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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53화 (253/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53화

제253화

프랑스의 흑장미라는 별명을 가진 루이 카셀.

그는 아크스타 내에서 '죽음의 향취'라는 길드를 이끌고 있으며, 그의 또 다른 이름 '네크론'은 모든 네크로멘서들의 정점이자 우상이었다.

그리고 이곳 쥬라기파크 맵 안에서도 루이 카셀의 외모는 빛이 났다.

창백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피부는 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고, 아무도 그것이 강제 리치화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죽음을 위하여."

"…죽음을 위하여."

루이 카셀의 중얼거림과 함께 프랑스 팀 전원이 스켈레톤을 비롯한 언데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켰다.

그들 전원이 '죽음의 향취' 길드원이자, 네크로멘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에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워어어어."

"…죽음의 맹약에 따라 그대들을 돕겠다."

"끼흐흐흐."

"딱딱딱!"

각종 구울과 레이스를 비롯해 무장한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의 위용은 그야말로 어마 무시하면서도 쳐다보기도 힘든 죽음의 냄새를 한가득 풍겼다.

루이 카셀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 언데드들을 흩어서 적들을 찾고, 동시에 쓸 만한 수하로 부릴만한 공룡을 찾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가진 리치의 눈동자에는 공룡의 뼈 또한 언데드의 재료로 아주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흩어져라."

사기(死氣)가 가득 담긴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죽음의 숨결처럼 내뱉어지며 언데드들을 흩었다.

루이 카셀은 리치의 눈동자로 인해 모든 언데드의 시야를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윽고, 그의 눈에 쓸 만한 공룡이 하나 담겼다.

그 이름은 '트리케라톱스'. 덩치가 큰 것이 팀원들과 타고 다니기에 아주 유용할 것 같았다.

루이 카셀은 곧장 언데드들에게 트리케라톱스를 공격할 것을 명했다.

"…죽여라."

콰직! 촤아악! 쿠워어억!

루이 카셀의 눈과 귀에 각종 언데드들의 싸움이 각인되었다.

350의 레벨을 가진 트리케라톱스는 수천의 언데드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 시체는 순식간에 언데드의 손에 운반되어 자신의 앞에 놓여졌다.

"…일어나라."

한층 더 강해진 리치화의 힘은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공룡마저 언데드로 만들게 해주었다.

콰드득.

순식간에 뼈가 되어 '본 트리케라톱스'가 된 공룡은 공허한 눈으로 자신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끝낼 생각 없었다.

'뼈만 있으면 못 올라타니까.'

루이 카셀이 다시 한번 힘을 운용하자, 죽음의 연기가 '본 트리케라톱스'를 휘감으며 데스 나이트들이 입는 갑옷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그 모습이 위풍당당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길드장은 대단하군."

"…그야말로 죽음의 사도입니다."

"…과연, 모든 네크로맨서의 우상입니다."

모든 팀원들의 목소리는 모두 길드장인 자신을 닮아 음침하고 음험했다.

루이 카셀은 그들을 보며 흑장미를 닮은 미소를 선보일 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한 언데드의 시야가 공유되었다.

'이건….'

그것은 유령 레이스가 하늘에서 정찰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그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뛰고 있었다.

'…적인가. 어느 나라지?'

좀 더 시야를 확대한 루이 카셀은 이내 눈을 번쩍 떴다.

'한국인가…!'

자신도 모르게 양손의 주먹이 쥐어졌다.

그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첫째 날 있었던 깃발 쟁탈전에서 있었던 치욕을.

'다크울프. 아니, 그 영감탱이에게 복수할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인가…!'

언데드를 비롯한 자신과 팀원들까지 집어삼켜버린 태양의 재앙은 마치 인류의 종말을 고하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향해 들이닥쳤다.

그야말로 찰나.

잠깐 사이에 그것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치 인류의 종말을 고하는 것과 같은 위력이었다.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

가뜩이나 좁았던 피라미드의 계단은 모여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켜 태워버렸다.

원래라면 그렇게 쉽게 쓸려버릴 언데드의 숫자가 아니었지만, 낮에는 약해지는 언데드의 특성상 그가 일으킨 공격은 그 일대를 한순간 낮으로 만들 정도로 대단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루이 카셀이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본 트리케라톱스'에 올라탔다.

그 위에서 그는 길드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복수의 때가 왔다. 형제들…!"

* * *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밀림의 숲은 그야말로 거대한 재앙이 휘몰아친 듯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처절하게 피를 흘리는 독수리 머리를 한 무하마드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힘…. 쿨럭!"

울컥거리며 피를 토해내는 무하마드.

"그게 유언이냐."

그러나 무하마드 살라는 끝까지 말을 내뱉지 못했다.

내가 귀를 후비적거리며 그의 멱살을 틀어쥐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전신은 바람에 찢어 발겨져 있었다.

"후우. 도망다니는 네 녀석을 잡는 게 꽤 어려웠다."

나는 멱살을 틀어쥔 채 그의 면상을 들여다보았다.

생각보다 그의 저력은 대단했다.

호루스 또한 2등성의 성좌였고, 그가 가진 창공의 힘은 모든 하늘을 오시하며 활공하듯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휘두르는 강철의 깃털과 날개는 단단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그는 채 5분도 되지 않아 내게 잡혔다.

날카로운 바람에 날개를 잃은 독수리는 미래를 예지하는 자신의 옷자락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날개를 잃어버린 독수리는 그만큼이나 나약했고, 한국 팀의 뒤를 공격하던 아랍 선수들은 무하마드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내 상대는 되지 못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호루스의 재롱에 콧방귀를 뀝니다.]

츠츠츠츳!

