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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69화 (169/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69화

제169화

쏘아진 거미줄 폭탄은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그것은 약간의 나선형의 궤적을 그리더니, 이내 총알 같은 속도로 내가 겨누었던 녀석을 향해 뻗어 나갔다.

푸화악-!

"크윽…. 이거 뭐야!!"

타격음은 그렇게 좋지 않지만, 그래도 다행히 도움이 되었다.

닿자마자 터진 거미줄 폭탄은 놈의 몸에 진득한 거미줄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주변에도 조금 떨어져 있는 걸 보면 약간의 범위 공격도 되는 모양이다.

그가 이곳을 노려보자, 시선이 마주쳤다.

"너 이 색…!"

녀석은 나를 향해 덤비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 100개 정도 뭉쳐서 던졌는데, 쉽게 빠져나올 순 없을 거다.

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허허 웃었다.

"성공했구만."

내가 너털웃음을 흘리자, 견소룡도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녀석도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옆에서 라인하르트가 호탕하게 웃었다.

"음하하! 너 아주 재미난 녀석이구나!!"

라인하르트가 또 등을 치려 하자 나는 재빨리 피했다.

그리고 그 자리엔 나 대신 견소룡을 넣었다.

라인하르트는 그 사실도 모른 채 견소룡의 등을 팡팡! 때렸다.

견소룡은 어리둥절하며 피가 깎였다.

그것도 0.3%씩.

나보단 방어력이 좋은 모양이군.

"좋아! 좋아! 있다가 나랑도 재밌게 싸워 보자ㄱ…. 응? 넌 누구냐?"

드디어 눈치를 챈 라인하르트의 머리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견소룡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프군."

"크흠. 넌 누구지? 어쨌든 미안하게 됐다! 크하하하!"

여전히 호탕한 라인하르트.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경기에 집중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미도뿐이니까.

"뭐, 뭐야? 갑자기 웬 거미줄이?"

박태현이 당황하며 두리번거렸다.

그것은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운 듯 보였다.

하지만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미도였다.

"오빠들! 집중해요!"

"아차, 경기 중이었지."

"어서 저 남자를 죽이자."

미도의 말에 박태현과 김현우가 정신을 차렸다.

현재 콜로세움에 남아있는 것은 그들과 저 망할 삐에로뿐.

서둘러 저놈을 죽인다면 미도의 길드, 그러니까 이카루스였던가?

아무튼 녀석들은 무사히 16강에 모두 올라갈 수 있을 거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그림이니까.

"으으윽! 제에엔장!!"

망할 삐에로 놈이 발버둥을 친다.

완전 독 안에 든 쥐구만. 허허.

김현우가 그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고, 그 모습에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렇게 치솟은 검이 하늘과 맞닿은 순간.

"…큭. 미안하다. 얘들아."

아까 단검을 맞았던 은정혁이 잿빛으로 먼저 산화했다.

그 순간 나팔 소리가 들리며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 끝났습니다! 4강에 진출할 3조의 얼굴들은 바로 이들입니다!

어느새 나타난 수정구슬들이 그들의 면면을 허공에 비췄다.

이곳 대기실에도 작은 수정구슬이 나타나 허공에 얼굴들을 띄웠다.

아까 김현우라고 불렸던 녀석이 첫 번째로 있었고, 앞머리를 올린 박태현이 두 번째로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미도.

화면으로 봐도 엄청 예쁘다.

내 손녀지만, 미모 하나는 걸출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흐음. 망할 삐에로 놈인가."

다시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망할 삐에로가 핏발서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거 어째 찍힌 거 같은데.

* * *

그 무렵 백무열은 콜로세움의 구석에 있는 의자 앉아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자신이 노려보고 있는 것은 콜로세움의 입장을 담당하는 NPC.

저 망할 놈은 자신과 손자를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은 수준이 안 된다는 말뿐.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수준을 판가름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눈만 파랗게 돼서는 위아래로 훑는 것뿐이던데.

악귀같이 생겨가지고는 쯧.

"음, 그대는 수준이 되는군. 입장을 허락한다."

"수고하쇼~"

또 한 놈이 들어갔다.

벌써 몇 명째지.

12명 정도 됐나.

"흐음. 아무래도 저게 마지막 조 같은데요?"

옆에서 허공을 두드리던 손자가 말했다.

듣자 하니 그 인트넷인지 뭔지를 들어가서 커뮤니티라는 곳을 들어갔다고 한다.

저번에 정현이가 말했던 아스라인지 아수라인지 아무튼 그거였는데, 성찬이는 그곳에서 정보를 찾아본다고 했었다.

"확실하냐?"

"네. 여기 정보에 따르면 4조가 마지막이래요. 아까 방송에서 3조의 경기가 시작됐다고 했으니까. 맞을 거예요."

