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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25화 (325/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25화

제325화

잠시 후.

"춘자야, 미도를 지켜다오."

"구루루룩."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춘자가 옅게 고개를 끄덕이며 날아올랐다.

슈와아악-!

나선형으로 휘도는 공간이동 포탈이 다시 한번 나타났고, 춘자는 다시 멋지게 그곳으로 날아 들어갔다.

아까 전처럼 바보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당연히 목적지는 미도가 있는 다크문.

한 번 본 사람은 머릿속에 각인해뒀다가 이동할 수 있었기에 무척이나 편리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달의 마력이 꽤 많이 들어서 횟수는 하루에 두 번으로 제한되었다.

어쨌든 이제 슬슬 가볼….

"오라버니."

그때. 박막순이 날 불렀다.

"……?"

"시방. 저 부엉이, 어디서 난 겨? 눈동자가 초승달이던데, 저거 혹시 그거 아녀?"

아, 그러고 보니 알겠구나.

"네가 생각하는 레추자가 맞다."

"오오미, 시상에. 달의 신수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박막순은 마법 도시 오즈 출신이었기에 당연히 달과 마법의 여신인 헤카티아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달의 신수인 '레추자'에 대해 아는 것도 당연한 일.

박막순은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동그래져서는 내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대체 저 신수를 어떻게 오라버니가 데리고 있는 거여? 으잉?"

박막순이 따라다니며 연신 물어왔지만, 나는 그저 애써 무시하며 지니를 불러내 위에 올라탔다.

나는 지니에게 박막순도 태워줄 것을 부탁했다.

"알았구름! 주인의 부탁이니 들어주겠구름!"

그러나 박막순은 여전히 꼬치꼬치 캐물어왔다.

"아니, 시방. 오라버니 말 좀 해보랑께! 대체 어떻게…."

하지만 난 여전히 빙그레 웃었다.

그저 지니의 위에서 아래에 자리한 박막순에게 손을 내밀 뿐이었다.

박막순은 볼을 씰룩거리며 못마땅하다는 것처럼 얼굴을 우그러트렸다.

"올라타. 가면서 말해줄 테니까."

"…어디로 가려고."

"오르카 왕국."

일단은 드레인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때. 제임스가 나서며 말했다.

"전 이만 가볼게요."

"어디로 가려고?"

"제 성좌를 만나러 가려구요. 화산지대에 있다네요. 지금?"

* * *

다크문으로 향하는 비밀 동굴.

미도는 말벌 성좌 무스카와 인마궁 키론.

그리고 토끼 성좌 레푸스를 비롯한 이카루스의 일원들과 함께 다크문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본 것은 무척이나 많은 석상들이었다.

온통 달과 마법의 여신과 달의 신수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는 오래된 벽화 투성이였고, 미도는 달의 신수가 언젠가 보았던 할아버지의 부엉이인 춘자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부엉이 보냈데요."

미도의 말에 토끼 성좌 레푸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양 귀를 매만지며 접었다 폈다.

[흥. 네가 잘못 본 것 일터다. 달과 마법의 여신인 헤카티아나님의 신수인 레추자가 또 있을 리가 없….]

슈와아악-!

바로 그때.

나선형으로 공간이 뒤틀리더니, 지하동굴 위쪽으로 춘자가 멋진 날개를 편 채 활강하며 나타났다.

"구루루룩-!"

"춘자야! 여기야! 여기!"

미도가 춘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춘자는 한껏 자라난 몸집을 자랑하는 것처럼 멋지게 머리 위를 두 바퀴 돈 뒤, 미도의 옆에 멋지게 내려 앉았다.

레푸스, 무스카, 키론. 세 성좌가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럴 수가….]

[정말 레추자인데? 초승달 눈동자가 분명해.]

[하지만 아직 어리군. 어떻게 인간이 레추자를…?]

세 성좌가 각각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어렸지만, 눈앞의 춘자라는 부엉이는 헤카티아나의 신수인 레추자가 분명했다.

더욱 확실한 증거는 춘자의 몸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달의 마력.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춘자야, 안 본 사이에 너 많이 컸다~? 귀여웡."

미도가 춘자의 콧등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타조만 해진 것이 마치 옛날 판타지 영화에서나 보던 그리폰과 같은 크기였다.

미도는 꼭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된 것 마냥 어깨가 으쓱거리는 것 같았다.

"거봐요. 맞죠? 우리 할아버지가 키우던 애라니까요. 거짓말 아니라구요."

[…흠, 저건 어리지만, 분명 레추자가 맞군. 대체 어떻게 달의 신수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과하지. 미안하다.]

레푸스가 옅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했다.

미도는 그런 레푸스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주었다.

"됐어요. 어쨌든 얼른 여기를 빠져나가는게 중요하잖아요? 레푸스님은 여기 다크문을 자주 와보셨다고 했죠? 이 동굴의 끝이 어디로 연결될까요?"

미도가 다시 일행들을 이끌고 동굴을 걸으며 말을 이었다.

춘자는 타조처럼 날개를 접으며 그런 미도의 뒤를 쫄쫄 따라 다녔다.

[…글쎄. 나도 이렇게 비밀 동굴로 와보는 것은 처음이라 모르겠군. 원래 이곳은 초대받지 않으면 함부로 들어올 수가 없는 곳이다. 내가 저번에 올 수 있었던 건 다빈치 녀석의 초대가 있었기 때문이지.]

"음, 뭐 가보면 알겠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동굴의 끝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곳은 출구가 아닌 막힌 길이었다.