허공에서 튀는 스파크와 동시에 무하마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성좌인 '호루스' 또한 프로메테우스의 존재를 눈치챈 듯했다.

"…당신 대체 정체가."

"시끄럽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바람의 힘을 운용해 그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고, 다시 추락하며 떨어지기 시작한 날개 잃은 독수리를 향해 나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날아, 그대로 1080도 뒤돌려차기를 머리통에 꽂았다.

퍼억-!

단 한 방에 터져버린 무하마드 의 머리통은 그대로 땅에 추락해 떨어졌다.

툭.

"……."

휘이이잉-.

싸늘한 허공에서 다시 바닥에 착지한 나는 말없이 그의 주검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이 흩어지며 허공에 탈락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고 있었다.

[아랍 팀이 탈락하였습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오랜만에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입으로 불을 붙여 한 모금 당겼다.

"후우우."

망연하게 나부끼는 담배 연기 사이로 아랍팀이 떨어트린 10개의 파워스톤이 보였다.

"흠. 좋구만."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그렇게 모든 파워스톤을 줍는 것에 성공한 나는 온몸에 활기가 띠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어디 보자. 근데 얘들이 어디로 갔지?"

그리고는 한국팀이 도망친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내가 사라진 곳은 발자국처럼 담배 연기가 하염없이 나부꼈다.

* * *

미도를 비롯한 한국 팀 전원은 가까스로 아랍팀의 함정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최춘택이 일으킨 작은 회오리바람이 잠깐이지만 아랍팀을 묶어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랍팀은 끊임없이 뒤를 공격해왔고, 그것을 막는 것은 백무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백무열은 한국 팀을 뒤에서 지킴과 동시에 전방의 회오리를 몽둥이의 힘으로 날려서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 사이 퇴로가 생겨난 한국 팀은 가까스로 그곳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허억. 헉…."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살았다…!"

그렇게 도망쳐서 뛰기를 5분.

그들은 그제야 가까스로 나무에 기대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적은 더 이상 없었다.

백무열은 그런 눈앞의 젊은이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쯧쯧. 한심한 놈들. 왜 그리들 체력이 약한 게야."

그런 한국 선수들은 백무열을 무슨 괴물 쳐다보듯 보고 있었다.

'대체 체력이 얼마나 높은 거야.'

'힘은 괴물이 따로 없군.'

'과연 곤성(棍聖)이라 불릴 만한 분이야.'

백무열은 어제 이후로 유저들 사이에서 곤성(棍聖)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해석을 하며 백무열을 쳐다보았지만, 정작 실상을 아는 백무열은 속으로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체력이 이렇게 높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몽둥이성, 헤라클레스가 자신 덕분에 세진 것이니 우쭐대지 말라고 합니다.]

'흥.'

그것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성좌가 되기 전 인간이었던 헤라클레스는 인간인 자신과의 동화율이 굉장히 높았다.

그렇기에 그의 힘과 체력.

그리고 민첩성까지 조금씩 헤라클레스를 닮아 오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어도 세지는 사기 캐릭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그들의 앞에 웬 유령이 하나 나타났다.

"끼흐흐흐-!"

"……!"

백무열은 그것을 보자마자 '파워 웨이브'를 날려 베어버렸다.

무 속성의 예기는 단번에 레이스를 베어버리고 그 너머의 나무와 숲마저 베어버렸다.

콰카카카칵-!

그 엄청난 위력에 한국 팀은 할 말을 잃었다.

"……."

"……."

"…사기잖아."

가장 먼저 불공평을 제기한 것은 의외로 김현우였다.

그는 진정 강해지기 위해 이번 월드 대항전을 준비하며 많은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같은 편인 두 어르신을 이길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스타 프루츠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대회가 끝나면 스타 프루츠부터 찾아야겠다.'

그렇게 스타 프루츠의 사기성을 몸소 체험한 김현우는 대회가 끝나면 반드시 그것을 찾아 능력자가 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또 다른 위기였다.

저 멀리 언데드 대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젠장. 프랑스 놈들."

"아, 얘들 상대하기 힘든데."

"다들 총 들어."

임창용의 일갈에 서든 포스 전원이 총을 들었다.

임창용, 임사라, 김철, 박장소가 원거리 공격을 가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발사."

타타타타! 타앙! 퍼어엉!

각양각색의 마탄들이 허공을 수놓았으나 거기까지였다.

죽지 않는 언데드들은 다시 일어나 이곳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임창용은 그렇게 퇴각 명령을 내려 다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백무열이 앞으로 나섰다.

그와 언데드들의 거리는 50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쯧쯧. 총질이나 하니까 그 모양이지."

그렇게 말한 백무열의 하얀 목검에 황금빛 몽둥이가 어른거리더니, 무차별적으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쉬쉬쉬쉬쉭-!

빠른 속도로 쇄도한 무속성의 날카로운 검기는 다시 한번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듯 언데드들을 가르고 뚫고 나가 전방의 모든 것을 짓이겼다.

하지만 그런 백무열 조차 예상치 못한 것이 있었다.

내달리던 새하얀 검기가 순식간에 와해된 것이다.

"……!"

[몽둥이성, 헤라클레스가 놈들이 더 강해졌다고 말합니다.]

총 4단계의 강제 리치화 중 1단계에 들어선 루이 카셀의 힘.

그가 가진 죽음의 힘은 더욱 강해져 강한 언데드를 만들어냈고, 설사 죽었어도 더욱 강한 언데드로 다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들의 진군은 그야말로 죽음을 추수하는 사신의 진격과 같았다.

백무열은 그런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조용히 뒤돌았다.

"…도망가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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