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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66화 (166/375)

나 빼고 다 젊은이 166화

제166화

흐뭇한 미소로 귓속말을 마친 나는 다시 달렸다.

우리들은 빠르게 포트렌에 입성할 수 있었고, 어느새 거대한 콜로세움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 이르자마자 곧장 가면을 썼다.

검은 늑대의 가면이었는데, 이것 말고는 정체를 숨길 방법이 없다.

백호 가면을 쓰면 유저들이 알아볼 테니까.

그저 에이단이 날 알아보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오, 여기가 바로 콜로세움이군요."

함께 온 케레노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마 녀석도 이곳은 처음 와보는 모양이다.

나는 곧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청을 받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흠, 접수하는 곳을 못 찾겠군."

이럴 때마다 프로메테우스가 그립다.

녀석이라면 단번에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주었을 테니까.

빨리 내비게이션 놈이 깨어나야 할 텐데.

"혹시 안에 있는 게 아닐까요?"

"안에?"

"예. 꼭 바깥에서 신청을 받으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개똥도 약에 쓸 데가 있다더니.

"안으로 들어가 보자."

곧장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나타났다.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 있다.

거대한 덩치와 근육질을 가진 남자들이 모여 있는 곳.

한눈에 보아도 저곳이 참가자들을 위한 곳인 것 같다.

나는 그곳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때 케레노스가 말을 걸었다.

"영감님, 전 관중석으로 가겠습니다."

"음, 그럴래?"

"예. 응원하겠습니다. 건승하십쇼."

"그래. 이따가 보자."

그렇게 케레노스와 헤어졌다.

아무래도 녀석은 이런데 참가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그곳으로 걸어갔다.

마침 입구에 입장권을 나눠주는 NPC가 있다.

그가 내게 말했다.

"콜로세움 참가를 희망하시오?"

"그렇소."

"당신의 수준을 확인해보지."

그의 눈이 마력으로 번쩍이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이거 조금 기분이 나쁜데.

"음, 참가를 허락하오. 건투를 빌지."

[콜로세움 입장권을 획득하였습니다.]

곧장 그가 건네주는 입장권을 받은 뒤 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스르릉!

입구의 철창이 내려오더니,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당황했다.

뭐야 이건 또….

-자, 콜로세움 참가자 여러분! 지금부터 이곳에 모인 인원을 2조로 지칭하겠습니다. 여기서 단, 4명만이 16강에 진출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무대로 올라가 주시기 바랍니다. 곧바로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

여기서 4명만 올라간다니.

한눈에 보아도 이곳에 있는 인원은 20명 가까이 되었다.

그들의 면면을 보니, 다들 꽤 한 가닥 할 것처럼 생겼다.

"…소룡이 녀석은 1조려나. 먼저 가서 기다릴 거라고 했으니까."

곧장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나타난 곳은 널따란 바둑판 모양의 무대.

아무래도 여기서 싸우게 될 모양이다.

주변의 관중석은 아직 입장하기 전인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내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자, 또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2조 여러분. 아까 말씀드렸듯 단 4명만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는 떨어져야겠죠?

사회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부터 데스 매치를 시작하겠습니다. 혼자여도 좋고, 팀을 이뤄도 좋습니다. 단 4명이 남을 때까지 이곳에서 싸우고 또 싸우십시오. 건투를 빕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변했다.

2조의 인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크게 웃었다.

"우하하! 재밌구만!"

"음?"

익숙한 대머리에 거대한 덩치를 가진 근육질.

나는 저 남자를 기억하고 있다.

저번에 미노타에게서 나를 지켜줬었지.

이름이 아마 '라인하르트'였던가?

아니, 근데 왜 여깄지?

"4명까진 필요 없다. 나 라인하르트 하나면 족하다! 핵주먹!!"

콰콰콰쾅!

라인하르트의 주먹이 땅을 향해 내리쳐졌다.

갑자기 무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 *

포트렌의 콜로세움 앞.

그곳에 미도를 포함한 이카루스 길드의 간부들이 나타났다.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콜로세움의 우승.

미도가 박태현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오빠! 맨날 이렇게 지각할 거예요?! 늦잠 잤다는 게 말이 돼요? 오빠 때문에 콜로세움 참가를 못할 뻔 했잖아요!"

"끙."

"자꾸 그러면 확 탈퇴시켜버릴 거예요!"

미도는 부 길드장을 맡고 있었다.

뭐, 자신이 길드에서 유일한 홍일점이기도 했지만, 워낙 똑 부러진 성격 탓에 김현우가 자신을 믿고 맡겨주었다.

그리고 부 길드장은 길드원의 탈퇴에 대한 권한도 당연히 가지고 있다.

"아, 미안하다고. 지각 안 하면 되잖아."

"반성 좀 해요! 담에 또 지각하면 진짜 탈퇴시켜버릴 거예요. 그렇게 알아요!"

"쳇."

박태현이 귀를 후비적거렸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오빠는 정말 게을러터졌다.

자신의 이상형과는 정반대.

미도의 이상형은 성실한 남자였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키도 크고 잘 생긴 사람.

뭐, 너무 얼굴을 밝히는 것 같지만, 아직 자신은 어리고 이쁘니까.

어디 가서 외모로 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얌마. 지각 좀 그만해라. 미도 화났잖아. 엉덩이에 화살 꼽혀볼래?"

"뭐 임마?"

은정혁과 박태현이 서로 으르렁거렸다.

그때, 지켜보던 김현우가 둘을 말렸다.

"야야. 너넨 그만 좀 싸워라. 박태현 이제 지각 안 할 거지?"

"큼. 뭐, 그래. 노력해보도록 할게."

"미도야 이제 화 풀어. 태현이도 노력해본다잖아."

