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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45화 (345/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45화

제345화

미도는 아까 전 할아버지가 구름을 타고 하늘을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아름다운 여신들이 메테우스에 강림하였고, 할아버지는 그런 여신들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태초의 3신 중 하나인 유피테르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제 할아버지는 명실상부 최고의 아크스타 플레이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오늘의 사건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며 회자 되리라.

그것은 가문의 영광이었고, 할아버지의 영광은 곧 미도와 가족들의 영광이었다.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있구나."

"그러게요. 할아버지가 이렇게 큰 사람이 되실 줄 몰랐어요."

미도의 옆에 서 있던 백무열은 최춘택이 올라간 하늘을 바라보며, 언젠가 있었던 과거가 스치는 듯 웃음을 머금었다.

"저 녀석은 그때도 그랬지. 자기가 거물이 되어도 언제나 무심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욕심이나 집착이 없었던 것 같아. 하지만 운명은 언제나 저 녀석을 누구보다 높은 자리로 끌고 갔었지. 마치 천성이 그런 것처럼 녀석은 누군가를 이끌기 위해 태어난 존재 같았다."

"헤에~ 지금 우리 할아버지 질투하시는 거예요?"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미도의 행동에 백무열은 작게 쓴웃음을 머금었다.

'…질투라. 그게 지금에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누.'

사실 최춘택이 무각회를 떠나고, 백무열이 무각회의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했을 땐, 우여곡절이 무척이나 많았다.

내심 속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자신은 왜 최춘택처럼 될 수 없는가.

왜 그처럼 누군가의 위에 군림할 수 없는가.

강한 힘은 평화를 가져다주었고, 백무열 또한 그런 힘을 가지고 싶었다.

최춘택을 시기 질투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백무열이 할 수 있는 건 돈을 버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백무열은 각종 사업으로 돈을 불려 무각회를 지켜나갔다.

그에게 돈이란 곧 힘이었다.

'…치열한 삶이었지.'

정말 뒤도 보지 않고 돈이란 돈은 모조리 끌어 모았던 것 같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기에 불법은 손도 대지 않고, 정당한 방법으로 벌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말년엔 꽤 좋은 집에서 손자인 백성찬과 함께 부유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백무열은 그것이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버리고 나서야 백무열은 깨달을 수 있었다.

최춘택은 최춘택이고, 백무열은 백무열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었다.

'난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

백무열이 빙긋 미소 지으며 미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도야. 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음, 글쎄요? 어려운 말이네요.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허허. 그러냐."

미도는 궁금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걸?"

"피이, 그게 뭐예요."

"사실 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겠더구나. 네게는 지금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미도가 진지한 눈빛으로 백무열의 옆모습을 보았고, 백무열은 손녀를 바라보는 듯 따뜻한 시선으로 미도를 보았다.

백무열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많이 벌어 잘 사는 건 크게 의미가 없더구나. 미도 넌 하루하루 노력해서 조금씩 이뤄가는 재미를 알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아…."

미도가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백무열이 하는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미도의 왼편에 있던 박막순이 투덜거렸다.

"지랄. 아주 성인군자 납셨구만."

"왜 또 가만히 있는데 시비야?"

"흥, 조용해. 저기 유피테르가 내려오고 있으니까."

그런 그녀의 말과 동시에 얼마지 않아 유피테르가 마침내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계에 발을 내디뎠다.

세상 모든 인간들의 축복과 함께 사제들이 기쁨과 감격에 겨운 이 순간에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들은 이곳 인간계가 평화로워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토록 아름답고 강한 신들이 자신들을 지켜주리라 여겼으니까. d

그러나 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윽!]

비와 풍요의 여신인 마야의 배를 유피테르의 손이 관통하였다.

순간 메테우스의 광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동시에 누군가 비명을 지른 건 그때였다.

"꺄아아악-!"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유, 유피테르 님께서 왜!"

문자 그대로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멍하니 제단을 올려다보았다.

유피테르의 손끝에서 나온 것은 무척이나 푸른 기운이었다.

[비의 힘이라. 아름답군.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유피테르가 그것을 자신의 가슴에 천천히 흡수시켰다.

마야가 기절한 것처럼 털썩 쓰러졌고, 나머지 세 여신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피테르시여! 어찌하여 저희들을 공격하시나이까!]

[잠깐! 멈춰. 카디...!]

헤카티아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불어닥치는 한기와 눈 폭풍이 주변을 휘감았다.

그리고 허공에 생성된 날카로운 고드름이 무차별적으로 유피테르를 향해 날아갔다.

눈과 시련의 여신인 카디야의 공격이었다.

버티지 못한 제단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쿠구구궁!

주변에 있던 백성들은 모두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메테우스는 혼돈 그 자체였다.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고레벨의 유저들뿐.

그러나 어느 누구도 감히 신에게 덤비지 못했다.

한눈에 보아도 존재의 격이 다른 이들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피테르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가소롭구나. 나의 힘을 담기 위한 그릇 따위가.]

유피테르가 손짓 한 번을 하자 주변에 떨어져 있던 눈과 날카로운 고드름들이 오히려 카디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은 최춘택에게서 빼앗은 눈의 권능이었다.

이건명은 그것에 더해 벼락의 힘까지 더했다.

