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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68화 (36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68화

제368화

[별의 정령 '스텔라'가 당신을 주인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막대한 별의 신성력이 몸을 보호하기 시작합니다.]

[신격이 몸에 깃들기 시작합니다.]

……

이변을 느낀 건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을 때였다.

난데없이 내게 신격이 깃든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지만, 그럴 틈도 없다는 것처럼 주변의 오색 천지 기운들이 요동치며 작은 점이 되어 내게로 모여들었다.

슈우욱!

갑작스레 빛나는 내 몸에서는 아득한 충만감이 느껴졌고, 내 몸에서는 향기로운 단내들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온몸의 뼈와 근육들이 뒤틀리며 새롭게 맞춰지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우드드득.

"큭…!"

어마어마한 고통에 간신히 이를 악물며 버텨내는 그때.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고,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잠시 후. 모든 고통이 지나가자, 내 몸에선 하얗고 노란 기운이 뒤섞인 별의 신성력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다시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World. 새로운 성좌들의 왕이 탄생하였습니다.]

[성좌들의 왕….]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나는 내가 별과 자비의 신이었던 루페온과 같은 별의 신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주변에서는 멍하니 쳐다보는 성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때마침 아리에스가 화들짝 놀라더니 재빨리 무릎을 꿇었고, 다른 성좌들도 마찬가지로 내게 예를 올렸다.

"새로운 별의 왕을 뵙습니다!"

[…고개를 들어라. 지금은 전쟁 중이니.]

나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무형의 힘으로 그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동시에 손가락을 딱! 하며 튕겼다.

[성좌들의 근원에 있던 영성이 원래의 힘을 되찾습니다.]

성좌들의 주변에 별 무리가 모여들었고, 힘과 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성좌들이 주변으로 나아갔다.

잠시 주춤했던 마족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지만, 성좌들이 원래의 힘을 되찾자 상대도 되지 않았다.

마족들의 살점과 피들이 낭자하며 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그때쯤 나는 아까 전 메시지를 떠올리며 뱃속을 어루만졌다.

안에서는 별의 정령 '스텔라'가 잠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나를 별의 신으로 각성시키면서 잠에 빠져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이제 별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쓸 수 있겠지."

나는 천천히 허공에서 춤을 추며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별의 잔재가 아름답게 수놓아졌다가 흩어졌다.

마침내 별의 비각술이 완성되었고, 주변 공간이 뒤틀리는 감각이 머리 위로 느껴졌다.

파창!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공간이 깨어지더니, 공간 너머로 보이는 우주가 쏟아져 나왔다.

무수히 많은 은하수에서 쏟아지는 별의 폭풍이었다.

[가라.]

나는 두 손가락으로 전방의 일직선을 가리켰다.

그러자,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똥별이 일자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별의 신성력은 마족들과 상극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하얗고 노란빛에 닿은 마인들은 신체를 재생시키지도 못한 채 잿빛으로 사라졌다.

놀라운 것은 별에 닿아 죽은 마족들은 언데드로 되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윽.]

그 순간 어마어마한 탈력감에 몸을 휘청거렸다.

[생각보다 신력의 소모가 어마어마하구나. 앞으로 한 두 번의 공격이 최대겠어.]

간신히 몸을 추스린 나는 전방에 일직선으로 휑하니 드러난 길을 보며 눈을 빛냈다.

저 너머에 헤라클레스와 싸우고 있는 루시퍼의 모습이 보였다.

마족들이 다시 모여 달려들려고 하자, 나는 주변에 5개의 별 조각을 띄웠다.

별 조각들은 자동으로 주변을 맴돌며 마족들을 향해 빛을 뿜으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갈라진 길 사이를 파고들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루시퍼에게로 향했다.

* * *

명계, 플루토의 대전.

"허어. 난 고작 별의 신성력을 얻어서 인간의 몸으로 저것을 썼는데, 저 친구는 별의 신이 되더니만 위력이 더 커져버렸군. 거참."

