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카섹
시준은 면허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지유가 대학 입학 선물이라며 자동차를 사줬다.
딱히 원하는 드림카가 있는 것도 아닌 시준이 보기에도 꽤나 유명하고 비싼 차였다. 시준은 괜히 기분이 으쓱해져서 한동안 콧노래를 부르고 다녔었다.
그런 시준을 못마땅해하는 건 지하뿐이었다.
“나도… 사줄 수 있는데.”
“퍽이나.”
“나도 부자야…!”
“그거 네 돈 아니라니까?”
“내 돈인데…!”
돈이 아니라 건물이겠지.
시준은 하고픈 말을 참으며 알았다고 그를 달래주었다. 어차피 나는 초보라며 네가 사준 차를 끌고 다니는 것보다 누나가 준 차로 연습부터 하는 게 낫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지하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시준의 말에 넘어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시준은 면허를 취득하고 운전 연습을 했다. 대학교에 가기 전에 지하와 여행을 가볼까 했으나 시간이 촉박해서 여름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대신에 드라이브라도 갈 생각이었다. 따로 운전 연수를 받으면서도 시준은 가르쳐주는 선생님에게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를 묻기도 했다. 시준이 운전 연수를 받는 내내 뒷좌석에 앉아 선생님을 감시하던 지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검색해서 시준에게 알려주었다.
시준은 되도록이면 인적이 드물고, 중간에 잠깐 주차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알아보았다. 그렇게 코스를 정하고 자연스럽게 운전할 수 있을 때까지 시준은 그 길로만 운전연습을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이었다.
시준은 준비를 끝마치고 처음 자동차를 선물 받았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걸 오늘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나가자.”
“…어디를?”
“드라이브.”
“바, 밤…인데?”
저녁까지 먹은 뒤였다. 평소라면 늘어지게 쉬고 있어야 할 시간에 나가자고 하니 지하가 의아하다는 듯 물어왔다.
그에 아랑곳 않고 시준은 그를 끌어당겼다.
“데이트하는 거잖아, 데이트! 몰라?”
“아…알아.”
데이트라는 말에 지하는 수줍게 볼을 붉히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그냥 가도 상관없는데.
얼마 안 있어 지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멀리… 멀리 가는 거야?”
“그렇게 멀리는 아니고.”
“도시락, 싸갈까?”
“…아니.”
“응.”
집을 나서는 중에도 그는 들뜬 목소리로 이것저것 물어왔다. 시준은 생각보다 더 기대하는 그의 모습에 계획을 수정할까 고민했으나 고민으로만 끝냈다. 아직 지하는 사람이 많은 곳을 무서워했다. 차 안에만 있는 걸 더 좋아할게 뻔했다.
“…뭐 해?”
“안전벨트, 맸어.”
“아니, 그건 왜 붙잡고 있어?”
“아….”
시준은 지하가 드라마 주인공처럼 멋들어지게 안전벨트를 매주는 건 질색했지만, 저렇게 불안한 자세로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꽉 쥐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 운전 잘한다고 칭찬받는 거 못 봤어?”
“…봤어.”
“그런데 그건 왜 잡아?”
“그, 그냥….”
우물쭈물 대답하던 지하는 곧 손잡이에서 손을 내렸다가, 시준이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하자 다시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운전은 꽤 재미있었다. 차만 막히지 않는다면 속도감을 즐기며 달리고 싶었다. 속도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시준은 차선을 바꿔가며 이리저리 자유롭게 움직였다.
문제는 지하였다.
“방향, 방향등, 준아.”
“…….”
“중앙선, 중앙선을, 바, 밟았어.”
“……”
“기어… 바꿔야…하, 하는데….”
“…야.”
“…응?”
“그렇게 잘 알면서 시험에는 왜 떨어졌어?”
“…….”
지하는 기능시험에서 탈락했다. 도로도 아닌 기능시험이었다. 필기는 100점 만점으로 통과하고 교육 때도 무난하게 잘 받더니만 정작 시험에서는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시준이 운전을 배우겠다고 하자 위험하다며 먼저 도전한 그는, 그렇게 면허가 없어서 시준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고 말았다.
“준이가… 보고 있으니까….”
“내가 보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신경 쓰여.”
“어이가 없네. 그럼 나 시험장에 가지 마?”
“…아니.”
“거 봐.”
시무룩하게 목소리를 낮추던 지하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
“준아, 노, 노란 불이야!”
“안 가!”
“으, 응.”
시준은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자리에 멈춰 섰다. 신호등이 이제 막 빨간 불로 바뀌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전에 본인이 잔소리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저 입을 막아야 했다. 지하는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계속 전방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던 시준이 불쑥 고개를 내밀어 그의 뺨에 키스했다.
“어?”
깜짝 놀란 지하가 옆을 돌아보자 시준은 그대로 그에게 입을 맞췄다. 잠깐 동안 혀가 오가는 딥키스가 이어지고 신호를 확인한 시준이 곧바로 얼굴을 떼어낸 뒤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좋네.”
“…….”
시준은 신호에 걸릴 때마다 두툼하게 부풀은 그의 아랫도리를 자꾸 쓰다듬어주었다. 지하는 시준이 그럴수록 가쁜 숨소리만 낼 뿐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시준이 원한 인적이 드물고 오가는 차도 없는 아주 으슥한 곳이었다. 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길 위에 성공적으로 주차를 마친 뒤, 시준은 안전벨트를 풀고 옆자리로 덤벼들었다.
