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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40화 (34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40화

제340화

아틀란 왕국, 수도 메테우스의 어느 술집.

시끌벅적한 이곳은 메테우스에서 꽤 유명한 술집 중 하나였다.

낮에는 미용이 필요한 사람들의 머리를 밀어주는 이발소로도 유명했고, 밤에는 바와 같은 분위기의 술집이 되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곳에 누군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널리 퍼졌다.

"으하하하! 난 저 영감님이 저렇게 될 줄 알았다니깐!"

라인하르트의 음성이 술집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는 눈앞에 놓인 맥주를 원샷하고는 쾅! 하며 탁자에 놓으며 "한 병 더!"라고 외쳤다.

그런 라인하르트의 바로 옆에 있던 레이나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 대머리야! 깜짝 놀랐잖아! 좀 천천히 내려놓지 못해?! 하여튼 머리가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진짜…."

바로 그때.

고오오오!

어디선가 굉장한 살기를 느낀 레이나가 흠칫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마지 않아 살기의 근원지가 바로 앞에서 술을 팔고 있던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사장은 두 명이었다.

"머리카락이 없는 게…."

"…아주 큰 잘못인가?"

그들은 바로 머머리와 타르모였다.

얼마 전 뮬란에서 이발소를 차리겠다는 꿈을 가진 두 사람은 모아둔 돈으로 이곳 메테우스에서 이발소를 열었다.

하지만 술을 좋아했던 두 사람은 밤에는 이곳을 술집처럼 바꾸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로 했다.

고오오오!

화가 난 머머리와 타르모가 살벌한 눈빛을 피워올리며 레이나를 압박하던 바로 그 순간.

"아하하.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레이나의 말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머릿속이 비었다는 걸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두 분이 오해를 하신 것 같군요. 아하하하."

제우스 길드의 부길드장인 카푸치노가 부드러운 미소로 머머리와 타르모를 어르듯 말했다.

그제야 머머리와 타르모는 오해가 풀렸는지 일그러트렸던 얼굴을 천천히 제자리로 돌렸다.

"어흠. 그런 뜻이었나? 이거 오해해서 미안하군."

"큼. 진작 얘기하지 그랬소이까. 미안하게 됐소."

머머리와 타르모는 곧장 레이나에게 사과하며 다시 태연하게 제 할 일을 했다.

레이나는 그런 둘을 보며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그녀는 몰랐겠지만, 머머리와 타르모의 가게에서 머리카락이 없다는 얘기는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단골들도 모두 머리카락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언제부턴가 이곳은 전 세계 탈모인들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카푸치노는 그녀에게 이 사실을 조용히 귓속말로 말해주었다.

잠시 후. 레이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참. 별의별 NPC들이 다 있네. 뭐 이런 가게에서 약속을 잡았어? 하여튼 희한하단 말이야. 이 게임은."

"그게 재미 아니겠어? 하하하."

카푸치노가 웃는 그때.

마침 이곳에 있던 수정구슬에서 신들의 강림이 시작되었다는 속보가 들려왔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며 신들의 강림을 기다렸다.

그러나 바로 이곳으로 강림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들이 이곳으로 오기 위해선 3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런 바의 가장 끝자락.

"정말 후회 안 하겠어?"

데미안이 옆에 있는 마이클에게 물었다.

지금 그가 묻는 것은 정말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마이클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생각 없다. 모든 걸 내려놓으니 이렇게 오히려 홀가분한 것을…."

마이클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빙긋 웃고는 눈앞의 맥주를 한잔 다시 들이켰다.

데미안도 그런 마이클을 따라 함께 마셨다.

'넌 이제 정말 내 손을 떠났구나.'

사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그동안 마이클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많았고,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마이클이 태연하게 생각이 없다고 말하니, 데미안은 허탈하면서도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우리도 아틀란 왕국으로 들어갈까?"

"나쁘지 않다고 본다."

마이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모든 아크 대륙은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이 세계를 지탱하던 왕국과 왕들의 혈통이 대부분 사라져버렸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최춘택이 왕으로서 방황하는 대륙의 백성들을 포용할 만한 영지와 자금.

그리고 통치력을 가진 고위급 NPC가 있었기에, 혼란은 빠르게 정리되어 그에게로 모여들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이것이 운명이겠지. 나 또한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거야.'

마이클은 천천히 과거의 자신을 반추하며 생각에 잠겼다.

항상 최고만을 꿈꿨던 자신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의 삶은 마치 경주마와 같았다.

옆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렸던 그 길은 무척이나 고독하고 외로웠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내려놓으니 뭔가 깨닫는 것들이 많았다.

옆을 돌아보며 과정 그 자체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이젠 진짜 자신의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마이클은 최근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알았다."

데미안은 그제야 마이클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최고의 자리에 있던 제우스 길드가 마침내 최춘택의 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 * *

아틀란 해, 깊은 바닷속.

이건명 회장이 죽은 지도 어느새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조셉은 포기하지 않았다.

매형인 강재성이 식물인간이 되어야 했던 그 진실이 무엇인지 그는 꼭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매형이 남겨준 유일한 단서.

아르고스의 일원들을 모아 함께 바닷속 여행을 시작한 조셉은 마침내 오늘에 이르러서야 좌표가 가리키는 부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구나."

