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 내것이 안될바엔'''
#... 6
틈만나면 돌아가자며 재촉한다고 했는데도 어느새 5시가 넘었다
문도 안 잠그고 집을 나온지 6시간도 넘은 것이다
얼마후면 그녀의 원룸에 도착한다
도착하기 전에 민혁에게 확실하게 물어야 할게 있다
“하나만 물어볼께요”
“니옙!”
“나한테 사심 있어요?”
“사심 이라 하옵심은...”
“내놓고 말해서 나한테 작업하고 있는 거냐구요”
“음....”
“내가 자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해 본적 없어요
권민혁씨 하는 행동. 어느 여자라도 같은 생각 할텐데”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 주면 말해주지”
“물어봐요”
“그 남자 사랑해? 강유라고 불렀던거 같은데..”
“내 대답에 따라 권민혁씨가 할말이 틀려지나요?”
“그건 아냐. 그래도 대답해줘요”
“사랑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혜연씨 입장 때문에?”
소문 빠른 시골 동네에서 혜연의 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울유학 간지 1년도 안되서 20살 어린나이의 혜연이 결혼을 할때도 떠들썩했고
이혼을 하고 얼마후 잠시 시골집에 내려가 있을 때도 꽤나 시끄러워
금새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왔더랬다
모친에게 강유에 대한 얘기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부질없는 희망이나 관심을 가질까봐 두려운 혜연이다
“누나라고 하던데.. 연하 맞지?”
“몇살로 보여요?”
“스물셋? 넷?”
“스물하나. 덩치가 커서 나이보다 더 들어보여 그래요”
“혜연씨가 네살 연상이라...”
“정확히는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네살 연상. 이혼녀죠.
강유뿐 아니라 누구하고도 깊은 사랑에 빠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 친구는 이미 혜연씨에게 깊이 빠진거 같던데?”
“.......”
“어제 말이다... 그런 눈빛은 처음 봤어
마치 사나운 야수 한 마리 풀어놓은거 같던데?
잘못 건드렸다간 콱 물려버릴 것 같더라고”
“소유욕도 독점욕도... 무척이나 심해요
걱정이에요... 그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강유를 덜 생채기내고 정리할 수 있을지..”
“정리하려고 맘 먹은거야?”
“강유가 내게 너무 집착하는거 같아 두려워지니까요
모 기업의 귀한 아들과 궁상맞은 과부의 딸...
21살의 파릇한 청년과 25살의 애기도 못갖는 이혼녀...
그쪽 집안 누군가가 안다면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걸요”
혜연은 누구에게도 할수 없었던 얘기를 마음 편하게 주절대고 있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엉뚱하고 어린애처럼 장난을 친대도 민혁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안정감과 편한함이 있다
“나한테로 도망오는건 어때?”
“훗.. 강유가 권민혁씨를 죽이고 말걸요”
“살인은 아무나 하나♬”
“노래 되게 못하네”
“들켜버렸군”
“아직 대답 안했어요. 나한테 왜 그래요?”
“잘 들어요 정혜연씨~ 나는 삼형제중 막내 입니다.
위에 형 둘은 모범생이라 아버지 뜻에 따라 의사샘을 하고 있죠.
그런데 막내놈은 어릴때부터 제고집대로 밀고 나가기 선수였답니다”
운전을 하느라 앞을 보고 있는 민혁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말한다
혜연이 그의 옆모습을 쳐다보자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잠깐 고개를 돌려 싱긋 웃고는 다시 앞을 본다
“형들은 결혼하더니 아들만 둘씩 낳아버리더군요”
“대답하라니까 왜 엉뚱한 가족사를 풀어요?”
“한마디로. 장남도 아닌 권민혁은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하는 의무감도 없거니와
고집이라면 식구들 모두 알아주기 때문에
강하게 밀고 나가면 다들 손들어 버린다는 말.씀.”
“그게 뭐요?”
“결혼하자”
“누구한테 하는 말이에요?
여기 나 말고 처녀귀신 하나 더 탔어요?”
