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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56화 (256/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56화

제256화

오랜만에 날씨 요리술을 펼친 나는 아까 이곳으로 오며 잡았던 몇 마리의 초식 공룡을 잡아 얻은 고기로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진 호화스러운 요리들을 먹으며 놀란 것은 당연히 눈앞의 젊은이들 몫이었다.

그들은 각자 감탄 어린 기색으로 놀랍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맛, 맛있다…."

"이거 엄청난데…?"

"버프가 장난 아니야."

"온몸에 힘이 넘치고 있어."

"이거 사기 아니야?"

"오, 신이시여. 이렇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겁니까."

감탄하는 것은 대부분 내 요리를 먹어보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미도를 포함한 김현우와 은정혁은 익숙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입안에 고기를 밀어 넣으며 우물거리고 있었다.

"미도 할아버님이 요리사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다크울프의 진짜 정체가 요리사일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네요."

김현우의 말에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정체를 드러내고 나서부터 언론은 물론이고, 커뮤니티에서도 내 직업에 대해 추측하기 바빴는데, 내가 진짜 요리사일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적었다.

하긴 그동안 보여준 무위들이 대단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보다시피 요리사다.

날씨를 이용한다는 것이 특이할 뿐.

"해해~♬ 풍희야 거기서~ 서지 않으면 태워버릴 테야~♪"

"푸우웅~♪"

저 멀리 신이 난 솔라와 풍희가 술래잡기를 했다.

안 본 사이 풍희는 생각보다 많이 자라 있었다. 덩치는 나만큼 커졌고, 레벨도 무려 200이 넘어있었다.

춘자와 함께 사냥을 아주 잘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춘자는 잘 지내나 모르겠네.

이참에 쉽게 소환할 수 있도록 소환 마법이라도 가르쳐 봐야겠군.

"솔라야, 풍희야 일로 와봐~!"

미도의 외침에 솔라와 풍희가 말을 잘 듣는 강아지처럼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 모습에 미도와 임사라는 눈에 하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귀여워~♡"

"어떡해. 너무 사랑스럽다. 얘들."

그렇게 말하며 미도는 풍희의 얼굴을 늘리고 당기며 쓰다듬고 안았다.

솔라는 임사라의 차지인 듯 그녀의 품에 안겨 변태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뜨겁지도 않은지 솔라를 품에 안고 따뜻하다며 좋아했다.

어쨌든 솔라와 풍희가 두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허허."

하지만 평화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콰오오오오-!

갑작스러운 포효 소리.

저 멀리 숲 너머로 육식 공룡 떼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한국팀 일행이 대경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미친. 독가스 때문이야."

"다들 뛰어!"

다들 먹고 있던 것을 냅다 버리고 잽싸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쿵쿵쿵쿵!

들려오는 지진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쥬라기 파크 최악의 포식자인 티라노 사우르스가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눈앞의 공룡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콰득! 콰드득!

"꺄악!"

"이대로는 잡히겠어!"

"이런 제엔자앙!"

바로 그때. 풍희가 나섰다.

허공을 부유하며 따라오던 풍희가 재빠르게 한국의 젊은이들을 바람으로 휘감았다.

그렇게 포근한 바람이 휘돌더니, 잠시 뒤 이동속도가 증가했다는 메시지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와, 풍희 대박."

"너 진짜 짱이구나!"

"고마워. 풍희야!"

풍희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내 곁으로 다가와 머리를 부볐다.

나는 그런 풍희를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푸우웅~"

바로 옆에 있던 솔라가 볼을 부풀린 건 그때였다.

"솔라도 쓰다듬어라. 주인아!"

"그래그래. 허허."

뒤에서는 최악의 포식자가 쫓아오는 상황이었지만, 여유로웠다.

나는 바람을 타고 가장 편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한 걸음 내디디면 수십 미터를 부유하듯 가로지르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런데 재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콰오오오오-!

우리가 뛰어가던 정면에서 또 다른 티라노 사우르스가 나타난 것이다.

그제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썩을."

바로 그때.

간신히 따라붙은 백무열이 내게 말했다.

"베어버릴까?"

"할 수 있겠냐?"

"글쎄. 나도 공룡을 베는 건 처음이라."

"같이 해보자고."

그렇게 나와 백무열이 힘을 모아 눈앞의 티라노와의 결전을 준비하려는 순간.

지이잉-!

난데없이 앞에서 휘광이 번쩍였다.

"……!"

"……!"

하나 그것이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모두 살짝 눈을 감았다.

이어진 것은 어마어마한 속도의 물줄기가 티라노를 관통하는 것이었다.

지이익-!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나를 비롯한 한국팀은 어안이 벙벙했다.

