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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08화 (20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08화

제208화

충격에 빠진 관객들의 표정을 보며, 카이단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과연 반응이 대단하군.'

사실 그는 오늘 가짜 스타 프루츠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진짜는 암시장에 내다 팔아서 이득을 취할 생각이었지만, 아침에 들려온 한 소식을 전해 듣고는 계획을 전면 수정하였다.

'설마 에이단이 그리 비명에 갈 줄이야.'

사촌인 에이단의 죽음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허망했다.

그리고 너무나 치욕적이었다.

그의 시신은 저자에 매달린 채 방치되었고, 그 옆에는 저항군의 깃발이 펼쳐져 있었다.

그 처참한 모습에 몇몇 귀족들은 눈살을 찌푸렸으며, 몇몇은 눈에 이채를 띠었고, 또 몇몇 하층민은 만세삼창을 불렀다.

그리고 카이단은 눈에 이채를 띠고 있었다.

'이건 내게 기회나 마찬가지야.'

카이단은 늘 에이단의 눈치를 보고 살았다.

에이단은 차기 상왕이 유력할 정도로 재산이 많았고, 기실 포트렌에서 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설령 그것이 피로 얽혀진 혈연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카이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지. 아니, 이젠 내가 상왕이 되겠어.'

그동안 그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재산을 불리지 못했다.

가짜 스타 프루츠를 준비해 암시장에 진짜를 팔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늘 카이단은 그의 눈을 피해 소극적으로 재산을 불려왔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 에이단의 유산 일부가 전해질 것이다.

에이단은 생전 가족을 두질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늘이 날 돕는 것인가.'

그는 이제 적극적으로 재산을 불려 나갈 생각이었다.

그 첫 시작으로 카이단은 진짜 스타 프루츠를 콜로세움에 내놓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은 미래를 내다 본 투자나 마찬가지였다.

"나 카이단은 이제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스타 프루츠를 찾아 콜로세움의 우승 상품으로 내걸 것이다!"

파파파팟!

눈부시게 터져 나오는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들.

그 찬란한 빛 속에서 카이단이 다시 한번 강력하게 말했다.

"포트렌의 콜로세움은 많은 이들의 도전을 기다릴 것이다!"

이제 콜로세움은 스타 프루츠를 탐내는 수많은 불사의 인간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카이단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관객들과 참가자들을 떠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곳을 발판삼아 엄청난 부를 축적할 계획이었다.

물론, 그냥 줄 생각은 없다.

'후후. 어둠의 주종 계약을 한 뒤에 말이지.'

그냥 우승자에게 스타 프루츠만 건네준다면 당연히 카이단의 입장에선 손해다.

하지만 그의 재력으로 주종 계약을 할 만한 흑마법사 하나쯤 매수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는 스타 프루츠를 주는 대가로 우승자를 주종 계약으로 부릴 생각이었다.

그의 입가가 호선으로 그려졌다.

"그럼 결승전을 시작하도록 하지."

* * *

카이단의 저택.

제법 경비가 삼엄한 그곳 옥상에 칼슈타인 저항군들이 모여 있다.

인원은 많지 않은 4명.

그것은 레슬리를 포함한 숫자였고, 더 많은 인원이 올 수 있었지만, 이런 잠입과 절도에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이곳 어딘가에 있을 스타 프루츠를 훔쳐내는 것이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총사령관님."

레슬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칼슈타인의 수장임과 동시에 총사령관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무늬만 수장이지 사실 진정한 수장은 자신들을 지원하며 아껴주는 아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슬리를 포함한 저항군의 목적은 모두 같았다.

아렌을 상왕으로 만드는 것.

모두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지독한 훈련을 하며 목숨을 걸고 투쟁해왔다.

포트렌은 사방이 적이었고, 그곳에서 저항군을 길러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에이단이 죽었으니 이제 아렌 공을 상왕으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야.'

물론 그렇다고 쉽다는 건 아니다.

아렌은 금수저가 분명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가진 재력이 형편없었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 때문이었다.

그중에는 저항군의 일원도 있었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아렌이 상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스타 프루츠가 필요해. 강력한 능력자가 있다면 도움이 될 거야.'

조셉은 아까 만났던 촌장에게 스타 프루츠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저번에 봤던 싸움 실력도 그렇고 마을에서의 평판도 그렇고 보통 비범한 인물은 아닌 듯했다.

