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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32화 (332/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32화

제332화

아리에스와 성좌들은 마침내 몽환의 미궁을 탈출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기나긴 통로를 지났고, 마침내 그 끝에 있는 마왕 사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너희 같은 벌레들은 살 가치가 없노라.]

그것이 사탄이 우리에게 내뱉은 첫 마디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머리 위로 커다란 뿔이 두 개 자라났다.

사탄은 총 10개의 뿔과 6장의 날개를 활짝 펼친 채, 어마어마한 적색 마기를 뿜어내며 우리를 위협적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 사탄의 옆에는 염소와 사자와 뱀을 합쳐놓은 듯한 커다란 마수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 월드 대항전에서 잡았던 키메라와 무척이나 흡사한 외형이었다.

[하, 벌레? 웃기고 있네. 이 야비한 새끼야! 넌 이제 뒤졌어.]

아리에스가 가장 먼저 눈앞의 사탄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양털 기사단을 거느리며 달려들었다.

다른 성좌들도 각자의 기술을 뽐내며 날아올랐고, 그것은 마치 하늘의 유성이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나는 잠깐이지만 멍하니 서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리석구나.]

휘이익-!

사탄이 휘파람을 불었고, 모든 성좌들의 움직임이 그 자리에 굳은 것처럼 멈췄다.

사탄은 감히 쫓을 수 없는 움직임을 선보이며 성좌들을 하나씩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히-하하하!]

사탄의 광소와 성좌들의 비명이 뒤섞이며 날뛰었다.

마수 키메라가 가세하자 피해는 더욱 커졌다.

예상외로 사탄이 너무나 강했다.

나는 재빨리 사탄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캣 베이커도 함께 데려올 걸 그랬군.

"커져라. 여의초."

나는 곧장 커다란 여의초를 옆으로 휘둘러 사탄과 키메라를 동시에 공격하며 밀어냈다.

쿠아앙!

사탄과 키메라가 각기 다른 벽에 부딪히며 밀려났다.

이어진 것은 솔라 피닉스가 본 모습을 되찾으며, 마수 키메라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끼오오오-!

솔라 피닉스의 멸마의 불꽃이 성내에 불어닥치며 마수 키메라를 옭아매었다.

[피닉스? 죽었다고 들었는데, 살아 있었나…?]

하지만 사탄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

곧장 내가 그의 눈앞으로 뛰어올라 흑야의 화살을 던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쒸아아악!

흑색의 폭발에 이은 고드름의 폭풍이 사탄의 전신을 때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큭. 네놈은 내 미로를 파훼했던 인간이구나. 내 정신 마법도 듣지 않다니, 정체가 무엇이냐!]

"평범한 할아버지다."

[헛소리…!]

"비천기상무."

나는 그대로 흑야의 화살을 맞으며 으르렁거리는 사탄의 앞에 아름다운 설원을 표현한 춤을 추었다.

그 즉시 뻥 뚫린 하늘에서 매서운 눈보라가 불어닥쳤다.

"눈의 꽃."

사아아아-!

눈보라는 곧장 일직선으로 사탄의 몸통을 향해 달려들더니, 사탄의 몸 곳곳에 눈꽃들을 피어 올렸다.

만개한 눈꽃은 마침내 폭사하며 터졌다.

파칭! 파치칭!

폭사하며 터진 고드름의 잔해에서 다시 눈의 꽃들이 피어났다.

그것은 마치 영원한 얼음 지옥에 갇혀 고통을 받는 악마를 징벌하는 신의 심판과도 같았다.

[으윽! 이노오오옴!]

하지만 사탄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마왕, '사탄'이 악마의 관심법을 이용해 당신의 기억을 읽습니다.]

[사탄이 당신의 마법들을 훔쳐 배웁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충격이었다.

[칼바람.]

"……!"

눈앞에서 커다란 바람이 불어닥쳤다.

* * *

다크문, 뱀파이어 백작. 알렉산드라의 성.

한편, 최춘택과 헤어진 제임스는 곧장 불칸 화산지대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성좌인 '데스페라도'를 만났고, 그에게서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데미안은 스타 프루츠를 가져오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지 않았고, 더욱 강해지는데 집중해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렇게 제임스는 다시 한번 여행길에 올랐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크문으로 통하는 비밀통로를 발견했고, 그것은 뱀파이어들이 서식하는 영지였다.

