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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34화 (234/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34화

제234화

쏴아아아아!

스크린 화면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것은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빛은 화살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범위 안에 있던 서든포스 길드는 전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감상하며 죽어야 했다.

-대단합니다! 이카루스 길드의 저력이 정말로 놀랍습니다!

-완벽한 연계입니다! 은정혁 선수가 회심의 필살기를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군요. 정말 아름다운 빛의 세례입니다! 마치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해설자들이 말하길 저 빛의 폭포 같은 화살 세례에는 '실명'이라는 효과를 추가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든포스 길드원들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을 얻어맞으며 죽어야만 했다.

그렇게 모든 적이 사라지자 관객석에서 끝없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2002년도에 열렸던 한일 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아아, 은정혁 선수가 마력 탈진으로 한쪽 무릎을 꿇는군요.

-아무래도 남아 있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훌륭합니다. 그는 오늘 정말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심사위원들도 분명 은정혁 선수의 플레이를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한국의 대표 선수로 발탁되어도 손색이 없다고 저는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섣부른 판단이었을지 모른다.

타아아아앙!

화면 속에서 울리는 총성과 함께 무릎 꿇고 있던 은정혁의 심장이 꿰뚫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었군요!

-그러고 보니 서든포스 길드원은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몰래 매복해 있었던 선수였던 모양입니다!

-이거 정말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의 플레이는 정말 신출귀몰하다고 표현을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마 오늘 있었던 선발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은정혁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아~ 은정혁 선수의 캡슐이 열립니다. 결국, 죽고 말았군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는 것이 허를 찔려서 당했다는 표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관객들이 박수와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짝짝짝짝.

나 또한 열심히 고군분투한 은정혁을 향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일찍 탈락했지만, 열심히 싸운 미도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 이카루스 길드는 전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이게 바로 소속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 또한 이카루스의 일원인 것은 마찬가지니까.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월드 대항전이란 거."

내 바로 오른쪽에 앉아있던 백무열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죽거렸다.

그 모습을 본 며느리가 그를 향해 말했다.

"안 그래도 우리 미도가 많이 아쉬워했어요. 직접 나오셨다면 엄청 큰 도움이 됐을 거라고요. 저도 정말 아쉬워요. 저기서 싸우는 모습을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아, 그리고 저 팬이에요. 호호."

김미경이 부끄럽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하! 사인 해줄까?"

"그래 주시겠어요? 가문의 영광으로 간직할게요."

김미경과 백무열은 서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런 백무열에게 나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가문의 영광은 무슨. 그냥 이름 몇 번 끄적인 게 무슨 영광이라고."

"어머, 아버님 모르세요? 요즘 TV에서 '백무열'이라는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구요."

"그럼 내가 간첩이라고?"

"호호. 아버님도 참. 그런 말은 아니구요."

나는 이상하게 샘솟는 질투를 느끼며 팔짱을 꼈다.

무열이 놈이 나보다 인기가 많은 것이 이상하게 샘이 났다.

며느리에게도 그렇고, 미도 또한 녀석을 찾았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마침 해설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경기 끝났습니다! 이것으로 아크스타 한국 대표 선발전 최종 본선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 * *

선발전이 끝나고 다시 이틀이 흘렀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새벽에 운동을 나갔고, 레벨업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미도가 아크스타 국가 대표로 뽑혔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아홉 번째 주전으로 뽑혔고, 듣자 하니 은정혁은 첫 번째로, 김현우는 아슬아슬하게 여덟 번째로 뽑혔다고 한다.

그리고 박태현은 뽑히지 못해서 술을 진탕 마셨다나 뭐라나.

"축하한다. 미도야."

"우리 딸. 너무 잘했어~!"

"흐음. 부럽네. 축하해. 누나."

그리고 나는 지금 집에서 미도의 국가 대표 선발전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차례대로 최정현, 김미경, 최정도가 미도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고,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긴말하지 않았다.

사나이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크흠. 잘했다. 뿅뿅-♡"

양손에 손가락 하트를 만든 내 모습에 미도가 빵 터지며 웃었다.

"하하하!"

가족들 또한 박장대소를 했다.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눈앞에 있는 케이크에 황급히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이 또 웃겼는지 미도는 계속해서 깔깔거렸다.

"그만 웃고 불거라."

"풉. 할아버지. 진짜…. 크흠흠. 고마워요. 후우우우."

미도가 촛불을 모두 껐다.

가족들이 박수를 치며 그녀의 국가대표 선발을 축하했고, 그렇게 파티는 30분가량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와 있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이젠 영주실이 된 나만의 공간.

영주로 지위가 오르며 좋았던 것은 하루에 딱 한 번은 영주실로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불칸 용암지대에서 메테우스로 순식간에 날아왔고, 아렌이 주었던 지정 귀환석이 있었기에 언제든 용암지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메테우스의 정보창을 열었다.

