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 그녀는 그의 성경이고 그의 전존재이다
#... 7
혜연이 무거운 눈꺼풀에 힘을 주며 눈을 떳을때 가장먼저 눈에 들어온건
대롱거리고 매달려 있는 수액 이었다
그 수액은 자신의 손등에 기다란 줄을 드리우며 연결되어있다
차츰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들까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어느 병원인지 알수는 없지만 응급실의 간이침대 라는걸 알았다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강유가 보인다
강유의 손에는 정교하게 둘러진 흰 붕대가 감겨져있다
“손은 왜 그래”
자신의 상태보다 강유의 붕대를 감은 손에 대한 질문이 먼저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강유는 아무 대답도 없이 굳은 얼굴로 그녀를 보기만 한다
혜연은 일어나 앉으며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다
매끄러운 목 어디에도 상처의 흔적은 없다
그 피는 그녀의 피가 아니었다
아마도 지금은 붕대가 감겨져있는 강유의 손에서 품어져 나오던 피였을 것이다
피로 얼룩진 크림색 드레스에서 아직도
역한 피비린내가 나는듯해 혜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뭐를 쥐고 있었던 거야”
“.....깨진..유리컵..”
“얼마나 찢어진 건데”
“조금..”
“나가자”
“그거 다 맞으면”
혜연은 자신의 손등에 붙어있는 종이 반창고를 떼어내고 미련 없이 주사바늘을 뽑아버렸다
주사 바늘이 꽂혀져 있던 손등에서 금새 피가 방울져 올라온다
강유가 자신이 입고 있는 셔츠의 소매 끝으로 혜연의 손등을 꾹 누른다
그 손마저 떼어내 치우고는 침대에서 내려서던 혜연은 자신이 맨발이라는걸 깨달았다
“이거라도 신어”
강유가 그의 구두를 벗어주려 하는 사이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맨발 그대로 응급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급하게 응급실 수납을 마친 강유가 따라 나가자
보는 사람이 더 추워지는 얇은 드레스 하나만 입은 혜연이
응급실 입구에서 아까보다 조금 더 굵어진 비를 쳐다보며 꼿꼿하게 서있다
그 뒷모습이 강유의 마음을 너무나도 심난하게 만들고 있다
그가 자신의 쟈켓을 벗어 혜연의 어깨에 걸쳐준 뒤
가만히 서있는 그녀의 팔을 들어 제대로 입혀주고 단추까지 잠가 주는 동안
혜연은 인형처럼 강유에게 몸을 맡긴채 서있다
두어 시간 전에 강유의 앞에서 정신을 놓아버리는 혜연을 안아들고
한참을 비를 맞으며 빠르게 걸어 나오다가 골목에서 내려오는 택시를 잡았었다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에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응급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동안
의사의 몇가지 질문에 대답했다
깨진 유리컵 조각을 움켜쥐고 있던 자신의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것 따윈 느끼지도 못했었다
그 깨진 유리컵 조각으로 민혁을 어떻게 하려 했던 건지 스스로도 전혀 모르겠다
다행히 혜연은 금새 깨어났지만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린다
그들의 앞으로 택시 한대가 들어와 아기를 안은 여자 하나를 내려놓는다
혜연이 말없이 그 택시의 뒷 자석에 들어앉아 문을 열어놓은채 안쪽으로 들어간다
강유는 그녀의 옆 자리에 차분히 들어앉았다
“사당동 xx쇼핑센터 앞이요”
“누나 원룸으로 가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혜연과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보는 강유를 태운 택시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내고 내려”
또다시 맨발로 비가 오는 택시 밖으로 내려서는 혜연을 걱정스레 쳐다보며
택시비를 내고 따라 내린 강유가 주변을 둘러본다
혜연은 마치 보이지 않는 신발이라도 신고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쇼핑센터 옆의 카페 쪽으로 가고 있다
그녀의 발바닥 밑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철벅거리고 튀어 오른다
강유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 그녀의 팔을 붙잡아 쥐었다
“집으로 가자. 감기 들어”
“할 얘기 있어”
“원룸에 데려다줄게”
“할 얘기 있다고 했잖아.”
“안 들을래”
“할 얘기 있다니까!”