"허어. 미치겠구만."

분명 춘택이는 콜로세움이라는 경기의 참가자로 들어갔을 것이다.

저기만 넘어가면 춘택이를 볼 수 있는데,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가 무슨 이산가족도 아닌데 별게 다 섭섭하네.

"어떡하실 거예요?"

"글쎄다."

"뭐, 정 안되면 관중석으로 가실래요? 돈을 걸어야 하긴 하던데."

"우리가 그럴 돈이 어딨냐."

"아, 맞다. 그렇죠…? 하하."

백성찬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우리에겐 돈이 없다.

우리끼리 몰래 정한 것이긴 하지만, 장비를 제외한 가죽이나 기타 잡템들은 모두 정현이 삼촌에게 주기로 했었다.

할아버지 말은 삼촌이 요즘 사정이 어려우니까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였는데, 우리도 모두 동의한 일이었다.

어쨌든 결론만 얘기하면 우리는 돈이 한 푼도 없다.

그때 또 누군가 나타났다.

"흐흐. 콜로세움에 입장하고 싶다."

"음, 강해 보이는군. 그대를 가늠해보겠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NPC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말했다.

"훌륭하군. 들어가도 좋다."

"그래. 수고하라고."

나무 몽둥이를 어깨에 짊어진 거한이 NPC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에 백무열은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할. 도대체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지."

"아무래도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

"정말 그럴까?"

"별 수 없잖아요. 찾아보니까 레벨 100 이상만 들어갈 수 있다는데요?"

곧장 상태창을 열어 레벨을 확인해 보았다.

레벨은 64.

수많은 사냥과 퀘스트 끝에 어렵게 만들어낸 레벨이지만, 백무열은 요즘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몽둥이 몇 번만 휘둘러도 몬스터들이 죽어버렸으니까.

'몽둥이의 가호가 너무 쎈 탓도 있긴 하지.'

어쨌든 이번에 그 의사 처자에게 콜로세움에 대해 듣고 난 후.

백무열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환희를 느꼈다.

강자와의 싸움.

그것은 춘택이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어떻게든 해봐야겠군.'

백무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아버지. 어디 가시려구요?"

"성찬아."

"네?"

"남자는 말이다. 진다는 걸 알아도 싸워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네? 그게 무슨…?"

백무열은 아까 그 NPC가 있는 곳을 향해 성큼 걸어갔다.

그곳엔 이제 마지막으로 들어갈 세 사람이 있었다.

마침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고, 이제 마지막 한 사람이 표를 받으려 하고 있었다.

"이보게."

두 사람이 동시에 자신을 쳐다봤다.

백무열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크흠. 그 표를 내가 가져도 되겠나?"

또 한 번 정적이 일었다.

먼저 입을 뗀 것은 아까 그 NPC였다.

"아까 그자로군. 내가 분명 수준이 안 된다고 얘기했을 텐데?"

"그건 자네 기준이지. 난 분명 이 청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표를 받아 들어가려던 청년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삿대질이 기분 나쁜 모양이다.

"아니, 누구세요? 혹시 저 아세요?"

"…모르지."

"근데 왜 표를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절 이긴다구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뒤에서 백성찬이 걸어왔다.

손자는 이 상황이 창피한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너무 갑작스러웠네요. 죄송합니다. 들어가세요. 하하…. 들어가세요."

"에이씨, 무슨 이상한 노친네가 시비를 걸고 있어. 그쪽 할아버지예요?"

"아, 예…. 그런데요."

"아니, 노친네 단속 좀 잘해요. 무슨 치매 노인도 아니고. 시발."

백성찬이 정색했다.

아무리 그래도 방금 발언은 조금 심한 것 같다.

먼저 사과도 했는데….

백무열이 그 남자를 향해 성큼 걸어갔다.

"어이. 빡대가리."

"뭐? 빡대가리? 아니, 이 영감탱이가 미쳤나. 내가 무슨 빡대가리야? 어?!"

화가 난 남자가 자신을 향해 걸어왔다.

백무열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그것을 휘둘렀다.

서거거거걱-!

"으아악! 이, 이게 뭐야!! 내, 내 머리…!"

백무열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빡대가리네."

그의 손에 쥐어진 마력이발기가 울었다.

위이이이잉-!

* * *

3조의 경기가 끝나고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곧장 4조의 경기가 시작되야 하지만, 사회자는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5분 정도 지체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3조의 16강 진출자 4명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미도.

이렇게 가까이서 봐도 이쁘구만. 허허.

"손녀분이랑 안 친하십니까?"

옆에 있던 견소룡이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니, 친하지."

"근데 왜 안 다가가십니까?"

"지금은 정체를 숨겨야 하니까."

