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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207화 (207/375)

나 빼고 다 젊은이 207화

제207화

레슬리와 간단한 인사를 마친 나는 곧장 콜로세움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중 조셉에게서 귓속말이 왔고, 그는 내게 번거로운 부탁을 했다.

그것은 바로 스타 프루츠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것.

- 조셉: 부탁드립니다. 그건 쉬우시잖아요. 혹시나 하는 게 있잖습니까.

- 잭슨: 내가 귀찮게 왜 그런 걸 해야 하냐. 네놈들이 알아서 좀 하지. 어차피 훔치는 건 너네가 한다면서.

- 조셉: 그거야 그렇죠. 그래도 어르신이 도와주시면 훨씬 쉽지 않습니까. 자꾸 그러시면 기자들에게 정체를 밝혀버릴 겁니다?

- 잭슨: 이 썩을 놈이 어디서 협박 질이냐?

- 조셉: 거 참 순순히 도와주시면 좋지 않습니까.

"끙. 대결에만 신경 쓰고 싶었거늘."

애초에 계획의 실천은 내가 아닌 저항군들이 할 것이었다.

조셉은 바깥에 있는 카이단의 저택에서 대기하다가 스타 프루츠의 진위가 판별되면 곧장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황상 카이단이 진짜로 스타 프루츠를 내놓을리는 만무했지만, 지금 조셉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게 부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에이. 망할 놈 같으니라고. 귀찮아 죽겠네."

나는 다시 창을 열어 조셉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잭슨: 널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다.

- 견소룡: 예? 그게 무슨…. 혹시 선전포고이십니까? 그렇다면 성공하셨습니다. 이따가 경기에서 뵙지요. 기대하겠습니다.

"뭐야. 왜 얘가 답장을…."

순간 당황스러워서 귓속말의 대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을 잘못 눌러서 조셉에게 보내야 할 귓속말을 견소룡에게 보내고 만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다시 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실수였으니 사과를 하기 위해서였다.

[대상이 귓속말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

이런 시부럴.

이거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산 것 같은데.

- 조셉: 어르신? 도와주실 거죠? 저 믿습니다? 그래도 되죠??

"…아, 이놈을 어떻게 때려주지."

골치가 아파진 상황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여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놈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고….

"후우. 일단 부탁을 들어주는 게 맞겠지."

아직은 내가 정체를 드러낼 순 없었다.

적어도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최소한 구름의 정령을 얻었을 때, 그때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 잭슨: 대신 조건이 있다.

- 조셉: 조건요? 그게 뭡니까?

- 잭슨: 콜로세움 앞에서 잠깐 만나자. 할 얘기가 있다.

- 조셉: 귓속말로는 안 되는 겁니까?

- 잭슨: 그래. 만나서 해야 하는 중요한 얘기다.

- 조셉: 음…. 알겠습니다. 있다가 입구 근처에서 뵙겠습니다.

- 잭슨: 그래.

창을 닫은 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사실 할 얘기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난 그저 조셉의 엉덩이를 한 대 후려 차고 싶었을 뿐이다.

"빨리 걸어야겠군."

어떻게 때릴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 나는 경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

세계 최고의 가상현실 게임이라 찬사를 받는 아크 스타의 커뮤니티.

그곳은 오늘 접속자 폭주로 인해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포트렌에서 열리는 콜로세움 결승전 때문이었다.

현재 커뮤니티의 채팅방은 생방송을 기다리는 이들의 채팅으로 가득했다.

-누가 이길까.

-엄청 떨리는데.

-나는 다크울프에 한 표.

-놉. 나는 권왕에 한 표 준다.

-나도 권왕.

-그래도 스타 프루츠를 먹은 견소룡이 이기지 않을까?

-바보들아 다크 울프도 스타 프루츠 능력자인거 모름? 늑대로 변신해서 미노타랑 싸울 때는 심장이 다 떨리더라.

-ㅇㅇ 맞음. 나 그때 멀리서 봤는데, 진짜 장난 아님. 나도 다크울프가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우리 중화 인민은 지지 않는다!