“난 들을 얘기 없어!”
혜연의 목소리도 강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에 흠뻑 젖은채 셔츠만 입고 있는 남자와
너무 커서 손가락 끝도 나오지 않는 남성용 쟈켓을 걸치고 맨발로 서있는
여자의 모습을 우산을 들고 지나는 행인들이 고개까지 돌리며 쳐다보고 지나간다
그는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혜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그녀의 눈빛만으로 알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데려다 줄께.. 비 맞지 말고...”
“그만 하자 우리”
강유의 눈동자가 심하게 일렁이고 있다
그녀가 똑바른 시선으로 그를 마주한채 사형선고를 내리려 하고 있다
단호한 그녀의 음성이 강유의 심장을 들쑤셔 놓는다
“이제 그만 끝내자”
“안 들려! 집에나 가!!”
“더 이상은 너... 그 지독한 사랑 받아주는거 못하겠어
너무 벅차고 힘들어서 더 이상은 싫어.. 그만하자 이제”
“제..발..”
“그렇게 해줘. 부탁이야”
“그 자식이..”
“권민혁씨랑 상관없어! 전혀 별개로 하는 말이야.
너랑 끝내고 나서 그 사람한테 가는 일 없어
그건 맹세든 약속이든 할테니까”
“그게 아냐... 그 자식이.. 그 자식한테...
.... 웃어주는 누나 모습이...
이미 도난 당한거 같은 기분이었어....
누나 마음을 훔쳐가서 돌려주지 않을 것 같아서..”
“네가 어떤 짓을 했는지 알아?! 반달이 넘게 연습한거야!
그 노인 분들이 반달이 넘게 오늘 하루를 위해서 연습한거라구
매일 무릎을 두드리면서도 오늘을 기대하며 연습한걸!
다 망쳤어... 너랑 내가 모두 망쳐버렸단 말야”
강유의 눈빛은 심한 일렁임을 담은채 그녀에게 못박혀있다
한번 결심한 이상 제대로 확실하게 전달해야한다
틀림없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강유이지만 언젠가는 해야할 말 이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시키는 대로 할께..
양로원 찾아가서 사죄하라면 지금이라도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할게
부탁이니까 제발... 그만두자는 말만 하지 마”
“강유 너 아까... 날 보고 있지 않았어
그렇게 날 통과 해버리는 눈빛.. 두려워. 너무 겁이나”
“그건...”
“그만하자. 난 여기까지가 한계야.
할말 다했으니까 그만 갈게
쫓아와서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아줘
나야말로 부탁이야”
적어도 지금 여기에서 붙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에
혜연은 빠른 걸음으로 길가에 서있는 택시로 뛰어가 올라탔다
목적지를 듣고 출발하는 택시의 뒷창을 돌아보았지만
외부와의 온도차로 뿌옇게 흐려진 뒷창은
흐르는 빗물만이 어설프게 보일뿐 강유가 어떤 모습인지 보이지 않는다
‘희망의집’ 행사는 어떻게 됐을까.. 쓰러지는 것 같던 할머니는 괜찮으실까..
민혁은 코피를 흘리는거 같던데 코뼈를 다친건 아닐까..
그녀의 핸드폰은 지금 양로원 원장실에 놓은 가방 속에 있으니 전화를 해볼수도 없다
그러고 보니 강유의 쟈켓을 그대로 입고 와버렸다
그 얇은 셔츠 하나만 입고 있으니 감기라도 들까 걱정이 되버린다
얼마후 택시는 ‘희망의집’ 담벼락 앞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치른 혜연은 다시 건물로 들어섰다
원장실에서 자신의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찾아 나오는 그녀의 얼굴이 어둡다
행사는 그대로 중단이 됐다고 한다.
쓰러졌던 김여사님은 금새 정신을 차렸지만
음식을 엉망으로 만들며 부러져버린 상다리처럼 행사도 엉망이 된 것이다
민혁은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며 교습소 사람들과 함께 나갔다고 한다
그의 얼굴에 잔뜩 멍이 들겠다며 원장이 걱정을 했다
그 걱정은 온통 비에 젖은채 피로 얼룩진 드레스를 입고
해쓱한 얼굴로 마주앉은 혜연 에게도 한참이나 계속 되었다
원룸으로 돌아온 혜연은 일단 따듯한 물로 샤워부터 한후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며 민혁에게 전화를 했다
<혜연씨 괜찮아?!>
“나보다 민혁씨가..”
