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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80화 (180/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80화

제180화

"웃기는군. 한 발자국만 더 떼면 죽인다고?"

델라이가 거대한 대검을 든 채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양손에 포크 숟가락과 그림자 단검을 쥔 채 녀석을 노려봤다.

이미 내 목소리는 약간의 변조가 된 상태.

달려오며 헬륨 슬라임의 핵을 먹었는데, 다행히 목소리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 한 발자국만 더 떼면 넌 내 손에 죽는다. 그리고 그 검을 내리쳐도 죽는다."

결계의 꼭대기까지 닿을 정도로 길어진 거대한 기검이 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것이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

델라이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재밌군. 그럼 네가 한 번 받아볼래?"

"그건 사양하고 싶은데."

"아니야. 한 번 받아봐. 그렇게 자신만만하니까 나도 기대가 되거든."

그 말과 동시에 대검이 내리쳐졌다.

방향은 당연히 내가 있는 곳.

거대한 기의 파동이 공간을 절단하듯 허공을 반으로 갈랐다.

짓쳐오는 거대한 기의 칼날을 보며, 나는 그림자 단검을 거머쥐었다.

"그림자놀이."

잠깐 사이 나는 오랜만에 어둠의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은 제법 께름칙한 구석이 있다.

위를 보니 델라이가 휘두른 검기가 경기장을 가로지르며 일도양단하고 있었다.

쿠콰콰콰-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

마침 검기가 지나가는 자리에 있던 몇몇 유저들이 치명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런 건 내게 소용없다.

나는 곧장 델라이의 그림자에서 솟았고, 녀석은 내가 왔는지도 모른 채, 앞에 있는 거대한 대검을 조종하기 바빴다.

"후후. 별 것 아니군. 이제 나 델라이의 시대…."

"썬 로드."

퍼어어엉-! 하는 소리와 함께 양발에서 불꽃이 용솟음쳤다.

나는 빠른 속도로 녀석의 주변을 맴돌며 회전했다.

그리고 손에 쥔 알렉서스의 포크 숟가락을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푹푹푹푹!

"끄아아악!"

델라이의 비명은 바깥으로 들리지 않았다.

이미 주변의 정경은 거대한 화염 폭풍이 집어삼킨 상태였다.

그는 순식간에 닳은 생명력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 틈에…."

온몸에 화상 자국이 가득한 델라이가 무릎을 꿇었다.

썬 로드가 끝났음에도 그는 약 5%의 생명력이 남아있었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이놈은 레벨이 꽤 높아 보이니까.

확실히 이쁜이들인지, 이프리트인지 효과는 좋은 것 같다.

화상만 걸리면 낮은 확률로 대상의 체력을 10%로 깎아버리다니.

유저한테 쓰면 퍼센트가 절반으로 감소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불룡이 이 좋은 걸 어디서 얻었나 싶다.

나는 곧장 무릎 꿇은 델라이의 앞에 섰다.

"경고했을 텐데. 움직이면 죽는다고."

"이런 미친…."

사실 포크 숟가락을 이마에 꽂을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미 화상 데미지가 천천히 녀석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초감각이 발동하며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내던졌다.

바닥에 꽂힌 것은 몇 자루의 단검.

"야, 이 개새야. 너 나 기억하지."

단검을 던진 것은 내가 잘 알고 있는 놈이었다.

매드독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녀석이 이를 드러냈다.

아무래도 저번에 거미줄 폭탄을 맞은 게 꽤 분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욕지거리라니.

어른한테 말버릇이 없구만.

"아아, 기억난다. 그때 그 멍청한 삐에로 놈이지."

"이런 썅. 개 같은 새끼야!!"

매드독이 허공에 띄운 여러 자루의 단검을 순차적으로 던졌다.

나는 가볍게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피한 자리에 이어서 단검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분명 5자루가 끝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많지?

"죽어!!"

아, 마력을 단검으로 만들어 던지는 거였구나.

어쩐지 좀 많다 싶었지.

나는 녀석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했다.

