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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98화 (19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98화

제198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제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다급한 내 외침에 헐레벌떡 뛰어온 상황.

NPC 사제들은 숨을 고르며, 손녀가 쓰러진 이유를 세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이건 독에 의한 중독인 것 같은데."

"바로 자비의 기도를 해야겠습니다."

"그 전에 포션부터 먹여."

상급 사제의 명령에 하급 사제가 미도의 입에 포션을 흘려 넣고는 곧장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주문 같은 것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도의 주변으로 동그란 원형의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하얀빛을 뿜어내며 그녀를 감쌌다.

"별과 자비의 신, 루페온이시여…."

[3명의 사제가 모여 '자비의 기도'를 펼칩니다.]

[별과 자비의 힘이 대상의 독을 중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손을 맞잡은 사제들의 몸에서 은은한 별빛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그들은 후에라가 아닌 루페온을 모시는 사제인 것 같았다.

별과 자비의 신. '루페온'.

그 또한 유피테르가 가진 하늘의 힘에서 태어난 신 중 하나였다.

그는 자비를 권능으로 가진 신이기도 했지만, 사실 자비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겼다.

약자에게는 자애로운 자비를, 강자에게는 냉정한 자비를 내리는 것을 뜻했으니까.

그래서 그는 자비의 신이면서, 전쟁의 신이기도 했다.

또 그는 별을 관장하는 신인 만큼 '성좌들의 왕'이라는 또 다른 호칭도 가지고 있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대단한 신이라는 거다.

[별과 자비의 기운으로는 이 독을 해독할 수 없습니다.]

"엄청난 맹독인 것 같은데?"

"마법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겠습니다."

"그래. 어서 갔다 와. 후에라 님을 모시는 사제가 있으면 데려오고."

"알겠습니다."

상급 사제의 말에 하급 사제 NPC가 다급하게 뛰어가며 사라졌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해독이 쉽지 않은 모양인데.

하긴 원래 루페온보다는 후에라가 이런 방면에서는 더 도움이 되는 신이긴 하지.

그렇다면….

"풍희야."

허공에 바람이 불더니 풍희가 나타났다.

"푸웅~?"

나는 곧장 풍희를 안은 채, 사제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미도의 입에 포션을 들이붓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럴 때 수정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녀는 참가자가 아니라서 이곳에 들어올 수는 없었다.

"잠시만 비켜보게."

"……?"

"이 아이가 도움이 될 게야."

"족제비…?"

다행히 풍희의 레벨도 조금 올랐기에 이 아이가 가진 '소생의 바람'도 약간의 성장을 한 상태였다.

원래는 식물 정도만 살릴 수 있었지만, 이젠 한 사람 정도는 포션 없이 회복시킬 정도는 되었다.

나는 풍희에게 '소생의 바람'을 사용할 것을 명했다.

"푸우우웅~"

[바람의 신수, '풍희'가 '소생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생명력을 소생시키기 시작합니다.]

풍희가 만들어낸 소생의 바람이 미도의 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이건…."

"소생의 힘?"

"그대는 후에라님을 모시는 사제였소?"

상급 사제 NPC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렇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후에라님의 힘이라면 분명…."

그렇게 계속 소생의 바람을 쓰길 10분 째.

아무리 기다려도 해독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이 빌어먹을 독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치료가 되지 않는 걸까.

전전긍긍과 함께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문득, 무두르가 말을 걸었다.

[어이 영감. 췩.]

'나 지금 바쁘니까. 있다가 얘기하자.'

[후회할 텐데.]

'후회를 해도 내가 할 테니까. 미안한데 집중 좀 하자.'

[취익. 이 독의 정체에 대해 말해주려고 했는데,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무두르. 다시 말해봐라.'

[큭큭. 이제야 좀 관심이 생기나?]

'넌 이 독의 정체를 알고 있나? 뭐지? 말해봐라.'

