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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95화 (295/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95화

제295화

파르타 공국, PCC 지하 근거지.

카를로스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마주한 것은 깜깜한 어둠이었다.

처음엔 이 빌어먹을 신체 개조를 하겠다고 했을 땐 후회가 먼저 다가왔다.

왜냐면 시스템 메시지가 한번 시작하면 로그아웃을 할 수가 없다고 해서였다.

카를로스는 현실 기준으로 벌써 이틀이 되어가도록 로그아웃을 하지 못한 채 기절했다가 깨어나길 반복했다.

아마, 캡슐을 나가게 되면 무척이나 배가 고플 테지.

[현재 신체 개조 진행률 98%, 완료까지 남은 시간 5분 15초]

'…이제 남은 건 5분인가.'

나가면 뭐부터 먹을지부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먹을 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츄라스코가 먹고 싶군.'

츄라스코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유명한 음식이다.

카를로스 또한 이곳이 고향이었다.

브라질 가정에서는 주말이 되면 특별식으로 이것을 자주 즐겨 먹었는데, 만약 어머니가 돌아가지 않았다면 카를로스는 어머니가 해준 츄라스코를 먹었을 것이었다.

가끔 꿈속에서라도 어머니를 만나면 늘 카를로스는 어머니에게 이것을 해달라고 조르곤 했다.

[현재 신체 개조 진행률 99%, 완료까지 남은 시간 2분 47초]

"…후우."

카를로스가 크게 숨을 내쉬며 신체 개조가 된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미 개조는 성공적으로 끝난 상태.

윌리안이 조금 떨어진 실험실 유리창 너머에서 흡족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는 옆에 있는 로봇과 연구진으로 보이는 NPC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그런 그의 뒤로는 PCC의 조직원들이 보디가드처럼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쿠쿠쿵-!

갑자기 폭발 소리가 멀거니 들려오더니 옅은 지진이 일어났다.

"뭐야! 무슨 일이야!"

놀란 윌리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동시에 연구소에 있는 비상벨이 긴박하게 울리며 방송이 들려왔다.

[비상! 비상! 연구소에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정체는 인간이 아닌 언데드들로 추정된다. 다시 한번 알린다. 침입자는 정체불명의 언데드로… 끄아아악!]

뚝-.

"……."

"……."

"……."

갑작스런 정적이 연구실 내부를 휩쓸었다.

윌리안을 비롯한 PCC의 일행들은 물론이고, 연구원과 로봇 NPC들도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A-3 게이트를 닫습니다."

"B-6 게이트 차단 완료."

"C-9 게이트 닫혔습니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전투용 안드로이드를 출격시킵니다."

과연 그들의 대처는 매우 훌륭했다.

이곳 연구소를 향해 들어오는 입구가 모두 차단되며 벽과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안드로이드들이 윌리안과 일행들을 보호하듯 감쌌다.

마공학의 정수가 깃든 이 안드로이드의 레벨은 무려 350이나 되었고, 이런 것들이 50개체가 있으니 실험실이 가득 찬 것처럼 보였다.

이 정도면 어떠한 언데드라도 금세 두려움에 떨며 물러갈 것이었다.

쿠웅-!

평범한 언데드였다면 말이다.

쿠우웅-!

아까 닫았던 게이트 문이 볼록해지며 문이 찌그러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불길한 소리를 냈다.

쿵! 쿠웅!

그 불길한 소리는 연이어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콰아아앙-!

게이트의 문이 부숴져버렸다.

"……."

윌리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부서진 문 너머에 있는 적을 보았다.

도대체 누가 이곳을 습격을 한 것일까.

저벅저벅.

먼지와 어둠이 뒤섞인 너머로 걸어오는 인영이 말을 했다.

"파르타 공국이 무너진 것도 모르고 한가하게 실험이나 하고 있다니. 완전 천하태평이로군."

그는 귀기 어린 죽음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등장한 프랑스의 흑장미 루이 카셀이었다.