거대한 물줄기의 광선은 눈앞의 티라노를 관통해 뒤에서 쫓아오던 티라노까지 목을 꿰뚫어버렸다.

그것은 가히 파괴적인 공격력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건.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눈살을 찌푸립니다.]

아쿠아 브레스였다.

아무래도 프로메테우스도 방금 그 공격이 누구의 것인지 눈치챈 것 같았다.

그리고 아쿠아 브레스를 쏘아냈던 존재는 처음부터 정체를 감출 생각이 없었다는 듯 하늘에서 광오한 포효를 터트렸다.

콰오오-!

데우칼리온이 기르는 수룡 블라쉬의 울음이 쥬라기 파크에 떨쳐지는 순간이다.

마치 자신이 최고의 포식자라는 것처럼.

…목표는 나인가.

블라쉬의 머리에 올라타 있던 토레즈의 눈이 나를 향해 있었다.

나 말고는 다른 이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듯한 눈이었다.

다른 한국 선수들은 그 어마어마한 힘에 어쩌지도 못한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네가 왜 미안하냐. 프로메테우스. 난 괜찮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프로메테우스와 데우칼리온 간에 걸린 이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

마침 시험해볼 것도 있고 하니 잘 되었군.

"무열아. 뒤에 애들 데리고 떠나라."

그러자 백무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놈이랑 싸우려고? 너 저놈이랑 상성 안 좋아서 저번에 밀렸잖아."

백무열은 첫날 있었던 깃발 대항전을 지켜보았기에 그때의 싸움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 당시의 나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아마 영국의 그 '데이비드'라는 놈이 가진 왕관 성좌의 나무 능력이 아니었다면 나는 금세 죽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괜찮아. 생각이 있으니까."

"…흥. 죽지 말아라. 네가 죽으면 나 혼자 네 손녀랑 애송이들을 지켜야 하니까."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려."

그렇게 백무열이 다른 한국 선수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사라지자 그곳엔 차가운 바람만이 비명을 지르듯 불었다.

휘이이잉-!

이윽고, 블라쉬의 머리가 땅에 닿더니 그곳에서 내려와 술을 벌컥 들이키며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술주정뱅이가 납셨구만."

"애주가라고 해주십시오. 영감님. 크흐."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날카로운 불꽃이 튀었다.

긴박하고 고요한 상황 속에서 먼저 힘을 드러낸 것은 토레즈였다.

그의 등 뒤에 있던 물병에 담긴 물이 하늘로 치솟으며 거대한 반구 형태의 결계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주변엔 물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찰박. 찰박.

"이게 뭔지 잘 아시죠? 딸꾹!"

"또 물장난을 칠 셈이냐."

"물 아닙니다. 술이지."

"그거나 그거나."

…빌어먹을 시작부터 이걸 쓰는 건가.

[물병의 결계 '아쿠아 에리어스'에 갇혔습니다.]

이것은 데우칼리온이 가진 독특한 성좌 스킬 중 하나.

그 이름은 '아쿠아 에리어스'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물의 결계인데, 웃긴 것은 이곳을 탈출하려고 수영을 해 도망친다면 물의 결계 또한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시전자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는 감옥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 말은 즉.

"귀찮게 됐군. 어쩔 수 없이 네놈을 쓰러트려야 나갈 수 있겠구나."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데우칼리온을 바라봅니다.]

츠츠츳!

허공에서 스파크가 살벌하게 튀었다.

아무래도 부자간의 눈싸움이 또 시작된 모양이다.

토레즈가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한 물을 보며 물었다.

"한데, 제 성좌가 왜 영감님 성좌를 미워하는 거죠?"

"그건 아주 깊은 사연이 있지."

"영감님은 아시는 것 같은데, 저한테도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 제 성좌는 물어봐도 가르쳐 주질 않더라구요. 딸꾹-!"

"자네 성좌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게."

"호오, 영어도 하시고 신세대시군요."

토레즈가 웃으면서 술을 또 한 번 들이켰다.

"늙은이가 젊은이들과 소통을 하려다 보니 필요하겠다 싶더군. 어차피 자넨 만취 상태라 내가 말해줘도 잊어먹을 걸세."

"그런가요? 아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토레즈를 보며 나는 슬쩍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림자 단검은 아까 그림자놀이를 썼기에 필요 없어서 포크 숟가락 하나만 들었다.

뭐, 사실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긴 하다.

어차피 왼손엔 다른 것을 들 예정이니까.

"내가 연장자니까 선공을 해도 되겠지?"

토레즈가 끼고 있는 건틀렛으로 손날을 내밀며 대답을 대신했다.

"고맙네."

촤촤촤촤촥!