조셉이 감회 어린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재 그와 아르고스의 일원들은 모두 입에 인어의 비늘이라는 것을 문 채 물속에서 호흡하고 있었다.

그동안 각종 해양 몬스터들이 덤벼왔고, 몇몇은 죽어 귀환해 대륙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들 대부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크라켄의 먹물'이라는 아이템 덕분이었다.

'비싼 값을 주고 산 보람이 있었어.'

바다의 포식자 중 상위층으로 알려진 크라켄의 먹물은 꽤 비싼 고급 마법 재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것을 바다에서 몬스터들에게 쓴다면, 그들의 눈을 속이고 혼란과 마비 효과를 줄 수 있었다.

조셉과 아르고스의 일원들은 미리 해독제를 마셨기에, 그 혼란 속에서 유유히 헤엄쳐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기어코 여기까지 당도한 것이다.

"후우."

조셉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며,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앞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니 다들 긴장하도록."

아르고스의 수장인 조셉의 말에 모든 일원들이 숨을 죽이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천천히 걸어가던 조셉은 앞으로 걸어가던 중.

눈앞에 무언가 물컹거리는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

'물결? 어떻게…?'

물속에 또 하나의 물이 있는 이 기현상에 조셉의 눈은 휘둥그레 졌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아예 그곳으로 팔을 들이밀었다.

무언가 일어날 줄 알았던 조셉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

조셉은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탄성을 내뱉으며 말을 더듬었다.

"허. 아무 일도 없는 건가?"

정말로 아무 일도 없음을 확인한 조셉이 뒤편에 자리한 아르고스의 일원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곧장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얼마지 않아 결계 안에서 발견한 것은 무척이나 거대한 비석이었다.

'어째서 이런 큰 비석이….'

조셉은 비석에 가까이 다가가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무언가 글자라도 적혀있는가 싶어서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비석엔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약속의 비석."

지이이잉!

갑자기 터져 나온 빛과 동시에 비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항거조차 할 수 없는 빛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비석에서 새어 나온 글자 때문이었고, 조셉은 천천히 비석에 쓰여진 문장을 살폈다.

[시간의 바다를 건너 죽은 자의 땅으로 가고자 한다면 오래된 약속을 깨트려라. 하지만 그대가 선택받은 자가 아니라면, 평생 죽음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리라.]

'시간의 바다. 죽은 자의 땅. 오래된 약속?'

조셉은 비석의 내용들을 천천히 되짚어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구가 무척이나 살벌했다.

선택 받은 자가 아니라면 평생 죽음의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는 말이 이렇게 무섭게 다가올 줄이야.

'혹시 이 선택 받은 자라는 건….'

그 순간. 갑자기 소란스러운 기척과 함께 인기척이 들려왔다.

조셉은 곧장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를 반기는 것은 수많은 인어들이 들이민 창날의 끝이었다.

그중 그들을 이끄는 수장으로 보이는 인어가 앞으로 나섰다.

"…외부인이 함부로 신성한 성역에 발을 들이다니. 너희들을 아틀란티스를 수호하시는 넵튠의 이름으로 즉각 체포하겠다."

* * *

같은 시각.

나는 메테우스의 중앙 광장에 마련된 제단에 홀로 올라가 있었다.

그런 내 뒤로는 백무열과 박막순.

그리고 이카루스의 길드원들과 미도를 비롯해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함께 있었다.

그런 내 주변은 온통 백성들이 우러러보고 있었고, 그들은 신들의 강림을 신성하게 바라보며 옅은 탄성을 내뱉으며 절을 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뒤로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신들의 사제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입고 있는 복색이 모두 다른 것이 각기 다른 신들을 모시는 사제들인 것 같았다.

그들 또한 신들의 강림을 진심어린 눈으로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어디 시작해볼까."

신들의 강림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나는 그 사이 신들에게 바칠 요리들을 만들어 대접하기로 되어 있었다.

곧장 지니를 불러내 구름으로 만든 주방을 소환했고, 혼이 담긴 날씨 요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오! 폐하께서 요리를 시작하신다!"

"저것이 바로 날씨 요리인가!"

"과연 아름답도다!"

아틀란의 백성이 된 이들 중엔 요리사 출신들이 적지 않았다.

모두 날씨로 요리한다는 나를 동경해 찾아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가는 날씨 요리에 감탄을 터트리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지 않아, 요리가 완성되었다.

"후우. 힘들구만."

눈앞에 있는 요리는 지금까지 얻은 내 모든 정수를 녹여내 만든 것이었다.

구름으로 만든 접시 위에 태양과 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바람이 몰아치며, 눈이 한바탕 거세게 휘몰아치는 그런 요리였다.

주변에선 역시나 하는 탄성과 함께 나를 향한 백성들의 찬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런 그들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곧장 눈앞의 요리에 도깨비의 요술을 더했다.

[도깨비 요술, '거대화'를 사용합니다.]

나는 천천히 요술을 제어하며 크기를 결정지었다.

마침내 알맞은 크기가 되자 나는 요술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져 내렸다.

휘파람 소리도 간간히 들려오기도 했다.

그 사이로 미도의 낭창한 음성이 들려왔다.

"할아버지. 멋져요-!"

휘이익!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박수를 쳐주는 미도를 보며 나는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들의 강림이 시작됩니다!]

그들이 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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