키론이 벽으로 다가가더니, 톡톡 벽을 두들겼다.

[완전히 막힌 길은 아니다. 이 너머는 뚫려있어.]

그렇게 말한 키론이 등 뒤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마력 화살에는 폭발의 성질을 담았다.

이윽고, 그의 손끝에서 벗어난 화살이 벽에 꽂혔고, 이어지는 폭음이 강렬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쿠르르릉-!

벽이 무너지고, 짙은 먼지가 모두 사라질 무렵이 되어서야 미도는 앞을 바라볼 수 있었다.

드러난 곳은 악귀처럼 생긴 거대한 해골들이 가득한 곳.

신기한 건 그런 해골들의 머리 위엔 거대한 뿔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잠깐만, 여기…!]

그때. 레푸스가 소리쳤고.

"누가 감히 짐의 침소를 공격하였느냐!"

어마어마한 사자후가 동굴을 쩌렁쩌렁 울리며 일행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도깨비 왕이 사는 곳이야!]

* * *

같은 시각. 동대륙, 무림.

해가 동쪽에서 뜨기 때문에 동대륙은 언제나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은 달 또한 마찬가지였고, 동대륙에서 뜨는 무림의 달은 무척이나 커다란 것이 특징이었다.

풀벌레가 울고, 보름달이 만개한 저녁.

동대륙을 잠식한 좀비들을 뚫고, 마침내 견소룡이 도착했다.

물론, 혼자 온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이끄는 무협의 길드원들이 함께 온 것이었다.

견소룡이 가장 먼저 죽립을 벗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맞은 편에 있던 마이클이 그런 견소룡에게 악수를 건넸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우린 동맹이니 당연한 것이오."

견소룡은 그런 마이클에게 마주 웃으며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런 마이클의 뒤로는 무림 맹주인 남궁 운을 비롯한 각 문파의 수장들이 함께였다.

"무림 맹주 남궁 운입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궁운이 견소룡에게 포권을 취했다.

과연 마이클의 말대로 견소룡이라는 인물은 동대륙과 무척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도와 인품.

그리고 고강한 인상이 한눈에 쉽게 볼 수 없는 강자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무협 길드를 이끌고 있는 견소룡입니다. 무림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 힘을 보태러 왔습니다."

"작다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안으로 드시죠."

그렇게 견소룡과 일행들은 남궁 운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면서도 무협 길드원들은 무림의 전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꿈에서나 보던 무협 소설의 한복판에 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왠지 기연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군."

"여기서 수련하면 더욱 잘 될 것 같아."

"숨겨진 영약이라도 발견하면 좋은데…."

"무공 비급서라도 하나 얻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무협 길드원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찾아올 기연을 대비하는 것처럼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런 게 있을 턱이 없었다.

일행들은 어느새 무림맹의 회의 장소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현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오면서 좀비란 것들을 상대하긴 했습니다만, 죽음을 망각한 존재들이다 보니, 제 몸을 살피지 않고 공격만을 해대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거기다가 한번 물리면 좀비가 되어 버리니 무척 까다로웠습니다. 저희 길드원 중 한명이 좀비가 되어버렸지요."

견소룡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제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좀비란 것들을 만드는 원흉인 그 마왕이라는 존재를 빨리 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이름이 '베르제브'였던가요?"

마왕 베르제브는 아크스타그램에서 무척이나 유명한 마왕 중 하나였다.

온몸에서 풀풀 풍겨대는 고약한 냄새는 물론이고, 주변을 날아다니는 파리들과 산자의 심장을 꺼내 천칭에 매달아 놓는 잔혹함까지.

마왕 베르제브는 동대륙을 거점으로 삼았던 유저들을 모두 좀비로 만들어 캐릭터를 영구 삭제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쨌든 그 뒤로 동대륙에서 시작하는 유저가 없어졌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월드 대항전에서 일본 대표로 나왔던 이들도 이곳 출신이었는데, 좀비에 물려서 당하는 바람에 현재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쨌든 견소룡을 비롯한 이곳의 누구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실은 저희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렇게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가 무당의 수장이셨던 태극 선인께서 당하셨고, 저희는 무참하게 패하여 퇴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마왕이라는 존재는 손끝 하나 피해를 입지 않더군요. 특히 독 공격은 무척이나 까다로웠습니다. 저희 쪽에도 독을 잘 다루는 문파인 당문이 있었기에 간신히 해독할 수 있었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저희는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음…."

그 말에 견소룡이 깊은 고심에 잠겼다.

확실히 그런 것이라면 무척이나 까다롭긴 했다.

거기다가 달려드는 좀비 떼까지 물리지 않으며 상대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마이클이 나섰다.

"다른 건 몰라도 마왕에게 피해는 입힐 수 있을 겁니다."

"……?"

견소룡이 갸우뚱하자, 마이클이 그에게 말했다.

"차원 가위를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맞다.

차원 가위가 있으면 확실히 베르제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이었다.

얼마 전 아슈타르와의 결전에서도 차원 가위로 팔 하나를 잘라냈었으니, 그의 말마따나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음, 확실히 그것이라면 베르제브를 죽일 수 있을 거요."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남궁 운의 물음에 견소룡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 문파의 수장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왕을 죽일 일말의 희망을 찾았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환호였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좀비들인데….'

견소룡이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고심에 빠진 바로 그 순간.

"……?"

마주 앉은 탁자의 한 구석에서 반딧불이 모여들더니, 마침내 사람의 형체를 이루었다.

잠시 뒤. 나타난 것은 반딧불 성좌 카미유였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좀비들의 해독제를 만들어냈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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