[후후. 내가 말해주면 넌 뭘 해줄 거지?]

이 망할 놈이 이런 상황에서 나와 거래를 하려고 하다니.

후우, 일단 침착하자.

이 녀석은 미도를 치료할 단서를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 미도가 죽고 살아나면 독은 자연적으로 해독이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왠지 내 앞에서 손녀가 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내겐 그것만큼 가슴 찢어지는 일은 없으니까.

알렉서스의 또 다른 요리 무구인 그 '식칼'이 있었다면 쉽게 해결됐을 텐데.

그것은 내겐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너를 이 몸에서 꺼낼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

[흥. 그건 당연한 거다. 취익.]

'원하는 게 뭐지?'

[보석 고기.]

'……?'

[저번에 먹었던 보석 고기를 네가 가진 태양의 정령으로 구워주면 좋겠군. 아아, 그때 먹은 게 뭔가 아쉬웠단 말이지. 쩝.]

생각보다 소탈한 제안에 나는 빠르게 승낙을 했다.

이놈이 또 다른 조건을 추가적으로 제시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좋다. 내가 책임지고 꼭 더 맛있게 만들어주마. 이제 말해봐라. 이 독의 정체가 뭐지?'

[흐흐, 좋아. 잘 들어라. 이 독은 말이야….]

* * *

그 무렵, 견소룡은 김현우와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째서 시간을 끄시는 겁니까?"

"……."

김현우의 물음에 견소룡은 대답이 없었다.

사실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네 번째 경기의 참가자를 위해서 시간을 끈다고 해봤자, 변명밖에 되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변명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했다.

"미안하오. 그냥 이유가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오."

"흠…."

포권을 취하며 정중하게 말하는 견소룡을 보며 김현우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충분히 자신을 이길 수 있음에도 시간을 끌며 봐주고 있었다.

사실 오늘 접속했을 때, 박태현이 관객석에서 응원할 테니 복수해달라고 했기에 내심 그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그 전에 굉장한 장기전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야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으려나.

"그래도 전 계속 공격해보겠습니다. 받아주시겠습니까?"

"기꺼이."

허공을 도약한 김현우가 거머쥔 한손검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신성 스킬, '그랜드 크로스'를 사용합니다!]

그리고는 견소룡이 있던 자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물론, 이미 그는 피하고 없었지만, 김현우가 노리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뒤이어 터지는 별의 불꽃인 성화(星火)의 폭풍.

그는 루페온을 모시는 기사였다.

쿠구구구구.

땅이 갈라지며 바닥에서 별의 힘이 가득 담긴 하얀 화염의 폭풍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콰아아아아-!

당황한 견소룡이 재빨리 뇌보법을 사용하며 온몸의 신속을 끌어올렸지만, 그럼에도 스킬의 범위가 너무 커서 꽤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그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

"…훌륭한 공격이오."

"칭찬 감사합니다. 친구가 복수해달라고 했거든요."

"복수?"

"저번 8강전에서 친구가 당신이 뿜어낸 푸른 번개를 맞고 장외패를 당했거든요."

"아아, 그랬군. 그건 미안하게 되었소. 나도 다루기 힘든 번개인지라…."

"고의가 아니었다는 건 압니다. 너무 괘념치 마시죠."

"음,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오."

견소룡이 불기둥에 그을린 자신의 다리를 살폈다.

아무래도 아까보다 다리 움직이는 게 힘든 것이 뇌보법의 속도가 조금은 줄어들 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깨어나면 귓속말을 주신다고 했는데…. 후우, 얼마나 걸리려나.'

* * *

[당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맹독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정보가 새로 갱신되며 독의 진행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방금 전 나는 미도를 치료하며, 무두르에게 이 맹독의 정체에 대해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미간을 엄청나게 찌푸리고 있다.

이 망할 독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독이었으니까.

"빌어먹을…."

나는 그녀가 당한 상처에 있는 거미 문신 같은 것을 보았다.