[어, 어떻게!]

카디야가 당황한 눈빛을 보이며 그대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눈과 벼락이 합쳐진 태초 신의 공격을 막을 힘이 카디아에겐 없었다.

[꺄악!]

카디아가 맥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이어진 것은 후에라의 공격.

그녀는 날카로운 바람들을 벼려내 유피테르의 사방을 점하며 빠르게 공격을 하였다.

그러나 후에라의 힘으로도 태초 신의 피부를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건명은 그저 약간의 간지러움을 느낄 뿐이었다.

[하찮은 바람이로다.]

이건명은 다시금 손짓 한 번에 모든 바람을 흩었다.

그리고 바람에 눈과 벼락을 더했다. 이른바 '벼락 눈 폭풍'이 메테우스 광장 전체를 휩쓸기 시작했다.

휘오오오!

그것은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콰아아아-!

[으윽! 인간들아 피해야 한단다!]

후에라의 가녀린 외침이 비명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꺄아악!]

그렇게 후에라가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헤카티아나도 함께 휩쓸려 뒤편으로 나가 떨어졌다.

메테우스의 광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고,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수백만이 넘는 인파들이 뛰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메테우스가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무척이나 넓어서 사고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찮은 인간들.]

유피테르가 다시금 손을 들어 올리자 마야에게서 빼앗은 비의 권능이 발현되며 메테우스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또 다른 재앙의 징조였다.

벼락 눈 폭풍에 함께 휘말려 날아갔던 헤카티아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막아야 해.]

달과 마법의 여신인 헤카티아나는 자신이 가진 고고한 달의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무한한 마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그녀는 곧장 대단위 보호 마법을 시전하였다.

메테우스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보호할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쏴아아아-!

그렇게 쏟아진 비는 산성을 머금고 있었다.

치이익!

만약 저것에 닿았다면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녹아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헤카티아나의 보호막이 그런 인간들을 보호했다.

이건명은 무심한 눈으로 코웃음을 치며 앞쪽에 있는 헤카티아나를 보았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왜,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당신은….]

[…루페온도 죽기 전 그렇게 물었지. 물론, 난 그 자리에 없었지만 말이야. 허허. 넌 루페온을 떠오르게 하는구나.]

[설마, 루페온을 죽인 배후가 당신입니까…?]

헤카티아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떨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유피테르가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태연하게 얘기하는 유피테르를 보며 헤카티아나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어쩌면 유피테르는 오랫동안 이 일을 준비해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여길 벗어나야 해. 인간들이 다칠 거야.'

마침 그녀의 앞에 다친 세 여신들이 있었다.

후에라, 카디야, 그리고 마야였다.

헤카티아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마야에게 물었다.

[마야.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요. 권능을 다 빼앗긴 건 아니니까.]

마야의 손에 다시금 옅은 비의 권능이 맺혔다.

그러나 전보다는 훨씬 약화된 상태였다.

그녀는 대부분의 권능을 유피테르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헤카티아나는 이를 악물며 여신들에게 말했다.

[여길 벗어나야 해. 인간들이 다칠 거야.]

세 여신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동시에 헤카티아나가 공간 전이 마법을 시전했다.

그것은 찰나였고, 그녀의 마법 캐스팅 속도는 과연 마법을 관장하는 여신답게 무척이나 신속하고 재빨랐다.

유피테르, 헤카티아나, 후에라, 카디야, 마야를 감싼 구 형태의 마력이 새하얀 빛을 뿜기 시작했다.

헤카티아나는 그대로 공간전이 마법을 사용했다.

[전이!]

슈와아아악-!

그렇게 사라진 그들이 있던 자리엔 반구 형태의 커다란 크레이터만이 남아있었다.

* * *

같은 시각.

나와 조셉은 넵튠, 아니 강재성 박사를 통해 숨겨진 진실에 대해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가장 먼저 들은 것은 강재성 박사가 태초의 3신 중 하나인 넵튠이 된 과정이었다.

충격을 받은 조셉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이건명이 형을 죽이려고 사람을 풀었다구요?"

[…그래.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식물인간이 되겠지만, 그러면 더 이 상 날 죽이기 위해 쫓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이 있었지. 어쩔 수 없이 난 개발해둔 비밀 어플로 게임에 의식을 보낸 뒤, 아예 NPC 중 하나로 살아가기로 했고, 그렇게 선택한 건 태초 신 중 하나인 넵튠이었다.]

믿을 수 없는 말에 나와 조셉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순간 이곳에 적막이 오래도록 내려앉았다.

숨겨진 진실은 이토록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그에게 묻고 싶었다.

"…아내."

[……?]

"내 아내는, 어떻게 되었나. 혹시 그녀가 가이아인가? 내가 처음 게임 시작을 했을 때 가이아가 나를 찾아왔었네. 그녀는 나를 오래도록 기다렸다고 했어. 아내가 그 불법적인 실험에 성공했다고 들었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 아내는 가이아가 되었을 걸세. 나도 그렇고, 여기 있는 조셉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네. 내 추측이 맞는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강재성에게 물었다.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었다.

아내가 가이아이고, 그녀가 오래도록 나를 기다려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군요.]

하지만 그 진실은 또 다른 반전이 있었다.

[아내 분은 가이아가 아닙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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