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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10화 (31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10화

제310화

화륵! 화르륵!

마치 태양과도 같은 존재감을 뿜어내며 솔라가 주변으로 불똥을 흩트렸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별똥별 같았다.

폭염의 군세는 그 불똥으로부터 태어났고, 옥염과 대비되는 폭염에서 태어난 태양의 전사들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건 설마…!]

뜨거운 벨페고르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벨페고르를 향해 한쪽 입꼬리를 씰룩이며 웃었다.

"뭘 보고 그러나. 네 아들한테 준 폭염은 처음 보나?"

[내 아들을 죽인 인간이 너였구나…!]

바로 그때.

솔라가 하늘로 떠오르더니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에 알던 솔라의 모습이 아니었다.

평소의 붉은 기운은 오늘 무척이나 하얬고, 그런 솔라의 손엔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잠깐만, 저거 혹시…?

"피닉스의 알? 저걸 왜 들고 온 거야?"

솔라가 저것을 들고 온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저것으로 인해 솔라에게 무슨 변화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엄청난 고열이 솔라에게서 뿜어져 나왔고, 아군들이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다.

"다들 냉기 마법을 써!"

한 마법사의 외침에 주변에서 각종 냉기 마법을 시전하며 더위를 식히기 시작했다.

로믈라나도 차가운 북극의 눈을 잠깐이나마 소환했고,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풍희를 불러내었다.

"아빠. 나 불렀어?"

"주변에 시원한 바람 좀 부탁한다."

"알았어요."

풍희가 손을 몇 번 움직이자, 마치 에어컨에서 나오는 듯한 시원한 바람이 주변에 불어 닥쳤다.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아군들이 머리를 털었지만, 갑작스러운 폭염에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늦둥이여? 말년에 힘도 좋아라."

박막순이 손가락으로 삼각형을 그리며 웃었다.

약간 이상한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농담 따먹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크르륵. 다 죽여라-!]

벨페고르가 등 뒤에 멘 쌍 도끼를 뽑아 들며 소리쳤고, 마계 장군 우로보크를 비롯한 타우루스 마족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이런 폭염 따위 우습다는 것처럼 힘이 펄펄 넘쳤다.

"크윽! 지원이 필요해!"

"마법사는 뭐해!"

"이쪽이 밀린다!"

우리는 솔라가 뿜어내는 폭염까지 신경 쓰면서 싸워야 했기에 무척이나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솔라가 소환해낸 폭염의 군세는 마족들의 공격으로부터 잘 버텨주었다.

문제는 역시 벨페고르였다.

[네놈을 찢어 죽이고 말겠다!]

벨페고르가 휘두른 쌍 도끼가 땅을 내리쳤다.

콰콰쾅!

단 한 번 휘두른 일격에 땅이 패이며 지진이 일었다.

이어서 도끼 끝에서 푸른 옥염이 울컥거리며 터져 나오더니, 주변의 아군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지속 데미지를 주었다.

과연 마왕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격의 향연이었다.

"…폭풍창 제3식. 태풍!"

가장 앞에서 싸우던 케레노스가 두 개의 태풍을 만들어내 전장을 뒤흔들었다.

몇몇 마족들이 그 어마어마한 격류를 버티지 못한 채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런 케레노스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박막순이 정삼각형과 역삼각형의 마법진을 겹쳐내 또 다른 마법진을 만들었다.

"대마법, 트라이앵글 블리자드!"

콰아아아-!

불어닥친 눈보라가 태풍과 만나며 거대한 허리케인을 만들어내었다.

차가운 허리케인이 허공에 있는 육망성 마법진에서 나오더니, 전장을 식히며 벨페고르에게까지 닿았다.

[발악이 제법이구나…!]

그러나 벨페고르는 우습다는 것처럼 쌍도끼를 휘둘러 차가운 허리케인마저도 베어버렸다.

그리고는 이곳으로 입을 쩍 벌리더니, 푸른 옥염을 전방으로 발사했다.

그의 뒤로 검은 마기가 넘실거렸다.

[옥염의 숨결을 받아 보아라!]

화아아악-!

벨페고르가 뿜어낸 옥염의 숨결에 닿은 몇몇 유저들이 버티지 못하고 로그아웃되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장이 한창 과열 양상에 빠지던 그 순간.

[…들리는가. 인간이여.]

"……!"

* * *

멸망한 파르타 공국, 마왕의 성.

오만의 마왕 루시퍼는 멸망한 파르타 공국을 기점으로 천천히 영역을 넓혀갔다.

이곳은 그를 따르는 수 없이 많은 마족들이 주변을 장악했고, 또 천천히 마계화가 진행되어 가는 중이었다.

아크 대륙을 넘어온 각양각색의 마족들은 각지의 마을에서 날뛰기 시작했고, 성유계에서 지루한 전쟁만 해오던 그들에게 이곳은 넘치는 사냥감이 돌아다니는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호오.]

그리고 루시퍼는 부서진 옥좌에 앉아 한가하게 수정 구슬로 바깥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방금 마족 하나가 인간의 사지를 찢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유흥거리였다.

"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건가?"

그런 루시퍼의 옆엔 루이 카셀이라는 이름을 버린 네크론이 함께 있었다.

그는 지난번 사건 이후로 커뮤니티를 비롯한 세계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게임 내에서는 현상금까지 걸렸고, 어쩌면 자신은 희대의 악당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뭐가 문제인가. 아직 약속한 3일이 남았는데.]

"인간들을 너무 얕보고 있는 것 아닌가?"

[크하하하-!]

흑사자의 얼굴을 한 루시퍼가 우렁차게 웃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과연 그는 오만할 자격이 있는 마왕이었다.

