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다 젊은이-330화 (33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30화

제330화

동대륙, 어느 깊숙한 산.

루시퍼는 이미 동대륙에 도착해 있었다.

루시퍼는 종일 자신의 권능을 이용해 동대륙 곳곳을 돌아다녔고, 어느 곳을 뒤지더라도 자신이 찾는 존재는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남은 곳은 무림 맹 단 하나.

그분께서 강림하기 위해서는 모든 가이아의 금제가 깨어질 필요가 있었다.

남쪽에 있던 '가을의 균형자'는 먼 옛날 죽어서 금제가 한 번 깨어졌었고, 얼마 전 '여름의 균형자'인 피닉스가 벨페고르에게 죽고, '겨울의 균형자'인 툰드라 드래곤은 자신이 안식을 가져다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동쪽에 있는 '봄의 균형자'.

창천의 용이라 불리는 존재를 죽이는 것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꽤 오랜 세월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루시퍼조차도 창천의 용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분께서 생김새를 말씀해주셨지만, 그렇게 커다란 존재가 동대륙을 이 잡듯이 뒤져도 나오지 않는 다건 솔직히 말이 되지 않았다.

'설마 여기 없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루시퍼는 고개를 휘휘 젓고는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겨 순간이동을 하였다.

이번에 나타난 곳은 아직 베르제브와 네크론에게 정복 되지 않은 무림맹 부근의 높은 산봉우리.

루시퍼는 그곳에서 무림맹의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드드드드-!

그곳의 정문이 활짝 열리더니 인간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들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이 아닌가.

[호오. 또 무슨 꼼수를 부린 건가?]

루시퍼가 흥미로운 눈으로 그런 인간들을 오만하게 내려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인간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해독제를 만든 건가? 베르제브와 네크론의 궁합이 꽤 좋았는데,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군.]

그렇게 한 시간가량 흥미진진하니 서서 루시퍼는 특유의 이를 드러내 보이며 먼발치의 인간들을 관찰하며 씩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베르제브도 아니었기에 루시퍼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사탄이 있는 곳이었다.

[날씨를 부리는 인간이 성유계에 있던 성좌들을 모조리 이끌고 올 줄이야. 후후. 재밌군. 재밌어.]

하지만 루시퍼는 그 또한 개의치 않았다.

사탄은 자신의 서열 바로 밑에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마왕이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탐욕의 투신 아슈타르였고, 네 번째가 바로 베르제브였다.

어쨌든 그분의 명령만 아니었다면 그 인간은 벌써 자신의 손에 죽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창천의 용을 찾는 것이 급선무겠지.

[우선 저곳을 부숴버릴 필요가 있겠어.]

루시퍼는 천천히 자신의 권능을 끌어올려 허공을 조작하듯 손짓했다.

커다란 마력이 한 움쿰 빠져나가는 탈력감이 몸을 휘감더니, 하늘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작은 진동이 대기를 울렸다.

[떨어져라.]

루시퍼가 손바닥을 내리자,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목표는 무림맹.

그리고 창천의 용이었다.

* * *

같은 시각.

백무열, 견소룡, 마이클.

그리고 이누무시키와 카미유를 비롯한 일행들은 마침내 마왕 베르제브와 맞닥뜨렸다.

하지만 그런 베르제브의 곁엔 익숙한 인물이 함께 서 있었다.

"…루이."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것은 당연히 마이클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견소룡도 그를 알아보았다.

역시나 그런 그의 주변엔 끝도 없는 언데드 군단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그 이름은 버린 지 오래다. 내 이름은 네크론. 죽음의 신이 될 남자다!"

네크론이 지팡이를 앞으로 휘두르자, 주변의 땅에서 각종 언데드들이 또 한 번 일어나 일행들을 둘러쌌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수의 대군이었다.

이미 네크론의 힘은 단신으로 파르타 공국을 무너트릴 정도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일행들은 지금 그런 네크론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런 미친."

"끝도 없구만."

"이 무슨 사술인가!"

"마교의 잔당이 하는 짓거리로군!"

