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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63화 (363/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63화

제363화

째깍. 째깍.

황금 시계 형상이 머리 위에서 빠른 속도로 시침을 움직였다.

중요한 건 시침이 역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시계가 째깍거릴 때마다 세상의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눈부신 하얀 빛은 아크 대륙 전체로 뻗어 나가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쳤다.

주변은 마치 되감기를 한 것처럼 있었던 일들이 없었던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부수어졌던 땅이 메워지고, 떨어져 내린 성벽의 잔해가 차례대로 복구되었다.

구름이 되돌아가고, 태양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볼 수 없는 절경이었다.

중요한 것은 죽었던 사람들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명계를 떠나기 전 아내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당신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이곳에서 인간계의 영혼들이 명계로 넘어오는 통로를 닫을 거예요. 그럼 그들의 영혼은 그곳에서 계속 머물게 되죠. 그때, 당신이 시간을 되돌리는 거예요.'

유선영이 명계에 남으려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이건명을 막기 위한 회심의 한 수로 바로 이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명계로 오는 영혼들을 강제로 막아 죽은 이들이 다시 그 자리에서 부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는 것.

그리고 내가 도착했을 때, 그녀의 말처럼 시간을 되돌리고, 명계로 떠나지 못한 수많은 영혼들을 다시 되살리는 것.

그녀의 말처럼 영혼들은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고, 다시 살릴 방법만 있다면 절대로 죽지 않은 채 원래대로 그 자리에서 되살아날 수 있었다.

'크로노스의 회중시계는 딱 한 번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되돌리지는 못해요. 그러니 신중하게 사용해야만해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말이에요. 그게 가이아, 아니. 혜연이가 내게 했던 말이에요.'

비록 그녀가 말한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지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플루토의 눈으로 보니 주변의 영혼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죽었던 육신이 다시 되살아나고 원래의 자리를 찾아갔다.

혼과 백이 원래 자리를 찾고 죽었던 이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마침내 눈앞에 있던 백무열의 시신이 원상복구 되기 시작했다.

말라붙었던 피가 다시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벌어졌던 상처가 메워지며 떨어진 그의 목이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찾아갔다.

곧이어 백무열의 눈도 생기가 어린 눈빛을 뿜어댔다.

"짜식. 인상 한 번 더럽네."

다시 살아난 백무열을 보니 내심 뿌듯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했다.

당장에 살아난 녀석의 면상을 보니 고작 이런 놈을 살리려고 아까운 크로노스의 회중시계를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에휴, 그래도 이미 썼는데 별수 있나."

이어지는 것은 몰려왔던 마족의 대군들이 물러가는 것이었다.

백무열을 비롯한 연합군들도 모두 성안으로 되돌아왔고, 모두 평상시나 다름없는 얼굴로 다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사이엔 나와 안면이 있는 이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면면을 하나씩 보면서 다시금 이 힘을 쓰기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머리 위에 있던 금빛 회중시계의 형상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힘을 다한 회중시계가 마침내 빛을 잃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오른손에 쥐고 있던 커다란 검은 식독검을 한쪽 어깨에 걸쳤고, 동시에 눈부신 빛이 사그라들며 허공에 떠올랐던 회중시계가 내 손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왔다.

그 순간. 성 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난 분명히 죽었는데…?"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성 위는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모두가 헛꿈을 꾼 듯한 표정으로 아까 전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꿈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빠직!

그때. 내 손에 쥐어진 회중시계의 표면에 금이 갔다.

나는 말없이 깨어진 회중시계를 내려다보다 옅은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날아올라 연합군이 있는 성벽으로 향했다.

나를 발견한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하게 커졌다.

* * *

같은 시각.

이건명 또한 갑작스러운 시간 회귀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금 그의 머릿속엔 시간을 되돌리기 이전의 기억이 모두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죽은 것이 아니었고, 살아있는 상태에서 시간 회귀를 하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명은 당시 갑자기 흡수하고 있던 가이아의 힘이 도로 빠져나가는 것에 눈을 부릅떴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시간조차 거스를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재빨리 하늘을 움직여 아까 마왕군이 공격했었던 메테우스의 상황을 살폈다.

[……!]

그리고 이건명이 눈을 부릅떴다.

분명 싸움이 벌어졌어야 했던 메테우스는 멀쩡하기만 했다.

그곳에 도착해야 했던 마왕군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명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서 메테우스에 천재지변을 일으키려다가 참았다.

세상의 시간을 되돌려 버린 그 정체불명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천재지변을 일으켜도 분명 누군가 다시 시간을 되돌릴 가능성 또한 있었다.