지금 내 초감각은 250이 넘은 상태.

50의 초감각마다 0.1초씩 적의 공격을 느리게 볼 수 있으니, 지금의 나는 0.5초나 느리게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닐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0.5초에 누구는 생사가 갈리기도 한다.

그의 공격은 내게 닿지 않았다.

"큭. 어떻게 내 공격을 이렇게 피할 수 있는 거지? 지금껏 그 누구도 내 단검을 이런 식으로 피한 사람은…."

"자만심이 지나치구나. 세상은 넓다."

빠른 속도로 접근한 나는 곧장 놈의 허벅지를 포크 숟가락으로 찌르고, 복부를 향해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놈은 재빨랐다.

마치 몸에 스프링이 있는 것처럼 뒤로 몸을 젖히더니, 공중제비를 돌며 허공을 돌았다가 착지했다.

아무래도 저놈은 날렵함을 특징으로 하는 직업을 가진 모양이다.

"스으읍…."

매드독이 포크 숟가락을 찍힌 허벅지를 보더니, 자신의 단검을 핥았다.

나는 곧장 미도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김현우는 이미 마력 탈진 현상이 왔는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였고, 박태현과 미도는 그런 녀석을 부축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

이 망할 놈의 새끼들이 감히 내 손녀를 공격해…?

순간 엄청난 분노가 치솟았다.

이놈들이 감히 열지 말아야 할 문을 열었다.

그들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가면 속의 내 표정은 그야말로 악귀였다.

피슈우웅!

"……!"

갑자기 들이닥친 날카로운 얼음송곳.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를 스치는 느낌이 서늘하게 다가왔다.

바닥에 꽂힌 얼음송곳은 그대로 그곳을 얼려버렸다.

나는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같은 2조의 참가자였던 마법사 애송이가 있었다.

이름이 또 기억 안 나는데. 셀…. 아 몰라.

아무튼 저놈부터 떨어트려야겠다.

"…솔라야."

허공에 불꽃이 일더니 조그만 태양이 나타났다.

"해해! 날 불렀냐!"

"그래. 썬 익스플로젼이다."

"알겠다! 잠깐만 기다려라!"

솔라의 몸이 거대해지자, 나는 곧장 축구공을 차듯 녀석의 몸을 뻥 찼다.

목표는 저 망할 마법사 놈이 있는 곳.

오른발에서 터지는 폭음과 함께 솔라가 빠른 속도로 하늘로 솟구쳤다.

마침 다른 곳을 지원하고 있던 이름 모를 마법사 놈은 차마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솔라와 부딪히고 말았다.

쿠와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

마치 핵폭발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그 열기가 너무도 강해 마법사들이 친 결계에 금이 갔고, 조금씩 커지던 균열은 이내 와장창 깨졌다.

거대한 태양의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용오름을 만들어냈다.

쿠와오오오-

그 거대한 불꽃의 정경을 뒤로하며 매드독이 덤벼왔다.

나는 녀석의 단검을 받아냈다.

단검과 포크 숟가락 사이로 튀는 작은 불꽃.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맞대며 으르렁거렸다.

"오늘 꼭 널 죽이겠다…!"

"덤벼라. 애송아."

* * *

"…못 본 새 형님이 더 강해지셨군."

어마어마한 불기둥을 뒤로한 채, 견소룡의 온몸이 푸른 번개에 휩싸였다.

빠른 속도로 움직인 그의 주먹은 라인하르트의 옆구리를 때렸다.

오른손에 깃든 푸른 번개를 출사해 적을 마비시키고 꿰뚫어버리는 성좌 스킬.

"뇌룡권!"

파지지직!

날카로운 번개의 권격이 라인하르트를 관통하는 기세로 뻗어갔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의 손에 쥐어진 방패가 번개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견소룡은 그것이 당황스러웠다.

"내 방패에 그런 것은 통하지 않는다!"

휘둘러지는 라인하르트의 오른 주먹.

견소룡은 뇌보법을 전개해 빠른 속도로 거리를 벌렸다.