알렉서스가 허공에 띄워진 반투명한 화면을 바라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지금 그는 검은 수정구슬에 손을 올리며 힘을 주입하는 중이었다.

[잘된 일이에요.]

유선영 또한 바로 앞에 있는 검은 수정구슬에 힘을 주입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한편, 인간계의 상황을 지켜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아이올로스와 툰드라 드래곤이 함께 있었는데,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검은 수정구슬에 손을 대고 힘을 주입하는 중이었다.

눈앞의 검은 구슬은 명계의 문을 강제로 닫을 수 있는 신물이었는데,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지금 약해진 유선영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지금 네 사람이 힘을 합쳐서 그 일을 돕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아이올로스. 네 딸이 제법인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딸에 대한 칭찬에 아이올로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올라갈 듯 말 듯 하는 것이 좋은데 억지로 참는 게 티가 났다.

[그래도 아직 멀었어.]

"아니야, 저 정도면 꽤 대단하다고. 하하."

아이올로스의 시선이 마침 화면에 나타난 풍희에게 닿았다.

눈꼬리가 휘는 것이 영락없는 딸 바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어째서 개람이 나타나지 않은 거지? 설마 아직도 제대로 된 각성을 하지 못한 건가?'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아이올로스가 유선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 * *

바람의 탑, 개람의 동굴.

그 시각. 바람의 탑은 한창 어수선했다.

개람의 4대 장군 중 한 명인 보레아스와 싸우고 있던 풍희가 난데없이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녀는 사라지기 직전 인간계에 큰일이 생겼다고 짧게 사정을 설명하였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들은 탁자에 모여 앉아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크흠, 정말 그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군. 바깥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야! 으하하!"

북풍의 보레아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적색 망토와 하얀 수염이 펄럭거렸다.

"아무래도 바깥에 정말 큰일이 생기긴 한 모양입니다. 우리도 나가 도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서풍의 제피로스가 아쉬움이 섞인 표정으로 한탄을 했다.

그러자 케레노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들은 이곳을 나가지 못하는 겁니까?"

"너는 모르겠지만, 우린 모두는 이곳에 매여 있는 몸이다."

대답한 것은 동풍의 에우로스였다.

그의 붉은 날개와 뜨거운 바람이 주변 온도를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매여 있다구요? 어째서입니까."

"그것은 우리들의 전 주인께서 그렇게 명하셨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인이 각성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들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남풍의 노토스가 비에 젖은 듯한 침울한 말투로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케레노스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그것 참 불편하네요. 저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크하하! 그러지 말고 우리끼리 술이나 한잔하자고!"

보레아스가 차디찬 서릿바람을 일으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그의 두 손엔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맥주가 있었다.

"아니, 여기서 맥주도 담급니까?"

"좋은 질문일세. 이 동굴 안엔 맥주를 담그기 좋은 재료들이 가득 하다네."

제피로스가 바람으로 만들어낸 녹색 부채를 펼치며 코와 입을 가리더니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케레노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

"……!"

"……!"

"……!"

각기 다른 모습으로 둥근 탁자에 앉아있던 개람의 4대 장군들의 안색이 동시에 급변했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눈을 마주치더니 씩 웃었다.

케레노스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 * *

루시퍼와 헤라클레스의 싸움에 내가 끼어들자 싸움은 대규모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지켜만 보던 마족들이 루시퍼의 명령 한 마디에 죽음을 불사하며 달려들었고, 나와 헤라클레스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마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들 모두를 상대해야 했다.

중간중간 허점을 찔러 들어오는 루시퍼의 공격들은 무척이나 치명적이었다.

별의 신이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힘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우리 두 사람은 점점 지쳐만 갔다.

[큭!]

그때. 헤라클레스의 짧은 비명이 이어졌다.

안색이 창백해진 헤라클레스의 옆구리에 검은 발톱이 깊게 박혀 들어가 있었다.