이를 질끈 깨문 이건명은 하는 수없이 루시퍼에게 다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시간을 되돌리는 정체불명의 적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건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가이아의 힘을 흡수하다가 다시 시간을 되돌려버린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건명은 이곳에서 대기하며 적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주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일이 이렇게 틀어지다니…!]

이건명이 분하다는 얼굴로 주변에 있던 바위에 화풀이하듯 주먹을 휘둘렀다.

콰릉!

손에서 피어났던 새하얀 뇌전이 천재지변을 만난 것처럼 근처에 있던 산 하나를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갑자기 일어난 산사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을 작은 분지로 만들어버렸다.

* * *

심해 도시, 아틀란티스.

그때쯤. 아틀란티스도 떠들썩거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시간 회귀 현상에 모두가 눈을 부릅뜨며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재성 또한 시간 회귀 현상을 똑똑히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설마 크로노스의 회중시계를 벌써 쓴 것인가.]

강재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 그의 앞엔 세 명의 여인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후에라, 카디야, 마야였다.

강재성은 지난번에 느꼈던 익숙한 기운이 여신들의 것이란 걸 알아차렸고, 가진 신력을 모두 소모해버린 그녀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을 깨울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방법을 쓰면 강재성의 의식이 깃들어 있는 넵튠 또한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넵튠과 연결되어있는 강재성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갈 것이었다.

'어떻게 한다….'

사실 눈앞의 여신들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시간 회귀를 해버린 것이었다.

강재성은 유선영이 말했던 크로노스의 회중시계가 정말로 사용되자, 깊은 근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을 사용되었다는 것은 정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였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가.'

강재성은 눈을 질끈 감고 생각을 마친 후.

의식을 이용해 클리메네와 데우칼리온을 불렀다.

더불어 아직 이곳에 남아있을 조셉을 함께 데려오라는 명령을 그들에게 내렸다.

잠시 뒤, 세 사람이 함께 방 안에 들어왔다.

"부르셨어요."

클리메네가 가운데서 대표로 강재성에게 말을 건넸다.

강재성은 곧장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 * *

전 세계인들의 환호성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그들은 밖에 있는 외부인들이었기에 이 모든 상황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유니온의 직원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갑자기 나타나 시간을 되돌려버린 최춘택에게 감탄하며 찬사를 보냈다.

이어서 생방송을 하던 앵커가 흥분하며 되돌아가는 시간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릴 질렀다.

끝내 모든 이들이 다시 되살아나자 앵커는 눈물을 터트리며 쏟아내고 말았다.

게임 속에 갇혀 있던 이들의 가족은 그 모습에 눈물을 터트렸고, 죽은 줄 알았던 이들이 다시 되살아났다는 사실에 비명을 지르며 쾌재를 불렀다.

모두가 이 기쁜 상황을 만끽하며 두 손을 모았고, 이어서 더 이상 마왕군이 메테우스로 들이닥치지 않고 퇴각했다는 속보가 들려오자 끝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 세계가 드넓은 함성 소리로 들끓었다.

모두가 최춘택을 연호했다.

* * *

같은 시각.

유민석 또한 그 상황을 차 안에 마련되어 있는 TV를 통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가슴을 들썩거리며 소릴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운전대를 꽉 붙잡은 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입에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이 나왔다.

누구에게 감사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감사하다는 말만 나왔다.

그 대상은 신이기도 했고, 아까 전 시간을 되돌려 사람들을 구해낸 최춘택이기도 했다.

그는 인류를 구한 영웅이었다.

"후우. 정신 차리자."

유민석은 마왕군이 퇴각했다는 속보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곧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점차 속력을 높였다.

약 두 시간여를 더 걸려 그는 마침내 강재성이 있는 재성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주차를 마친 그는 데스크에 면회를 하러 왔다고 말하고는 곧장 강재성의 여동생인 강미성의 허락하에 면회증을 받아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띵!

그렇게 강재성이 있는 병실의 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열렸을 때.

문득 분주하게 뛰어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눈에 띠었다.

"이거야 원. 정말 기적이 따로 없구만. 식물인간이었던 사람이 멀쩡히 깨어나다니!"

뛰어가던 의사가 흘리던 말에 강재성의 눈에 의문이 돌았다.

그런 의사가 들어가는 곳은 유민석이 가려고 했던 VIP 병실이었다.

분명 그곳은 강재성이 있는 병실.

그렇다면 방금 의사가 말한 멀쩡히 깨어난 사람이 바로….

"…설마?"

화들짝 놀란 유민석이 재빨리 강재성이 있는 병실로 뛰어갔다.

문 앞에 도달한 그는 방안에 자리한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에서, 안색이 창백하지만 웃고 있는 강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엔 여동생인 강미성이 펑펑 눈물을 쏟아내며 울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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