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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300화 (30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300화

제300화

나는 곧장 초감각을 이용해 시야를 확장했다.

마치 내가 바람이 되어 움직이는 것처럼 주변의 배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한계까지 시력을 끌어 올렸을 땐, 살짝 머리에 아려오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그러나 나는 두통을 느낄 새가 없었다.

"…알?"

그것은 알이었다.

무척이나 작은 것이, 마치 저번에 보았던 아이올로스의 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것은 불타고 있었다.

"잠깐만, 뭐야 저거."

나는 구름 밟기를 사용해 허공을 박차듯 내달리며 그것을 향해 마주 달렸다.

그렇게 얼마지 않아, 나는 불타는 알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알은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두둥실 떠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의 알]

"……."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통찰을 사용해보라고 말합니다.]

"…통찰."

그렇게 알을 향해서 손을 뻗자,

화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알의 겉면에 있던 진홍의 불꽃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렇게 드러난 알의 정보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피닉스의 알]

"……!"

순간 너무 놀라 눈이 뜨여졌다.

피닉스라면 분명….

"아니, 이게 어째서 여기에…?"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일단 챙겨서 돌아가자고 말합니다.]

"어어, 그래. 그래야지."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허겁지겁 피닉스의 알을 챙겼다.

그리고 다시 지니의 구름으로 쏜살같이 돌아왔을 땐.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 갑자기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역시 미도가 대표로 물었다.

나는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 일도. 그냥 산책 좀 갔다 왔다."

"아~ 난 또. 하아암~"

미도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키자, 다른 길드원들도 그렇구나, 하며 다들 제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미도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직 도착까진 좀 멀었죠? 저 좀 잘게요. 할아버지."

"어, 그래라."

그렇게 미도를 보내고 나서 나는 지니의 구름을 이용해 벽을 만들어 개인적인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곳에서 나는 다시 피닉스의 알을 꺼냈다.

붉은 겉면에 황금색으로 양각된 새가 그려진 무척이나 유려하고 멋진 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

난데없이 하얀 머리칼에 하얀 털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이곳으로 들어오더니, 갑자기 검지를 입으로 가져가며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다.

누구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카루스의 길드원인가?

"누구…."

"쉿."

그녀는 벽에 기댄 채 바깥을 살폈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조용하라고 하니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근데 대체 여기서 뭐하는….

"숨바꼭질 중이야. 아빠."

"뭐…?"

지금 잘 못 들은 건가?

"찾았다!"

바로 그때.

갑자기 들이닥친 솔라가 하얀 머리칼의 소녀를 놀래켰다.

하얀 머리칼의 소녀는 놀랐는지 소리를 질렀다.

"꺅! 솔라 미워! 아빠! 솔라가 풍희 머리카락 자꾸 태우려고 해!"

"……."

"아빠. 아빠~? 아빠-!"

말도 안 돼. 얘가 언제…?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우리들은 불칸 화산지대에서 메테우스로 돌아왔다.

그동안 아크스타 커뮤니티를 비롯한 아크스타그램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는데, 갑자기 등장한 적인 판도라의 추종자들이 그 주제였다.

첫째 날. 어둠과 죽음의 신 플루토를 모신다는 판도라의 추종자들은 갑자기 나타나 파르타 공국을 무너트리며 전초기지로 삼았고, 마왕이라는 존재들이 잠시지만 보여준 그 가공할 힘은 유저들을 공포에 젖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사이 유니온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을 자연스러운 진행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애초에 유저들이나 NPC들이 퀘스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이건 일절 관여하지 않았기에 유니온은 지금도 그럴 생각이라고 했다.

TV에선 연신 아크스타의 자유도가 높은 것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가득했다.

둘째 날. 조금씩 내려오는 언데드와 마족들의 진군을 막기 위해 오르카 왕국이 구성한 토벌군의 선발대가 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구성원은 데미안을 비롯한 제우스 길드외 다양한 길드들이 참여.

각 길드장들은 모여든 유저들을 이끌고 각 일 군씩 맡았다.

대부분 월드 대항전에서 활약했던 이들이었다.

