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 송아지를 삼켜버린 아나콘다 처럼...
#... 2
<어디?>
“터미널 하차장 안쪽”
<안쪽 어디? 나도 거긴데..>
“음료수 자판..”
“누나!!”
혜연을 발견한 강유가 핸드폰은 닫을 생각도 않은채 뛰듯이
성큼 거리고 걸어와 그녀를 꼭 끌어안는다
어찌나 꽉 끌어안고 있는지 두 몸이 꼭 붙어있는걸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거리고 쳐다본다
강유의 양쪽 팔을 잡고 조금 떼어낸 혜연이 강유를 올려다보며 싱긋 웃는다
“덩치 큰 어린애라니까..”
“또..!”
“나보다 어린건 사실이지 뭐”
“빨리 가자”
터미널 앞에서 잡아탄 택시가 출발하자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강유가
혜연의 손을 더욱 꽉 움켜쥔다
강유의 손은 날씨에 상관없이 늘 차고 젖어있다
특별히 땀이 많은 체질도 아닌데 유난히 손에 물기가 많다
강유의 긴 속눈썹을 보던 혜연이 꽉 붙잡혀있던 손을 빼내
그의 뺨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혜연의 손길에 강유가 낮게 신음 비슷한 소리를 내며 혜연의 어깨를 끌어안더니
뜨거운 입술을 열어 깊게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택시기사가 룸미러로 둘을 흘끔 보고는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누나..”
입술만 살짝 떼고 가라앉은 음성으로 혜연을 부르며 눈을 맞추던 강유가
입을 벌리며 다시 혜연의 입술을 덮으려 하자
가볍게 가슴팍을 밀어낸 혜연이 바르게 앞을 보고 앉는다
더 이상은 받아주지 않을게 틀림없는 혜연을 보며 강유가 기사를 재촉한다
“아저씨. 쫌 밟아봐요”
“네?”
“딱지 끊으면 딱지값 드릴테니까 쫌 쏘라구요”
“허..”
강유의 싸가지 상실한 듯한 말투에 기사가 어이없다는 듯 룸미러를 들여다본다
택시기사와 룸미러 안에서 눈이 마주친 혜연이
자기도 어쩔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어설픈 미소를 짓는다
“12,300원입니다”
“잔돈 필요 없어요”
지폐 두장을 던지듯 기사에게 주고 먼저내린 강유가
혜연의 팔을 잡아당겨 택시에서 끌어 내린다
“뭐가 그렇게 급해”
“키 줘”
“샤워부터 할거야. 달려들지마”
“필요 없어”
“초상집 갔다와서 씻지도 않고 안기고 싶지 않아”
“왜?”
“귀신 붙어 왔을까봐 그럽니다”
“다 미신이야”
혜연에게서 키를 받아든 강유는 5층짜리 건물의
5층까지 단숨에 혜연의 손을 잡고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10평이 채 못되는 혜연의 원룸으로 들어서자마자 강유는
신발도 벗지 않은채 혜연을 벽으로 밀어붙여 키스를 하고있다
혜연이 여자로서 작지 않은 166cm의 키인데도
190cm에 가까운 덩치큰 곰 같은 강유와는 고개를 잔뜩 젖히고 키스를 하게된다
서로의 혀가 엉키고 타액이 섞인다
혜연의 혀를 가져와 감아 돌리던 강유의 혀가 혜연의 아랫니를 훑고
입천장을 훑으며 다시 혀를 빨아들여 삼키듯 애무한다
운동화를 벗어던진 강유가 혜연을 안아들어 구두를 벗겨내고 있다
“샤워 할거라니까”
“안돼”
“시골집에서 내내 샤워도 못했단 말야”
“상관없어”
막무가내로 혜연을 침대에 눕히고
윗옷을 훌러덩 벗는 강유를 보며 혜연은 픽 웃음이 난다
발정난 곰 같다니까...
“강유야. 저건 뭐야?”
“뭐?”
혜연의 손끝을 쳐다보는 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침대에서 구르듯 빠져나온 그녀가 목욕탕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누나..!!!”
