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 그녀는 그의 성경이고 그의 전존재이다
#... 1
혜연이 자신의 원룸에서 펜을 끄적이고 있다
얼마 후면 기말시험이 시작 된다
올해도 어느새 달력 한 장을 남긴채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 과외학생 한명이 그만두었다
그 여학생의 어머니는 몇 번이나 혜연이 부족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미안해했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수학과목 만큼은 꽤 성적이 올랐으니 틀린 말은 아닐거다
겨우 하루뿐인데도 저녁시간에 많은 여유가 생겨버린거같다
그녀의 핸드폰이 울려와 조용하던 원룸에 커다란 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장되지 않은 핸드폰 번호지만 느낌에 민혁의 핸드폰 번호 같았다
혜연이 조금쯤 걱정했던 거와는 달리 민혁은 그동안 전화조차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으니 역시 그다
<어디에요?>
“집이요”
<전화 안해서 섭섭했지?>
“용건만 말하세요”
<혜연씨 왈츠 잘 추지?>
“왈츠는 왜요?”
<고등학교때 구내 아마추어 댄스스포츠 경연에서 3등 했었잖아>
“그런건 기억에서 삭제시켜 주세요”
<얘기가 긴데... 잠깐 만납시다>
“사양 할게요”
<내가 집으로 처들어간다?>
“누가 열어 준대요?”
<사정없이 두드리면 이웃 항의 때문에라도 열어주겠지>
“무슨 일인데요?”
<얘기가 길다니까. 힌트를 주자면 거룩한 봉사정신에 관한거야>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네요”
<30분 후에 도착할테니 준비하고 내려와요>
“권민혁씨.”
<금방 갈께. 이따 봐~용>
전화는 멋대로 끊겼다
한숨을 작게 내쉰 혜연이 입고 있던 티셔츠 그대로 바지만 갈아입는다
민혁은 금새 와서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간단한 카디건만 걸친채 건물 앞으로 나오자 운전석 창문을 열고 있던 그가 반갑게 웃는다
“타요. 근처 카페라도 가서 얘기 합시다”
“30분 안에 끝내준다고 약속하면요”
“오케이~”
동네 근처의 자그만 카페에 들어와 앉은 후 혜연은 아이스크림을 그는 녹차를 주문했다
녹차 티백을 꺼내어 접시에 올려놓는 그의 손은 남자 손이라기엔 꽤 곱고 부드러워 보인다
하루 종일 분필을 만지는 손 같지 않게 손톱도 깔끔하고 청결해 보인다
혜연은 손이 고운 사람을 좋아한다
성별에 상관없이 손이 고운 사람을 보면 호감부터 생기곤 한다
강유의 손은 크고 투박한 편이다
키에 비해 손과 발이 작은 그녀의 주먹쥔 손을 그가 덮으면 거의 감싸일 정도다
조심스레 민혁의 손을 보며 아이스크림을 한스푼 가득 떠 입에 넣는걸 보던 그가 놀리듯 말한다
“애들처럼 아이스크림은..”
“애들만 아이스크림 먹어요?”
“단거 좋아하나봐?”
“조금.. 할말이나 해봐요”
“혜연씨가 알바 하나 해야겠어”
“무슨 알바요?”
“거룩한 봉사정신이 담긴 알바”
그의 말을 들어보니 민혁이 후원하고 있는 양로원에서
연말에 행사로 할수 있게 노인네들에게 왈츠를 가르쳐 주라는 거다
고등학교때 유정이가 잠깐 왈츠와 탱고에 푹 빠졌었다
댄스 교습소를 다니는 유일한 여고생이었던 유정이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 수고를 혜연 에게까지 강요했었다
아무리 털털하고 남자 같은 성격의 유정이라도 혼자 다니긴 뻘쭘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구내 아마추어 댄스 스포츠 경연이 있을 거라는 소식에
왈츠로 종목을 정한 유정은 혜연과 함께 틈만 나면 연습을 해서 3등을 했다
뭐든 한번 시작하면 제대로 해내려 노력하는 그녀들이기에 열심히도 했었다
그것은 혜연의 학창시절 중 가장 특이한 경력으로 남게 될 것이다
“노인 분들한테 왈츠라니 너무 무리 아니에요?”
“비엔나 왈츠만 아니면 그렇게 빠른 템포 아니지 않나?”
“그래도 체력소모가 꽤 커요”
“요즘 노인네들 무시하지 마요
그 양로원 70세 할배 하나는 나보다도 체력이 더 좋아”
“주로 빙글거리고 도는게 많은데
어지러워서 다들 쓰러지실 걸요?”