'도대체 저 방패 정체가 뭐지.'

북극으로 향한 항해 도중 만난 머슬크랩이라는 몬스터도 꿰뚫어버린 공격이었다.

심지어 강철같은 재질로 보이는 저 방패는 번개가 더 잘 통해야 정상이다.

한데 저 방패는 자신의 뇌룡권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냈다.

그렇다면 저것의 정체는 혹시….

"그 방패. 스타피스인가?"

"오! 눈썰미가 꽤 좋군! 하지만 틀렸다! 이건 스타피스가 아니다!"

"그럼 뭐지?"

"이건 고대 거인족들이 쓰던 방패다!"

"…아, 그런가."

설마 묻는다고 진짜 알려줄 줄은 몰랐다.

어쨌든 스타피스가 아님에도 저런 내구성과 방어력이라니.

대단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온몸에 푸른 번개를 휘감은 자신의 공격을 빠른 속도로 방어해 내는 그의 노련한 방패술도 흥미로웠다.

"이래서야 승부가 나지 않겠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다른 곳은 각자의 상대가 있는 상황이었다.

견소룡은 같은 조였던 3명의 참가자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다른 이들을 도우려 했지만, 라인하르트가 덤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뭐 어쨌든 우리들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

적들은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 한 명만 떨어트리면 16강전은 끝이 날 테니까.

그리고 그 한 명은….

"라인하르트. 네가 떨어져줘야겠다."

"흐흐.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싸우자는 얘기겠지? 좋다! 덤벼라!"

견소룡의 몸에서 또 한 번 푸른 번개가 치솟았다.

하지만 이번엔 아까와는 조금 달랐다.

그의 온몸을 휘감은 푸른 번개가 어떤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 * *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노기 어린 에이단의 음성이 2층 귀빈석을 울렸다.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경기장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는 들고 있는 유리잔을 허공에 던졌지만, 결계가 쳐져 있어서 닿지 못했다.

"오합지졸들 같으니라고! 이봐! 분명히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그의 지적에 최불룡은 할 말이 없었다.

설마하니 거기서 영감의 편을 드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로서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것도 6명이나 된….

푸확.

"……."

차가운 포도주가 최불룡의 얼굴에 뿌려졌다.

시큼한 포도의 향이 코끝을 찔렀다.

그는 감았던 눈을 살짝 떴고, 에이단의 손에 있는 빈 유리잔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카이단이 들고 있던 유리잔을 빼앗아 자신을 향해 던진 모양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이 굴욕을 참고 버텨야 자신의 꿈을 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이 일을 어찌할 거야! 이길 수 있다며!! 확신한다며!!"

에이단이 삿대질을 하며 자신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최불룡은 그 치욕스러운 모욕감에도 입술을 꾹 다물며 참았다.

그가 말했다.

"아직…. 제가 심어놓은 친구가 남아있습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냐? 경기장을 봐라! 남아있는 우리 편이 몇 명인지!!"

최불룡은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경기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 남아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남은 것은 에이단의 수하인 휴톤과 김제복 뿐.

어젯밤 영감탱이 하나를 죽이면 천만 달러를 주겠다고 현상금까지 걸었는데도 이 꼴이다.

더군다나 김제복은 명령도 듣지 않고, 곧장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경기는 완전 난장판이었다.

'제기랄.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 김제복 이 개자식….'

최불룡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는 참을 수 없는 노여움에 몸서리쳤다.

"네놈이 심어놓은 놈까지 떨어지면 너와의 관계는 완전 끝이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에이단의 말에 최불룡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그는 곧장 김제복에게 귓속말을 했다.

[대상이 현재 귓속말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설마 아직까지 차단을 해놨을 줄이야….'

경기가 끝나면 단단히 혼을 내야겠다.

아무래도 너무 기어오르는 것 같다.

그는 다시 이를 갈며 경기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최불룡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저건…?'

츠츠츠츠츳!

경기장이 순식간에 푸른 번개에 휩싸였다.

그곳에 거대한 뇌룡이 강림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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