얼마 전부터 제임스는 이곳에서 몰래 뱀파이어들을 잡으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푸슝-!

흡혈귀의 머리에 빛의 총알이 박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제임스는 눈앞에 떠오른 레벨업 메시지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이곳 다크문은 제임스에게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엘리멘탈 불렛이라는 성좌 스킬을 가진 제임스는 화염, 얼음, 빛, 그림자 속성의 탄환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빛의 탄환은 그야말로 최고의 살상 효과를 가진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방금 쏴 죽인 하급 뱀파이어가 힘도 쓰지 못한 채 사라질 정도였으니까.

"이쪽이다! 이쪽에 헌터가 있다!"

그때. 숲 너머 바깥쪽에서 또 다른 뱀파이어들의 목소리가 여럿 들려왔다.

제임스는 곧장 은신으로 몸을 숨겨 자리를 피했다.

뱀파이어들은 레벨이 무척이나 높고 강했기에 다수로 몰려온다면 제임스도 잡기 벅찰 정도였다.

어쨌든 제임스는 다시 은신처로 돌아왔다.

현재 자신은 자그마한 동굴 하나를 은신처로 삼고 있었는데,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제임스는 '뱀파이어 헌터'라고 불리고 있었다.

물론, 현상금이 걸린 건 두말할 것도 없고, 동굴의 벽엔 손수 그린 조악한 지도와 X자 표시가 가득했다.

"일단 여긴 없는 것 같네."

제임스가 방금 자신이 둘러보고 온 성에 X자 표시를 그렸다.

이곳은 뱀파이어 백작인 알렉산드라가 지배하는 곳.

사실 그냥 레벨업만 하려고 했는데, 얼마 전 아크스타그램을 보다가 미도가 다크문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위험에 빠진 자신의 성좌를 구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니, 제임스는 겸사겸사 레벨업도 할 겸. 미도의 성좌를 찾는 일을 몰래 하는 중이었다.

"일단 여긴 정리해야겠지?"

제임스는 다시 은신처를 나와 높은 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진 권총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권총이 일그러지며 변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저격 총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이것은 저번에 데스페라도를 만나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의논한 끝에 얻은 새롭게 창조해낸 성좌 스킬이었다.

쉽게 말하면 저격 모드라고 할 수 있겠다.

철컥!

"……."

제임스는 어깨에 저격 총을 견착한 채 산 아래를 굽어보았다.

그리고는 망원경을 통해 뱀파이어 백작인 알렉산드라가 있는 고성을 살펴보았다.

마침 그는 창문을 열어젖힌 채 와인을 마시며 여흥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제임스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머리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휴우."

알렉산드라가 죽은 것을 확인한 제임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이제 다음 성으로 향할 차례였다.

* * *

다크문, 도깨비들의 부락.

"아, 왜 안 가르쳐 준다는 거야!"

박태현이 눈앞의 도깨비에게 성질을 부렸다.

"우리 도깨비들은 아무에게나 요술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자그마한 도깨비가 집게손가락을 가로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박태현은 그것이 못마땅한지 연신 도깨비와 투닥거렸다.

부러진 소뿔을 가져와 도깨비 인척 해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뿔에서 도깨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요술이란 것을 가르쳐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뿔이 없으면 가르쳐 줄 수 없다나 뭐라나.

"에휴."

그리고 미도는 그런 박태현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중이었다.

현재 미도와 일행들은 이곳 도깨비 부락에 머무르며 하염없이 크레센트가 말했던 원군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듣자 하니 달과 마법의 여신인 헤카티아나가 조만간 이곳으로 마법사와 마녀들을 대대적으로 보낼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시간은 자꾸 가는데, 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함께 온 키론을 비롯한 성좌들은 당연히 이곳에 정착을 하고 있었고, 무스카도 자신의 뜻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말만 하였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의 성좌인 다빈치는 고통을 받고 있었다.

계속해서 보내오는 메시지가 그 증거였다.

최근엔 구조 요청 메시지가 오는 빈도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박태현은 계속 요술을 배우겠다며 땡깡을 부렸고, 김현우와 은정혁은 강해지겠다며 주변의 몬스터를 잡으러 사냥을 떠난 지 벌써 이틀째였다.

미도는 춘자가 이곳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남았지만, 도깨비 왕인 쇠꼬비의 말에 따르면 크레센트의 동굴은 시간이 무척이나 느리게 흐르는 곳이라고 했다.