새하얀 갑옷을 입은 김현우가 자상하게 웃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그는 정말 성실하고 자상하다.

그나마 이 셋 중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고르라면 1의 고민도 하지 않고 그를 고를 수 있었다.

김현우의 얼굴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미도야. 화 풀 거지?"

너무 가까이 다가오니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미도는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ㅁ, 마, 마음대로 해요!"

미도는 콜로세움 안쪽으로 향했다.

일행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러자 커뮤니티에서 본 것과 같은 널따란 공간이 나타났다.

아마 이 중 대부분은 콜로세움 경기에 돈을 걸기 위해 온 사람일 것이다.

경기 관람의 조건이 바로 돈을 거는 것이니까.

"저기가 참가하는 곳인가 본데?"

어느새 뒤쫓아온 은정혁이 한 곳을 가리켰다.

미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커뮤니티에서 본 익숙한 NPC가 서 있었다.

미도는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콜로세움에 참가하고 싶은데요?"

NPC가 자신을 흘겨보더니, 뒤에 있는 일행들을 향해 턱짓했다.

"저들도 함께 참가하는 건가?"

"아, 넵. 맞아요."

미도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흐음. 여자가 참가하는 것은 처음인데…."

"아, 저 불사의 인간이니까 괜찮아요."

"뭐, 그렇다면 상관없겠지. 이곳의 룰은 알고 있나?"

"다 알고 왔으니까. 빨리 들여보내주세요."

"알겠다. 너희들의 수준을 가늠해보도록 하지."

NPC의 눈에 마력이 일렁이더니, 우리를 훑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의 정보가 맞다면, 레벨 100이 넘는지 확인하는 것일 거다.

듣기로는 레벨이 되지 않는다면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들었다.

"음, 그대들은 통과해도 좋다. 여기 콜로세움 입장권이다."

그렇게 각자 입장권을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남자 한 명이 덩그러니 서 있었는데, 그가 이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미도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기분 나쁘게.'

남자는 자신을 게슴츠레하게 보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분칠이 되어있고, 입이 쭉 찢어진 것이 꼭 삐에로 같다.

아무래도 화장을 한 것 같은데….

"흡."

미도가 숨을 들이켰다.

남자가 갑자기 자신을 보며 씩 웃는 걸 본 것이다.

그 모습을 봤는지, 박태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 당신 뭘 그렇게 꼬나봐? 여자 처음 봐?"

박태현이 그 남자를 향해 다가가려는 순간.

쿠구구구.

건물이 흔들렸다.

* * *

처음엔 바닥이 갈라졌다.

그리고 이어서 라인하르트의 주먹에서 파동이 일었고, 그것은 거대한 파공음을 낳으며 주변에 있는 무대를 산산조각내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귀퉁이에 위치한 동상들이 먼저 무너지더니, 이어서 불어오는 폭풍은 나를 무대 밖으로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이, 미친놈이…!"

여전히 엄청난 힘이다.

그때는 미노타를 향해 날렸던 주먹질이라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 겪어보니 뭐 이런 놈이 있나 싶다.

나는 날아가지 않기 위해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스파이더 클라이밍을 시작합니다.]

[발바닥에 흡착력이 강해집니다.]

[마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됩니다.]

간신히 기마자세를 유지하며 고개를 돌리니, 한 젊은이가 대검을 바닥에 꽂은 채 버티고 있었다.

이어서 먼지 폭풍이 휘몰아쳤고, 곧장 팔을 엑스 자로 하며 눈을 감았다.

[크하하하! 그래. 이거지! 이거야!! 싸우고 싶다!! 취이이익!!]

무두르 녀석은 신이 났다.

하지만 나는 하나도 안 신난다.

빌어먹을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네.

이윽고, 먼지가 걷히자 앞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엔 라인하르트가 양손을 허리춤에 올린 채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크하하하! 쉽게 끝났구만! 우하하하하!"

뭐가 그리 좋은지 모르겠다.

문득, 든 생각인데 무두르가 인간으로 태어나면 저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주변의 먼지가 더 걷히자, 라인하르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음, 뭐야.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어?"

저 망할 놈이 이곳을 힐끔 쳐다봤다.

그리곤 내 옆에 있는 대검을 든 청년을 보며 씩 웃었다.

"이거 꽤 강한 녀석들이 있었구만! 하하."

무대 밖으로 떨어진 몇몇 유저들은 로그아웃을 당했고, 또 몇몇은 부상을 입었는지, 포션을 입에 물었다.

누군가는 라인하르트를 향해 이를 갈기도 했다.

뭘 해보지도 못하고 떨어졌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하다.

-하하하. 놀랍습니다! 순식간에 결론이 나버렸군요! 16강에 올라갈 2조의 4명을 소개합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수정 구슬이 허공에 내 얼굴을 비췄다.

다행히 가면을 쓴 모습.

라인하르트의 얼굴도 있었고, 아까 대검을 든 젊은이도 있었다.

그런데 저 곱상하게 생긴 청년은 못 봤는데….

곧장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하늘에서 누군가 착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허. 하늘에 있었던 건가."

그는 아까 그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확실히 세상은 넓고 큰 것 같다.

이런 강자들이 많다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이거 나이에 맞지 않게 주책이구만.

-2조는 안내해드리는 대기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곳에서 싸움은 금합니다. 적발 시 바로 탈락 조치하겠습니다. 마법사 길드에서 파견 오신 분들은 복구 마법을 준비해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나를 포함한 4명은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엔 앞서 경기를 펼친 1조가 있었다.

그들은 라인하르트를 경계하는 듯 눈꼬리를 사납게 만들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저벅저벅.

나는 그 한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빠져 있었다.

내가 앞에 서자 그가 눈을 떴다.

"…오셨습니까."

견소룡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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