이 독의 이름은 '아라크네 포비아'.

이것은 무두르가 지은 이름이다.

왜냐하면 무두르가 바로 이 독에 의해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녀석은 이 독의 특징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았다.

[아라크네 포비아가 대상을 잠식하는 중입니다.]

[대상은 현재 상태 이상 '공포'에 의해 악몽을 꾸는 중입니다.]

[깨어나면 각종 정신 착란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빨리 해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길."

이 독은 생전 아라크네라는 여인이 한 여신의 미움을 사서, 끔찍한 거미 괴물로 변한 것에서 유래된다.

그녀는 각종 거미종들의 시조가 되었고, 그만큼 대단한 맹독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독은 굉장히 끔찍한 면이 있다.

무두르의 말에 따르면 곧장 즉사를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엄청난 고열과 오한.

그리고 공포스러운 꿈을 매일 밤마다 꾼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 중 하나는….

[아라크네 포비아의 잠식 속도가 증가합니다.]

저 망할 거미 문신이 미도의 온몸을 뒤덮을 것이라는 거다.

어느새 미도의 팔에 있던 거미의 숫자가 더욱 늘어나며, 순식간에 한쪽 팔 전체에 오소소 돋아있었다.

그것을 본 사제들이 당황했다.

"이, 이럴 수가. 이게 무슨…."

"설마 후에라님의 힘으로도 안 될 줄이야."

"오, 신이시여…."

힘을 보태도 모자라건만, 이 바보 같은 NPC들은 성호를 그으며 미도를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도움도 안 되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 순간 미도의 입에서 울컥 피가 토해졌다.

무두르가 말했던 토혈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마법사들이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

"이건. 독이군…. 상급 해독제를 다오."

또 다른 상급 마법사 NPC가 상급 해독제를 꺼내더니, 미도의 입을 벌리며 먹였다.

약간의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고작 상급 해독제 따위로 이 독을 해독할 수 있을 리 없다.

"아무래도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 순간.

무두르가 말했다.

[어이, 영감.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말이야.]

'뭐냐. 말해봐라.'

[지금 영감에게 내 피가 섞였으니, 어쩌면 해독제와 피를 섞으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췩.]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곧장 무두르의 말대로 그것을 실천했다.

"상급 해독제 하나 더 있소?"

"으음, 있긴 한데. 지금 보다시피 효과가…."

"주시오. 내게 생각이 있으니."

나는 곧장 그가 건네는 상급 해독제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림자 단검을 꺼내 날카로운 부분으로 손바닥을 그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해독제에 피를 쥐어짜듯이 비틀었다.

그리고 다시 뚜껑을 닫고 흔든 뒤, 미도에게 먹였다.

그리고 효과는….

[아라크네 포비아의 잠식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해독을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30분간 꾸준하게 생명력 회복을 시켜주십시오.]

"하아아. 됐다."

다행히도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미도의 팔을 잠식하던 거미 문신들이 느리지만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아마 저것이 다 사라지면 모든 독이 해독이 될 것이다.

물론, 30분간 고생은 좀 해야겠지만.

설마하니 무두르 놈에게 도움 받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후우. 해독이 된 것 같소. 30분 동안 꾸준히 생명력을 회복시켜주면 깨어날 거요."

"오오, 놀랍군. 그렇게 하리다. 뒤는 우리에게 맡겨주시오."

"자자, 어서 하자고."

루페온의 사제들이 분주하게 다시 마법진을 펼치며 자비의 기도를 사용했다.

아까 그 마법사는 몇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이 잘 해결되어 다행이라 말하고는 사라졌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뭐야. 무슨 일 있냐?"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일어선 나는 피식 웃었다.

그곳엔 대화를 끝내고 나타난 백무열이 서 있었다.

나는 주변에 떨어진 하얀 헝겊으로 피를 쥐어짠 손바닥에 붕대처럼 휘감았다.

"…아무 일도."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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