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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7/10)

에필로그

“다리 벌려봐.”

“더…?”

“더!”

시준은 침대 헤드에 기대앉은 지하 앞에서 다리를 더 벌리라며 요구했다.

“…이렇게?”

“좋아.”

벌려진 다리 사이에 털썩 주저앉은 시준이 앞뒤로 꺼떡이는 고약한 모양새의 성기를 노려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지하의 성기는 그새 더 커져 있었다.

성장기도 아니고. 볼 때마다 커져 있는 건 뭐야?

시준은 속으로 투덜대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위에서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 무리, 하지 마.”

“웃기고 있네.”

“…진짠데….”

무리하지 말라면서 이렇게 세워대는 게 웃기는 일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영화관에서 급하게 택시를 잡고 집으로 돌아온 둘은 현관에서부터 물고 빨고 난리를 피우다가 겨우 방에 들어와서 옷을 다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시준이 약속대로 빨아주겠다고 한 뒤 지금 이 상태였다. 지하가 시준을 몇 번 말려보았지만 시준은 오히려 그런 그의 행동에 오기가 생겨 얼른 앉으라며 그를 재촉했다.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면 되겠지. 그럼 입에 넣었다 빼는 정도는 될 것이다.

시준은 얼굴을 내려 지하의 성기 위쪽부터 차근차근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커도 너무 커서 입이 한계까지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저절로 인상이 찡그러졌다.

그리고 새삼 지하가 다르게 보였다. 그는 시준의 성기를 입으로 먹을 때마다 맛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시준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귀두만 입에 넣었다 뺀 시준이 위를 보며 외쳤다.

“짜.”

“하아, 하아….”

“왜 이렇게 짜?”

특히 귀두 구멍에서 질질 새어 나오는 액체가 제일 그랬다. 그냥 투명하길래 물처럼 아무 맛이 안 나겠거니 했는데, 혀에 닿자마자 짠맛이 확 느껴졌다.

지하는 시준의 말에도 대답도 않고 거친 숨만 내쉬었다. 시준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미 이성을 잃은 저 얼굴에 대고 맛없다는 말은 해봤자 소용이 없어 보였다.

시준은 이번에는 끝까지 다 입에 넣어보기로 했다. 지하가 시준의 성기를 빨 때에 자주 해주던 방법이었다. 다만 차이라면 시준이 그의 성기를 채 반도 삼키지 않았는데 이미 목젖에 닿았다는 것뿐이었다. 시준은 그의 것을 끝까지 넣으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급하게 입술을 오므려 그의 성기를 입에서 빼냈다.

“안 되겠다. 그냥 위에만 핥….”

“읏…!”

시준이 위를 올려다보며 혀로 핥기만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하려던 순간, 눈앞에 있는 지하의 성기에서 핏 하고 하얀색 액체가 튀어 올랐다. 정액이었다. 지하가 사정을 한 것이다.

정액은 시준의 얼굴에 안착해 입술과, 뺨을 간지럽혔다. 시준은 코끝에서 진한 정액 냄새가 나는 것도 잊고 황당함에 물었다.

“너… 조루 됐어?”

“으…미안, 미안….”

“아니, 너… 조루야?”

“아냐, 아냐….”

시준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두 번. 딱 두 번 입에 넣었다 뺐을 뿐인데 하지하가 사정했다.

섹스를 너무 오랫동안 안 해서 이런 건가 싶어 시준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하자.”

“어…?”

“지금 넣자고. 너 세울 수는 있…있네.”

혹시나 싶어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성기는 어느새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시준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지하를 마주 안으며 자세를 잡았다.

이 체위는 시준이 별로 좋아하는 체위가 아니었다. 자세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는 편이라 배가 아플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왜인지 이렇게 서로를 보면서 삽입을 하고 싶었다.

시준은 그의 목뒤로 팔을 두르며 귓가에 속삭였다.

“빨리 해.”

“아! 잠깐, 잠깐, 아…!”

“흣…. 왜, 왜?”

“이상해, 아파…. 아파….”

“미, 미안. 멈출까?”

멈추겠다는 말에 시준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눈에 맺힌 눈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걸 본 지하가 혀를 내밀어 게걸스럽게 시준의 눈물을 핥아먹었다.

“…움직일게.”

시준은 그를 끌어안고 입술에 키스하려 했으나 다시 시작된 삽입에 저절로 고개가 들렸다.

지하의 몸 위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 마주 보고 하는 자세는 섹스 자체가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 시준을 쉽게 자극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한 번에 너무 깊게 들어오지 않고 잘게 쳐올리기만 했다. 그런 그에게 맞춰 엉덩이를 들었다 내리면 적당한 깊이로 삽입이 되어 시준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마주 안은 몸은 시종일관 움찔거리며 더 쑤셔 넣길 원하는 것 같았지만 시준은 일부러 무시해줬다.

그러다 시준의 다리에 힘이 풀려 미끄러져 주저앉으며 성기가 푹 하고 끝까지 박혔다.

