는 

자신 때문에 아파할 강유를 생각할 때마다 미어지는 마음에서 흐르는 눈물이다 

그녀들은 그렇게 새벽까지 긴 이야기를 하며 26세가 되는 첫날을 맞았다 

정류장까지 따라 나오려는 모친을 마을 어귀에서 

돌려보내려 했지만 작은 어깨를 움츠리며 계속 혜연을 따라오고 있다 

정류장에서 혜연이 쥐어주는 돈 봉투를 받아든 그녀의 늙은 어머니는 너무도 미안해했다 

시골집에 내려올 때마다 다만 얼마씩이라도 돈을 쥐어주는 

혜연에게 늘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더 크게 내보이는 어머니다 

당신이 돈 쓸 일이 뭐있냐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봉투를 꾹 쥐고 있는 모친의 손은 너무도 늙었다 

서울의 양로원에 계신 70이 넘은 할머니들의 손보다도 훨씬 거칠고 쪼글거린다 

“밥 좀 잘 묵고 다니라.. 우째 볼때마동 더 마르노” 

“잘 묵는다” 

“알라 몬나도 괘안타 하는 남자 만나 

새로 시집가믄 을매나 좋겄노..” 

“또 그런다” 

“안그라믄 나가 우째 맘 편히 눈 감겠나 말이다” 

“드가라. 춥다” 

“오야.. 밥 잘 묵고 다닌나” 

“알았다”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 큰길까지 따라 나온 모친은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살풋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모친은 아마도 버스가 콩알 만해지도록 그 자리에 서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 유정은 어제 먼저 서울로 올라갔다 

언제 돌아갈거냐는 민혁의 전화에 ‘아무때나’ 라는 애매한 대답을 했던 혜연은 

그에게는 말도 없이 서울로 돌아가고 있다 

대전쯤을 지날 때 전화를 한 민혁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배신자’라며 서운해 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곧바로 ‘희망의집’에 들를 생각이다 

카페 일을 시작하기 전에 노인 분들께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한다 

내일부터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를 나가야한다 

혜연은 그의 생각은 할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고있다 

혜연이 일하고 있는 카페는 1층에 있는 30여평 정도의 아담한 곳이다 

카페의 여주인은 늘 8시 전에 먼저 와서 문을 열어놓고 혜연을 

기다리곤 했는데 오늘은 5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고 있다 

어제 밤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혜연이 몸을 잔뜩 움츠린채 카페 앞에 서있다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어요?” 

“10분 정도요” 

“오늘 빵이 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아테나(Athena)라는 지혜와 기술, 전쟁의 여신 이름을 간판으로 걸고있는 카페는 

근처 직장인들에게 모닝토스트와 커피 셋트를 팔고 있다 

여주인과 친분이 있다는 제과점에서 매일 아침 금방 구워낸 식빵을 

그날 하루 쓸 만큼의 분량을 받아오기 때문에 

딸기잼과 함께 내는 모닝토스트가 상당히 맛있어서 그런지 아침엔 꽤 바쁘다 

카페의 여주인은 40대 초반쯤의 여자로 거의 화장기 없는 맨얼굴인데도 

상당히 기품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옷차림도 꽤 센스가 있는 편이다 

항상 나긋나긋하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듯 말을 하곤 한다 

여주인은 오전의 바쁜 시간이 지나면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잔 뽑아 마시고는 어딘가로 나가는데 돌아오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어떤 날은 금새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혜연과 교대하는 

오후 타임의 남자와 여자가 올 때까지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녀가 오전 8시에서 4시까지 아테나에서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되고 있다 

그 일주일 동안 유정은 매일이다 시피 전화를 해서 그녀가 괜찮은지 물었다 

민혁이 한번 와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혜연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금새 갔었다 

강유는 그 뒤로 그녀를 찾아오지도 전화를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냉정하게 돌아섰어도 몇 번쯤 더 그를 상처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너무도 조용한게 오히려 그녀를 심난하게 만들고 있다 

“어서오세요” 

“알죠?” 

“예.. 모닝커피 셋트요” 

“아가씨도 단기 알바에요?” 

“예..” 

“여기 오전타임 사람은 너무 자주 바뀌어.. 

이집 주인이 까탈스런 성격도 아닌데 말에요” 

“학교 때문에 어쩔수 없어 그렇지 사장님은 좋아요” 

“학생인가 보네?” 

“예.. 쓸데없이 나이만 먹은 학생이에요” 

혜연의 미소에 남자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지고온 신문을 펴든다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아침 ‘아테나’에서 신문을 보며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는 남자다 

그의 왼손 약지에는 결혼반지가 틀림없는 화려한 링이 있는데도 

아침도 못 먹고 집에서 나오는가보다 

오늘도 말끔한 정장을 입은 몇몇 사람들이 아침대신 모닝커피 셋트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자 여주인은 자그마한 핸드백을 들고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는 또 나갔다 

어제 저녁 그녀는 재진과 통화를 했었다 

궁금함을 누르며 강유에 대해서는 일체 묻지도 않자 재진은 무언가 할말을 못하고 

그녀가 일한다는 카페에 대한 얘기만 조금 하다가 전화를 끊었었다 

그리고 카페가 가장 한가한 시간인 오전 11시쯤 재진이 ‘아테나’로 왔다 

문이 열리는 맑은 종소리에 읽고 있던 책에서 고개를 든 혜연과 눈이 마주치자 

재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통유리로 된 창가 자리에 앉는다 

“오랜만이에요” 

“예.. 커피 주세요. 아무거나 커피” 

혜연은 카푸치노 한잔을 만들어서 재진에게 갖다 주었다 

카페에는 지금 20대 초반쯤의 남녀 한쌍이 한쪽으로 나란히 앉아 

서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 

손님이라고는 30분전쯤 들어온 그들뿐인 카페는 조용한 발라드 음악 사이로 

가끔씩 행복에 겨운 커플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잠깐 얘기 좀 할수 있어요?” 

