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변화 (2/10)

2. 변화

시준의 중학교 시절은 그저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는 친한 친구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혼자만 동떨어진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그마저도 모두 사라졌다. 새 학년 새 학기 첫날, 반에서 시준이 아는 사람이라고는 지하뿐이었다. 그래도 반 아이들과 친해지려면 친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시준의 외모는 또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실제로도 먼저 다가오려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지하였다.

그즈음 시준은 지하의 집착을 처음 사귄 친구에 대한 독점욕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말을 더듬고 음침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그에게 처음 시준을 소개해준 것은 시준의 부모였다. 지하의 아버지와 사업 파트너였던, 정확히는 하청업체 사장이었던 시준의 부친은 아이들끼리 친해지면 그 부모와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투자자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이 친구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상황을 안 시준의 부친이 그를 이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시준은 지하와 친구가 되었지만 그랬기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미 지원하지 않은 학교에 왔다는 것만으로 한창 사춘기일 나이에 더욱더 예민해진 시준은 그런 지하의 집착이 마냥 좋게 보이지 않았다. 정 같은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면 지하가 움직여야 했다는 게 시준의 생각이었다. 시준은 어느 순간부터 지하와의 관계가 뒤바뀌었음을 느꼈고, 그건 그에게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열등감을 불러일으켰다. 겉으로는 쩔쩔매면서도 결국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갖고야 마는 지하가 그 당시에는 치가 떨릴 만큼 밉고 싫었다.

그래서였다. 그런 지하에게 화풀이를 하듯 말로써 폭력을 가한 것은.

지하의 집착은 시준에게 정당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시준이 타인과 말을 섞을 때마다 대놓고 공격성을 내보이는 지하 때문에 시준은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사귀질 못했다. 아이들은 시준과 지하를 한 묶음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피해야 할 대상으로 지하를 분류했고, 그 안에 시준을 같이 집어넣었다. 호감은 순식간에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그중 머리가 굳어 약을 만큼 약은 녀석들은 뒷배경이 든든한 지하 대신 만만한 시준을 건드렸다. 대놓고 괴롭힌 것은 아니었어도 뒤에서 들으라는 듯이 자신의 욕을 내뱉는 음습한 태도는 시준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몇 번의 싸움으로 시준이 얻은 것은 그들에 대한 일관된 무시였다. 2학년이 되고 나서도 그런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고 시준 역시 더 이상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준이 그렇게 되기까지 나름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지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때때로 무지는 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시준은 그를 통해 깨달았다. 지하가 신경 쓰는 것이라고는 타인이 아닌 그를 향한 시준의 관심뿐이었다. 그는 그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았으며 듣고 싶은 것만을 들었다. 시준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괴롭힘을 당하는지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처음은 외모 지적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이미 한창 성장기였던 지하는 중학교에 올라갈 때쯤 이미 180cm를 넘기고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키를 가지고 있던 시준이 그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되었다. 뒤에서 키득키득대는 비웃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시준은 지독한 패배감을 느꼈다. 지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감정이었다.

외모를 시작으로 성격, 사소한 버릇까지. 시준이 욕을 하지 않아도 지하를 주눅 들게 하는 말은 많았다. 실제로 시준의 말 한마디에 그는 허리를 굽히고 어깨를 웅크렸다. 목소리는 더욱 작아졌으며 시준이 무시할수록 혼잣말도 같이 늘어났다. 시준은 지하가 상처받은 모습을 보일 때마다 통쾌함을 느꼈으나 나중에 가서는 그런 감정도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그런 반응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준이 지하의 자해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처음으로 지하가 보는 앞에서 시준에게 대놓고 시비를 거는 무리가 나타났고, 그들은 제법 잘나가는 양아치 흉내를 내고 싶었는지 폭력을 휘둘렀다. 시준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위였다. 그래서 시준은 피하지 않고 맞아주었다.

품위 있으며 고상하고 점잖은 교풍을 강조하는 이 학교에서 상스럽게 주먹이 오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방적인 폭행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시준은 그래도 두 번은 맞아주기 싫어서 슬쩍 피할 생각이었다. 괴성을 지르며 양아치 무리에게 달려든 지하만 아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책상이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지하가 양아치를 덮쳤다. 당황한 상대방이 뒤로 넘어가자 지하는 그 위로 올라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다른 아이들에게 이끌려 내려오게 되었고 상황은 역전되었다. 얼굴을 맞았는지 코피를 흘리고 있던 양아치는 비틀거리면서도 지하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아무리 신체조건이 우수하다 하여도 누군가와 싸워본 경험이 없는 그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지하는 바닥을 뒹굴었다.

얼떨떨하게 상황을 바라보던 시준은 정신을 차리고 지하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지하에게 향해지는 발길질을 막으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누군가 어른들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다들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 사람이 다수에게 얻어맞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는 그들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전이었다.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어느새 조금 전처럼 양아치 위에 올라탄 지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두 손에 의자가 들려 있었다. 지하는 의자를 들어 마구잡이로 아래를 내려쳤다.

교실 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시준은 멍하니 지하를 바라봤다. 지하에게 깔린 상대방이 두 팔을 들어 막아도 무시하며 퍽퍽 소리가 날 때까지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때 시준은 지하의 엎드린 자세 때문에 살짝 올라간 교복 바지 안으로 언뜻 비치는 하얀 천을 발견했다. 발목에서 종아리로 이어지는 부분을 감싸고 있는 그것은 누가 봐도 붕대처럼 보였다. 곧이어 어른들이 등장했고 지하와 양아치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시준은 지하의 다리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붕대 위로 보이는 붉은 자국은 분명 핏자국이었다.

교무실에서는 이번 싸움과 연관된 시준과 지하, 그리고 다른 무리들을 차례로 불러 모았고 양아치는 다쳐서 병원에 갔다며 정황을 물었다. 시준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한쪽의 일방적인 구타로 시작된 싸움이었다고. 중간에 학폭위라는 말이 몇 번 나왔던 것도 같았지만 그 뒤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고, 그 양아치가 전학을 갔으니 어른들 선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었다.

시준이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다른 곳이었다. 시준은 그날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보며 병원에 가자고 조르는 지하와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뭐라고 얘길 해도 무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시준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지하의 교복 바지를 두 손으로 한 번에 밀어 올렸다. 발자국이 찍혀 있는 바지는 생각보다 쉽게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가주었다. 바지가 헐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준은 바지를 올리자마자 낮에 본 것처럼 다리를 감싸고 있는 하얀 천을 순식간에 풀어버렸다. 비명처럼 시준의 이름을 외치며 급하게 뒤로 물러나려는 지하를 붙잡았다. 풀어진 붕대 아래로는 속살이 보이도록 깊게 파인 상처들이 종아리와 허벅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상처는 모두 가로로 그어져 있었고 다리 뒤편까지 둥글게 이어져 있었다. 핏물이 새어 나올 정도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들과 딱지가 앉은 것들이 섞여 있기도 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에 시준은 굳은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지하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변명처럼 내뱉는 그 말에 시준은 그대로 밖으로 나와 지하의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외침은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시준은 배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에 눈을 떴다. 머리가 아직도 멍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바닥이 푹신한 게 느껴졌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 욕조 안이었는데.

시선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은 것이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지하가 입혔는지 잠옷까지 모두 입고 있었다. 마저 잘까 하다가 느리게 눈꺼풀을 깜빡이며 잠을 밀어내려 한 것은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점심을 먹고 그 짓을 한 뒤에는 아무것도 입에 넣질 못했다. 밥에 환장한 지하가 깨우지 않은 걸 보면 아직 저녁 식사 준비 중인가 싶었다.

방 안이 어두워서 몇 시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천천히 시야를 되찾으려 노력하던 시준은 문득 눈앞에 보이는 희멀건 물체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악, 씨발!”

“나, 나야, 나야, 준아!”

시준은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베개를 휘두르던 손을 멈췄다. 앞에 있는 거대한 물체는 자세히 보니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하지하였다. 아직 꿈이라서 헛것을 보는 중인 줄 알고 쫓아낼 생각이었는데 사람이었던 것이다.

“너 뭐 하고 있어?”

시준이 누웠던 침대 옆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지하는 시준의 물음에 눈치를 보며 대답을 피했다.

“그, 그냥….”

“그냥은 무슨. 뭐, 나 구경이라도 했어?”

“…으, 응.”

시준은 지하의 대답에 코웃음을 치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잘생긴 건 알아선.

지하가 정신 놓고 구경했을 모습이 시준의 눈에 선했다.

“몇 시야?”

“이, 일곱 시.”

“저녁?”

“으, 응.”

“밥은?”

“어, 어…그, 그게…그, 금방 해, 해줄게.”

그렇게 말한 지하는 아주 느리게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갔다. 당연히 식사 준비가 다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준은 황당함에 상대방을 쳐다봤다.

“야, 오늘 밥 먹는 날이잖아.”

“으, 응. 내, 내가, 주, 준비를…지, 지금….”

“나 배고파서 돌아버리겠는데.”

“미, 미, 미안. 빠, 빨리, 내, 내가….”

그러나 그는 말만 그렇게 할 뿐, 침대 주변을 계속 서성이며 시준의 곁을 맴돌았다.

“왜? 또 옆에서 요리하는 거 봐달라고? 너 양심 없어? 안 나올 때까지 쥐어짜놓고는 나보고 서서 구경하라고?”

시준은 그런 모습을 다른 뜻으로 오해하고 질색하며 말했다. 한식에 미친 하지하는 한 번 요리하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 아, 아냐…그, 그런 거 아, 아냐.”

시준은 지하의 말투에서 그가 부끄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어디가?

미친놈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 배고프다고!”

“으, 응.”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기에 시준이 짜증을 내며 말했으나 지하는 여전히 대답만 하고 움직이질 않았다. 그쯤 되니 시준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너 가기 싫어?”

“…….”

“말해봐. 음식 만들기 싫어?”

“…….”

평소라면 가만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지하가 답답했을 테지만 시준은 왠지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이가 없었던 것도 같고, 웃기기도 했던 것 같다. 토요일만 되면 기를 쓰고 시준을 식탁 위에 앉히고 싶어 난리였던 하지하가 지금은 요리하는 것이 싫어 방 안에서 미적이고 있었다.

“이리 와봐.”

옆으로 와서 앉으란 소리에 재깍 반응해오는 지하를 보며 시준이 물었다.

“나 굶기려고? 지난번처럼?”

“아, 아냐!”

그 말에 지하가 펄쩍 뛰며 부정했다. 전에도 야한 짓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아침을 굶긴 했지만 대신 점심과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었다.

“아저씨는?”

“느, 늦으신대.”

“나 배고파.”

“…으, 응.”

“피자 먹고 싶어.”

“…….”

“치킨도 먹고 싶어.”

“…….”

“햄버거도.”