“아아!”

“윽….”

“아흑…. 읏!”

결국 지하가 참지 못했는지 전보다 빠른 속도로 구멍 안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 아! 그만, 그… 응…!”

“조금, 조금만…. 흣, 조금만, 준아.”

“나 이상해, 이상해…!”

좀 전에 성기가 깊게 파고들면서 시준의 안쪽 어딘가를 눌렀고 그 후부터 시준은 뱃속뿐만 아니라 온몸이 간지러워지고 있었다. 다리가 절로 떨리고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아까처럼 쑤셔지고 싶다가도 그냥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이상하다는 시준의 말을 아프다고 알아들었는지 지하가 그의 가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이로 유두를 긁기도 하고 혀끝으로 문지르기도 하면서 시준이 아픔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 같았으나, 오히려 시준의 몸은 더 달아오르기만 했다.

“아으, 빨리, 빨리….”

“아, 나… 쌀 거, 같은데….”

그리고 지하는 싸라는 시준의 말에 급하게 허리를 움직이다가, 곧이어 시준의 허리까지 두 손으로 붙잡아 아래로 꾹꾹 눌렀다.

“아아…응, 좋아… 흣.”

“하아…. 준아.”

탁탁,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며 그 사이로 질척이는 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시준은 정신없이 고개를 젖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울었다. 지하가 시준의 허리를 내리며 그 반동으로 자신의 성기를 구멍 안으로 보이지 않게 크게 삽입한 순간이었다.

“아악! 아!”

“잠시, 아… 잠시만….”

지하는 가만히 앉아 있는 자세가 불편했는지 무릎걸음으로 일어나 앉더니 그대로 시준을 안아 올렸다.

시준은 지금 뭐 하냐며 물을 정신도 없었다.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흐르는 걸 지하가 입으로 핥아줬지만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자세를 바꾸는 와중에도 쉼 없이 움직여 시준을 흐느끼게 만들었다.

시준은 본능적으로 이전에 느꼈던 쾌감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요의와도 닮은 그 느낌은 지하가 위에서 아래로 자신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박아올 때마다 더욱더 심해졌다. 멈추라고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으아! 아! 응!”

푹, 푹 꽂히던 성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구멍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한 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시준은 쏟아지는 느낌을 참지 못하고 커다랗게 우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밖으로 내보냈다. 팍, 하고 터진 그건 분명 정액이어야 했으나 투명한 물 같았다.

지하가 시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는 이미 시준의 안쪽에 사정을 마친 상태였다.

“흐으…으….”

시준의 허리가 저절로 움찔 튀어 오르고 입에선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쩐지 몸의 떨림이 사라지질 않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땐 놀란 표정의 지하가 시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는데 시준은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준아, 준아!”

“…응….”

“괜, 괜찮아? 배, 배 아파?”

“아니….”

“갑, 갑자기, 무, 물이, 나와서….”

“물?”

“준이, 준이 거에서 무, 물이….”

“뭐?”

성기에서 물이 나왔다는 말에 시준이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 하자 그가 말렸다. 그러고 보니 쌀 때 정액이 아닌 다른 게 나온 것도 같았다.

“…나 오줌 싼 거 아냐?”

“어…모, 모르겠어. 아, 아닌 것 같은데….”

지하는 당황했는지 계속 말을 더듬었다.

“오줌, 오줌은 아, 아냐.”

“네가 어떻게 알아!”

“냄, 냄새도 아, 안 나고….”

“…너 때문이야. 내가 이상하다고 했는데!”

“미, 미안….”

“뭘 웃어?”

“좋아서….”

섹스하다 애인이 오줌까지 쌌는데 뭐가 좋은 건지 지하는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시준은 온몸이 나른해졌다. 그대로 잠에 빠지고 싶었으나 아직도 지하의 가슴팍에 묻은 물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저것도 시준의 오줌이라며 좋아하다가 씻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다.

“씻자.”

“…벌써?”

되묻는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시준의 옆구리를 지분거리며 위로 올라탔다.

“야, 조루.”

“조, 조루라니…!”

“넌 두 번 싸고 난 한 번 쌌으니까 조루 맞지.”

“아, 아닌데….”

“됐어. 난 오줌도 쌌으니까 똑같다고 쳐.”

“나 조, 조루 아닌데….”

“아닌 건 내일 확인시켜주고, 빨리 씻기나 해. 찝찝해.”

시무룩한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시준이 촉 소리가 나게 뽀뽀해주자 그제야 지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시준을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맞닿은 몸이 아직도 뜨거웠다. 시준은 그 사실을 모른 척하며 지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곤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좋았어.”

“아….”

“지금도 좋아.”

“…나도, 나도 좋아.”

그는 걸음까지 멈춰가며 시준을 품 안에 더욱더 끌어안았다.

이제 할 때마다 좋냐고 묻는 일도 줄어들겠지.

시준은 작게 웃으며 눈앞에 있는 예쁜 얼굴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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