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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62화 (262/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62화

제262화

그그그그- 쿠웅!

소환된 골렘이 움직일 때마다 땅이 지진을 일으켰다.

데미안은 자신의 은창을 흐물흐물하게 녹여 채찍처럼 만든 뒤, 골렘의 어깨 위에 안착한 상태였다.

그는 시선을 멀리 두었다.

'골렘을 노리고 있다고?'

데미안은 무척이나 초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임스가 보낸 귓속말 때문이었다.

'역시 그 영감은 만만치 않아. 설마 스타 프루츠를 가지고 이런 함정을 파놓을 줄은….'

쿠웅!

또 한 번 일어난 지진을 견디며 과연 다크울프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골렘의 어깨에서 가까워지는 한국의 성을 바라보며 게슴츠레 눈을 좁혔다.

'불안해.'

이상하게 불안이 지워지지 않는다.

분명 골렘을 노리고 있으니 무언가 조치가 취해지고 있을 텐데, 그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더욱 그랬다.

아래로 시선을 내리니 다른 미국의 선수들이 골렘의 다리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재빠르게 따라오고 있었다.

"제길.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어쩔 셈인 거냐고."

아까 전체 메시지로 뜬 '화가 성애자(星愛者)'.

그것을 보면 분명 최미도가 택한 성좌의 능력은 화가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 힘을 쓰는 것인지, 데미안으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 더욱 불안했다.

쿠웅!

또 한 번 일어난 지진과 동시에 밑에서 팀원들이 분주하게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그곳엔 모래를 타고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마이클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선배."

"…수고했다. 제임스."

골렘의 목 부분에 생겨난 자그마한 그늘 속에서 제임스의 신형이 조용하게 솟구쳤다.

언제나 느끼지만, 그의 능력은 암살에 최적화되어 있다.

지금처럼 소리소문없이 적의 뒤를 급습한다면 자신도 당할 수밖에 없으리라.

데미안은 다시금 제임스를 용서한 것을 잘한 일이라 여겼다.

"후우. 다행히 늦지 않았나 보네요."

이어서 마이클이 도착하며 물었다.

"공격은?"

데미안은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징조가 없어. 그래서 더 불안해. 그 최미도라는 여자가 얻은 능력의 정체를 모르니까 말이야. 진짜 종잡을 수 없는 영감님이라니까. 후우."

제임스와 마이클은 동시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또한 함정에 빠졌다는 깨달았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다. 어쩌면 할아버지였기에 방심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데미안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그렇게 어느새 골렘이 절반의 땅을 넘어 한국의 성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쒸아아아악!

"……!"

"……!"

"……!"

골렘의 어깨 부근에 있던 데미안, 제임스, 마이클이 동시에 당황했다.

이곳을 향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살을 본 것이다.

세 사람이 잘 아는 최춘택이 가진 파괴적인 공격 스킬 중 하나인 [흑야의 화살].

제임스가 그림자 탄을 쏘아냈다.

피피피융!

"제길. 안 통해요. 마이클 형!"

"맡겨둬라."

듬직한 맏형처럼 말한 마이클이 모래를 움직여 흑야의 화살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래로도 강맹한 흑야의 기세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런, 그렇다면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마이클이 거대한 모래 방패를 골렘의 몸통에 만들어냈다.

이내, 흑야의 화살이 그곳에 꽂혔고, 푹! 하는 소리를 냈다.

쒸아아아악!

까만 눈을 동반한 흑색의 토네이도가 거대한 공의 형태를 띠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흑색의 고드름을 막기 위해 마이클이 고군분투했다.

'큭. 뭐, 이런 파괴력이…!'

생각보다 흑야의 화살의 공격력이 강맹했다.

마이클은 최대한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래를 나누었다.

그렇게 10초의 시간이 흐르자, 주변을 감싸던 흑색의 폭풍이 흩어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헉. 허억. 윽…."

"마이클!"

"형!"

가장 가까이 있던 데미안과 제임스가 소리치자, 다른 미국의 선수들이 놀란 눈으로 마이클에게 뛰어왔다.

데미안이 팀 내에서 힐을 담당하는 사제를 불렀다.

"조나단! 힐!"

우우우웅.

조나단의 손에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 담기자, 그제야 마이클의 생명력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치명상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기에 속도가 더뎠다.

마이클은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큰 희생을 한 것이었다.

"제길. 어디야! 어디서 공격을 한 거야!"

"빨리 찾아! 아마 이 근방에 있을 거야!"

"제가 마이클 형을 지킬게요."

제임스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미국의 선수들이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그리 멀리 찾지 않아도 된다."

"……!"

"……!"

순간적으로 느낀 등골의 오싹함.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엔 투명화를 해제한 최춘택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왼손이 발톱 모양으로 얼어있는 것을 확인한 데미안이 기함했다.

"당했…!"

"영구동토(永久凍土)."

그 순간 모두의 세상이 하얗게 얼어버렸다.

* * *

한국 팀의 성내.

"휴. 드디어 완성했네."

미도가 눈앞에 완성된 그림을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고양이 귀를 가진 귀티들이 각종 병장기를 들고 있는 그림.

그러나 색깔은 그녀가 평소에 즐겨 쓰던 핑크색이 아니었다.

귀티들은 모두 검은색이었고, 그녀가 그림을 그린 곳은 도화지가 아닌 성 내에 자리한 넓은 땅이었다.

"스읍. 후우-."

미도가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하늘을 보았다.

그녀의 성좌를 보는 것이었다.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당신의 그림 실력을 비웃습니다.]

"웃지 마."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당신의 발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흥. 나중에 선물해달라고 해도 난 몰라!"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절대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미도는 잠깐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아주 밝은 빛을 가진 성좌는 아니지만,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자신의 동반자.