“…….”

바로 앞에 있는 지하가 갈팡질팡하며 눈알을 굴려대고 있었다. 두 시간이나 떨어져서 음식을 만들기는 싫고, 그렇다고 그가 만든 게 아닌 다른 음식을 시준에게 주는 것은 더 싫은 것이 느껴졌다. 지하는 아랫입술을 계속해서 짓씹으며 망설이고 있었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그런 지하의 붉은 입술이 더욱 잘 보였다.

빨고 싶은데.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시준은 쐐기를 박을 겸 지하에게 말했다.

“숙여봐.”

“어, 어?”

“고개, 이리 숙여봐.”

한 번에 좀 알아들으라고 나중에 꼭 말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준은 고개를 숙이는 지하의 목뒤로 팔을 감아 품에 안기게 했다. 그리고 그의 귀에 입술을 붙이고 속삭였다.

내일 먹자. 네가 한 거 내가 내일 다 먹을게.

오늘은 다른 거 먹자. 응? 지하야. 입 좀 벌려봐.

시준은 고개를 비틀어 입술이 닿기도 전에 벌려진 입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지하는 놀라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시준의 혀를 감싸 안아 그의 입안에 머금었다.

저녁식사는 훌륭했다. 지하는 피자와 치킨과 햄버거를 주문했고, 시준은 소파 위에 앉아 몇 가지만 골라 먹었다. 애초에 입이 짧은 편이라 다 먹지 못할 양인데도 그는 시준이 먹고 싶다고 한 것을 모두 사주었다. 평소라면 지하를 기다려주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딱딱한 식탁 위에서 하는 식사도 아니었기에 시준은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묻었다. 배가 부르니 다시 나른해졌다.

밥을 먹기 전에 지하와 키스를 하며 한 번 더 뺐다. 더 이상 나올 것도 없을 것 같았는데 문지르고 비비니까 어찌어찌 사정까지 갔다. 그러다 보니 침대 시트가 다시 더러워졌다. 시준은 그게 신경 쓰여서 지하에게 말했다.

“다 먹고 이따 시트 갈아. 저거 찝찝해서 못 자겠어.”

그러자 시준이 보는 앞에서 입속으로 조심조심 피자를 넣고 있던 지하가 동그랗게 커진 눈을 했다. 낮에 시준이 보았던 표정이었다.

“여, 여기서, 자, 자, 자게?”

“…….”

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썩어들어 갔다.

* * *

네 소원대로 다른 방에서 자주겠다고 길길이 날뛰던 시준은 지하가 쩔쩔매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아도 분이 풀리질 않았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지하와 같은 침대에 누워 자려 했던 자신에게 어이가 없어졌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곱씹어 봐도 모두 다 하지하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오후 내내 저 침대에서 뒹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변명처럼 되뇌었다.

지하는 씩씩대는 시준을 진정시키고자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얼마든지 침대에 누워도 된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시트를 갈고 다른 방에서 베개를 추가로 더 가져왔다. 베개만 가져왔다. 이불은 가져오지 않았다. 지하는 빈말이라도 본인이 다른 방에서 잔다거나 소파에서 자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방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행동일 수도 있었으나 시준에겐 그렇지 않았다. 시준은 지하가 덩치만 큰 미련한 곰 같다가도 어쩔 땐 곰의 탈을 쓴 여우처럼 보이기도 했다. 종종 약은 모습을 보여줄 때면 더 그렇게 느껴졌다.

당당하게 시준의 앞에서 자위를 하던 지하는 때때로 수줍은 새색시처럼 몸을 사렸다. 먼저 유혹해온 것은 그쪽이면서 시준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오히려 한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아무리 시준이라도 지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하가 뒷정리를 하는 동안 시준은 양치를 하고 침대 헤드에 기대앉았다. 눕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서 그러질 못했다. 하지하가 설마 여기서 잘 거냐고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것처럼 물어왔을 땐 당장이라도 방 밖으로 뛰쳐나가 집에 갈 생각이었다. 시준은 자신이 창피해했단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고, 그래서 더 화를 낼 생각이었다. 아예 무릎까지 꿇어가며 다리에 매달리려는 지하를 보지 않았다면 분명 그랬을 터였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자 상대가 그렇게 여긴 것에는 다 이유가 있어 보였다. 시준은 한 번도 지하의 집에서 자고 간 적이 없었고, 지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은 같은 방에서 잠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시준은 때때로 질린 것처럼 하지하를 쳐다보았고 그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싫어한다고 생각했겠지.

사실 그게 맞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준은 지하가 정말 그럴 거라 생각하자 불쾌감이 피어올랐다.

이게 몸정이라는 건가.

시준은 말로만 들어봤던 단어를 떠올렸다.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다고 생각하는데 뒷정리를 끝낸 지하가 슬금슬금 침대로 올라왔다. 지하는 시준의 옆자리가 아닌 다리 사이로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준아, 해, 해줄까? 오, 오늘 한 번도, 모, 못했는데.”

뭘 한 번도 못했냐고, 내가 몇 번이고 다시 세웠다가 싸는 걸 못 봤냐고 따지려던 시준은 지하가 그렇게 말하고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을 것처럼 다가오자 그가 말한 게 뭔지 알아챘다. 입에 넣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세울 수 있을까. 시준은 답지 않게 망설였다. 오늘 이미 여러 번 내보낸지라 평소보다 조금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하가 입을 벌리고 바지 위를 덥석 물자 그가 조금 전까지 피자와 다른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양치했어?”

“어…?”

“양치했냐고.”

“아, 아니. 아, 아직 못했어.”

“뭐야, 피자 먹은 입으로 양치도 안 하고 빨겠다고?”

“미, 미안.”

“이나 닦고 와.”

“으, 응.”

사과를 하며 급하게 일어나 욕실로 향하는 하지하를 보니 그가 사타구니에 코를 문댈 때 살짝 꼴리던 것이 팍 식어버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안 될 것 같았다. 시준은 그대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 못한 공부는 내일로 미루고 게임이나 할 생각이었다.

그사이 양치를 마친 지하가 다시 무릎걸음으로 기어 오려 했지만 그대로 막아버렸다.

“내일 먹게 해줄게.”

시준이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왜, 왜?”

“피곤해.”

“으, 응.”

시무룩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시준은 눈을 들어 앞에 있는 지하를 힐끔 쳐다봤다. 목소리만큼이나 얼굴도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조금 아래로는 이미 벌떡 일어나 있는 지하의 앞섶이 보였다. 시준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뭔가 지는 기분이었으나 조금 전까지 꼴렸던 걸 떠올리고 흥이 나질 않아서 그런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세우려면 얼마든지 세울 수 있었다. 시준은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가 푹 꺼지는 느낌이 났다. 지하가 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 그래도 시준은 게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동 사냥이었지만 중간중간 버튼을 눌러줘야 했기에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옆에서 지하가 말을 걸어왔다.

“나, 나도 가, 같이 할까?”

“너 이거 안 하잖아.”

“다, 다운은 바, 받았는데.”

“됐어.”

“그, 그럼 다, 다른 거 하면 안, 안 돼? 같이… 같이 할 수 있, 있는 거.”

시준은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 옆을 보았다. 하지하는 우물쭈물하며 뭐라도 말을 걸고 싶은 눈치였다.

“나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해.”

그러고 보면 이렇게 오랫동안 지하와 같이 있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요 몇 주 사이 둘이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해도 만지고 빨아주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시준은 학교가 끝나고 지하의 집에 들러도 공부할 때가 아니면 저녁을 먹기 전에 돌아오곤 했었다.

게임을 하고, 그도 아니면 영화를 보고. 공부가 아닌 시간을 지하와 보낼 때면 저 두 가지가 다였다. 그래봤자 두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준은 그와 있을 때면 곧잘 지루해지곤 했다. 단둘이 있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어떻게든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걸 알아도 시준이 지하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거의 무시했었는데. 오늘은 뭐라도 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밤 9시였고 이대로 자기에는 아까웠다. 지하가 말한 것처럼 같이 게임을 하려다가 영화를 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시준은 영화나 보자고 했다.

시준이 보고 싶은 영화 이름을 말하니 지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무언가를 만져댔다. 자세히 보니 빔프로젝터가 있는 것 같았다. 주로 지하의 집에서 영화를 볼 때면 홈시어터가 따로 구비되어 있는 방에 가서 보곤 했었기에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는데, 지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침대 맞은편 하얀 벽 위로 홈스크린을 내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이런 게 있었어?”

“어, 얼마 안, 안 됐어.”

누가 들어도 들뜬 목소리로 지하가 대답했다. 시준은 픽, 하고 코웃음을 쳐주었다. 그리고 이내 별생각이 없어졌다. 지하가 침대에 누워서 보고 싶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설치했는지는 뻔했다.

불을 끈 방 안에서 둘은 침대에 기대앉아 영화를 봤다. 시준은 영화를 보기 전에 지하에게 울지 말라고 경고했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볼 때면 늘 하는 말이었다. 시준이 영화에 푹 빠져 지하의 존재를 잊을 때면 그걸 귀신같이 눈치챈 그가 울면서 영화를 꺼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먼저 보자고 했으면서 중간에 보지 못하게 막는 태도는 나중에 가서는 화도 나지 않았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런 일이 자주 있는 편은 아니었어도 시준은 미리 말해놓았다. 이렇게 말해두면 그나마 우는 일이 줄어들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잔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침대에 기댄 몸이 무너져 내렸고 끝내는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누운 자세가 되었다. 옆에 있는 지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가 너무 조용해서 그런 걸까. 시준은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 * *

눈을 떴을 땐 아침이었다.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고 잤는지 방 안이 환했다. 눈꺼풀을 껌뻑이며 오늘이 주말이라는 걸 기억해낸 시준은 다시 잠을 청하려다가 품 안에 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시준은 모로 누운 자세로 지하의 머리통을 끌어안고 있었다. 지하는 시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었고 시준의 두 팔은 그의 뒤통수에 가 있었다.

잠결에 끌어안았나. 그런 생각으로 다시 품 안에 있는 몸뚱어리를 밀어낼 생각이었다. 시준은 갑자기 가슴 부근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몸을 굳혔다. 뭔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가슴 쪽 알갱이가 누군가의 입속에서 잠옷 위로 잘근잘근 깨물어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당연하게도 하지하였다.

이 변태 새끼가!

시준은 그대로 손을 들어 지하의 얼굴을 떼어내려 했으나 다시 한번 세게 빨아들이는 느낌에 움찔거리며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올라가려던 손이 저절로 내려갔다. 지하는 무슨 빨대로 음료수를 한 번에 먹어치우려는 사람처럼 가슴을 쪽쪽거리며 빨고 있었다. 시준은 저도 모르게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며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아흐, 으….”

