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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10화 (21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10화

제210화

견소룡은 오랜만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한 싸움이야.'

갑자기 포크 숟가락을 던질 땐 조금 당황했지만, 약간의 손짓으로 무리 없이 처리했다.

아마 그저 가벼운 눈속임이 되겠거니.

대체 형님이 이어서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 견소룡은 기다려졌다.

하지만 그 형님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리고 이어진 대폭발에 견소룡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반사적으로 뇌룡 강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역시 형님은 대단해…!'

온몸을 타고 흐르는 짜릿함에 그는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바로 맹공을 펼쳤고, 최대한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애초에 뇌룡 강림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직 견소룡의 수련이 부족한 탓이다.

북극에서 보았던 흑야랑들이 나타나자 견소룡은 미소 지었다.

'그때 그 늑대들이로군. 좋은 싸움이 되겠어.'

견소룡은 한 마리의 뇌룡이 되어 4마리의 흑야랑들과 혈전을 치렀다.

흑야랑들은 차가운 이빨과 발톱을 휘둘렀지만, 애초에 번개로 이루어진 뇌룡에게 냉독이 통할 리는 만무했다.

그는 가볍게 흑야랑들을 제압했고, 그렇게 남은 한 마리를 처리하려는 순간.

"……!"

빠르게 달려든 마지막 늑대 하나가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날아드는 섬뜩한 흑색의 화살.

'이건 피해야…!'

저번에 보았던 화살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무서웠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틀어 피해냈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날 노린 게 아니었나?'

흑색의 화살은 한 마리의 늑대가 되어 뇌룡의 목을 물어뜯었고, 두 거대한 힘이 공존하지 못한 채 불안정하게 흔들리자 견소룡은 직감했다.

폭발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정확했다.

콰아아아앙-!

"크읏…!"

그는 땅바닥을 뒹굴며 흙을 뒤집어썼다.

과연 대단한 위력이었다.

견소룡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고, 몸을 감쌌던 뇌룡 강림은 이미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견소룡은 감사했다.

그는 아직 싸우고 싶었다.

이미 왼팔은 쓸 수가 없는 상태지만, 아직 그에겐 여력이 남아있었다.

그는 형님을 향해 걸어갔다.

츠츠츳!

처음보다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아직 푸른 번개를 주먹에 휘감을 정도는 되었다.

형님 또한 아직 여력이 남았는지 다리를 쭉 피며 몸을 풀고 있었다.

견소룡 또한 손목을 돌렸다.

이제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이 한 번의 승부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

형님의 다리에 있던 감돌았던 뜨거운 태양이 스르륵 사라졌다.

순간 견소룡은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았다.

'설마 기권을 하시려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형님이 움직였다.

견소룡은 갑자기 공격을 하는 줄 알고 어깨를 흠칫거렸다.

하지만 공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춤이었다.

"태양의 춤…?"

아니, 아니다.

형님이 뜨거운 불의 힘을 얻기 위해 태양의 춤을 춘다는 건 견소룡도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기에 누구보다 그것에 대해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진 춤사위는 태양의 춤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춤이었다.

* * *

오른 다리가 주변의 공기를 휘감는다.

왼 다리는 그것을 감싸 안는 듯하며 다시 퍼트렸고, 왼손과 오른손은 마치 어린 아기를 만지듯 그것을 다시 따사롭게 보듬었다.

사아아아-.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바람의 움직임이 훤히 보인다.

이것은 모두 후에라가 내게 준 '바람의 눈' 때문이다.

[바람의 눈][패시브]

등급: 신화

소생과 바람의 여신 후에라가 축복으로 내린 권능. 바람을 눈으로 볼 수 있으며, 바람을 이용한 모든 공격에 높은 숙련도를 가진다.

-바람 속성 공격력이 30% 증가

-바람 속성 마력이 2배로 증가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내가 가진 바람에 대한 감각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동시에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비천기상무(飛天氣狀舞)."

과연 이것이 해 오름을 뛰어넘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슈슈슈슛-!

심장에 자리한 바람의 마력이 빠르게 휘돌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람의 비각술의 동작을 떠올리며 빠르게 보법을 밟았다.