3등성의 '빛의 모방가'는 자신도 대충 기억이 나는 성좌였다.

지난번에 할아버지가 대신 써준 성좌의 능력이 적힌 A4용지를 아직 유니온에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자 붓. 해제."

그녀의 손에 쥐어진 그림자 붓이 스르륵- 흩어지며 사라졌다.

평소에 지식 능력치를 조금 찍어 두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것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으리라.

"잉크 병사 소환."

그 말과 동시에 땅에 그렸던 그림이 흐물흐물해지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마법과 같은 광경이었다.

미도는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이 살아나자 뿌듯함이 일었다.

이것을 모두 자신이 그렸다니.

'…일필휘지(一筆揮之)가 좋긴 좋네.'

일필휘지란 자신이 스타 프루츠 능력자가 되어 얻은 직업인 '잉크 하트'의 패시브 스킬 중 하나였다.

그것은 그리기의 속도를 무려 5배나 올려주었고, 덕분에 지금 눈앞에 50이라는 숫자의 그림자 잉크로 이루어진 병사들이 일어설 수 있었다.

'과연 이걸로 제임스를 막을 수 있을까?'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같은 그림자 속성을 가졌기에 그가 쏘는 그림자 탄은 자신의 병사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할아버지는 물량 공세로 밀어붙여 단박에 그를 잡고, 적의 골렘을 막아내 밀어붙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미국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했던 것이고,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하지만 미도는 할아버지를 믿기로 결심했다.

"다빈치!"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네 필살기를 가르쳐줘!"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코웃음을 칩니다.]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당신의 실력으로는 어림없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가르쳐줘!"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그렇게 계속 설득을 시도해보았지만, 다빈치는 자신에게 필살기를 가르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미도는 할아버지에게 귓속말을 했다.

- 미도: 할아버지. 죄송해요. 아무래도 다빈치가 제게 필살기를 가르쳐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 잭슨: 알았다. 그럼 다른 병사들이라도 보내라.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테니까.

- 미도: 네. 금방 갈게요!

그렇게 귓속말을 마친 미도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쓴 뒤, 인벤토리에서 '피의 도살자'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검을 전방으로 치켜들며 돌진을 명령하려는 순간.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잠깐 멈추라고 말합니다.]

"응?"

다빈치는 약 5초간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화가성, 모네트 다빈치가 당신에게 피의 갈망을 제안합니다.]

* * *

한편, 나는 미도와의 귓속말을 끝내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온통 하얀 얼음뿐인 세계.

이곳은 내가 얼음 땡 요정의 스타피스를 이용해 만들어낸 절대 영도의 세상이었다.

당연히 나는 스타피스를 가지고 있기에 얼지 않았지만, 눈앞의 코쟁이들은 달랐다.

"흠, 거 참. 잘 얼었어."

그야말로 투명화를 이용한 불시의 기습이었기에 미국 팀 전원은 눈과 입을 크게 벌린 채 놀란 표정으로 모두 얼어있었다.

나는 얼어있는 한 놈에게 다가가 노크를 하듯 똑똑 두드렸다.

다행히 아직 녹거나 깨질 염려는 없는 듯하다.

…확실히 그 토레즈라는 놈이 대단하긴 해.

원래 영구동토(永久凍土)라는 '얼음 땡 요정'의 필살기는 일대 범위의 적을 봉인하는 스킬에 가까웠다.

이 스킬에 얼어버리면 웬만한 외부적인 공격도 대부분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 물리적인 공격이든 마법이든 말이다.

그렇게 약 5분을 얼려버리는 비기나 마찬가지인데, 토레즈는 이 영구동토를 깨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내부에서 말이다.

"하긴 그놈은 애초에 물에 대한 권능이 남다르니, 몸에 두른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쯤은 간단했겠지."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불길함을 감지합니다!]

"…뭐?"

순간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엔 미도가 그려낸 잉크 병사들이 줄을 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귀티구먼. 허허."

역시나 끊이지 않는 손녀의 귀티 사랑은 알아줘야 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불길함을 감지합니다!]

"에잉. 시끄럽다. 이놈아! 고장이 났나…."

그렇게 투덜거리며 나는 솔라를 소환했다.

그리고 얼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거대한 골렘을 바라보았다.

"솔라야. 내 다리에 깃들거라."

"알았다 주인아!"

나는 이미 두 다리에 해오름의 불꽃이 둘러져 있는 상태였다.

그곳에 솔라가 스며들자 어마어마한 태양의 기운이 두 다리에서 피어올랐다.

화륵. 화르르륵!

"비천기상무. 오의."

척. 척척. 척.

나는 다시 한번 태양의 춤을 추며 얼어버린 골렘을 향해 뛰어올랐다.

어제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프로메테우스가 낮에 더 강해지면서 이 기술은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면으로 골렘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주저 없이 다리의 기운을 방출하듯 뜨거운 태양을 쏟아냈다.

"태양룡(太陽龍)."

콰아아아-!

머리 다섯 개의 태양룡이 얼음 골렘을 향해 날아들더니 비비고 꼬아지는 새끼줄처럼 하늘로 승천하며 겉에 있는 얼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열기.

원래 이 얼음은 쉽게 녹일 수 없지만, 얼음이 어떻게 감히 태양을 이기겠는가.

이것은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역시 아직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쓰겠군."

다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이 생각보다 심했다.

이것도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조금 더디긴 하지만, 미국팀의 얼음 또한 녹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빨리 골렘을 처치하고 저놈들도 죽여야 할 것 같다.

애초에 공성전을 치를 인원이 모두 죽어도 승리의 요건에 부합하니까.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불길함을 감지합니다!]

"이 녀석아. 그런 장난은 좀 그만…."

바로 그 순간.

크와오오오-!

한국의 성에서 께름칙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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