셋째 날. 오르카의 왕 레오나르도가 시리야 교단의 교주를 화형시켰다는 소식이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정치적인 라이벌이었던 시리야를 아무런 명분도 없이 화형에 처했다는 것에, 왕국의 주민들은 왕이 독선을 하는 것이라며 떠들어댔다.

그리고 이어서 출발했던 토벌군의 선발대가 대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금씩 물러난 오르카 왕국의 토벌군은 현재 불칸 화산지대를 사이에 두고 이틀째 대치 중이라고 한다. 루시퍼가 선언한 10일 중 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넷째 날. 미도가 올린 동영상이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무려 1억 뷰를 달성. 나와 미도의 아크스타그램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동영상 속 내가 보여준 무위로 인해 다시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부상하게 되었고, 최근 손녀인 미도와 함께 방송을 하나 하게 되었는데, 제목은 바로 '춘택이네 반찬'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다섯째 날.

지금 나는 메테우스의 한복판에서 난데없이 요리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깨소금 어느 정도 넣으면 될까요?"

미도의 물음에 나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뚱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미도가 이렇게 하는 컨셉으로 가자고 해서였다.

이렇게 하면 웃길 거라나 뭐라나.

어쨌든.

"이만치."

"아빠가 이만치 넣으랍신다-!"

옆에 있는 하얀 머리칼의 풍희가 크게 소리치자, 같이 요리하던 유명 연예인과 요리사들이 웃었다.

아크스타에서 진행된 방송은 무척이나 성공적으로 끝났다.

***

그렇게 모든 일과를 마치고 영주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한쪽 구석에 마련된 구름으로 만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구름에서 쉬는 것은 정말이지 몸과 마음의 피로를 깨끗하게 덜어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현실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어우, 삭신이야."

나는 곧장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역시 방송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한다고 했나?"

그리고는 어깨를 두들기며 방을 둘러보았다.

허공에 띄워진 피닉스의 알이 두둥실 뜬 채 나를 반겼다.

"흐으으읍!"

솔라가 토마토처럼 얼굴을 붉히며 연신 태양의 힘을 발산해 피닉스의 알에 에너지를 주입했다.

바로 옆엔 하얀 머리칼의 풍희가 사슴 같은 눈망울로 그런 솔라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풍희가 나를 발견하곤 맑은 미소를 지으며 달려들었다.

"아빠-!"

풍희가 우다다- 거리며 달려오더니 내 품에 폭 안겼다.

아직 아빠라는 호칭이 무척이나 어색해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싶었는데,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생각한다.

"크흠. 진척은 좀 있니?"

"응! 피닉스의 알이 그러는데, 조금만 더 힘내면 자기가 태어날 거 같데!"

"으음. 그래?"

나는 다시 시선을 옮겨 피닉스의 알을 보았다.

풍희의 말처럼 피닉스의 알은 점점 진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참고로 풍희는 피닉스의 알을 보자마자, 알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는데,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풍희가 알아들을 수 있어서 피닉스의 부활은 조금 순조롭게 되었다.

물론, 고생은 솔라가 다 하고 있지만.

"흐아아아. 힘들어."

갑자기 꺼져가는 촛불처럼 화력을 잃은 솔라가 내게 다가왔다.

"해햇. 태양의 미트볼이 먹고 싶다. 주인아."

하여간 이 녀석도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다니까.

나는 미리 조리해뒀던 태양의 미트볼을 꺼내 솔라에게 주었다.

솔라는 배가 고팠는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먹어치웠다.

옴뇸뇸뇸. 무척이나 귀엽다.

"아빠. 나는…?"

"네 것도 있지. 밖으로 나가자꾸나. 식탁에 마련해뒀다."

"흐음~ 좋은 냄새가 나."

풍희가 코를 킁킁거리며 쏜살같이 밖으로 나섰다.

참고로 바깥엔 구름으로 이루어진 식탁과 의자가 생겨났다.

지니라는 구름의 정령이 생기고 나서는 무척이나 편리한 것이 많았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봤는데, 요리를 할 때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비롯한 그릇 같은 것들로도 쓸 수 있었다.

무척이나 활용도가 높은 구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어제 있었던 방송에서도 그릇을 비롯한 수저는 모두 구름으로 썼다.