<난 괜찮아. 혜연씨 괜찮냐 말에요>
“코는 어때요? 다쳤어요?”
<코가 왜?>
“코피 나는거 같던데 부러진거 아니냐구요”
<조금 부었는데 되게 웃기게 생겼어>
그의 목소리가 화를 품고 있지 않은 것에 혜연은 조금 마음이 놓였다
공연장 뒷수습을 하고 교습소 사람들과 함께 나온 민혁이 그들에게
사과를 하고 돌려보낸 뒤에 병원으로 가보니 다행히 코뼈에는 이상이 없더란다
<코가 두툼한게 코믹스러워>
“미안해요”
<코주부 코 씌운거 같다니까>
“우리가 다 망쳤어요... 진짜 미안해요”
<어디서 코 마스크라도 구해야 할거같아>
“강유를 대신해서 사과할께요”
<하지마>
“.......”
<그녀석이 직접 하는 사과라면 받아주겠지만
그렇게 2:1로 싸우는 것처럼 그 친구 대신은 사과하지마>
서로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듯 겉돌던 대화였다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민혁의 말에 그녀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 사람은 보상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감정을 전하려 애쓰고 있다
그녀는 강유와 헤어진 후에도 그를 받아줄 생각은 없다
강유를 잘라낸 칼을 들고 그에게 다가서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이다
당분간은 그 누구와도 남자대 여자의 관계로 만나고 싶지 않다
<지금 그 친구하고 같이 있는건 아닌가보네?>
“혼자 있어요”
<좋아. 훨씬 기분 좋아졌어>
“권민혁씨.. 그렇게 애쓰지 말아요
난 민혁씨를 남자로는 받아줄 마음 없어요”
<그 괴로운거까지 듣고도 이러는 내가 나도 이해가 안가>
“무슨 말이에요?”
<있어요 그런게... 어쨌든 혜연씨는 정말 괜찮은 거지?>
“드레스... 세탁소에 맡겨는 보겠지만 못돌려 드릴 것 같아요
변상한다고 해줘요. 보니까 새것처럼 보관도 잘했던데...”
<그거 혜연씨 꺼야>
“뭐가요?”
<그 드레스.. 내가 혜연씨 선물로 산거야
수고비를 돈으로는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말야>
“.........”
<얼마나 더러워 졌기에 그래?>
“........”
입을 다물어 버린 혜연에게 몇 번이나 정말 괜찮은지 묻다가 끊는걸 보니
그는 강유가 혜연 조차도 다치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것같다
‘희망의집’ 담벼락에 밀어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죄어오던 강유가
정말로 혜연을 잘못되게 하려던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
그녀를 통과해 버리던 강유의 눈을 생각하며 혜연의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지쳤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집착어린 투정을 받아주고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소유욕을 받아주고
그의 지독한 사랑을 받아주는데 많이 지쳐버렸다
여러모로 심난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국화차를 끓일 준비를 하고 있을때 초인종이 울렸다
강유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 한마디로 끝낼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다시금 확인사살을 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입고 있던 옷 위에 두툼한 점퍼를 입은 혜연은 그의 쟈켓과 우산을 들고 문을 열었다
보기만 해도 안쓰러울 만큼 흠뻑 젖은 모습으로 문 앞에 서있는 강유를 보자
어쩔수 없이 쓰려오는 심장을 억누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여긴 안돼. 나가서 얘기해”
단단히 문을 잠그고 한걸음 앞서 내려가는 그녀를 강유가 힘없이 따라 온다
건물 밖으로 나가기 전에 혜연이 강유에게 쟈켓을 건네주어도 그는 손에 들고만 있는다
여전히 비가 오고 있지만 카페 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
혜연은 근처의 아파트 놀이터로 갔다
가능한 냉정히 행동하려 그에게 우산도 씌우지 않고 앞서 도착한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찬 기운 가득한 비가 내리는 저녁의 놀이터는 음산한 기운까지 뿜어내며 조용하기만 하다
기력이 다했는지 젖어있는 벤치에 털푸덕 앉는 강유 앞에 그녀가 바르게 서있다
그의 얼굴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참담해 보인다
‘그렇게 죽을거 같은 얼굴로 보지마. 너만 힘든거 아니니까’
혜연은 속에서 삭히고 있는 말 대신 가능한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까 다 했어
들어줄테니 네가 할말 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만 가르쳐줘
머릿속에 뭔가 잔뜩 쑤셔넣은 것처럼 뻑뻑해서 아무 생각도 못하겠다
말해줘... 내가 어떻게 해야 누나를 잡을수 있는 건지..”