카를로스는 그런 루이 카셀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마침 루이 카셀도 바로 옆에 묶인 채 매달린 카를로스를 알아본 참이었다.

"…비스트 마스터? 모습이 좀 변했군."

루이 카셀이 섬뜩하게 웃었다.

그의 뒤로 불사의 언데드들이 천천히 안으로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아아아-!

마치 좀비 떼들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여기 핵심 에너지 코어랑 통하는 회로가 있다면서? 윌리안이 누구야?"

* * *

한편, 그 시각.

미도를 비롯한 이카루스 일행들은 파르타 공국 서쪽에 자리한 항구에 배가 정박하며 육지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기존에 알고 있던 항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럴 수가. 항구가…."

"완전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군."

"이건 분명 언데드의 냄새야."

주변은 온통 죽음의 냄새가 진동했다.

언데드 특유의 고약한 향과 뒤섞인 탁한 냄새.

아크스타그램을 통해 파르타 공국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3일 전에 접했지만, 그것이 이토록 참담한 광경일 줄은 미도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체 배를 타고 오는 3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다들 들어주시오-!"

난데없는 남자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상자 위로 쏠렸다.

그는 자그마한 상자 위에서 인파들을 굽어보았다.

"엇, 저 사람 영국의 데이비드 아니야?"

"아, 그 나무와 관련된 능력을 쓰는 사람!"

"아서왕이다!"

웅성웅성.

모여든 사람들이 데이비드를 알아보며 신기하다는 듯 떠들어댔다.

그도 그럴 것이 월드 대항전에서 데이비드는 스페인의 토레즈의 천적으로서, 그 명성이 제법 많이 오른 상황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길드를 만들 생각이오! 나를 따라 악의 무리를 토벌할 자들은 줄을 서주시오-!"

데이비드는 그런 인파들을 향해 차고 있는 검을 들어 올리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미도는 그런 데이비드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참나, 자기가 진짜 무슨 아서왕인줄 아나 보네. 저 반짝이는 검은 엑스칼리버라도 되는 거야 뭐야."

그러나 그런 미도의 코웃음에도 불구하고 모여드는 인파는 무려 150명가량이나 되었다.

당장에 이카루스 길드원 정도 되는 인파를 제외하면 모두가 그곳으로 향한 것이었다.

"…헐. 미친 거 아니야?"

"확실히 데이비드가 인기가 많은 것 같네."

"어쩔 수 없지. 우리는 괜찮은 능력자가 없잖아."

차례대로 박태현, 김현우, 은정혁의 말이었다.

은정혁의 말을 들으며 김현우는 이번에 화산지대로 가서 스타 프루츠를 반드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도의 할아버지가 그곳에 스타 프루츠가 있다고 했으니,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을 터였다.

"그쪽은 가입 안 하는 건가?"

데이비드가 이쪽을 보며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굳이 데이비드도 한국 대표팀 선수가 몇 명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사실 월드 대항전에서 최춘택과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일부러 그런 것도 있었다.

"그딴 길드 가입 안 해요! 안. 해!"

미도가 데이비드를 향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우렁찬지 사내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갑자기 집중된 시선에 미도가 "큼큼."하며 얼굴을 붉혔다.

"흠. 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창단한 '엑스칼리버' 길드의 부길드장이라도 시켜주려고 했었는데. 굳이 거절한다면야."

데이비드가 어깨를 한 번 으쓱이자 앞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을 빛내며,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모습이 또 어이가 없어서 미도는 심통이 났다.

'나도 능력자인데….'

사실 능력자는 맞지만 괜찮은 능력인지는 의문이었다.

그 사건이 있고 난 직후.

미도의 성좌인 다빈치는 훈련 도중 잠이 온다며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불러도 그 뒤로는 대답조차 없었다.

'후우. 무슨 일인지 걱정되게….'

미도는 다빈치가 걱정되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막상 잠시 뒤에 할아버지를 만나면, 자신의 얼굴을 보고 걱정할까 봐서였다.