여기가 원래 이렇게 빨면 느끼는 곳이었던가. 아니면 자신의 성감대가 가슴이었던가.

시준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 가슴 때문에 몸이 달아오른다는 사실이 찝찝해서 결국 한 손을 들어 지하의 이마에 가져다 대고 쭉 밀어냈다. 당연히 깨어 있을 줄 알았던 하지하는 그제야 눈을 떴다. 눈에는 졸음이 한가득 묻어 있었다. 시준은 한소리 해주기 위해 배에 힘을 주었으나 맞은편에 있던 녀석이 뭐라고 웅얼웅얼대며 입맛을 다시자 잠시 멈칫했다.

뭐라고 한 거야? 궁금해하기도 전에 지하가 시준을 끌어안으며 다시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손이 잠옷 안으로 들어왔다. 시준의 유두는 옷 위로 지하의 입속에서 혀로 굴려졌고, 순식간에 옷 안으로 들어온 손은 천천히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시준은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소리를 간신히 참고 있는 힘을 모아 눈앞의 파렴치한을 발로 걷어찼다.

“야!”

그러자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가 뒤로 밀려났다. 시준은 콧김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슴까지 밀려 올라간 잠옷을 확 잡아 내렸다. 지하는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누워서 눈만 깜빡였다.

저게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너 내 가슴 일부러 빨았지. 자는 척하고 노렸지.”

시준이 일부러 말끝을 내리며 묻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지하가 허둥지둥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았다.

더 힘을 줘서 찼어야 했는데. 그래서 침대 밖으로 떨어지게 했어야 했는데, 침대가 워낙 넓다 보니 그러질 못했다.

“어, 어…아, 아니, 어….”

“똑바로 말해.”

“아, 아, 아냐. 아, 아, 안 빠, 빨았….”

“뭘 안 빨아!”

시준은 그렇게 말하곤 잠옷 상의 끄트머리를 당겨서 축축하게 젖어 있는 가슴 쪽 천을 더 잘 보이게 했다. 침 자국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옷은 계속 입고 있기 불편할 정도였다.

“이게, 아주…! 솔직히 말해봐.”

“미, 미안, 나, 나는, 나, 나는….”

“너 처음 아니지.”

시준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지하를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시준의 물건을 물었던 것부터, 아침에 몰래 가슴을 핥아댔던 것까지, 처음이라면 할 수 없는 대담한 행동들의 연속이었다. 시준은 지하의 빠는 실력이 서툴렀다는 것을 금방 잊었다.

“아, 아니, 아, 아냐! 나, 나는, 꾸, 꿈인 줄 아, 알고…꾸, 꿈이라서, 그래, 그래서!”

시준의 말에 지하의 얼굴이 삽시간에 하얘졌다. 창백해진 얼굴로 더듬더듬 꿈인 줄 알고 그랬다며 변명을 했다. 어제 시준의 혀를 깨물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얼굴이었다. 도대체 꿈에서 자신이 어떻게 나오길래 하지하가 저런 것인지 시준은 의심스러웠다.

음탕한 새끼.

시준은 이제 지하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도 믿지 않을 거라고 혼자 결심했다. 지하는 아직도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었지만 몸이 자꾸 들썩이고 있었고 두 손은 위아래로 올라왔다 내려가길 반복했다. 굉장히 초조해 보이는 몸짓이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울상을 짓고 있는 얼굴에, 시준은 갑자기 심술이 돋았다. 시준은 아까부터 계속 가슴께가 간지러워서 벅벅 긁고 싶은데 저 새끼는 이딴 느낌을 모른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하의 가슴을 빨기는 싫었다. 아랫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하의 거기는 시준의 성기를 입에 물고 있기만 해도 좋다는 듯이 물을 흘려댔으니 굳이 빨아줄 필요도 없었다.

아무튼 시준은 지하를 괴롭혀주고 싶었고, 그래서 충동적으로 손을 올렸다. 손이 향한 곳은 지하의 가슴이었다. 시준은 그의 유두가 있을 만한 곳에 빠르게 손을 올리고 엄지와 검지로 작은 알갱이를 잡아 비틀어줬다. 아프다는 말을 들을 생각으로 꽉 꼬집었는데 시준의 귀에 들려온 소리는 아흣, 하는 신음 소리였다.

시준은 되려 깜짝 놀라 손을 떼어냈다.

“너, 너… 진짜 변….”

“아, 아냐!”

해괴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준의 시선을 느꼈는지 지하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파서, 아파서 그랬…!”

시준은 필사적으로 외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어느새 지하의 성기가 발딱 서 있었던 것이다. 시준은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아니, 아니야, 준아, 아냐!”

어떤 사람이 아프다고 아랫도리를 저렇게 한 번에 세울 수 있을까. 시준이 생각하기에 그건 변태밖에 없었다.

지하는 정말 억울하다는 얼굴로 어제처럼 시준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어떻게든 시준의 관심사를 돌려보려는 행동이었다. 조금 전에 보인 그의 태도가 마음에 걸리긴 했어도 굳이 빨아주겠다는 걸 거절할 정도는 아니라서 시준은 바지를 내리고는 성기를 밖으로 꺼냈다. 반쯤 서 있던 성기는 지하의 입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크기를 키웠다.

“하아.”

시준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하는 여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시준의 것을 빨았다. 시준이 허리를 움직이는 박자에 맞춰 앞뒤로 고개를 움직이기도 했다. 볼이 홀쭉해질 만큼 빠는 지하의 모습은 오늘도 여전히 야했다.

저렇게 야하게 생겼으니 변태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시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제는 침대 위에 거의 눕다시피 했다. 베개에 허리를 받치고 있었지만 몸이 점점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씹… 읏!”

습하면서도 연한 속살에 닿아 있는 느낌이 좋아 시준의 허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지하는 처음보다 확연히 나아진 움직임으로 시준의 것을 핥았다. 목젖에 닿을 것처럼 밀어 넣다가도 혀로 귀두 구멍을 쑤시며 시준을 자극했다. 그럴 때면 시준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쾌감에 곧장 사정감이 몰려오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쩐지 계속해서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정확히는 지하가 빨다 만 유두가 근질거렸다. 거기다 허리를 쳐올리며 움직일수록 상체가 흔들려서 유두가 저절로 옷 위에 쓸리고 있었다.

아, 좀. 어떻게 하고 싶은데. 살짝 긁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저 새끼는 꼬집히면서 흥분했잖아.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시준은 허벅지를 짚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하의 손목을 붙잡아 잠옷 상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지하가 시준을 올려다봤다. 지하는 볼 한쪽이 불룩 튀어나올 정도로 시준의 것을 입에 물고 입천장과 입안 여린 살들에 비비고 있는 중이었다. 성기는 입에서 빼지 않은 채, 시선만 위로 한 그 모습에 시준은 곧바로 쌀 것 같은 느낌을 겨우 참아냈다.

“만져봐…. 만지고 싶었잖아. 어서.”

시준은 그대로 지하의 잡은 손을 움직여 자신의 가슴에 문댔다.

“읏, 흐읏…. 아, 좋아.”

허리를 쳐올리며 지하의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데, 갑자기 지하가 손가락으로 시준의 유두를 긁어내렸다.

“아흑…!”

손톱으로 긁었을 뿐인 그 감각에 시준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준은 이번엔 참지 않고 허리를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지하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까지 내려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고는 퍽퍽 입안으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웁, 읍…!”

숨이 막힐 듯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시준의 가슴에 있는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유두를 긁고, 만지고 있었다.

“씨발, 아, 아!”

가슴과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눈앞이 새하얘졌다. 시준은 싸면서 몇 번이고 지하의 입안에 처넣었고 지하는 시준의 귀두 구멍을 문지르며 거기서 나오는 정액을 받아먹었다. 싸고 있으면서도 계속 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준은 허리를 움직이며 정신없이 소리 질렀다.

“아, 아아!”

긴 사정이 끝나자마자 침대에 뻗어버린 시준의 위로 지하가 올라탔다. 커다란 몸은 시준을 다 가릴 정도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시준은 사정의 여운이 가득 남아 있는 얼굴로 위를 올려다봤다. 하지하의 눈은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아마 자신의 눈도 저렇지 않을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입술에 와 닿는 혀를 느끼기도 전에 시준의 입은 이미 벌어져 눈앞의 사람을 환영했다.

* * *

길게만 느껴졌던 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이번에는 썩 괜찮게 본 것 같은 느낌에 시준의 기분이 좋아졌다. 주말 내내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확실히 주말 이후 지하의 집에 가지 않고 시준의 집에서 공부를 한 것이 톡톡히 효과를 본 것 같았다.

주말 동안 공부를 못한 이유는 당연히 하나였다. 하지하와 서로 물고 빨아댔기 때문에. 일요일에 공부를 하겠다는 시준의 결심과는 다르게 아침부터 시작된 유사 성행위는 저녁까지 계속 이어졌다.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온 시준은 이대로는 중간고사를 망치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지하에게 네가 우리 집으로 오라고 명령처럼 말했다.

지하의 집은 크고 넓었으나 마치 그 혼자 살고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분명 같이 사는 아버지가 있음에도 일 때문에 바빠 매일 놀러 가는 시준조차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주말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야한 짓도 쉼 없이 할 수 있었다. 시준의 집이라면 부모님과 동생도 있으니 야릇한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을 거란 시준의 예상처럼 둘은 중간고사 기간 내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가끔씩, 이 방에서 처음 시준의 것을 빨았던 지하가 떠올라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으나 그럴 때면 어김없이 밖에서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쉽게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일부러 문을 열고 공부한 보람이 있었던 것이다.

지하는 시준의 공부를 가르쳐주는 데 열심이었다. 그는 본인 공부는 하나도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늘 성적은 시준보다 잘 나왔다. 과외를 그렇게 받고 있는데 그 정도 성적도 안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시준은 자신이 집으로 돌아가면 그제야 과외를 시작하는 지하를 잘 알고 있었다. 시준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붙어 있는 시간이 아니면 지하는 휴대폰으로 시준에게 보고를 하듯 매일같이 쉬지 않고 메신저를 보냈는데, 과외 시간에는 그러는 일이 일절 없었다.

* * *

모두 시험이 끝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에 시준 역시 천천히 책상 위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준은 옆자리에 앉은 지하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어 안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커다란 몸을 구겨 넣듯이 의자에 앉은 모습은 좀 많이 불편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준은 느긋하게 시험지와 문제집을 가방에 넣었다. 지하는 누가 봐도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시준만 보면 발그레해지는 볼이나 순간순간 가방으로 사타구니를 가리는 모습이 그 증거였다. 시준은 지하의 입과 손을 사용하고 난 후 시도 때도 없이 세우는 그를 보며 학교에서도 이딴 식이면 다신 안 하겠다는 말을 한 바 있었다. 야한 일에는 은근히 제멋대로인 하지하는 그나마 시준의 경고를 알아듣고 제법 착실하게 실천했다. 저렇게 어쩔 수 없이 서게 되면 시준의 눈치를 보며 가라앉히려는 노력도 했다. 아니, 애초에 학교에서 좆이 서는 새끼는 없으니 노력한다는 말은 이상한 것일 수도 있었다.