“이제 정말 정리하고 싶어
네 지독한 사랑.. 더 이상은 감당이 안돼”
“누나..”
“어차피 언젠간 끝날 관계였잖아
너희 집에서 우리 관계 알게 되서 싫은 소리 들어가며
다치기 전에 끝내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다치게 하지 않을께.. 어떻게든 설득시킬께”
“요점이 빗나갔다. 그런 문제가 아냐
난. 서문강유 라는 남자로 인해 구차해지는거 싫어
네 부모님을 설득까지 해가면서 너 갖고 싶은 생각 없어”
“제발... 나 버리지마”
“그리고 그 어떤 이유보다. 네 사랑에 지쳤어
그 지독한 집착과 소유욕이 더는 감당이 안돼”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강유는 마치 어린아이를 혼내는 엄마에게 용서를 빌며 애원하듯
어린애처럼 가장 단순한 말로 그녀의 용서를 구하고 있다
우산을 들고 있는 공간에 서 있는건 그녀뿐...
벤치에 앉은 강유는 여전히 차가운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그가 벤치에서 내려앉으며 혜연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 모습이 그녀를 화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뭐하는 짓이야. 일어나.”
“나 버리지마.. 용서해.. 제발 용서해줘”
“일어나. 밤새 얘기해도 같은 말 반복일거야”
“이렇게 나 내치지 말아줘 누나... 제발..”
“더 이상 같은 말 안해. 이걸로 끝내줘
더는 너 만나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자꾸 찾아와서 귀찮게 하면 사라져 버릴거야”
“그런 말 하지마..”
“정말 사라질거야”
“제발.. 누나.. 내가 다 잘못했어..”
“잘 들어. 정말 사라져 버릴거야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원룸 정리해서 사라져 버릴거야
그냥 하는 말 아니니까 명심하는게 좋을 거야”
“누나.. 정혜연..”
“갈께”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꼼짝도 않는 강유를 뒤로하고
혜연은 냉정하게 몸을 돌려 걸었다
걸음을 재촉해서 걸으며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잡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뒤를 돌아봐도 그 모습 그대로 있을까봐..
차가운 겨울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비참하게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다시 한번 눈에 담게 될까봐..
그렇게 도망치듯 걸음을 빨리해 원룸으로 돌아온 혜연은
살짝 건들기만해도 터져버릴 것 같은 울음을 참느라 깨물고 있는 입술이 아파왔다
어릴적부터 정말 어지간해서는 울지 않는 혜연이었다
마음이 아픈건 둘째치고라도 상처가 나거나 육체적인 고통에도 가능한 울지 않았다
그런만큼 한번 터지면 걷잡을수 없이 넘쳐버리는 눈물 이었다
혜연의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을 보니 강유이다
맨발에 드레스 차림으로 있던걸 보았으니 그녀가 핸드폰을 갖고있는줄 모를텐데
망설이며 전화를 받지 않아도 끊지 않고 있다
혜연은 심호흡을 한번하고 단조로운 음성으로 핸드폰 슬립을 올렸다
“말해”
<........>
“할말 없으면 끊을께”
<사랑해..누나..>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그 한마디의 여운만을 남긴채 강유의 전화는 끊겼다
간절하게 제발.. 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던 강유였다
지금 그가 그녀에게 말했던 ‘사랑해’ 는
호소하는 ‘사랑해’가 아닌
마치 모든걸 받아 들인후 작별 인사를 하는듯한 ‘사랑해’였다
혜연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입술을 앙다물고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버리자
침대 옆에 무너지듯 기대앉으며 터트린 울음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