네크론은 판도라의 힘을 여지없이 과시하는 것처럼 엄청난 죽음의 군단을 눈앞의 적들에게 선보였다.

네크론은 광소를 터트리며 웃어젖혔다.

마이클, 견소룡, 백무열.

자신이 싫어하는 이들이 모두 모였으니 무척이나 신이 난 탓이었다.

"흐하하하! 최춘택이 없는 건 좀 아쉽지만, 모두 죽어줘야겠다!"

사방에서 죽음이 메아리치는 것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제자여. 잘 지켜보게. 이것이 사쿠라 검법의 다섯 번째 묘리. 이것이 자네가 배워야 할 마지막 검법이며, 나의 마지막 가르침이 될 것이네.]

갑자기 앞에 나선 이누무시키가 발도 자세를 취하더니, 비장하게 기를 끌어모으며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비장한지 그런 그의 뒷모습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산봉우리처럼 보였다.

[사쿠라 검법, 제5장….]

고오오오!

끌어모은 기를 한꺼번에 분출하듯.

이누무시키의 검집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이누무시키는 마치 춤을 추는 듯 한 바퀴를 휘돌며 전방위 가로베기를 한 다음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파천(破天).]

세계가 뒤틀린 것은 그때였다.

빠직!

이누무시키가 조심스럽게 다시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벚꽃잎이 휘몰아쳤다.

그것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장면이었다.

반경 500미터에 있던 모든 언데드가 단 일 검에 모두 반으로 갈라져버린 것이다.

경천동지할 위력에 각 문파의 수장들이 모두 입을 쩍 벌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이누무시키의 마지막 가르침을 마이클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과 마음에 되새겼다.

'대단해…!'

지금껏 단 한 번도 검이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마이클은 처음으로 검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상념을 깨트리는 것처럼 일행들의 외침이 귓가에 꽂혔다.

"가, 가자-!"

카미유가 가장 먼저 커다란 치유의 보호막을 만들어냈고, 백무열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웃으며 언데드들 사이에서 날뛰었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견소룡이었다.

십이지천 아수라를 전개한 그의 주변에서 백색의 뇌수들이 언데드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며 날 뛰었다.

마이클도 당연히 질 수 없었기에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목표는 역시 저 멀리 있는 네크론과 마왕 베르제브.

특히 네크론은 아까 전 이누무시키의 파천(破天)에 깊은 치명상을 입은 듯했다.

마이클은 즉시 그에게 달려들어 또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사쿠라 검법 제3장. 승천(昇天).

스승인 이누무시키에게 배운 세 번째 검법이 마이클의 검 끝에서 피어올랐다.

벚꽃잎들이 사방에 휘날리며 전방의 네크론에게 달려들었다.

콰콰콰콰!

"……!"

곧이어 네크론의 주변으로 벚꽃잎이 나선형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콰아아아-!

칼날 회오리가 네크론을 띄우며 온몸을 찢어발겼다.

"끄아아악!"

하지만 마이클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지금 기회를 놓친다면 네크론이 다시 살아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다른 일행들이 베르제브를 견제하고 있을 때 빠르게 끝내야 했다.

"…사쿠라 검법 제4장."

마이클이 벚꽃잎을 밟으며 하늘을 향해 지그재그로 사뿐히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네크론의 앞에 도달했을 땐 이미 3개의 분신이 마이클의 곁에 함께 있었다.

분신이 네크론의 동서남북을 점했을 때였다.

"무궁(無窮)."

그와 동시에 분신과 마이클이 지그재그로 교체하며 무방비 상태의 네크론을 빠른 속도로 베고 지나갔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왼쪽과 오른쪽이 빠른 속도로 교차하였을 땐, 이미 사방은 온통 벚꽃투성이였다.

마지막은 분신과 마이클이 동시에 가로지르며 폭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었다.

"끝이다."

"이노오오오옴-!"

콰콰콰쾅!

끝내 이어지지 못한 네크론의 고성이 폭발음에 묻혀버렸다.

흐드러진 벚꽃이 전장에 내려앉으며, 눈앞에 네크론을 죽였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드드드드-!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이 무림을 뒤흔들었다.