시준은 그대로 자리를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왔다. 뒤로는 시준의 가방과 휴대폰을 챙긴 지하가 허겁지겁 따라오고 있었다.

“가, 같이 가.”

목소리는 이미 시준의 옆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지하는 긴 다리만큼이나 걷는 속도가 빨라서 금방 시준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시준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발걸음을 늦췄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당연한 것처럼 있었던 일이지만 시준은 그게 꽤나 불쾌했었다.

그래도 오늘은 어느 정도 귀엽게 봐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하가 뭘 기대하는지는 뻔했다. 그게 우스워 시준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 뻔함이 언제부터인가 질리지 않았다. 고작 두 달 가까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졌다.

차에 타고 나서 시준은 아예 대놓고 지하를 빤히 쳐다봤다. 지하는 그 시선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또 부끄러운 것 같았다. 일부러 저러는 건지, 어쩐 건지. 순진한 척, 부끄러운 척. 이미 그의 본모습을 알고 있음에도 시준은 볼 때마다 진짜로 저러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곤 했다.

순진한 사람은 애초에 남의 휴대폰을 해킹해서 염탐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아직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뻔뻔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거겠지. 시준은 차라리 자신이 과민반응하는 것이기를 바랐으나 적나라하게 보이는 증거들은 그러질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 하나 붙여서 몰래 촬영하는 건 지하에게 일도 아닌 듯했다. 방 안에 카메라 설치는 안 했다고 다행으로 여겼는데, 밖에서 그렇게 찍어댈 줄은 몰랐다. 누구 덕분에 외출도 자주 못하게 됐는데 뭘 그렇게 찍을 게 있다고.

이 모든 걸 시준은 알고 싶지도 않았고, 일부러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처럼 속 편히 지내고 싶었는데 끝끝내 시준이 먼저 눈치채고 말았다. 가족 단체 메신저방에서 오갔던 말을 지하가 알고 있다는 것은 시준의 부모나 동생이 말을 전해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결정적인 것은 게임 아이템이었다. 시준이 자주 하는 게임은 접속해보면 어느 순간 돈을 주고 사야만 얻을 수 있는 재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준이 보지 않는 사이에 휴대폰을 건드렸나 싶어도, 자기 전에는 0이었던 게임 속 골드가 아침에 1억으로 늘어나 있기는 힘든 일이었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하의 방에 대놓고 액자에 끼워져 있는 시준의 독사진들. 그건 모두 누군가가 찍어준 사진이었다. 그렇다고 그 사진들 전부가 지하가 찍어주었다고 하기에는 시준이 혼자 있는 상황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 가기 위해 편한 옷을 입고 나선 독사진 같은 것들. 평소 지하가 곁에 있을 수 없는 시간대라던가. 종종 교복을 입은 사진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 옆에는 잘린 어깨가 있었다. 분명 지하의 어깨였다.

미성년자가 어떻게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지하의 아버지는 그의 부인을 쏙 빼닮은 막내아들을 몹시 사랑했고, 세상에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시준은 그런 지하를 보며 처음에는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마치 실수인 척 알아채달라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준이 이 모든 것들을 증거만 모아두고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였다. 지하가 피해자로 바뀔 수도 있는 혹시 모를 미래들. 그날을 위해 시준은 입을 다물었다. 지하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묻지 않는 사실을 먼저 실토하지도 않았다.

비겁하고, 비열하고. 말 한마디로 자신의 처지를 뒤바꿀 줄 아는 하지하.

그는 시준에게만 멍청했을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새끼랑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시준은 방문을 닫자마자 덮치듯 달려오는 지하의 두터운 몸을 끌어안고 입을 벌리며 생각했다. 그러나 입속으로 들어온 달짝지근한 혀는 곧 모든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주말 이후로 지하는 이제 시준의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고작 하루였을 뿐인데, 그렇게 익숙해졌다.

“으음…읏.”

정신없이 입을 맞추는 동안 강한 힘에 이끌려 어느새 시준의 두 다리는 상대방의 허리에 감겨 있었다. 엉덩이 역시 지하의 손에 사정없이 주물러지고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입술을 떼지 않은 채 걸음을 옮기던 지하는 문과 가까운 소파 위에 시준을 내려놓았다. 시준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하지하는 그 사이로 쉽게 들어와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뒤에 있을 행위를 기대하며 숨을 고르던 시준은, 지하가 시준의 셔츠와 니트 조끼를 한 번에 위로 올리고 유두를 입에 물자 신음 소리를 내며 허리를 튕겼다.

“아, 아으!”

시준의 허락하에 일요일 내내 빨렸던 유두는 며칠 동안 부어 있어 시준을 불편하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만져주지 않고 며칠이 지나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는지 지하가 쪽쪽거리며 빨아댈 때면 아래로 피가 몰리고 저절로 허리가 흔들렸다.

시준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가슴을 입에 넣고 혀로 굴려대는 지하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시준을 끌어안은 채, 가슴에 매달려 혀를 굴리는 그 모습이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처럼 느껴졌다. 시준은 저도 모르게 지하의 뒷머리를 두 손으로 힘주어 잡았다.

“읏, 빨리… 빨리, 아래도.”

그가 가슴을 빨아댈 때마다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성기에서 물이 흐르는 느낌이 났다. 이대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사정할 것 같아서 시준은 지하의 머리를 손으로 밀어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했다.

그는 순식간에 시준의 팬티와 바지를 벗겨버리곤 두 다리를 그의 어깨에 걸치게 했다. 그리고 허벅지 아래를 두 손으로 받치고 고개를 숙여 시준의 성기를 단숨에 입에 물었다.

“아아!”

시준은 갑자기 찾아온 쾌감에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자 지하의 어깨에 걸쳐진 두 다리 때문에 시준의 허리가 소파에서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럴수록 지하는 시준의 허리 쪽으로 손을 옮기며 그가 더 깊이 입안에 넣을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 갔다.

앞뒤로 움직이는 피스톤질에 맞춰 성기를 목구멍에 넣었다 뺐다 하던 지하는 어느 순간 입안에 있던 것을 빼버렸다. 그러고는 입술을 밑으로 내려 시준의 음낭과 고환을 한 번에 입에 넣고 혀로 살살 굴리기 시작했다.

“아흣, 흐읏!”

뭐 하는 거냐고 물으려던 시준의 입은 신음 소리만 내뱉었다. 성기를 입에 넣을 때와는 다른 자극에 시준은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하는 기둥을 빨 때와는 다르게 힘을 주지 않고 마치 연약한 것을 다루듯 부드럽게 핥아댔다. 그 미칠 듯한 느낌에 시준의 허리가 계속 움찔움찔 떨려왔고,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래서였다. 하지하의 입에 닿지 말아야 할 곳이 닿은 것은.

“흐응, 읏!”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그곳부터 음낭과 고환까지 한 번에 혀로 핥는 느낌이 들 때마다 지하의 손안에 있는 시준의 엉덩이가 계속해서 움직였다. 할짝대다가 얼굴을 파묻고 맛있는 걸 먹듯이 빨아들이는 소리는 그가 시준의 성기를 입에 물었을 때와 같았다. 차이라면 지하의 입술에 닿아 있는 것이 시준의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뒷구멍이라는 점에 있었다.

아, 미치겠네.

시준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있는 지하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하가 구멍을 혀로 문지르기만 하면 입에서 그만하란 소리 대신에 비음 섞인 소리가 대신 흘러나왔다.

허리가 미끄러져서 하지하의 입에 처음 구멍이 닿았을 때에 발로 쳐서 밀어냈어야 했는데. 구멍은 그대로 혀에 닿아버렸다. 그리고 누가 들어도 지금 느끼고 있다는 소리가 시준의 입에서 나가버렸다. 그 소리에 잠시 멈칫한 지하는 곧바로 혀를 놀렸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이어지는 애무에 시준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만 갔다.

끔찍하게도 너무 좋았다. 도저히 생각이라는 걸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감각이었다. 지하는 코까지 박으며 입술과 혀로 시준의 뒷구멍을 핥고 비비고 문질러댔다. 허벅지를 쥐었던 손을 엉덩이로 내려 구멍이 더 잘 보이게 벌리고는 그 주변의 살들을 찰팍이는 소리가 날 때까지 빨아댔다. 뒤가 축축해질수록 시준의 성기에서는 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변태 새끼라고, 거길 왜 그렇게 빠냐고 외치며 밀어내도 모자랄 판에 시준은 입을 벌린 채 아, 아 신음 소리만 질러댔다. 뜨거운 입김이 닿으며 말캉한 혀가 구멍 속으로 들어오려 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다 뒤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사정감이 몰려오는 순간, 갑자기 지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흐윽…. 뭐야?”

끝이 다가오려는 중에 갑작스럽게 사라진 쾌감에 불쾌해진 시준이 고개를 내려 지하를 쳐다보며 물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조금만 있으면 갈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시준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손을 내려 제 성기를 쥐고 흔들려 했으나 지하가 축 처진 시준의 몸을 들고 엎드리게 했다. 시준은 순식간에 소파 등받이를 잡고 무릎을 세운 채로 지하에게 등을 보인 자세가 되었다.

“잠, 잠깐만 이, 이렇게….”

그러면서 시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고 쭉 빼던 그는 좀 전처럼 다시 구멍에 입을 갖다 댔다. 고개를 돌려 뭘 하려는지 보려던 시준은 그대로 멈추어 비명만 질렀다.

“아! 아응! 읏!”

지하의 혀가 안쪽으로 파고 들어왔다. 이미 침으로 범벅인 그곳은 물커져서 쉽게 벌려졌고, 뾰족하게 세운 혀 하나쯤은 수월하게 들어갈 공간이 생겼다. 시준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고개를 저으며 무릎걸음으로 기어갔으나 그럴수록 엉덩이가 뒤로 빠지며 혀가 더 잘 들어왔다.

간질거리고, 마구마구 긁고 싶은 그건 가슴을 빨릴 때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좀 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느낌에 엉덩이가 저절로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혀가 피스톤질을 반복하며 뒤를 쑤셔댔다.

“으아, 아!”