두 다리에 조금씩 바람이 모여들더니, 그것은 마치 작은 태풍처럼 매몰찬 바람으로 머물렀다.

"칼바람."

후우웅.

마치 벌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

잠시 뒤, 내가 나타난 곳은 견소룡의 뒤편이었다.

"……?"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뒤를 돌아보는 견소룡의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 움직임이었다.

피피피피피피핏!

"끄아아악!"

순간 그의 온몸에 어마어마한 수의 칼자국이 새겨졌다.

견소룡은 온몸에 피 칠갑을 하며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나는 방금 전 엄청난 속도의 발차기로 그의 온몸을 난도질했다.

…성공했군.

띠링-!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바람의 비각술 - '칼바람(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람의 비각술 – 칼바람(風)][액티브]

등급: 전설

소모 마력: 100 / 쿨타임: 없음

요리왕 알렉서스가 말년에 만들어낸 바람을 이용한 비각술. 춤을 따라하면 자연스레 두 다리에 날카로운 바람의 힘이 충만하게 된다.

-바람의 에너지 2160/2160

칼바람이 유지되는 동안 발차기의 물리 공격력이 60%로 고정됩니다.

모든 발차기에 마법 공격력 10%에 해당하는 바람 데미지가 추가되며, 발차기에 맞은 적은 5%의 추가 타격을 입습니다. 또한 공격 궤도에 바람의 흔적이 남아 초당 1%의 바람 데미지를 꾸준히 입힙니다.

칼바람을 사용한 유저의 민첩 능력치가 2.5배로 뛰어오릅니다.

*여신의 축복으로 해당 스킬의 쿨타임이 삭제되었습니다.

*바람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한 계속해서 쓸 수 있습니다.

"훌륭하군."

처음엔 이것을 쓸 수 없을 줄 알았다.

후에라가 풍희에게 100년 묵은 아이올리아를 먹였을 땐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던가.

그땐 정말 땅을 치며 후회했었다.

하지만 지금 스킬 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녀의 축복이 아니었더라면 칼바람은 아마 미완성 상태로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준 바람의 눈으로 인해 칼바람은 더욱 완연해진 비각술이 되었다.

특히 쿨타임이 없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나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견소룡을 향해 뒤돌았다.

"이런. 저러다 죽겠는데."

견소룡은 여전히 바람의 칼날에 휩싸인 채 움직이지 못한 채로 생명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공격 궤도에 바람의 흔적이 남아 꾸준히 지속 데미지를 주는 칼바람의 특성 때문이었다.

아까 전 녀석의 주변을 원을 그리며 다양한 각도로 공격을 했으니, 저렇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바람처럼 움직여 한 번의 손짓으로 그의 주변에 있던 바람을 지워버렸다.

새삼 내게 이 정도의 바람 숙련도 생겼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이젠 케레노스 놈도 무섭지 않다.

"커흑."

힘없이 '大'자로 뻗은 견소룡이 피를 울컥 토해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찾았다.

하지만 내게 있는 포션은 없다.

요리사로 전직을 하며 포션 따위는 안 쓴지 이미 오래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이거라도 먹이는 수밖에.

나는 강제로 견소룡의 입을 벌리며 저번에 만들었던 만드라고라 깍두기를 입에 몇 조각 밀어 넣었다.

"씹어라."

오도독.

견소룡이 깍두기를 씹어먹었다.

마침 다 먹어가던 차였는데 잘됐다 싶었다.

사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서 배탈이 날 것이라는 건 비밀이지만.

-끄, 끝났습니다! 콜로세움의 우승자는 바로 '잭슨'입니다! 그가 견소룡을 꺾고 새로운 스타 프루츠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와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함성이 콜로세움에 가득 울려 퍼졌다.

* * *

"…정말 대단하군."

콜로세움의 4층 구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레슬리.

지금 그는 저항군들과 함께 이곳에 몰래 잠입해 은신을 유지한 채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조셉 또한 마찬가지.

"경기 중간에 들어와서 정말 아쉽네요."