[메테우스][소도시]

군사: 579 / 경제: 433 / 문화: 317

기술: 269 / 종교: 201 / 정치:88

위생: 132 / 치안: 92% / 발전도: 466

인근 지역 영향력: 56%

-현재 세금: 80,000 달러

-도시 재정: 12,357,850 달러

-종합 평가: 당신은 메테우스의 '소영주'입니다.

-쓰레기촌 주민들이 번성하는 메테우스를 보며 뿌듯해합니다.

-실피드 기사단이 넓어진 메테우스의 치안을 유지하느라 힘들어 하는 중입니다.

-후에라를 모시는 사제들이 기뻐하며 메테우스에 건립된 후에라 신전으로 모여드는 중입니다.

-병영시설에서 군사들이 길러지는 중입니다. 그들을 훈련시킬 교관이 부족합니다.

-공성전 기능의 오픈까지 '16일' 남았습니다.

-윈디아와 동맹이 체결되었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이 쌓였네."

생각보다는 메테우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아마 이 모든 공은 쓰레기촌의 주민들과 헬레나의 뛰어난 지도력 덕분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한 것이라곤 그들을 받아준 것밖에 없다.

"그나저나…."

메테우스는 자연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그나마 내가 메테우스에 보탬이 됐던 것이라곤 '다크울프'라는 수수께끼의 강자로 활동한 것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러 찾아오는 유저들도 더러 있을 정도였으니까.

"뭐부터 해야 하지."

지금 세금은 헬레나가 적절하게 매겨뒀다고 했으니 건드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실 안 걷을 수 있다면 안 걷고 싶지만, 일단 이것은 헬레나랑 상의를 해봐야 할 문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건가."

나는 일단 밖으로 움직였다.

* * *

메테우스의 정경을 감상하다 보니, 해가 저물 즈음이 되어서야 나는 실피드 기사단이 거주 중인 병영시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 저 멀리 익숙한 뒷모습이 하나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녀석을 향해 달려가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겼다.

빡!

"윽. 누구야!"

케레노스의 외침에 눈앞에 있던 실피드 기사단이 모두 칼을 냅다 뽑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나를 발견하고는 피식 웃으며 칼을 검집에 다시 넣었다.

케레노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역정을 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영감님!"

"시끄럽다. 잠깐 얘기 좀 하자."

"아니, 갑자기 무슨 얘기요! 지금 중요한 말을 하려던 참이었단 말입니다!"

"그랬냐?"

마침 옆에 베커가 서 있길래 나는 그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베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아뇨.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시시콜콜한 잔소리였습니다."

"들었지?"

"베커 너…."

"두 분 말씀 나누시지요. 저희는 순찰을 좀 돌고 오겠습니다."

베커가 태연한 표정으로 기사단원들을 이끌고 도망쳤다.

일부 기사들은 고소하다며 킥킥대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케레노스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이 재밌었던 모양이다.

"하아…."

"땅 꺼지겠다. 이놈아. 한숨 좀 쉬지 마라."

"아니, 제가 한숨 쉬게 만든 분이 누군데요."

나는 오른손으로 귀를 후벼 팠다.

"글쎄."

"아익. 영감님이잖아요!"

케레노스가 내 귀에 대고 빼액-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 본다면 노인 공경이라곤 쥐뿔도 없다며 손가락질을 해댔을 광경이었다.

"아니, 애들 기합 주는 중요한 순간에 때리시면 어떡합니까? 모양 빠지게 진짜. 에이."

짜식 귀엽네.

삐진 건가.

"뭐, 그건 그렇고. 너네 요즘 힘드냐?"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씀이십니까?"

"그냥 뭐 일 적으로 힘든 거 없냐고. 치안 유지라던가 교관이 없다던가."

"어떻게 그 두 가지를 콕 집어서 얘기하십니까? 요즘 사람 머릿속을 읽는 연습이라도 하십니까?"

"뭐, 비슷하지."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고 NPC인 이 녀석에게 메테우스 정보창이란 게 있다고 설명할 수도 없지 않은가.

알아듣지도 못할 테고.

"음, 안 그래도 요즘 메테우스가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많아졌습니다."

"말해봐라."

"일단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병영시설에서 군사들을 길러낼 교관들이 부족합니다. 일단은 저희들이 하고 있습니다만 순찰을 돌며 치안도 담당하고 있는 저희 입장에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력을 늘려달라?"

"가능하겠습니까?"

"찾아봐야지. 정 안되면 그 저항군들에게 부탁해보고."

"저항군들이 돕겠습니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인데요."

"그렇긴 한데…."

나는 턱수염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능한 이 문제를 빨리 처리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내가 아무 걱정 없이 미도가 출전하는 월드 대항전을 관람할 수 있을 테니까.

"실은 생각이 하나 있긴 한데…."

"음? 뭐냐. 말해봐라."

케레노스가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메테우스에 자경단이 하나 생겼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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