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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44화 (344/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44화

제344화

넵튠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은 그때였다.

갑자기 푸른 스파크가 한바탕 몰아치더니, 갑자기 내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탈력감과 함께 프로메테우스가 순식간에 넵튠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커흑!]

눈 깜짝할 사이에 목덜미를 붙잡힌 프로메테우스가 넵튠의 손아귀에서 아등바등 거렸다.

과연 넵튠은 태초의 3신 중 한 명이었다.

이곳이 아무리 바다이고, 비록 하위 신에 불과하다지만, 불과 예언의 신인 프로메테우스를 마치 아이 다루듯 가지고 놀다니 놀랍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우리 사위가 그동안 격조하였구나.]

아틀란티스 궁전에 천천히 살기어린 위엄이 내려앉았다.

누가 본다면 무척이나 사이가 좋은 장인과 사위라고 생각할 대화였지만, 오히려 넵튠의 음성엔 노기가 실려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드넓은 바다의 대양을 닮아 온화하면서오 냉혹했다.

[큭. 자, 장인어른….]

[네가 집안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놓고도 나를 장인이라 부르느냐.]

[자, 장….]

[못난 놈.]

콰앙!

넵튠이 프로메테우스를 힘차게 바닥에 내던졌다.

프로메테우스의 주변에 움푹 크리에이터가 생기며 바닥이 깨어졌다.

프로메테우스는 연신 기침을 토해내며 목 언저리를 어루만졌다.

"……."

그리고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마 미도가 결혼했는데, 손녀사위가 저런 놈팡이 같은 짓을 벌였다면 나라도 저랬을 것이었다.

지금 넵튠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내가 지금 너를 살려두는 건 나의 사위여서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재앙을 막기 위해서다.]

프로메테우스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벌건 얼굴과 충혈된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넵튠이 천천히 노기를 가라앉히자, 신기하게도 휘몰아치던 물살의 격류들이 잠잠해졌다.

과연 땅과 바다를 지배하는 태초 신이란 이 정도의 위엄을 가지고 있는 거구나.

그때.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넵튠이 나를 보는 것이었다.

푸른 위엄의 빛 너머로 보이는 눈은 무척이나 깊었다.

[…과연, 닮았군.]

"그게 무슨…."

넵튠은 그런 내 말을 무시하며 바로 옆에 있는 클리메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자를 데려와라.]

[아버지. 그자는 아틀란티스의 금역을 범한 중죄인….]

[괜찮으니 데려오거라. 그리고 저자와 함께 독대를 하겠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클리메네가 공손한 자세로 물러났다.

데우칼리온 또한 마찬가지로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나와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넵튠뿐이었다.

이곳엔 싸늘한 적막감과 함께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잠시 뒤, 천천히 발소리가 들리더니 끼익- 하며 문이 열렸다.

하지만 들어온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조셉…?"

* * *

지금으로부터 약 10분 전.

조셉은 아름다운 아틀란티스의 인어공주들이 대접해주는 식사를 마치고, 그들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것은 조셉뿐만이 아니라, 함께 잡혀 온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도저히 잠이 안 오네. 대체 속셈이 뭐지?"

얼마 전 조셉은 처음 이곳에 잡혀 왔을 때만 해도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었다.

처음 그들이 잡혀 온 곳은 감옥이었고, 아마 곧 처형되어 로그아웃이 되겠거니 예상했었다.

아틀란티스를 귀환 장소로 지정하지 않았기에 아마 죽는다면 육지의 어딘가로 이동하고 말리라.

그렇다면 지금까지 했던 고생 또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지만, 도저히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조셉과 함께 온 일행들은 체념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게 조셉과 일행들이 여왕의 앞으로 끌려갔고, 우연히 그곳에서 태초의 3신 중 하나인 땅과 바다의 신 넵튠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넵튠의 입에선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저들을 석방하고, 귀빈실로 데려가라.]

그것은 무척이나 의외의 말이었고, 넵튠의 결정은 여왕인 클리메네는 물론이고, 아틀란티스의 많은 신하들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넵튠은 이렇게 말했다.

[그곳은 내가 금역으로 정했던 곳이다. 그런 내가 용서하겠다는데 감히 누가 나의 결정을 막느냐. 무엄하도다.]

과연 태초의 신 다운 위엄이 어린 결정이었다.

조셉은 그날 위엄의 빛 너머로 보았던 넵튠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게선 자애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셉은 이곳에 머물며 며칠 째 잠을 설치는 중이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네, 들어오세요."

끼익.

문이 열리더니 들어온 것은 작은 단창을 거머쥔 인어 병사였다.

그는 자신의 경비병이었기에 꽤 친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의외의 말이었다.

"넵튠 님이 찾으신다는군."

"넵튠 님이…?"

"그렇다. 그대만 조용히 데려오라셨다."

조셉은 갑자기 이 시각에 부른 넵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호의를 보여준 태초의 3신이었기에 우선 만나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에게 사정을 얘기한다면, 도와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셉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바로 갑시다."

그렇게 조셉이 왕궁에 도착했고, 현재 넵튠이 기거하고 있는 옥좌가 있는 곳인 알현실에 당도했다.

그곳을 지키는 경비병이 문을 열자 안으로 들어섰고, 걸어가던 중 멀리서 익숙한 음성을 들었다.

"조셉…?"

"어르신?"

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순간 반가움과 어리둥절함이 교차하며 '왜 여기 있어?'라는 표정을 각기 지어 보였다.

그런 둘의 표정을 번갈아 보던 넵튠은 갑자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의 웃음 한 번에 주변 물살이 또 한 번 요동쳤다.

넵튠은 자신의 웃음 때문에 왕궁이 어지러지자, 무안했는지 헛기침을 거두었다.