“어우야아~ 나 겁 많단 말야~”
몇 년째 여고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자 아이들 말투를 그럴싸하게 성대모사 하고 있는 민혁 때문에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리고 있다
“내가 다아 알아서 할테니까 나랑 결혼하자”
“객관식으로 해줄께요.
1번 돌았다. 2번 미쳤다.
3번 정신 나갔다. 4번 제정신 아니다”
“나도 객관식으로 해줄께.
1번 3년, 2번 2년, 3번 1년
그리고 4번 6개월”
“뭐가요?”
“바로 하자는 얘기가 아니야
얼마나 교제하고 결혼할까? 1년쯤이 적당하겠지?
3번에 체크하면 혜연씨 이마에 와따 잘했어요 도장 찍어줄께”
“내가 그렇게 결혼에 환장한 여자로 보여요?”
“아니. 결혼에 겁먹은 여자로 보여”
“........”
“내말이 맞지? 혜연씨는 갑작스럽겠지만
난 혜연씨 지켜본지 꽤 오래 됐다구”
“다 왔네요. 앞에 세워줘요”
“깊이 생각해봐. 이래뵈도 보기보단 믿음직해”
“내 생각. 지금 바로 말할께요.
첫째. 다른 남자를 탈출구 삼아 강유에게서 벗어날 생각 없어요.
둘째. 내 인생에 결혼은 한번이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 나는 권민혁씨 별.로.에.요.
전혀 내 타입 아니라구요. 알아들으셨죠?
오늘 별로 재밌었어요. 별로 즐거웠구요. 조심해 가세요”
재빠르게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은 혜연은 뒤도 안돌아보고 계단을 오르다가
자신의 핑크색 티를 돌려받지 않은걸 깨닫고 다시 내려갔다
다행히 가지 않고 있던 그가 창문을 내린다
“깜빡했는데. 제꺼 티셔츠 주세요”
그녀가 내린 조수석 의자에 어느새 티셔츠가 쇼핑백도 없이 올려져있다
민혁이 혜연의 티셔츠를 가만히 집어 든다
창쪽으로 손을 내미는 그녀에게 민혁이 장난스런 말투로 말한다
“이제부터 이 핑크티는 내가 접수하겠다.
핑크티를 되찾고 싶다면 나한테 시집와라.
핑크티 납치 작전 스타~트! 잘 자라 정혜연. 안뇽~”
점점 어이없는 얼굴로 변하는 혜연을 보며
안뇽~ 이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차를 출발시킨다
입을 쩍 벌린채 멀어지는 그의 차를 보던 혜연은
쯔쯔 거리고 혼자 혀를 차며 서둘러 계단을 올라 원룸으로 들어갔다
해가 많이 짧아져 벌써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방안에는
침대머리에 기대 앉아 있는 강유가 있다
“강유야!?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가만히 혜연을 지켜보던 강유는 표정에 변화도 없이
자신의 옆으로 오라는 듯 손바닥으로 침대를 툭툭치고 있다
“연락 안되서 화났겠구나”
“이리와봐”
지독히 잠긴 강유의 목소리 끝이 갈라져 나온다
혜연이 침대에 걸터앉아 강유를 쳐다보자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올려 그의 옆에 앉힌다
“설명 듣고 싶다면 얘기할께”
대답도 없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은채 나란히 앉아있던 강유는
혜연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천천히 혜연의 얼굴 쪽으로 가던 강유의 얼굴이
스치듯 그녀의 입술을 지나쳐 목덜미로 내려간후 숨을 들이쉰다
그녀에게서 희미하게 차량용 방향제 냄새가 난다
강유는 혜연을 눕히고 위로 올라가 팔꿈치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며
그녀의 손을 가져다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니트티를 입고 있는 그녀의 가슴 위에서도 그는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손에서도 혜연의 옷에서도 남자의 스킨이나 향수냄새 따위는 묻어나지 않는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남자의 향이 베어있다면 알아챌 자신이 있는 강유이다
“뭐.. 하는 거야”
“나중에... 그 자식한테 전화해서 말해줘”
“뭐?”
