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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25화 (225/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25화

제225화

온통 마그마가 들끓고, 다양한 화산들이 폭발을 일으키기를 반복하는 이곳 불칸에는 작은 화산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 틈바구니들 속에서 유달리 거대한 위용을 뿜어내는 활화산이 하나 존재했는데, 당장에라도 폭발할 기세를 뿜어내는 이 산의 비밀을 아는 이들은 굉장히 드물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산에 숨겨진 진짜 비밀을.

"송화산(送火山)."

"이름이 참 특이하네."

백무열이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앞의 송화산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마그마 울프를 보지도 않은 채 몽둥이 하나로 짓이기고 있었다.

그런 그를 힐끔거리면서 나는 설명을 이었다.

"불이 돌아간다는 뜻이지만, 사실 불은 영혼을 뜻하는 거야."

"그럼 영혼이 돌아간다?"

"그렇지."

"말이 너무 어려운데."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하는 백무열을 위해 나는 쉽게 설명하기로 했다.

마그마 울프는 순식간에 머리가 터지며 경험치가 되었다.

"네 녀석이 죽어서 영혼이 되면 어딜 가겠냐."

"어딜 가긴 저승이나 가겠지."

"그게 저기다."

"뭐야? 그럼 저승문이 있는 곳이라고?"

나는 무언의 긍정을 하듯 작게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백무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난 아직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하기 싫은데."

"하이파이브라는 말은 또 누구한테 배운 거야?"

"무식하긴. 하이파이브 모르냐? 성찬이가 알려주던데."

"아니, 알긴 아는데…."

무식하지 않다고 변명하려던 나는 갑자기 속에서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듣고 보니까 열 받네.

내가 무식하다고?

이놈의 자식이 그냥.

"에헤이. 그러면 쓰나."

백무열이 약삭빠른 움직임으로 엉덩이를 걷어차려던 내 발을 피해냈다.

내 얼굴은 시뻘건 마그마처럼 부르르 떨려왔다.

그 모습이 마치 폭발 직전의 활화산을 보는 듯하다.

"쯧쯧. 하여튼 다혈질이라니까."

백무열이 나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고, 나는 지지 않겠다는 듯 입을 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그건 내가 아니라 네놈이겠지."

"어쨌든 저길 가겠다고? 저승을?"

분홍색 꽃이 덕지덕지 붙은 하얀 목검을 짊어진 백무열이 턱짓으로 송화산을 가리켰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저곳으로 갔다간 그야말로 개죽음이다.

왜냐하면 진짜 머리 셋 달린 개가 입구를 지키고 있거든.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아니, 그냥 산 주변을 돌면서 사냥이나 하자. 지금은 그게 좋아. 우리 힘으로는 아직 저곳을 들어가지 못해. 죽을 거야."

송화산은 가장 가운데 있었고, 그 주위로 6개의 작은 화산들이 산재해 있었다.

송화산의 주변은 그야말로 6개의 화산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니, 몬스터의 종류는 물론, 숫자 또한 많이 있었다.

한 마디로 열렙 사냥터란 얘기다.

"일단 가자."

"흐음. 저기 들어가 보고 싶은데."

"안된다니까. 따라와."

나는 뒷짐을 진 채 몬스터 하나를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 * *

아크 스타에는 수많은 길드들이 존재한다.

당장에 유명한 상위권 길드만 꼽더라도 백 개가 넘고, 중하위권을 포함한다면 천 개가 넘는다.

많은 이들이 상위권 길드에 들어가길 꿈꾸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 불칸에 극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상위권에 들어선 길드가 하나 있었다.

그 이름 하여 '죽음의 향취' 길드.

극소수 길드임에도 이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이들이 네크로멘서로만 이루어진 길드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끝없이 살아나는 언데드를 이끌고 몬스터들을 휩쓸었고, 뒤에서 각종 죽음의 마법으로 강력한 범위 공격을 퍼부으며 몬스터들을 쓸어 담았다.

그야말로 1인 군단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을 지휘하는 이의 이름은 바로 '네크론.'

죽음의 향취를 이끄는 길드의 수장이자, 네크로멘서 랭킹 1위를 달리는 선구자였다.

"후후. 좋아. 아주 좋아. 이런 사냥터가 있었다니 아주 만족스러워."

네크론이 음험한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스켈레톤의 해골을 쓰다듬었다.

스켈레톤은 딱딱 이를 부딪치며 기분이 좋은 듯 갈비뼈를 하나 뽑아 네크론에게 바쳤다.

네크론은 그런 스켈레톤을 흡족하게 바라보더니, 마법을 이용해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네크로멘서들은 감탄 어린 기색을 보였다.

"역시 네크로멘서 1위군요."

"죽음 마법이 이리도 자유롭다니요."

"후후. 아무도 우리 죽음의 향취를 막지 못할 것입니다."

각종 아부를 해오는 길드원들을 보면서 네크론은 음험하게 웃었다.

그도 이것이 그저 말로 하는 아부인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흐흐. 쉬었으면 일어나자. 죽음을 위하여."

"죽음을 위하여."

"죽음을 위하여."

길드원들이 모두 같은 구호를 외치며 죽음의 군대들을 움직였다.

이것은 죽음의 향취만의 독특한 파이팅 구호 같은 것이었다.

물론, 약간 사춘기 중학생이 외치는 오글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이것 또한 네크로멘서만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우워어어어!"

"죽음의 지배를 받아라."

"우리와 함께 가자."

각종 스켈레톤들이 마그마 골렘을 향해 달려들며 매달렸다.