* * *

한편, 나와 일행들은 드레인이 만들어준 길을 뚫고 간신히 부유성의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오자마자 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사탄이 걸어놓은 함정에 걸려버렸는데, 그것은 '몽환의 미로'라는 이름의 정신계 공간 마법이었다.

나와 일행들은 현재 같은 미로에 놓여 있었다.

아마 이 미로를 끝까지 통과해야만 사탄에게 닿을 수 있을 테지.

[제길. 나타스 녀석. 치졸한 건 여전하구만.]

아리에스가 혀를 쯧 차며 투덜거렸다.

나타스는 사탄의 예전 이름이었는데, 마갈궁의 주인이었던 그는 본디 거짓말에 능하고 전략을 잘 짜곤 했었다.

염소의 생김새를 가진 양치기였던 그는 언제나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궁좌였다.

나타스는 풀피리를 불며 가축들을 평화롭게 이끌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 동물들이 전부 마수가 된 것이었다.

삐리리-!

바로 그때.

이때다 싶은 것처럼 피리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미궁 곳곳에서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아리에스가 불길한 듯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망할 자식. 마왕이 되더니 더 야비해졌네.]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한숨을 푹 내쉽니다.]

[다들 방심하지 마! 사방에서 마수들이 들이닥칠 거야! 이대로 미궁을 돌파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아리에스를 선두로 한 채 미궁을 달렸다.

나와 성좌들은 곳곳에서 마수들을 마주치며 싸워나갔다.

다행히 방패 성좌 티아루도와 마석두의 호흡이 꽤 잘 맞아서 우리들은 손쉽게 마수들의 기습을 방어해낼 수 있었다.

…저 녀석들 제법인데.

마석두가 한쪽 팔에 있는 얼음 방패를 던지며 튕기면 반대편에 있던 티아루도가 그것을 낚아채 다시 되돌리듯 던지고, 티아루도 또한 마석두와 같은 방법으로 얼음 방패를 던지며 돌려받기를 반복했다.

마수들은 그런 얼음 방패가 튕기며 닿을 때마다 느려졌기에 나와 성좌들은 무척이나 수월하게 함정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이곳이 미로라는 것에 있었다.

[젠장. 또 막다른 길이잖아아아!]

아리에스가 여전히 성급한 성격을 드러내며 하늘을 향해 고함을 치듯 소릴 질렀다.

그렇게 씩씩거리는 아리에스를 달래는 것은 키르키노스의 몫이었다.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진정하라고 말합니다.]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머릴 잘라 주겠다고 말합니다.]

[시끄러! 이 변태야!!]

…끙. 귀청 떨어지겠네.

사실 시끄러운 건 아리에스가 더 시끄러웠다.

하여튼 굉장히 불같은 아가씨였다.

하긴, 별명이 '성급한 희생자'니까 당연한가.

[야! 키르키노스! 네 능력으로 이 벽 모조리 잘라 버려!]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환영으로 만든 벽이라 안 잘라진다고 말합니다.]

[아오!]

아리에스가 다시 한번 짜증난다는 것처럼 성을 내었다.

조만간 머리 위로 불꽃이 솟아오르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때 갑자기 티아루도가 아리에스의 뒤에 나타나더니, 얼음 투구를 만들어내서는 아리에스의 머리에 강제로 씌워버렸다.

깜짝 놀란 아리에스는 "아, 차가-!" 하면서 소릴 질렀다.

[…머릴 좀 식혀라. 너무 흥분하면 좋지 않다.]

아리에스는 그제야 간신히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내가 나설 차롄가.

이렇게 헤매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 캣 베이커를 데려올 걸 그랬다.

참고로 캣 베이커는 아직 왕성 밖에서 백성들을 구출하는데 힘쓰고 있었다.

"길 안내는 내가 하도록 하지."

[네가? 무슨 수로?]

그때 작은 화염이 휘몰아치더니 작게 모습을 바꾼 솔라 피닉스가 푸른 눈을 하고 나타났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아리에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제3사도, 아틀라스가 손을 흔듭니다.]

"이 녀석들이 도와줄 거다."

[아~?]

아리에스가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