조셉의 말에 레슬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치열한 경기였다.

그야말로 명경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

그는 방금 잭슨이란 자가 마지막으로 펼쳤던 움직임을 눈으로 좇지 못했다.

레슬리는 나름 저격수 출신인 만큼 시력에는 자신을 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그의 눈으로 좇지 못하는 존재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한데, 방금 전 그 하나가 생겼다.

'한쪽 눈을 포기하고 얻은 시력이거늘….'

그는 복수를 위해 한쪽 눈을 버렸다.

대신 남은 한쪽 눈에 마도 공학의 정수로 시력을 몰아 극대화 시켰다.

강화된 시력은 물론이고, 짧은 시간이지만 투시도 가능하도록.

웬만한 은신술로는 그의 앞에서 기척을 숨길 수 없었다.

그가 이끄는 저항군은 그렇기에 늘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적이 오면 언제 어디서든 미리 파악해 도주할 수 있으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이야. 정말 내가 아는 그자가 맞나?"

"그렇습니다. 레슬리 공."

끄덕이는 조셉을 보며, 레슬리는 고개를 저었다.

"저 나이에 정말 대단한 노익장이로군."

"그게 저분의 매력이죠."

레슬리는 잭슨이란 자를 믿지 못했다.

그의 실력 또한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았고, 또한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을에 저항군의 아지트를 마련해 준 것은 감사하고 있지만, 그뿐이다.

레슬리는 그에게 위기상황 시 마을의 수비를 책임져줄 것을 부탁받았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메테우스가 사라지면 칼슈타인의 투사들 또한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니까.

그저 서로 괜찮은 조건을 주고받았다고만 생각하며 진심 어린 존경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레슬리는 이제 잭슨이라는 노인이 강력한 아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인품과 강함 또한 얼마나 대단한가.

"이제 우승 상품을 전달하는가 봅니다."

조셉의 시선이 경기장 끄트머리로 향했다.

저 멀리 카이단이 병사들을 대동해 스타 프루츠를 정성스럽게 갖고 오고 있었다.

어르신은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느라 여념이 없었고, 검은 늑대의 가면이 썩 잘 어울리는 모습에 조셉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하여튼 여러 가지로 대단한 분이라니까.'

저 나이에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전 세계에 몇 명이나 될까?

지금의 어르신이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꾸준한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조셉은 짐작했다.

-아아, 카이단이다. 지금부터 스타 프루츠 증정식을 시작한다. 그 전에 간단한 축복 의식을 행하도록 하겠다.

또 한 번 울려 퍼지는 관객들의 함성.

수많은 플래시 세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카이단은 마이크를 움켜쥔 채 스타 프루츠를 들고 있는 자에게 손짓했다.

들고 오는 것은 흑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

거대한 수정구슬이 띄운 화면을 보며 조셉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젠 한 시름 덜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됐어. 이제 스타 프루츠가 우리 쪽으로 완전히….'

잠깐만, 저게 뭐지?

"레슬리 공."

"왜 그러시오."

"쌍안경 좀 빌리겠습니다."

조셉이 레슬리의 허리춤에 있는 쌍안경을 멋대로 낚아챘다.

"이게 무슨 짓이오!"

레슬리가 화난 듯 소리쳤지만, 그럼에도 조셉은 꿈쩍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흑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행하는 의식에 주목하고 있었다.

'저건 주종 계약이잖아?'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주종 계약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정보 단체의 수장인 만큼 흑마법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편이었는데, 수많은 의뢰를 하는 자들 중엔 흑마법사들도 종종 있었다.

가령 의식에 필요한 재료나 장소 같은 것들.

그렇다면 지금 주종 계약을 어르신에게 쓰는 이유 또한….

"레슬리 공."

"어서 내놓으시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쏘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의식을 행하는 저 마법사 말입니다. 죽여야 합니다! 아니면 스타 프루츠는 물론, 저분도 빼앗기고 말 거예요!"

"……!"

레슬리가 들고 있는 저격 총을 장전해 목표를 겨냥했다.

그의 하나 남은 눈이 마법사의 심장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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