-네. 다음 짱깨.

-중국의 힘을 보여줘! 견소룡!

-영춘권은 지지 않아!

채팅방은 이미 두 사람을 놓고 누가 더 세냐를 따지며 과열 양상을 띠고 있었다.

특히 중국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과연 엄청난 물량 공세로 채팅방을 견소룡의 응원 글로 도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탓에 누군가는 이른 바 '채팅 금지'.

즉, 채금이란 것을 먹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외신 쪽도 마찬가지였다.

<견소룡 vs 다크울프 과연 승리자는 누구.>

<화제의 인물 '다크울프' 그의 진정한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 '견소룡은 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완성된 무인이다. 오늘의 대결은 다가오는 월드 대항전의 연습일 뿐'.>

<중국, '우리는 이미 준비되었다. 남은 것은 우승을 거머쥐는 것이다.'>

<중국, '권왕은 우리의 자존심.'>

둘의 대결은 세계인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더군다나 8인의 초신성이라 불리는 견소룡과 떠오르는 다크호스인 다크 울프의 대결이 아닌가.

중국의 외신은 모두 견소룡에게 우호적인 기사들을 쏟아냈지만, 다른 나라들은 과연 누가 이길지 아직은 모르는 것이라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아직 다크 울프의 정체와 국적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세계인들은 그의 정체에 대해서 더 궁금해했다.

그 정도 되는 강자라면 분명 크리스마스에 열릴 월드 대항전에 참가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참전한다면 현재 1위를 달리는 미국은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리겠지만.

"…월드 대항전이라. 역시 그때 그자가 다크울프가 맞았던 건가."

그리고 지금 이 기사들을 보고 있는 남자는 마이클.

그는 지금 게임 속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인터넷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크스타는 게임 속에서 인터넷 또한 구비 하고 있었는데, 듣자 하니 조금만 있으면 전용 SNS도 업데이트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당사자인 마이클은 정작 그런 것에는 관심 없어서 시큰둥했지만.

[전갈궁, '안타라스'가 주변에서 구슬 조각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안타라스. 나는 지금 그런 것을 찾아다닐 시간이 없다."

[전갈궁, '안타라스'가 자신과 한 약속을 잊은 것이냐고 말합니다.]

"그게 아니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좀 더 강해지면 그때 네 부탁을 들어주겠다."

츠츠츠츳!

온몸을 흐르는 붉은 스파크가 살아있는 듯 움직이며 자신을 위협했다.

[전갈궁, '안타라스'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힘을 빼앗겠다고 경고합니다.]

'…낭패로군.'

안타라스는 강대한 힘을 가졌으나, 그만큼 자신에게는 위협적인 성좌였다.

실제로 마이클이 그와 대화를 시도했을 때 봤던 몸체는 너무나 압도적이고 거대했다.

'거대한 전갈의 몸을 가진 파라오였지.'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안타라스는 오로지 욕망에 충실하게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대체 그 구슬 조각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안타라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인 것 같았다.

츠츠츳!

[전갈궁, '안타라스'가 마지막 경고라고 말합니다.]

붉은 스파크가 작은 전갈의 형상을 띠더니, 날카로운 꼬리가 마이클의 심장 부근으로 향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다. 네 말을 따르도록 하지."

그제야 안타라스가 만들어낸 붉은 전갈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마이클은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더욱 깊숙한 숲속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마이클은 이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정처 없이 걷고만 있었다.

***

잠시 후.

나는 조셉을 만날 수 있었다.

콜로세움의 입구에는 기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이목을 피하려 근처 숲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조셉은 특유의 능글맞은 눈웃음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얘기가 많이 길어질까요? 제가 지금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퓨웃!

손목에서 발사된 거미줄이 조셉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곧장 녀석의 팔을 꺾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으읍?! 읍!!"

"이노무 짜식 너 잘 걸렸다. 어디 돌려차기 좀 맞아봐라."

정확히 3번의 돌려차기로 조셉의 엉덩이를 때린 나는 그제야 기분이 풀어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찌푸려진 조셉의 표정이 통쾌하기 그지없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나.