안에서의 열흘이 하루와 같다나 뭐라나.

어쨌든 한번 들어가면 크레센트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온다고 했으니 쇠꼬비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만 있었다.

'안 되겠어. 혼자라도 가야겠어.'

미도는 마침내 도깨비 부락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 * *

"커흑…."

나는 입에서 피를 한 움쿰 토해내 뱉었다.

방금 전 공격에 치명상을 입은 탓이었다.

재빨리 그림자 단검을 꺼내 이동하지 않았다면 한 방에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미친…."

나는 다시 이를 갈며 사탄을 노려보았다.

설마하니 내 기술을 그대로 베낄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후후. 분한가? 분노하라. 그것이 나를 즐겁게 할지니.]

사탄이 가슴에 입은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이지 끔찍한 회복력이었다.

그때. 솔라 피닉스의 불꽃이 내 몸을 휘감았다.

피닉스가 가진 고유 특성인 치유의 화염이었다.

[끄응.]

아리에스와 성좌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나 그들에게도 피닉스의 불꽃이 닿았다.

김수정 또한 가세하자 순식간에 성좌들이 치유되었고, 마석두가 그런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괜찮수. 형님?"

"끄떡없다."

"하여간 형님도 성질머리가 대단하다니까. 저 큰놈한테 바로 돌진할 줄은 몰랐수."

"시끄럽다. 이번엔 네놈도 거들어."

"알겠수다."

마석두가 곧장 두 팔에 얼음 방패를 소환하였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멀쩡한 몰골을 한 드레인이 뒤에서 나타났다.

"브, 브라더. 좀 괜찮아요?"

"넌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나?"

"내가 겁이 좀 많잖아요. 숨어있었죠. 후후후."

…참 자랑스럽게도 얘기한다.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한숨을 푹 내쉽니다.]

"아, 참. 이걸 입어요."

"……?"

나는 드레인이 건네준 옷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얼마 전 내가 맡겼던 벨페고르의 가죽과 뿔로 만든 옷과 구두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착용하였다.

보랏빛이 감도는 것이 무척이나 고풍스러웠다.

능력치의 상승 또한 어마어마했다.

"이걸 왜 이제 주는 게야?"

"후후. 까먹고 있었어요."

"……."

이 자식을 그냥.

[무슨 말을 그리하느냐.]

그 순간. 사탄이 여섯 장의 날개를 크게 펄럭이며 다시 한번 칼바람들이 이곳을 향해 날아들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칼날이 사방에서 달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곧장 크게 소리쳤다.

"석두야!"

"알고 있소! 혹한의 벽!"

쿠웅!

마석두가 얼음 방패로 땅바닥을 내려치자, 순식간에 생성된 거대한 얼음벽이 다가오는 바람을 손쉽게 막아내었다.

퍼퍼퍽!

과연 최강의 수비를 자랑하는 방패 성좌의 위엄이었다.

[흐음, 그래 티아루도가 있었지. 까먹고 있었군. 하지만….]

이번엔 사탄의 손아귀에서 뜨거운 불이 생성되었다.

나는 한눈에 저것이 내가 썼던 태양의 힘과 닮아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진짜 태양의 힘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만만치 않은 위력을 지녔을 거라는 게 문제지만.

콰아아아-!

사탄의 손을 떠난 거대한 불이 일직선으로 날아가 끊임없이 혹한의 벽을 녹이기 시작했다.

"…큭. 이 망할 자식이!"

마석두가 안간힘을 쓰며 막아냈고, 위기는 우리뿐만이 아닌 솔라 피닉스에게도 있었다.

끼오오오-!

키메라는 만만치 않은 힘을 가진 마수였고, 키메라는 맹독의 브레스를 연신 쏘아내며 솔라 피닉스를 위협했다.

아무래도 키메라는 맹독이 주무기인 것 같았다.

나는 곧장 그림자 속에 있던 존재를 조용히 불렀다.

"펜릴."

"…듣고 있다."

사실 펜릴은 아까 이곳의 문을 열기 전부터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미리 소환해둔 것이었는데, 이젠 펜릴의 힘이 필요할 때인 것 같았다.

"이거 저놈한테 꽂아버려."

나는 키메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그림자 속으로 자그마한 무언가를 내려보냈다.

그것은 알렉서스의 또 다른 요리 무구. 세상의 모든 독을 흡수할 수 있다고 알려진 '식독검'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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