“또 다시 정혜연 납치해가면..”
“강유야..”
“처음엔 팔부터 시작한다고 해”
“뭐를..”
“누나를 만졌을지 모를 오른팔부터 부러뜨리고..”
“........”
“그래도 또 헛수작하면 다음엔 왼팔... 그리고 양쪽 다리..”
“그만해..”
혜연의 원룸에 몇개 가져다 놓은 그의 반팔티를 입고 있던 강유는
자신의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그녀의 청바지를 벗겨내 침대 아래로 던져버린다
“하지마. 갑자기 왜 이래”
니트티를 벗기려는 그의 손을 떼어내며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
거부의 몸짓을 보이는데도 그는 끝내 속옷까지 모두 벗기고야 말았다
강유가 바지를 벗는동안 벌떡 일어나 앉은 혜연은
손바닥으로 강하게 밀어버리는 그에게 밀려 다시 눕혀졌다
“잠깐만 강유..”
더 이상의 말은 듣기 싫다는 듯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어버린다
혜연의 머리카락 사이에 쑤셔 넣은 손가락에 힘을줘 감싸고는
거칠게 옷을 벗기던 것과는 달리 부드럽게 키스를 하면서
정성스럽게 그녀의 성감대를 자극하며 애무해나간다
“하아... 강유야..”
그가 무릎으로 그녀의 다리사이를 넓히며 들어 앉는다
그녀의 다리를 가볍게 팔에 걸친 강유는 혜연의 허리를 잡고 자신의 페니스를 천천히..
그러나 가능한 깊게 집어넣은뒤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의 움직임이 격해질수록 그녀의 숨소리가 흐트러진다
혜연의 원룸은 이미 어둑해져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가득 울리고 있다
강유는 진동으로 바꾼뒤 침대 머리쪽에 놓아두었던 그녀의 핸드폰을 손에 쥐고
미리 찍어두었던 번호 그대로 재발신을 눌렀다
그의 허리 움직임이 사정없이 거세지며 그녀를 밀어붙이자
아무것도 모르는 혜연은 금새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신음을 흘린다
민혁은 자신의 아파트로 운전을 하며 아까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
처음 낯선 핸드폰 번호가 떴을때 그게 그녀의 남자라는 직감이 왔다
옆에 있는 혜연 때문에 전화를 그대로 두었더니
한참후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다시 전화가 왔었다
되도록 차분하게 대답 했지만 상대방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다가 전화를 끊었다
민혁은 그 번호를 [그녀석] 이라는 이름으로 저장을 했다
이제 그 녀석은 그의 인생에 접수된거다
그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는 관계더라도...
신호에 걸린 민혁은 넓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의미 없이 쳐다보며 다시금 혜연을 생각하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민혁이 두 번째로 지갑을 펼칠때 다람쥐마냥
쪼르르 아이들 옆쪽으로 달려와서는 같이 머리를 들이밀며
그의 지갑을 보던 혜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는다
“귀엽다니까..”
벨소리가 들려와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에는 혜연의 이름이 뜨고 있다
무척이나 반가운 민혁 이었지만 통화버튼을 누르면서는 짐짓 담담하게 받았다
“왜요..”
상대방은 아무 대답도 없이 이상한 소리만 들리고 있다
혜연의 이름을 부르려던 민혁은 핸드폰을 귀에 더 바짝 대었다
그리고 그게 그녀의 신음소리 라는걸 깨닫는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브레이크까지 밟아서 하마터면 사고가 날뻔했다
차를 천천히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한 민혁이 비상등을 켠후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릴때 까지도
핸드폰에서는 통화중 초침이 올라가며 그녀의 신음소리만이 들려온다
“하아... 아아.... 그만..
강유야.... 하아...”
거칠게 핸드폰을 닫고도 민혁의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다
그녀의 남자가 조롱하듯 자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그녀가 누구의 여자인지 그 어떤 말보다도 확실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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