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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94화 (294/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94화

제294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틀라스가 무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신 목을 긁적였다.

저런 몰골로 있으니 진짜 원숭이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일단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혹시 지니가 없는 건가?"

[그건 아니야. 데리고 있긴 한데….]

"……?"

그럼 뭐가 문제인 거지?

나와 프로메테우스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갸웃거렸다.

그때, 아틀라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지니는 내 발밑에 있는 동굴 안에 있어. 거기 안에 있는 램프를 문지르면 나올 거야. 근데 모습이 조금 달라도 실망하지 마.]

일단 나와 프로메테우스는 아틀라스가 말한 동굴로 바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대체 뭐지?

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말이 이토록 가슴이 뛰는 이유를 나는 알 수 없었다.

마침내 우리는 동굴의 입구에 도착했다.

[안에는 지니 말고도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을 거야. 벽 쪽을 자세히 뒤져봐.]

나는 아틀라스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임 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잠깐의 어둠이 우리에게 덤벼들었지만, 솔라의 모습을 한 프로메테우스가 있어서 환한 낮처럼 안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영감. 저기."

솔라의 모습을 한 프로메테우스가 자그마한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엔 우리가 찾던 램프가 있었다.

나는 곧장 다가가 아틀라스가 일러준 것처럼 램프를 문질렀다.

슥슥슥- 싹싹싹-

첫 휴가를 나가는 신병이 군화를 닦는 것처럼 소매로 열심히 문질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슈우우욱-!

난데없이 램프의 주둥이에서 구름이 쏟아져 나오더니, 몽글몽글하게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것은 당연히 구름의 정령 지니.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기존 지니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안녕? 니가 날 부름? 아틀라스는 어딨구름?"

"……."

그냥 구름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구름에 작은 손이 달렸고, 눈코입만 달린 모습이랄까.

마치 솔라와 같은 모양새였다.

원래 지니는 이런 구름이 아니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니가 지니냐?"

"응. 그런데 넌 누구름?"

내 물음에 지니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똥거리는 눈이 제법 귀엽기까지 하다.

원래 지니는 기다란 말총머리를 늘어트리며 팔짱을 낀 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세상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녀석이었는데, 이게 대체 뭔….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으음."

나와 프로메테우스가 동시에 시름에 잠겼다.

거기다가 내 눈에 보이는 지니의 레벨 또한 251이었다.

원래 지니의 힘을 알고 있는 나는 저 레벨 또한 무척이나 떨어져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우선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데려가야겠군.

"지니야. 나랑 나가자."

"응? 니가 누구름?"

"알렉서스의 후인."

"알렉서스? 내가 아는 그 알렉서스란 말이구름?"

"그래. 난 날씨 요리사다. 여기 옆에 솔라 보이지?"

"아, 맞구름! 넌 솔라였구름! 반갑구름!"

엄청 구름구름거리네.

원래 이런 말투가 아니었는데, 뭔가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진다.

어디 구석진 시골 사투리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정겹네.

"널 따라가겠구름!"

띠링-!

[구름의 정령, 지니가 당신을 따릅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니는 솔라 주변을 맴돌며 무척이나 쫑알거렸는데 프로메테우스는 그런 지니를 귀찮아하며 도망 다니기 바빴다.

왠지 솔라랑 붙여놓으면 굉장히 시끄러울 것 같은 조합이다.

어쨌건 이걸로 이곳에 오기로 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니, 이제 남은 건….

"…저건가."

램프 너머의 벽면에는 아틀라스가 내게 말한 도움이 되는 것들이 가득 있었다.

그것은 구름에 관한 벽화.

구름의 레시피에 대한 그림과 구름의 비각술에 대한 것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는 천천히 벽으로 다가가 벽화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뒤에선 여전히 프로메테우스와 지니가 투닥거리며 싸웠다.

"저리 가. 좀!"

"솔라, 오랜만이구름~"

* * *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그것은 파르타 공국에 있던 유저들이 전해온 믿을 수 없는 소식 때문이었다.

각종 매체를 비롯한 인터넷은 실시간 검색어로 '파르타 공국'과 '언데드'라는 단어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순위 경쟁을 하기 바빴고, 외신 기자들은 연신 이 놀라운 소식을 신문 기사의 1면으로 장식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파르타 공국, 언데드에게 몰락!>

<마공학의 나라를 집어삼킨 좀비 떼들.>

<희망이 없어진 파르타 공국의 주민들 뿔뿔이 흩어지다.>

<언데드들이 나라를 세우려 하는 것인가?>

<믿을 수 없는 죽음의 군단, 그 배후엔 누가 있는가?>

기사들을 접한 유저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인 것은 파르타 공국에 있었던 유저들의 증언이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언데드들이 죽이면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어쩌면 뒤에서 조종하는 네크로맨서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현재 네크로맨서의 1위를 달리는 '루이 카셀'이 주도한 일이 아니냐. 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아무도 그가 이 정도의 일을 벌일 정도로 강한 인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을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 와, 언데드가 파르타 공국을 몰락시킬 줄 꿈에도 몰랐다.

- 분명 리치가 틀림없음.

- 하긴 아직 한 나라를 멸망시킬 힘을 가진 네크로맨서는 없으니까.