속이 다 시원하네.

"푸하.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손으로 거미줄을 뜯어낸 조셉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나는 그저 한 번 더 돌려차기를 날릴 시늉을 할 뿐이다.

"아이…. 왜 이러시냐구요!"

"시끄럽다. 용건은 끝났다. 가서 일봐라."

"…설마 이러려고 부르신 겁니까?"

"알면 가라. 나도 경기 준비를 해야 하니 바쁜 몸이시다."

"허어…."

허탈한 표정의 조셉을 뒤로한 채, 나는 손을 휘적거리며 숲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콜로세움의 비밀 통로를 통해 대기실로 들어섰다.

마침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견소룡의 모습이 보였다.

간결하고 재빠른 움직임.

한눈에 보아도 영춘권을 수련 중이었다.

"…소룡아."

"……."

쉭쉭!

"…동생?"

쉭쉭쉭쉭!

견소룡은 나를 무시한 채 무차별적인 주먹만을 휘두를 뿐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것 같은데….

"아까 그건…."

"말해주시지 않아도 압니다."

"응…?"

뭘 안다는 거지.

"형님 또한 저와의 결전을 고대하며 최고의 대결을 펼치고 싶으셨겠죠. 그래서 제게 도발을 감행하신 겁니다."

"고대한 건 맞긴 한데…."

"하하. 처음엔 정말 깜짝 놀랐지요. 역시 형님이십니다. 저 또한 그 뜻에 동감합니다. 저는 오늘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제 모든 것을 형님께 보여드릴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수련에 집중하는 견소룡.

그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오해를 한 것이지만, 다행히 그의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두는 게 나으려나.

뭐, 이것도 나름대로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건 내 입장에서도 환영이었으니까.

그게 동생에게도 더욱 만족스러울 것이다.

"두 선수 준비 되셨습니까?"

마침 관계자 NPC가 나타났다.

나와 견소룡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올라가시죠."

우리는 말없이 무대로 향하는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서로에게 좋을지 모른다.

그렇게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

"견소룡! 견소룡! 견소룡!"

"다크 울프! 팬이에요!"

"꺄아아아악-! 어떡해! 날 봤어!"

"권왕! 중국인의 힘을 보여줘!"

콜로세움은 이미 만석이었다.

자리가 모자라 선 채로 경기장을 보는 사람도 보였다.

이미 계단 쪽에도 누군가 자리를 잡았는지 앉아서 소리치고 있었고,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는 그칠 줄 몰랐다.

"…많이도 왔군."

이 사람들이 전부 나와 견소룡의 경기를 보러왔다니,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국가대표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이럴까 싶다.

그래도 시끄러운 건 질색이다.

귀청 떨어지겠네.

-양 선수 무대로.

사회자의 목소리에 우리는 무대를 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또 다른 말이 들렸다.

-먼저 경기 시작 전 콜로세움의 창립자이신 카이단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카이단이 2층 귀빈석에 보였다.

그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큼. 우선 이곳에 와준 관객들 고맙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줄 선수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하등 쓸모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관객들은 지루한지 하품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반전된 건 순식간이었다.

-우승자에겐 스타 프루츠를 주겠다!

웅성거리는 관객들.

그들은 전부 스타 프루츠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설마 여기서 우승 상품으로 그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

이미 기자들의 플래시는 카이단에게 향해 있었다.

그 속에서 그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럼 우승 상품을 공개하도록 하지.

그가 옆에 위치한 천막을 거두자 스타 프루츠의 실체가 드러났다.

나는 초감각을 시력에 집중시켜 그것을 보았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고, 어차피 가짜를 준비했다면 진짜를 여기에 들고 올 이유가 없….

[스타 프루츠]

등성: 3

사용 제한: 없음

별의 힘이 담긴 과일. 3등성에 해당하는 성좌들과 계약을 할 수 있다. 악한 힘을 봉인하는 힘이 담겨 있다.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직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다.

"뭐야. 진짜잖아…?"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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