더는 못 참겠다고 생각할 때 커다란 손이 시준의 성기를 감싸왔다. 그러고는 빠르게 탁,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시준은 앞과 뒤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곧바로 하얀 정액을 소파 위로 쏘아대면서도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시준이 사정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숨을 고르고 있는 중에, 등 뒤에서 거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힘을 주어 고개를 돌린 시준은 어느새 고개를 들고 무릎으로 서서 자위를 시작한 지하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지 지퍼만 내려 그 안에 있는 성기를 꺼냈다. 그리고 발기한 성기를 한 손으로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듯 움직였다. 큰 손안에 거의 대부분이 가려졌던 시준의 성기와는 크기부터가 달랐다. 평소라면 그 사실에 울컥했을 테지만 시준은 그저 숨만 들이켜며 눈앞의 자위 장면을 바라보았다.

옷을 다 갖춰 입은 채로 성기만 꺼낸 모습이 묘하게 금욕적이었다. 아마도 그건 얼굴 때문이 아닐까, 시준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정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는 지하는 생김새만 보자면 누가 봐도 호감 가질 만한 외모였다.

손바닥을 적시며 질척이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성기 위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손등이 보였다. 힘을 주고 있는지 손등에는 굵은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리고 살짝 접혀 올라간 소매 사이로 보이는 팔뚝에도 그 모양이 적나라하게 비쳤다.

시준의 시선이 저절로 상대방을 훑었다. 셔츠 아래로 가려져 있는 가슴팍은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안겨 있을 때면 꽤나 딱딱했다. 그래도 옷을 벗으면 땀 때문인지 매끈거려서 한 번쯤 손을 대고 싶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냥 비쩍 마른 몸이었는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지하는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았다.

넓은 어깨와 남자답게 툭 튀어나온 목젖을 지나 그 위에 있는 얼굴은 괴로운 것 같기도 하고,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로 최대한 튀어나오는 소리를 참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의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시준의 시선은 찡그려진 눈썹으로 향했다. 귓가에는 끊임없이 찌걱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시준은 지하의 얼굴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시준이 완전히 몸을 돌려 앞을 바라본 순간.

“윽!”

지하가 사정했다. 순식간에 튀어나온 정액은 시준의 얼굴에까지 닿았다. 하필 시준이 몸을 숙이고 있을 때라 턱뿐만 아니라 입술과 눈에까지 묻었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뜨끈함과 비릿한 향에 시준의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저절로 지난 주말이 떠올랐다. 하지하의 입안에 사정한 것을 잊고 바로 키스를 했었던. 혀에서 느껴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맛에 그를 밀어내려 했으나 결국 입맞춤에 빠져 그러지 못했었다.

앞에 있는 사람의 자위를 구경하며 반쯤 서 있던 것이 확 죽어버리는 게 느껴졌다. 시준은 그때 그 맛이 떠올라 차마 입을 벌리지 못했다. 대신 앞에 있는 지하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미, 미안…. 읏.”

그렇게 말하는 지하는 아직도 성기를 흔들며 사정하고 있었다. 양이 얼마나 많은지 소파와 바닥까지 정액이 고였다. 사정을 마친 그가 급하게 떨리는 손을 들어 시준의 턱과 입술을 엄지로 쓸어내렸다. 묻어 있는 정액을 닦아주려는 것 같았으나 시준이 느끼기엔 정액을 입술 위에 펴 바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입을 벌려 말을 하고 싶어도 입가에 묻은 정액이 입안으로 들어올까 열지도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시준은 테이블에 있던 휴지를 가리켰고, 그걸 알아들은 지하가 잽싸게 일어나 가지고 왔다. 지하의 바지 가운데 사이로 툭 튀어나와 있는 성기는 사정하자마자 다시 단단하게 서 있어서 덜렁거리지도 않았다.

시준은 그의 손에 있는 휴지를 휙 소리가 나게 낚아채어 턱과 입술, 눈을 닦은 뒤 말했다.

“너 양치하고 와.”

“야, 양치?”

“빨리!”

지하는 짜증 난 시준의 목소리에 움찔거리더니, 여전히 앞은 벌려져 있는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소파에 파묻을 것처럼 기대앉은 시준은 침으로 번들거리던 지하의 입술을 떠올렸다. 유난히 윤기 있어 보이는 그 입술에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그 입술이 어디에 닿았는지를 떠올리곤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지하에게 양치를 하고 오라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 진짜, 씨발, 좆같다.

시준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지하의 입술이 닿은 곳이 떠오르자마자 다시 뒤가 근질거렸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거기를, 거기를!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것 같았다. 아니면 분위기에 취해 돌아버린 게 아닐까. 입이 닿자마자 씨발 새끼가 뭐 하는 거냐며 욕을 날리고 발로 걷어차줬어야 했는데. 오늘 일은 실수였다. 애초에 하지하가 좆만 물었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자세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중간에 미끄러져서 닿았던 것이니까.

시준은 뒤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수였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을 거라며,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고 뛰듯이 걸어 욕실로 향했다. 찬물 샤워라도 해야지 이 느낌이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

이제 이 새끼 집은 오지 말아야겠다.

시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어찌 된 일인지 지하의 누나도, 아버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바빠지기만 했다. 그들이 집에서 밥을 먹는 건 아주 드문 일 같았다. 평일에 일찍 퇴근해서 와봤자 이미 시준이 집에 돌아가고 난 후였다. 지유를 마주치는 건 부담스러웠으나 그렇다고 이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 둘만 계속 있자니 자꾸 벽이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고 빨기 전에는 어땠더라. 이상하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시준은 누워 있는 지하의 입속에 성기를 깊게 쑤셔 넣었다. 베개를 높이 쌓아 어느 정도 기울기가 생긴 상태였기에 무릎을 세우고 침대 헤드를 지지대 삼아 빠르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우웁!”

격한 움직임에 시준의 아래에 깔린 지하가 괴로운 것처럼 헛구역질을 했다. 눈가에는 그 때문에 생리적으로 나온 눈물까지 흐르고 있었다. 그에 아랑곳 않고 허리를 쳐올렸으나 아무리 해도 어제와 같은 사정감이 몰려오질 않았다. 시준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어떻게든 쥐어짜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잘 좀 빨아봐.”

지하가 혀를 움직이며 기둥을 한 번에 훑어내려도 허리만 부들부들 떨릴 뿐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은 느낌이 오지 않았다. 시준은 다시 한번 지하의 목구멍 안쪽 깊숙이 성기를 파묻었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빨던 그는 이제 숨쉬기도 버거운지 헉헉거리며 눈을 뜬 채로 눈물을 흘렸다.

“씨발.”

짜증이 난 시준은 그대로 엉덩이를 뒤로 내려 지하의 가슴에 주저앉았다. 털썩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앉는 바람에 앞에서 윽, 하는 고통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시준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 흘끗 뒤를 돌아봤다. 지하의 성기는 아직 바짝 일어서서 물만 뚝뚝 흘려대고 있었다. 그걸 보고 시준은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시준보다 지하가 먼저 싸지 못한 경우 늘 느끼는 감정이었다.

난 싸지도 못했는데 지 혼자 좋아서 가면 괘씸하단 말이지.

그와 반대로 시준이 먼저 사정을 해버리면 그건 또 자신이 조루가 된 것만 같아서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제일 좋은 건 동시에 가는 거였다.

시준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얼굴로 성기를 잡아 지하의 턱에 툭, 툭 내려치다가 엉덩이걸음으로 가슴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배에 주저앉아 천천히 두꺼운 몸을 감싼 티셔츠를 밀어 올렸다. 탄탄한 근육을 따라 손바닥을 움직이니 지하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져만 갔다.

슬그머니 움직이는 손의 목표는 지하의 유두였다. 시준은 그가 변태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금 후에 자신이 할 행동은 지금 누워 있는 지하가 했던 것보다 변태성이 더 짙어 보였다.

아닌가. 거기에 입을 대고 좋아라 빠는 새끼도 정상은 아닌 건가.

시준은 지하의 유두를 천천히 엄지와 검지로 잡고 돌리며 생각했다. 손안의 알갱이는 말랑한 상태에서 시준이 조금만 건드려주니 순식간에 단단해졌다. 시준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하지하의 좆이랑 똑같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기 때문이었다. 손톱으로 긁기도 하며 유두를 자극하다가, 시준은 상대방에게서 별 반응이 없는 것이 의아해 고개를 들었다.

분명 신음 소리가 나와야 할 텐데. 지난번에 이상하게 쳐다봐서 소리를 참는 건가.

평소 자위를 할 때에도 목소리를 참는 지하가 생각나 그러지 말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지하는 그저 멀뚱멀뚱한 얼굴로 시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준아, 아, 안 해? 아, 아직 모, 못 쌌잖아.”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에 그의 가슴 위에 있던 시준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췄다.

“…왜 가만히 있어?”

“어, 어?”

시준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손톱으로 지하의 유두를 세게 긁어내렸다. 그랬는데도 그는 눈썹 한쪽만 올렸다 내렸을 뿐이었다.

“…흥분 안 해? 너 못 느껴?”

“…어?”

“왜 소리 안 내냐고.”

살짝살짝 힘을 주어 잡았다가 다시 놓는 건 지하가 주로 시준의 유두를 자극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유두를 간지럽히면 시준은 허리가 떨리며 입에서 저절로 새된 소리가 흘러 나갔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지하는 그제야 시준의 말을 알아차렸다는 듯 입을 벌렸다.

“으, 으읏…. 아….”

“…….”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건 누가 들어도 가짜가 분명한 어색한 신음 소리였다. 시준은 할 말을 잃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열심히 소리를 지르는 지하를 내려다보았다. 결국 낮고 굵은 목소리가 내는 이상한 콧소리에 그만 김이 팍 새버렸다. 시준이 가슴 위에 있던 손가락도 가만히 놔두자 이상하게 여겼는지 지하가 눈을 떴다. 그러다 시준의 가운데를 보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평소보다 말을 더 심하게 더듬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꼿꼿하게 서 있었던 시준의 성기가 확 시들어버린 걸 발견한 모양이었다.

“어, 어어…어? 왜, 왜…왜?”

왜긴 왜야, 너 때문이지.

싸려다 만 것 같은 찝찝한 느낌에 짜증이 난 시준은 그대로 손바닥을 올려 하지하의 가슴을 내려쳤다. 어디까지나 폭력이 아닌, 지난번처럼 심술이 담긴 손짓이었으나, 짝 소리와 함께 손바닥에 닿은 지하의 유두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흣!”

이번에는 가짜가 아닌 진짜 신음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너….”

“아, 아냐! 아냐!”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해진 표정을 한 시준을 보며 지하가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그, 그, 그거, 아, 아, 아니야, 아냐, 준아.”

“…….”

“지, 진짜야, 아, 아닌, 아닌데….”

지하는 끝내 울 것처럼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몸까지 일으키려는 걸 시준이 두 손으로 막았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기는.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준의 몸이 움직였다. 시준은 지하의 얼굴 양옆에 무릎을 세우고 말했다.

“이번에는 잘 해. 알았어?”

그러곤 그대로 엉덩이를 내렸다.

정확히는 하지하의 입이 있는 곳에 구멍이 닿도록.

