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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24화 (224/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24화

제224화

입에서 한바탕 불을 뿜어내는 백무열을 보며 나는 오랜만에 시원하게 배를 잡으며 껄껄 웃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한참이나 배꼽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새삼 옛날 생각이 나는 것이, 내가 태양의 미트볼을 처음 만났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잘머거스가 만들어 준 6개의 태양의 미트볼.

그 엄청난 매운맛을 아직도 난 잊지 못했다.

잘머거스는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이참에 그거나 만들어볼까.

"…이아 애이 어을 우여 어이어아."

"뭐라는 거야. 제대로 얘기해."

"이아애이…."

"어디서 개가 짖나…."

입에 한가득 북극의 눈을 문 채 죽일 듯이 째려보는 백무열을 무시하며 나는 태양의 미트볼을 만들기 시작했다.

익숙한 손길로 용암 정제수를 묻혀 완자를 만들고, 잘머거스가 그랬던 것처럼 숙련된 손길로 튀겨냈다.

최대한 맵게 그리고 뜨겁게.

마무리는 솔라의 몫이었다.

"해해~♬ 해해해~♪ 맛있는 태양의 미트볼~♪"

솔라는 익숙하게 초고온의 열을 뿜어내며 완자에 뜨거운 태양을 입히기 시작했고, 자기가 먹을 생각에 솔라는 신이 난 듯 보였다.

그렇게 태양의 미트볼이 완성되었다.

[일품! 용암이 깃든 태양의 미트볼]

인생을 살면서 용암을 먹는 일이 얼마나 있을 것 같은가.

이것을 만들어낸 미련한 요리사는 그것을 해보았다.

그의 열정은 용암과 닮아있고,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진정한 매운맛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맛스타: ☆☆☆☆☆

-유통기한: 10일

효능: 이 요리를 먹을 경우 하루 동안 태양의 가호를 받습니다. 단, 화염 내성이 50% 미만이라면 체력과 비례되는 데미지를 입고 죽습니다.

-힘 50% 증가

-방어력 50% 증가

-화염 공격력 50% 증가

-화염 내성 50% 증가

"오, 드디어."

드디어 잘머거스와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 빛깔과 색깔이 과연 뜨거운 태양을 닮아있다.

새삼 내가 이런 것을 먹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허허.

"으언 으어아?"

알 수 없는 개소리는 일단 무시.

나는 곧장 그것을 포크로 집어먹으려다, 옆에 있는 솔라를 발견하곤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솔라에게 태양의 미트볼을 내밀었다.

물론, 하나는 내가 먹어야 하니까 하나는 빼고.

"맛있다~! 주인아! 해햇~♬"

"많이 먹거라."

콧노래를 부르는 솔라를 보니,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할아버지 미소인가.

어쨌든 미소는 미소다.

"어우. 죽는 줄 알았네. 근데 얜 뭐냐?"

"솔라. 태양의 정령이다."

"정령은 뭔데."

"설명해주기 귀찮다. 그냥 애완견 같은 거야."

"아~ 애완견~? 알지. 알아. 우쭈쭈 솔라야 이리 온~?"

솔라가 백무열의 험상궂은 얼굴을 보더니, 양 볼을 부풀리며 입에서 시뻘건 화염을 뿜어냈다.

화아악-!

백무열의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그 숯 검댕이 같은 모습에 나는 다시금 폭소가 터졌다.

"푸하하하!"

"이이익…!"

머리끝까지 화가 난 백무열은 성난 곰처럼 목검을 솔라에게 휘둘러댔지만 소용없었다.

솔라에게 그런 것은 통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주변은 불의 기운이 충만해서 태양의 에너지도 금세 충전되었다.

이른바 '무적'이란 거다.

…잠깐만. 그럼 이걸 써도 되지 않을까?

나는 한참이나 인벤토리를 뒤적거리며 한 아이템을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찾은 순간 곧바로 손에 쥐었다.

"그래. 여기서라면 문제없겠어."