바람의 운용과 동시에 물보라가 좌우로 갈라졌다.

해오름은 이곳에선 쓸 수가 없는 상태.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바람의 비각술인 '칼바람'뿐이었다.

나는 빠르게 전방으로 발차기를 휘둘러 수십 개의 칼바람들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크흐. 그건 통하지 않는다구요. 영감님."

입으로 술 냄새를 풍기며 말한 토레즈가 자신의 앞으로 두꺼운 물의 벽을 세웠다.

아니, 술의 벽이었다.

퍼퍼퍼퍽!

"흥."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조심하라고 외칩니다!]

그와 동시에 물의 벽이 이곳으로 돌진해오더니, 거대한 파도가 되어 이곳을 집어삼키려 했다.

나는 바람을 운용해 간신히 피해냈다.

내가 있던 자리에는 정육면체로 변한 물의 공간이 있었다.

…수중 감옥인가.

이것 또한 데우칼리온의 주특기인 수중 감옥이라는 스킬.

물의 권능을 이용해 적을 안에 가둬버리고 익사시켜버리는, 한 번 걸린다면 누군가 공격을 하거나 시전자가 스스로 풀지 않는 한 빠져나올 수 없는 절대적인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참고로 첫날 견소룡이 저것에 걸렸다가 크게 곤욕을 치렀다.

그 조차도 스스로 빠져 나올 수 없었고, 내가 간신히 구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까다롭구만."

그리고 위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

갑자기 눈앞에 솟아오르며 생성된 물의 거울.

나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눈을 아래로 내렸으나,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았다.

수경 보르도.

빌어먹을.

이것은 너무나 성가신 스킬이다.

물의 거울을 만들어 비춘 대상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

그것도 무려 본체의 70%에 해당하는 힘을 지니고 살아나는 물의 분신은 순식간에 형성되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분신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망할. 칼바람이냐."

촤아아아악!

아까 있었던 일의 데자뷰를 보는 듯.

물의 분신이 나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며 물보라를 일으켰다.

70%의 힘이지만 그럼에도 바람이었기에 나는 당황하는 한편 빠르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의 재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망할 뱀 대가리가…!"

수룡 블라쉬가 바닥의 물을 통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기다란 몸으로 사방에서 나를 에워쌌다.

지금의 나는 물의 분신과 차오르는 아쿠아 에리어스의 결계.

수룡 블라쉬와 토레즈라는 4대1의 대결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자넨 노인 공경을 모르나?"

"죄송합니다. 제가 고아라서요."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펜릴을 불러낼 순 있었지만, 그것은 지금 꺼낼 패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앞으로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내게 남은 것은 한 가지가 더 있다.

…조금만 더.

빠르게 차오르는 아쿠아 에리어스의 물을 보면서, 나는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계속된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곳은 거의 물속이나 마찬가지였다.

…쉽지 않군. 역시 궁좌는 너무 강해.

그렇게 아쿠아 에리어스는 꼭대기의 빈 공간을 살짝 남겨둔 채, 전부 물로 가득 차 버렸다.

그제야 나는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나와라. 얼음 땡 요정."

손에 쥔 펜던트의 빛이 찬란한 빛을 토해냈다.

[3등성, 얼음 땡 요정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거머쥔 펜던트 위로 별이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왼팔이 콰드득 소리를 내며 얼어붙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끝났나?"

[3등성, 얼음 땡 요정이 그렇다고 말합니다.]

"힘이 필요해. 네 필살기 말이야."

[3등성, 얼음 땡 요정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순간 내 왼손에는 형용할 수 없는 차가움이 깃들었다.

빠른 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하는 물을 보며 당황한 토레즈의 얼굴.

그는 아직 술이 덜 깼다고 느꼈는지, 좌우로 고개를 휘젓고 있었다.

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영구동토(永久凍土)."

사아아아-.

그 순간 세상엔 하얀 겨울이 찾아왔다.

1초도 되지 않아 채 얼어버린 아쿠아 에리어스는 새하얀 빙하가 되어있었다.

그곳은 일 년 내내 항상 얼어있는 땅.

그 이름 그대로 영구동토(永久凍土)였다.

쿠구구구구!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빙하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은 나와 토레즈였다.

그가 만들어 낸 아쿠아 에리어스도, 수경 보르도로 만든 물의 분신도, 사방을 에워싸던 수룡 블라쉬도 차가운 얼음 동상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자아, 다시 시작해보자."

"…영감님 대체 정체가 뭡니까? 젠장. 술이 다 깨네."

"지극히 평범한 할아버지다."

"개뿔."

그제야 더욱 진지해진 눈빛의 토레즈가 달려들었다.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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