“하으, 흐, 응!”

아예 상의까지 벗어버린 시준은 침대 헤드를 붙잡았지만 점점 팔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쾌감 때문이었다.

지하의 얼굴을 엉덩이로 뭉갤 것처럼 그 위에서 움직이다가 구멍 속으로 혀가 들어오면 그대로 멈추고 몸만 부들부들 떨며 자지러진 소리를 내뱉은 게 벌써 몇 번이었다. 이미 한 번의 사정을 끝낸 시준은 구멍을 빨아대는 느낌에 다시 아래를 세웠다. 혀를 넓게 펼쳐 구멍 주변을 단숨에 핥기도 하고, 입술을 모아 문대기도 하면서 지하는 시준의 뒤쪽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얼마나 핥아댔는지 아래에서는 이제 차닥거리는 물소리까지 들려왔다.

끊임없는 움직임 때문인지 얼마 안 있어 또 한 번 사정감이 느껴졌다. 손을 내려 성기를 붙잡고 흔들려던 시준은, 생각을 달리해 엉덩이를 들고 지하에게 말했다.

“입, 벌려.”

그러고는 벌려진 지하의 입속으로 콱, 하며 성기를 쑤셔 박았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헐떡이며 인상을 쓰고 있는 지하를 본 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엉덩이 손 떼고. 흐읏, 네 거 흔들어.”

그 말에 시준의 엉덩이를 감싸던 큰 손이 사라졌다. 시준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지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입속 깊숙이 성기를 파묻었다.

“아, 읏!”

얼마 지나지 않아 시준이 높은 신음 소리와 함께 입안에 정액을 핏, 핏 쏘아대자 지하가 여느 때처럼 혀로 귀두 구멍을 쑤시며 그곳에서 나오는 정액을 받아 마셨다. 그와 동시에 탁, 탁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하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낮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첫 사정이었다.

시준은 침대에 누워 숨을 골랐다. 어제도 세 번이나 쌌는데 오늘도 벌써 두 번이나 했다. 당연하게도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시준은 옆구리를 파고들며 안겨오는 지하를 밀어내지 않았다.

지하는 시준을 끌어안으며 가슴에 고개를 파묻다가 끝내는 대자로 뻗어 있는 시준의 팔에 살포시 고개를 내렸다. 시준은 겨드랑이와 어깨가 이어지는 쪽으로 팔베개를 하며 최대한 달라붙으려는 지하를 흘긋 내려다보기만 했다. 뭐라고 할 힘도 없었다. 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부터 지하는 본인이 마치 소형견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준에게 안겨왔다. 커도 적당히 커야지, 무식하게 커서 무겁기만 한 그가 안겨올 때면 시준은 열에 한 번 꼴로 받아주곤 했었다.

그마저도 이젠 늘어난 것 같았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아닐까.

시준은 고민했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육이 붙어 있는 완벽한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쉽게 귀찮아지고 피곤해져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오, 오늘 자, 자고 가면 아, 안 돼?”

“…….”

“시, 시험도 끄, 끝났고…. 공부는 다, 다음에 하자. 게, 게임 할래, 준아?”

시준은 지하가 베고 있는 쪽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쓸어내렸다. 그러자 지하는 재잘거리던 입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긴 속눈썹이 더 잘 보였다.

그냥 그의 좆처럼 부드럽게 느껴져서 만진 것뿐인데, 그게 뭐라고 하지하는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래, 그럼.”

“저, 정말?”

단번에 수락하자 놀라워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지하가 시준을 올려다봤다.

“나 씻고 싶은데.”

“내, 내가 씨, 씻겨줄까?”

“지금 말고.”

“으, 응.”

“뜨거운 물에 들어가고 싶어.”

“내, 내가 다, 다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 눈이 접힐 것처럼 웃어버리는 지하를 시준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 * *

하지하와 하고 있는 짓을 섹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삽입이 없는데도 그걸 섹스라고 할 수 있나?

시준은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구체적인 명칭이야 많았다. 펠라, 오럴, 대딸, 애무, 그리고 키스.

시준은 자신의 생각을 정정했다. 그런 것들이 쉽게 질릴 리가 없었다. 아무리 하지하여도 육체적 쾌락은 금방 질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시준이 그만둘 생각이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어찌 됐든 지하와 서로 헐떡이며 한바탕 뒹굴고 난 후에는 지치긴 해도 몸이 상쾌해졌다. 그런 날은 평소보다 숙면을 취하기도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머릿속이 다시 야한 생각으로 드글드글 끓긴 하지만.

지금도 아마 학교가 아니었다면 옆자리에 앉아 시준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지하의 턱을 잡아 고정시키고 입을 맞췄을 것이다. 혹은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는다든가. 지하는 시준이 손끝으로 살결을 문지르는 것처럼 머리카락을 비벼대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상하게도 평소에 둘이서 하는 대화라고는 거의 정해져있다시피 했지만 본격적으로 침대 위에서 움직이면 서로 예상치 못한 말들을 하거나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주 하지하처럼.

지하는 지난 주말에 시준의 구멍으로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입으로 받는 애무에 정신이 없던 틈을 노려 시준에게 허락을 구하곤 이미 혀로 눅진해진 곳에 조심조심 길고 굵은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푹푹 쑤시는 손가락에 평소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던 것도 같았다.

사정 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뭐 하는 거냐고 짜증을 내려던 마음도 상대방의 몰골을 보자 사그라들고 말았다. 시준의 두 손에 잡혀 마구잡이로 뜯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 있는 데다, 그러면서 얼굴에 시준의 정액을 묻힌 채로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고 있으니 나오려던 화도 들어가버렸다. 차라리 혀보다는 손가락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시준은 지하가 자신을 만질 때의 표정, 손짓, 소리 같은 것들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오를 때가 있었다. 막상 할 때는 그렇게 유심히 살펴보지도 않았는데 마치 몇 번이고 돌려 본 드라마나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는 것이다.

시준은 자꾸만 야한 쪽으로 이어지려는 생각을 막았다. 대신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지하와 눈을 맞췄다. 시준을 훔쳐보고 있던 그는 시준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을 움찔할 정도로 놀라더니 곧바로 시선을 책상 위로 돌렸다. 시준은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펴본 후에, 슬쩍 펜을 들어 지하의 노트 위로 글자를 써 내려갔다. 보지 않아도 지하가 자신의 손끝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일 거라는 걸 알았다.

[오늘 집에 누나 있어?]

시준이 적자마자 바로 지하가 펜을 들었다. 어찌나 급한지 잡으려던 펜이 두 번이나 미끄러져서 색이 있는 다른 펜을 꺼내야 했다.

[아니.]

그러고는 시준의 질문 아래 바로 답을 남겼다.

[확실해?]

[아마….]

점점이 이어지는 마침표와 머뭇머뭇 움직이는 손을 보자니 그도 확신이 없는 듯했다. 시준은 불만스럽게 두 눈을 찡그렸다. 요 며칠 지하의 누나가 집에 있어서 제대로 하질 못했던 탓이다.

아무리 집이 크고 방음이 잘 된다고 하지만 지하의 아버지가 아닌 누나는 달랐다. 그녀는 시준이 놀러 오면 자주 방에 들르곤 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용돈을 준다거나, 공부를 도와준다고 하거나. 아니면 같이 놀자고 하거나. 시준은 그녀가 그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고, 이전에는 그녀가 껄끄럽긴 해도 그런 행동에 큰 반감은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녀가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지하와 방에 들어가자마자 서로의 입술부터 빨았었다. 그러다 곧이어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라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 후로는 제대로 된 시도조차 하질 않았다.

[누나 없으면 할까?]

당연한 말을 적은 뒤 시준은 흘긋 위를 올려다보았다. 예상대로 지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손가락 넣고.]

손가락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 소리가 순간적으로 하지하의 좆을 문질러줄 때 내는 소리처럼 들려서 갑자기 펜을 잡은 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집이었다면 역시나 망설이지 않고 상대방에게 손을 뻗었을 것이다.

몇 시에 끝나지.

시준은 남은 수업도 집중해서 듣지 못하리란 걸 깨달았다.

“어서 와. 배 안 고프니?”

“안녕하세요.”

“그렇게 딱딱하게 인사하지 말라니까. 지하도 왔지? 이리 와봐, 얘들아. 누나가 맛있는 거 사 왔어.”

아, 오늘도 못하겠구나.

시준은 실망한 티를 숨기고 지유에게 인사를 건넸다. 도착했을 때 이미 집에는 그녀가 있었다.

오늘까지 휴가라고 했던가.

그녀를 따라간 1층 응접실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디저트들이 올라와 있었다. 보기만 해도 달아 보이는 그것들은 모두 시준의 취향이었다.

그녀가 커피를 내려 오겠다며 자리를 뜨자 시준은 지하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나만 이런 기분인 건 아니겠지, 하면서 쳐다본 지하의 얼굴에 시준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는 실망하다 못해 화가 나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맛있는 간식을 눈앞에서 빼앗긴 어린애가 지을 만한, 그런 얼굴이었다.

“앉아.”

시준은 그런 그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앉자마자 테이블 위의 디저트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민트색 포장지의 작은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시준은 초콜릿 포장을 벗겨내면서 흘긋 응접실 문을 보았다.

커피를 두 잔, 혹은 세 잔이나 내리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고, 적어도 5분 동안은 이 공간에 하지하와 둘만 있을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친 시준이 포장을 벗긴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허리를 숙여 의자에 앉은 지하의 턱을 손에 쥔 뒤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닫혀 있으면 잡은 턱에 힘을 주어 벌리게 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지하는 다가오는 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술을 벌리고 두 손을 들어 시준의 목을 끌어안았다.

시준은 입안에 있던 초콜릿을 지하의 입속으로 밀어 넣으며 웃었다. 그 안에서 혀로 입천장을 쓸어내리고, 지하의 혀를 감싸 안아 문지르는 동안 질척한 소리가 끊임없이 오고 갔다. 시준은 입술을 맞대면서도 문 쪽으로 시선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하는 이미 두 눈을 감은 채 키스에 매달리고 있었다.

초콜릿이 그의 입속에서 녹아서 사라졌을 때쯤 시준은 불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눈을 뜬 지하가 다시 얼굴을 들이밀며 잡아먹을 것처럼 입을 벌렸다. 시준은 그의 턱을 쥐고 있던 손으로 윤기가 흐르는 입술을 천천히 매만지다가 엄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지하는 기다렸다는 듯 시준의 손가락을 빨았다.

“안 돼. 누나 오잖아.”

아랑곳 않고 혀로 엄지를 핥아대는 그를 보던 시준은 지하의 하체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앞은 이미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어 보일 만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정말로 참기가 힘든지 앉은 채로 허리를 움찔하며 흔들기도 했다. 시준은 피식 웃으며 그 모습을 보다가 슬쩍 아래로 손을 내렸다.