지하는 시준이 그의 위에 올라탈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당황할 법도 한데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시준을 반겼다.
“내 뒷주머니에 콘돔 있어. 꺼내봐.”
지하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시준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냈다. 그리고 그가 콘돔을 뜯는 동안 시준은 자신의 바지를 벗고, 뒤이어 지하의 바지까지 끌어내렸다. 좁은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조차 흥분이 되었다.
“아…잘, 잘 안 껴져.”
어두워서 그런지 지하는 콘돔을 제대로 끼우질 못했다. 그렇다고 불을 켤 순 없는 노릇이라 시준은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오른쪽 손가락에 대신 콘돔을 끼워주었다. 그리고 그게 무얼 뜻하는지 한 번에 알아들은 지하는 그의 몸 위로 시준을 바짝 엎드리게 하더니 순식간에 구멍 안으로 오른쪽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으응…!”
생각보다 쉽게 뒤가 넓혀졌다. 새벽까지 관계를 맺은 탓이었다. 콘돔에 묻어 있는 윤활제로 입구와 안쪽을 꾹꾹 넓히던 지하가 곧이어 성기 윗부분을 조금씩 삽입하기 시작했다.
“아으…. 그냥 넣어.”
“준이, 아플 텐데….”
“괜찮으니까….”
천천히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게 오히려 더 압박감이 심했다. 시준은 가슴이 맞닿을 정도로 지하를 끌어안고 그의 뺨에 입술을 비볐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시준이 말대로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왔다.
“아…! 아!”
“흐으…. 아, 준아.”
그 후로는 흔들림의 연속이었다. 둘은 차 안이라는 것도 잊고 있는 힘껏 몸을 움직였다.
어느새 자세는 바뀌어 시준이 아래로 내려갔다. 조수석을 한껏 뒤로 눕힌 상태에서 지하는 납작 엎드린 시준의 뒤를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응, 읏!”
찰싹이며 엉덩이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차안에 울려 퍼졌다. 지하는 시준의 등이 가슴에 닿도록 끌어안고는 하체만 움직여 아래를 파고들었다.
침대 위에서와는 다르게 움직임에 제약이 많았지만 둘은 서로의 몸을 끌어안은 채 삽입을 이어갔다. 시준은 일어나 앉을 생각도 못 하고 지하가 쑤시면 쑤셔지는 대로 큰 소리로 울었다.
밀폐된 곳에서 하는 섹스는 서로를 더 가깝게 느껴지게 했다. 아무도 없는 둘만의 작은 공간에서 빈틈 하나 없이 살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 좋은지 지하가 시준을 끌어안은 채 만족스럽게 웃었다.
섹스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차체가 크게 흔들리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둘은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열심히 몸을 섞었다. 시준이 이제 그만하자며 계속 달려드는 지하를 멈춘 것은 거의 밤 12시가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둘은 흐트러진 자세로 뒷좌석에 누워 있었다. 지하가 커다란 덩치를 구겨 넣어 억지로 눕고 그 위에 시준이 엎드렸다. 지난번부터 삽입을 할 때마다 시준의 성기에서 물이 터져 나와 몸이 계속 축축했다. 다행히도 오줌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삽입이 지속되면 물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시준은 지하에게 찝찝하지 않냐고 물었다.
“전혀, 전혀 안 찝찝해.”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준이는… 괜찮아?”
“몸이 늘어지긴 하는데…. 잠깐만.”
“왜?”
“아…. 뭐야.”
“어?”
“나 다리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시준은 오른쪽 다리에 힘을 줘보려 했으나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도 버거웠다. 왼쪽도 마찬가지였다. 몸을 사리지 않고 좋다고 난리 치며 안에 박아 넣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제라면 지하는 면허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운전 누가 해?”
“아….”
“나 브레이크도 못 밟을 것 같은데?”
“어, 어쩌지?”
지하의 몸은 따뜻했고, 또 이 좁은 곳을 아늑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여기서 잠을 자라고 하면 시준은 자신 있게 싫다고 말할 수 있었다.
“대리… 운전이라도….”
“여길? 여기로 대리를 부른다고?”
외진 곳이라는 건 둘째치고 차 안이 엉망이었다. 시준에게서 나온 물로 시트는 흠뻑 젖어 있었고 둘은 그걸 닦지도 않았다. 정액 냄새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바닥에는 둘의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 지하에게 시키면 말끔히 정리하겠지만 시준은 이 뜨끈한 몸에서 떨어지기가 싫었다.
설상가상으로 툭, 툭 차 천장을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은 보지 못했기에 지나가는 소나기인가 싶었으나 비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쏟아져 내렸다.
“아직 겨울인데 눈도 아니고 비가 뭐야?”
“…자, 자고 …갈까?”
“…차라리 밤을 새우자.”
“응….”
“하지하.”
“응?”
“면허 따.”
“응…꼭, 꼭 딸게.”
그는 잠시 눈치를 보며 머뭇대다가 바닥에 떨어진 코트를 주워 시준의 몸 위로 둘러주었다.
“그래도, 좋다.”
“넌 좋겠지.”
“…차, 바꿀까?”
“왜?”
“큰 걸로….”
“면허나 따시죠?”
“…응.”
그날 둘은 그렇게 새벽까지 서로를 끌어안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