네크론은 그때 찾아온 판도라의 추종자들이 마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눈앞의 루시퍼는 그런 마왕들을 이끄는 마왕 중에 마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 능력은 완전 사기야.'

그의 권능 '오만'은 공포를 느끼는 모든 대상에게 어떤 데미지도 입지 않는 그야말로 사기와 같은 능력이었다.

거기에 그런 '오만'의 힘을 더욱 사기로 만들어주는 '상상 현실'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을 그대로 실체로 만들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단, 생명과 죽음을 실체화하거나, 창조나 파괴를 할 순 없었다.

파괴를 하더라도 직접적인 파괴를 할 순 없었고, 파괴를 위한 도구나 무언가를 소환해 간접적으로 파괴를 하는 것은 가능했다.

어쨌든 무척이나 두려운 능력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막말로 지금 루시퍼가 운석을 떨어트리는 것을 상상한다면, 당장에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질 수 있는 노릇이었다.

물론, 막대하게 들어가는 마력과 마기는 루시퍼도 어쩔 수 없겠지만.

[그대야말로 우리 마왕들을 너무 얕보고 있군. 우리에겐 판도라의 조각이 있다. 심심하면 동쪽에 욕망의 여왕이 있는 곳으로 가보는 게 어떤가. 요즘 한창 뱀파이어들과 놀아나고 있다던데…. 그곳에서 판도라의 조각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루시퍼가 또 한 번 크게 웃자, 대전이 쩌렁쩌렁하게 진동했다.

네크론은 그런 루시퍼에게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그때.

한 마족이 달려오더니, 루시퍼의 앞에 철푸덕 엎드렸다.

"아슈타르 님이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호오?]

"……!"

루시퍼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고, 네크론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탐욕의 마왕 아슈타르가 쿵쾅거리며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그가 악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크으으…! 천궁과 성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쪽 팔을 잃고 말았다. 인간들이 사랑의 처형자의 차원 가위를 가지고 있더군. 성좌들이 인간계의 일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무척이나 흥분했고, 하나는 무척이나 차분한 말투였다.

아슈타르가 가진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말하니, 대전은 삽시간에 시끄러워지는 것 같았다.

[흠.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 건가.]

"내가 말했지 않나. 인간들을 너무 얕보지 말라고."

루시퍼가 네크론을 한번 슥 보더니,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래. 인정하지. 투신이라 불리는 아슈타르의 팔을 자르다니 조금은 놀라워. 하지만 여전히 내 계획엔 지장이 없다. 아니, 오히려 좀 더 앞당겨졌다고 할까?]

"앞당겨졌다고…?"

[그대는 그저 지금처럼 판도라의 조각을 모으기만 하면 된다. 판도라의 조각도 가져오면 좋겠지. 욕망의 여왕이 싫다면 폭식의 마왕은 어떤가. 베르제브라면 그대와 잘 맞을 것 같은데.]

"……."

네크론은 절로 머리가 아파오는 것처럼 미간을 찡그렸다.

도저히 루시퍼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종잡을 수 없는 싸이코패스를 만난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다녀오지."

네크론은 곧장 뒤를 돌아 대전을 벗어났다.

[어디로 가는 거지?]

"베르제브에게 가겠다."

뒤에선 여전히 오만한 루시퍼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 * *

[당신의 성단에 입장합니다.]

갑자기 주변의 시간이 느려지는 것만 같은 착각과 함께 들려오던 소음이 멎었다.

이내 온통 주변이 하얗게 변하더니, 어느새 나는 온통 하얀 대지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었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정말 오랜만에…. 잠깐만, 여기 왜 이래?"

이곳은 언젠가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왔었던 내 무의식 깊게 자리한 '별다방'이었다.

느껴지는 것이 딱 그랬다.

그런데 지금 이곳의 모습은 좀 많이 변해 있었다.

[어서 와. 좀 많이 변했지?]

나는 바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프로메테우스였다.

[못생긴 오크가 주변을 다 부숴놔서 엉망이었지 뭐야. 새로 꾸며봤는데 마음에 들진 모르겠네.]

"됐다. 내가 살 것도 아닌데, 네가 편해야지."

[이해해주니 고맙네.]

프로메테우스가 싱긋 웃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물었다.

"무두르는?"

[아, 그 녀석은 지금 잠들었어.]

딱!

프로메테우스가 손가락을 튕기더니, 바로 옆에 불로 만들어진 감옥이 나타났다.

그 안엔 붉은 피부의 무두르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일단은 재워는 놨는데, 언제 다시 깨어날지 몰라. 아마 영감이 또 죽으면 저 녀석이 깨어나 몸을 잠식하게 될 테지.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명심하마."

어쨌든 이렇게 무두르를 직접 마주하니 더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내가 저런 흉측한 놈으로 변했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일단 손님을 만나 봐야겠지?]

딱!

프로메테우스가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갑자기 배경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어딘가에서 급하게 멈추었다.

그곳엔 한 마리의 거대한 불새가 고고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한눈에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피닉스 이그누르."

서쪽을 수호하는 사계절 성좌 중 하나이자, 염열계 최강의 성좌.

여름의 균형자라는 별명을 지닌 피닉스 이그누르는 마치 고고한 한 마리의 학처럼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뜻밖에도 그런 이그누르의 곁엔 작은 태양이 두둥실 뜬 채 함께 있었다.

그것은 솔라였다.

"해해-♬ 해해-♪"

솔라는 언제나처럼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마치 잘 익은 큰 토마토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것 같달까?

어쨌든 먼저 입을 연 것은 이그누르였다.

[…그대가 가이아 님이 예언하신 인간인가.]

나는 그런 이그누르의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렇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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