“너 이거 어쩔 거야.”

그렇게 말하곤 귀두가 있을 만한 부분에 손가락을 올려 둥글게 원을 그리듯 쓸어내렸다. 그러자 지하가 입고 있는 바지 앞쪽이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윽, 읏….”

“못 참겠어?”

“응…못, 못 참….”

“그럼 할 수 없지.”

시준은 잔뜩 취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하를 무시하며 허리를 세웠다. 조용한 공간에 지하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가득 찼다.

“이걸로 가려.”

시준은 의자 옆에 있던 가방을 들어 지하에게 휙 던져주었다.

“여기서 쌀 순 없잖아.”

그러고는 옆자리에 앉아서 초콜릿 포장지를 하나 더 뜯으며 물었다.

“초콜릿 맛있었어?”

“으, 응. 맛, 맛있….”

“거짓말하지 말고. 맛있었어?”

시준은 맛있다는 그의 대답에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면서 입안으로 초콜릿을 집어넣었다. 지하가 그런 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시선이 향한 곳은 시준의 입술이었다. 침을 삼키며 집요할 정도로 쳐다보는 저 얼굴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뻔했다. 오늘따라 쉽게 읽히는 그 생각에 시준의 한쪽 입꼬리가 삐죽 올라갔다.

“나 거짓말 싫어하는 거 알잖아, 지하야.”

“…맛, 맛있었어.”

또 먹고 싶을 정도로.

홀린 듯한 목소리가 시준의 귓가에 닿았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 이거 맛있어요.”

시준은 지유가 들어오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마카롱을 하나 집어 들고 맛있다며 칭찬했다. 그녀는 가져온 커피와 음료수를 시준과 지하의 자리에 놓아준 뒤 말했다.

“다행이네. 시준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샀는데.”

“집에 가져가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지하는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졌어? 설마 누나가 시준이 먹으라고 가져와서 화내는 거야?”

“아, 아니야….”

“지하도 이거 맛있다면서 먹었어요.”

시준이 가리킨 민트색 포장지의 초콜릿을 본 그녀는 지하가 좋아할 줄은 몰랐다며, 더 사와야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하는 끝까지 맛없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싫어하는 걸 모르나.

시준은 다시 초콜릿을 입에 넣고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둘은 누가 봐도 남매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닮아 있었으나 그 안에 있는 성격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유는 바른 사람이었다. 하지하와 다르게.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도 막냇동생은 한없이 아끼고 돌봐주어야 할 어린아이인 것 같았다. 띠동갑이라는 나이 차이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연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유는 시준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주변에 있는 어른들 중에서 제일 어른다운, 그러면서 선량한 사람이었다. 지하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오히려 시준을 걱정하며 상담을 권해온 건 그녀 한 명뿐이었다.

시준은 지유가 가져온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옆에서 들려온 지하의 말에 입안에 있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누, 누나, 우, 우리 오늘 모, 모의고사처럼 여, 연습할 거야.”

“모의고사?”

“시, 실전처럼.”

“그래? 집에서 그렇게 공부하기 힘들지 않아?”

“괘, 괜찮아.”

어이가 없어서 지하를 보려는데 지유가 시준에게 말을 걸어왔다.

“시준이도 열심인가 보네. 오늘은 누나가 너네 공부하는 거 방해하지 말아야겠다.”

“방해는요, 누나. 그런 거 아니에요.”

“시, 시간도 재, 잴 거야.”

시준은 그렇게 말하는 지하를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평소에 시준 앞에서 우물쭈물하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의외로 단호한 표정으로 그의 누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알겠어. 어차피 누나 저녁에 약속 있어서 나가봐야 해. 시준이 저녁 먹고 갈 거지?”

“아, 네.”

“그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누나한테 말해.”

“아니에요, 괜찮아요. 지하가….”

“지하가 해준 것만 먹으면 질릴 거 아냐.”

“누, 누나!”

“얘 좀 봐. 누나한테 화내는 거야?”

지유는 웃으면서 그의 머리에 딱밤을 때리고는 지하가 삐진 것 같으니 먼저 올라가보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의고사?”

“…….”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시준이 코웃음을 치고 지하를 보았다. 지하는 그런 시준을 어색하게 피하며 주섬주섬 테이블 위에 있는 간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이거는…. 준이는 머, 먹지 마.”

“왜? 누나가 나 먹으라고 사온 건데.”

“내, 내가 사, 사줄게.”

“아까는 괜찮다더니?”

“…아, 아버님이랑 어, 어머님이랑, 시, 시운이 줘.”

더 따지려던 시준은 동생의 이름을 꺼내는 지하의 말에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지하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오늘 그는 동생의 이름을 더듬어 말하고 있었다.

시준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뭐라고 할 의욕을 잃고 말았다. 이유는 몰랐다. 그냥, 더 이상 지하에게 비꼬듯 말하고 싶지 않아졌다.

갑자기 조용해진 시준이 이상했는지 지하가 손을 움직이면서도 시준의 눈치를 보았다.

“정리하고 올라와.”

“…준이는?”

“먼저 방에 가 있게.”

“그, 그럼 나, 나도.”

지하는 그렇게 말하곤 허둥지둥대며 가방 안에 디저트 상자들을 잔뜩 구겨 넣었다. 마음이 급한지 손이 자꾸 미끄러져서 포장된 쿠키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시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시준은 오늘따라 유독 그 미안하다는 말이 거슬렸다. 한동안 지하의 사과를 듣지 못해서 그런 건지 미안하다고 말하며 비굴하게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그저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순간적으로 그만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한 걸 겨우 막았다.

지하는 시준이 그대로 나가버릴 줄 알았는지 뚱뚱해진 가방을 한 손으로 들고 급하게 달려와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시준은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하는 시준이 계단을 올라갈 때면 항상 옆이 아닌 뒤에서 따라오곤 했었다. 평소라면 뒤쪽에서 시준의 이름을 부르며 쓸데없는 소리들로 말을 걸어왔을 지하 역시 기나긴 복도를 지나 문 앞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시준이 문고리에 손을 올리기도 전에 뒤에서 먼저 문을 열곤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한 손에 든 가방은 이미 내던진 후였다.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돌려세워지는 몸에 시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바로 입술을 물어뜯을 것처럼 다가오는 지하를 보니 어지간히 참았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시준은 자연스럽게 두 손을 들고 커다란 몸을 끌어안으며 입을 벌렸다.

처음 키스했을 때처럼 몸이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으로 접힐 것 같은 몸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지하는 입을 맞추자마자 한 손을 시준의 셔츠 안으로 밀어 넣었다. 넓은 손바닥은 시준의 등허리와 배를 타고 올라가 가슴을 쓰다듬었다.

“음, 응….”

유두를 긁어내리면서 입속을 휘젓는 혀 때문에 시준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갔다. 그사이 지하는 아예 두 손으로 셔츠를 가슴 위까지 밀어 올리고 양손 엄지로 유두를 문지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굴리다가도 손톱 끝으로 꾹꾹 눌러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시준은 숨이 차는 느낌에 키스를 멈추고 고개를 뒤로 뺐지만 지하가 끈질기게 쫓아와 입을 맞췄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쾌감에 시준의 허리가 저절로 떨려오고 바지 앞이 답답해졌다. 그리고 그걸 눈치챈 건지 지하가 한 손을 내려 시준의 바지 버클을 풀고는 급한 손짓으로 시준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려버렸다. 바지는 그대로 벗겨졌지만 어중간하게 벗겨진 팬티는 허벅지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졌다.

그러나 시준은 거기까지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지하가 바지를 벗기자마자 성기를 만져왔기 때문이었다. 금방이라도 사정시킬 것처럼 마구잡이로 흔들던 손에 시준은 소리를 내질렀지만 지하의 입속으로 먹혀들어 가고 말았다.

앞을 만지던 손은 시준이 사정하기도 전에 곧바로 뒤를 향했다.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엉덩이를 주무르기도 하고, 그 사이에 있는 작은 구멍을 건드리기도 하던 손은 이제 시준의 등을 타고 올라와 다시 가슴을 매만졌다. 지하는 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마치 어디서부터 만져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시준의 몸을 오갔다.

그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시준은 지하의 입안에서 느껴지는 싸한 민트향에 잠시 입술을 떼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시준이 고개를 들자, 바로 코앞에 있는 지하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웃고 있는 시준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준은 문득 입을 열어 물었다.

“무슨 맛이야?”

“…맛있는 맛.”

한참 생각한 뒤 더듬더듬 대답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더듬지도 않고,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시준은 자신이 건네준 초콜릿을 먹고는 치약맛이 난다며 얼굴을 잔뜩 찡그리던 어린 지하를 떠올렸다. 너무 맛이 없다고, 자길 괴롭히려고 이런 걸 주는 거냐고 힘겹게 말하던 그 모습도. 모두 사라진 추억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준은 다가오는 입술에 천천히 입을 맞추며 눈을 감았다.

* * *

“아읏, 응!”

입술이 지나가며 눅눅해진 자리에 마디가 굵은 손가락 한 개가 들어왔다. 천천히 진입을 시도하던 그것은 순식간에 안을 파고들었다. 이물감을 느낄 새도 없이 뒤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시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작 손가락 한 개일 뿐인데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시준은 흐린 눈으로 자신의 아래에 깔려 있는 지하를 바라보았다. 그는 시준을 관찰하고 있었다. 풀려 있던 눈매는 어느새 또렷해져서는 시준의 표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

시선을 느낀 순간 입구를 드나들며 피스톤질을 하던 손가락이 안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내벽을 문지르기도 하고 꾹꾹 눌러대기도 하는 그 움직임은 마치 시준의 유두를 만질 때와도 비슷했다.

몸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시준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인지 아니면 뒤를 파고드는 손가락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었다.

지하의 얼굴 양옆으로 고정해둔 팔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시준이 무릎을 간신히 세워 지하의 배 위에 주저앉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아래에 있는 몸에 그대로 엎어져버릴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시준은 빼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찌걱이는 소리까지 내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에 입에서 신음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읏, 으흑! 흐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손가락은 또 다른 쾌감을 시준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아래에 누워 있는 지하는 한 손으로는 공중에 떠 있는 시준의 엉덩이를 감싸 벌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안쪽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손가락이 더 깊숙이 들어올수록 자세 때문인지 시준의 몸이 점점 위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성기에서 찐득한 액체가 흘러나와 지하의 배 위에 고였지만 시준은 알지 못했다.