“선수권 대회 나가는거 아니니까 느린 스텝으로 가르쳐줘요
어르신들께 물어보니 다들 애들처럼 좋아라 하던데 뭐”
“내가 경연 나갔던건 어떻게 알고...”
“아주 재미나게 구경 했었답니다”
“민혁씨가요? 거기 왔었다구요?”
“방학 때였으니까”
“대략 민망하네요”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나비처럼 춤추던게
매우 예뻤다는 의견입니다.
연미복 입고 파트너 했던 친구도 여자였지?
남자같이 키가 크고 머리까지 짧았지만..”
“그 친구가 여자인걸 알아채다니 대단하네요”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려서 가슴만 뚫어지게 봤었지”
“역시 변태삘이 있다니까..”
“마을회관 일은 내 탓이 아니라니까요~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장이 뇌를 제압했던 순간이었다구
그리고 혜연씨 친구는 예쁘장한 남자인가 싶어 쳐다 본거야”
“민혁씨 바이에요? 남자도 관심 있나 봐요?”
“남자면 굉장히 질투날 것 같았거든”
“내 친구한테요?”
“니옙~ 자아... 해주는 거지?
행사 끝나면 수고비 줄게”
“정중히 거절할께요”
“알았어요. 그만 나갑시다”
너무도 쉽게 거절을 받아들이는 그를 의아해하며 함께 카페를 나와 차에 오르던 그녀는
아까 민혁이 앉아있을 때는 몰랐던 운전석의 시트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혜연의 어이없고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며 그가 차를 출발 시킨다
“뭐에요... 그걸 왜 거기 씌워요?”
“내가 접수했다 그랬잖아”
“근데 왜. 거기에다 씌우고 앉아 있느냐 말예요”
“기분 진~짜 좋다? 혜연씨가 안아주고 있는거 같아요”
운전석 의자에는 혜연의 핑크색 티가 씌워져있다
아까는 미처 발견치 못했던 의자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티셔츠가
운전석 시트에 씌워져 민혁의 등을 받쳐주고 있다
“벗겨내요”
“싫습니다”
“기분 나빠요. 벗겨내란 말에요”
“지금 혜연씨가 입고 있는 옷이라면 기꺼이 벗기겠지만
이 핑크티는 내꺼야. 되찾고 싶으면 시집오라니까?”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우리집 가는 방향이 아니잖아요”
“쉿! 너무 많은걸 알면 다.쳐.”
민혁의 차는 얼마동안 속력을 내서 달리더니 골목을 한참이나 올라가
‘희망의집’ 이라는 기다란 명판이 붙은 담벼락 앞에서 차를 세웠다
민혁이 말한 양로원이 틀림없다
추워진 날씨 탓에 너른 마당의 평상과 기다란 의자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민혁은 혜연이 도망이라도 갈까봐 걱정되는지
손목을 꾹 움켜쥐고 2층짜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거실로 보이는 넓은 공간에 몇몇 노인네들이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민혁을 보더니 무척이나 반가와 한다
“아이구.. 권선생 왔네?”
“갑자기 무슨 일인게야”
“옆에 샥시는 누구여?”
“우덜 춤 갈챠준다드만 원제부텀 허는감?”
“싸게싸게 날 잡아 보드라고잉~”
순식간에 각종 사투리로 말하는 노인들에게 둘러싸인 혜연이
곤란해 어쩔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며 민혁이 그녀를 가리킨다
“이분이 춤 선생 입니다
대회 나가서 왈츠로 3등 먹었다구요”
민혁의 말에 노인네들이 정신없이 말을 시키며 혜연의
등을 토닥이기도 하고 주름이 쪼글쪼글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감싸기도 한다
그녀는 뭐라 말을 못하고 금붕어마냥 입만 뻐끔 뻐끔 거리고 있다
민혁이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재밌다는 듯 눈으로 웃는다
그녀석의 상식적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전화를 받은 날부터 며칠동안
민혁은 참으로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제대로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깔끔하게 그녀를 놓아야 하는지...
그녀석 과의 혈전(血戰)이 될게 뻔한 싸움을 해서라도 그녀를 그의 여자로 만들고 싶은건지...