“강유에 대한거면...” 

“얘기만 들어줘요.. 어떻게 해달라는게 아니라..” 

“틀림없이 들으면 속상할 얘기잖아요” 

“......” 

재진이 아무 말도 못하고 거품이 올라와있는 카푸치노를 한입 마신다 

그의 윗입술에 거품의 흔적이 남아 우스운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재진은 아무것도 모르고 심각한 표정으로 혜연을 쳐다본다 

혜연이 테이블에서 냅킨을 한 장 빼서 그에게 건넨다 

“입술에 거품 묻었어요” 

“아..” 

혜연은 담담한 얼굴로 재진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재진의 얼굴은 마치 무거운 돌덩어리를 집어넣고는 삼키지도 못하고 

토해내지도 못해 답답해 죽겠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재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다가는 다시 집어넣고 

무언가 초초한 듯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려대고 있다 

“강유가요...” 

역시 강유의 이야기다 

사실 강유라는 공통분모가 아니면 혜연이 재진과 따로 만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재진이 또 다시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려다가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그대로 집어넣는다 

“강유가.. 미쳐가고 있는거 같아요” 

혜연은 한숨을 삼키며 통창으로 된 유리창 밖의 거리를 내다보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길에는 몇안되는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며 걷고 있다 

“손은 어때요?” 

“강유 손이요? 14바늘 꿰맸대요 

그렇게 찢기고도 하는 말이 찢어진 줄도 몰랐대요 

제대로 관리를 안해 염증이 생기는 바람에 고생 좀 했어요” 

“정말 미련해..” 

“얘기... 대충은 들었어요 

횡설수설 하는 말 짜깁기한거 뿐이지만.. 

그래도.. 아닐거에요” 

“뭐가요?” 

“강유놈 내가 잘 알아요. 가끔 정신이 나가면 그딴 짓을 하긴해도 

정말로 누나를 다치게 하려던건 아닐거에요” 

“열 났던건 괜찮아 진거에요?” 

“이틀 동안 지독하게 앓았어요 

워낙에 짐승 같은 회복능력이 있는 놈이라 

3일째 되는 날 툴툴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커플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혜연은 재진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일어나 

그들에게서 찻값을 받아 카운터 금고에 넣어놓고 다시 재진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지금은 거품이 많이 가라앉은 카푸치노를 절반이상 먹고 있던 

재진이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강유가... 너무 아슬아슬해서 못보겠어요 

요즘 제가 강유놈 오피스텔에서 살다시피 하거든요 

낮에는 누나한테.... 아니.. 밤만 되면 뛰쳐나가서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고 길바닥에서 싸워 대지를 않나..” 

혜연의 조용하게 눌러 내뱉는 한숨소리에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재진도 길게 토해내듯 한숨을 내쉬고 있다 

“요 며칠동안 경찰서를 두 번이나 갔어요 

두번 싸워서 두번 간게 아니라 크게 싸운게 두번이에요 

두 번째 갔을때는 상대방이 어찌나 난리를 치는지 

강유 혼자 해결 못하고 강유네 변호사가 와서 해결 했구요” 

“나.. 끝까지 들어야 해요?” 

혜연의 마음이 심란하게 쑴벅거리기 시작해서 더 이상 듣고 싶지가 않다 

재진이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혜연을 보고 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몸뚱이 굴리다가 

오피스텔 돌아오면 어떡하는지 알아요?” 

“알고 싶지 않아요” 

“누나가 선물해줬다는 고릴라 인형... 

그게 누나한테 처음으로 받은 선물 이라며요” 

사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노트를 사러 팬시점에 갔을때였다 

찌푸린 인상이 귀엽다는 말을 하는 강유에게 

스케치북 크기만한 고릴라 인형을 사준 적이 있었다 

항상 강유의 침대 옆 협탁 위에 인상을 쓰고 앉아있던 고릴라 인형이 생각난다 

“그 인형한테 말을 하는데요... 

장난이 아니라 진짜 미친놈 같아요 

혼잣말이 아니라 분명 대화를 하고 있다니까요” 

“.......” 

“밥 먹었어?... 그럴줄 알았어.. 

안돼.. 빵 쪼가리만 먹으니까 자꾸 마르잖아.. 

추운데 머리는 왜 맨날 묵고 다녀.. 내가..” 

“잠깐만요. 강유가 어떻게..” 

“누나는 모르죠? 강유가 매일 이 카페 건너편에 숨어서 

누나 일 끝날 때까지 지켜보다가 돌아온다구요” 

“건너편? 건너편 어디요?” 

혜연이 창밖을 내다보며 길 건너편을 둘러본다 

카페 앞의 도로는 편도 1차선의 뒷길이다 

‘아테나’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늘 오는 사람만 오는 이유도 

큰길은 카페가 있는 길의 뒷 블록에 있고 이쪽은 

버스 노선도 몇개 다니지 않는 뒷길인 이유가 클 것이다 

그래도 양쪽 정류장이 카페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가까이 있어 

저녁에는 손님이 제법 차기 때문에 사람도 두명을 쓰고 있다 

그녀가 전에 일했던 카페에서 일하게 된걸 강유가 일본에서 전화를 했던 

마지막 날 밤에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혜연이 카페 건너편을 두리번 거리는걸 보며 재진이 또 작게 한숨을 내쉰다 

“지금은 없어요. 아버지가 부른다고 

오피스텔 들어와서 옷갈아 입고 나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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