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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27화 (327/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27화

제327화

한편, 드레인과의 귓속말을 마친 나는 아리에스에게 안에서 결계를 부술 예정이라고 말해주었다.

다행히 함께 온 박막순이 이런 결계 마법에 조예가 깊었고, 그녀는 이런 대단위 마법에서 중요한 것은 사방을 수호하는 것처럼 빛을 쏟아내는 마법진이라고 하였다.

즉, 그것만 부술 수 있다면 지금 오르카 왕국을 둘러싼 저 결계도, 꿈의 궁전이라 불리는 대단위 정신계 마법도 풀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지금 안에서 그 마법진을 부수기 위해 한 명이 움직이고 있다. 이건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에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한번 의문 섞인 물음을 던졌다.

[믿을 수 있는 자인가?]

하지만 그 물음엔 답할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이 없는 모양이군.]

아리에스가 정곡을 찔렀다.

솔직히 말해서 드레인이 잘해줄지는 의문이었다.

드레인은 전투 계열이 아닌 비전투 계열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흐음, 이럴 때 키르키노스가 함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 녀석의 가위가 있으면 쉽게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하필 이럴 때 그 녀석이 생각나다니. 나도 참.]

…키르키노스?

순간 머리가 띵하고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했다.

대체 왜 이제야 그 생각이 이제야 떠오른 것일까.

나는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지난번에 북극에서 얻었던 스타 프루츠 중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무려 1등성짜리였다.

[스타 프루츠? 어디서 난 건가? 그걸 어쩔 셈이지?]

"보면 알게 되겠지."

나는 아리에스를 향해 씩 웃었다.

* * *

오르카 왕국, 남서쪽.

드레인은 가까스로 빛을 쏟아내는 마법진이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면서 각종 좀비를 흉내 내면서 왔는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후우. 저게 그 브라더가 말한 마법진이 맞겠지?"

지금 드레인의 눈앞에는 별과 자비의 신 루페온께 기도를 올리는 작은 예배당이 자리해 있었다.

오르카 왕국의 귀족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 모여 사교 모임을 갖는다는 것을 드레인은 잘 알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듀크 공작이 이 모임의 주최자였다.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얼마 전 자신이 디자인했던 옷을 그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있어서 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어쨌든 지금 저곳에서 커다란 빛이 솟구치고 있었다.

"후우…."

드레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호흡을 내뱉으며 예배당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드레인은 천천히 마법진을 향해 다가갔고, 마법진은 강한 공명음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냥 만져도 되는 건가?'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드레인은 떨어진 돌 하나를 집어서 마법진을 향해 홱! 하고 던졌다.

스슥!

던진 돌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뼈도 못 추리겠는데."

순간 허탈감이 몰려왔다.

희대의 명연기를 펼치며 가까스로 이곳까지 왔는데, 정작 자신의 힘이 부족해서 이 마법진을 부술 수 없다는 사실에 분함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 잭슨: 지금 내가 보내는 거 먹어라.

- 드레인: 예?

슈와아악-!

갑자기 바로 옆에 나선형으로 공간이 비틀리더니, 그곳에서 툭하며 밝은 무언가가 떨어졌다.

드레인은 곧장 그것을 집어서 무엇인지 확인해보았다.

"이, 이건?"

- 잭슨: 방금 스타 프루츠가 갔을 거다. 그거 먹고 '사랑의 처형자'라는 녀석을 성좌로 삼아.

드레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방금 브라더가 했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스타 프루츠 능력자가 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귓속말이 도착했다.

- 잭슨: 네 힘으로는 마법진을 부수기 어려울 거야. 내 말대로 해.

드레인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곧장 망설이지 않고 스타 프루츠를 꿀꺽 삼켰다.

동시에 머리 위로 별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드레인은 수많은 메시지 속에서 마침내 브라더가 말했던 '사랑의 처형자'라는 성좌를 찾아내었다.

[1등성, '사랑의 처형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오우, 하, 하이?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 * *

오르카 왕국, 왕성.

사탄은 드넓은 대전의 옥좌에서 다리를 꼰 채, 포도주를 마시며 한창 시음을 하고 있었다.

대단위 정신계 마법인 '꿈의 궁전'을 발동한 이후.

그는 간만의 휴식을 취하며 바깥에서 분노하고 있는 인간들의 꿈속을 엿보는 것을 낙으로 살았다.

[…이건 맛이 없군.]

챙그랑!

먹고 있던 포도주가 담긴 병을 땅바닥에 집어 던지자, 산산조각이 나며 경쾌한 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사탄은 곧장 다른 포도주를 따서 입에 대었다.

꿀꺽꿀꺽.

사탄의 목울대가 기괴하게 꿀렁거렸다.

[흠. 이건 좀 먹을만하군.]

사탄은 얼마 전 이곳에서 왕족들의 술 창고를 발견하고는 하나씩 꺼내 맛을 보고 즐기는 중이었다.

지금 눈앞엔 [악마의 관심법]이라는 권능을 이용해 인간들의 내면의 꿈을 선명하게 비춘 화면들이 가득했다.

인간들의 분노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사탄을 무척이나 흡족스럽게 하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무료한 나날들이 계속될 때였다.

[……!]

손바닥에 턱을 괸 채 곤히 잠에 빠져들었던 사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 무슨…!]

사탄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자신이 이변을 느낀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파지지직-!

4개의 마법진이 뿜어내는 빛의 기둥 중 하나가 선명한 빛을 잃으며, 결계가 깨어지는 것이 보였다.

* * *

같은 시각.

다크문, 달과 마법의 신전.

미도는 일행들과 함께 도깨비 왕인 쇠꼬비를 따라 달과 마법의 신전으로 가고 있었다.