특히 통찰력과 안목이 좋기로 유명한 헬레나가 극찬하는 것은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저 왔습니다."

마침 정찰을 나간 조셉이 은신을 풀고 나타났다.

레슬리가 물었다.

"건물 구조는 모두 파악했소?"

"네. 모두 제 머릿속에 넣어두었습니다. 사진으로도 찍어왔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을 겁니다."

그 말과 동시에 여러 장의 사진을 건네는 조셉.

저항군들은 한 명씩 사진을 돌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조셉도 만족스러웠다.

그의 카메라에 있는 특수 기능 '사일런트'가 아주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이다.

"아직 그에겐 연락이 없소?"

"누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메테우스의 촌장 말이오."

"아직은 안 왔습니다. 그래도 아마 곧 연락이 올 겁니다. 잠입한 스파이의 말에 의하면 스타 프루츠의 공개는 경기 시작 전에 한다고 했으니까요."

"그렇군."

그리고 때마침 귓속말이 도착했다.

- 잭슨: 조셉.

- 조셉: 예, 어르신. 스타 프루츠를 보셨습니까? 역시 가짜죠?

내심 조셉 또한 가짜를 내놓을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가 어르신에게 이런 부탁을 했던 건, 그가 아르고스라는 정보 단체의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정보의 수집 과정에서는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배제를 해선 안 된다.

혹여라도 고객에게, 또는 동료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해주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이건 신뢰의 문제였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 잭슨: 너네 여기로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 조셉: 네? 그게 무슨….

- 잭슨: 진짜 스타 프루츠가 여기있다.

* * *

조셉에게 귓속말을 보내자마자 카이단의 연설이 끝났다.

-자, 그럼 이제 결승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함성.

스타 프루츠가 걸린 경기라고 하니, 더욱 소리가 커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닌 것 같다.

확실히 더 커진 게 맞네.

귀청 떨어지겠군.

우웅-!

익숙한 소리와 함께 주변에는 투명한 결계가 사방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4명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번에 내가 결계를 부순 것 때문인지 8명이나 되는 마법사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진작 저렇게 좀 하지.

"드디어 이런 날이 왔군요."

앞에 선 견소룡은 기뻐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긴 이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한참이나 수련에 매진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래. 기쁘구나."

"저도 그렇습니다."

"악수나 한 번 할까?"

"좋죠."

나와 견소룡은 서로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악수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거리를 벌리자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후의 결승전을 시작합니다!

울려 퍼지는 징 소리와 함께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견소룡은 아직 푸른 번개의 힘을 발산하고 있지 않았다.

일단 가볍게 붙어보고 싶은 모양인데, 나 또한 바라던 바다.

"갑니다!"

견소룡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오른 주먹이 빠른 속도로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나는 초감각을 시력에 집중했고, 그의 공격을 가볍게 쳐냈다.

곧장 파고들어 똑같이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저번에 그에게서 배운 영춘권의 초식이었다.

물론, 견소룡도 그걸 알았는지 피식 웃으며 손날로 막아내고는 공격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우리 둘은 옷자락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주먹을 주고받았다.

왼쪽, 오른쪽, 위, 또는 아래.

하지만 아직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조금 버티던 나는 그가 내지른 주먹에 명치를 얻어맞고는 뒤로 다섯 발자국 물러났다.

우리는 조금 떨어진 채 원을 그리며 돌았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한 번 배웠을 뿐인데 이 정도라니요."

"빈말은 하지 마라. 어차피 네놈한테 져서 이렇게 물러났잖냐."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겁니다. 관객들도 그런 것 같은데요?"

-견소룡 파이팅!

-다크울프 지면 안 돼요!

-역시 영춘권은 최강이다!

-다크울프도 영춘권을 쓰잖아! 혹시 중국인아냐?!

-대박! 다크울프가 권왕을 상대로 주먹으로 싸웠어!

"…나보다는 네놈 칭찬이 더 많은데?"

"하핫. 아직 형님의 진가를 모르는 이들이니 그렇겠지요."

"역시 난 주먹은 별로인 것 같다."

그 말과 동시에 포크 숟가락과 그림자 단검을 꺼내 들었다.

견소룡 또한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보랏빛 영성이 아른거리며 스파크가 튀었다.