결국 계속되는 자극에 앞쪽을 만지려 한쪽 팔을 내리던 시준의 몸이 무너졌다. 지하는 무너진 몸을 감싸 안고 그대로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시준의 얼굴을 그의 어깨에 기대게 하자 자연스레 시준과 마주 보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자세를 바꾸느라 빠져나간 손가락 때문에 구멍이 계속 움찔거리고 있었다. 시준은 갑자기 사라진 감각이 아쉬워 눈앞에 있는 얼굴을 보며 칭얼대듯 웅얼거렸다. 머리가 몽롱하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시준은 귓가에 입을 바짝 붙이고는 손가락 더 넣어도 되냐고 더듬더듬 묻는 말에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좋으니 어서 아까처럼 느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준의 생각을 읽었는지 처음보다 더 굵어진 손가락이 구멍을 파고들었다. 아래에서 위로 직각으로 들어오는 그것은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시준은 참지 못하고 그대로 엉덩이를 내렸다. 그러자 길고 굵은 손가락 두 개가 순식간에 안을 찔러왔다. 놀랐는지 마주한 몸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시준은 거기까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단숨에 파고든 손가락 두 개가 닿은 곳에서 눈앞이 하얗게 변할 만큼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으, 아!”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커다란 소리가 튀어 나갔다. 자신이 무슨 소리를 내뱉고 있는지 모르는 시준은 그저 좀 전의 쾌감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가며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빼고 있었다.

“응, 좋아, 으응….”

그런 시준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지하가 손가락을 더 넣어도 되냐고 물어도 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하는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지지대 삼아 움직이고 있는 시준의 얼굴을 끌어당기곤 입을 맞췄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미칠 듯한 쾌감에 헐떡이느라 숨이 막힌 시준이 고개를 저으며 벗어나려 했으나 지하는 끈질기게 따라와서는 더 넣어도 되냐고 물었다. 시준은 그래도 된다고 하면 상대방이 더 이상 키스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에 홀린 것처럼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준의 고갯짓을 본 지하는 곧바로 안에 있던 걸 빼더니 세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두 개와는 다른 뻑뻑한 느낌에 시준의 인상이 찌푸려지며 점점 머리가 맑아지려는 찰나, 미끄러지듯 들어온 손가락 세 개가 방금 전까지 느낀 곳을 빠르게 찔러왔다.

“아아! 아!”

더 이상 시준이 허리를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쿨쩍, 쿨쩍 소리를 내며 구멍을 드나들던 손가락은 어느 순간 안에 머무르면서 도톰한 부분을 손끝으로 문질러댔다. 그와 동시에 몰려드는 사정감에 시준이 손을 내려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를 떨며 그대로 지하의 배 위에 사정했다. 싸는 동안에도 안에 있는 손가락은 가만히 있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더 자극을 받아 길어진 사정에 지친 시준이 지하의 어깨 위로 힘없이 머리를 기댔다.

마치 백 미터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찼다. 그리고 그건 시준이 기대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인지 귓가에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정신이 돌아온 시준은 아직도 안에 있는 손가락을 느끼곤 말했다.

“…안 빼고 뭐 해?”

“으, 응.”

시준은 안에서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마주 앉은 지하에게 다시 몸을 기댔다. 어깨에 머리를 올린 그 자세로 위를 흘긋 올려다보니 이제야 그의 얼굴이 잘 보였다. 그는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시준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당황해하면서도 시선을 돌리지는 않았다. 시준은 그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점점 얼굴이 가까워진다고 느낄 무렵 돌연 시선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

지하의 성기는 잔뜩 부풀어 오른 채 물만 뚝뚝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거슬리는 것은 성기가 나올 만큼만 내려가 있는 그의 바지였다. 시준은 지금 알몸으로 기댄 상태였으나 지하는 아니었다. 상의는 벗었어도 여전히 하의는 입고 있었던 것이다. 내리다 만 바지가 우습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끝끝내 벗지는 않은 그 모습에 궁금증이 일었다.

“벗어봐.”

“어? 뭐, 뭘….”

“바지.”

“아….”

“나만 벗고 있잖아.”

“…….”

“싫어?”

“아, 아니.”

지하가 시준의 물음에 바지를 내리기 위해 엉덩이를 들자, 시준은 기대던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잠시 망설이는 듯하던 지하는 앉은 채로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버렸다. 다리가 쓸데없이 길어서 불편해 보였으나 드러난 흔적에 곧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말았다.

“지, 징그럽지.”

“…….”

흉터는 종아리부터 허벅지 중간까지 빼곡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처음 본 그날처럼 선명하게 자리 잡은 자국에 저절로 손이 뻗어졌다. 허벅지에 시준의 손가락이 닿자 근육이 움찔거렸다. 시준은 손끝으로 찬찬히 흉터를 쓸어보았다.

다리를 자르고 싶다고 했던가. 아니, 키를 줄이고 싶다고 했던가. 키가 너무 커서 작아지고 싶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예전처럼 자기를 귀여워해 줄 것 같았다고.

그 말을 들은 시준은 지하를 비웃지 못했다. 커다란 키에 가려진 교복 안의 몸은 바짝 말라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무릎으로 서봐.”

“으, 응.”

시준의 말대로 무릎으로 침대 위에 선 지하는 이제 완전한 알몸이었다. 자국은 뚜렷했지만 운동을 해서 그런지 흉터는 벌크업한 허벅지 근육 위로 깊게 패지 않은, 얇은 실선처럼 그어져 있을 뿐이었다. 지하는 퇴원 후 열심히 먹고, 살을 찌우고, 운동을 했다. 그리고 몸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후에는 격투 기술을 배웠다.

지하의 상체만큼이나 하체도 탄탄한 근육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시준은 허벅지에 있던 손을 뒤로 움직여 그의 엉덩이를 움켜쥐어보았다. 엉덩이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조금 말랑한 것 같기도 했다. 시준이 만지자마자 힘을 줬는지 금세 딴딴해지기는 했지만.

시준은 지하가 그랬던 것처럼 엉덩이 사이에 있는 구멍 쪽도 만져보려 했으나 도저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으로나마 살짝 건드려볼까 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하의 거길 입으로 빨고 혀를 넣는다는 것도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그럴 마음도 없었다.

시준의 뒤쪽에 손가락을 넣은 순간부터 그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뚜렷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의식해서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준은 이미 알고 있었고, 오늘은 정말 이상하게도 한 번쯤은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시준은 엉덩이를 만지던 손을 앞쪽으로 다시 가져와 지하의 고환을 꽉 움켜쥐었다.

“아! 아, 아파, 준아….”

“…….”

아프다는 말도 한 귀로 흘려버린 뒤 시준은 지하의 것을 잡고 위아래로 거칠게 흔들었다.

잔뜩 흥분해서 이렇게 세웠으면 만져주지 않아도 알아서 싸야 되는 거 아닌가.

자신이 조루가 된 느낌에 짜증이 난 시준이 지하의 성기 앞쪽 부분을 마구잡이로 문지르며 엄지로 귀두 구멍을 찔러댔다. 마음이 너무 약해졌다. 저 흉터를 봐서 그런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이 커다란 걸 한 번 정도는 뒤에 넣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리 없었다. 뭐가 됐든 혀보다는 덜 변태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가 사정했다. 시준은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고르고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

“넣어볼까?”

“…어?”

“좆. 넣는 거 싫어?”

“……아.”

지하는 처음에 그 특유의 동그란 눈을 하며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윽고 결심을 굳힌 듯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뒤 좋다고 대답했다. 생각보다 썩 좋아하는 표정이 아닌 것에 시준이 불만족스러워할 즈음, 지하가 돌연 침대 위로 누웠다.

“준이, 준이가 원, 원한다면…나, 나도 조, 좋아.”

그렇게 말한 지하는 시준을 빤히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웃고는 갑자기 눈을 질끈 감으며 손을 엉덩이 쪽으로 가져갔다.

황당해서 가만히 쳐다만 보던 시준은 지하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 알아채자마자 다급하게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그의 손을 잡아채며 어이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뭐 해?”

“…어?”

“너… 내가 넣어줬으면 좋겠어?”

“어, 어? 아, 아니…어 …으, 응.”

지하는 그렇게 대답하며 눈알을 데굴데굴 양옆으로 굴렸다.

넣고 싶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그 애매모호한 대답에 시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똑바로 좀 말해.”

“그, 그게…나, 나는 조, 좋아.”

“그러니까 뭐가?”

“준이, 준이가 나, 나한테….”

“내가 박아줬으면 좋겠다고? 너한테?”

“그, 그…으, 응….”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지하는 여전히 시준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돌아가는 눈동자에 정신이 사나워진 시준이 다른 한 손으로 지하의 눈을 가렸다. 그러자 빠르게 깜빡이는 눈꺼풀 때문에 속눈썹이 계속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정말이야?”

“…으, 응.”

“나 거짓말 싫어해. 솔직히 말해.”

“…저, 정말이야. 나, 나는 준이, 준이가 원하면…나, 나는….”

“난 싫은데.”

“어….”

손바닥 아래에 있는 눈은 동그랗게 커졌을 것이 분명했다. 시준이 잡아챈 손목은 이제 그의 배 위에 곱게 모아져 있었다. 시준은 피식, 코웃음을 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난 네 뒷구멍 볼 생각도 없다고. 거기에 어떻게 넣어?”

더럽게.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그, 그, 그럼…!”

지하는 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그의 눈을 가린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설마 하는 표정이 되어서 시준에게 물었다.

“어, 어, 어디에, 어, 어디에, 너, 넣….”

“…진정해.”

시준은 눈앞에 있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는 것을 목격했다. 얼굴뿐이 아니었다. 몸 전체가 달아오르는 건지 붉은 기를 띠기 시작했다. 흘긋 내려다본 지하의 아래는 이미 단단하게 일어나 꺼덕이며 배꼽 주위를 치고 있었다.

“뭐… 그냥 오늘 한 번만 손가락 말고 다른 거 넣어볼까 했는데. 안 되겠네. 내가 넣어주길 바라다니.”

“아, 아, 아니, 아, 아….”

“천천히.”

“아니, 아니야.”

“뭐가 아니야? 내가 박아주는 게 좋다며?”

“그, 그, 그건….”

시준은 잡고 있던 지하의 손목을 놓아주고는 금방이라도 침대 위를 벗어날 것처럼 다리를 바닥에 내렸다.

“할 수 없지. 없던 걸로 해.”

“자, 잠, 잠깐…!”

뒤에서 다급히 시준을 끌어안는 몸이 느껴졌다. 시준은 배 위로 둘러진 하지하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삐죽,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럼 그렇지.

“나, 나, 나는…나, 나는….”

“너는, 뭐?”

어느새 시준의 등 뒤로 바짝 달라붙어 앉은 지하가 어깨 위에 머리카락을 비비며 말을 이어갔다. 살갗에 쓸리는 그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시준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쓰다듬었다.

“다…다, 다 좋아. 그러, 그러니까, 준아….”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떨려오고 있었다.

시준은 대답하는 대신 몸을 돌려 그런 지하를 감싸 안고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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