“속았지~”
목욕탕 잠금장치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 안쪽에서 외치는 소리에
강유는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리며 한숨을 내쉰다
그의 남성이 잔뜩 성이 난채 부풀어 올라있다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다
그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몸을 주체 못해 안달이 났을때도
그녀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한다
안고 또 안아도 부족하다
그는 늘 그녀에게 목말라하는데 그녀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그녀를 좀더 완전하게 소유하고 싶어 몸살이 난 강유가
은근히 5년후 10년후를 설계하는 말을 할때면 혜연은 다짐하듯 말한다
“나한테 너무 빠지지마. 우리 둘 마침표가 결혼은 아냐.
난 이제 결혼 같은거 안.해. 특히 너하고는.
싫증나면 버릴거야.. 가차없이 버릴거니까
나를 가지고 너무 많은거 그려놓지 마”
“그까짓 결혼은 아니어도 돼
하지만 마침표는 누나가 멋대로 찍을수 없어.
내게 있어 정혜연과의 마침표는 죽음뿐이야
누나를 죽이든. 나를 죽이든. 죽이고 찍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게 점점 더 집착하는 그를 보면서도
혜연은 그가 하는 말이 사내놈 멋 부리듯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나아! 같이 하면 안돼?”
“뭐라구? 물소리 땜에 잘 안들려~”
“같이 하자고”
문은 안 열릴 것이다
만난지 1년이 가까워 오는데 스페어 키조차 주지 않는 혜연이다
다른 누구보다 몸으로 마음으로 가까운 강유지만
그녀는 나름대로의 룰을 만들었는지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잠시후 혜연이 발그레하게 생기가 도는 얼굴로
큰 타월만 몸에 두른채 목욕탕을 나온다
뿌루퉁한 얼굴의 강유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물기가 남아있는 혜연의 팔과 다리를 훑어 내리며 쳐다본다
전체적으로 가늘고 마른 몸매다
너무 가늘어서 꽉 조여 안으면 부러져버릴 것 같은 허리라든가
덜 성숙한 소녀 같은 엉덩이와는 달리
가슴은 제법 큰 편이어서 마른 몸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머리 말릴거야?”
“응”
“줘봐. 내가 해줄게”
“그래”
강유가 드라이기를 전원에 꽂은뒤 시원한 바람으로 돌려
머리를 가볍게 털어내며 말려주기 시작한다
그녀는 뜨거운 바람을 싫어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곤한다
벗어던진 윗옷 때문에 바지만 입고 있는 강유의 적당한 근육들이
팔 움직임을 따라 꿈틀거리고 있다
화장대 의자에 앉은 혜연의 뒤에 서서 머리를 털며 드라이를 돌리던 강유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눈을 감고 머리를 맡기고 있던 혜연이 거울을 들여다보자
거울 속에서 둘의 시선이 맞물린다
“사랑해 누나”
“응..”
“한눈 팔지마”
“........”
“다른 놈은.. 쳐다보기만 하는것도 싫어”
“알아”
“나 아닌 누군가가 누나 만지는 것도 싫어”
“그래”
“다른 놈이 누나 이름 부르는 것조차 싫어”
“.......”
“누나는 몰라... 진짜. 진심으로 싫어.
다른놈이 누나 스치기만 해도 피가 끓는 것 같은거..
특히 학교에서 그 자식이 누나 아는체 하는거 볼때면...
어떤때는 살인충동까지 느껴져...
누나 이름 부르는 그 입을 짓이겨 버리고 싶어”
“넌 너무...”
고개를 돌리며 무언가 말을 하려는 혜연의 입술을 삼키듯 덮어버린 강유가
드라이를 off 시켜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어 침대로 옮긴 후 수건을 잡아채 벗겨버린다
아직은 어둠이 깃들기 전...
적나라하게 드러난 알몸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그녀는 자신의 눈을 손등으로 가리고 있다
자신의 눈을 가린다고 그가 못보는게 아닌데
몸이 아니라 자신의 눈을 가려버리는 그녀가 귀여워서 강유의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늘 부끄러워한다
무척이나 거침없고 당당한 성격인데도 어둠이 깃들지 않은 낮에 관계할때는
늘 볼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움을 타며 그의 시선을 마주보지 못한다
또 다시 두 사람의 입술이 겹친다
아마도 오늘은...
몇 번이고 만족할 때까지 그녀를 놓지 않을 강유라는걸 혜연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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