"오빠들. 우리는 이만 가요. 할 일이 있잖아요."

"어, 그래. 가야지."

"그래. 여기 있으면 뭐하겠냐. 빨리 가자."

"갑시다-!"

그렇게 미도를 비롯한 김현우, 은정혁, 박태현은 각각의 길드원들을 이끌고 떠날 채비를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드드드드-!

갑자기 지진이 일며 땅이 흔들리더니, 미도를 비롯한 일행들 모두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또 뭐야!"

몰려든 인파 사이로 혼란이 증폭되며 가중되었고, 이어서 저 멀리 보이는 파르타 공국에서 어두운 빛이 치솟았다.

콰아아아-!

그것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신의 천벌처럼 모두의 망막에 되새겨졌다.

이어진 것은 주변 땅의 변화였다.

사아아아-!

파도처럼 밀려든 죽음의 기운이 모든 것을 피폐하게 만들며 변화시켰다.

땅, 풀, 나무, 꽃.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이 죽음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곧 사람 또한 죽어야 한다는 듯.

주변에서 언데드가 날뛰며 속출하기 시작했다.

"다, 다들 전투 준비!"

당황한 데이비드가 곧장 나무뿌리를 꼬더니, 목룡을 만들어 소환했다.

그의 상징인 나무로 만든 왕관이 데이비드의 머리에 쓰였다.

* * *

파르타 공국, PCC 지하 근거지 깊숙한 곳.

"흐하하하-!"

광기에 젖은 웃음소리가 루이 카셀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는 지금 눈앞에 있는 에너지 코어.

즉, 파르타 공국을 이루던 핵으로 향하는 회로가 판도라로 인해 죽음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무척이나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바로 뒤편.

'미친놈이 따로 없군. 이런 놈이 프랑스의 흑장미라고 불렸다니.'

가까스로 살아남은 윌리안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 또한 월드 대항전을 보았기에 루이 카셀이란 남자를 잘 알았다.

그러나 그때 본 루이 카셀과 지금의 루이 카셀은 엄청난 괴리감이 있을 정도로 그 힘이 달라져 있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당하다니….'

이곳에서 각종 불법적인 일을 하며 거두어들인 수익을 모조리 투자해 산 전투용 안드로이드였다.

레벨 350에 달하는 그것은 총기는 물론이고, 각종 광선 검을 휘두르며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 병기 중에 병기였다.

그러나 그런 안드로이드를 벌레 취급하듯 루이 카셀은 손쉽게 처리했다. 정말이지 가공할 힘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지팡이에서 뻗어 나온 죽음의 힘은 닿자마자 안드로이드를 부식시켜 못 쓰는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거기다가 파르타 공국이 멸망했다니….'

신체 개조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파르타 공국이 멸망했다는 사실을 윌리안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다행히 루이 카셀은 카를로스에게 반감을 가지진 않아서 죽이지는 않았고, 오히려 카를로스에게 자신과 손잡고 함께 최춘택을 죽이지 않겠냐는 달콤한 제안까지 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카를로스는 승낙했고, 카를로스도 그런 자신에게 루이 카셀은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니, 고개를 숙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괘씸한…!'

윌리안이 이를 으득 갈았다.

브라질 최대의 마피아 조직인 PCC의 보스인 자신이 이런 꼴이라니.

지금 연구실과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가진 돈 80%에 해당하는 재산이 들어가지만 않았더라면, 윌리안은 당장에라도 때려치웠을 것이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호오."

광기 어린 얼굴로 죽음에 물들어 가는 에너지 회로를 마주하던 루이 카셀이 미간을 좁히더니, 바로 옆에 있는 카를로스를 보았다.

이제 그는 완벽히 신체 개조가 끝난 사이보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카를로스."

"……?"

카를로스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루이 카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히죽 웃었다.

"지금 바깥에 최춘택의 손녀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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