"아, 그러고 보니 여긴 보는 사람이 많네요."

견소룡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뭐, 그 이유도 있지만, 손녀가 많이 놀랄 거다."

"예? 왜요?"

"저번에 다른 가면을 쓰고 만났거든. 그땐 목소리도 바꿨다. 아마 저 아이는 그 사람이 나인 줄 모를 거야. 윷투비인지 뭔지 방송까지 같이 했으니까."

"아하하하!"

견소룡이 배를 잡으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

"조용해라. 녀석아. 다 여길 보잖냐."

갑작스러운 웃음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방금 전 손녀와 또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 미도는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만 가면을 써서 그런가…?

그때, 미도가 갑자기 이곳을 향해 걸어왔다.

나는 짐짓 당황했다.

뭐지. 왜 오는 거지.

"저기…."

나는 그녀가 오기 전에 재빨리 헬륨 슬라임의 핵을 먹었다.

아아. 다행히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가 아니다.

40대 중반 정도의 목소리.

"큼. 왜 그러시오."

"혹시 맞으시죠…?"

"무슨?"

"저번에 저랑 같이 방송하셨던…."

젠장.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아무튼 여자의 감은 무시 못 한다.

생전 마누라도 내가 비상금을 몰래 숨겨두면 귀신같이 찾아내곤 했으니까.

나는 잠깐 고민했다.

여기서 사실대로 "내가 니 할애비다!" 라고 하는 게 옳을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럼 미도의 성격으로 보아 엄청나게 자랑하고 다닐 테니까.

그리고 이곳엔 기자들도 와 있을 확률이 높다.

일단은 무언의 긍정을 하되 조용히 시켜야겠군.

"…쉿. 저는 조용히 지내고 싶습니다."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자, 미도가 소곤거렸다.

"아, 그렇죠? 아까 거미줄 보고 알았어요. 저번에 싸우실 때 그거 쓰는 거 봤거든요."

고작 그걸 가지고 알아차리다니, 하여튼 눈치는 기가 막힌다니까.

그래도 아직 내가 지 할애비라는 건 모를 것이다. 허허.

"아무튼 감사했어요. 덕분에 살았거든요. 뭐, 정혁이 오빠는 죽고 말았지만, 그래도 3명이나 살아남았어요. 히히."

미도가 생글생글 웃었다.

나는 곧장 손녀의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김현우와 박태현.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초감각을 청력에 집중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야, 저 삐에로 자식 어떻게 하지?"

"일단 내버려 둬. 여기서 싸우면 탈락이야."

"아니 그래도 미리 좀 때려두면 안 될까? 저 자식 때문에 정혁이가 죽었잖아."

"허튼짓 하지 마. 우리 목표는 스타 프루츠야."

"끙. 알았다고."

아무래도 미도는 저들과 함께 스타 프루츠를 노리고 온 것 같다.

에이단의 말로는 비밀이라고 들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군.

이번에 시선을 옮긴 곳은 삐에로 놈이 있는 곳.

녀석은 여전히 나를 핏발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거미줄은 아까 전에 풀린 상태.

마법사들이 화염 마법으로 어렵게 거미줄을 풀었는데, 그 뒤부터 씩씩거리며 날 보고 있다.

물론, 난 모른 척 했지만.

"어쨌든 감사했어요. 아, 혹시 방송에 또 출연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방송…?"

뭐, 괜찮을 것 같다.

할애비가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좋습니다."

"와, 정말요? 그럼 친추해도 될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어? 왜 이미 친구 등록되어있다고 나오지?"

아차, 실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저번에 코볼트 광산에서 서로 친구등록을 했었다.

젠장. 설마 그게 여기서 걸릴 줄은 몰랐는데.

"큼. 저번에 코볼트 광산에서 등록했었습니다만."

"아, 그래요? 아닌데…. 분명히 친구등록은 안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계속 가면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는데, 한줄기 구원의 목소리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시간이 지체된 관계로 바로 4조의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4조의 선수들입니다!

"앗. 경기 시작한다. 전 이만 가볼게요! 있다가 또 얘기해요!"

미도가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작은 수정구슬이 무대 위를 비췄고, 나는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참가자 전원이 그곳을 지켜보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나 또한 진지한 눈빛으로 그곳을 지켜보았고, 미간을 찌푸리며 집중했다.

그런데, 그만 놀라고 말았다.

뭐야, 저 녀석.

쟤가 왜 저깄지?

오늘 무슨 날인가??

비장한 눈빛으로 올라오는 4조의 참가자들.

아마 이게 영화였다면 웅장한 배경음이 나왔을 것이다.

마침내 그들이 모두 올라섰고, 그 사이로 꽃을 든 노인이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백무열.

내 40년 지기 친구다.

"저 썩을 놈을 여기서 보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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