- 지금 소식 접한 다른 성들은 언데드들이 밑으로 내려올까 봐 초비상령 내려졌다고 함.

- 오르카 왕국에서도 토벌단을 꾸릴 거라고 하던데.

- ㅇㅇ 들었음. 토벌단장은 데미안이라던데.

- 오, 대박. 제우스 길드장이라니.

- 난 지금 거기로 간다.

- 나도 갈래. 빠이.

빠르게 소식을 접한 오르카 왕국은 곧장 유저들로 이루어진 토벌단을 꾸렸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 *

어둠과 죽음의 신, 플루토의 신전.

푸드득-!

흑색의 매가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의 팔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언젠가 판도라의 추종자들이 '루이 카셀'에게 주었던 흑매였다.

자신들과 뜻을 함께할 것이라면, 이 매를 통해 연락을 하라고 주었던 것.

그리고 그런 흑매의 발목에는 루이 카셀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고이 묶여있었다.

로브를 쓴 남자는 곧장 쪽지를 읽었다.

[뜻을 함께하겠다. 멸망한 파르타 공국에서 기다리지.]

흑색의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입꼬리만 내보인 채 웃었다.

마치 밤하늘에 초승달의 형상이 거꾸로 걸린 채 웃는 것 같았다.

그런 남자의 앞에는 같은 복장을 한 판도라의 추종자 6명이 함께 있었다.

남자는 곧장 로브를 벗어 모습을 드러냈다.

드리운 달빛이 그의 금발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금발에 벽안을 가진 미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다른 이들도 로브를 벗었다.

대부분 남자였지만 한 명은 여자였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들은 유저가 아니라 NPC라는 것.

"…네크론이라는 불사의 인간이 우리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되었다. 누가 먼저 금제를 부술 거지?"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신전에 메아리치자, 그들의 눈앞에 일제히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왕, '탐욕의 투신'이 재밌다는 듯 웃습니다.]

[마왕, '폭식하는 질병'이 세상을 병으로 물들이고 싶어 합니다.]

[마왕, '분노의 거짓말쟁이'가 뿔을 쓰다듬습니다.]

[마왕, '심연의 질투'가 자신의 지느러미를 매만집니다.]

[마왕, '욕망의 여왕'이 흥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마왕, '나태한 옥염'이 자신이 나서겠다고 말합니다!]

"음, 그럼 나태의 사도가 마계의 문을 여는 것으로 하지."

"흐흐. 알았다. 오만의 사도여."

그렇게 나태의 사도라 불린 덩치 큰 남자가 흉포한 눈을 부라리며 사라졌다.

그들은 플루토의 편을 들었다가 마계로 쫓겨난 7대 마왕들의 힘을 갖고 있었다.

판도라의 사도라 불리는 NPC들은 플루토의 뜻을 추종하며 이 7대 마왕의 힘을 플루토에게 하사받았다.

그렇게 지난 500년간 약해진 플루토의 뜻에 따라 조용히 판도라의 조각을 모아왔지만, 플루토는 그저 기다리라고만 할 뿐이었다.

[마왕, '오만한 발톱'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립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이럴 바엔 차라리 세상을 죽음으로 물들여 플루토 신의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나으리라.

그 첫 시작은 가이아의 금제를 깨트려 마계의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었다.

"흐흐흐흐, 하하하. 하하하하-!"

오만의 사도가 얼굴을 잡으며 광소를 터트렸다.

금발과 벽안이 달빛을 받아 광기를 머금은 것처럼 반짝였다.

* * *

한편, 나는 구름의 레시피를 얻는데 성공했다.

구름의 레시피는 사실 별것 없었다.

날씨 요리술에서 구름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애초에 몇 개 없었고,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건 구름의 정령인 지니라고 할 수 있었다.

눈, 벼락, 비 등은 정령이 따로 없고 지니가 힘을 흡수하는 형태였으니까.

즉, 지니는 눈의 정령도, 벼락의 정령도, 비의 정령도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만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음."

그리고 이번에 나는 구름의 비각술의 묘리가 그려진 벽화를 보며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 이름 하여 '구름 밟기'. 애초에 구름의 비각술은 비천기상무에서 보법에 관련된 것이었다.

[비천기상무, '구름 밟기[패시브]'를 습득하였습니다.]

나는 곧장 허공을 밟는 시늉을 하며 날아올랐다.

그러자 주변의 구름이 모여들더니 작은 발판이 되어 주었다.

이제부터 나는 허공에서도 걸을 수 있고 뛸 수도 있게 되었다.

이것은 내 발차기에 어마어마한 발전을 가져다줄 터.

"음, 좋구만."

그렇게 몇 번의 발돋움과 함께 발차기를 휘두르고, 가볍게 착지한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곧장 솔라의 모습을 한 프로메테우스와 지니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아틀라스가 멋쩍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았다.

[음, 지니가 모습이 많이 변했지?]

"많이 변한 정도가 아닌데? 어떻게 된 일이야?"

프로메테우스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아틀라스를 올려보았다.

그러자 아틀라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하늘을 들고 있는 게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아틀라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내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아틀라스가 익숙하게 그것을 입에 물었다.

뭉게구름 같은 연기가 그의 입과 코에서 뿜어져 나왔다.

"…담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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