최춘택과 조셉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여전히 쭈뼛쭈뼛한 자세로 경직되어있었다.

[이제 연기는 그만둬도 되겠지.]

"……?"

"……?"

나와 조셉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로메테우스는 여전히 긴장감에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넵튠이 옥좌에서 천천히 내려와 우리들 앞에 내려앉았다.

인간의 모습으로 작아진 그는 우리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넵튠의 얼굴을 가리던 위엄의 빛이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넵튠이 손을 휘젓더니, 그 누구도 보고 들을 수 없도록 작은 보호막이 우리들 주변에 쳐졌다.

"아, 아아. 아아아…."

그리고 그런 넵튠의 얼굴을 확인한 조셉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떨었다.

"오랜만이다."

"형…!"

넵튠은 강재성 박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한편, 아틀란티스의 반격에 헤커트들을 모두 잃은 레비아탄은 분한 듯 이를 악물었다.

[…망할 아틀란티스 놈들. 여전히 성가시구나.]

레비아탄은 도망치면서도 뒤를 힐끔거리며 아틀란티스를 보았다.

그곳은 한때 자신도 살았던 고향이었다.

쫓아오지도 않는 걸 보면 아마 자신과 전쟁을 치를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보호막을 친 것을 보면 어쩌면 강해진 자신이 두려웠을 것이리라.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지.]

레비아탄이 특유의 붉은 눈을 반짝였다.

그는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3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보면 될 것이었다.

[지금쯤이면 공들였던 헤커트의 여왕이 마기에 오염되었겠지.]

사실 레비아탄이 데려온 헤커트의 수는 10분의 1에 불과했다.

심해에는 더욱 많은 헤커트들이 잠들어 있었고, 그런 헤커트들을 통솔하는 것은 헤커트들의 여왕이었다.

레비아탄은 그런 여왕을 천천히 마기에 오염시켰고, 그녀가 낳은 헤커트들은 자연스레 마기에 오염되어 태어났다.

그렇게 쌓은 헤커트들의 숫자만 해도 수만에 이르렀다.

레비아탄이 낮게 웃으며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아틀란티스. 너희들을 반드시 파멸시키고 말리라.]

자신을 탄압했었던 그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레비아탄이 헤커트의 여왕과 손을 잡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헤커트들이 아틀란티스에서 멀리 쫓겨나 심해에 정착하게 된 것도, 자신처럼 해양 생태계를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헤커트의 여왕은 스스로 마기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더욱 강해진 힘을 얻어 자신과 힘을 합친 것이었다.

레비아탄은 마침내 심해에 도착해 끝없는 칠흑의 바닥을 내디뎠다.

[…헤커트의 여왕이여.]

그리고 마침내 심해의 가장 깊은 바닥에 잠들어 있던 여왕이 천천히 눈을 떴다.

레비아탄보다도 거대한 붉은 눈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처럼 형형한 빛을 뿜어댔다.

[때가 되었다.]

* * *

유니온 본사, 모니터링 실.

[마침내 태초의 3신 중 하나인 빛과 하늘의 신 유피테르가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 아틀란 왕국의 수도 메테우스는 현재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해 있습니다! 유피테르의 강림은 전 세계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습니다! 과연….]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현장에 특파되어있는 기자의 상반신이 클로즈업된 채 연신 자막으로 속보를 쏟아냈다.

속보의 내용은 당연히 태초의 3신 중 하나인 유피테르의 강림이었다.

유민석과 이석준 차기 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그런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뉴스를 보며 역시나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태초 신의 강림은 예상치 못한 변수 중 하나였다.

설마하니, 신들의 왕이라 불리는 유피테르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지금도 유민석의 눈앞에서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발생할 변수들에 대한 데이터를 뽑아내고 계산하느라 분주한 그들이었다.

하지만 아마 위험한 상황은 없을 거란 게 유민석의 생각이었다.

유피테르가 강림한다는 건 다시 말해서 다른 태초 신들도 강림할 수 있다는 뜻.

라그나로크를 일으켰다고 알려진 플루토보다 유피테르가 먼저 강림한다는 것은 유니온에도 그렇고, 게임 속 세계인 아크스타에도 그렇고,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아아! 마침내 유피테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때마침 화면에는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거대한 유피테르의 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피테르는 스스로의 몸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어 작게 만든 뒤, 천천히 인간계에 발을 내디뎠다.

본체 그대로 강림했다간 인간계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란 걸 아는 행동이었다.

[과연 태초 신은 위엄조차 남다른 것 같습니다! 등 뒤에 있는 새하얀 빛이 무척이나 눈이 부십니다! 어느 인간도 함부로 올려다볼 수 없을 정도로 위엄 있는 모습입니다!]

기자의 탄성처럼 주변에 있던 인간들은 유피테르를 향해 경배를 하고 절을 하기 바빴다.

그리고 마침 주변에 있던 여신들인 후에라, 카디아, 마야, 헤카티아나가 유피테르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맞이했다.

과연 신들의 왕에게 어울리는 환대였다.

유민석은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았다.

잠깐 자판기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나갔다 오려는 것이었다.

"어?"

"어어!"

"이, 이게 뭐야!"

그러던 바로 그 순간.

갑작스러운 소란에 유민석은 곧장 뒤를 돌아 다시 대형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야."

그리고 화면을 본 유민석은 그만 충격과 공포에 얼이 빠지고 말았다.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장면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장담컨대 그 어떤 데이터도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이런 미친!"

유피테르가 여신 중 한 명인 마야의 몸통을 손으로 꿰뚫는 것이 유민석의 망막에 정확하게 맺혔다.

그것은 혼돈 그 자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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