"흠냐. 춘자야. 너 솜사탕 구름이라고 들어봤구름…."

"구루루룩…."

무슨 달콤한 꿈을 꾸는지 지니가 소파에서 춘자와 포개져서는 사이좋게 잠들었다.

이상하게 둘은 사이가 좋았다.

저러고 있으니 무슨 이 방이 동물의 왕국 같기도 하다.

…말년에 동물원을 차리게 생겼구만.

그렇다고 솔라와 지니가 동물은 아니지만, 사실 솔라와 지니를 보러 오려고 메테우스로 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기에 거의 동물원에 갇힌 동물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자, 우선 먹자."

"잘 먹을게. 아빠!"

"그, 그래…."

아직도 아빠라는 '호칭'이 무척이나 어색하다.

어째 말년에 귀여운 막둥이를 얻은 느낌이다.

"근데 미도 언니는?"

"음? 어…. 일이 있어서 당분간 못 올 거다."

"…그렇구나."

풍희가 풀이 죽은 것처럼 어깨가 축 처졌다.

나는 그런 풍희를 위로하듯 말했다.

"올 때 맛있는 거 사온다더라."

"정말?"

"그래."

아직도 눈앞의 소녀가 그 자그마한 족제비 풍희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물론, 지금 그 모습으로 변하라면 변할 순 있지만, 그러면 무척이나 공간을 차지하기에 지금은 이렇게 모습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폴리모프는 얼마 전 자연스레 얻었다나 뭐라나.

어쨌든 웃긴 건 미도와 있으면 풍희의 족보가 꼬인다는 것이다.

풍희가 내 딸이니까, 미도에게 풍희는 고모가 되는 것이었다.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렸다.

"하아…."

그렇게 한숨을 내쉬던 바로 그때.

벌컥-.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헬레나가 풍희를 귀여운 조카 보듯 인사했다.

"안녕. 풍희?"

"안녕하세요."

풍희가 기품 있는 귀족 자제처럼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참고로 지금 풍희가 입고 있는 옷은 헬레나가 선물한 것이었다.

마침 옛날에 입던 옷이 있었는데, 딱 맞을 거라고 했다.

"인사 잘하네~? 오구오구. 귀여운 것."

"으읍. 으으윽."

헬레나가 풍희의 볼살을 찰떡처럼 늘어트리며 가지고 놀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종이를 하나를 슥 내밀었다.

"어제 말씀하셨던 요리 사절단 내용이에요."

"아, 그거."

나는 곧장 그녀가 내민 종이를 훑었다.

이것은 지난번 아렌이 내게 부탁했던 상왕을 만나봐달라고 했던 일의 연장선이었다.

헬레나가 이왕 만날 거라면 사절단을 보내 외교적으로도 단단하게 해놓는 게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 '요리 사절단'이라는 건 요리사인 나만 할 수 있는 무척이나 특별한 사절단이었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한 나도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마 공부를 했으면 대법관이 됐을 거다.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포트렌 주민들과 귀족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거예요. 정말 대단해요."

"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

"이번 사절단에 저도 함께 가려구요."

"…너도?"

나는 제법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없다면 메테우스는 누가 봐야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지 않으셔도 되요. 이제 메테우스는 제가 없어도 잘 굴러갈 정도라구요. 제가 그렇게 해놨어요."

그럼 그렇지.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같이 가자. 그런데 왜 갑자기 같이 가려는 거냐?"

"아렌 님이 절 뵙자고 하시던데요?"

"아렌 님이…?"

그러고 보니 아직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헬레나에게 아렌이 아버지란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하는데….

이걸 왜 나보고 하란 거야.

빌어먹을.

"아, 그리고 오르카 왕국에서 온 서신도 있어요. 근데 내용이…."

"또 뭐냐."

"토벌군에 참여하라는 공작령이에요."

"언제…?"

"앞으로 사흘 뒤예요."

"음, 아직 시간은 좀 있구나."

나는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은 상왕을 만나보고 천천히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바로 옆에 선 풍희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물었다.

무척이나 귀여운 막내딸이다.

"아빠. 나도 가도 돼?"

뭐, 안될 이유는 없다.

"그래. 그러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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