혜연 에게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민혁이 혜연 에게 결혼하자고 했던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혜연이야 전혀 그를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고향 사람으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민혁은 아니다
결론은 너무도 싱겁게 나버렸다
며칠이 지나는 동안 그녀의 모습이 그립고 잘 있는지 궁금해졌다
보고 싶다... 너무도 단순한 감정이지만 확실한 애정의 감정이기도 했다
“나 땜에 불편해서 그런 거면 걱정 안해도 돼
난 소개만 해주지 야자감독 하느라 늦게 끝나니까
거기에 가서 혜연씨랑 마주칠 일 별로 없을 거야”
그녀의 원룸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잔뜩 골이 난 얼굴로 말없이 앉아있는 혜연을 민혁이 달래고 있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기말시험 끝나고 시작해도 돼
연말에 파티형식으로 하려고 하거든?
노인네들의 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하루쯤 공주님 왕자님을 만들어 주는 거지”
“글쎄.. 취지는 좋은데 왜 날 끼워 넣느냐 말에요”
“싸니까”
“뭐에요?”
“혜연씨야 소정의 수고비와 저녁 한끼면 되겠지만
전문 춤 선생 초빙하려면 비싸잖아”
“기꺼이 무료봉사 하려는 사람 많을걸요?”
“해줘요오~ 네에? 난 얼굴도 안비칠게요오~
혜연씨 귀찮게 안할테니 가르쳐 주세요오~”
“귀여운 척 하는거 안 어울려요”
“쳇.. 대놓고 면박주냐...”
“의상은 어쩌구요.. 춤이란 건
의상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기분이 안난다구요”
“혜연씨만 오케이하면 그건 내가 알아서해
의상 대여해주는 회사를 하는 선배가 하나 있어.
술한잔 사주면서 꼬드기면 아내까지 빌려줄 선배거든”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큭.. 말하자면 말입니다
자아.. yes or no.”
“생각해 볼께요”
혜연은 슈퍼에 들러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큰길에서 내렸다
혹시라도 강유가 오피스텔 앞에 와있을까 걱정이 된거다
‘누나를 만졌을지 모를 오른팔부터 부러뜨리고..
그래도 또 헛수작하면 다음엔 왼팔... 그리고 양쪽 다리..’
그냥 하는 말로 지나쳐 버리기엔 강유의 목소리가 너무도 진지했었다
민혁의 차에서 내리기전에 티셔츠를 벗겨내 돌려달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기어코 돌려주지 않았던 그를 생각하며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강유와 같이 학교 앞의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은 혜연은
카운터에서 식대를 내고 사탕 두개를 집어 들어 나왔다
그들이 교제하기 시작한 후 얼마쯤 지났을때
만날때마다 재빠르게 계산을 해버리는 강유에게 혜연이 화를 낸적이 있었다
비싼거야 못 사겠지만 간단한 분식값까지 내버리는 그에게 그녀의 자존심이 다친 것이다
그때까지 한번도 혜연이 화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던 강유는
그 뒤로 ‘내가 살게’ 라는 혜연의 말에 반항한 적이 없다
혜연이 사탕 껍데기를 벗겨내 입으로 쏙 집어넣으며 강유에게도 한개 준다
“까줘”
혜연의 눈빛이 ‘어린애 같다니까..’ 라는 듯해서 다소 불만스럽긴 해도
그녀가 밀어 넣어주는 사탕을 받으며 강유는 마냥 좋아하는 얼굴이 되어버린다
사탕이라면 금새 깨물어 먹는 강유와는 달리
혜연은 혀에서 모두 녹아 사라질 때까지 입안에 담아두고 있다
“우리 바꿔 먹을까?”
“뭐를?”
“사탕 말야.. 내꺼 누나줄게 누나꺼 나줘
그냥 손으로 꺼내지 말고 입으로 건네주기”
“난 됐으니까 쟤랑 해”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젊은 여자 하나가 가슴에 품고 가는 강아지다
빨간색 후드티까지 입은 강아지를 보며 강유의 입술이 삐죽 튀어 나온다
학교 근처에서는 손조차 못 잡게 하는 혜연 이지만
강유는 지금 너무나도 간절히 키스가 하고 싶다
그가 혜연의 손목을 움켜쥐고 눈앞에 있는 건물의 지하 노래방 계단으로 내려간다
계단 중간쯤에 선 강유가 혜연을 꼼짝 못하게 하려는 듯 팔 안에 가두자
혜연이 두 손을 겹쳐 자신의 입을 가려버린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오히려 역효과를 내버리고 있다
강유가 그녀의 양쪽 손목을 쥐어 떼어내자 버티려 애쓰는 혜연의 팔이 바르르 진동을 탄다
미끌어 지려는 자신의 사탕에 힘을 준채
혜연의 입술을 열며 혀를 감아 그녀의 사탕을 뺏어왔다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 알수 없어진 사탕 한개를 그녀의 입안에 밀어 넣어준다
단지 그렇게 끝내기엔 아쉬워진 강유는 자신의 사탕을 계단에 뱉어 버렸다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열어 사탕을 뺏어와 뱉은뒤 제대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혜연이 갑자기 컥컥 기침을 하기 시작 한다
손으로 목을 감싸쥔채 잔뜩 찌푸린 얼굴로 괴로워하고 있다
“난 몰라 진짜. 사탕 넘어갔잖아!”