츠츠츳!

점점 격하게 발산되기 시작하는 푸른 번개.

견소룡이 나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왔다.

나 또한 태양의 춤사위를 그리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우리 둘은 서로를 향해 뛰어올라 허공에서 맞닿았다.

콰아아앙-!

견소룡의 번개 주먹과 태양의 발차기가 만나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그대로 몸을 비틀어 한 번 더 뒤차기를 날렸고, 이어서 허리를 숙이며 바닥을 쓸었지만 그는 가볍게 보법으로 피했다.

다시 한번 그의 주먹이 등으로 찔러왔고, 나는 그림자 단검으로 맞섰다.

하지만 그는 이것 또한 예상했다는 듯, 관절기로 내 팔을 제압하며 왼손을 배 쪽으로 내질렀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스톤 스킨."

콰드득-!

"……!"

갑자기 상체가 단단한 돌이 되어버리자 당황한 견소룡.

사실 스톤 스킨을 익힌 것은 그 망할 삐에로 놈의 독을 대비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견소룡과의 일전을 위해 준비한 것도 있었다.

참고로 돌에는 번개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특성인 번개로 인한 마비 또한 통하지 않았고, 그 빈틈을 노리며 앞차기를 날렸다.

견소룡이 살짝 물러나자, 곧바로 1080도 회전 돌려차기를 준비했다.

파라라락-!

옷자락을 펄럭이며 오른 다리를 찰 것처럼 속이다가, 다시 왼다리로 뒤차기를 날렸다.

콰앙!

"크윽…."

이번에는 견소룡이 다섯 걸음 물러났다.

그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한 번씩 주고받았군요."

"두 번 더 받을 거다."

"그럴 수는 없지요."

견소룡의 푸른 번개가 다리를 감쌌다.

이어서 그가 번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트라의 움직임을 닮은 뇌보법.

그가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눈속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좌우로 눈을 굴리며 그가 어디서 공격을 해올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견소룡이 사라진 건 그 순간이었다.

어디로 간 거지?

"여깁니다."

"……!"

견소룡은 순식간에 내 뒤에 나타났다.

…이런.

나는 재빨리 스톤 스킨을 온몸에 펼쳤고, 견소룡은 주변을 맴돌며 양 주먹을 빠르게 연타했다.

츠차차차찻!

그 엄청난 공격속도에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생명력.

돌로 변해 방어력이 제법 강해졌는데도 이 정도라니 역시나 놀라운 공격력이다.

초감각을 집중하며 그의 빈틈을 보던 나는 그의 움직임이 멈추는 틈을 타 거미줄을 두 번 발사했다.

퓨퓻.

목표는 녀석의 다리였다.

"……!"

갑자기 멈춰버린 두 다리에 당황한 견소룡.

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썬 로드."

퍼어어엉!

다리에서 느껴지는 폭발력과 동시에 폭주 기관차처럼 주변을 맴돌며 불기둥으로 그를 둘러쌌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견소룡이라면 이 정도쯤은 금세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읍."

꽤 뜨거웠는지 일그러진 표정의 견소룡이 불기둥을 뚫고 튀어나왔다.

나는 썬 로드의 폭발력을 이용해 그를 향해 가속했다.

견소룡 또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뇌룡 연타!"

양 주먹에서 뻗어진 뇌룡 권격이 무차별적으로 원거리에서 퍼부어졌다.

나는 좌우로 움직이며 달려드는 푸른 뇌룡들을 피했다.

가까이 접근하자마자 포크 숟가락을 던졌고, 견소룡은 가볍게 튕겨냈다.

하지만 내가 노리는 건 그게 아니었다.

"그림자놀이."

순식간에 견소룡의 뒤에 나타난 내 손엔 하나의 태양이 쥐어져 있었다.

잠깐 사이에 그림자 속에서 소환한 태양의 정령.

손에 쥔 솔라를 곧장 견소룡의 등을 향해 내뻗었다.

"썬 익스플로젼."

"당했…."

위이이잉-.

솔라가 하얀빛에 휩싸였다.

일시적으로 빛이 사라지는 듯하더니, 다시 한번 세상이 더 큰 빛으로 물들었다.

결계를 뒤흔드는 대폭발이 경기장을 휘감기 직전이었다.

쿠아아아아아앙-!

콜로세움 전체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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