뜨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죽음의 군단을 막을 방법이 마그마 골렘에게는 없었다.

말을 탄 데스 나이트들이 골렘의 다리를 찔렀고, 스켈레톤 궁수들의 화살이 마그마 골렘의 핵을 마구잡이로 공격했다.

그리고 네크론은 그중 유일하게 리치를 가진 존재였다.

"죽어라!"

창백한 리치의 외침에 검은 벼락들이 마그마 골렘들에게 쏟아졌다.

순식간에 십여 개가 넘는 마그마 골렘들이 쓰러지며 핵을 드러냈고, 네크론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핵을 노려라."

그의 손짓 하나에 다른 네크로멘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핵을 집중 공격했고, 순식간에 정리된 마그마 골렘의 잔해가 주변에 가득 널려 있었다.

"가자. 또 쓸어버리자."

네크론이 가리킨 곳에는 수십의 용암 달팽이와 마그마 울프.

그리고 라바 드레이크의 새끼가 한가득 있었다.

그야말로 흡족스러운 먹잇감에 네크론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순식간에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우스 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꿈은 아니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그곳으로 향하려는 순간.

콰아아아앙-!

웬 폭음이 저 멀리서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고, 네크론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설마, 우리 말고도 누군가 이곳을 발견한 건가?'

그 불편한 소식은 네크론의 마음 한구석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만약 길드 단위의 세력이라면 분명히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냥터를 반으로 나누어야 할 것이었다.

네크론은 그것이 죽도록 싫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을까.

"뭐야. 둘이잖아?"

네크론은 또 한 번 음침한 미소와 함께 그곳으로 돌진을 명했다.

수천의 언데드가 그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나와 백무열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무아지경에 빠져서 한참이나 사냥했다.

짜증나는 것은 백무열의 사냥 속도가 나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화염이 충만한 해오름을 쓰고 있었고, 백무열은 무 속성의 힘으로 찍어 누를 뿐이니 애초에 내가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백무열은 낄낄거리며 나를 놀렸다.

"약골이구만 약골이야. 에이. 약골 놈아."

"……."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괜히 저거에 말려들었다가는 괜히 더 놀림만 받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럴 땐 참는 게 더 도움된다.

"역시 넌 나한테 안 돼."

"……."

"왜 말이 없어. 할 말이 없지? 그래. 이 몸이 얼마나 강했으면 네가 할 말이 없겠냐. 그러게 게으름 좀 그만 피우지 그랬냐. 야, 담배 없냐. 담배 없냐니깐?"

…아, 그냥 확 없애버릴까.

잠깐이지만 백무열을 죽여버리고 혼자만 사냥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이 녀석은 지구 끝까지 쫓아올 녀석이다.

나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백무열에게 내밀었다.

"자."

"불은?"

"용암 있잖아."

"아, 그렇지."

백무열은 근처에 있는 용암 바위에 담배를 대고는 쭉 빨았다.

나는 어차피 용암에 닿아도 상관없기에 그냥 손으로 용암을 퍼서 터프하게 불을 붙였다.

그런데 그 순간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두.

미세한 진동이었지만, 초감각이 발달한 나는 그것을 캐치할 수 있었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주변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저 멀리 웬 까만 놈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뭐야. 저놈들은?"

그런 내 말에 백무열이 물었다.

"왜, 뭐가 있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백무열이 미간을 찌푸리며 내가 바라보는 곳을 보았지만, 그는 볼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말했다.

"준비해라. 적인 거 같다."

"적? 몬스터?"

"아니, 유저 같은데."

나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바로 다크 울프의 모습으로 얼굴을 바꾸었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맞이했다.

백무열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내 옆에 나란히 섰고, 잠시 후. 백무열도 느낄 수 있을 만한 땅의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군대가 있었다.

"뭐, 뭐여. 왜 저리 많아?"

"난들 아냐."

"왜 몰라? 너 나보다 아는 거 많잖아?"

"내가 신도 아닌데, 어찌 다 알리오~"

백무열은 어느새 목검을 빼 들고 있었다.

그도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듯했다.

어느새 다가오던 언데드 떼가 멈췄고, 그들을 가로지르며 나타난 놈들이 있었다.

"뭐야. 넌 다크 울프?"

웬 망할 놈이 다짜고짜 나를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것이 불쾌해서 녀석의 이름을 물었다.

"통성명부터 해라. 왜 우리 앞을 가로막는 거지?"

"후후. 네크로멘서 랭킹 1위인 나를 모르다니. 과연 다크울프답다고 해야 하나. 내 이름은 네크론이다."

건너편의 네크론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음흉하게 웃었다.

네크로멘서가 뭐하는 직업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이끌고 온 것은 각종 언데드들이었다.

나는 언젠가 프로메테우스가 보여주었던 플루토의 죽음의 군단이 떠올랐다.

물론, 그때 보다는 못했지만, 풍겨오는 느낌은 그것을 많이 닮아있었다.

…이거 잘못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는데.

저 많은 군단을 모두 상대하는 것은 지금의 나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속성의 문제도 있고, 백무열이 있다고 해도 무적은 아니다.

아직 우리들은 레벨이 낮은 편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솔라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풍희나 춘자가 올 수도 없지.

"후후. 재밌겠군. 다크울프가 죽는 모습을 생중계하면 아주 흥미로울 것 같아."

네크론이 허공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네크론이 웃으며 지팡이를 뻗었다.

당연히 목표는 우리였다.

"우리의 제물이 되어라. 다크 울프."

수천의 언데드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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