“푸하하하”
“웃지마. 목구멍 아파 죽겠단 말야
이거 넘어가지도 않고 목에 걸렸나봐”
“많이 아파?”
“너도 사탕 삼켜봐. 아픈가 안 아픈가
별로 녹지도 않은걸...”
혜연의 찌푸린 얼굴을 보며 강유가 그녀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하고는
먼저 계단을 올라가 건물 앞에 서 있는다
다시 학교 쪽으로 걷는 혜연은 자꾸 침을 삼켜가며 사탕을 녹이려 애쓰고 있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가벼워진걸 보니 차츰 녹고 있는가 보다
“우리 처음 만난지 1년 되는 날 가까워 오네?”
“응..”
“그날 뭐 할까?”
“시험기간 이잖아. 공부해야지 하긴 뭘 해”
“공부도 하고 기념일도 챙기고”
“기념일 이라면 교제하기 시작한 날이 되야하는거 아니야?”
“나한테는 처음 만난 날이 더 가치있어
말해봐. 근사한 데서 저녁 먹을까?”
“강유는 맨날 노는거 같으면서도 학점은 나보다도 잘 나오더라?”
“머리가 오지게 좋거든”
“난 머리가 나쁘고?”
“누나도 잘하면서 뭘 그래”
“어? 김우찬 교수님이다!”
혜연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빨리해 앞쪽에서 걸어오는 남자에게 간다
교양과목을 맡고 있는 김우찬 교수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교수님이다
명쾌한 강의내용과 적당히 농담을 섞어가며 지루하지 않게 수업을 하는 그는
그녀가 유일하게 개인적인 일까지 상담하며 용기를 받았던 분이다
올해는 수강을 하지 않아 오랜만에 보는 거라 반가운 마음이 앞서고 있다
“교수님!”
“오~ 정혜연 학생”
“식사 하셨어요?”
“이제 먹으려고. 밥 먹고 오는 거야?”
“네, 학교 앞에 새로 생긴 칼국수 집 맛있어요”
“그래? 우리도 칼국수 먹을까 그럼?”
김우찬 교수가 옆에 서있는 젊은 남자에게 묻는다
젊은 남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근데 혜연양 왜 이렇게 말랐어
멀리서 보면 얼굴 없는 줄 알겠네”
“후후.. 다들 나만 보면 말랐다고 그러네?”
“젊을때 몸 챙기라구.. 나이 들어 고생하지 말고”
김우찬 교수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혜연의 머리를 가볍게 한번 쓰다듬고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데
말없이 옆에 서있던 강유가 김교수의 손목을 붙잡아 쥔다
“만지지 마시죠”
불쾌하다는 빛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는 강유를 보며
혜연이 잔뜩 당황한 표정이다
“왜 이래.. 버릇없이”
“괜찮아 혜연양. 남자친구인가 본데 나 같은 중늙은이도
경계대상으로 봐주니 영광인걸?”
“가시죠 교수님”
“그래. 뱃속에서 아우성이라 그만 가야겠네”
혜연의 인사를 받고 옆에 서있던 젊은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던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며 강유를 본다
강유 역시 여전히 불쾌한 얼굴을 하고 혜연을 마주 본다
“서문강유. 좀 심한거 아니야?”
“뭐가”
“40 이 다된 교수님이야.
성희롱이라도 하는 사람 대하듯 왜 그래?”
“40 이건 50 이건 남자야.
남자가 누나 만지는거 싫어”
“넌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다 적으로 보이니?”
“누나한테 붙는 놈들은”
“정말..”
할말을 잃었다는 듯 한숨만 내쉬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감싸 안는 강유의 팔을 혜연이 잡아 내린다
“여기 학교야. 학교에서 이러는거 싫댔잖아”
그가 다시 어깨에 손을 올린다
미간에 주름이 잡히게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가 다시 손을 내린다
강유가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누나 미워 주욱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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