그것은 저번에 경매장에서 샀던 '미노타의 폭염 심장'이었다.

* * *

오르카 왕국 부근에 위치한 에레보스 성.

이곳은 세계 랭킹 1위이자, 검사 랭킹 1위.

그리고 미국 국가대표이면서 제우스 길드의 에이스인 마이클이 영주로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은 늘 사람이 북적거렸다.

그중 반은 팬이었고, 일부는 제우스 길드를 견제하기 위한 스파이 세력이었으며, 또 그 나머지는 사냥을 하기 위해 잠깐 들른 유저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오늘은 단 한 명의 유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기존에 있던 NPC를 제외하면 그곳에 있는 것은 제우스 길드의 일원들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이곳에 월드 대항전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연무장에 모여 있었다.

"왔다."

그리고 그런 에레보스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길드장 데미안은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모래의 향연을 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마치 거대한 모래의 신을 마주한 듯한 감각에 제우스 길드원들은 모두 경악 어린 시선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남자를 보았다.

터벅터벅.

좌중을 압도하는 그 발소리는 자신이 최강이라고 말하는 듯 오만했지만, 그렇기에 아무도 그것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 주인공이 이곳 아크스타에서 최강자의 자리에 군림해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서 와."

"늦어서 미안하다."

마이클이 눈앞에 있는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는 제우스의 일원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곳의 에이스라 불리는 만큼 위엄 있는 눈으로 그들을 오시했다.

아까 백무열과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다들 고생이 많군."

"아닙니다!"

우렁찬 그들의 외침이 이곳 에레보스를 쩌렁쩌렁 울렸다.

"월드 대항전은 전 세계인들의 축제다. 우리 제우스 길드는 각자 사는 곳도, 국적도, 생긴 외양도 다르지만, 늘 최강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마이클은 가볍게 그들 전원을 둘러보고는 나직하게 내뱉었다.

"멀리서 보러온 이들을 실망시키지 마라. 우린 제우스다."

그 말에 감격에 겨운 듯한 함성이 각각의 길드원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마치 전쟁에 나가기 전 만난 승리의 여신을 본 것처럼 그렇게.

함성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데미안은 그런 마이클의 등을 한 번 치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가자.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보여주고 싶은 사람?"

"넌 길드 채팅을 안 하느라 잘 모르겠지만, 최근 간부로 새롭게 뽑은 사람이 있거든."

"간부라고?"

데미안의 말에 마이클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제우스 길드의 간부라는 자리는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도 실력.

두 번째도 실력.

세 번째도 실력이었다.

약간은 경쟁을 부추기는 작은 사회 같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제우스 길드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는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누구지? 테스트를 봤다면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겠고."

"하하. 가자. 지금 기다리고 있어. 난 그를 이번 월드 대항전에서 미국 국가대표로 뽑을 생각이야."

눈앞의 데미안은 미국의 국가대표였다.

그것은 마이클도 마찬가지였고, 데미안의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더 뛰어난 것은 바로 두뇌였다.

그는 전략가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고 사람을 보는 안목 또한 탁월했다.

그렇기에 라인하르트나 카푸치노, 레이나 같은 인재들을 들일 수 있었겠지.

현재 미국의 국가대표 선발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이들을 최종 선발하는 것은 전적으로 데미안의 몫이었다.

"그 정도라고? 잠깐만 미국인이란 소리야?"

"그래.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귀화도 했지. 옛날에."

한국인이라는 말에 잠깐 백무열의 얼굴이 떠오른 마이클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도 한국인이었지.'

의외로 인재가 많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며 마이클은 다시 데미안을 보았다.

"어서 보고 싶군."

데미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이끌고 신입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거대한 영주의 집무실.

아니, 사실 집무실이라기보다는 왕이 업무를 보는 거대한 홀과 같았다.

그리고 가장 상석에 있는 두 계단 위의 의자.

데미안은 저 작은 의자를 반드시 왕좌로 바꾸고 싶었다.

