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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29화 (329/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29화

제329화

나는 드레인과 함께 한참이나 오르카 왕국의 상공을 날았다.

목적지는 당연히 사탄이 있다는 왕성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갈 수 있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을 가득 메운 새들이 사방에서 나타났고, 그것은 마기에 오염되어버린 오르카 왕국의 비둘기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무슨 비둘기가 아니라, 거의 뭐 익룡이라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긴 사탄은 원래 성좌였을 때부터 동물을 기르는 걸 좋아했으니 당연한 건가.

"먼저 내려가 있어."

"와우, 브라더 이제 하늘도 날 수 있는 거예요?"

드레인이 비천기상무의 구름 밟기를 쓴 채 공중에 떠 있는 나를 보며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대꾸해줄 시간 따윈 없었다.

벌써 저 익룡같은 놈들이 이곳으로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지니야. 이 녀석을 부탁한다."

"알겠구름!"

그렇게 지니와 드레인이 사라지자, 공중에 있던 나는 익룡 무리와 대치를 이룬 채 아틀라스의 구름 과자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모금 깊게 빨았다가 내쉬자 뭉게구름이 몸 전체를 감싸는 것처럼 시야를 가렸고, 그 사이로 나는 구름과자를 앞으로 내밀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커져라. 여의초."

슈와아악!

순식간에 커다랗게 변한 여의초가 곧게 뻗어 나가더니, 전방에 있는 익룡들을 무자비하게 휩쓸어버렸다.

여의초의 힘 앞에 굴복한 익룡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밑에선 입을 쩍 벌린 드레인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함을 질렀다.

"오, 지저스!"

나는 태연히 다시 땅으로 내려앉았다.

이대로 다시 공중으로 가면 좋겠지만, 아까보다 더 많은 마수들이 하늘을 통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육로로 갈 수밖에 없는 건가.

"오 마이 가쉬. 언제 그렇게 강해진 거예요?"

"너랑 안 보는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런 것 같아 보이네요."

"일단 움직이자."

나와 드레인은 다시 육로를 통해 오르카의 왕성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육로라고 마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수들은 힘없는 오르카의 백성들을 공격했고, 그렇게 백성들을 지키며 가는 길에 우연히 아리에스와 성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왕성은 공중에 있다!]

아리에스가 가리킨 곳은 바로 하늘이었다.

오르카의 왕성은 부유성이 되어 하늘에 떠올라 있었는데, 외관도 살짝 변한 것이 무척이나 위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역시 문제가 있었다.

"…뚫기가 쉽지 않겠는데."

애초에 하늘에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니를 타면 괜찮겠지만, 저 끝없이 몰려오는 마수들이 덤벼들 것이 분명했다.

내겐 여의초가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한 번만 더 휘두르는 것이 한계.

정작 사탄과 싸우는 중요한 순간에 쓰지 못한다면 그만큼 낭패가 없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오우, 그건 내게 맡겨줘요."

드레인이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서더니 오른손에 있는 집게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아리에스가 그런 드레인을 알아보았다.

[저자가 그 키르키노스의 권속인가…?]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아리에스에게 인사합니다.]

[…맞군.]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머리가 많이 길었다고 말합니다.]

[시끄러. 이 변태 새끼야! 할 거면 빨리해!]

아리에스가 얼굴을 붉히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고, 그렇게 잠깐의 말싸움이 끝난 뒤.

드레인은 갑자기 집게를 이용해 땅을 자르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싹둑싹뚝.

드레인의 집게는 마치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손쉽게 잘라냈다.

마침내 드레인은 오르카 왕국의 길을 일직선으로 길게 잘라내었다.

그것은 거해의 주인 키르키노스의 권능인 '만물 가위술'.

스타피스인 차원 가위가 있다면 완전했겠지만, 땅의 돌을 자르는 것쯤은 지금의 드레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드레인은 가볍게 땀을 훔치고는 집게로 땅을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쓰듯 이마에 힘줄을 만들어내 고함을 질렀다.

"으라차차차-!"

커다란 기합과 함께 들어 올려진 땅이 업어치기 하는 거처럼 뒤집어지며, 저 높은 부유성을 향해 날아 올랐다.

그것은 마치 기차가 뒤집어지는 것과 같은 장관이었다.

쿠와아앙!

커다란 진동음과 함께 먼지가 사라졌을 때 보인 것은 하늘의 부유성과 이어진 기다란 땅이었다.

그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허허…."

[거해궁, '키르키노스'가 니들이 게 맛을 알아? 를 시전합니다.]

동시에 드레인의 등 뒤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게 다리 8개가 나타났다.

저것은 공수가 완벽하게 갖추어졌다고 평가받는 키르키노스가 가진 힘 중 하나였다.

"먼저 갈게요. 브라더."

그렇게 말한 드레인이 갑자기 꽃게처럼 옆으로 빠르게 달리며 사라졌다.

저것 또한 역시 [게걸음아 나 살려라.]라는 키르키노스의 궁좌 스킬 중 하나였다.

* * *

다크문, 크레센트의 동굴.

달의 신수 크레센트는 현재 달과 마법의 여신인 헤카티아나의 명령으로 이곳에 내려온 상황이었다.

그것은 루페온의 비보를 접한 뒤 이루어진 명령이었고, 헤카티아나는 마법의 여신인 만큼 추적 마법에도 능통했다

그렇기에 루페온을 죽인 범인이었던 안타라스가 다크문으로 도망쳤음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헤카티아나는 곧 오즈의 마법사와 마녀들을 대동해 이곳으로 올 것이니 도깨비 왕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크레센트는 도깨비 왕의 거처에 잠시 머무르던 중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여기서 자신의 혈육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룩?"