쇠꼬비와 미도 일행은 극적으로 화해를 하였는데, 그것은 오로지 '춘자' 덕분이었다.

쇠꼬비가 춘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쇠꼬비가 알고 있던 '레추자'와 '춘자'는 다른 존재였고, 그렇기에 쇠꼬비는 확인할 것이 있다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였다.

지금 미도와 일행들은 도깨비 부락이 자리한 산맥의 정상에 있는 달과 마법의 신전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크레센트 님! 크레센트 님 계십니까-!"

우렁찬 쇠꼬비의 목소리가 신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바로 그 순간.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나지막한 발소리가 저벅저벅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고, 어둠을 뚫고 걸어오는 한 인영을 보며 쇠꼬비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방망이를 흔들어 보였다.

[크레센트님. 여기 좀 보십시오.]

크레센트라 불린 남자의 시선이 눈앞의 미도 일행에게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미도가 흠칫거렸다.

'초승달 눈동자…?'

아까 분명 레추자 동상에서 보았던 것이 초승달 눈동자였다.

토끼 성좌 레푸스는 분명 이렇게 얘기했었다.

초승달 눈동자를 가진 존재는 오로지 달의 신수인 레추자 뿐이라고.

그렇다면 지금 눈앞의 남자는 설마?

"레추자…."

미도의 말이 맞다는 듯.

크레센트라 불린 남자가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었다.

크레센트는 무척이나 곱고 긴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의 흑발은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였고 누가 본다면 무척이나 미남자라고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외양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크레센트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

크레센트의 눈은 미도의 바로 뒤편에 있는 부엉이에게 가 있었다.

그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살아 있었던 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레센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려왔다.

두 초승달이 마침내 서로를 마주보았다.

"구룩?"

춘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동대륙, 베르제브와 네크론의 동굴.

루시퍼의 명령에 따라 마왕 베르제브가 있는 동대륙으로 건너온 네크론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언데드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베르제브는 '폭식하는 질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마왕이었고, 문자 그대로 폭식에 대한 권능과 질병에 대한 권능을 함께 가진 마왕이었다.

베르제브는 산자의 심장을 꺼내 천칭에 매달아 무거운 쪽을 먹는 것을 즐겼는데, 그렇게 먹은 심장은 베르제브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곤 하였다.

그리고 그가 부리는 각종 질병을 옮기는 파리들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동대륙을 집어삼켰다.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고 할 수 있었고, 그런 베르제브와 네크론은 무척이나 상성이 좋은 편이었다.

"…이 속도면 머지않아 동대륙의 9할을 집어삼킬 수 있겠군."

얼마 전 네크론은 우연히 베르제브가 퍼트리는 역병을 통해 새로운 언데드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새로 만든 언데드에 베르제브의 역병이 들러붙으며, 물린 NPC나 유저는 즉시 그 자리에서 감염되어 좀비처럼 만들어버렸다.

대상의 능력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강력한 언데드가 되는데, 얼마 전 태극선인이라 불리던 NPC를 감염시켜 만든 구울은 생전의 힘을 그대로 간직한 채, 무척이나 강력함 내보였다.

얼마 전 쳐들어왔던 무림의 잔당들을 처리하는데 무척이나 큰 공헌을 했으니까.

[…뭐가 그렇게 웃긴가.]

그때 네크론의 뒤편에서 으슥한 발걸음과 함께 다가온 존재가 있었다.

한 손에 든 피에 절은 천칭이 무척이나 기괴한 마왕 베르제브였다.

또 산채로 심장을 먹었는지 천칭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역시나 기울어진 곳에는 자그마한 심장이 뛰고 있었다.

"…언제 봐도 느끼지만, 정말이지 악취미로군."

네크론이 미간을 찌푸리자, 베르제브가 어둠 속에서 반달로 눈웃음을 흘렸다.

[먹어보겠나?]

"…사양하겠다."

[후후후.]

베르제브가 낮은 웃음을 흘리며 기울어진 천칭에 놓인 심장을 들어 아그작 씹어먹었다.

끔찍한 소리에 그만 네크론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네크론은 아직 베르제브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그는 언제나 로브를 뒤집어쓴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저 들고 있는 천칭으로 베르제브를 알아볼 뿐이었다.

'음침한 녀석.'

스킬의 상성이 서로 맞지 않았다면, 네크론도 아마 베르제브를 멀리 했을 정도로 그는 무척이나 음울하고 뚱뚱한 마왕이었다.

지금 베르제브는 루시퍼의 명령으로 인해 심장을 먹으며 힘을 비축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은 이곳에 있는 봄의 균형자인 '창천의 용'이라는 존재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루시퍼는 그 말만을 남긴 채 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행방은 묘연했다.

'아직 그 창천의 용이 나타나지 않은 걸 보면, 분명 무림 안에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네크론은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

다시 목에 걸린 판도라의 구슬 조각을 보았다.

'이제 신이 되는 것도 머지않았다.'

루시퍼는 판도라를 다 모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껏 고양감에 도취된 네크론은 다시 한번 초심을 다지며, 리치의 눈을 이용해 무림의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높게 쌓아 올린 성벽이 보였는데, 무림인들은 저렇게 성벽을 쌓아서 자신의 침공을 곧잘 막아내곤 했었다.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는데.]

"사양하겠다. 재미가 없거든."

베르제브가 나선다면 좀 더 손쉽게 무림을 끝장낼 순 있겠지만, 네크론은 그런 시시한 게임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베르제브 또한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산 인간을 바쳐다 주었기에 군말 없이 따르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 전 견소룡과 마이클이 이곳에 도착했었지…. 그런데 아직도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뭔가 꾸미고 있는 건가?'

그러던 그때였다.

끼이이익-!

"……!"

굳게 닫혀 있던 무림의 성문이 처음으로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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