재빨리 발톱을 뽑아낸 헤라클레스의 옆구리에서 피가 살짝 뿜어져 나왔다.

그는 간신히 옆구리를 손으로 막아 지혈을 했다.

[…젠장.]

[괜찮나?]

[안 괜찮은데.]

루시퍼의 검은 발톱이 다시 루시퍼에게로 돌아가 주변을 맴돌았다.

주변엔 열 개의 검은 발톱들이 시퍼런 날을 반짝이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의 옆구리를 찌른 것은 루시퍼가 가진 열 개의 발톱 중 하나였다.

신살(神殺)의 힘이 깃든 발톱이었기에, 나도 그렇지만 반신이나 마찬가지인 헤라클레스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튼튼하고 힘 세다고 알려진 그의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만 보아도 어마 무시한 위력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살의 힘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플루토의 힘으로도 영멸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

[…….]

잠깐의 대치상태 속에서 마치 폭풍 전야와 같은 고요함이 흘렀다.

마족들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잠깐의 빈틈만 보여도 달려했다.

그때. 헤라클레스의 뒤쪽에 있던 날개 달린 마족 하나가 이빨과 발톱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감히 어딜!]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그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간단히 몽둥이 하나로 마족의 머리를 터트려버렸다.

마족이 쓰러지자 자동으로 빛을 쏘아낸 별 조각이 마족의 영혼마저도 흩어버렸다.

당연히 죽었던 마족은 언데드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

다시금 전장에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설마 네가 새로운 별의 신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겠지.]

루시퍼의 손이 우리를 향해 뻗어졌고, 그에게서 커다란 흑사자의 형상이 떠올랐다가 포효가 터져 나왔다.

열 개의 발톱이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나와 헤라클레스는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덤벼드는 마족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마계의 대장군 하나가 무척이나 성가셨다.

나는 곧장 손가락을 튕겨 놈에게 열 갈래의 별빛을 쏘아 보냈다.

"……!"

콰콰쾅!

자잘한 폭음이 여럿 들렸고, 치명상을 입은 마계 대장군의 얼굴빛이 창백해지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것을 놓칠 헤라클레스가 아니었다.

"헛, 안 돼!"

[돼.]

콰웅!

어마어마한 거력이 마계의 대장군의 머리를 짓누르며 터트렸고, 화들짝 놀란 마족들이 이를 갈며 분노를 터트리자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다.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놈들!]

순식간에 나는 거대한 용오름을 형상화한 바람을 일으켜 마족들이 다가오는 족족 하늘 위로 날려버렸다.

바람에 이끌려 올라가는 마족들은 믹서기에 분쇄되는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죽어나갔다.

나는 마력의 탈력감에 숨을 헐떡거렸다.

[흡!]

순간 다시 달려드는 발톱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나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계속해서 공격을 피해 다녀야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남아있는 마력과 신력이 고갈되고 말 터였다.

이미 별의 비각술은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였기에, 희망은 점점 옅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휘오오오!

[……!]

내가 만들어냈던 용오름의 형상이 순식간에 흩어지더니, 부근에 있는 어딘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장에 거친 호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허어어엉!

전장은 갑자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하늘은 다시 한번 천지 기운이 요동치며 은빛 뇌전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내리쳐진 은색 벼락이 어딘가에 떨어져 내렸다.

쿠릉! 쿠르릉!

그것은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늘의 구름들이 왜곡되며 자잘한 크기의 소용돌이 수천 개가 위에서 아래로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소용돌이는 엄청난 구름을 동반하더니 순식간에 흩어지며 전장에 안개를 불러일으켰다.

하늘에선 또 한 번 은빛 뇌전이 번쩍였다.

쿠르릉!

[설마 저들은….]

나는 미간을 좁히며 나타난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폈다.

그들의 몸은 모두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입고 있는 갑옷은 단단해 보였다.

그때. 네 명의 날개가 달린 기사들이 한 여인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는 바람. 갑옷을 입은 폭풍. 개람이 새로운 풍백을 뵙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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