춘자가 또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재 이 동굴엔 크레센트와 춘자 둘뿐이었다.

춘자 또한 자신과 같은 눈동자를 가진 존재를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신기한지 연신 크레센트에게 호기심을 가졌다.

크레센트는 그런 춘자라는 이름을 가진 레추자의 눈을 들여다보며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그것은 특별한 달이 4개나 겹쳐진 날이었다.

엄청나게 커다란 달인 슈퍼 문.

달이 푸르게 물드는 블루 문.

피처럼 붉게 물든 달인 블러드 문.

12월 25일에 뜨는 럭키 문.

레추자가 알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은 그 4가지 조건이 부합하는 날이어야 했다.

이 네 가지 달의 정기를 동시에 받아야 레추자는 비로소 알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게 아마 120년 전쯤이었던가…. 감회가 새롭군."

크레센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앞의 아이를 보았다.

그때의 자신은 분명 알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자신의 아이를 빼앗으려는 유피테르의 눈을 피해 자신의 손으로 알을 부숴왔고, 더 이상 죄책감에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던 크레센트는 알을 아틀란 해 망망대해에 던져버렸다.

자신의 손이 아닌, 차라리 자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살아 돌아왔다라….'

문득 크레센트는 운명이란 참으로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춘자는 아직 달의 마력을 제대로 각성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지난 120년간 해주지 못했던 부모의 노릇을 지금에서 하는 것이 도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가 자격이 있는 걸까…?'

그때. 춘자가 구루룩-! 하고 자신의 다리에 얼굴을 부볐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니 이렇게 몸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행동은 만나서 반갑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크레센트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

크레센트는 그제야 결심을 굳혔다.

조금, 아니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우선 말부터 가르쳐야겠구나. 넌 나와 같은 레추자니까 금방 배울 수 있을 테지. 그리고 모습도 나처럼 바꿀 필요가 있겠다. 어디 보자, 우선은 이곳에 시공의 결계를 쳐야겠군. 그러고 나서…."

크레센트는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보이며 눈웃음 지었다.

* * *

동대륙, 무림.

한편, 마왕 베르제브를 잡기 위해 달려가던 일행들은 좀비로 변해버린 태극선인이 앞에 나타나자, 모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겐 해독약이 통하지 않았다.

해독약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태극선인을 뒤덮었지만, 그뿐이었다.

태극선인은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의 기운이 강해 해독약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실험은 한 번 밖에 해보지 못해서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는데….]

카미유가 안타깝다는 눈으로 태극선인을 바라보았다.

아마 그는 죽여야만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이 그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스릉-!

남궁 운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나서며 뒤편에 선 이들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무림을 위해 싸워오신 분입니다. 안타깝게도 해독약으로 모습을 돌려드릴 순 없지만, 저렇게 그대로 둘 수도 없습니다. 제가 저분을 구원해드리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마왕을 잡으러 가십시오."

그렇게 말한 남궁 운의 신형이 활처럼 휘더니, 눈앞의 태극선인에게 순식간에 나타나 칼을 내리쳤다.

까앙!

좀비로 변한 태극선인은 한 팔로 검을 손쉽게 막아내었다.

좀비가 된 그는 검보다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검이 손쉽게 막혔지만, 남궁 운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난 대결에서 겪었던 일이었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궁 운도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었다.

고오오오-!

남궁 운의 전신에서 하늘색의 기운이 넘실거리며 피어오르더니 그 기운이 하늘에 닿았다.

이어진 것은 갑자기 변한 날씨였다.

쿠르르릉!

먹구름 사이로 벼락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리고는 갑자기 한줄기 벼락이 남궁 운의 머리 위로 내리치더니, 그의 전신의 피부를 천천히 벗겨내며 외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거친 피부가 마치 나무를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흐읍!"

남궁 운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

이것은 한 번 사용하면 사흘은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부작용이 큰 힘이었다.

지속시간은 약 두 시간.

지난번에 망설이지 않고 이것을 사용했었다면 눈앞의 태극선인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후회는 한 번 겪었다.

얼굴이 용처럼 변모한 남궁 운이 온몸의 기운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가십시오!"

그와 동시에 벼락을 검에 깃들게 만든 남궁 운이 앞으로 일검을 내질렀다.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뻗어 나간 벼락이 좀비가 된 태극선인의 몸을 때렸다.

쩌엉!

거기서 그치지 않은 벼락은 그런 태극선인의 몸을 찢어발기듯 껍질을 조금씩 벗겨내었다.

츠츠츳!

뒤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문파의 수장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랍군. 맹주가 저런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어서 갑시다. 우린 마왕을 처치해야 하오!"

"다들 서두릅시다!"

그렇게 무림맹의 일원들이 먼저 떠났고, 백무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이누무시키는 자랑스러운 제자의 새로운 모습이 무척이나 기꺼운 듯 웃었다.

[많이 강해졌구나.]

"부끄럽습니다."

[기다리고 있으마.]

"예."

그렇게 이누무시키가 갔고, 마이클 또한 그 뒤를 따랐다.

견소룡을 비롯한 일행들은 이미 저만치 앞으로 간 지 오래였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좀비가 된 태극선인과 무림 맹주 남궁 운. 단둘이었다.

"…태극선인. 그때의 망설임이 지금의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크르르륵."

"하지만 이젠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늦었지만 당신을 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죄니까요."

자세를 잡은 남궁 운이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쿠르릉-!

둘의 머리 위로 천둥이 번쩍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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