그는 마이클을 이 세계의 왕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은 철저한 이인자의 삶을 살기로 맹세했다.

마이클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겠지만.

끼이익.

그렇게 두 사람이 집무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젊은 동양인이었다.

원래 서양인은 동양인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나이가 많이 어린 것처럼 보였다.

그의 허리춤에 있는 두 자루의 권총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인사해. 나이가 어려. 막내야?"

데미안의 시선에 신입의 청년이 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엄청 팬이에요.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전 제임스 리 예요. 그냥 편하게 제임스라고 불러주세요."

* * *

미노타의 폭염 심장.

사실 내가 이것을 솔라에게 먹이지 못했던 이유는 한 시스템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것은 정말로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또한 솔라의 진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진화는 굉장히 위험천만했다.

나는 다시 한번 그 메시지를 마주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미노타의 폭염 심장을 '솔라'에게 먹이시겠습니까?]

[이것을 먹일 경우, 솔라는 새로운 능력을 각성합니다.]

[또한 진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주변의 지형은 엄청난 고열로 인해 막대한 기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마을을 벗어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막대한 기후 변화'였다.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무려 시스템이 막대한이라는 수식을 썼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마을을 벗어나는 것을 추천하지 않던가.

자고로 이런 얘기를 들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알게 된 지혜였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까지도 이것을 언제 써야 할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처음엔 북극을 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북극에서 수련했다는 견소룡의 얘기를 들으며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이야기였다.

잘못해서 기후가 바뀌면 그 망할 툰드라 드래곤이 날 죽일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이곳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나는 손에 쥔 미노타의 폭염 심장을 솔라의 입에 넣어주었다.

솔라는 아까 전부터 이것을 보고는 달라며 아우성치더니, 입을 벌린 채 줄 때까지 닫지 않겠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냠~♬"

기분 좋은 듯 우물거리는 솔라의 표정.

그리고는 잠시 뒤, 메시지가 눈앞에 떴다.

[태양의 정령 '솔라'가 미노타의 폭염심장을 먹었습니다.]

[솔라의 진화가 시작됩니다.]

"읍?!"

잘 먹고 있던 솔라가 화들짝 놀라더니, 어마어마한 고열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열기가 얼마나 거센지 화염 내성이 있는 나조차도 숨을 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백무열도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 싸우며 화염 내성을 올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죽고 말았을 것이다.

"어윽. 이건 또 무슨 조화야."

백무열은 이미 헤라클레스의 성좌스킬 중 하나인 '사자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네메아의 사자 가죽으로 된, 강력한 물리 방어력과 모든 속성 방어력을 자랑하는 헤라클레스의 전설급 스킬.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다면, 이것은 그의 스킬 중 유일하게 액티브인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물론, 나머지 하나는 '몽둥이의 가호'겠지.

나머지는 자동으로 발동되는 패시브였다.

당연히 필살기까지 말이다.

[솔라의 진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진화가 끝나기 전에 공격을 받으면 진화가 실패합니다.]

[주변의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솔라의 몸집이 거대해지더니, 엄청난 크기의 태양이 하나 생겨났다.

그 크기가 마치 아파트 5층 높이에 이르렀다.

동시에 솔라의 몸에서 폭염이 요동치며 용암이 울컥거리기 시작했고, 잠깐 지진이 일었다.

쿠구구구.

다행히 거기까지였다.

아무래도 막대한 기후변화는 오지 않은 듯 보여서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뭐야. 니 애완견 왜 저래?"

"진화하는 중이야."

"진화? 내가 아는 그 진화?"

"그래."

"신기한 강아지로군."

백무열은 이미 솔라를 강아지로 보고 있는 듯했다.

물론, 진화 후에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짜 강아지가 될지도 모르지.

"이제 내려가서 사냥이나 하자."

"좋지. 근데 쟤는 어쩌고?"

"웬만한 사람들은 가까이 오지도 못할 텐데 뭐."

"하긴. 그래 보인다."

백무열이 마그마에 둘러싸인 솔라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활화산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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